100년의 시간, 작품 회고집
BTS RM Pick!
판화가, 화가 김상유의 작품과 기억을 회고하다
판화가이자 화가인 김상유의 작품이 다시 세상에 소환된 것은 K팝 스타 BTS의 RM(김남준)이 소셜미디어에 김상유의 [대산루]를 업로드하면서다. 작품명과 작가의 이름만 표기한 피드는 K팝 팬들의 관심을 모았고, 단정한 아름다움을 지닌 김상유의 작품이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김상유 화가는 외국잡지를 통해 독학으로 에칭 기법을 익혀 1960년대 국내 미술계에서 동판화 영역을 개척한 선구자이다. 에칭 작업 중 독한 초산으로 녹내장을 얻은 후, 화가는 목판화를 거쳐 유화로까지 작업을 확장한다. 김상유의 유화는 고졸한 정자와 누각을 배경으로 좌정한 인물을 배치해 한국적이면서도 무심경(無心境)한 심상을 담아낸다.
김상유의 판화와 유화, 작품세계와 일상의 기록을 담은 [그리고 새긴 이, 김상유]는 화가의 100년 시간과 작품을 회고하는 책이다. 초기 동판화부터 후기 유화에 이르는 주요 작품을 수록했고,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작품세계를 연대순으로 정리했다. 책의 후반부에는 화가 김상유에 대한 기억을 편집했다. 아직 화가를 기억하는 제자들, 가족들의 목소리로 화가 김상유의 삶을 되짚는다.
김상유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났다. 평양고등보통학교,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산중학교 영어 미술 교사, 덕성여자대학교 등의 강사로 활동했다.
미술계의 통념을 깬 새로운 기법의 동판화, 시서화가 조화를 이룬 목판화, 침잠의 사유를 표현한 유화 등 평생 약 319점의 작품을 남겼으며, 판화 개인전을 시작으로 40여 회의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대중과 만났다.
1968년 경기도문화상 수상, 1970년 제1회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 대상 수상, 1990년 제2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김삼봉
김상유미술문화재단 이사장. 1963년 인천에서 김상유 화가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영국 뉴캐슬 업폰 타인 대학에서 미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독일에서 생활하고 있다.
Ⅰ. 김상유의 작품세계
바람도 잠든 청정한 밤의 고요함이 깃들다-김윤섭(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 미술사 박사)
탈속脫俗과 달관達觀의 무심경無心境, 고독한 순례자의 자화상-김인환(미술평론가)
Ⅱ. 김상유의 판화와 유화
동판화 Etching
목판화 Woodprint
단색 목판화
나무에 새긴 사계절_봄 여름 가을 겨울
다색 목판화
브리티시 뮤지엄 소장 목판화
유화 Oil Painting
1970년대 유화
1980년대 유화
1990년대 유화
Ⅲ. 김상유를 기억하다
김상유의 삶
나의 아버지, 김상유-둘째 딸, 김삼봉
동산중학교 미술 선생님, 김상유-이철명(화가, 전 경기예총 회장), 박송우(화가)
김상유의 글씨-전도진(서예가, 전각가)
나의 선생님-윤의웅(화가)
큰아버지, 김상유-김성희(분당영덕여자고등학교 이사, 조카)
김상유 화가 전시 연혁
감사의 글
명상이자 노동인 김상유의 그림
김상유의 유화에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인장 같은 요소가 있다. 담백한 배경의 누각, 고요한 피사체, 아이가 칠한 것 같은 고운 색감과 세월이 흐를수록 단순해지는 아름다움이다. 더 거슬러 화가의 판화를 보면, 고단하고도 집요한 새김의 노동에 그림과 조화를 이루는 글귀가 더해져 판화 한 장으로 오롯한 완결의 미(美)를 만날 수 있다.
판화가와 화가로 일생을 살았지만 화가 김상유에 대한 기록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제1회 국제판화비엔날레 대상, 제2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이라는 세상의 인정에도 불구하고, 흩어져 있는 작품과 기록을 모을 구심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해외에 거주하는 화가의 가족이 김상유 탄생 100년을 앞두고 ‘김상유미술문화재단’를 설립해 화가의 작품과 기록을 모아 책을 내게 되었다. 화가가 생전 활동했던 인천에서 ‘자연과 고요, 평온으로의 구도-김상유 작가의 삶과 예술’(인천 제물포구락부) 전시를 개최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초기 동판화부터 미완성인 채로 남은 유화에 이르기까지, 화가의 작품을 꼼꼼히 모아 정리한 것은 크나큰 다행이다. 원판과 판화를 나란히 붙여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화가가 새기고 그린 50년의 시간, 은둔자처럼 오직 집요하게 미술에만 집중했던 생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