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댁 생활
할아버지가 쓰고 언니가 그린 ‘댕댕이’ 일기
아들 가족의 여행 기간 동안 반려견 ‘아미’를 맡아 돌보게 된 할아버지가 아미의 눈높이에서 일기를 적었습니다. 4박 5일간 아미의 할아버지 댁 생활이 A4용지에 정갈한 손글씨로 담겼지요. 할아버지는 용지를 반으로 접어 스테이플러로 제본해 여행에서 돌아온 아들 가족에게 전하였습니다. 『아미의 일기』입니다.
평생 기자로 일한 할아버지는 은퇴 후 아들, 며느리, 손주들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특히나 손주들에 대한 글은 무척이나 다정해 가족들끼리만 보기에 아깝습니다. 할아버지가 소천하신 후,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기록 중 『아미의 일기』를 책으로 엮었습니다. 그새 성장한 손녀가 미술을 전공해 그림을 더하였습니다. 미국에서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 중인 사돈아가씨도 그림에 자문을 보태었지요. 할아버지가 남기신 글에 온 가족의 솜씨가 더해진 책입니다.
아홉 살이 된 새침데기 멍멍이 아미는 할아버지를 기억할까요? 할아버지의 유산이 그림 에세이로 남아 우리 모두의 할아버지를 기억하게 합니다.
책 속으로
나는 예쁜 멍멍이 김‘아미’입니다.
2017년 10월 4일(수요일), 추석 오후에 가족들과 함께 할아버지 댁에 갔습니다.
우리 가족은 재영, 우영 자매와 엄마 아빠 그리고 아미, 그렇게 다섯 식구입니다.
추석 명절, 조상님에 대한 차례와 성묘는 다 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날 할아버지 댁에 간 건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내일부터 우리 가족이 일본 홋카이도 여행을 하는데 나는 그동안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지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좀 섭섭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와 생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5p
11시 좀 지난 시간인데 오줌이 마려워 갑자기 달려간 곳이 손님방이었습니다.
급해서 침대 위 이불에 쉬~를 하고 말았습니다.
아미로서도 순간적인 실수였습니다.
할머니한테 야단을 맞고 슬슬 피해 다녔습니다.
할아버지가 “여기가 네 해우소라 했는데...” 그러시면서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웃으십니다.
그러니까 더 죄송했지요.
-14p
할아버지한테 가봤습니다.
서재에서 책을 보고 계십니다.
“왜~ 볼일 계시는가?”
“할머니가 텔레비전을 보라시는데 저는 보고 싶지 않거든요.”
“화면에 멍멍이들이 나와서 보랬더니 안보고 할아버지한테 일러바치려고 왔나 봐요.”
“아미는 관심 없대요.”
“맞아요. 아미 저는 멍멍이 아니고 사람으로 아나 봐요.” 웃음이 나왔습니다.
-44p
저자(글) 김은구
영원한 사회부장이자 기록의 달인으로 불리는 언론인.
1958년 ‘조선일보’ 견습기자로 입사한 후, 서울신문, 경향신문을 거쳐 1973년 공영방송으로 출범한 KBS 한국방송으로 옮기며 종이신문에서 전파방송으로의 전환을 이끌었다. 이후 KBS 보도국 사회부장, 보도본부 부본부장, 기획조정실장, 경영본부장, 이사로 근무 후 제19대 대한언론인회 회장을 역임했다.
가정에서는 평생의 반려자였던 허인순 여사를 “우리집 사임당”이라고 부르며 힘든 사회부 기자를 내조해 준 고마움을 표시했고, 가족(세 아들 부부와 네 손주, 그리고 아미)에 대한 사랑을 수많은 기록으로 남겨 놓았다.
기획 김태성
50대의 즐거움을 찾고 있는 28년 차 공인회계사.
휘문고, 연세대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평생의 직업인 공인회계사의 길을 걸어왔다. 모든 업무를 보고서로 남기는 직업적 특성상 활자화된 출판물이 주는 기쁨과 보람을 진작부터 느껴왔고, 50대에 들어서서 저자인 아버지가 남겨준 유산인 수많은 기록을 책으로 만들어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함께 그 기쁨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첫 작품이 『아미의 일기』다.
저자(일러스트) 김나영
국민대 공업디자인학과 학생이자 지은이 김은구 할아버지의 장손. 매일 주무시기 전 일기를 쓰시던 할아버지의 모습과 그 안에 가득 담긴 손주들을 향한 사랑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미대 입시 시절 그려드린 할아버지 그림을 굉장히 좋아해 주셨던 기억에 이끌려 할아버지의 동화 『아미의 일기』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미숙하지만 온 마음을 담아 그린 그림이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와 독자들에게 따뜻함으로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러스트 감수 차호윤(Hanna Cha)
삶의 다양한 순간과 마음을 겹겹이 책과 그림으로 담아내는 예술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에서 일러스트 미술을 전공하였다. 최근에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했으며, 보스턴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 중이다. 『아미의 일기』감수 작업은 새로운 경험이었으며, 작가와 그림작가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로서 특별하고 즐거운 도전이었다.
목차 없음
오래 보아야 예쁘다. ‘아미’ 너도 그렇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 말 통계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정은 602만 가구, 반려인구는 1,5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국민 3명 중 1명은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중 동물 가족의 일상을 일기로 적어 책으로 만드는 가족은 얼마나 될까요? 평생 기자로 일했던 김은구 할아버지(저자)는 아들네 반려견 아미의 일상을 일기로 남겼습니다. 아미가 손주 재영이나 우영이 같은 ‘댕댕이 손주’였기에 가능한 사랑입니다.
아미는 사료보다는 계란 노른자와 사과를 좋아하고, 아직은 ‘해우소’가 낯설어 실수도 하는 귀여운 강아지입니다. 할아버지와 아미는 닷새간 함께 생활하지만 ‘오래 보니 더 예뻐진’ 가족이 됩니다. 할아버지는 댕댕이 손녀를 위해 사료에 계란 노른자를 비벼주고, 실수한 ‘쉬’를 치워줍니다. 함께 바람을 쐬고 놀이도 하지요. 그 따뜻한 정경이 글 속에, 그림 속에 정겹게 담겨 있습니다.
『아미의 일기』 삽화는 그 코끝 찡한 정취를 곱게 펼쳐 보입니다. 동화에 그림을 더한 김나영 작가는 저자의 손녀이자 이 책이 첫 일러스트 도전입니다. 아직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이죠. 할아버지의 글에 귀여운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용기를 내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미를 지켜보았기에 캐릭터와 정취가 섬세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맑은 가을 어느 날, 이불을 말리기 위해 창문을 열어 놓은 아파트 거실 풍경은 할아버지의 동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삽화 데뷔작을 그리는 김나영 작가를 위해 역시나 가족인 해나 차(Hanna Cha) 작가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림의 테크니컬 서포터로 참여했지요. 해나 차 작가는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2024년 『The Truth About Dragons』란 그림책으로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출간된 그림책 중 가장 훌륭한 그림책 작가에게 수여하는 ‘칼데콧상 아너상’을 수상했습니다. 칼데콧상은 뉴베리상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아동문학상으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수여됩니다. 세밀한 빛과 그림자, 캐릭터 표현을 위해 김나영 작가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미의 일기』는 저자 김은구 할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남긴 유산입니다. 짧은 일기를 통해 가족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담고, 책으로 엮기 위해 가족을 모으고, 출간될 책을 통해 우리 모두의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기억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