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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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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노아

향기로운 타이티

저자
폴 고갱
출판사
글씨미디어
발행일
2019.02.20
정가
15,000 원
ISBN
9788998272548|
판형
130x188
면수
212 쪽
도서상태
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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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타히티 여인에게 사랑은 정말 피 속에 있다. 득이 되든 아니든 항상 사랑한다! 는 타히티어로 ‘향기로운’이라는 뜻이다. Noa Noa라고 띄어쓰는 경우도 있지만 타히티어로는 단일 낱말이다.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은 제도와 규범에 얽매인 도시문명을 비판하며 타히티의 정경과 원시의 자유를 강렬한 색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인상주의 미술을 넘어서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 책 는 고갱의 타히티 체험을 바탕으로 쓴 사랑과 자유에 관한 이야기이다. 또한 문명과 원시성에 관한 날카로운 성찰을 담은 ‘문명비판’, 타히티의 ‘자연과 신화’, 관념과 제도의 구속을 벗어나는 ‘마음여행의 지도’, 순수한 원색 감정을 일깨우는 ‘야성’이 들어있다. 에서 고갱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타히티 여인에게 사랑은 정말 피 속에 있다. 득이 되든 아니든 항상 그렇게 사랑한다.” 타히티 여인들은 순백색 티아레(Tiare)꽃을 머리(귀)에 꽂는다. 향이 진한 티아레꽃처럼 고갱의 는 그 누구도 구속하지 않으며, 그 무엇에도 쫒기지 않는 자연의 순백색 향기를 전하는 책으로 이미 세계인의 고전이 되었다. 타히티에서 고갱은 삶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다. “밤이 찾아왔다. 침묵! 나는 비로소 적막한 타히티의 밤을 알았다. 내 가슴이 뛰는 소리만 들렸다. 하늘과 나 사이에는 도마뱀들이 살았던 가벼운 판다누스(Pandanus) 잎으로 덮은 큰 지붕뿐이다. 나는 잠결에 내 머리 위로 펼쳐진 자유로운 공간, 천상의 궁륭과 별들을 느꼈다. 유럽의 집들, 그 감옥으로부터 나는 이렇게 멀리 떨어졌다! 마오히(Maohi, 폴리네시아 원주민)의 오두막은 영원과 우주와 삶으로부터 누군가를 떼어놓거나 추방하지 않는다.”

2) 나는 이렇게 문명에서 멀어졌다. 과거 고갱은 63일간의 긴 항해 끝에 타히티의 파페에테 항구에 처음 도착했다. 타히티에는 1790년대에 영국 선교사들이 들어와 기독교로 개종시키면서 문신, 노래, 춤 등 전통 문화와 신앙을 금지했다. 이후 제국주의 프랑스가 들어와 보호령으로 영토를 장악했고 1880년 마침내 프랑스 영토가 되었다. 현재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는 5개의 제도(총 118개의 섬)로 구성되어 있다. 해상 전체 면적은 유럽 대륙 전체 넓이에 버금간다. 소시에테 제도에는 보라보라, 타히티 등이 있는데 타히티가 가장 크고, 마르키즈 제도에서는 히바오아가 가장 큰 섬이다. 타히티의 파페에테가 전체의 행정수도이다. 이 책에서 고갱은 이렇게 말한다. “정복당한 그들은, 그들 민족이 간직하고 있는 것에 프랑스에서 들여온 허접하고 격이 떨어지는 군더더기를 채웠다. 제기랄! 문명의 승리였다. 군인과 장사꾼과 관료의 문명 말이다. 나는 옛날의 타히티를 사랑했다. 그런데 완전히 망가졌다고 생각하니 참기 어려웠다. 훌륭한 한 종족이 그 오랜 영광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해야만 하다니!” 고갱은 수도인 파페에테를 떠나 원주민 마을의 오두막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원주민들이 참모습을 보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변화를 실감한다. “나는 문명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그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인간답게 사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나는 숱한 환상에 시든 영혼, 지나친 노력에 지친 몸, 사회의 악습에 찌들어서 도덕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병든 사람이었다.” “이곳에서 20년은 젊어졌다. 도착했을 때보다 훨씬 야성이 넘치지만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렇다, 그들은 낡은 문명인, 삶의 지혜와 행복의 예술에 무지한 문명인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못난 문명인’이었던 자신을 깨닫고 자유로운 야만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고갱은 흥미로운 사건들을 소설처럼 펼쳐낸다. 열대 자연의 빛나는 정취를 담은 그의 이야기는 문명과 야만에 대한 날카로운 화살로 변했다가 순식간에 사랑 이야기로 바뀌면서 문학적 긴장의 파도를 넘는다. 고갱과 원주민 여인 테우라와의 사랑 이야기는 티아레꽃 같은 사랑을 낙원에 꽃피웠다가 끝내 안타까운 이별의 노래를 남기며 스러진다. “테우라는 여러 날 밤을 울며 지새웠다. 이제 슬픔에 지쳐, 조용히 바위에 앉아 두 다리를 짠물에 담근 채였다. 발은 퉁퉁 부었다. 귀에 꽂았던 꽃은 무릎 위에 떨어져 시들었다.” 타히티 체류를 바탕으로 쓴 에는 타히티의 고대 종교와 신화까지 아우르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담겨있다. 잠시 프랑스로 갔던 고갱은 다시 타히티로 돌아왔다. 타히티에서 거주하다가 남태평양 동쪽의 더 외딴 섬인 히바오아로 거처를 옮겼고, 유럽인들과는 어울리지 않은 채, 원주민 마을의 오두막에서 궁핍한 삶을 마감했다.

3) 상세한 주석으로 타히티의 자연과 문화, 신화와 전설을 선명하게 되살린 책 에서 고갱은 문명과 야만, 타히티의 정경뿐 아니라 불교와 폴리네시아의 신화 등 그의 작품세계의 바탕이 되는 다양한 주제들을 풀어놓았다. 그래서 는 고갱의 예술과 언제나 함께 놓이는 문제적인 텍스트이다. 는 고갱이 품고 실천했던 생각과 미적 혁신을 대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판과 극복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권력과 식민주의, 낭만주의적 환상, 유럽의 시각에서 상대화한 ‘야만’ 등에 관한 비판적 관점들이 그것이다. 따라서 타히티에 관한 올바른 이해는 화가 고갱 이해의 근거가 된다. 이 책은, 그동안 화가 고갱의 사적인 행적에만 초점을 맞춘 부수적인 텍스트 이해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진 타히티의 정체성을 새롭게 조명하면서 고갱과의 균형을 맞춘 특별한 해설 번역판이다. 이 책은 그동안 프랑스식으로 표기해온 타히티어를 현행 타히티어(마오히어) 표기로 바꾸었다. 그리고 타히티의 자연과 풍속, 신화와 전설에 관한 풍부한 주석을 달아 이해의 폭을 넓혔다. 과거 비판의 쟁점이었던 문제에 대해서도 관련 문헌을 통해 관점을 설명했다. 특히 폴리네시아 천문과 신화에 대해서는 프랑스판을 물론 현재까지 여러 나라 번역본에서 무심히 방치한 원전의 오류를 찾아내 바로잡았고, 타히티 문화나 신화에 대해서도 고갱 시대 이후의 현대적 입장을 추가했다. 타히티의 역사성을 주석을 통해 설명하면서 폴리네시아 사람들의 삶과 세계관을 더 분명하게 드러냈다. 고갱이 인용한 듯 보이는 텍스트는 원문을 찾아 뜻을 다시 밝히면서 의미를 명확히 했다. 또한 본문과 직결되는 고갱의 그림들을 알맞은 자리에 배치해 고갱 글과 그림의 호응관계를 통해 미술작품을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따라서 고갱의 생각은 물론 타히티의 자연과 문화에 풍부한 해설로 균형을 맞춘 이 책은 타히티를 단지 낙원으로 치장하려는 책도, 화가 고갱의 신화를 강조하는 책도 아니다. 이 책은 자유로운 인간정신이 엮은 문학적 텍스트, 인간과 자연, 문명과 원시, 자유와 억압, 낮과 밤이 교차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 타히티’에 관한 명상적 기행문이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1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한 전문가의 번역과 문헌 비교 및 주해를 덧붙여 완전한 모습으로 펴내는 는 고갱이 고흐를 회상한 역사적인 글 2편도 들어있다. 이 책에서 독자는, 말라르메 등 상징주의 시인들과 어울리며 문학잡지를 탐독했던 화가 고갱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지은이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금융회사에서 11년간 투자 업무를 맡았고 35세에 회사를 그만두고 화가가 되었다. 타히티에서 살다가 1903년 히바오아 섬의 오두막에서 궁핍한 삶을 마감했다. 색조를 잘게 나누는 인상주의를 넘어서 대담한 색면과 강렬한 색채로 현대미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 <노아노아> 등의 저술을 남겼다.  

옮긴이/정진국

프랑스 파리1대학원 졸업. 미술평론가, 사진작가. 저서로 <유럽 책마을에서>, <포토루트 유럽>, <여행가방속의 책> 등이 있다. 번역서로 <고흐의 편지>, 쥘 미슐레의 <마녀> 등이 있다. 

차례

노아노아
분홍 새우
아를에서
나는 이렇게 문명에서 멀어진다.
<노아노아>판본에 대하여
<노아노아>를 옮기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