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 없으면 깨달음도 없다
『붓다의 일생 우리들의 일생』
붓다 스터디 제2편 - ‘연민 없으면 깨달음도 없다’
김재영 법사의 붓다 연구 반세기.
1978년『룸비니에서 구시나가라까지』(불광출판사)를 이은 붓다연구와 실천운동의 큰 등불.
1. 이 책의 문제의식 ; ‘낡은 판 깨고 새판 짠다’
‘깨닫는다’ ‘한소식한다’- , 눈감고 눈뜨고 십년 이십년 앉아있다.
‘무아’ ‘반야’ ‘공’ ‘자성’ ‘마음’ ‘본래청정’ ‘본래부처’- , 생명력 상실한지 이미 오랜 낡은 견해들 개념들- , 머리 굴리며 앉아있다. ‘금강경’ ‘반야심경’- , 해석한다며 머리 굴리며 앉아있다.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깨달음의 허상(虛像)’ ‘깨달음의 미신’에 빠져있다. 몇 명이나 깨달았는가? 천만 불교도의 1%, 아니 0,1%- ? 과연 ‘깨달음’ ‘한소식’이 불교도의 보편적 가치가 될 수 있는가? 이것으로 이 세상 구원할 수 있는가? ‘무아’ ‘공’ ‘마음’ 몰라서 이 땅의 동포들 이렇게 죽을 고생 하고 있는가? ‘불교’하면 의례히 앉는 거고 머리 굴리는 거다. 남들은 청년들 모아 몽골로 캄보디아로 아프리카로 달려가 몸 바치는 데 힘 쏟는데- . 그래서 사람들 다 떠나가고, 우리불교 사회적 역할 박탈당하고 주변세력으로 밀려나 이렇게 황망한 신세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새판 짤 것이다. 낡은 판 깨고 나와 새판 짤 것이다. 묵은 대지 갈아엎고 新天地 개척해갈 것이다. 무엇이 ‘새판’인가? 무엇이 ‘新天地’인가? 곧 ‘붓다의 불교’로 돌아가는 것이다. ‘초기불교’가 아니라, 붓다께서 80년 피땀 흘리며 몸소 하신 ‘붓다의 불교’를 오늘 우리시대 ‘우리들의 불교’로 다시 살려내는 것이다. ‘붓다의 일생’을 ‘우리들의 일생’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2. 50여년, 이미 우리는 이 길 걷고 걸어왔다 새삼스런 주장이 아니다. ‘우리도 부처님같이’- , 이렇게 선포하며 50년 전부터 이미 우리는 이 길 걷고 걸어왔다. 수많은 젊은 인재들 길러낸 ‘동덕-청보리운동’이 그것이고, 매달 만원씩 모아 캄보디아 뗍보디봉에 초등학교 지어서 5백 명 어린이들 학교 보내기, 중학교 보내기, 대학생 장학사업 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고, 인도 팔대성지 맨발정신으로 순례하고 붓다의 생애 영상 10부작「붓다 석가모니」만들어 무상보급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고, 불교개척자들이 모여 ‘빠리사 학교’ 만들어 밤새우며 열심히 공부하고 ‘우리 빠리사 개척운동’ 벌이고 있는 것이 그것이고, 체계적인 붓다스터디 공부자료 1부, 2부 펴내는 것이 그것이고- . 이미 이 땅에 새 판, 새 불교 개척운동이 소리 없이 전개되고 있다. 지금은 비록 미약하나 머지않아 기(氣) 꺾인 우리불교 힘차게 다시 일으켜 세울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다. 누가 돌아보지 않아도, 우리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라도 갈 것이다. 이것이 우리 빠리사들의 유일한 전략이다.
3. 이 책의 주제 ; ‘보살고행의 길 걷고 걷는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 아니다. 불교는 처음부터 ‘보살고행의 길’이다. 초기불교․부파불교․대승불교․중국 선(禪)불교- , 이 모든 불교가 본래부터 ‘보살고행의 길’이다. ‘보살’은 대승불교의 산물 아니다. 붓다 석가모니는 전생부터 보살-‘본생보살’이고, 금생에도 보살-‘석가보살’이다. 이 ‘보살 아이디어’가 부파불교에서 다수의 ‘중생보살-有情보살’로 확대되고, 대승불교에 이르러 수많은 ‘일체보살’로 확산되어 간 것이다. 이렇게 불교는 처음부터 ‘대승보살의 길’이다. 보살(Bodhi_satta)의 ‘깨달음(Bodhi)'은 곧 ‘중생(satta)'이다. 보살은 ‘중생(satta)'으로써 ‘깨달음(Bodhi)’을 삼는다. 그래서 ‘보살’이다. 파리 테러사건 때, 젊은 어머니가 자기 등으로 총 맞고 죽어가면서 아기 품에 안고 지켜낸 것처럼, 보살은 내 몸 던져서 동포들 살려내는 것으로 본분을 삼는다. 이 보살고행의 연민이 불교의 동력(動力)이다. 아니, 우리 인생의 동력이다. 이것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위빳사나․참선․염불․진언․간경- 아무것도 안 된다. 자아실현․가정의 평화․사회정의- , 아무것도 안 된다. 연민헌신의 길 끝없이 걷고 걷는 이 보살고행의 본래정신으로 돌아가면, 이 모든 불교 다 살아난다. 위빳사나․참선, 남방불교․북방불교- , ‘무당불교’조차도 구원의 빛으로 활활 살아난다. 우리 가족들, 이 땅의 작고 외로운 동포들 다 살아난다. 좌파/우파, 남/북, 노/사, 남/녀, 갑/을- DNA를 공유하는 동포로 함께 다 살아난다. 제6의 멸종(滅種)으로 치닫는 이 지구촌 생태계, 코끼리․코뿔소․아마존․몽골고원․산 바다 숲- 다 살아난다. 이 온갖 잡것(雜華)들 한데 어울려 평화롭고 역동적인 거대한 푸른 숲- ‘화엄불국토’, ‘화엄코리아’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이것이 우리들의 꿈이다. 빠리사들의 꿈이다. 우리는 보살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대승보살이다. ‘룸비니에서 구시나가라까지’- , 붓다 석가모니의 일생을 곁에서 동행하며, 이제 우리도 보살고행으로 우리들의 일생을 삼을 것이다.
4. 이 책의 주요한 학문적 실천적 성과
1) 이 책은 철저하게 경전에 근거하여 붓다의 일생을 현재상황으로 구성하였다. 각강(各講) 서두의 ‘붓다의 현장’이 이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경전(초기경전)으로 쓰여진 지금 살아있는 붓다의 일생이다.
2) 이 책은 철저하게 ‘많은 생명들-사람들(bahujana)의 이익과 행복'이라는 大前提를 추구하였다. 붓다의 출생과 고뇌, 출가, 고행, 정각… 열반의 전과정을 역사적 사회적 문제의식에서 조명하였다. 붓다가 그렇게 치열하게 문제 삼고 있는 ‘괴로움’ ‘죽음’도, 지금 우리처럼, 나 개인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 동포들의 ‘사회적 괴로움’, ‘사회적 죽음’이라는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 붓다의 깨달음-정각(正覺, Sambodhi)은 본질적으로 붓다 개인의 깨달음(獨覺)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깨달음, 만인의 깨달음으로 실현된 것이다. ‘정각(正覺, Sambodhi)’의 ‘Sam' 'Samma'는 ‘바른(正)’인 동시에 ‘함께(together)'이다(PED). ‘정각’은 부처님 혼자 잘나서 이룬 것 아니다. 많은 사람들-동포들의 고뇌와 열망의 에너지가 함께 작용하여 실현된 ‘사회적 각성’ ‘만인깨달음’이다.
3) '사문 고따마는 고행을 버리고 명상으로 깨달았다‘- , 많은 경우 이렇게 평가되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고따마는 고행을 통하여, 고행의 성취를 근거해서 깨달음으로 나가고 있다. 따라서 ‘고행정신’은 불교도의 기본적인 정신적 요소로서 육바라밀의 ‘인욕바라밀’로 계승되고 있다. ‘본래 청정이다’ ‘본래부처다’ ‘닦을 것이 없다’- , 이것은 불교가 아니다. 우리 불교를 왜곡시킨 큰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근거 없는 ‘본래주의’다. 불교는 철저하게 ‘닦아라(patipadā)’ ‘닦아라’이다. ‘중도(中道)가 ‘닦아라(patipadā)'이고 ‘팔정도’가 ‘닦아라(patipadā)'이다. ‘본래’는 ‘태초’가 아니다. 불교의 ‘본래’는 바로 ‘지금 여기서(now and here, diṭṭhe va dhamme, 現今法)’이다. 지금 여기서 피땀 흘리며 보살고행의 길 걷고 걸을 때, 닦고 닦을 때, 비로소 ‘본래청정’ ‘본래부처’다. ‘본래’는 시간개념이 아니고(agālika, 無時的) 삶의 개념이다.
4) 붓다 정각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질서정연하게 정리하였다. 특히 ‘숙명통’을 ‘시간적 역사적 관찰’로, ‘천안통’을 ‘공간적 사회적 관찰’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해석은 학계 초유의 시도로 생각하고 많은 분들의 논의를 기대한다.
5) ‘비폭력(ahiṃsa)-평화운동' '무차별-평등운동’ ‘여성주체운동’- , 붓다와 초기대중들이 신명을 바쳐 전개한 ‘사회적 변화운동’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붓다의 불교’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을 밝혀내고, 사회적 역할을 상실한 종교는 도태되고 만다는 준엄한 역사의 경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6) 이 책의 가장 큰 학문적 실천적 성과는 ‘붓다와 같은 따뜻한 연민(Buddha)–고요한 관찰(sati)–자유로운 토론(parisā)'이라는 ‘깨달음의 수행체계’를 확립해낸 것이다. 붓다가 도처에서 열어보인 ‘깨달음의 차례법문(次第法門)’에 근거하여, 보통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상적인 수행체계를 실천적으로 확립함으로써, ‘만인견성-만인해탈’이 지금 우리 앞에 활짝 열리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생명들에 대한 끝없는 ‘연민(憐愍, karunā)’이 기본적 動力이란 사실을 고찰하고, ‘연민이 먼저다’ ‘연민 없으면 불교도 깨달음도 우리 인생도 없다’는 대명제를 확립함으로써 피땀 흘리며 걷고 걷는 ‘보살고행’이 불교의 正體性이며 인류구원의 거의 유일한 길이라는 진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특히 부처님도 무릎 맞대고 둘러(pari) 앉아(sā) 토론하는 초기불교도의 자유롭고 역동적인 공동체 ‘빠리사(parisā)'의 실체를 규명하고 우리시대 불교의 중흥운동으로 ‘시민빠리사 개척운동’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이 책이 거둔 가장 큰 성과로 자평하고 있다.
7) ‘붓다–팔정도–보살고행’- , 이것이 우리가 도달한 萬古不變 불교의 正統이며 正體性이다. 이 正統으로 돌아갈 때, 부파․대승․중국 선(禪)불교- 무당불교까지도 한데 어울려 활~활~ 타오르는 구원의 빛을 발할 것이다.(끝)
저자 : 김재영
•프로필
무원(無圓) 김재영(金再泳)법사는 1938년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사범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이후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김동화박사의 지도로 석사학위를 수하고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불교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84년 이후 현재까지 30여 년간 동방불교대학 교수로 ‘현대포교론’ 등을 강의해왔다. 1970년도에 서울 동덕여고 불교학생회를 창립한 이후, 현재까지 50년 가까이 ‘우리도 부처님같이~’라는 기치를 내세우며 청소년·청년·대학생 중심의 ‘청보리운동’을 전개중이다. 2011년부터 국제구호단체 「자비수레꾼」을 설립하여 공동대표를 맡아, 캄보디아 북부 오지 뗍뽀디봉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세우고 500여 명의 어린이 학교보내기운동을 전개해왔다. 지금도 장학사업·우물파기사업 등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문화가족 요리교실, 탈북대학생 30명 매월 장학금 30만원 지원, ‘북한동포 축복의 등 밝히기’ 등 통일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김재영 법사는 2011년 12명의 청보리순례단을 이끌고 인도의 8대 성지 순례한 이후, 부처님의 생애를 영상작품화 한 「붓다 석가모니」10부작을 완성하여 전법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저서를 출간하였다.
•저서
‐ 룸비니에서 구시나가라까지 불광출판부)
‐ 은혜 속의 주인일세 불광출판부)
‐ 우리도 부처님같이 불일출판사)
‐ 초기불교개척사 도서출판 도피안사)
‐ 붓다의 대중견성운동 도서출판 도피안사)
‐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 학위논문) 민족사)
‐화엄코리아 동쪽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