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여섯의 여인, 남편이 있었고 여덟 살배기 아들과 일곱 살배기 딸이 있었다. 치과의사였던 남편이 어느 날 병원에 든 강도에게 봉변을 당해 운명을 달리했다.
『아빠, 저희는요』는 그렇게 남겨진 여인이 두 아이와 함께 지내온 시간 15년, 그 시간들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이한열기념관 관장인 이경란 씨.
하지만 이 책은 남편 혹은 아빠가 없어서 아쉽고 안타까웠던 시간들에 대한 눈물의 기록만은 아니다. 엄마는 오래 슬픔에 젖어 있기보다 털고 일어나 아이들과 행복하려고 노력했다. 아빠와 함께 네 식구가 해왔던 것들, 계획했던 것들을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면서 살았다. 함께 자전거 타기, 남편 치대 선후배 모임 참석, 가족이 함께 뉴질랜드에서 살아 보기……
남자와 여자의 성 역할에 대한 고민, 좋은 부모란 대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숙고, 한부모가정의 가족에게 다가왔던 문제들이 그이가 경험한 그대로 진솔하게 보인다.
15년의 시간 동안 아이들은 자랐고, 청소년기를 거쳤고, 차츰 엄마를 떠나 자신들만의 세계로 가고 있다. 그간의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 묶어 먼저 간 남편에게도, 자신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하나의 매듭을 짓고자 한다.
이경란
삽십대 중반, 별안간 남편을 잃었다. 남편의 치과에 강도가 들어 그리되었다. 고등학교 역사 교사 일을 접은 지 얼마 되지 않던 때였다. 많이 아팠으나 아이들이 어려 느낄 겨를이 없었다. 햇볕, 바람, 사람들과 함께 두 아이를 키웠다. 아니, 저절로 컸는지도 모른다. 수지침과 요가로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돌보고, 동양 고전을 읽으며 자신을 돌본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떠난 사람 이한열, 그런 인연에 끌려서인지 현재 이한열기념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여는 글 …… 4
낯섦(2001~2003년) …… 9
낯선 곳(2004~2005년) …… 85
익숙한 곳도 낯설게(2006~2009년) …… 127
낯선 곳도 익숙하게(2010~20013년) …… 197
낯섦도 익숙함도 없이(2014~2017년) …… 281
닫는 글 …… 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