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중문화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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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저자
프리다 칼로
출판사
비엠케이(BMK)
발행일
2016.06.08
정가
18,000 원
ISBN
9791195541522|
판형
157*240
면수
300 쪽
도서상태
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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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최고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의 일기장, 책으로 만나다

   
육체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
그녀의 내밀한 열정과 사랑 이야기.


1995년에 발견된 멕시코 최고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의 일기장 일부가 2016년 5월 28일부터 8월 28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프리다 칼로&디에고 리베라》展의 한 섹션에서 전시된다. 일기장의 전문은 이번 전시를 기념하며 도서출판BMK에서 새로이 출간한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프리다 칼로 지음/안진옥 옮기고 엮음)를 통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의 예술혼과 무의식을 더 깊이 있게 만나볼 수 있다








   

저자

프리다 칼로

멕시코를 대표하는 여성 화가. 1907년 멕시코 혁명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는 소아마비를 앓았다. 교통사고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멕시코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이자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의 문란한 사생활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고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옮기고 엮은이 

안진옥

스페인, 라틴 미술 전문 기획자로, 갤러리 반디트라소/반디트라소 라틴 커뮤니케이션의 대표이다. 아르헨티나에서 박물학과 문화 기획학을 전공하였으며, 한국중남미협회, 한아협회를 통해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문화교류에 힘써왔다. 2002년부터는 ‘월드컵 2002 국제 깃발 페스티발’의 중남미 미술 커미셔너를 시작으로 ‘라틴아메리카 거장展’(덕수미술관, 2008), ‘세계미술거장-인상파에서 팝아트까지 판화로의 여행展’(세종문화회관, 2008), ‘페르난도 보테로展’(덕수궁 미술관, 2009), ‘태양의 아들, 잉카展’(국립중앙박물관, 2009), 옵-키네틱아트의 거장 ‘크루즈 디에즈展’(세종문화회관 꿈의숲 아트센터, 2011),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展’[전북도립미술관(2012), 제주도립미술관(2013)], ‘모니카와 떠나는 세계명화여행展’(경기도미술관, 2015), ‘피카소에서 프란시스 베이컨까지展’(예술의 전당, 2015), 그리고 2016년에는 ‘프리다 칼로展’(예술의 전당)까지 국내의 라틴 미술 전시 기획자로써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목차


INTRODUCTION 서문 4

DIARY 일기 15

CHRONOLOGY 연보 295

SELECTED BIBLIOGRAPHY 참고문헌 300







 일기장 첫 장에 봉헌된 아홉 살의 프리다, 그리고 프리다

일기장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적는다는 특성을 가진 만큼,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프리다 칼로의 진솔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다. 행여 누가 볼까 암호를 써 가며 감추어둔 일기장에는 때로는 부유하는 무의식으로, 상상으로 만들어낸 신화로, 손 가는 대로 끄적인 그림으로 그녀의 예술혼이 나타난다. 그런 만큼 그녀의 일기장은 프리다 칼로라는 화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프리다 칼로의 일기장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요소들을 손꼽자면 그녀가 인생 전반부에 걸쳐서 겪어야 했던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물론이고,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는 아즈텍 문명의 상징들뿐만 아니라 연인 디에고 리베라에 대한 사랑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디에고를 향한 사랑은 너무도 절절해서 디에고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일기장을 읽으면 그를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  

프리다 칼로가 37세였던 1944년부터 세상을 떠난 1954년까지 썼던 일기장은 1916년, 잠든 모습처럼 찍힌 9살의 자신을 봉헌하듯 배치한 데서 시작된다. 사진 속의 프리다는 앞으로 다가올 힘겨운 운명을 예견이라도 한 듯, 조용히 눈을 감고 정원 바닥에 누워 있다. 이후 47년의 인생에서 서른두 번의 수술과 세 번의 유산, 그리고 연인 디에고의 지속적인 외도에 영혼을 찢기는 상처를 입게 된다. 그녀의 아픈 인생은 자화상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는데, 여기엔 멕시코의 고대 아즈텍 문명의 계승자로서의 정체성 또한 중요한 요소를 이루고 있다.  



프리다 칼로의 예술 혼과 나누는 대화

인생은 마치 프리다를 예술가로 만들기 위해 혹독하게 매질을 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상처 입혔다. 넘어질 때도 있었지만 그녀는 삶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예술혼이었다. 프리다 칼로의 일기장 전문은 라틴 미술 전문 기획가이자 갤러리 반디 트라소의 대표 안진옥이 옮기고 엮었으며, 독자가 프리다 칼로의 예술혼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상징물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는 각종 대형 서점은 물론 현재 《프리다 칼로&디에고 리베라》展 전시가 진행 중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의 뮤지엄샵에서도 만날 수 있다.  

책의 71페이지를 보면 ‘태양을 향한 춤’이라는 글귀와 함께 사방에서 춤을 추고 있는 온갖 동물들과 하단에 자리한 종교 의식을 치르는 아즈텍인들이 보인다. 중앙에는 두 마리의 털 없는 이츠쿠인틀리 개가 있는데, 아즈텍 문명에서 죽음을 상징하는 신 솔로틀과 연관이 있다. 솔로틀은 그녀의 일기장 전역에 등장하는데, 몸이 아파 그 누구보다도 죽음과 가까이 있었던 프리다 칼로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203페이지에는 아즈텍 문명의 고문서에 자주 등장하는 태양과 달 등의 상징이, 태양 왼편에는 테오티우아칸이라 불리는 아즈텍 문명의 피라미드가 자리하고 있다. 중앙에는 멕시코의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이 등장하는데, 그 밑에 “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태양과 달의 중심, 즉 음양의 조화가 바로 자신인가에 대한 자문으로, 오른팔에서 솟구치는 보라색과 검은색은 창조의 힘과 그에 수반되는 창작의 고통을 나타내고 있다.

  일기장이 프리다 칼로의 것인 만큼, 일기의 주제가 자기 자신이 될 때도 많았다. 77페이지에 등장하는 한 여인은 기둥 위에 허리가 걸쳐 있고, 한쪽 다리가 없으며, 팔과 손, 얼굴 등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다. 고독이 깊게 묻어나는 얼굴은 자신의 처참히 부서진 육체에 대해 무력하게 체념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림의 바로 위에는 “나는 붕괴 자체이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데, 부상으로 인한 프리다 칼로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녀는 이 그림의 복사본을 만들어 따로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때로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작품들에 대한 근간이 되는 스케치나 후일담을 적기도 했다. 153페이지는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두 명의 프리다>의 창작 노트이다. 작품에는 말 그대로 두 명의 프리다가 함께 손을 잡고 앉아 있는데, 한 사람은 실제의 그녀이고 다른 한 사람은 상상 속의 프리다이다. 일기장에 의하면 여섯 살 즈음 상상 속의 친구를 만들었고, 그녀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 어린 프리다는 특별한 길을 지나야 했다고 한다. 둘만이 존재하는 세계는 행복했고, 완벽했다. 34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상상 속의 프리다는 서서히 잊혀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존재는 언제나 프리다의 무의식과 함께였고, 이윽고 외로움에 지친 프리다는 다시 상상 속의 친구와 재회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의 일기장에는 드물게 실제 작품의 기반이 되는 스케치가 보이기도 하는데, 139페이지에 그려진 그림이 바로 <우주, 대지(멕시코), 나, 디에고,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이다. 단순한 스케치였던 이 그림은 실제 작품에서 많은 상징과 결합되었는데, 상단에 우주의 기를 상징하는 태양과 달을 넣어 아즈텍의 음양 사상을 나타내고,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디에고는 프리다에게 안겨 있다. 그리고 이들을 아즈텍 신화에 나오는 땅의 신 시우아코아틀이 안고 있다. 그녀는 생식과 출산을 상징하는데, 이들 옆에는 개가 한 마리 그려져 있다. 이 개가 바로 아즈텍 신화에서 죽음을 상징하는 신 솔로틀이다. 삶과 죽음이 모두 조화를 이루는 그곳의 중심에, 디에고와 프리다가 있다. 프리다가 디에고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사랑! 그것은 프리다 칼로가 평생에 걸쳐 행했던 디에고를 향한 단 하나의 진심이었다. 프리다 칼로의 무의식 그 자체인 그녀의 일기장에는 이를 증명하듯 곳곳에 “DIEGO”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특히 146페이지에는 그의 이름 하단에 “나는 혼자예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어 디에고에 대한 사랑이 큰 만큼 더욱 짙어지는 그녀의 외로움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54페이지에는 디에고에게서 선물 받은 초콜릿 상자가 그려져 있는데, 1945년 7월 13일에 그려진 그림에는 디에고와 프리다의 예술적 관계를 상징하는 조색단과 발색단이 언급된다. 이는 음양과 관련된 아즈텍 전통 사상과 연관된다.  

상자에는 “Xocolatl”이라는 글자는 초콜릿(Chocolate) 대신 표기되었는데, 쇼콜라틀은 아즈텍 문명의 종교의식 중 봉헌용으로 쓰였던 쓰디쓴 신의 음료였다. 후에 스페인에 점령당한 후, 쇼콜라틀은 초콜릿이 되었다. 사랑의 선물임에도 쓰디쓴 쇼콜라틀을 떠올렸던 프리다 칼로. 초콜릿 상자 주위를 감싼 마른 나뭇가지에서 디에고에 대한 사랑의 힘겨움이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