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그리고 술과 낭만에 대하여
3인 아나운서가 말하는 아나운서 세계의 근현대사!
방송을 통해 만나는 아나운서들의 모습은 언제나 단정하고, 언행은 항시 옳다. 그렇다면 화면 뒤, 일상에서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3인 아나운서 이야기』는 아나운서들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 이규항, 김승한, 이장우 아나운서가 말하는 현실 속 아나운서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다. 서열로 조직원을 줄 세우기 위해 아나운서 족보를 만든 사연, 공군 수송기를 타고 제주도로 야유회를 다녀온 사연 등 KBS에 재직할 당시, 그 속에서 일어났던 흥미진진하고 기막힌 이야기들을 아나운서 특유의 입담으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저자 이세진
1944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났다. 1967년 KBS서울중앙방송국 아나운서로 방송에 입문하여 36년간 활동을 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종합 진행과 야구, 유도, 육상, 체조, 수영 등 다종목 스포츠 중계 캐스터로 활약했다. 특히 야구와 유도 중계에 있어 명스포츠캐스터로 꼽힌다. 1TV「일요일 아침입니다」와 1라디오 「오후의 교차로」등 진행자로 활약을 했다. 마이크 앞에, 카메라 앞에 서는 자세로 일상에 임하며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것이 삶의 모토이다. 아나운서 세계에서 선후배 잘 챙기는 따듯한 사람, 겸손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저자 이계진
1946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군 입대 전 1년간 고향에서 국어 교사로 일했다. 1973년 한국방송공사 공채 1기 아나운서로 방송에 입문하여 30년 간 활동을 했다. 평생 이상으로 삼고 있는 선비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하여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재선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했다. 지금은 ‘장미꽃 손자’를 사랑하는 할아버지로, 주말농부로 살고 있다.
저서로는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딸꾹!』, 『사랑을 주고 갈 수만 있다면』, 『남자도 가끔은 옛사랑이 그립다』, 『정말, 경찰을 부를까?』, 『이계진이 쓴 바보화가 한인현 이야기』, 『이계진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주말농부 이계진의 산촌일기』등의 수필집과 소설『솔베이지의 노래』가 있다. 『아나운서 되기』는 아나운서 지망생뿐만 아니라 많은 방송인들이 방송 언어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책을 펴내며
감사 인사
프롤로그적 인물론
3인의 낭만객
첫 만남
두 번째 만남
아호
원칙과 사랑으로 지켜 낸 아나운서실
아나운서와 ‘끼’ ― 아나운서실의 시련사
과유불급
사막에 핀 꽃 남초 이정부
올드 스파이스
카페 ‘롯사’의 추억
3인 아나운서 명정기
두 사람 없는 자리 ― 눈초 이규항 편
뒤돌아본 세월 ― “어련하시겠어?”
두 사람 없는 자리 ― 동선 김승한 편
두 사람 없는 자리 ― 백하 이장우 편
방송뿐 아니라 술도 멋도 인생까지도 가르쳐 주셨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3실장과 노래방에 가다
한 시대를 풍미한 3인 아나운서
그러나 결코 혼자 정상에 서지 않았던 그들이 들려주는
방송 그리고 술과 낭만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은 어떤 책일까? 후배 아나운서들에게 사표師表 같은 아나운서 3인 ― 이규항ㆍ김승한ㆍ이장우 ― 의 각별한 방송 사랑에 대한 기록이며 명정기酩酊記이다. 또한 방송뿐 아니라 인생까지도 가르쳐 준 아나운서 선배에 대한 후배들의 아름다운 헌정이다. 아나운서들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 3인 아나운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아나운서 세계의 근현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비망록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정통의 큰 아나운서 3인의 입을 통해 들어본 아나운서 세계의 야사野史인데 그 속내는 근대 아나운서계의 正史이다. 비유하자면 김부식의『삼국사기』가 아닌 일연의『삼국유사』인 셈이지만『삼국사기』의 의미도 없지 않다.”라고 이 책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방송을 통해 만나는 아나운서들의 모습은 언제나 단정하고, 그들의 언행은 항시 옳다. 화면 뒤, 일상에서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항상 정직한 사람이며,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일까? 정글 같은 직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그들은 어떤 동료이고, 어떤 선후배였을까? 이 책에서는 현실 속 아나운서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서열로 조직원을 줄 세우기 위해 아나운서 족보를 만들고, 공군 수송기를 타고 제주도로 야유회를 다녀오기도 하지만 태아 때 이미 1호봉이었던 낙하산 인사 앞에서는 포식자 앞에 쫓기는 슬픈 양떼가 되기도 한다. 미수교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조선어 방송원들이 평양 아나운서들의 어투로 방송을 하고 있을 때 그들의 방송 언어를 서울식으로 바꿔보자며 비공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비화도 공개하고 있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나운서가 있을 정도로 힘든 시절이었지만 방송에 대한 열망 하나로 현실의 고단함을 견뎠으며, 서로의 온기가 있어 살만했다고 회고하는 원로 아나운서들! 웬만한 술꾼이면 거의 모두가 술값으로 시계를 맡겨야 했던 시절! MBC 라디오 연속극 주제가를 현역 KBS 아나운서가 불렀던 시절! 여유와 낭만이 있던 시절! 그 시절의 이야기들은 사람의 향기를 전한다.
주인공 3인과 저자들이 재직할 당시의 KBS를 누군가는 ‘여우 농장’에 비유했고 그 속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흥미진진한『삼국지』를 맹물로 만들기도 했으며,『삼국지』에도 없는 인물들이 그려 내는 기막힌 일들을 저자들은 아나운서 특유의 입담으로 들려주고 있다.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주인공 3인의 명정酩酊 이야기다.
당신에게 이런 선배가 있는가?
당신에게 이런 후배가 있는가?
직장 동료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직장을 떠나는 순간 대개는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닌 과거의 인연이 되고 만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인 3인 아나운서와 저자들은 예외다. 3인 아나운서들은 서로를 동료로 만나 함께한 지 반세기가 지났으며 저자들과 3인 아나운서들은 선후배로 만난 지 마흔 성상이 지났다. 그들을 선후배라는 인연의 끈으로 묶어 준 직장을 정년으로 떠난 지도 어느새 20여 년! 하지만 지금 초로의 후배들은 아직도 그 시절의 노선배들을 흠모하고, 노년의 선배들은 아직도 변함없이 후배들을 사랑한다! 이런 그들의 이야기는 사람의 도리와 사람의 관계에 대해 성찰해 보게 한다. 이것이 이 책이 지니는 가치이다. 더불어 무한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들과 생존 경쟁에 내몰린 직장인에게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 정글에 핀 꽃을 바라보는 기쁨을 이 책은 선사할 것이다. 인생의 오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하는 남성들에게 해법의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 책속으로
- 선배들과 같은 마이크 앞에 섰던 기막힌 인연으로 ‘후배’인 우리는 세월이 흘러 그분들이 이 세상에 없는 날에 문득 보고 싶고 그리울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현듯 마음이 급해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지체하면 늦는다는 듯 그분들이 우리 곁에 있을 때, 우리 곁을 떠나기 전에 술잔을 앞에 놓고 그 술잔을 기울이며 들어야 할 이야기가 참으로 많을 것 같다며 함께 의기를 모았다. 그리고 그분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 기록했다. (19페이지)
- 아나운서 족보에 대해 말하자. 아나운서들에게 무슨 족보가 있을까? 게다가 ‘방송 문화재급’이라니? KBS가 남산에 있을 때부터 아나운서실 동쪽 벽면에는 ‘서울중앙방송국 아나운서실을 빛낸 사람들’이라는 단아한 족자 하나가 걸려 있다. 그 족자에는 JDOK 경성방송 시절 아나운서를 했던 이옥경 아나운서 이름을 시작으로 당시 서울중앙방송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나운서들의 이름이 전부 적혀 있다.…서울중앙방송국의 문화재급 족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40페이지)
- “KBS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장이며 아나운서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다!” 다분히 자조와 자긍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대체로 대한민국의 아나운서들은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편이다.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선망의 대상이기 때문에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질시의 바람은 멀리서 불어오기보다는 가까이에서 불어왔다. 그 바람은 시시때때로 아나운서 조직 근간을 흔든다. (66페이지)
- ‘여의도’라는 ‘섬’은 KBS가 남산 시대를 마감하고 1976년 새로운 시대를 연 곳이다. 1980년…… 군 출신 통치자들이 작전하듯 감행한 ‘통폐합’이라는 언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한곳으로 모인 곳이다.…… 돌아보면 벌써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통폐합의 유랑민이 된 아나운서들은 이후 그 여의도에서 젊은 시절 대부분을 보낸 셈이다. 그 결과 많은 아나운서들의 가슴 속에는 방송의 새로운 역사와 술과 우정과 낭만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114페이지)
- 종이편지가 사라져 가는 디지털 세상에 아직도 정성스런 만년필 글씨로 시를 적어 보내 주시는 선배가 있는 세상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 그 시를 감상하기 위해 화선지에 써서 술집 벽에 붙여 놓고 취흥에 그 시를 낭송하며 술을 먹는 낭만이 요즘 세상에 어디 그리 흔할까. (127페이지)
- 3실장은 인천 장기범 선배님의 품격 있는 목소리와 인간미가 느껴지는 방송을 좋아하다가 아나운서가 되었을 것이다. 아나운서가 된 다음에는 선배님의 꼿꼿한 마음을 좋아했고, 선배님의 올곧은 처세를 좋아했고, 선배님의 교양을 흠모했고, 선배님의 상식적인 삶을 사랑했고, 선배님의 국어 사랑을 좋아했고, 선배님의 후배 사랑을 좋아했고, 따라갈 수 없는 선배님의 주량조차 흉내 내고 싶어 하며 선배님의 가난한 삶을 슬퍼했다. (135페이지)
- 명정酩酊의 붕우 3인은 좋은 것이 있으면 서로 찾아 권하고, 좋은 일이 있으면 내 일처럼 기뻐하며 맛있는 것이 있으면 서로 못 권하여 늘 조바심이다. 그러나 3인 각자에게는 뚜렷한 개성이 있어 마구 넘나들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변치 않으려고 배려에 세심하니 더 좋아하는 주종과 더 즐기는 음식, 반대로 싫어하는 음식, 싫어하는 분위기까지 알아서 지켜 준다. (154페이지)
- 그 시절에는 두 부류의 아나운서가 있으니 애당초 시계가 없는 아나운서와 시계가 있기는 하지만 술값으로 잡혔거나 통금 때문에 여관에 맡긴 아나운서로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 “어떻게 아나운서가 시계가 없습니까?” 장기범 아나운서는 말씀만 한 것이 아니라 시계를 하나 사 줬다. 그런데…… 손목시계가 없는 아나운서들끼리 키득거리며 했던 유행어가 있었으니 “어떻게 아나운서가 시계가 없습니까?”이었다. 그 역시 ‘낭만시대’에 있던 풍경의 하나이다. (167페이지)
- 아나운서 모집 시험 심사위원으로 ‘비아나운서’가 참여하기 시작하다 보니 여기도 서운하고, 저기도 섭섭하다며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군부의 힘이 막강하던 시절이라서 그런지 ‘KBS 예비군 중대장’이 심사위원으로 들어온 적도 있었다. 이건 좀 심했다. 분명 코미디였다. (177페이지)
- 근무 시간에만 그렇게 열심히 성실하게 뉴스를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김승한 실장은 ‘아나운서 일생’ 변함없이 ‘뉴스 낭독 연습’을 했는데 평소에도 보도국 편집부에 묶음으로 처리해 놓은 ‘묵은 뉴스’ 원고철을 한 묶음 집에 가져다 놓고는 식구들이 잠든 깊은 밤에 혼자 앉아 생방송하듯 뉴스 낭독 연습을 했다고 한다. 지금 어느 신인 아나운서가 그런 열정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을까? 전국에 또 한 사람쯤 있을까? (204페이지)
- 좋은 아나운서란…… 지성과 인성을 겸비한 가슴 따듯한 아나운서!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할 것인가. (225페이지)
- 푸른 시절, 남산에서 시작해 여의도까지 이어진 그분들의 방송 일생 중에서 방송과 술과 낭만으로 모자이크된 아름다운 풍경화는 광란에 가까운 정열로 현란하고 또 대단하지 않았던가? 아, 그 모습은 간데없고 오늘 밤 노래 부르는 모습이 빛바랜 풍경화처럼 보이기 시작하니……. (25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