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울 때 나는 산으로 간다
참된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하기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자연이 있고, 의미가 깊은 25곳의 사찰과 암자와 옛 절터를 골라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늘 사람에 치이며 살지만 외로운 도시 사람들에게, 인적 없는 산중에서 오히려 더 진정한 사람의 내음을 느낄 수 있도록 글을 썼다.
또한 정확하지만 차가운 사진보다 따뜻하고 보는 이의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상상의 공간을 우리에게 마련해주는 일러스트를 수록했다.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김시훈의 일러스트 100여점은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더해준다. 그저 일상사 때문에 힘들고 머리 복잡할 때 문득 찾아가서 나만의 방식으로 느끼고 감상하고 생각해보길 권하는 저자의 뜻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 권중서
경북 풍기 출생.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였다. 문화학자 작가 방송인으로, 한국문화해설전문가로 활동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1993년부터 ‘문화사랑 걸망메고’를 운영하여 한국문화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현재 조계종 전문포교사, 법무부 교정위원, (사)한국국가상징디자인연구협 회이사, 사회복지법인 길벗아이 이사, 불교미술 강사 등으로 여러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불교미술의 해학』,『사찰의 문과 다리』,『한국 용의 원형과 변용(공저)』등이 있다. 특히『불교미술의 해학』은 불교출판문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buddhaya1@hanmail.net
그림 : 김시훈
서울 출생.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페인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니클로, 티머니 등 여러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해왔고, 2009년 스폰지 개인전을 비롯 여러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현재 에스콰이어, 나일론, 데이즈드컨퓨즈 등 패션 매거진과 브랜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는 한편, 새롭게 파인아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낙오자와 희망 없는 이들의 '포기'라는 공허의 에너지가 역설적이게도 그 '포기'로부터 다시 출발할 있는 에너지로 치환됨을 주제로 작업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제는 작업의 공통된 출발점일 뿐이다. 김시훈은 그림의 가장 원초적이며 궁극적인 목적인 시각적 화학작용, 즉 내적 감정을 외적으로 표현하는 형태적 미학을 추구한다
http://blog.naver.com/jjonaeggu
jjonaeggu@naver.com
1장 그래도 사랑뿐이다
서울의 길상사/ 백석을 사랑한 여인
남원의 만복사지/ 천년 사랑이 시작되는 곳
경산의 환성사/ 이곳에서 연리지를 꿈꾼다
영주의 부석사/ 이루지 못해 더 아름다운 사랑
안동의 봉정사와 영산암/ 사랑, 천년의 시공을 넘다
경주의 분황사/ 원효가 요석공주에게 간 까닭은
제주의 불탑사/ 이어도의 말 못할 그리움을 품다
2장 완벽한 고독을 누리다
구례의 사성암/ 생각의 경계를 넘는다
서산의 개심사/ 지혜의 칼을 찾아서
부안의 내소사/ 혼자임을 만끽한다
고창의 선운사/ 눈물처럼 후두둑 꽃이 지는 곳
순천의 선암사/ 차 한 잔에 시리도록 푸른 눈 들어오고
해남의 미황사와 도솔암/ 땅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생각한다
봉화의 청량사/ 퇴계가 감추어 두고 싶어했던 곳
영암의 도갑사와 용암사지/ 달이 뜨는 산
영주의 초암과 성혈사/ 은혜 갚을 길 없어 오직 깊이 생각할 뿐
3장 산중에서 길을 묻다
서산의 천장암/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안성의 칠장사/ 아라한이 된 일곱 도적들
화성의 용주사/ 아버지 기리는 마음, 정조를 생각한다
구례의 화엄사와 구층암/ 비굴하게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
여수의 흥국사/ 나라를 생각한다
안동의 광흥사/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눕는다
광주의 증심사와 규봉암/ 그곳엔 언제나 부처님이 계신다, 무등등하게
양양의 낙산사/ 나는 할 말 있다
마치며
인제의 백담사와 봉정암/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부록 책에 소개된 산사의 주소
일러스트와 함께 떠나는 산사로의 여정
자야(김영한)가 죽기 열흘 전 기운 없이 누워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대.
“1천억 원의 재산을 내놓고 후회되지 않으세요?”
“무슨 후회?’
“그 사람 생각을 언제 많이 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데 때가 있나?”(본문 길상사 편 중에서)
사찰과 암자 25곳을 소개하는 책 〈스님, 계십니까〉를 여는 첫 장의 제목이 “그래도 사랑뿐이다”라니, 그것도 절에 얽힌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이다. 북으로 간 시인 백석을 평생 기다리며 살아 온 김영한이 1천억원대의 요정 대원각을 염주 하나와 맞바꾸어 탄생하게 된 ‘길상사(서울)’, 대담한 성적 묘사가 조각되어 있는 환성사 대웅전의 수미단 등이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이야기 등과 더불어 1장에 소개되어 있다. 왜 사랑 이야기로 사찰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했을까?
시험공부 하듯 문화 유적 안내판을 외우는 것 말고, 깊은 공부가 필요한 어려운 화두에 매달리는 방식 말고, 그저 일상사 때문에 힘들고 머리 복잡할 때 문득 찾아가서 나만의 방식으로 느끼고 감상하고 생각해보길 권하는 저자의 뜻을 책을 읽다 보면 느낄 수 있다. 너무도 흔하지만 누구도 피해가지 못할 사랑이란 주제로 책을 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절이 있고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고 절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공부 하듯 절을 찾지 말고, 나를 돌아보고 다시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만들라는 말이다.
주목 받는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김시훈의 일러스트를 100개 넘게 곁들인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사진은 정확하지만 차갑다. 그에 비해 일러스트는 따뜻하고 보는 이의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상상의 공간을 우리에게 마련해준다. 글 작가와 뜻이 통하였는지, 일러스트레이터 역시 자신의 시선과 느낌에 따라 자유롭게 그렸다. 때로는 부처님은 한 컷도 없이 절 한 켠에서 태평하게 졸고 있는 개가 주인공으로 지면을 차지하고 있는 꼭지도 있다.
저자는 참된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하기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자연이 있고, 의미가 깊은 25곳의 사찰과 암자와 옛 절터를 골랐다. 늘 사람에 치이며 살지만 외로운 도시 사람들에게, 인적 없는 산중에서 오히려 더 진정한 사람의 내음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래서 이름난 문화재가 없이 흔적만 남아 있는 옛 절터라도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가 있다면 포함시켰다.
“쉽게 무량수전의 건축적인 아름다움을 알려면 석등 앞에 서서 두 팔을 벌려 무량수전을 가슴에 안아 보아야 한다.”(56쪽), “(화엄사 요사채의) 기둥으로는 절대로 안될 것 같은 모과나무, 쓸모 없다고 생각한 것을 아름답게 살려낸 통쾌한 발상의 전환(278쪽)” 등 오랫동안 불교미술을 공부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찰과 불교 문화를 소개해온 저자만의 감상법도 놓칠 수 없는 이 책의 보너스이다.
대한민국 사람들만큼 산을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다. 거의 모든 산에는 크든 작든 사찰이 있다. 그래서 사찰을 안 가본 대한민국 사람들은 드물다. 여기에 약간의 관심을 더하고, 관점을 바꾸어보자. 이 사찰은 언제 누가 창건했고, 국보나 보물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지 않아도, 아니 오히려 그런 것을 외우려는 욕심을 버려야 진정으로 풍요로운 여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