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흐르는 강』은 저자 성영소가 자신이 쓴 82편의 시를 모아 엮은 책이다. 바쁘고 숨차게 젊은날을 보낸 그가 이제 고희를 맞아 조용히 삶을 돌아보며 오랫동안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조용하게 들려준다.
저자 성영소는 한국외국어대학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주식회사 쌍용에서 일한 뒤 주한 에콰도르공화국 명예부영사를 지냈다. 한국전기통신공사(KT) 부사장,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이사장, 정보통신정책 심의위원, 한국통신문화재단 이사장,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한국보이스카우트연맹 무궁화 은장과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그리움 9/ 웃음 10/ 당신 11/ 들꽃 12/ 첫눈 13/ 외롭거든 그대 14/ 제주 스케치 15/ 제주의 눈 17/
제주의 달빛 18/ 한 그루 나무로 19/ 보석 이야기 20/ 제주에 가면 22/ 나 죽거든 23/ 배우 26/
비빔밥 27/ 시냇물 29/ 나무 31/ 허무의 노래 32/ 후회 34/ 구정 36/ 짝사랑 37/ 아내 38/ 삶 4 39/
담에는 40/ 육신 41/ 내 마음에 흐르는 강 42/ 이름 44/ 유모차 45/ 세월 47/ 자화상 48/ 쳇바퀴 49/
시간 50/ 어머니 51/ 어머니 2 52/ 너 53/ 문자 54/ 바다 55/ 도시의 달 56/ 눈 57/ 친구 59/ 청보리 60/ 도시의 겨울 61/ 편지 62/ 늙은이의 기도 63/ 별 65/ 수갑 66/ 시계 67/ 落照 68/ 노래 70/
들풀은 죽지 않는다 71/ 사랑 72/ 빗방울 73/ 3월, 도시의 저녁 74/ 오랑캐꽃 75/ 녹두장군 77/ 無題 79/ 단풍 예찬 80/ 가을의 기도 81/ 낮달 83/ 제주의 밤하늘 84/ 때늦은 후회 85/ 기도 86/ 사랑 2 87/ 바다 2 88/ 단풍 89/ 생각 90/ 누군가는 91/ 눈꽃 92/ 삶 93/ 삶 2 94/ 삶 3 95/ 도박꾼 96/ 대나무 97/ 갈대와 억새 98/ 억새 예찬 99/ 섬진강 은어 100/ 눈길 102/ 외로움 103/ 하얀 목련 104/ 아날로그 105/ 당신 2 106/ 두물머리에서 107
대한민국에서 치열한 청년기와 장년기를 보낸 남성들이 은퇴 후에 하고 싶은 것 가운데 하나가 놀랍게도 “글쓰기”라고 한다. 꽉 짜인 시간과 규칙, 약속들 속에서 한 번도 내 목소리로 내 느낌을 자유로이 표현해보지 못한 애환이라고 해야 할까? 자신이 쓴 82편의 시를 모아 《내 마음에 흐르는 강》이라는 시집을 낸 성영소 씨 역시 그렇게 바쁘고 숨차게 젊은날을 보낸 사람이다. 그가 이제 고희를 맞아 조용히 삶을 돌아보며 오랫동안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조용하게 들려준다.
성영소씨는 1943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동아일보에서 사회 첫 발을 내딛은 그는 사회부 기자시절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와 김신조 사건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 보도하였고, 외신부 기자 시절에는 월남전 휴전과 美中共 수교와 같은 역사적 사건을 텔레타이프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그러나 10월 유신과 동아광고 사태를 겪으면서 동료기자들이 심야에 무참하게 끌려 나가는 것을 보고 깊은 좌절을 느껴 10년간의 기자생활을 접었다. 주식회사 쌍용의 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이후 한국전기통신공사(KT) 부사장,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이사장, 정보통신정책 심의위원, 한국통신문화재단 이사장,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무역, 자동차, 통신, 방송 등 사기업과 공기업을 두루 거치면서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올랐다.
멀리 아프리카 가봉에 나가 근무하기도 하고 외국 영사, 문화재단 이사장, 재벌 회장의 비서실장 등의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동분서주하며 전문경영인으로 살아오던 그가 그래도 잊지 못했던 것은 어릴 적의 꿈, 바로 “시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문학소년들이 다 그렇듯 시인의 꿈을 가슴에 담고 교지와 지방지 등에 기고를 해 본 적은 있지만 지난 50여 년간 시와는 담을 쌓고 살아 왔기에 신춘문예에 당선된 적도 없고 추천 받아 등단한 적도 없다. 그러던 그가 다시 시를 쓰게 된 것은 젊음 사랑 정, 이런 것들의 소중함을 모르고 흘러간 세월들이 가슴 아파서라고 한다. 시집 처음에 실은 ‘그리움’에서처럼 그는 ‘잎보다 먼저 피었다가 가버린 복사꽃’ 같은 젊음을 아쉬워하고 있는 것이다. 시 쓰기는 어렵다고들 한다. 현대시는 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읽기조차 난해하다. 그러나 그의 시는 보통 사람들의 사는 얘기들을 담은 것이다. ‘아내’ ‘어머니’ 손자들에 대한 ‘짝사랑’ 할머니의 ‘유모차’ ‘늙은이의 기도’ ‘구정’ 등 과 같이 우리의 삶에서 빚어낸 연민과 사랑의 시들이다.
고희에 이른 그의 시는 어쩔 수 없이 늙은이의 고독과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도 다룬다. ‘자화상’에서 그는 ‘산채로 미라가 되어가는 잔인한 세월’에 대해 탄식한다. ‘나 죽거든’과 ‘두물머리에서’ ‘육신’과 삶의 연작시들에서는 삶에 대한 관조가 깊이 있게 드러난다. ‘눈길’ ‘들꽃’ ‘들풀은 죽지 않는다’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격려의 글들이다. 이 밖에도 그의 시집에서는 자연, 사랑, 은퇴 후 그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제주 등이 주요한 시의 소재들이 되어 있다. 그러나 다양한 시제(詩題)들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에서는 한결같이 사람의 냄새가 난다. 체험으로 우러나온 삶의 노래들이다. 그의 시는 난해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아마추어의 시들이지만 그의 시가 우리의 가슴에 친근하면서도 진하게 와 닿는 것은 그 때문이다.그는 ‘우리끼리도 눈길 주지 않는 낮선 세상’(낮달)이 아닌 ‘꼴찌라도 끝까지 다이얼을 돌려주는’(아날로그) 느린 세상을 그리워한다.
작가의 변
어느덧 古稀에 이르러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니 참 가슴이
아픕니다. 젊음, 사랑, 정, 이런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모르고 정말 하찮은 일들로 지난 삶을 메워버렸습니다.
먹먹한 가슴을 어찌할 수 없어 글로 썼습니다. 詩를 좋아하지만
詩作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감히 詩集이라는
이름을 붙여 책으로 내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