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양자의 『그가 꽃을 피워놓고 갔다』. 1994년 문예지 '워싱턴문학' 공모 시부문에 당선되면서 본격적 시 창작 활동을 해온 저자의 첫 번째 시집이다. 삶의 고비마다 부딪치며 느끼고 깨달은 시상을 한 올 한 올 풀어내고 있다. 생활 속에서 맞닥뜨린 감정과 사연을 함께 나누게 된다.
저자 : 박양자
저자 박양자는 제주도에서 나서 자랐고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한 후 공립중고등학교에서 음악교사를 지냈다. 1987년 미국에 이주하여 음악 교육, 지휘, 작곡을 하며 2003년 창작가곡 작곡 발표회를 가졌다. 1994년 『워싱턴문학』 공모 시 부문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시 창작 활동을 시작하였고, 2004년 『문학과의식』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솔뫼한국학교 교장, 워싱턴문인회원으로 있다.
시인의 말
제1부
봄 마당에서
감나무
손
뿌리
쓰레기 수거장에서
갓길에 서다
약수
겨울 엽서
파도니아 로드
새똥
이름을 지우다
추카…푸우
섭지코지
거미
고사목
아버지의 자장가
종유석
제2부
작곡
물고기의 눈물
마른 고사리 삶다가
겨울나무
어머니의 털모자
햇고춧가루
냉장 서랍에 봄이
수석水石
대나무 젓가락
세탁기
슬픔 2001, 그 일곱 해 2008
옆집 밤나무
연어
부표 하나
군자란
둥지
미로
제3부
어머니 2
춘자상회
갈잎 하나
그녀의 휠체어
오래된 봉함엽서
어깨
그 변기의 강론
삼베 홑이불
용인 아줌마
산이 된 여자
장구
어머니 3
빙떡
옛집
그가 꽃을 피워놓고 갔다
GOD BLESS YOU!
그리워한다는 것은
제4부
동?꽃
아버지의 상흔
어머니
어항 옆에서
목장갑
새벽
낚시
선인장
족보
쨍
기역 니은 디귿
너에게로
가야금
인사동 골목
여우 목도리
녹나무를 추억하다
참숯
해설
진솔하고 따뜻한 소통의 언어
시집 『그가 꽃을 피워놓고 갔다』는 시인 자신의 족적足跡이자, 첫 시집이라는 점에서 뜻 깊고 그 자체로 하나의 축복이 되어 준다. 그동안 오랜 시적 욕망을 다스리고 갈무리하는 그 의욕과 열정이 무엇보다 장하고 아름답다. 삶의 고비 고비마다 몸소 부딪치며 느끼고 깨달았던 시상詩想을 한 올 한 올 풀어낸 ‘매듭 풀이’가 다름 아닌 박양자의 시편이다.
뜻 깊은 생각을 집약하여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 시 쓰는 일이다. 반드시 운문이나 내재율이란 뼈대를 갖추지 않더라도 압축된 깊은 생각은 시가 되어준다. 뜻 깊고 아름다운 생각은 예외 없이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위로와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서로 다른 설움과 아픔을 안은 채 살아가는 사람에게 시가 위안의 목소리가 되고 삶의 의욕을 돋우어 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주로 시인의 속마음이 독자를 향해 진솔하게 개방될 때 가능하다. 진솔한 언어일수록 소통과 호소력이 크다.
진솔한 언어, 그것이 바로 박양자의 시의 매력이다. 한결같이 비근한 감회를 진솔한 정감으로 토로한다. 수다가 없고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다. 그러면서 일상의 굴곡과 신산辛酸을 보여 준다. 자신의 삶이자 체험 그 자체가 바로 그의 시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고 기도하는 사사로운 시심詩心으로 일관한다. 따로 해석이나 주석이 필요 없다. 독자를 끌려고 현란한 수사나 호들갑스러운 말씨 같은 것도 아예 없다.
물론 그의 시에 미숙하고 잘 다듬어지지 않은 시편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러나 미숙한 작품이라 할지라도 비속성에 오염된 작품은 없다. 그만큼 진정성을 바탕으로 해서 생활 주변의 조그마한 것과 일상의 구석구석을 향해 시안詩眼은 움직인다. 무엇이나 시인의 눈빛을 받으면 사랑이 되고 그리움이 된다.
시집 『그가 꽃을 피워놓고 갔다』에 실린 68편의 시편들이 구작이나 신작 할 것 없이 일관하고 있는 공통점은 사물을 따스한 정다움으로 보는 긍정의 눈길[愛隣]이다. 세계와 사물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가능한 한, 정다운 사랑의 대상으로 보는 ‘화해의 서정’, 바로 그것이다. 「어머니」 등 가족 시는 물론 「물고기의 눈물」 등 환경 시나 생태 시는 말할 것 없고 「목장갑」 「고사목」 등 일상 시편조차 이러한 생명 긍정이 낳은 것이다. 삶에 대한 긍정, 그것이 그의 대표적 구심적 포에지다.
- 박철희(문학평론가·서강대 명예교수) 교수의 '시 해설' 중에서
저자의 말
맑아지기 위해 침묵해야 함을 압니다.
그러나
내 안에 고였던 것
퍼내고, 또 퍼내어도
남아 있는 것들
여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조금씩 흘려보냅니다.
2012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