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불어넣는 여인들
여인의 초상과 누드, 영혼을 넓혀주는 핑크빛 색채!
영감을 불어 넣은 여인들, 예술가의 손으로 재탄생하다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그림 속의 여인 100』. 이 책은 여성의 이중적 아름다움에 심취한 화가들이 열정으로 낳은 작품 100점을 소개한다. 금세기 최고의 미녀 마릴린 먼론의 모습에서부터, 구스타프 클림트의 연인 에밀리에 플뢰게, 일리야 레핀의 베라 레피나 등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명작들을 만나본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림 속 여인들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은 예술사의 기준이 아니라 소장한 박물관이 있는 나라별로 분류하였다.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아 등 유럽 회화의 중심국들은 물론 체코, 헝가리처럼 유럽 회화의 변방국들, 미국과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이러한 미술 작품들을 통해 독자는 그 속에서 역사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다. 조형예술과 회화사 속에서 고대 그리스ㆍ로마 시대, 중세 시대, 르네상스 시대의 여성이 저마다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었는지 엿볼 수 있다. 각 시대를 대변하는 여성 초상화 작품이 내뿜는 시도와 모색을 통해 역사와 미술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촘촘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제시한다. [양장본]
저자 : 롤프 스네이더르님
옮긴이_ 김완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사에서 기획과 번역을 해 왔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국립목포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용기가 필요해!』 『못 말리는 악동들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공연』 『엄마 아빠가 없던 어느 날』 『헬렌 켈러의 위대한 스승 애니 설리번』 『고맙습니다 톰 아저씨』 『가재바위 등대』 『에스더의 싸이언스 데이트』 『하케 씨의 맛있는 가족 일기』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추천의 글 - 여인의 초상, 영혼을 넓혀주는 핑크빛 색채(김종근)
스페인
막스 베크만 <핑크색 점퍼를 입은 크바피> 표현주의 여성 초상화의 대표작
살바도르 달리 <원자 레다> 초현실주의의 뮤즈, 달리의 여인 갈라
프란시스코 호세 데 고야 <옷을 벗은 마하> <옷을 입은 마하> 오늘날까지도 그 정체가 비밀로 남아 있는 에로틱한 스페인 미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원죄 없이 잉태한 성모마리아> 알레고리로 표현한 성모마리아의 잉태
귀도 레니 <아탈란타와 히포메네스> 사랑을 위한 숨 막히는 달리기 시합
틴토레토 <가슴을 드러낸 여인의 초상>시인이자 창녀인 아름다운 베네치아 여인 베로니카 프랑코의 초상화
프랑스
프랑수아 뷔넬/프란스 플로리스 <화장하는 여인> 비밀에 싸인 화가와 모델의 정체
메리 캐사트 <정원에 앉아 뜨개질하는 젊은 여인>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한 인상파 화가의 시선
테오도르 샤세리오 <베누스 아나디오메네> 바다 거품 속에서 탄생한 세속적 감성의 여신
귀스타브 쿠르베 <샘> 여성의 육체를 사실적으로 처리한 화려한 에로티시스트
자크 루이 다비드 <레카미에 부인의 초상> 쉽사리 다가갈 수 없는 살롱계의 전설 레카미에 부인
에드가 드가 <프리마 발레리나> 순간의 움직임에 영원을 부여한 걸작
퐁텐블로파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 독특한 관능미를 풍기는 제스처로 유명한 궁정의 반신 누드
토머스 게인즈버러 <공원에서의 대화> 영국식 정원에서 대화를 나누는 아름다운 한 쌍
폴 고갱 <해변의 타히티 여인> 폴리네시아 여인들을 현대회화의 아이콘으로 바꾸어 놓은 후기 인상파 화가의 대표작
앙리 제르벡스 <롤라> 정숙한 아름다움과 치명적인 관능미를 동시에 지닌 매혹적인 여인
잠피에트리노 <클레오파트라> 코브라의 독으로 자살하는 매력적인 이집트 여왕의 초상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라 그랑드 오달리스크> 19세기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반영한 하렘의 여인
타마라 드 렘피카 <장갑을 낀 젊은 여인> 아르데코의 여왕이 보여 주는 차갑게 빛나는 열정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초상화를 둘러싼 수수께끼
에두아르 마네 <올랭피아> 도덕적 위선을 고발하는 파격적인 누드화
파블로 피카소 <기대어 누운 누드> 인상주의의 전통을 반영한 20세기 거장의 초기 누드화
피에르 퓌비 드 샤반느 <희망> 몽마르트르의 아름다운 소녀에서 초기 모더니즘의 주요 화가로 성장한 쉬잔 발라동
오귀스트 로댕 <베일을 두른 무희> 고독 속으로 빠져드는 살로메의 베일
장 앙투안 와토 <파리스의 심판> 승자인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운 뒷모습
이탈리아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아름다움의 여신으로 그려진 르네상스 최고의 모델
카라바조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막달라 마리아의 모델이 된 로마의 창녀
루카스 크라나흐 <이브> 선악과를 손에 쥔 매력적인 이브의 모습
막스 에른스트 <신부의 의상> 성적 판타지를 표현한 초현실주의의 대표작
베르나르디노 리치니오 <누다> 르네상스 시대 최초의 자유로운 여성 초상화
필리포 리피 <성모자와 두 천사> 성모 그림의 모델이 된 피렌체 수녀와 사랑에 빠진 수도사 화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클레오파트라> 죽음의 순간에 승리를 거둔 이집트 여왕의 아름다움
폼페이 벽화 <미의 세 여신> 불타 버린 도시에서 살아남은 여신들의 초상
라파엘로 산치오 <갈라테이아의 승리> 강하고 육감적인 르네상스 시대의 아름다움
티치아노 베첼리오 <우르비노의 비너스> 이탈리아 회화를 대표하는 걸작의 주인공이 된 벌거벗은 여신
벨기에
장 푸케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 신비감과 세속적 관능미를 지닌 샤를 7세의 정부
페르낭 크노프 <화가의 누이의 초상화> 가까이할 수 없는 마법의 여인
한스 멤링 <시빌라 삼베타> 생각에 잠긴 듯한 우아한 중세 여인
네덜란드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 빛 속에 잠긴 조화로운 시간
독일
프랑수아 부셰 <누워 있는 소녀> 순수하면서도 관능적인 독특한 생명력을 지닌 루이 15세의 정부
로비스 코린트 <목욕 후> 순간 포착의 대가가 그린 육체의 아름다움
폴 델보 <숲의 요정들> 꿈과 욕망을 표현한 여성의 몸
조르조네 <잠자는 비너스>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평온한 얼굴의 여신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모란을 든 소녀> 강렬한 색채의 러시아 표현주의 초상화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모자를 쓴 여인의 누드> 강렬한 색채로 표현된 아름다움
로이 리히텐슈타인 <엠-메이비> 불후의 명성을 얻은 순정 만화의 여자 주인공들
슈테판 로흐너 <장미 정원의 성모> 장엄하고도 온화한 종교 미술의 걸작
클로드 모네 <카미유>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여인
프란츠 폰 슈투크 <죄> 기존 질서에 대항한 도발적인 누드화
스위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잠자는 소녀> 빛의 마법을 포착한 인상주의자
테오 반 리셀베르헤 <이르마 세트의 초상화> 점묘법으로 그려 낸 빛과 색의 향연
오스트리아
조반니 벨리니 <화장하는 젊은 여인> 베네치아 르네상스 전성기에 그려진 세속적인 여신
알브레히트 뒤러 <젊은 베네치아 여인의 초상> 정밀하고 우아한 기법으로 그려진 아름다운 여인
구스타프 클림트 <에밀리에 플뢰게의 초상> 우아하면서도 마술 같은 매력을 지닌 클럼트의 연인
슬로베니아
필리페 안드레비치 말리아비네 <여인의 누드> 러시아 여인의 관능적인 아름다움
체코
보이테흐 히나이스 <겨울> 눈 덮인 자작나무 숲 속 프라하의 얼음 요정
헝가리
요제프 리플-로나이 <장미를 든 여인> 순수미술과 공예미술이 결합된 매혹적인 태피스트리
루마니아
니콜라에 그리고레스쿠 <해변에서> 뛰어난 감수성으로 그린 고독한 루마니아 여인
폴란드
파리스 보르도네 <비너스와 큐피드> 욕망을 일깨우는 고대 그리스의 이상적인 아름다움
프란치스체크 즈무르코 <부채를 든 여인> 동양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관능적인 여인
라트비아
야니스 파울룩스 <펠리치타> 소비에트를 풍자한 라트비아 현대 미술의 대표작
야니스 로젠탈스 <어머니와 아기>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아내의 초상화
리투아니아
안타나스 사무올리스 <노란 옷을 입은 여인> 거친 붓질과 과장된 색으로 표현된 서정적인 여성성
에스토니아
칼 페르시메기 <파란 여름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초상화> 에스토니아의 금지돤 아름다움
러시아
레옹 박스트 <저녁 식사> 공허한 미소를 짓는 요염한 파리 여인
칼 파블로비치 브리울로프 <소피아 안드레예프나 슈발로바의 초상화> 러시아 낭만주의자가 그린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움
마르크 샤갈 <마을 위에서> 비테프스크의 연인들
이반 니콜라예비치 크람스코이 <미지의 여인> 단정하고 우아한 상류 계층 여인
렘브란트 <플로라로 꾸민 사스키아> 생기 가득한 꽃의 여신
일리야 예피모비치 레핀 <잠자는 베라 레피나의 초상화> 휴식을 취하고 있는 19세기 러시아 여인
스웨덴
알렉산더 로슬린 <베일을 쓴 여인> 심리적 통찰이 뛰어난 초상화
안데르스 소른 <빅스트룀의 스튜디오에서> 인물과 빛, 배경이 만들어 내는 마법 같은 순간
노르웨이
에드바르트 뭉크 <마돈나> 사랑과 고통을 독특하게 표현한 걸작
덴마크
페데르 세베린 크뢰위에르 <스카겐의 여름날 저녁> 쓸쓸함에 잠긴 황혼녘의 고요한 바닷가
영국
오브리 빈센트 비어즐리 <이졸데> 아르누보 화가가 빚어낸 비극적인 운명의 여인
윌리엄 블레이크 <새들에게 이름을 붙여 주는 이브> 낭만주의 화가가 그린 인류 최초의 여인
에드워드 콜리 번-존스 <운명의 바위> 바위에 묶인 신화 속 공주
엘 그레코 <모피 목도리를 두른 여인> 현대적인 모습의 16세기 톨레도 여인
프란츠 마르크 <빨간 여인>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인간과 자연의 동질성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그리스도의 탄생> 토스카나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그린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
에드워드 존 포인터 <테라스에서> 소년 같은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빅토리아 시대 여인
페터 파울 루벤스 <밀짚모자> 수줍은 미소로 매혹하는 플랑드르의 여인
디에고 로드리게스 데 실바 이 벨라스케스 <비너스의 화장> 지극히 인간적인 스페인의 비너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큐피드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프시케> 연인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아름다운 공주
제임스 애보트 맥닐 휘슬러 <백색 심포니> 흰색 옷을 입은 아름다운 아일랜드 여인
미국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책 읽는 소녀> 고요한 고독의 순간을 즐기는 소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목걸이를 한 누드> 미의 이상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표현한 누드화
로히어르 판 데어 베이던 <여인의 초상화> 공적인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초상화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베로나의 여인 베로니카> 신비롭고 관능적인 라파엘전파의 이상적인 여인상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기대어 누운 누드> 벨 에포크 시대의 화가가 그린 거리의 미인
앤디 워홀 <열 명의 마릴린> 마릴린 먼로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팝아트 작품
브라질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 <만돌린을 든 집시> 빛과 그림자의 상호 작용을 포착한 독특한 초상화
일본
쓰치다 바쿠센 <정원에 앉아 있는 마이코> 소녀 기생을 묘사한 실크 페인팅 초상화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조반나 토르나부오니의 초상화> 부와 권력을 드러내는 자신감 넘치는 여인
중국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황후 샤오샨 춘의 초상화> 화려한 옷을 입고 용상에 앉은 청나라 황후
<12미인도> 연작 중 <차를 마시는 황궁의 여인> 18세기 초 중국 여인들의 복식을 보여 주는 그림
인도
파하리 화파 <크리슈나 신은 어떻게 양 치는 여인들의 옷을 훔쳤을까?> 인도 미술의 인기 소재인 크리슈나 신과 여인들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립 윌슨 스티어 <미스 에설 워윅> 비극적인 여인 오필리아
에블린 조이스 맥크리어 <이시당가> 가톨릭과 아프리카 토착 종교가 융합된 초상화
오스트레일리아
조슈아 레이놀즈 <수잔나 게일> 영국 미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초상화
여인의 초상과 누드, 영혼을 넓혀주는 핑크빛 색채
아마도 여성만큼 예술 작품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존재도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문학, 음악, 미술 등과 같은 예술 작품에서 여성은 창조의 근원이자 영감의 원천인 것이다. 베아트리체가 있었기에 단테의 <신곡>이 탄생할 수 있었고, 클라라가 있었기에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라는 작품 또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피카소만 해도 솔직히 그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기실 그에게 올가 코클로바, 마리 테레즈, 프랑수아즈 질로, 자클린 로크 등의 여성이 없었다면, 과연 그가 현대미술의 총아가 될 수 있었을까.
사실 서양미술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화가들에게 있어 여성이라는 존재는 자연이라는 존재와 더불어 회화의 영원한 오브제였다. 그런 만큼 수많은 화가들이 여성의 얼굴과 몸에 주목하면서 그것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까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와 같은 노력은 그림의 양식이나 기법, 그리고 색채 표현의 발전을 가져왔고, 그에 따라 여성의 존재도 화가의 화폭에서 다양한 상상력의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신화 속의 여신이라든가, 성서 속의 성녀라든가, 문학 작품 속의 여인이라든가, 그렇지 않으면 마치 살아 있는 현실 속의 여인 등으로 말이다.
무수히 많은 화가들이 여성에 대한 그림(초상화이든 누드화이든)에 천착한 이유 중에는 모르긴 몰라도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다비드도 말하지 않았던가. “미술이란 자연을 가장 아름답게,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이며 미술 작품의 목적은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고. 심지어 르누아르는 거기에 한술 더 떠 “만약에 여인의 유방과 엉덩이가 없었다면, 나는 결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여인의 누드라는 테마에 화가의 일생을 걸기까지 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예술 작품에는 에로틱함과 신성함이 뒤엉켜 있다.”고 한 미술 사학자 루이스 스미스의 말은 아주 유효하다. 결국 모든 예술 작품 속에는 인간의 가장 원초척인 욕망, 곧 ‘에로틱함과 신성함’이 언제나 숨 쉬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처럼 여성의 이중적 아름다움에 심취한 화가들의 열정이 낳은 작품 100점이 소개되어 있다. 대다수가 미술사의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인정받는 유명한 작품들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 속에 담긴 여인들은 하나같이 여성 특유의 육체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면서도 조금도 야비한 데가 없고, 저속에 빠지는 법도 없으며, 높은 예술적 감각과 맑고 풍려한 색채로 순수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자신의 작품이 모두에게 위안이 되기를 꿈꾸는 화가의 섬세한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또 그 시대를 아우르며 열정적 삶을 살았을 여인들에게 상상적인 색채감을 더한 화가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나아가 화가가 그토록 열망했던 색채의 완벽한 질서와 미적 감각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이 아름다운 작품들 속에서 발산되는 ‘영혼을 넓혀주는 핑크빛 아우라’를 절로 체감하게 될 것이다.
― 시대를 읽는 아이콘으로서 여성 초상화 작품
미술 작품(그림)은 인류의 탄생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자연히 미술 작품은 어떠한 형태로든 역사를 담고 있으며, 그 시대의 정신과 풍속을 반영하게 마련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미술 작품이 비록 여인에 대한 초상화일지라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그 점은 조형예술과 회화사에서 고대 그리스ㆍ로마 시대, 중세 시대, 르네상스 시대의 여성이 저마다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었는지 살펴보기만 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ㆍ로마 시대에는 여성에게 관대했다. 하지만 금욕적인 중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성(性)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고, 이 시대에는 성경과 관련된 인물이 아닌 여성을 그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고대 문화를 재발견하고 육체에 대한 고전적 이상이 부활함에 따라 신화적 형상을 빌려 여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섹슈얼리티와 관능의 관련성에 대해 사람들은 새롭게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이러한 경향은 유럽 회화의 모든 중심 국가에 적용되면서 널리 퍼져 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발전 과정들을 세세하게 성찰하고 있다. 이 책에 펼쳐 놓은, 각 시대를 대변하는 여성 초상화 작품이 내뿜는 시도와 모색을 통해 우리는 역사와 미술이라는 관계의 망을 다시 한 번 촘촘하게 살필 수 있을 것이다.
― 여성 초상화 작품의 예술사적 특징과 경향 알기 쉽게 정리
미술 작품은 한 시대와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곧 시대와 환경을 이해하는 척도로 활용되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부터 여성의 섹슈얼리티라는 주제는 여러 세기를 거쳐 이어지게 되었다.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를 거쳐 고전주의, 낭만주의까지 이어졌고, 비더마이어 시대와 인상주의가 주도한 회화의 변혁에 의해서도 계승되었다. 그리고 상징주의와 아르누보, 표현주의, 네오리얼리즘을 거쳐 1960년대부터 중요한 예술운동이 된 팝아트로 계속 발전했다. 당연히 여성의 초상화도 그와 비슷한 경로를 밟는다. 여기에서도 동일한 스타일의 초상화가 예술사의 발전 과정에서 확인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처럼 고대 로마 시대의 벽화에서 바로크와 로코코를 거쳐 고전주의, 인상주의, 아르누보,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팝아트 등 실험 정신과 동시대적 감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 작품이 갖고 있는 예술사적인 특징과 경향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미술의 역사와 흐름을 이해하는 지침서로 활용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 여성 초상화 작품에 깃든 숨겨진 이야기나 다른 정보도 많이 소개
그림에도 보는 법이 있다. 그림이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만, 보는 만큼 알 수 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도 한다. 그 작품에 대해서 얼마나 시대적 배경과 사전 지식을 알고 있느냐에 따라서 작품의 가치가 그만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각 작품에 대해서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 모델이 되었던 여인에 대한 정보, 모델과 화가와의 관계, 화가의 개인적 내력, 그리고 자신이 그린 작품이 사회에 끼친 파장 등을 자세하게 전해준다. 그럼으로써 그 작품에 보다 쉽게 다가가고,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거리감을 줄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림을 보는 법과 감상하는 법을 동시에 알려주는 훌륭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 회화 변방국의 화가와 여성 초상화 작품도 함께 실어
흔히 미술 하면 우리는 조건반사적으로 유럽의 회화 중심 국가나 미국의 유명 화가와 미술 작품들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런 만큼 동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화가나 미술 작품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폴란드,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의 화가들과 미술 작품들도 소개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일본,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호주 등에서 소장하고 있는 미술 작품들도 놓치지 않고 함께 소개하고 있기도 한다. 솔직히 미진한 점이 없진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내세울 만한 미덕이다. 이른바 유럽의 회화 중심국과 미국 일변도로 치우치지 않고 나름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참고적으로 이 책의 구성은 그림들을 예술사의 기준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이 아니라, 소장한 박물관이 있는 나라별로 분류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다. 아마도 이 책이 여행객들이나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진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곳, 즉 이 시대 최고의 미술관에서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여성의 초상화를 관람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편집자의 마음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자매도서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100>을 함께 비교해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
추천의 글 _김종근(미술평론가)
여인의 초상, 영혼을 넓혀주는 핑크빛 색채
“모든 예술작품에는 에로틱함과 신성함이 뒤엉켜 있다.”
미술사학자 루이스 스미스의 말이다. 이 말은 모든 예술작품 속에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이 숨 쉬고 있다는 뜻이다. ‘모든 예술은 에로틱하다.’고 말한 아돌프 루스의 말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에게 아름다운 여인들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바로 ‘에로틱함과 신성함’ 그 자체가 아닐까? 서양 미술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화가들에게 여인은 자연과 더불어 영감의 원천이었다.
앵그르의 스승 다비드는 “미술이란 자연을 가장 아름답게,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이며 미술 작품의 목적은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화가들이 여인에 대한 그림(초상화이든 혹은 누드화이든)을 남긴 중요한 이유 중에는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르누아르는 여인의 육체가 지닌 특유의 매력에 현혹되어 누드라는 테마에 일생을 맡기지 않았던가! 심지어 그는 이렇게까지 말했던 것이다. “만약에 여인의 유방과 엉덩이가 없었다면, 나는 결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무수히 많은 화가들이 화필을 통해서 여인들이 발산하는 은밀한 관능과 성스러움의 기쁨을 표현하려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책에 소개된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여인들’은, 그처럼 여인의 아름다움에 심취한 예술가들의 열정이 낳은 걸작들만을 모아 놓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여인의 모습을 모델로 한 작품에는 하나같이 육체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면서도 조금도 야비한 데가 없고, 저속에 빠지는 법도 없으며, 높은 예술적 감각과 맑고 풍려한 색채로 순수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흔히 미술사가들은 여인과 화가와의 관계를 두고 거의 해결할 수 없는 사랑과 증오의 투쟁 관계로 정의하기도 한다. 왜 달리는 엘뤼아르의 부인에게 구혼했던 것일까? 왜 피카소는 마치 운명처럼 에로티시즘과 여자에 천착했던 것일까? 왜 고갱은 남태평양의 섬의 토착 여인에게 빠져 있었던 것일까? 왜 클림트는 일생의 연인이라던 에밀리에 플뢰게와 결혼하지 않았던 걸까? 그에 대한 해답이 이 책의 상세한 작품 해설에 담겨 있다.
그림에도 보는 법이 있다. 그림이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만, 또한 보는 만큼 알 수 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도 한다. 같은 화가의 그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뛰어난 걸작이 될 수도 있고 평범한 작품으로 평가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림을 보는 법과 감상하는 법을 동시에 안내해주는 훌륭한 지침서이다. 이 책에 실린 그림에는 감상자들에게 언제나 진정제와 같은 위안이 되기를 꿈꾸는 화가의 섬세한 손길이 담겨 있다. 동시에 시대를 아우르며 격정적인 삶을 살았던 여인들의 모습에 상상적인 색채감을 더한 화가의 내면이 펼쳐져 있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작품의 향연 속에서 ‘영혼을 넓혀주는 핑크빛 색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들에게 영광은 언제나 고난과 함께 온다. 이를테면 마네의 그림은 전시를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모딜리아니의 누드 그림은 세간에 물의를 일으켜 경찰에 의해 전시가 강제로 중단되었으며, 또 야니스 파울룩스의 그림은 정부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비판받기도 하였던 것이다. 이 책에는 그와 같은 사연 많은 원작들도 다수 수록되어 있다.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나는 유럽의 미술관을 돌아다니면서 이 책에 수록된 원작들과 다른 걸작들을 많이 보아 왔고,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그 원작들을 다시 접하게 되니 새삼스럽게 가슴 한켠이 설레면서 따뜻한 행복감이 밀려든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그림 속의 여인들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세계의 유명한 미술관과 화가들도 일대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이 책이 그림들을 예술사의 기준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이 아니라 소장한 박물관이 있는 나라별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 회화의 중심국들은 물론이고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처럼 유럽 회화의 변방국들까지 빠뜨리지 않고 있다. 나아가 미국,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심지어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망라하고 있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세계 곳곳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습을 속속들이 비교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모두 100점의 여성 초상화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대부분이 미술사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지거나 혹은 화제가 되었던 작품들이다. 금세기 최고의 미녀 마릴린 먼로의 모습에서부터, 구스타프 클림트의 연인 에밀리에 플뢰게, 일리야 레핀의 베라 레피나 등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명작들이 아우러져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 정원에 있는 게이샤의 새침한 모습의 초상화와 힌두교의 종교적인 시를 형상화한 아름다운 스토리 누드화는 이 책의 또 다른 덕목과 매력이기도 하다. 또한 이 책은 너무 친절하게도 매혹적인 여인들의 그림이 어느 나라 어느 곳에 소장되어 있는지 지도를 실어 알기 쉽게 보여주고, 그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미술관에서 볼 만한 다른 작품들도 소개해주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이 책에서 유일한 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작품의 크기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사실 작품의 크기란 그 작품의 스케일이나 분위기, 그리고 작가의 의도 등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어쩌면 그것은 작품들을 실제로 관람하면서 감동을 직접 체감해보라는 이 책 편집자의 계획된 의도가 아닐까?
이제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할 일이라곤 한 가지뿐이다. 우리가 그토록 열망했던 색채의 완벽한 질서와 미적 감각이 각각의 작품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은 우리로 하여금 끝없는 지적인 사치와 호기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