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서 아이들이 사라진다면?
르노도 상, 엘르 문학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지성 필립 클로델의 단편 소설집이다. 아이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한 때 아이들이었던 ‘어른들’에게 동심과 추억을 선사해주는 작품 19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품 속에는 책 속으로 사라진 아이, 요정을 믿지 않는 아이, 포탄을 피해 다니는 아이, 텔레비전만 보는 아이 등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이 존재한다. 이 아이들은 때론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하기도 하고, 세상을 착하게 만드는 백신을 개발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특히 부모로부터 소외 받거나 전쟁의 상흔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세상도 아이들의 눈으로 보여주며 가슴 찡한 슬픔과 감동을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그리고 아이들의 소중함과 아이들이 주는 기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저자 : 필립 클로델
프랑스의 지성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극작가. 1962년 동발-쉬르-뫼르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공부한 그는 마르셀 파뇰 상과 텔리비지옹 상, 2003년 공쿠르 드 라 누벨 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 촉망받기 시작했고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회색영혼]으로 르노도 상을 수상하면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어른을 위한 우화적인 소설 [무슈 린의 아기], [아이들 없는 세상]을 썼고, 2007년에는 클로델의 또 하나의 대표작으로 자리한 [브로덱의 보고서]를 발표해 공쿠르 데 리세엥 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낭시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기도 하는 그는 최근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주연의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란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직접 맡음으로써 제34회 세자르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비롯, 여러 상을 수상했다.
역자 : 정혜승
이화여대 불문과를 나와 잡지사 기자, 홍보 담당 시절을 거쳐 현재는 색깔 있는 책을 기획하는 skyblue book studio와 디자인 스튜디오 design bombom을 운영하고 있다. 소설, 가이드북, 여행기 등 프랑스 책을 번역해 소개하기도 하고, 때때로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에서 또 다른 해답을 찾고자 그 둘 사이를 열심히 서성이기도 한다. 저서로는 사진 시집인 [하늘을 펼쳐보다 그리움이 구석구석 돌아다니다]가, 옮긴 책으로는 [무슈 린의 아기], [거꾸로 흐르는 강], [마이 디어 걸], 미슐랭 가이드 [프랑스 와이너리 편](2010년 출간 예정) 등이 있다.
아이들 없는 세상 / 옛날옛적에 / 요정이라는 힘든 직업 / 수프 / 책 속으로 들어가 버린 소년
아빠, 지구가 뭐예요? / 우린 이웃 / 쟈지의 백신 / 좋은 소식 나쁜 소식 / 공 속에 사는 소녀
악몽 사냥꾼 / 짧은 이야기 / 재메 이야기 / 흰 당나귀가 되고 싶은 회색 당나귀 / 뚱뚱이 공책 마르셀
절대 말을 하지 않는 어느 소녀의 이야기 / 가족이란 / 수많은 5월 / 이러쿵저러쿵 / 옮긴이의 글
프랑스의 지성 필립 클로델이 바라본 아이들의 세상
르노도 상, 공쿠르 데 리세엥 상, 엘르 문학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한 필립 클로델은 지금 프랑스의 지성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관념적 세계에 빠지거나 감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길을 택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감정과 감동의 영역을 마주하는 필립 클로델의 글쓰기는 오랜만에 ‘정통 소설’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왔다. 이런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르노도 상 수상작 [회색영혼]과 공쿠르 데 리세엥 상 수상작 [브로덱의 보고서] 사이에 [아이들 없는 세상]이 있다. ‘르 피가로’가 ‘필립 클로델이 스스로에게 선물한 휴식’이라 칭했듯, [아이들 없는 세상]은 [회색영혼]과 [브로덱의 보고서]의 무거움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들의 세계로 들어가 그들의 언어를 구사하고자 했던 클로델의 소품이다. 여기에는 책 속으로 사라진 아이, 요정을 믿지 않는 아이, 포탄을 피해 다니는 아이, 텔레비전만 보는 아이 등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이 존재한다. 아이들은 때로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하기도 하고, 세상을 착하게 만드는 백신을 개발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특히 클로델은 부모로부터 소외 받거나 전쟁의 상흔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세상도 아이들의 눈으로 보여준다. 또 자신의 딸(클로델은 몇 년 전 동양인 딸을 입양한 바 있다)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깊은 애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므로 클로델이 그린 아이들의 세상은 때론 흐뭇한 웃음으로, 때론 가슴 찡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아이들 없는 세상]은 언젠가 어른이 될 아이를 위한 이야기이자 한때 아이였던 어른을 위한 이야기다.
아름다운 언어, 아름다운 그림
필립 클로델의 언어는 번역으로 소화해내기 힘들 정도로 풍부하고 깊이 있는 언어를 담고 있다. 과거 언어 교사였으며 현재 프랑스 낭시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그의 책 속에는 아름다운 시적 언어와 표현이 가득하다. 특히 [아이들 없는 세상]에서는 이야기라기보다 시라고 느껴지는 단편들도 있는데, 이 언어는 아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순수함을 덧입고 있기도 하다. 이런 느낌은 프랑스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피에르 코프의 그림으로 배가된다. 마치 아이가 크레파스로 쓱쓱 그려 넣은 듯한 거친 질감 속에 이야기를 꿰뚫는 섬세함을 숨겨놓은 코프의 그림들은 클로델의 언어를 더 깊이 느끼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므로 [아이들 없는 세상]은 글과 그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채색된 책이다.
<줄거리>
어느 날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사라진다. 어른들은 난리법석을 떨며 돌아오라 호소하고 세상은 슬픔의 구렁덩이로 빠져드는데. (아이들 없는 세상) / 꼬마들이 할아버지한테 옛날얘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그런데 그 얘기들, 어쩐지 영 재미없다. (옛날옛적에) / 소녀 코랄린 앞에 나타난 요정, “나 요정이야!” 하지만 코랄린은 코웃음만 칠 뿐이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고?” (요정이라는 힘든 직업) / 그 남자가 루이를 찾아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루이는 수프 냄비에 들어가 부글부글 끓게 생겼다. (수프) / 모두가 뤼까를 괴롭혔지만 뤼까는 불행하지 않다.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책 속에 들어갈 수 있는 비밀 능력이 있으니까. (책 속으로 들어가 버린 소년) / 아빠, 지구가 뭐예요? 삶이 뭐예요? 죽음은요? (아빠 지구가 뭐예요?) / 바그다드에 사는 와히드가 친구들에게 편지를 쓴다. ‘안녕, 나는 총알구멍이 숭숭 뚫린 곳에 살아. 이곳에선 총 든 사람이 옆에 있을 땐 절대로 뛰면 안돼.’ (우린 이웃) / 세 살 때부터 쟈지는 백신을 연구한다. 사람들이 착해지는 백신. 매일매일이 실험의 연속이다. (쟈지의 백신) / 주주는 자신의 모습이 싫다. 거울도 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전학생이 주주에게 말하기를. (좋은 소식 나쁜 소식) / 난 공 속의 소녀야. 엄마 품에 잠든다는 게 뭔지 모르는. (공 속에 사는 소녀) / 레이몽은 아이들 꿈에 나타나 악몽을 사냥하는 악몽 사냥꾼. 하지만 이제 그도 늙어 은퇴할 때가 됐다. (악몽 사냥꾼) / 아이들이 저마다 자기 엄마, 아빠 자랑을 시작한다. (짧은 이야기) / 재메가 쓰레기 공터에 오른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 희망하며. (재메 이야기) / 자신의 회색 몸이 싫은 당나귀가 어떻게든 흰색 당나귀가 되려 한다. (흰 당나귀가 되고 싶은 회색 당나귀) / 공책 마르셀은 마리네뜨의 책가방 안에 들어온 발레복과 사랑에 빠진다. (뚱뚱이 공책 마르셀) / 절대 말하지 않는 소녀가 있다. 사람들은 이 소녀가 궁금하다. (절대 말을 하지 않는 어느 소녀의 이야기) / 레옹의 가족이 하는 일이란 오로지 텔레비전을 보는 것뿐이다. (가족이란) / 아빠, 난 아빠가 힘없는 노인이 되었을 때 언제라도 아빠 곁에 딱 붙어 있을 거예요. (수많은 5월) / 몸집이 줄어드는 사람 얘기 들어보셨나요? (이러쿵저러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