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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두 번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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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두 번 떠난다

저자
요시다 슈이치 / 역자 : 민경욱
출판사
Media2.0(미디어 2.0)
발행일
2008.08.15
정가
9,800 원
ISBN
9788990739766|
판형
132*194
면수
204 쪽
도서상태
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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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그 서툰 사랑에 대한 깊은 잔상!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사랑 소설『여자는 두 번 떠난다』. 깊은 잔상을 남기는 젊은 날의 사랑을 그린 11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 미시적 통찰, 담담한 기술로 젊은 날의 서툰 사랑을 파헤친다. 곤궁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아직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미숙한 남자들은 사랑 앞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하루 종일 자신을 기다려주는 여자를 시험하기 위해 일부러 며칠씩 안 돌아오는 남자, 여자에게 집착하지만 여자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는 남자, 우연히 듣게 된 통화를 약점으로 잡고 여자의 몸을 탐하는 남자…. 이렇게 그들은 사랑을 말하지 못하고, 자기 삶에 우연히 찾아온 사랑의 대상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진심으로 다가서지 못한다.

갓 스무 살을 넘긴 '임시' 상태의 남자들에게는 사랑도, 여자도 알 수 없는 존재이다. 남자들은 자기 마음에 자신이 없고,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열정적이거나 아름답지 않다. 요시다 슈이치는 사랑을 미화하는 대신 미숙과 성숙 사이, 무관계와 관계의 중간을 절묘하게 포착해낸다. 젊은 날의 사랑, 그 서툰 연애를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다. [양장본]

저자 요시다 슈이치
지금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세대 작가 중 하나. 1968년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호세이 대학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1997년 [최후의 아들]로 등단, 제 84회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했고, 2002년에 [퍼레이드]로 제 15회 야마모토슈고로상, [파크 라이프]로 제 127회 아쿠타가와상을 연거푸 수상하며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잇는 차세대로 작가로 주목받았다.
도시인의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해내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는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으로는 [첫사랑 온천] [거짓말의 거짓말] [악인] [퍼레이드] [동경만경] [7월 24일 거리] 등이 있다.

역자 민경욱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1년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한 후 일본어 번역 일을 시작했다. 1998년부터는 일본 문화 포털사이트 ‘일본으로 가는 길(www.tojapan.co.kr)’을 운영하면서 누구보다 빨리 일본 문화를 접하고 또 전하고 있다. 역서로는 [첫사랑 온천] [거짓말의 거짓말]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전학생 모임] [종신검시관] [11문자 살인사건] 등이 있다.

장대비 속의 여자
공중전화의 여자
자기 파산의 여자
죽이고 싶은 여자
꿈속의 여자
평일에 쉬는 여자
울지 않는 여자
첫 번째 아내
CF의 여자
열한 번째 여자
연예 잡지를 읽는 여자

옮긴이의 글

내가 아는 그녀, 하지만 당신이 모르는 여자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요시다 슈이치 사랑 소설


“미숙과 성숙의 사이, 혹은 무관계와 관계의 중간 지점을 멋지게 그려냈다.” - 가쿠타 미쓰요(소설가), 아사히 신문

젊은 날, 서툰 사랑의 깊은 잔상

요시다 슈이치의 담담한 묘사를 보고 있으면 정신이 번쩍 든다. 그 묘사는 세밀하다 못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들추고 만다. 섬세한 묘사와 미시적 통찰의 달인 요시다 슈이치가 이번엔 젊은 날의 서툰 사랑을 낱낱이 파헤친다. [여자는 두 번 떠난다]에는 총 11편의 사랑 이야기가 들어 있다. 주인공은 모두 남자. 갓 스무 살을 넘긴 이 남자들은 고학생이거나 소위 프리터들로 곤궁한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런 이들의 삶에 어느 날 우연찮게 여자가 틈입한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열정적이거나 아름답지 않다. 아직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임시’ 상태의 남자들은 사랑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사랑은 알 수 없고, 여자는 더 알 수 없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자기를 기다려주는 여자를 시험하기 위해 일부러 아르바이트에서 며칠씩 안 돌아오는 남자. 그는 우연히 자기 집에 머물게 된 여자에게 집착하지만 자기 마음은 보여주지 못한 채 여자의 진심을 떠본다. 비겁한 시험에 여자는 떠나고, 그는 자기의 치사함에 씁쓸한 상념에 잠긴다(장대비 속의 여자). 술집에서 만취 상태로 널브러져 있는 여자를 어쩌다 보니 집에까지 데려온 남자 역시 여자를 좋아하게 되지만, 여자에게 집착할지언정 여자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한다. 먼 곳에서 여자와 연락이 닿지 않자 그는 공황 상태에 빠진다(자기 파산의 여자). 한편 전혀 여자다운 구석이 없는 여자와 왜 사귀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는 고백을 한 남자의 본심은 자기 고백과 다르다. 그는 그저 자신도 자기 마음을 몰랐을 뿐. 서툰 그는 여자에 대해 지나치게 관조적이다. 그녀가 아무 이유 없이, 한 마디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조차(죽이고 싶은 여자). 그런가 하면 우연히 공중전화에서 앞 여자의 통화를 듣게 된 남자는 아주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 그는 그때 부스에 있던 아름다운 여자가 자기 회사 사원이었음을 알게 되고 호감을 갖는다. 하지만 여자는 그때 자기의 통화 내용에 극도로 예민하다. 그는 그 약점을 이용해 여자의 몸을 탐한다. 순수하게 다가가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서툰 접근 탓에 순식간에 추락하고 만다(공중전화의 여자).
이렇듯 남자들은 자기 마음에 자신이 없다. 그들은 사랑을 말하지 못하고 자기 삶에 우연히 찾아온 욕망의 대상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진심으로 다가서지 못한다. 그들의 관계는 구체적이지만 감정은 피상적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사랑 소설은 사랑을 미화하는 대신 미숙과 성숙 사이, 무관계와 관계의 중간 지점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담담하고 날카로운 묘사가 빛을 발하는 이 열한 편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젊은 날의 사랑에 대한, 그 서투름에 대한 깊은 잔상을 남긴다.

묘사를 통해 인간 본성을 탐구한다

[파크 라이프]로 권위 있는 순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퍼레이드]로 대중 문학에 수여되는 최고의 상인 야마모토슈고로 상을, [악인]으로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요시다 슈이치의 문학적 힘은 무엇보다 묘사에 있다. 그가 그려낸 세상엔 사적인 감정이나 희한한 사건은 없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생생하고 리얼리티는 칼날 같다. 묘사의 힘이 너무도 강해 창밖의 풍경을 그려나가다 보면 그 풍경 속에 필연적으로 이야기가 깃들고 감성이 스며든다. 그렇게 묘사된 우리의 소소한 일상은, 일상을 넘어 그 이면까지 파고든다. 우리가 나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미시적 통찰, 섬세한 묘사, 담담한 기술로 특징지을 수 있다. 소통되지 못하는 사랑의 불안함을 그린 [여자는 두 번 떠난다] [첫사랑 온천] [동경만경], 사랑의 실재를 그린 [거짓말의 거짓말], 출구 없는 현대인의 불안감을 그린 [랜드마크], 범죄 이면의 나약하고 고귀한 인간을 그린 [악인], 모두 그런 특징을 반영한다. 담담하게 흐르는 그의 이야기의 끝에는 언제나 인간 본성, 그리고 인간에 대한 연민이 얼굴을 드러낸다. 이야기의 배경이 동경이라 해도, 서울이라 해도, 뉴욕이나 타이페이라 해도 상관없을 만큼 현대인의 보편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요인이다.
이제 일본 문학의 오늘을 말할 때 요시다 슈이치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그의 소설들은 아주 문학적인 주제를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읽히는 몇 안 되는 수작들로 손꼽힌다. 감각적이고 영상적인 대중 소설과 지나치게 미학적이고 엄격한 본격 소설로 양분되어 있는 일본 문학계에서 요시다 슈이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잇는 차세대 작가로, 소설을 균형 있게 이끌어가고 있다.

■ 줄거리

장대비 속의 여자
사흘 낮, 사흘 밤 동안 비가 그치지 않아 우리 집에 머물게 된 유카. 그녀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안 하는 여자였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갖다 오면 하루 종일 먹지 않고 나를 기다렸다. 쫄쫄 굶으며 나를 기다린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난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후 나는 유카를 시험한다. 하루를 기다리게 하고, 이틀을 기다리게 하고. 그리고 사흘째…….

공중전화의 여자
줄 서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유독 줄 서는 운이 없다. 급한 일로 공중전화를 찾은 어느 날, 좀처럼 부스에서 나오지 않는 여자의 전화 통화를 뜻하지 않게 엿듣고 만다. 그날 전화를 하던 그 아름다운 여자가 같은 회사 직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몇 달 후. 그녀에게 전화 부스에서 본 것 같다는 얘기를 하자 그녀는 몹시 불안해한다.

자기 파산의 여자
선배의 실적을 올려주기 위해 처음 대출업체의 카드를 만들었을 땐 돈을 빌릴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 술집에 널브러져 있던 마리와 엮인 후 모든 게 달라졌다. 실직 중이던 나는 마리와 함께 살면서 야금야금 빚을 지기 시작한다. 마리는 이상한 여자였다. 위도 아래도 보지 않는다. 어느 게 좋으냐고 물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답하는, 그런 여자였다.

죽이고 싶은 여자
그날 밤 별다른 기미는 전혀 없었다. 베트 미들러의 <죽이고 싶은 여자>를 함께 봤고, 그냥 잤다. 왜 그런 여자를 사귀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귀여운 구석이라곤 없는 드센 여자. 그녀는 자동차 정비 공장을 하는 아버지, 오빠와 함께 살며 집안일을 도맡았다. 묵묵히 살림을 하던 어느 날, 그녀가 갑자기 사라진다. 거기엔 아무 이유도, 설명도 없다.

꿈속의 여자
전차 역에서 나온 아름다운 여자를 괜히 뒤쫓은 적이 있다. 여자는 저택이 즐비한 동네로 들어서더니 동네와는 어울리지 않는 형편없이 낡은 아파트로 사라졌다. 우연히 다시 마주친 그녀에게 용기를 내어 말을 걸고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바에 놀러 오라고 청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가 오지 않자 난 지난번에 알아낸 그녀의 아파트로 몰래 찾아간다.

평일에 쉬는 여자
여자는 백화점에서 일했다. 우린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공원에서 키스를 했다. 돈은 여자가 냈다. 우린 한동안 사귀었다. 헤어진 옛 여자친구에게 다시 만나자는 연락이 올 때까지. 여자에게 어떻게 설명했는지 모르겠다. 듣고 있던 여자가 느닷없이 못된 짓을 해달라고 했다. 집에 돌아온 난 이사 비용이 든 봉투에 거칠게 적어 넣었다. ‘위자료’라고.

울지 않는 여자
아무튼 잘 우는 여자였다. TV를 보면서 울고, 그림책을 읽으면서도 울고, 심지어 자기 케이크를 내가 맘대로 먹었다며 울었다. 당시 실업 상태였던 나는 카지노에서 일하는 그녀와 사귀었다. 어느 날 그녀가 일하는 카지노 주차장에서 차 안에 방치된 아기가 죽었다. 그녀는 대성통곡을 했고, 난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의 임신 소식이 날아드는데…….

첫 번째 아내
중학교 1학년, 아직 여름방학도 찾아오지 않은 어느 날. 난 처음으로 우리 반 여자 아이와 데이트를 했다. 그 아이는 내게 옆 마을인 I시에 놀러 가자고 했다. 기차를 타고 도착한 I시는 적막한 곳이었다. 작은 상가의 부동산 앞에서 발길을 멈추며 그 아이가 물었다. “혹시 나와 결혼하면 어디서 살 거야?” 아이는 아주 낡은 아파트를 가리켰다. “자, 이 아파트라면?”

CF의 여자
나는 지유가오카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녀를 만난 것은 아르바이트 이틀째였다. 그녀는 전직 방송국 프로듀서인 이곳 오너의 소개로 연예계 데뷔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이를 놓고 아르바이트생들은 말이 많았다. 우연을 가장해 그녀와 같은 전차를 탄 날,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TV에서 보게 되면 진심으로 축복해 달라고 하는데…….

열한 번째 여자
그날은 그의 생일이었다. 다이어트 식품을 취급하는 영세한 회사의 면접을 보고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을 빌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같이 사는 여자는 간호사 유미코. 최근 제약회사 사원 I와 열애 중이다. 그날 저녁 유미코는 그에게 I와의 관계를 얘기하고 정리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유미코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그만 자제력을 잃고 만다.

연예 잡지를 읽는 여자
이즈미 짱은 일은 잘 하지만 농담이 통하지 않았다. 일 말고는 거의 입을 떼지 않았고, 점심엔 책상에서 도시락을 먹고, 남는 시간엔 외국 연예 잡지를 읽었다. 아무하고도 친하지 않은 그녀는 4년째 외국인과 장거리 연애 중이라 했다. 내가 퇴사하기로 한 날, 이즈미 짱이 내게 악수를 청했다. 처음 잡은 그녀의 작은 손은 놀랍도록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