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키 상 수상 작가 가쿠타 미쓰요가 그려낸 책 이야기. 여덟 명의 젊은 여자와 한 명의 남자가 일상 속에서 책과 맺은 관계를 통해 책의 마력을 매혹적으로 그려낸 소설집으로, 섬세한 심리 묘사와 뛰어난 관찰력, 감성적인 문체가 어우러져 펼쳐진다.
헌책방에 팔아버린 책이 나를 따라 세계를 여행하고, 방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알 수 없는 책이 불행의 씨앗이 된다.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책, 그리고 그 책과의 사연. 책에 얽힌 아홉 가지 이야기가 글자를 좇아 종이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 초대한다. <양장본>
지은이_가쿠타 미쓰요 角田光代
현재 일본 최고의 여성 작가 중 하나. 1967년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문예부를 졸업했다. 1990년 [행복한 유희]로 가이엔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한 이래 1996년 [조는 밤의 UFO]로 노마문예신인상, 1998년 [납치여행]으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후지TV상, 2003년 [공중정원]으로 부인공론문예상, 2005년 [대안의 그녀]로 나오키상 등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섬세한 심리 묘사, 현실의 작은 부분까지도 파고드는 관찰력, 감성적인 문체로 이루어진 가쿠타 미쓰요의 작품들은 일본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끌어내며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밖에 작품으로는 [죽이러 갑니다] [사랑이 뭘까] [인생 베스트 텐] [대안의 그녀] [그녀의 메뉴첩] [더드라마] [전학생 모임] 등이 있다.
옮김_민경욱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1년 고려대학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어 번역 일을 시작했다. 1998년부터는 일본 문화 포털 사이트 ‘일본으로 가는 길(www.tojapan.co.kr)’을 운영하면서 누구보다 빨리 일본 문화를 접하고 또 전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거짓말의 거짓말] [첫사랑 온천] [전학생 모임] [종신검시관] [11문자 살인사건] 등이 있다.
01 여행하는 책
02 누군가
03 편지
04 그와 나의 책장
05 불행의 씨앗
06 서랍 속
07 미쓰자와 서점
08 찾아야 하는 것
09 첫 밸런타인데이
작가의 글
옮긴이의 글
독서의 계절, 가쿠타 미쓰요가 선사하는 ‘책에 관한 책’
책을 쓰는 작가들은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은 책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작가들의 책 읽기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소설가의 독서 일기’가 언제나 세인의 주목을 끄는 이유도 바로 그러하다. 하지만 가쿠타 미쓰요의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그녀가 읽은 책들에 관한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삶을 지배해온 책이라는 존재와 자신의 관계를 아홉 가지 이야기로 풀어낸 소설집이다. 소설로 풀어낸 책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성찰인 것이다. 가쿠타 미쓰요는 책과 자신의 관계를 연인 관계로 비유한다. 그녀에 의하면 시시한 책은 없다. 시시한 사람이 없듯이. “유감스럽게도 서로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시시한 책은 그 내용이 시시한 게 아니라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상대와 우연한 기회에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고, 이쪽 취향이 변하는 경우도 있다. 시시하다고 치부해 버리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책에 실례를 범하는 일이다.” 어느 책이든 누군가를 위한 존재 이유가 있다. 독서의 계절 가을,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책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모든 책에는 그 사람만을 위한 존재 이유가 있다
책으로 인해 다른 세상을 보기도 하고,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비단 종이에 빼곡히 적힌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책이라는 사물 자체도 그런 힘을 갖고 있다. 가쿠타 미쓰요는 여덟 명의 젊은 여자와 한 명의 남자가 일상 속에서 책과 맺은 관계를 통해 책의 마력을 매혹적으로 그려낸다. 잡다하게 읽는데도 이상하리만치 갖고 있는 책마다 똑같았던 남자친구. 그 친구와 헤어진 것을 실감하며 눈물을 흘린 것은, 그가 내게 헤어지자고 말했을 때가 아니라 서로 공유하고 있던 책장에서 나의 책이 분리되어 나왔을 때다(‘그와 나의 책장’). 아무 남자에게나 쉽게 몸을 허락하는 여대생. 그녀는 대학가 헌책방을 떠돌아다니는 ‘전설의 고서’를 찾다가 우연히 만난 남학생에게서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다(‘서랍 속’). 돌아가신 할머니가 찾아달라고 한 절판된 책을 통해 망자와 대화를 나누고(‘찾아야 하는 것’), 어릴 때 책을 훔쳤던 동네 서점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소설가가 된다(‘미쓰자와 서점’). 이렇듯 책은 인연과 추억, 상상의 매개로 이야기를 이끌고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 일상적이고 잔잔한 이야기지만, 가쿠타 미쓰요의 놀라운 문장력으로 책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다가온다.
가쿠타 미쓰요, 섬세한 묘사로 일상의 표층을 여는 일본 최고의 작가
가이엔 신인 문학상, 노마 문예 신인상, 쓰보타 조지 문학상, 산케이 아동출판 문화상, 부인공론 문예상, 그리고 제132회 나오키상([대안의 그녀])과 2006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로커 엄마]). 가쿠타 미쓰요는 주요 문학상을 모두 휩쓴 일본 최고의 여성 작가다. 그녀는 데뷔 이래 거의 매년 한 권 이상 신작을 발표해온 다작 작가로 특히 유명한데, 평론가들은 “어느 하나 버릴 작품이 없다.” “어떤 장르에서 무엇을 쓰든 모두 빼어나다.”고 극찬한다. 일상의 핵심을 짚어 그 본질을 섬세하고 날카롭게 파헤치는 그녀의 작품 세계는 일본에서도 최고 수준이라 평가되며, 주요 작품 중 [공중정원]과 [프레젠트]는 영화화되어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