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거짓말>, <퍼레이드>, <일요일들>의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 소설. 다섯 군데 온천에서 다섯 가지 사연과 사랑을 그린 이 책은 일본 전통 온천의 운치를 세밀한 묘사로 그려내며, 일상에서 먼 공간인 온천에 몸을 담그고 마주한 일상의 이면을 통해 삶의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온천 여행을 떠난 다섯 쌍의 남녀. 저마다 사연이 있다. 첫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혹은 그 사랑을 잊지 않기 위해, 또 오랜 사랑이 망설여지는 순간, 그들은 온천을 찾아 뜨거운 물속에서 자신과 자신의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에게 온천은 두 사람이 비로소 진정한 '둘'이 되는 곳이다.일상의 이면인 온천. 주인공들은 일상이라는 시간 속에서 입은 상처를 그대로 간직한 채 몸을 담근다.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긴 균열, 엄습해오는 불안과 공허. 그들은 탕 속에서 그런 것과 마주한다. 작가는 이 모든 심상을 가벼움과 건조함이 절묘하게 섞인 문체로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양장제본>
저자 : 요시다 슈이치
저자 요시다 슈이치는 지금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세대 작가 중 하나. 1968년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호세이 대학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1997년 [최후의 아들]로 등단, 제 84회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했고, 2002년에 [퍼레이드]로 제 15회 야마모토슈고로상, [파크 라이프]로 제 127회 아쿠타가와상을 연거푸 수상하며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잇는 차세대로 작가로 주목받았다.도시인의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해내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는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으로는 [거짓말의 거짓말] [일요일들] [7월 24일 거리] 등이 있다.
첫사랑 온천
흰 눈 온천
망설임의 온천
바람이 불어오는 온천
순정 온천
옮긴이의 글
일상을 벗어나 일상의 이면을 만나다
세밀한 묘사로, 스타일리시한 문체로, 동시대 삶을 파고드는 현대성으로 일본의 오늘을 대표하는 작가 요시다 슈이치. 그가 이번엔 우리를 아주 이국적이고 독특한 곳으로 이끈다. 바로 일본의 전통 온천이다. 다섯 쌍의 커플, 다섯 가지 사연, 다섯 가지 사랑이 다섯 군데 온천에 몸을 담근다.
사람은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여행한다. [첫사랑 온천]의 다섯 커플 역시 그런 이유로 온천을 찾는다. 그러나 그들은 그곳에서 비일상으로 건너뛰지 못한다. 시게타는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자기 인생의 찬란한 때를 아내와 나누기 위해 아타미의 고급 여관을 찾는다. 그러나 정작 아내는 여행 전날 이혼을 선언한다(‘첫사랑 온천’). 불륜의 상대와 온천에서 만나기로 한 유지는 처음의 짜릿함이 점차 죄책감으로 변해가자 갈등하고(‘망설임의 온천’), 부유한 삶을 꿈꾸며 영업 실적에 목을 매던 교스케는 친구들뿐 아니라 아내까지 외면하자 좌절한다(‘바람이 불어오는 온천’). 밤하늘 아래 노천탕에 앉아 별을 바라보는 고교생 커플 겐지와 마키는 사랑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순정 온천’).
[첫사랑 온천]에서 온천은 비일상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일상의 이면일 뿐이다. 주인공들은 일상이라는 시간 속에서 입은 상처를 그대로 간직한 채 몸을 담근다.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긴 균열, 엄습해오는 불안과 공허. 그들은 탕 속에서 그런 것과 마주한다. 요시다 슈이치는 이 모든 심상을 가벼움과 건조함이 절묘하게 섞인 문체로 너무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역설적이고 절묘한 사랑의 연대기
일본에서 ‘한 편 한 편의 완성도도 물론 높지만 구성도 훌륭하다’는 평을 들은 [첫사랑 온천]은 상실에서 균열, 생성까지 사랑의 연대기를 역순으로 기술한다. 각 단편의 등장인물은 다르지만 주인공은 하나, 바로 사랑이다. 첫 번째 단편에서의 첫사랑은 지키고 싶어 혼신을 다하지만 결국은 잃어버리고 마는 사랑이다. 중간에 배치된 단편들은 사랑이 진행되면서 겪는 망설임과 갈등이다. 마지막 단편에서의 사랑은 남들이 아무리 뭐라 해도 본인들에겐 결코 퇴색하거나 변할 것 같지 않은 첫사랑이다. 마지막 단편의 첫사랑이 첫 번째 단편의 첫사랑을 상기시키는 바로 그 순간, 소설가 가쿠타 미쓰요의 말대로 우리는 ‘큰 소리 내어 울고 싶어진다’. 요시다 슈이치는 이처럼 독특한 구성으로 사랑을 문학적으로 해부할 뿐 아니라, 다섯 편의 단편을 한 편의 작품으로 완성시킨다.
일본 문학의 오늘을 말한다
[파크 라이프]로 권위 있는 순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퍼레이드]로 대중 문학에 수여되는 최고의 상인 야마모토슈고로상을 모두 수상한 요시다 슈이치는 일본 문학의 현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다. 아주 문학적인 주제를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읽히는 그의 소설은, 감각적이고 영상적인 대중 소설과 지나치게 미학적이고 엄격한 본격 소설로 양분되어 있는 일본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인기를 얻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다 보면 오히려 인기와 멀어지듯, 지금 시대의 문학적 본질에 너무 천착하면 오히려 문학적이지 않다”고 말했는데, 이는 요시다 슈이치의 문학에 대한 균형 감각을 잘 반영해준다. 요시다 슈이치는 고도의 균형 감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잇는 일본 대표 작가의 맥을 잇고 있다.
감미롭고도 쓸쓸한 일본 온천 유람
[첫사랑 온천]의 다섯 군데 온천, 아타미 호우라이, 아오모리 아오니, 교토 기온하타나카, 나스 니키클럽, 구로카와 난조엔은 각기 다른 주인공의 상황과 심상을 표현하기 위해 세심하게 선택된 장소다. 바닷가에 면한 아타미의 온천은 북소리처럼 둥둥 울려오는 파도소리로 파경 직전의 불안을 고조시킨다(‘첫사랑 온천’). 예산이 넉넉지 않은 젊은 커플이 선택한 아오모리 아오니 여관은 눈에 덮여 있는 소박한 곳으로 램프로 주변을 희미하게 밝힌다(‘흰 눈 온천’). 이곳의 정적은 수다스런 젊은 커플에게 사랑을 조용히 되새기게 해준다. 기승을 부리고 있는 교토 기온의 무더위는 외도 중인 남자의 숨막히게 답답한 마음을 대변한다(‘망설임의 온천’). 늑대 울음처럼 나무 사이를 질주해오는 바람 소리, 노천탕 위에서 빛나는 별, 석쇠 위 은행이 익어가는 소리, 눈에 파묻힌 노천탕……, 이 모든 것을 요시다 슈이치는 특유의 묘사력으로 눈에 잡힐 듯 선명하게 그려낸다. 독자들은 어느새 이 책을 손에 들고 책 속 여관으로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