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감독, 유지태, 김지수, 엄지원 주연의 영화 '가을로'를 소설화한 책. 답답한 일상을 위로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여자, 세진과 사랑의 기억에 이끌려 여행을 떠난 남자, 현우의 만남이 가을날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그려지고 있다.
사랑했던 연인 민주를 잃고서 자신을 가둬버린 남자 현우는 민주가 죽은 지 10년이 지나, 그녀의 노트를 받게 된다. 그곳엔 둘만을 위해 준비해놓은 7일간의 여행 계획이 담겨 있다. 현우는 민주의 노트를 들고 여행을 떠나고, 가는 곳마다 운명처럼 마주치는 여자를 만나는데….
글_김지혜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그녀 안의 놀이터' '검은 별 회오리' '검은 나비의 시간' 등의 작품을 써왔다. 현재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글을 쓰고, 또 사진을 찍으며, 우주가 깃든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관찰해 이미지화, 활자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 시간이 멈춘 집
2. 내 여행의 의미
3. 첫 여행의 시작
4. 세 번째 여행의 시작
5. 소리를 지닌 나무들
6. 시간을 잊게 하는 숲
7. 비 오는 소리
8. 내 앞의 남자
9. 우연한 동행
10. 그 사람의 노트
11. 길의 끝에서
12. 전나무 숲이 들려준 비밀
13. 이제, 여름을 지나가고
14. 나를 찾아온 가을
작가의 말
영화 <가을로>, 이제 본격 문학으로 만난다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 남다른 멜로 감각을 보여준 김대승 감독의 새 영화 <가을로>는 시각적이면서도 매우 문학적인 작품이다. 이제 세상에 없는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여행 여정은 마음속 사막에서 시작해 마음속에 숲을 일구며 마치는 내면적 여행이기도 하다. 따라서 영화 속 여행이 끝나면 관객은 강한 서정적 여운에 사로잡힌다. 그 여운에서 소설 [가을로]가 시작된다. 영화 속 3인의 심리와 내면, 여정 속에 숨은 의미가 소설에서 한층 깊이 있게 다뤄진 소설 [가을로]는 영화의 문학적 요소를 한편의 본격 문학으로 완성시켰다.
교차되는 살아 남은 자들의 슬픔
소설 [가을로]에서는 살아 있다는 것이 큰 슬픔이 된 두 남녀의 시점이 교차적으로 전개된다.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겠다던 약혼녀를 곧 무너질 백화점으로 내몬 최현우. 그리고 사고에 대한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윤세진. 각각의 시점으로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죽은 민주를 끈으로 점점 가까워지고 교차되고 또 겹치며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일궈나간다. 각각 다르지만, 또 같기도 한 그들의 이야기는 재미난 문학적 구성 요소로 소설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끈다.
상실과 치유, 그 조용하고도 격정적인 여정 속으로
죽은 약혼녀가 몰래 써놓은 신혼여행 다이어리가 그녀가 죽고 10년 뒤 현우에게 배달된다. 뒤늦게 현우는 그 여정을 따라간다. 민주의 다이어리를 따라가는 동안, 현우는 한 여자와 자꾸만 마주친다. 그녀는 누굴까. 그리고 그녀는 어떻게 같은 여행을 하고 있는 걸까.
사랑의 회한과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정은 문학에서 언제나 반복되는 인기 있는 주제다. [가을로] 역시 그런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를 외적 여행과 내면적 여행을 결합한 형태로 풀어 나간 점이 매우 독특하다. 또 상실의 시점과 그 10년 후가 여행과 겹쳐지면서 독특한 시간감을 형성한다. 소설 [가을로]는 영화와는 또 다른 문학적 즐거움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