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자 공쿠르 상 수상자, 미테랑 대통령의 연설문 대필자를 지낸 '프랑스의 지성', 에릭 오르세나의 장편소설. 열두 살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이 책을 통해 작가는 효율이라는 이름 하에 망가지는 언어 교육에 대한 현실을 비판하고, 새롭고 흥미로운 언어의 세계를 탐구해 나가고 있다.
아빠와 헤어진 엄마를 만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던 잔과 토미. 아메리카 대륙을 코앞에 두고, 거센 태풍을 만나 알 수 없는 섬에 표류한다. 조난 후유증으로 아이들은 말을 할 수 없게 되고, 이들 앞에 한 노신사가 나타나 이곳이 '언어의 보물섬'임을 알려준다. 신비한 힘을 가진 언어의 보물섬에서, 잔과 토마는 잃어버린 말을 되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는데….
글_에릭 오르세나
1947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철학과 정치학을 공부하다가 전공을 바꿔 런던 정경 대학에서 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다음 11년 동안 파리1대학과 고등사범학교에서 국제 금융과 개발 경제학을 가르쳤다. 그리고 1981년 국제협력부의 고문으로 사회당 정부와 인연을 맺은 뒤 미테랑 대통령의 문화 보좌관 겸 연설문 초안 대필자, 최고행정재판소 심의관, 국립 고등조경학교 학장, 국제해양센터 원장 등 주요 공직을 두루 거쳤다. 1998년에는 작가로서 최고의 영예인 프랑스 학술원의 회원으로 지명됨으로써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1978년 로제 니미에상을 수상한 [로잔에서 산 것과 같은 삶](1977), 1988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식민지 전시회](1988)를 비롯해 [로욜라의 블루스](1974), [어떤 프랑스 희극](1980), [큰 사랑](1993), [아홉 대의 기타로 엮은 세계사(1996), [두 해 여름](1997)] [오랫동안](1998), [행복한 남자 앙드레 르 노트르(1613~1700)의 초상](2000), [마담 바](2003), [새들이 전해준 소식](2005) 등이 있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인도차이나>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옮김_정혜용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3대한 통번역대학원(E.S.I.T)에서 번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사이에’ 출판 기획, 번역 네트워크 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아홉의 손, 은화 한 닢], [마르틴과 한나], [단추전쟁], [작은 보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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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학술원 회원 에릭 오르세나, 학부모로서 언어 교육에 통탄하다
프랑스 학술원 회원이자 공쿠르 상, 로제 니미에 상 수상자이며, 미테랑 대통령 문화 보좌관 겸 연설문 대필자, 최고행정재판소 심의관 등 프랑스 정부의 핵심 관료를 지낸 금세기 최고의 프랑스 지성 에릭 오르세나. 그가 한 명의 학부모로서 공교육의 언어 교육에 대해 깊이 분노했다. 엄격주의로 인해 상상력과 즐거움이 사라진 문장, 과학이라는 명목 하에 무분별하게 어려운 용어를 도입해 오히려 혼란스러워진 문법, 그리고 다양성과 영혼을 잃은 언어. 에릭 오르세나는 이런 현실에 대한 비판과 언어 교육에 대한 대안을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에 담았다. 열두 살 소녀를 주인공으로 아주 흥미롭고 새로운 언어의 세계를 탐구하는 이 소설은 출간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고, 언어 교육의 현실이 보편적 문제로 확산되어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등 세계 10여 개국에서 출간되었다.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아빠와 헤어진 엄마를 만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던 잔과 토마는 거센 태풍을 만나 알 수 없는 섬에 표류한다. 정신없이 흔들고 간 태풍은 두 아이의 머릿속을 온통 뒤죽박죽 섞어놓더니 급기야 말을 앗아가 버린다. 말을 할 수 없게 된 아이들 앞에 앙리 씨라는 노신사가 나타나 그 섬이 신비한 힘을 가진 섬임을 알려주고, 말을 되찾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언어의 보물섬에서 아이들은 지금까지와는 너무도 다른 방법으로 새로운 언어의 세계를 발견한다.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지 못할 때 적절한 표현을 파는 단어 상점에서 아이들은 표현의 다양성에 놀란다. 이름 불러주는 여인을 만나고는 더 이상 불리지 않아 사라져가는 단어들의 위태로움을 목도하고, 사람들에게 남용당한 나머지 쇠약할 대로 쇠약해져 병원에 입원한 단어를 문병하고는 마음 아파한다. 사람들의 부당한 대우에 반란을 일으켜 자기들만의 도시를 세운 단어들을 보며, 인간처럼 부족을 이루며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는 단어들의 본질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유분방한 단어들의 본성에 질서와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문법 공장에서 어렵고 복잡한 문법이 아니라 머릿속과 단어들을 정돈해주는 문법을 새로 익힌다. 어느새 아이들은 잃었던 ‘말’을 되찾는다. 잃어버린 ‘말’을 되찾는 아이들의 여정은 수많은 혼란 속에 방치된 언어의 본질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여정이다.
동시대 언어와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
이 책은 언어와 인간이 맺는 관계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 있다. 단지 의사소통 도구로서의 언어와 우리를 서로 사랑하게 만들고 인생을 풍요롭고 즐겁게 해주는 언어. 시인이자 가수, 아이들의 멘토인 앙리 씨는 언어를 살아 숨쉬는 생명체로 아끼고 존중해주는 반면, 섬의 통치자인 네크롤은 사회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효율적인 단어들만 남기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단어는 말살하려 한다. 또 문법의 권위자인 자르고노스 장학관에게 언어는 어려운 용어로 과학적 표식을 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교사 로랑생에게 언어는 그 아름다움을 음미하고 즐겁게 느껴야 할 대상이다. 작가 에릭 오르세나는 동시대 언어 교육의 한계뿐 아니라 효율이라는 이름 하에 마구 망가지는 언어 자체의 위기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프랑스어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고 있지만 오르세나가 포착한 현대 언어생활의 위기는 어느 나라나, 어느 사회나 공통적으로 맞고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에릭 오르세나가 제시한 생명체 대 생명체로서의 인간과 언어의 관계는 비단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언어를 풍요롭고 올바르게 가꾸는 데 지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