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최후의 아들>로 등단해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일본에서 주목받는 신세대 작가 중 하나인 요시다 슈이치 신작. 도시인의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한 <일요일들>, <7월 24일 거리>, <랜드마크> 등을 발표하였다.츠츠이는 우연히 백화점에서 옛 애인과 마주치면서 혼란스러웠던 과거의 자신과 마주한다. 어느 아침 전철 속에서는 아내가 데려온 아이의 진짜 아버지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출근길, 츠츠이는 무심히 핸들을 꺾어 과거의 자신을 찾아 나서는데…. 소설은 도시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30대 남성을 주인공으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문득 찾아오는 '또 다른 시간'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다섯 가지 일상과 일탈을 통해 자신만의 낙원을 찾고, 진실을 찾는 여정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저자 : 요시다 슈이치
저자 요시다 슈이치는 지금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세대 작가 중 하나. 1968년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호세이 대학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1997년 [최후의 아들]로 등단, 제 84회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했고, 2002년에 [퍼레이드]로 제 15회 야마모토슈고로상, [파크 라이프]로 제 127회 아쿠타가와상을 연거푸 수상하며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잇는 차세대로 작가로 주목받았다.
도시인의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해내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는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으로는 [일요일들] [7월 24일 거리] [랜드마크] 등이 있다.
봄, 바니스에서
아빠가 전철에서 내리던 곳
그와 그녀의 거짓말
휴게소 주차장
당신의 낙원
옮긴이의 글
관찰자의 눈으로 세밀하게 묘사한 현대인의 일상과 일탈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문학적 힘은 무엇보다 묘사에 있다. 그는 세상을 그려낼 때 사적인 감정을 섞어 넣지도, 희한한 이야기를 엮어 넣지도 않는다. 물론 뭔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거나 해석해주는 일도 드물다. 그런데 이야기는 생생하고 리얼리티는 칼날 같다. 그 이유는 요시다 슈이치의 묘사의 힘이 너무도 강해 창밖의 풍경을 그려나가다 보면 그 풍경 속에 필연적으로 이야기가 깃들고 감성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런 요시다 슈이치의 새 소설 [거짓말의 거짓말]은 평범한 30대 샐러리맨의 일상과 일탈을 통해 그의 문학적 특징과 저력을 고스란히 응축해 놓은 작품이다.
30대 샐러리맨 츠츠이는 아이 딸린 이혼녀와 결혼해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직장에도 가정에도 큰 불만이 없는 평이한 일상의 연속. 그러던 어느 날, 백화점에서 젊은 시절 동거했던 50대 남자와 재회해 혼란스러웠던 과거와 대면한다. 그러나 그는 세상에는 여러 가지 혼란스러움이 있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담백하게 끌어안는다. 아직은 어려 아버지는 원래 둘이라고 생각하는 아이가 겪게 될 혼란에 대한 우려도 순간 함께 불식된다. 아이의 친아버지가 아이를 데리러 온 날, 만원 전철에 몸을 실은 츠츠이. 그의 뇌리에는 두서없이 앉았다 떠났다를 반복하는 여러 가지 상념이 복잡하게 펼쳐진다. 만원 전철의 이상한 정적과 반대로 그의 가슴속 아우성은 점점 커지기만 한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한 출근길, 츠츠이는 무심히 핸들을 꺾어 한 가족의 가장이자 한 회사의 직원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잠시 이탈한다. 이 이탈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없다. 단지 현대인의 근원적 불안과 고독이 스며 있을 뿐.
이렇듯 담백하게 그려낸 츠츠이의 일상과 일탈 속에는 현대 도시인의 고독과 불안이 깊이 있게, 그러나 무겁지 않게 내재되어 있다. 우리 모두의 일상과 다를 바 없는 츠츠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지금 시간과 평행으로 흐르고 있는 또 다른 시간, 즉 낙원을 꿈꾸고 있으며, 삶 자체가 거짓말의 거짓말, 즉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보편성과 만나게 된다.
전작을 뛰어넘는 깊이와 작품성
요시다 슈이치는 어려서부터 소설가가 되겠다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작가는 아니다. 그는 주제를 찾아 나서는 화두 사냥꾼 타입의 작가도 아니다. 다만 관찰자의 눈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기 주변을 묘사할 뿐이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세상을 관찰하는 그의 눈이 성숙해짐에 따라 함께 성숙해진다. 최근작인 [거짓말의 거짓말]은 전작을 뛰어넘는 깊이와 작품성으로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동경만경] [7월 24일 거리]에서 사랑이 소통되지 못하는 불안함을 그렸다면 [거짓말의 거짓말]에서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아본 사람은, 역시 지긋지긋할 정도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며 사랑의 실재(實在)에 무게를 실었다. [랜드마크]에서 탈출구 없는 현대인의 불안감을 극한까지 몰아갔다면 [거짓말의 거짓말]에서는 근원적 불안으로 인한 일탈의 끝에 그래도 아무 말 없이 그 일탈을 이해해주고 돌아올 자리를 남겨주는 아내를 그려 넣었다.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아니지만 사랑과 책임으로 진짜 아버지가 되어가는 츠츠이의 모습도 요시다 슈이치의 전작에서는 볼 수 없는 한층 성숙해진 인간의 면모다.
‘봄 바니스’ 집필로 작가로서의 정점에서 또다시 도약
[거짓말의 거짓말] 중 첫 번째 에피소드인 ‘봄, 바니스에서’는 작가가 2002년 <파크 라이프>로 제127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후 가장 먼저 집필했던 소설이다. 큰 상을 받고 엄청나게 쏟아지는 전화와 꽃다발을 피하기 위해 호텔에 10일 간 칩거한 요시다 슈이치는 곧바로 소설에 돌입한다. 그러나 무엇을 쓰겠다고 결정하고 작품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무언가 쓰지 않을 수 없어 쓰기 시작했다고. 그때 그의 뇌리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자신의 데뷔작이자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던 ‘최후의 아들’(단편집 [워터]에 수록)이었다. 아쿠타가와 수상으로 작가로서 한 장을 마감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을 작가의 세계로 처음 이끌어냈던 데뷔작 ‘최후의 아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최후의 아들’에는 엠마라는 여장 게이가 등장했는데, 그 후일담 같은 얘기를 써보자는 생각으로 집필을 시작했다. 다만 그 주인공을 엠마가 아닌, 당시 ‘나’로 등장했던 츠츠이라는 남자로 바꾸었다. ‘봄, 바니스에서’를 필두로 그는 역대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문학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또 하나의 시간’ 연작 [거짓말의 거짓말]을 탄생시켰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신세대 작가
[파크 라이프]로 권위 있는 순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퍼레이드]로 대중 문학에 수여되는 최고의 상인 야마모토슈고로상을 모두 수상한 요시다 슈이치는 일본 문학계에서도 이례적인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아주 문학적인 주제를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읽히는 그의 소설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다. 요시다 슈이치는 한 인터뷰에서 “인기를 얻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다 보면 오히려 인기와 멀어지듯, 지금 시대의 문학적 본질에 너무 천착하면 오히려 문학적이지 않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감각적이고 영상적인 대중 소설과 지나치게 미학적이고 엄격한 본격 소설로 양분되어 있는 일본 문학계에서 요시다 슈이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잇는 차세대 작가로, 소설을 균형 있게 이끌어가고 있다.
일본에서 드라마화되어 갤럭시상 수상
[거짓말의 거짓말]은 일본 WOWOW 텔레비전의 ‘드라마W’로 제작되어 폭발적인 인기와 갤럭시상을 거머쥐었다. 드라마W는 영화와 똑 같은 시스템으로 제작되는 드라마로 WOWOW에서 먼저 방송한 뒤 극장에 개봉한다. 영화 <메종 드 히미코>의 니시지마 히테토시, <도쿄타워>의 테라지마 시노부가 주연을 맡고, <토니 타키타니>의 이치카와 준이 감독을 맡아 제작 발표 때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