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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린의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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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린의 아기

저자
필립 클로델 / 역자 : 정혜승
출판사
Media2.0(미디어 2.0)
발행일
2006.05.05
정가
8,000 원
ISBN
9788990739360|
판형
136*204
면수
135 쪽
도서상태
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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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문체와 강렬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회색 영혼>으로 르노도상을 수상한 작가 필립 클로델의 신작소설 『무슈 린의 아기』. 낯선 곳, 말이 통하지 않는 두 남자의 아주 특별한 우정을 아름다운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땅을 뒤로하고 망명 길에 오른 무슈 린. 그에게 남겨진 것이라곤 낡은 가방 하나, 고향의 흙 한 줌, 빛바랜 사진 한 장, 그리고 함게 살아남은 유일한 혈육인 손녀딸뿐이다. 추위와 무관심으로 가득한 낯선 땅에서 그는 뜻하지 않은 우정을 나누게 되는데….

저자 : 필립 클로델

저자 필립 클로델은 소설가이자 극작가. 1962년 동발-쉬르-뫼르트에서 태어났다. [Quelques-uns des cents regrets]로 ‘마르셀 파뇰 상’을 수상했으며, [J'abandonne]로 ‘프랑스 텔레비지옹 상’을, [Les petites mecaniques]로 ‘공쿠르 단편 상’을 수상했다. 그는 간결한 문체, 강렬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회색 영혼]으로 르노도 상 등 각종 문학상을 석권하면서, 프랑스 최고의 지성으로 떠올랐다. [무슈 린의 아기]는 ‘르노도 상’ 수상 이후 쓴 첫 소설로, 무단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목차가 업습니다.



2003 르노도 상, 2004 ELLE 문학상 그랑프리, 그리고 2005 서점 대상
이제 프랑스 최고의 지성 필립 클로델을 읽는다!

프랑스의 한 해는 1월이 아니라 9월에 시작된다. 바캉스를 마치고 일터로, 학교로 돌아오는 계절. 이때는 프랑스에서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 때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 비평지 중 하나인 ‘리브르 엡도’는 매년 9월 프랑스 서점 208군데를 설문조사 하여 700여 권의 소설 중 최고의 프랑스 소설과 최고의 외국 소설을 뽑는데, 작년 폴 오스터의 [브루클린 풍자극]과 함께 그 영예를 안은 책이 필립 클로델의 [무슈 린의 아기]이다.
프랑스 서점의 북마스터들은 대부분 문학으로 석사 학위 이상을 받은 재원들로 가장 정확하게 좋은 책을 뽑아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들이 2005년, 그리고 2003년([회색 영혼]이 대상을 안았다)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작가가 필립 클로델이다.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가인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과 프랑스에서 가장 거센 논쟁을 일으키는 작가인 미셸 우엘벡의 작품이 작년 각각 8위, 12위에 그친 가운데, 대상을 받은 [무슈 린의 아기]는 43%의 지지율로 압도적인 수상을 했다.
2003년 발표되어 서점 대상을 수상한 [회색 영혼]은 프랑스에서만 30만 부 이상 판매, 24개 국 출간, 영화화 등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필립 클로델은 전세계에서 폴 오스터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문학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이며 명실상부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다. 르노도 상, 엘르 문학상 그랑프리, 두 번의 서점 대상, 그리고 프랑스 최고의 문학 비평지 리르 선정 ‘올해의 책’까지, 필립 클로델은 프랑스 문학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몇 안 되는 작가 중 하나다.


왜 문학계는 필립 클로델에게 열광하는가?

필립 클로델의 문학은 밝지 않다. 슬프다.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근본적으로는 그렇다. 특히 프랑스는 청년 실업과 경제 불황, 문화 충돌과 가치관의 붕괴로 더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필립 클로델의 소설이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차가운 현실을 비추되 그 안에 너무도 따뜻한 작가의 시선과 인간애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리브르 엡도’ 지가 평한 대로 [회색 영혼]이나 [무슈 린의 아기]를 읽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언어를 넘어선 소통, 두 남자의 아주 특별한 우정

얼음처럼 차가운 어느 날,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서양의 한 항구 도시에 자그마한 동양 노인이 내린다. 그가 목숨처럼 꽉 붙들고 있는 것은 작은 여행 가방 하나와 갓난쟁이 손녀딸뿐. 전쟁의 포화 속에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오로지 손녀 때문에 머나먼 망명길에 올랐다. 아무 냄새도 느껴지지 않는 낯선 땅, 처음 만나는 추위,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그는 모든 게 두렵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산책을 나갔다가 정신없이 흘러가는 인파를 피해 공원 벤치에 잠시 몸을 쉰다. 그때 누군가가 말을 걸어온다. 아내를 잃고 상심해 있는 바크 씨. 서로의 말을 한 마디도 이해할 수 없지만 둘 사이에는 이상한 우정이 싹튼다.
둘 사이의 우정과 소통은 언어를 매개로 한 것이 아니다. 둘은 서로의 상처, 다독거림, 마음, 시선, 음악, 그리고 침묵으로 소통한다. 필립 클로델은 작가로서 단어와 언어를 극한까지 추구해 비(非)언어적 의사소통을 문학 속에 구현했다. 이는 언어의 한계를 한번 넘어선 것일 뿐 아니라 말은 넘쳐 나지만 마음은 통하지 않는 우리 시대의 언어의 한계를 역으로 다시 한번 비춰준 것이다.
필립 클로델은 침묵에 많은 것을 할애하는 작가다. [프티 메카니크 Les petites mecaniques]라는 중편 소설은 침묵일 수밖에 없는 ‘사자(死者)들의 말’을 다뤘으며, 형무소에서 죄수를 가르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열쇠꾸러미 소리 Les bruits des trousseoux]에서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는 사람들을, [회색 영혼]에서는 살인사건을 둘러싼 마을 전체의 침묵을 그렸다. 그리고 [무슈 린의 아기]에서는 침묵의 우정을 그림으로써 소통의 의미를 보다 강하게 호소했다.
[무슈 린의 아기]는 우리가 흔히 보는 관습적인 현대 소설이 아니다. 대화는 거의 없고, 강렬한 등장인물도 없으며, 광기 어린 결말도 없다. 그러나 고전적 문학 요소, 즉 열정, 아름답게 조탁한 문장, 그리고 올바른 메타포와 강렬한 심리 묘사로 두 남자의 특별한 우정을 그 어느 소설보다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반전

이 이야기의 결말에는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슬픔을 순식간에 극한대로 증폭시키는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반전을 알고 나서 책을 다시 읽으면 아주 새로운 이야기가 읽힌다는 것이다. 필립 클로델은 세련되고 치밀하게 두 개의 소설을 하나의 책 안에 담아냈다. 이는 문학적으로도 혁신적인 실험일 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큰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작가 필립 클로델 인터뷰


신작 [무슈 린의 아기]에서 아시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단 아시아인인 무슈 린 때문만이 아니라 작품 전체에 아시아의 느낌에 배어 있습니다. 아시아에 대해서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는지요?
저는 여행을 많이 합니다. 즐거움을 위해서, 또 일 때문에도요. 저는 아시아, 특히 동남아시아를 좋아합니다. 동남아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됐으며 뜨거운 애정도 갖고 있죠. 이런 애정을 갖게 된 것은 우리 딸 덕분입니다. 우리는 딸아이를 사이공에서 입양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지 두 달 됐을 때요. 저는 베트남, 캄보디아와 아주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무슈 린은 전쟁의 포화를 피해 망명합니다. 그러나 그의 나라는 끝까지 언급되지 않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선 이 책이 단지 하나의 문학적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노인(무슈 린)의 국적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고, 같은 이유에서 그가 망명한 나라의 이름도 언급되지 않았죠. 세계 각국의 독자들로부터 반응이 있었는데, 오스트레일리아 사람에게는 노인이 내린 항구가 시드니처럼 느껴지고, 독일인에게는 함부르크, 프랑스인에게는 마르세이유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단서는 전혀 없고, 단지 그곳이 서양의 어느 항구 도시라는 것만 알 수 있죠. 저는 이 책에 일종의 보편성을 부여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막연한 느낌을 고수했습니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잔잔하고 음악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 역시 아시아적인 것에서 영향을 받은 것입니까?
이 책을 써 내려가면서 저 자신도 등장인물의 잔잔함, 특히 노인의 평온함에 젖어 들었습니다. 시간에 대한 동양인의 관념은 우리와는 매우 다릅니다. 기억에 대한 그들의 관념, 또 고통에 대한 관념 역시 다르죠. 특히 끔찍한 기억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우리와는 아주 다릅니다. 저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크메르 루즈 치하의 시간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거기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들을 때마다 놀라곤 합니다. 베트남인들은 또 미국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용서할 수 있었을까요. 반면, 우리 유럽인들은 갈등이 남아 있도록 매우 애쓰는 것 같습니다. 불운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조차 동양인은 평온합니다. 그 태도가 어찌 보면 아주 수동적이기까지 하죠.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노인의 캐릭터를 단순하고 순진하게 설정했습니다. 망명자들의 운명을 한번 머릿속에 그려보세요. 망명자들 대부분은 하루아침에 자기 논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농부들입니다. 낯선 풍경, 낯선 냄새와 낯선 맛이 가득한 곳으로 순식간에 뛰어든 것이며, 눈에 익지 않은 얼굴들과 마주해야 하는 것이죠. 저는 이 책을 아주 단순하고 시적으로 끌고 가고 싶었습니다. 구조가 다소 복잡했던 전작 [회색 영혼]과는 대비되는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두 남자의 대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둘의 대화는 침묵과 시선의 대화이며 말은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마치 진정한 이해와 소통은 단어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의식적으로 단어를 배제함으로써 소통을 강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글을 쓸 당시에는요. 그런데 소설이 완성되고 보니 그런 효과가 확연히 드러나더군요. 이렇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제 작업의 첫 번째 도구는 역시 단어입니다. 단어를 가지고 실험을 해보는 것을 좋아하죠. 나아가 물리적 단어 너머에 있는 것을 찾기 위해 나 자신을 끝까지 몰아가기도 합니다. 영화나 그림을 볼 때도 눈앞에 있는 스크린 프레임의 바깥에 있는 그림을 즐겨 상상합니다. 언어에 있어서는 단어와 단어 사이의 침묵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단어와 단어 사이의 작은 틈들이죠. 둘째, 이 책은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우정에는 실상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장애 아동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비언어적인 대화를 만들어내는 데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완전 귀머거리 아이도 있었고, 안면 마비 아동도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언어를 쓰지 않고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어요. 말이 통하지 않지만 서로 대화하는 이 두 남자는 서로 언어가 통해도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 시대에 독특한 은유를 형성합니다. 밤새도록 인터넷 채팅을 한다는 사람들이 놀랍습니다. 대화하는 상대방을 전혀 알지 못할뿐더러 거리에서 만난다면 서로에게 단 몇 분도 할애해주지 않겠죠. 우리 사회는 진정한 소통이 가상의 소통에 패배한 사회입니다.

이 책에서 그런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하고자 했습니까?
저는 이론을 중시하는 작가도 아니고, 남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글을 쓰지도 않습니다. 글을 쓸 때 다음 두 가지를 매우 조심합니다. 우선 어떤 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책을 쓰지 않습니다. 둘째, 스캔들을 일으키기 위해 글을 쓰지 않습니다. 저의 일은 이야기를 쓰는 것일 뿐입니다. 동시대 문제들에게 대해 관심을 유도하고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는 이야기를요. 저는 문학의 힘을 믿습니다.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일깨우고 감동시키는 문학의 힘을 말입니다.

독자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습니까?
독자 편지를 받을 때마다 정말 놀라곤 합니다. 책을 쓸 때는 혼자입니다. 철저히 혼자죠. 하지만 책이 나오고 나면 갑자기 수천 명의 사람들과의 강한 연대감이 생깁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며, 아마 앞으로도 만날 기회는 없겠지요. 책이라는 것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로 뻗어나가는지 보면 참 신기합니다. 놀라움 그 자체죠.

-‘프렌치 북 뉴스’와의 인터뷰 중에서

해외 언론의 극찬


“상실과 결핍에 대해 좋은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필립 클로델은 해냈다. [무슈 린의 아기]는 모든 것을 잃은 존재의 공허와 고독을 한 편의 소나타로 완성시켰다.” - LE FIGARO

“극히 내면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 감동적이지만 억지 흐느낌은 없는 이야기. 간결하고 아름다운 이 책이 수작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LE POINT

“우리가 손꼽아 기다려온 필립 클로델의 새 소설 [무슈 린]의 아기는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잊을 수는 없는 이야기. 심오하고 충격적인 결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 LIRE

“[무슈 린의 아기]는 천천히 읽거나 아니면 거듭해서 읽어야 할 책이다. 놀라운 반전의 결말을 알고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보인다. 아름다운 언어로 수 놓인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우화.” - L’EXPRESS

“역시 필립 클로델! [무슈 린의 아기]에는 우리가 그에게서 기대하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가슴 떨리는 이야기와 아름답고 절제된 문체가 압권.” - ELLE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다 감성을 자극한다. 그렇게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비극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MADAME FIGARO

“필립 클로델은 말없는 대화의 달인이다.” - MARIANNE

“[무슈 린의 아기]가 더욱 슬프고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 감정이 너무나 잘 절제돼 있기 때문이다.” - PLEINE VIE

“간결하고 부드러운 문장의 향연. [무슈 린의 아기]는 잊혀지지 않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 FEMME ACTUELLE

줄거리
전쟁의 포화로 쑥밭이 된 고향 땅을 뒤로 하고 바다 건너 망명길에 오른 무슈 린. 그에게 남겨진 것이라고는 낡은 가방 하나, 고향의 흙 한 줌, 빛바랜 사진 한 장, 그리고 함께 살아남은 유일한 혈육인 손녀딸뿐이다. 오로지 추위와 무관심만 가득한 낯선 땅에서 그가 살아가는 이유는 12주된 손녀에게 안정된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서다. 합숙소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무슈 린은 어느 날 산책을 나서고, 공원 벤치에서 뜻하지 않은 만남을 갖게 된다. 아내를 잃고 상실감에 빠져 있는 바크 씨. 무슈 린과 바크 씨는 짐작만 할 뿐 자세히는 알 수 없는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대화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