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시인의 채근담
채근담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천양희 시인의 채근담 『간절함 앞에서는 언제나 무릎을 꿇게 된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이육사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문학부문,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쳐온 저자가 자신의 인생의 지침서가 되어준 《채근담》을 화두 삼아 명상으로 찾아낸 인생의 구절들을 들려준다. 고전 《채근담》에 저자 특유의 언어적 기지와 지성을 녹여 새로운 《채근담》으로 빚어내고 있다.
나무의 본성은 곧 사람의 근본과 같다는 말을 기억하고 주지스님에게 오동나무를 베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한 부인의 깊은 마음, 말은 침묵에 근접할 때 가장 사람의 가슴에 와 닿는다는 말처럼 저자의 마음속에 온기를 주는 산처럼 건강하고 바다처럼 넉넉하다는 말, 시인으로 사는 법과 좋은 인간으로 사는 법을 깨닫게 해준 혜암스님의 말씀 등 인생의 체험으로 써내려간 깊은 지혜와 사랑을 오롯이 전하고 있다.
저자 천양희는
’42년 부산출생
’66년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65년 대학 3학년 재학 중에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시의 숲을 거닐다』,『직소포에 들다』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이육사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문학부문,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인의 말
신이 제일 먼저 만든 꽃
김수환 추기경이 정채봉 작가에게 물었다
그 순간 비로소 내 마음의 불길을 잡았다
추억은 향기로 뇌에 저장되는 것인지,
은행잎처럼 둘이면서 하나인 세상
거지성자 프란체스코의 한 마디
“가난한 사람의 수준으로 자기를 들어 올려야 한다”
“공부하다가 죽어버려라.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어린왕자를 위한 헌사
마음에 장벽이 있으면 되레 비밀이 흘러나온다
네 편지가 올 것을 생각하면 미리미리 기쁘다
존재가 결핍되어 있을 때
모든 골목이 꺾이는 곳은
품
그녀의 마음속에는 절 한 채가 들어있다
간절함 앞에서는 언제나 무릎을 꿇게 된다
아름다움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다
외로울 땐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두렵다
별똥별은 추락하면서도 빛을 낸다
마음도 마음에게로 가는 마음이 있다
훔치다
스콧 니어링이 받은 한 줄의 편지
든다
미셸 투르니에의 묘비명-“내 그대를 찬양했더니 그대는……”
지극함과 지나침에 대하여
들어라, 진짜 거지들아!
사람의 심성은 7년마다 바뀌나니
솔수식인(率獸食人)- 짐승을 거느리고 와서 사람을 잡아먹게 하다
수챗구멍에 뜨거운 물을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할 이유
“고뇌란 마음이 깨어지는 거야”
절경은 영혼을 건드린다
수목한계선에서 자라는 나무들
식물도 안다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큼만 빗방울을 싣는다
신(神)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듯이
꽃잎 속을 뚫고 가니 말발굽도 향기롭다
무지개는 태양의 반대편에 뜬다
세상은 내가 초극해야 할 또 다른 절망이다
넓은 것이 높이와 깊이를 다 포용하고 있다
몸이, 닫힌 새장과 같을 때
두루마기를 입은 나무처럼
처음 마음을 내었을 때가 곧 깨달았을 때
곧은 나무, 평면에 굴복하지 않는 정신
햇빛은 그냥 눈부시고 바람은 그냥 시원한데
차라리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잃는 것이
세계가 한 권의 책에 이르기 위해 이루어졌다면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우리집 개와 닭이 집을 나갔을 때
눈썹 이야기
철들지 않는 시인의 금계(禁戒)
정진과 정지 사이에서
시를 쓸 때 지표로 삼는 말
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것 4가지
보름달 뜬 누각 위에서 괴테와 함께
시인은 늙지 않는다
살아있는 시를 위하여
이 책에는 홍자성의 채근담, 그 이상의 채근담이 들어있다.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이육사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문학부문,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한평생 오로지 시를 ‘살아온’ 노시인이 일상 속에서 오래 음미했던 채근담의 핵심 구절에 시적 명상을 더해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각 편마다 시인의 깊고 방대한 독서 편력과 지난 삶의 절절한 체험이 녹아있어 독자들이 그 교양의 내공을 전해받고 생각의 여백을 넓히도록 한다. 산문과 시가 함께 어우러지고 무르익은 노시인 특유의 언어적 기지는 은은하고도 찰진 재미를 준다. 본문 중, 시인과 편집진이 가려 실은 34장의 사진은 각각의 이야기에 잘 어울리는 시적 에스프리 의 컷컷이다. 독자는 한 편 한 편의 글을 읽은 직후 사진을 보며 색다르고 웅숭깊은 성찰을 한 번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은 말한다.
“내 인생에서 채근담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오늘의 나를 만들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듯 채근담과 함께 해온 시인의 평생이, 마침내 나침반과도 같은 아포리즘 문장으로 새로운 채근담을 써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채근 - 푸성귀 채菜와 뿌리 근根, 즉 우리 마음의 뿌리를 살펴보고 그 근기를 바르고 든든히 하자는 이야기가 채근담의 본뜻이라면, 이 책은 그 마음의 뿌리에 노 여류시인의 시적 직관과 성찰, 그리고 평생의 독서 편력이 더해져 있다.
“내 인생에서 채근담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오늘의 나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할 정도로 채근담의 명구절을 되풀이 음미해온 시인은 이제, 일반 독자들에겐 다소 맨송맨송하고 그저 지당하신 말씀일 뿐인 고전 채근담에 특유의 언어적 기지와 지성을 녹여 새로운 채근담을 빚어낸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보석 같은 아포리즘 문장들이 처처에 빼곡하다.
“내 그대를 찬양했더니 그대는 그보다 백 배나 많은 것을 내게 갚아주었도다. 고맙다, 나의 인생이여“ 라고 마지막까지 인생을 찬미한 미셸 투르니에의 묘비명이 있는가 하면, 두 이파리가 하나로 붙어있는 은행잎을 보고 “오, 동양의 신비한 조화여!”라고 했던 괴테의 감탄이 들어있다.
“꽃잎 속을 뚫고 가니 말발굽도 향기롭다”고 했던 조선의 시인 이달의 시 구절을 소개하기도 하고,
“자기 집의 개와 닭이 집을 나가면 떠들썩하게 찾으면서 자기의 마음이 밖으로 나간 것은 찾으려고 생각지도 않는다”는 맹자의 말을 빌어 뭇 사람들에게 일침을 놓기도 한다. 채근담 핵심 구절과 함께, 동서고금의 고전 명저를 주유한 시인의 내공이 쉴 새 없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에 더하여, “수챗구멍에 뜨거운 물을 함부로 버리지 마라. 그 속에 살고 있는 미물들이 죽는다”고 했던 시인 자신의 어머니 말씀이나 스님이 된 어릴 적 친구, 그리고 절집의 오동나무 말을 알아들은 어느 부인의 이야기 등, 속 깊은 지혜와 사랑을 구체적인 인생 체험으로 드러낸다.
지혜의 숲을 거닐다 보면 우리 정신의 키는 훌쩍 자라고, 알지 못하는 새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세상을 더 멀리 내다 볼 수가 있게 된다. 시인 천양희는 채근담의 어깨 위에 올라 새로운 채근담, 『간절함 앞에서는 언제나 무릎을 꿇게 된다』를 써냈고, 이제 우리에게 자신의 어깨 위로 올라오라 한다. 채근담을 딛고 선 천양희의 어깨 위에서 내다보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거기서 맛보는 위로와 용기는 얼마나 웅숭깊을 것인가. 그래서 이 책은 ‘늙은 여류시인의 눈’이라 할 수 있다.
시인 박인환이 다시 살아 이 책을 접한다면, “한 잔의 술을 마시고 늙은 여류‘시인’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하지 않을까.
저자 천양희 시인이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이육사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문학부문, 만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