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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방향으로 달려가라 그곳에 뉴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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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방향으로 달려가라 그곳에 뉴스가 있다

KBS 이재강 앵커가 풀어내는 20년 현장 분투기

저자
이재강
출판사
모루와정
발행일
2011.08.20
정가
13,000 원
ISBN
9788996695806|
판형
148*218
면수
244 쪽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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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재강 앵커가 풀어내는 20년 현장 분투기

『반대방향으로 달려가라』는 화면 속에서는 볼 수 없는 현장에서 죽고 사는 방송기자의 세계를 담아낸 책이다. 삼성백화점 붕괴 현장에서 사전 스크립트 없는 생방송으로 뉴스를 전했고, 인도 특파원 시절 학살의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기도 했던 저자가 사건 현장을 향해 즉각적으로 달려가야만 하는 기자라는 직업의 생활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여기자들의 이야기, 권력과의 갈등과 타 매체와의 길항 사례, 그리고 '미디어포커스'라는 매체비평 프로그램을 통한 언론인으로서의 자성 모습 등등, 생생하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방송기자 특유의 간결하고 쉬운 문체 속에 담아 흥미를 더했다. 기자란 어떤 직업인지, 어떤 마인드와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할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저자 : 이재강

저자 이재강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KBS에서 기자가 되었다. 사회부, 경제부, 국제부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며 세밀한 관찰과 날카로운 분석을 무기로 시사 전문 기자로 성장했다. 인도 특파원을 지내고 현재 KBS <특파원 현장보고> 데스크 겸 앵커로 일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인도, 끓다』가 있다. ‘바른 기자의 길’을 향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실천하는 중견 방송 기자로 꼽힌다.

들어가며

Ⅰ. 열정과 긴장 사이
- 1991년과 2008년
- 수습기자 실종 사건
- 한 커트에 목숨 건다
- 예측불허, 그 애증의 변주곡
- 뉴스는 ‘발생’과 ‘기획’의 이중주
- 방송사고, 지나면 추억이라지만
- 인터뷰에 울고 웃고

Ⅱ. 언론은 누가 비판하는가
- ‘침묵의 카르텔’을 깨라
- 거침없는 쓴소리의 시대
- 적기가 방송 사건

Ⅲ. 방송 기자는 누구인가
- 이미지의 허상에서 벗어나
- 열심히 일하고 일한 만큼 대우받는다
- 분·초의 연금술사부터 뉴스 앵커까지
- 술, 술, 술, 방송 기자의 밤문화
- Girls, be ambitious!
- 내 마음속의 참기자

Ⅳ. 특파원의 세계
- 인도를 만나다
- 내일부터 네가 카메라맨이다
- 가족을 덩그러니 남겨놓고
- 뭄바이에 나타난 무장 게릴라
- 칸다말의 비극
- 아름다운 청년 유영하

길을 묻는 젊은이에게
- 그대는 반대를 향할 수 있는가?

 

“무쇠를 두드리고 돌을 쪼아 다듬듯” 책을 만들겠다는 모토로 출범한 신생 출판사 <모루와 정>에서는 그 첫 책으로 <우리 시대 베테랑들의 직업 에세이> 시리즈 제 1탄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라』를 내놓는다. 이는 방송 기자들의 세계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카메라의 뒤편, 렌즈의 바깥 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한 커트에 목숨 건 기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보다 생생하게 전할 수는 없을 듯하다.

KBS 이재강 앵커가 20여 년의 기자 생활을 바탕으로 ‘방송 기자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24시간 경찰서에서 먹고 자야 하는 초짜 시절부터, 목숨을 건 취재 현장까지 1분 30초 뉴스 이면에 숨겨진 기자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독자에게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기자 지망생들에게는 ‘이래도 기자가 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장을 마련해준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생방송 취재, 인도 특파원 시절 테러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촬영해야 했던 순간,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갖가지 황당한 방송사고, 권력과의 갈등과 타 매체와의 길항 사례, 그리고 <미디어포커스>라는 매체비평 프로그램을 통한 언론인으로서의 자성 모습 등등, 생생하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방송기자 특유의 간결하고 쉬운 문체 속에 담아 흥미진진한 가독성을 얻고 있다.

기자 지망생들에게는 물론, 한번쯤 자신의 인생과 직업 전반을 돌아보고 싶거나 다른 직종 - 방송가 전반의 생활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지침·교양서가 되어 줄 것이다.

SNS 서비스와 인터넷 뉴스가 활성화된 속에서도, 2011년 지상파 3사 저녁 종합뉴스의 시청률을 합치면 40%가 넘는다. 대략 전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지상파 3사 뉴스를 보며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한다는 얘기다. 또한 각종 탐사 프로그램이나 심층 취재 프로그램 등을 감안하면 방송 기자의 대중 영향력은 참으로 크다.

그처럼 한 시대를 영상과 메시지로 기록하고 전달하는 생활 이면은, 그리고 직업적 보람과 애환은 어떠할까?
깔끔만 양복,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서서 몇 마디로 사건을 요약해 전하는 기자의 모습은 똑부러지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처럼 한 시대를 영상과 메시지로 기록하고 전달하는 생활 이면은, 그리고 직업적 보람과 애환은 어떠할까? 과연 바싹 올려 세운 트렌치코트 깃처럼 멋지기만 한 것일까.

저자는 지옥을 방불케 하던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서 사전 스크립트 없는 생방송으로 뉴스를 전했고, 인도 특파원 시절에는 학살의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뭄바이의 테러 현장에서는 종군기자처럼 총탄 사이를 누벼 뉴스를 전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그 와중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을까.

저자의 후배 여기자들의 활약상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포탄이 떨어진 직후의 연평도에 군의 통제를 뚫고 홀로 들어가 특종을 전하는가 하면, 탈레반의 테러 빈발 지역, 특히 여성에 대한 조직적 성폭행이 자행되고 그 위험이 온존하는 지역으로 단신 취재에 나서 끝내 뉴스를 전하기도 한다. 또, 과학전문 여기자는 우주선이나 원자력 폭발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보도하기도 하였다. 당찬 기자의 포부를 키우고 있는 젊은 여성이라면 특히 피가 끓을 만한 내용들이다.

방송 기자의 삶이 이렇듯 극적인 순간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사건 현장을 향해 끝없 이, 즉각적으로 달려가야만 하는 게 기자, 특히 방송 기자의 숙명이다. 포탄이 언제 어디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전장으로, 원자력 발전 사고의 현장으로, 사람들이 모두 도망쳐 나오는 곳일수록 오히려 기를 쓰고 다가가야 하는 숙명. 바로 그런 곳에 뉴스가 있고, 뉴스 있는 현장에 방송 기자의 ‘인증샷’이 있는 까닭이다.

추천평
읽으면서 “그래! 맞아!”를 연발했다. 언뜻 멋져 보이는 방송 기자의 생활과 화면 뒤 모습이 책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방송계에 뜻을 품은 청년이라면 이 책에서 용기를 얻고 희망을 발견할 것이다. 시대의 부름 앞에 묵묵히 길을 걷는 사람들의 24시간을 이토록 생생하게 표현해낸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_최은정(AP통신 아시아 사업국장)

기자의 기본은 부지런함과 감각이다. 그리고 이 덕목들은 정의감, 휴머니즘에 바탕을 둬야 한다. 이재강 기자의 취재에는 이런 기본이 배어 있다. 그가 기록한 취재 노트에 기반한 이 책에서는 그런 냄새가 난다. 향기 나는 기자가 드문 하수상한 시절,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다.
_신경민(前 MBC 앵커)

그래도 참 기자는 살아 있습니다. <미디어포커스>를 진행하던 시절 만났던 이재강 기자는 제게 ‘성실’과 ‘열정’이란 단어로 각인돼 있습니다. 용감하게 ‘반대방향으로 나아가’ 한국 방송의 자부심이 된 <미디어포커스>는 당시 제작진의 뜨거운 혼이기도 합니다. 부활의 날을 기다리는.
_김신명숙(미디어 포커스 초대 진행자, 페미니스트 웹진 이프 편집인)

<모루와 정>에서 준비하고 있는 이 시리즈 후속작의 내용은 다채롭다.
- 시인이며 카피라이터가 언뜻 감성적이면서도 동시에 날카로운 문체로 전하는 광고 카피의 세계
- 종합병원 최고 병리과장이 전하는 흰 가운 속 의사들의 속내
- 연극·영화판을 가리지 않고 주유하며 정치적으로도 풍운의 중심에 섰던 배우의 배우론

<모루와 정>은 앞으로 꾸준히 우리 시대 각 분야 최고의 베테랑들을 저자로 초빙해 더욱 다양하고 깊게 우리 시대 갖가지 삶의 모습을 조명하려 한다.

책속으로

“우리 사회 가장 밑바닥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경찰서 형사계다. 살인, 강도, 강간 같은 강력 사건부터 구멍가게에서 라면 하나 훔친 잡범이나 택시비 안 내고 버티다 운전사에게 붙들려 온 취객, 화대 안 내고 토끼다 아가씨들에게 붙잡혀 온 녀석, 술 먹고 싸우다 코피 터진 인간 등등 온갖 인간 군상이 형사계에 있다. 형사계를 1개월만 자세히 관찰하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지저분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P. 17)   선배 기자가 수습기자들에게 경찰서를 할당해주며 한 말이 귓가에 울렸다. 형사계 앞은 노숙자에게서 나는 듯한 구린 냄새를 미세하게 내뱉고 있었다. 은근한 두려움으로 청년의 호흡이 떨렸다. ‘나는 기자다. 진짜 기자다.’ 청년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었다. 그리고 형사계 문을 힘껏 열어젖히고 문턱을 넘어섰다. 비행기가 힘겹게 속도를 올려 마침내 음속을 돌파하는 순간처럼. “새로 출입하게 된 KBS 이재강 기자입니다. 형님, 시끄러운 것 보니 오늘 사건 좀 있나 보네?” 20년째 이어지는 기자 딱지는 이렇게 청년의 삶에 부착되었다. (P.18)   운용 방식이야 달라졌지만 수습기자 시절 혹독한 훈련을 통해 기자의 기본기를 익히게 한다는 원칙은 그대로다. 자대 배치 받기 전의 훈련병과 같다. 정해진 시간에 어김없이 자고 일어나는 법부터 총 쏘는 법, 땅을 구르고 벽을 기어오르는 법 등 군인으로서의 기초를 다지는 게 훈련병이다. 수습기자도 마찬가지다.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더라도 신속하게 팩트를 수집해 기사를 작성하고 리포팅할 수 있는 방송 기자가 될 수 있도록 그 기본기를 배우는 초급 중의 초급 코스다. 여기서 기본기는 기술이라기보다는 향후 그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는 어떤 정신이나 자세에 더 가깝다. (P.28)   “백화점이 무너져? 어디 벽돌 몇 장 떨어졌겠지.” “아니야, 완전히 무너졌대. 이거 보통 일 아닌 것 같은데?” 중대한 붕괴사고로 판단되자 보도국, 그중에서도 내가 몸담고 있던 사회부에 비상이 걸렸다. 하던 일을 모두 중단하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응에 달려들었다. (중략) 평상시 생방송 때는 미리 원고를 작성해 연습해놓는데 이날은 그럴 틈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내레이션을 했고 “지금까지 삼풍백화점 상공에서 전해드렸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연결을 마쳤다. 정규 방송을 모두 중단하고 뉴스특보를 계속하던 상황. 뉴스센터에서는 시시각각 헬기를 연결해 생방송을 했고 그때마다 나는 준비된 원고 없이 즉흥 방송을 해야 했다. (P.39, 41)   “공영 방송, 국민의 방송 KBS는 언제까지 힘 있는 자, 가진 자의 편에만 설 것인가.” 2003년 6월 28일 밤, KBS 1TV에서는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하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야 그리 낯설지 않았지만 그 굵직한 음성에 담긴 내용만큼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KBS가 매체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포커스>를 출범시키면서 첫 방송에서 자사 비판을 할 것이라고 이미 예고했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철두철미하게 스스로를 향해 메스를 들이댈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감추고 싶은 KBS의 역사, 아직도 현직에 있는 고위 간부들의 행적이 적나라하게 공개되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사무실에서는 여기저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고맙습니다”, “감동했습니다”, “이제는 믿습니다.” 하나같이 <미디어포커스>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의 격려 전화였다. 격려보다는 질책하는 시청자 전화에 익숙해 있던 내게 그날 밤의 벨소리는 초여름 풀벌레 소리만큼이나 유쾌했다. (p.71)   방송 기자는 어떤 이미지로 표현될까? 마이크를 잡고 머리칼을 날리며 리포팅하는 스마트한 남자, 또는 단정한 매무새에 야무진 표정으로 똑 부러지게 보도하는 여자? 지배적인 이미지가 무엇이 든 청소년들이나 지망생들은 신문 기자에 비해 방송 기자를 좀 더 멋지게 여기는 듯하다. 신문 기자가 후줄근한 점퍼 차림이라면 방송 기자는 단정한 정장을 걸쳤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이다. 사람들은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단 10초를 보고 멋지다고 여길지 몰라도 그 10초 뒤에는 고된 노동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이 방송 기자의 실체다. (P. 103)   사실 우리나라 언론 역사에서 오랜 세월 우위를 차지해온 건 신문 기자였다. 방송 기자는 한 수 아래로 취급받았다. 그런 우열 관계는 1980년 컬러텔레비전 시대가 개막하면서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역전되었다. 텔레비전의 매체 파워가 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방송 기자의 위상도 따라 올라간 셈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텔레비전의 우위는 더욱 뚜렷해졌다. 방송사에서 실시하는 경력기자 모집에 메이저급 중앙일간지 기자들이 앞다퉈 응시하는가 하면 기자직을 지망하는 대학생 중에서 신문 기자를 목표로 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P. 118)     이어 손은혜 기자가 향한 곳은 아프리카의 민주콩고였다. 내전의 와중에서 민간인 여성들에 대한 조직적인 성폭행 범죄가 벌어진 곳이었다. (중략) 손 기자는 성폭행 피해 마을과 여성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아픔을 전했고 감옥에 갇힌 가해자와 소년군 참전 경험이 있는 청년을 만나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물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확보한 사실과 영상은 ‘내전의 비극, 성폭행 범죄’라는 아이템으로 전파를 탔다. 손은혜 기자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지구촌의 여성과 아이들을 취재해 그들의 아픔을 알리겠노라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한다. 그녀가 분쟁 지역을 찾아 나설 때 나를 비롯해 어느 누구도 “여자가 왜 그런 데를…” 하는 식의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생각 자체가 머릿속에 아예 없었다. 뜻을 세우고 행동에 나서는 기자를 여자라는 이유로 막아설 사람은 이제 없다. 그런 직무를 수행할 자질과 능력이 되는지만 따질 뿐이다. (P. 144~145)   총소리가 날 때마다 기자들은 몸을 웅크리거나 취재 차량 뒤에 숨었다. 호텔 본관에서 기자들이 몰려 있는 곳까지 거리는 대략 100미터. 만일 테러리스트가 무슨 이유로든지 조준 사격을 한다든지 혹은 유탄이 튀기라도 하면 불상사가 날 수도 있는 거리였다. 그런데 기자들은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취재활동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 다른 기자들 틈에 섞여 상황을 메모하다가 총소리가 나면 황급히 몸 웅크리기를 반복했다. (중략) ‘엎드려 총’ 자세를 하고 있는 특공대원들 뒤에서 마이크를 잡기로 했다. 앉은 것도 아니고 선 것도 아닌 엉거주춤한 자세를 한 채 대원들 뒤로 살금살금 접근하는데 책임자인 듯한 이가 돌아보더니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며 손짓을 했다. 나와 카메라맨은 그 자리에 멈춰 땅에 엎드렸다. 곧이어 나는 비스듬히 누워 카메라를 바라보고 카메라맨은 엎드려 나를 촬영했다. “이곳 타지마할 호텔은 잇따라 총소리가 들리는 등, 초긴장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이 장면은 실제 전투 상황입니다.” (P. 192)   오늘날 많은 기자가 사회의 다수자 혹은 힘 있는 계층이 외치는 ‘예!’에 더 크게 ‘오~ 예!’라고 화답한다. 그럼으로써 알량한 감투나 일신의 안위를 거머쥐는 데 만족한다. 그건 탈출하는 사람들의 행렬을 거슬러 기꺼이 현장으로 향하는 이 시대의 선량한 기자들 을 욕보이는 행위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사람이 사건의 현장에 있을 필요는 없다. 대다수 사람들은 아랍 민주화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이집트와 리비아로 갈 필요가 없다. 그냥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면 된다. 안락한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일본 지진 소식을 보면 된다. 그건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삶의 모습이고 뉴스 소비 방식이다. 그러나 만일 그대가 방송 기자를 꿈꾼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최소한 한 가지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대는 반대 방향을 향해 나아갈 자신이 있는가?’ 이 물음에 진심으로 ‘예’라고 외칠 수 있다면, 무궁무진한 세계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P.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