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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3-11-29
조회수
337
 

성장은 나를 최고로 만든다

켄 블랜차드 , 마크 밀러 저 / 모윤희 역 / 16,800원 / 드림셀러

우리는 왜 성장하며 살아야 할까?
“성장”이 없다면, 물 없이 살아야 하는 물고기와 같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성공적인 삶을 위해 비전을 세우고 꿈을 실현시키는 “성장의 기술” 4가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겅호!》 등 전 세계 누적 판매 2,300만 부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비즈니스 컨설턴트의 대가 켄 블랜차드의 리더십 강의를 통한 “성장의 힘”

새로운 기술, 새로운 환경, 예기치 않은 변화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
그 어떤 흐름 속에서도 견고하게 살아남으려면 “성장”하는 것뿐이다!
어떻게 성장하고 실천해야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켄 블랜차드의 ‘리더십 교육’을 통한 ‘성장의 기술’ 4가지!
개인의 “성장”을 위해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
각자도생의 시대지만 우리는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때 최고의 삶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 블레이크의 회사 적응기와 노련한 직장인 데비의 리더십 교육을 통해
“성장”이 어떻게 개인의 꿈을 실현시키고 삶에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그리고 행복한 삶을 위해 왜 “성장”이 필요한지를 경험하게 된다!

여러분은 자신의 삶이 어떻게 표현되기를 원하십니까?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비전입니다. 비전을 세우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어떻게 매일 성장해야 하는지, 이 책을 읽고 실천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의 비전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한국 독자들의 성장 여정에 늘 이 책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_ 켄 블랜차드의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에서

켄과 마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집필 팀이다. 이 책은 가정과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가장 효율적인 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_ 앤디 앤디루스(《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의 저자)


“전 리더가 되고 싶지 않은데요!”
“리더십이란 직위와 지위에 상관하지 않는다. 당신이 타인의 생각이나 믿음 또는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때마다 당신은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동굴 속에 혼자 살지 않는 한, 우리는 늘 리더십을 발휘하며 살고 있다!”

“넌 리더가 될 수 있을 거야!”
대학 졸업을 앞둔 블레이크에게 아버지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평소 존경받는 리더로 살아왔던 아버지는 무슨 의미로 블레이크에게 이런 말을 남긴 것일까. 취업을 고민하던 블레이크에게 리더는 자신과 전혀 무관한 단어처럼 들린다. 단 한 번도 그것을 꿈꿔 본 적도, 희망을 품은 적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데비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진정한 리더와 리더십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아버지가 왜 자신에게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는지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대학 졸업반이던 블레이크는 여러 회사의 면접 과정을 통해 다이내스타의 영업직으로 입사하게 된다. 드디어 혹독한 회사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영업 실적만을 강요하는 팀장, 언제 잘리게 될지 몰라 불안한 상사, 경쟁회사에 밀려 고객들이 떠나고 있는 회사 …. 블레이크는 조직이 자신의 성장을 지원하는지, 역량과 성과를 발휘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인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갈등이나 어려움이 부딪칠 때마다 멘토인 데비의 리더십 교육은 그를 한낱 신입직원이 아닌 사람들을 리드하는 역할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독려해준다. 블레이크는 떠나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 TFT 구성을 제안하고 회사는 이를 받아들인다. TFT에 들어간 블레이크는 오히려 팀 내에서 신입이기에 가능한 객관성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지를 모색하며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나아가 현안을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마련함으로써 주목받기 시작한다. 블레이크는 신입이라는 위치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삶에서 어떤 영역에서든 주도적인 역할을 할 기회가 있다!
환경과 시대에 어울려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한 “성장 방법”은 무엇일까?


블레이크가 데비에게서 배운 리더나 리더십의 의미는 이처럼 직위와 지위에 상관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 신념, 개발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즉, 우리가 타인의 생각이나 믿음 또는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때마다 우리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동굴 속에서 혼자 살지 않는 한 우리 모두는 집이나 직장 등 어느 곳에서도 자신도 모르게 일상에서 거의 매일 리더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살고 있는 셈이다. 블레이크 역시 신입이라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능동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팀원들을 리드하며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처음에는 블레이크처럼 영향력을 미치다가 도태되거나, 새롭게 떠올랐지만 결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왜일까? 답은 개인적인 성장 여부다.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발휘했어도 이후 그것을 더 확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계속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며,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한 “성장” 방법은 무엇일까?

① 지식 습득하기(Gain knowledge)
자신의 성장을 최대한 이끌어내려면 자신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철저한 자기 인식이 우선되어야 하며, 그다음으로 자신이 리드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야 하고, 자신이 속한 업계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 많은 리더들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빠른 시간 내에 너무 많은 것을 성취하려고 보니 자식을 습득하는데 실패하는 것이다. 지식 습득하기는 평생 이루어져야 한다.

②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기(Reach out to others)
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야 하는데, 즉 자신이 성장하고 배우려면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타인의 성장을 돕는 방법으로는 자신이 습득하고 배운 내용을 누군가에게도 전달하는 것이다. 즉 성장은 정보 공유와 심도 있는 질문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③ 자신의 세계 펼치기(Open your world)
성장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숨을 쉬는 것과 같은 일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는데, 직장 안팎에서 ‘자신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법’의 목록을 만들고, 그것을 실천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다. 삶과 직장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④ 지혜를 향해 나아가기(Walk toward wisdom)
지혜란 지식, 기술, 인생의 교훈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적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지혜는 해결책이 명확하지 않은데,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한 상황에서 지식, 분별력, 통찰력, 경험, 판단력을 적용하는 것으로, 지혜의 성장에는 엄격한 자기평가, 정직한 피드백, 다른 사람의 조언,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성장(GROW)의 기술에 대해 위의 4가지 개념들을 상세히 소개하는데, 이것들은 성장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며, 성장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나아가 평생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실어주는 개념들이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환경, 예기치 않은 변화 속에서 살고 있다. 이제는 현금으로는 커피를 주문할 수 없고, 키오스크 작동법을 모르면 기차표 한 장도 사지 못하는 시대다. 각자도생을 외치지만, 이러한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우리는 타인과 더불어 잘 살아야 한다. 내가 성장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성장을 절대 기대할 수도 없다. 나아가 사회 역시 성장할 수 없다. 우리가 어디로 가기를 원하며, 무엇을 성취하고자 하는가. 우리가 어떻게 거기에 도달할 것인가. 이 모든 해답은 바로 ‘성장’에 달려 있다.
데비는 블레이크에게 “성장하지 않는 사람들은 삶과 직장에서 지루하게 느끼죠. 성장이 없다면, 우리는 그냥 같은 행동만 반복하며 살아갈 뿐이에요”라고 조언한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데비의 말대로 지루한 삶을 살기를 원치 않는다면, “성장”하는 것을 즐기길 제안한다.







버들치의 인생2막

버들치 저 / 22,000원 / 진서원

퇴사 후, 월 400만원 가져오는 삶이 필요했다!
★국내 최초 기능 길라잡이 책★

〈부록1〉 11가지 기능습득 일지
도배/인테리어/중장비/타일/미장/건물보수/전기공사/소방/대형운전면허/시설관리/조경
(QR 동영상 제공)

〈부록2〉 재취업의 기술
이력서&자소서&면접


200만 부동산스터디 베스트 공감글 책으로 출간!
육체노동으로 재취업하여 소득공백을 돌파한 이야기
50대를 위한 직업론, 재물론, 인생론
전직 증권맨이 부동산스터디 카페에 ‘버들치’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퇴사 후 인생 2막을 열고자 11가지 기능을 습득하고 재취업하는 과정을 썼는데 큰 반향을 일으켰다.
33년간 증권맨으로 일했으니 전업 투자자로 살아도 충분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저자의 대답은 No! 투자업계에 있으면서 자살한 동료를 여럿 보았고 투자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기에 진즉 포기했다. 사업 역시 마찬가지, 부동산은 호황 사이클이 끝났고 남은 건 노동을 파는 일이다.
퇴직 후 단순한 삶으로 접어든 50대는 정신노동보다 육체노동이 더 적합하다. 쪽 팔린다고? 이것저것 따지다간 아무 일도 못 한다. 혹시나 몸 쓰는 일을 한다고 자신을 업신여기지 않을까? 걱정한다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바뀌지 않은 당신 모습을 우습게 볼 수는 있어도 바뀐 당신 모습을 우습게 보는 사람은 없다.

퇴직 후, 월 400만원 가져오는 삶을 목표로...
“근육을 쓰는 일은 정직하다! 일한 만큼 가져 온다”
사회적 지위보다 실리를 추구하려는 당신에게!
50대, 계륵 같은 나이다. 내 입맛에 맞는 일은 없고, 은퇴할 만한 상황이 아니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마음을 바꿔 먹으면 꽃놀이패다. 일을 더 할 수 있는 나이이면서 또 은퇴 준비도 할 수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이고 싶은가?
​​근육을 쓰는 일은 임금격차가 금융 서비스처럼 크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 장인은 아니더라도 숙련공 소리를 듣는다. 승자독식의 투자 세계와 달리 골고루 가져가는 셈이다. 그러니까 기능은 불평등을 완화시켜준다. 사실 근육을 쓰는 직업은 척박하다. 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많지 않다. 머리를 쓰는 직업으로 반평생을 버틴 저자는 일터에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능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도배/인테리어/중장비/타일/미장/건물보수/전기공사/소방/대형운전면허/시설관리/조경
타일은 월 400만원, 미장은 월 1천만원 너끈히 버는 기능
중년의 재취업자에게 일을 줄 곳은 많지 않았다. 기능은 배우는 게 아니라 훔치는 것이라 했다.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퇴직 후 기능으로 월 400만원 가져오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5년간 11개 기능을 섭렵하고 시설 관리자로 안착한 과정을 담았다. 50세 때 계약직 신분이 되자 국비지원 직업훈련원에 등록하면서 주경야독의 삶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배운 기능은 도배였는데 진입장벽이 낮은 대신 벌이는 크지 않았다. 그래서 대형 운전면허를 따고 학원버스 기사일을 시작했다. 야간에만 일하고 월 150만원을 가져왔는데 코로나 여파로 실직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굴삭기와 지게차 자격증을 땄다. 지게차를 모는 것은 쉽지만 급여가 적고, 굴삭기는 경력 쌓기가 어려웠다. 젊은이에게 좀 더 기회가 가는 일이었다. 방향을 틀어 건물보수 전문가가 되고자 건축도장기능사와 거푸집기능사에 도전했다. 덕분에 조적, 미장, 타일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타일은 월 400만원은 가져오는 일이어서 인기가 있다. 하지만 건물보수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바닥 미장이다. 잘 하면 월 1천만원도 거뜬히 버는데 뱃일만큼 힘들어서 중도 포기자가 많다. 그러다 자격증 위상이 높은 전기기능사에 도전했고 최근 수요가 많은 소방안전관리자와 소방설비기사 자격증도 따게 되었다.

국내 최초 기능 길라잡이 책! - “이 기능은 이런 사람에게 적합합니다”
〈부록〉 기능 습득 일지 - QR 실기 동영상 제공
물론 자격증이 있다고 곧바로 취업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기능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려면 무보수로 일을 배우거나 임시직 기간제를 거쳐 정규직에 도전하길 추천한다. 저자는 어쩌다 보니 다양한 기능을 습득하였고 각 기능별로 길라잡이 역할을 자처할 수 있게 되었다. 퇴사 후 몸을 쓰며 일하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부록으로 저자가 5년 동안 기록한 〈기능 습득 일지〉를 수록했다. 총 11개 기능으로 분류했으며 이해를 돕기 위해 실기 동영상을 QR 코드로 제공하고 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쓰는 요령과 면접 실전 사례에 대한 내용도 추가했으니 유용할 것이다.









녹색평론

녹색평론 편집부 저 / 17,000원 / 녹색평론사

파국과 전환, 기로에 선 한국사회
2023년 겨울호 《녹색평론》에서는 오늘날 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극과 그 밖에도 세계 도처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분쟁들을 주류와 조금 다른 관점, 산업자본주의에 내재되어 있는 식민주의-제국주의의 틀에서 조망해보고자 했다. 전쟁 없는 상태의 소극적 평화가 아닌 적극적인 의미의 진정한 평화를 희구하면서 전쟁의 부조리와 고통을 핍진하게 기록해온 노벨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그리고 한국사회 민주화운동과 생명운동의 최전선에서 한결같이 실천적인 시민운동을 펼쳐온 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정성헌 선생이 전해주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보고자 했다.

또한 농업, 교육, 사회, 언론, 정치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한국사회를 분야별로 검토하면서, 주류 담론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자 했다. 지금 인류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미증유의 복합적 위기상황의 진정한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번 짚어보고, 특히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진행되고 있는 그린뉴딜, 즉 대규모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길을 잃은 한국사회, 어디로 가야 할까

2023년의 한국사회는 길을 잃은 모습이다. 이번 호에는 농업, 교육, 언론 등 세부분야별로 한국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이명헌(인천대 경제학과)은 30여 년 지속되어온 신자유주의적 농정으로 인한 폐해와, 이제 기후변화의 타격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는 농업 현장의 모순을 전한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농업에서도 현재의 난국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확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말해주고 있다.
성열관(경희대 교육대학원)은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지난 몇 달간 이어졌던 교육담론의 흐름을 분석한다. 그리고 제도보다 관계에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필요한 일은 학생-학부모-교사가 연결되어 있을 때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들 사이에 다리를 놓고자 노력하는 일이다.
조형근(사회학자)은 한국사회의 능력주의, 경쟁논리의 비판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효율성과 공정성의 강조가 무엇을 간과하고 어떤 현실로 귀결되고 있는지 톺아보고자 했다.
전홍기혜(프레시안 이사장)는 ‘가짜뉴스’와 포퓰리즘, 정치인의 ‘셀러브리티’화로 대변되는 오늘의 언론과 정치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현상을 짚었다. 이른바 뉴미디어 시대에 정치세력을 견제한다는 언론의 전통적인 역할을 어떻게 충실하게 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언론 종사자로서의 고뇌를 가감 없이 나누고 있다.
최자영(한국외대)은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 담긴 ‘민주’와 ‘공화’의 참 의미를 아테네 민주정치와 로마 공화정으로 거슬러 올라 분석한다. 특히 오늘날 한국사회의 공화주의 담론이 빠져들고 있는 본질적인 오류를 아테네 민주주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논파하고 있다. 진정한 민주정치의 핵심은 민중이 권력을 가지고 권력을 나누는 것임을 다시 한번 역설하고 있다.

제국의 몰락, 파열의 고통 속에서

이해영(한신대 국제관계학부)은 세계의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분석한다. 중국, 러시아, 브릭스 등 새로운 다극적 권력 분점을 억제하고 일극체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미국의 전략적 시도와 그 실패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다. 전세계적 전환의 시대, 도래하고 있는 다극화 시대에 한국이 신중하고 실용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아론 마테(〈그레이존〉 기자)는 70여 년에 걸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식민주의, 인종주의 정책을 설명해준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곧 이스라엘(과 미국)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뼈아픈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안드레 블첵(작가, 저널리스트)은 서방 세계가 이른바 테러리스트라고 일컬어온 역사 속의 세력들이 본질적으로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묻고 있다. 서구 제국주의가 성립하기 위해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테러리스트 집단은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이번 호에서는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 나희덕 시인의 대화를 소개한다. 벨라루스 출신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전쟁과 소비에트 사회주의의 붕괴가 남긴 상흔을 핍진하게 기록해온 알렉시예비치와, 역시 ‘평화’의 문제에 천착해온 나희덕 시인의 대화를 통해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이 시대 문학의 역할 등에 대해 듣는다.

에너지 전환에서 놓치면 안될 것들

강남훈(한신대 경제학과)은 향후 G7 중심으로 만들어질 기후무역체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에너지 전환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그 경제적 부담을 기후채권 발행을 통해 충당한다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즉 정교한 경제적 정책을 통해서 에너지 전환과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햇빛배당, 토지배당 등 공유부 사상에 기반한 실질적인 정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카를로스 토넬(에너지 전환 연구자)은 ‘탈성장’에 대한 비판을 구체적으로 논파하고 있다. 탈성장을 비판하는 논리를 차분히 분석함으로써 과연 무엇이 탈성장인지, 그 본질이 무엇인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한편, 돈 피츠(전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는 대안에너지를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동시에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자는 정책, 그린뉴딜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세대 간, 도농 간 상생을 위하여

60년 가까이 민주화와 생명운동 대열의 맨 앞에 서온 정성헌 선생(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의 목소리를 이문재 시인과의 대화를 통해서 직접 듣는다. ‘생명 평화를 위한 노장청(老壯靑) 연대’를 제안한 그의 깊이 있으면서도 현실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통해 기후문제와 지역문제, 세대 간 소통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구해본다.
최용탁(농부, 작가)은 농부이자 작가로서 노모를 모시고 단둘이 사는 농촌의 일상을 담담하게 소개한다. 담백한 그의 글을 통해 귀농의 이상과 실제, 공동화한 농촌의 현실을 아프게 전한다.
김탁환(소설가)은 2021년 1월 곡성에 정착한 이래 3년간의 지역생활을 소개한다. 집필활동과 동시에 작은 논밭을 직접 일구며 생활하는 그는 작은 동네책방, ‘이야기학교’, ‘섬진강 마을영화제’ 등을 운영하며 먹거리의 자급자족을 넘어 ‘문화의 자급자족’을 꿈꾸고 있다.

핵의 기원을 찾아서

정희진(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은 영화 〈오펜하이머〉를 통해서 기술의 문제를 짚는다. 오은정(강원대 문화인류학과)은 제이콥 햄블린의 저서 《저주받은 원자》를 소개하면서 핵을 둘러싼 거대한 위선과 모순, 수탈주의의 역사를 밝히고 있다. 자국의 핵무기 개발을 고도화하는 한편, ‘평화를 위한 원자력’이라는 이름하에 제3세계 국가들의 핵무기를 향한 열망을 자신들의 통제하에 두고자 했던 미국의 핵 외교 전략과 국제 핵기구의 위선을 낱낱이 보여준다.

현대 자본주의의 과거와 미래

강수돌(고려대 명예교수)은 “자본주의 다시 보기” 연재의 시작으로 (자본)‘가치’를 조명한다. ‘가치’ 개념의 실체 등을 분석한 강 교수는 이어서 자본주의와 부르주아가 최종 승자가 된 역사적 과정을 개략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자본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가치 지배의 사회가 된 원인을 분석한다.
홍기빈(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자본축적과 경제성장의 신화를 넘어선 ‘위기 이후’의 경제철학에 대해 논한다. 그에 따르면, 21세기 인류는 진정한 경제활동이란 지독한 계산과 머리 씀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에 잠재되어 있는 역량을 한껏 발현하는 것임을 깨닫고 경쟁이 아닌 ‘협동’을 중심에 놓는 경제활동의 형태를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다.

시, 서평

이번 호에는 황인숙, 선종구 시인의 신작 시 4편과 함께, 김해자 시인이 지난 9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문학행동 문화제’에서 발표한 시 〈30년 후, 소년 소녀에게〉를 소개한다.
정우영(시인)은 현기영의 소설 《제주도우다》(전 3권)를 소개한다. 제주도 4ㆍ3항쟁의 쓰라린 역사를 담아낸 이 소설은 당시 시대를 살다 간 젊은이들의 삶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4ㆍ3의 역사를 과거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 우리의 비극으로 그려낸다.
황의진(한국학중앙연구원)은 아네테 케넬의 《미래가 있던 자리》를 통해 중세로 시선을 돌린다. 고대와 근대 사이의 ‘암흑의 시대’로만 여겨져온 중세는 지역 내 공유경제와 재활용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사회였다. 이 책은 탈성장을 위한 ‘오래된 미래’로 바로 중세에 주목한다.

온수진(양천구청 공원녹지과장)은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를 읽고 노을공원에 숲을 만들기 위한 ‘노을공원시민모임’의 13년간의 분투를 소개한다. 노을공원 골프장을 공원으로 변모시키고, 1만 그루를 심어 한 그루만 살아남는 등의 악전고투 속에서도 쓰레기산을 아름다운 숲으로 만들어간 노을공원시민모임의 실천은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우리 모두에게 힌트와 용기를 준다.









 
 


와인은 참치마요

권은중 저 / 16,800원 / 쑬딴스북

우주만큼 복잡하다는 와인,
그래서 늘 어렵게만 보이던 와인을
이제 편의점에서 삼각감밥과 함께 손쉽게 즐겨보자.
“와인은 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증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와인은 인류의 오랜 찬탄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와인은 국가마다 지역마다 품종마다 또 양조가마다 맛이 달라진다. 심지어 같은 와이너리의 와인이라도 해마다 맛이 다르다. 이런 복잡함 탓에 와인은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술로 꼽혀 왔다.

이 책은 기존의 와인책과 다르게 와인보다 음식을 강조한다. 그리고 와인과 함께 즐기는 음식도 기존의 책들처럼 스테이크나 캐비어같은 값비싼 음식이 아니라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과 즉석라면에서부터 시작한다. MZ세대를 비롯한 젊은이들이 대부분 식품은 포함한 주류를 편의점에서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역시 이런 트렌드에 맞춰 마트나 와인전문점 뺨치게 좋은 와인들을 갖추고 있다.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가 와인의 세상에 눈을 뜬 저자는 귀국 후에 레스토랑 개입 대신 와인 수입사를 차렸다. 그리고 음식 연구보다 음식과 와인에 대한 페어링을 연구할 정도로 와인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왔다.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와인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잰 체하기 위해 마시는 과시용이 아니라 그저 음식을 좀 더 즐길 수 있게 하는 물과 비슷한 음료의 한 종류라는 것을 깨닫는다. 귀국 후에 한식도 당연히 와인과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한국 음식과 와인을 마셔봤다. 처음에는 한국의 갈비나 불고기 같은 고기 음식에서 시작하다 점점 떡볶이 막회와 같이 와인과 다소 페어링이 쉽지 않은 우리 음식과도 와인을 즐기게 됐다. 결국 저자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간식으로 가장 많이 먹었던 삼각김밥을 놓고 와인을 마시는 ‘생활 속에서 와인’을 실천하게 된다.

이 책은 지은이가 이처럼 와인과 음식이 어울리는 극강의 즐거움을 일구는 과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동안 국내에 수많은 와인책이 있지만 스테이크와 와인의 페어링을 쓴 책은 많지만 삼각김밥이나 떡볶이처럼 발랄한 음식과의 페어링에 관심을 가진 책은 없었다. 신문사에서 라이프 에디터를 역임하며 MZ세대의 편의점 음식에 대한 소비형태를 오랫동안 분석해온 저자의 유별난 관심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한겨레〉〉 〈〈경향신문〉〉 등에 연재한 칼럼을 토대로 엮은 이 책이 새로운 문화에 유독 관심이 많은 젊은 층에게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와인에 대한 관심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에게 남은시간

최평순 저 / 17,500원 / 해나무

인류세 현장을 찾아 전 지구를 누빈 환경 피디가 사람들을 만나 묻는다.
“인간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
환경 다큐멘터리 PD 최평순이 만난 인류세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류세’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전 지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뜻하는 새로운 과학 용어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바다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고, 신종 전염병이 발생하고 있다. 인간 문명과 자본주의는 마치 소행성 충돌과 같은 거대한 힘으로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 〈인류세〉 〈여섯 번째 대멸종〉 등 환경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불타는 우림, 쓰레기가 떠다니는 태평양, 스모그로 가득한 인도의 도시 등 전 세계의 인류세 현장을 목격한 최평순 피디는 의문이 들었다. 왜 우리는 지구의 위기를 외면할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지구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과학자, 환경운동가, 사회학자, 영화감독, 심리학자, 예술가, 웹툰작가, 언론인, 해외 석학들까지… 최평순 피디는 그들에게 묻는다. 인간과 지구에게 희망은 있을까?

“인류세인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며 길을 찾아야 한다.“
_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불타는 우림, 쓰레기가 떠다니는 태평양,
스모그가 가득한 인도의 도시까지

인류세 현장을 찾아 전 지구를 누빈
환경 피디가 사람들을 만나 묻는다.

“우리는 왜 지구의 위기를 외면할까?”

“20XX년이면 극지방의 빙하가 모두 녹을 것이다.” “몇 십 년 후에는 기후 위기에 따른 식량난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이 굶주릴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봄과 가을이 없어질 것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는 자극적인 제목의 뉴스 기사를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유명 대학교 소속의 과학자들이 발견한 새로운 사실이 매일 홍수처럼 쏟아진다. 하지만 우리 종의 생존이 경각에 달려 있다는 이 긴박한 메시지는 대중에게 잘 가닿지 않는다. 오히려 대중은 위기를 경고하는 뉴스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위기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의 음모론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는 마치 영화 〈돈 룩 업〉에서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을 놓고 갑론을박하다가 멸망을 맞이한 사람들처럼 우리에게 남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인류세〉 〈여섯 번째 대멸종〉 〈긴팔인간〉 등 EBS에서 여러 명작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최평순 피디는 불타는 우림, 쓰레기가 떠다니는 태평양, 스모그가 가득한 인도의 도시까지 인간에 의한 지구 파괴 현장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어느 날 문득 의문이 들었다.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계절 변화가 이상해지고, 전 세계 곳곳에서 더 빈번하게 자연 재난 소식이 들려오고, 과학자들이 열심히 경고하고 있는데, 지구의 위기는 왜 주류 담론이 될 수 없는 걸까? 최평순 피디는 의문과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 책과 논문을 찾아 읽고, 사람들을 만나 묻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지구의 위기를 외면하게 되었을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그 결과물로 나온 책이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전 지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뜻하는 새로운 시대, ‘인류세’를 살고 있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메타버스 속 지구를 이용해 기후를 시뮬레이션 하는 과학자,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심리적 편향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플라스틱 화석을 모으는 예술가, 기후 우울을 만화로 그린 웹툰 작가, 해양포유류 혼획을 영상으로 담은 영화감독, ‘지구에 무해하고 싶은 마음’을 분석한 사회학자까지… 저자는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들과 대화하며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지구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을 수 있을지를 머리를 맞대 고민한다.

“141년에 한 번 꼴로 발행했던 역대 최악의 가뭄이
가까운 미래에는 매년 발생하게 될 거예요. ‘재난의 일상화’라고 할 수 있죠.”
-김형준 교수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기후 우울은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기도 어려워요.
복잡하고 매우 개인적인 감정이니까요.”
-구희 작가 (웹툰 작가, 『기후위기인간』 저자)

1장 ‘소행성은 쳐다보지 마!’에서는 기후 위기와 과학 지식에 무관심해지고 심지어 불신하게 된 우리 사회에 대해서 말한다. 사회학자를 만나 과학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물어보고, 심리학자에게는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심리적인 편향에 대해 물어본다. 과학자들의 97퍼센트가 기후 변화가 사실이라는 점과 그 원인이 인간 활동임에 동의하고 있다. 인간의 활동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국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2023년 보고서는 “기후 위기가 인간의 영향임이 명백하다”라고 보고했다. 이런 경고들을 우리가 의심하고 무시하면서 미적거리는 동안에도 히말라야에서는 빙하 홍수가 발생하고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는 물 밑으로 가라앉고 있다.
2장 ‘대중의 언어’에서는 기자, 언론학자, 정책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기후 위기의 시대에 언론이 담당하는 막중한 역할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과학자들이 아무리 경고 신호를 보내도 언론이 이를 대중에게 잘 전달하지 않으면 사회를 움직일 수 없다. 한국 언론이 기후 위기 뉴스를 소홀히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후 위기에 대한 철학의 부재와 한국 언론 특유의 출입처 시스템은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한 언론의 접근을 일차원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출입처에서 얻은 정보로 매일매일 지면과 방송 뉴스 시간을 채워나가는 것이 한국 언론의 관행이지만, 지구적 문제를 담당하는 한 부서나 기관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외의 언론은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프랑스에서는 폭염 보도에 한 남성이 일광욕을 하는 사진을 실은 보도 참사를 계기로 ‘생태 비상에 대응하기 위한 저널리즘 헌장’이 탄생했고, 독일 방송사들은 기후 관련 소식을 황금 시간대 뉴스 헤드라인에서 다룬다.

“인류세는 서구 백인 남성의 반성문이죠.
우리한테 와닿지 않는 게 너무 당연해요.”
-임소연 교수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

“시민이 나서서 전면적인 기후 위기 대응을 요구해야 하는 데,
지금은 ‘착한 소비자 운동’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요.”
-조천호 박사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

3장 ‘이슈화의 최전선’에서는 기후 위기를 대중에게 알리고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바다를 지키기 위해 공해를 누비는 그린피스 선박에 올라 선원들을 취재하고, 돌고래를 취재하는 영화감독, 조류 유리창 충돌을 기록하는 사람들, 플라스틱 돌을 수집하는 예술가, 기후우울을 만화로 그리는 웹툰 작가를 인터뷰한다. 한국 1호 영장류학자인 김산하 박사는 지구적 문제에 대한 무관심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태도를 질타한다. 지구의 문제는 국경을 초월한 행성 전체의 문제이고 우리 모두는 공동 운명체인데, 여전히 “왜 내가 굳이 그런 걸 알아야 하죠?”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다.
4장 ‘인류세 시대를 살아가기’에서는 기후 위기의 시대를 헤쳐 나갈 방법을 찾는다. 사회학자, 과학기술학자, 과학철학자를 만나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 저자는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2009년에 제작한 자신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에 관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우리 사회가 지난 십여 년 동안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서 얼마나 분투했는지를 말한다. 그 동안 일회용 컵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면서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찾아보기 제법 어려워졌고, 일회용 컵을 규제하는 제도도 도입되었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이 책의 출간을 앞둔 2023년 11월,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철회한다고 발표함으로써 한 발 후퇴했고, 이에 대해서 환경 단체와 운동가들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렇듯 변화는 느리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느긋하게 기다리기에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웬만한 것은 질문하지 않으면서 왜 유독 지구의 문제에 대해선
굳이 내가 알아야 하냐고 묻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김산하 박사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뻔한 동시에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다. 지구적 재난을 외면하는 세상이 이 상황을 마주할 수 있게 알리고 공유하는 것.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지구적 재난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되어 있고, 심리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재난 현실을 외면하며 살기 쉬운 조건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조건들은 하나씩 사라질 것이다. 2030년의 지구, 2040년의 지구는 더 가혹하게 인류를, 대한민국 국민을 위협할 것이다. 우리는 계속 고민하고 공유해야 한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외면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

* 이 책은 친환경 재생종이와 콩기름 잉크로 제작되었습니다.






소설 보다: 겨울 2023

김기태, 성해나, 예소연 저 / 3,500원 / 문학과지성사
 
새로운 세대가 그려내는 겨울의 소설적 풍경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겨울 2023』이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지난 5년간 꾸준히 출간된 〈소설 보다〉 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도 계절마다 간행되는 〈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겨울 2023』에는 2023년 겨울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김기태 「보편 교양」, 성해나 「혼모노」, 예소연의 「우리는 계절마다」 총 3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해당 작품은 제12회 문지문학상 후보가 된다. 선정위원(강동호, 소유정, 이희우, 조연정, 최선교, 홍성희)은 매번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작품을 선정한다.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겨울, 이 계절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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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자신에게 가장 혹독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바로 십대 시절이 아닐까. 마음을 다잡을 겨를도 없이 시작되는 새학기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뒤바뀌는 장소와 관계는 그 자체만으로도 혼란스럽다.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몰라 자꾸만 그 화살을 자신에게 겨누었던 순간들 역시 쉽사리 과거로 치환되지 않는다. 여전히 그 시절의 복판에 있는 「보편 교양」의 ‘은재’, 「혼모노」의 ‘신애기’, 「우리는 계절마다」의 ‘미정’과 ‘나’는 분명 비슷한 시기를 보냈음에도 자신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선생님과 선배 무당 그리고 엄마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져 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한층 더 침착해지는 아이들과 그들보다 먼저 불안하게 성장했을 뿐인 어른들의 이야기가 세대를 교차해 이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늦은 겨울과 함께 도착했다.

김기태 「보편 교양」
이상과 현실,
결코 분리할 수 없는 아이러니

인간은 타인에 의해 ‘파괴’되는 게 아닌, 자기 안에서 ‘패배’하는 존재이기에 더없이 복잡하고 괴롭기만 하다. 소설 「보편 교양」의 주인공 ‘곽’ 역시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선택과목인 ‘고전 읽기’ 수업 준비에 더욱 열을 가한다. “동서고금의 명저”를 다루는 수업답게 내신 성적이나 수능 결과에 목매기보단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보편적인 교양과 바람직한 인성을 형성”하는 것만이 이 수업의 지향점이라 할 수 있다. 모범생 ‘은재’의 아버지가 딸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는 게 염려가 된다며 학교로 전화가 왔을 때 역시 ‘곽’은 자기에게는 가르칠 자유가, 학생에게는 원하는 학문을 탐구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며 결의를 다진다.
이렇듯 ‘곽은’ 오로지 ‘고전 읽기’ 수업에 대한 순수한 진심 하나로 자거나 딴청을 피우는 학생들 역시 ‘성적’이나 ‘평판’으로 구분 짓지 않으려 하고, 대학 합격증은 일종의 ‘운전면허증’에 불과하다고 조소한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은재의 아버지를 상대로 가장 먼저 떠올린 대응책이, 『자본론』이 서울대학교 권장 도서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인 것을 감안하면 소위 엘리트 계층 ‘지식인’의 속하는 담임교사 ‘곽’의 사고 회로 역시 사회의 부조리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곽’이라는 인물을 구성하는 내내 ‘고장 나다’라는 단어를 만지작거렸다는 김기태 작가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묘사함에 있어 흔히 등장해왔던 문제아나 탈주자를 안이하게 다루기보단 체제 안에 완벽하게 적응한 듯한 ‘곽’이나 ‘은재’ 같은 보편 인물에게 접근한다. “지극히 현실주의적이면서도 이상주의적인” 이 소설은 독자에게 “동시대적 조건을 아이러니하게 되비추는 탁월한 거울”(문학평론가 강동호)이 되어 신예 김기태를 믿고 읽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언젠가부터 ‘가르치다’라는 말의 뉘앙스가 나빠졌지요. ‘왜 날 가르치려고 해?’ 같은 문장만 떠오릅니다. 그런데 가르치는 게 그렇게 나쁜가요. 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영향력을 주고받고 함께 변화하지 않고서 어떻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까요.”

「인터뷰 김기태 × 이희우」에서

성해나 「혼모노」
신과 인간,
맞닿을 수 없는 욕망들

자신이 믿는 것만이 진실이 되어버리는 세상에서 소설 「혼모노」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꿈꾸는 박수무당 ‘문수’와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진짜여서 더없이 헛헛한 ‘신애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30년 차 무당과 이제 막 내림굿을 받은 신애기의 세대교체를 다룬 이 작품은 장수할멈(신)과 황보 의원(인간)을 통해 부단히 노력해도 신의 마음을 얻을 수 없었던 범인 문수의 처절함과 인간의 세속적 욕망을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소설에서 문수는 자신의 점집 바로 앞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도 부족해서 가장 영험한 신이었던 장수할멈까지 앗아간 신애기를 질투하면서도, 돈에 눈이 먼 신애기의 부모가 밤낮으로 싸워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과거 불우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대중의 관심은 언제나 더 새롭고 영험한 대상에 몰리기 마련이고 무속 세계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젊음이 퇴색되고 총기가 떨어지는 순간 고루하다고 외면받는 건 시간문제다. 하루아침에 신을 잃어버린 문수는 굿판에서 칼춤을 추다 피를 본 이후로 재기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더는 물러설 길이 없는 인간이 다다르는 절벽은 결국 자기 자신인 걸까. 문수는 장수할멈의 도움 없이 또다시 맨발로 작두 위에 오른다. “바로 그 순간 진짜 신령에 가 닿은듯한 숭고한 감정을 느”끼게 된 문수는 “진짜 삶은 머리 위 관념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뜨거운 피로 흥건한 발아래” 있음을 몸소 보여주며 마침내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데뷔 이후 세대와 관계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고 탁월하고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온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는 자신의 욕망을 억누른 채 신에 의탁해온 박수무당 문수가 신과 한판 대결하는 장면을 통쾌하고도 처절하게 완성해낸다. 자신이 피를 흘릴 것을 알면서도 날이 선 칼날 위에 올라서는 인간의 마음은, 삶에 개입하는 것 같지만 실상 관망하는 것에 불과한 신이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이 세계의 마지막 믿음이 아닐까.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에 실패할 때가 많고 간혹 염오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언제나 희미하게 남아 있더라고요. 인간에 대한 어렴풋한 애정이 저를 지탱해주는 것 같아요. 소설을 쓰는 데에도 힘이 되고요.”

「인터뷰 성해나 × 소유정」에서

예소연 「우리는 계절마다」
삶과 은총
결국 맹목적인 상태로 남는 것

자신의 의지로 태어난 인간은 단 한 명도 없다. 이 명백한 사실은 삶의 찬란한 순간마저도 허무 안에 잠식시키곤 한다. 「우리는 계절마다」의 ‘희조’와 ‘미정’ 역시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이 아주 오래전에 고장 나버렸음을 감각하는 인물들이다. 느닷없이 닥친 아버지의 죽음과 새로운 형제의 탄생을 겪으면서 삶에서 자신들의 의지만으로는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더욱 좌절한다. 반면, 학교에서의 생활은 무리에 속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가 닿을 것만 같은 제2의 세계로 여겨진다.
희조가 미정의 환심을 얻기 위해 평소 잘 알고 지내지도 않던 친구와 맞짱을 뜨는 것 역시 이 세계에서만큼은 어쩔 수 없는 일처럼 여겨진다. 아이들의 그 맹목적인 태도, 스스로 치장하는 무구함에 대해 생각하면 “그 무구함을 말미암아 행해지는 섬뜩한 폭력”이 떠오른다는 예소연은 미정을 동경하는 동시에 염오하는 희조의 뒤틀린 감정을 낱낱이, 또한 냉소적으로 보여준다. 소설 속 인물들은 “뺨을 때리거나, 뺨을 맞거나, 뺨을 때리라고 지시하는” 복판에서 부풀어 오른 시간을 온몸으로 견디고 그렇게 “세계를 충실히 살고, 그렇게 살기를 ‘계절마다’ 반복”(문학평론가 홍성희)한다. 희조에게 미정이 특별했던 것은 그 애와의 우정이나 사랑이 만들어낸 뒤틀린 마음이 오기 전, 인간이 미지의 존재에게 갈구하는 ‘은총’과도 같은 게 아니었을까. 어쩌면 희조에게 미정은 처음부터 특별한 염원을 상징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과 소설에서 “슬픔과 행복을 같이 마음껏 누리고 싶”다는 예소연은 이번 작품에서 역시 인간의 가장 뒤틀린 구석을 파헤쳐 삶의 허무마저도 환히 밝히는 데 영리하게 성공한다.

“미워하는 마음은 정말 끝도 없이 옹졸하잖아요. 저는 제 슬픔을 행복과 같이 마음껏 누리면서 살고 싶습니다. 내 불행을 토로하고 위로받고 다시 우울감에 빠질 때면 그때 일어난 일들을 복기하면서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기억이라면, 그 정도의 권리는 있다고 봅니다.”
「인터뷰 예소연 × 최선교」에서




어원으로 본 한국 고대사

정진명 저 / 26,800원 / 학민사
  
언어가 역사의 유물일 수 있는가?
역사학은 기록과 유물을 통해서 지난날을 재구성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늘 기록과 유물이라는 한계 안의 작업이 되고, 기록과 유물은 역사학을 가두는 굴레가 된다. 특히 자료가 적은 고대사는 이런 굴레의 제한이 더욱 크고, 한국의 고대사처럼 자료가 거의 없는 경우는 자료보다 그것을 해석하는 의견이 더욱 많아, 학문인지 해석학인지 소설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역사 기록이 ‘언어’로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하나 할 수 있다. 언어는 역사의 유물일 수 있는가? 이 책을 구상할 때 던진 질문은 이것이고, 이 책을 쓸 때 내린 답은 “그렇다!”이다. 예컨대 단군조선의 임금인 단군은 어떤 말을 썼을까 하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단군조선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데 아주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만약 이것을 알 수 있다면 지금까지 발굴된 단군조선 유물보다 단군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이상한 건 역사학에서 이런 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역사학에서는 언어(고대 언어)를 역사학의 유물로 바라보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심지어 국어학계에서 1990년에 이미 한국의 고대 국가별 언어를 연구하여 정리하였는데, 이런 업적을 참고한 흔적이 전혀 없다. 학문 간의 단절을 인정한다고 해도, 역사학에서 이토록 국어학의 성과를 무시하는 건 정말 특이한 현상이다.

문제는 국어학에서 이미 이루어놓은 성과를 무시하면서도, 고대사 관련 자료에 나오는 인명 지명에 관해서 역사학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정하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국사학계의 태두로 불리는 이병도의 『삼국사기』 번역서를 보면 지명 인명 관명 국명에 관해 말도 안 되는 추정과 억측으로 가득하다. 이런 점은 그 후대의 역사학자들도 똑같다. 국어학에서 볼 때, 이런 행위는 이상하다 못해 신비할 정도이다.

이 책 『어원으로 본 한국 고대사 _ 우리 역사 이야기』가 말해주듯이, 국어학 특히 어원 연구를 전공으로 한 국어학도가 한국 상고사에 나오는 인명 지명 국명 관명이 어떤 뜻인가 밝히고, 그것을 토대로 단군조선부터 삼국시대까지 여러 국가의 건국 과정과 사회 구성체의 성격을 설명한 것이다.

지은이 정진명의 주장에 따르면, 동북아시아의 여러 고대 국가들은 크게 터키어 몽골어 퉁구스어를 썼는데, 각 나라의 지배층이 이들 언어 사용자에 의해 교체되면서 왕권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단군조선과 신라 초기 지배층은 퉁구스어를 썼고, 기자조선과 고구려 백제는 몽골어를 썼고, 위만조선과 신라 후기 지배층은 터키어를 썼다. 가야의 지배층은 인도의 드라비다어를 썼다. 당시 동북아와 한반도의 피지배층은 길약어와 아이누어 같은 여러 언어를 썼다. 이것은 중국의 사서와 우리나라의 역사서에 기록된 당시의 지배층이 쓴 언어를 분석하여 국어학에서 그 동안 축적된 어원 연구 결과를 비교검토 함으로써 얻어낸 결론이다.

따라서 역사학에서 기록과 유물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역사상의 여러 사건과 인물들의 행동이 어원 연구를 통해서 살펴보면 어째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문제까지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당나라가 신라를 무조건 지원함으로써 고구려 백제가 망하게 되는데, 이것은 당태종과 신라왕실이 터키어를 쓰는 동족이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어원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당태종은 동돌궐의 17대 가한(왕)이고, 신라 왕실은 흉노 휴도왕의 장남 김일제의 후손이라고 문무왕의 비문에 적혔다. 돌궐은 흉노의 후예로 이들 지배층은 터키어를 썼다. 당태종과 문무왕이 만난다면 터키어로 대화한다는 뜻이다. 신라의 사신은 당나라 조정에 가서 통역 없이 그들의 모국어인 터키어로 대화한 것이다.

이 책은 학문융합이 대세인 오늘날에, 어원학과 역사학이 만날 때 역사가 어떻게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어원도 역사학의 훌륭한 유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인문 기행: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송재소 저 / 23,000원 / 창비
  
중국 인문 기행의 일번지 ‘사천성’
『삼국지』와 보이차, 판다의 고장으로 떠나는 문화 탐방
송재소 교수의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인문 기행』 시리즈 4번째 책 사천성편이 출간되었다. 사천성(四川省, 쓰촨성)은 우리나라와 유독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매콤한 사천요리처럼 감칠맛 나는 문화의 향기를 뿜어내는 곳이다. 『삼국지』 유비와 제갈량의 촉한이 여기 있었고, 두보가 만년에 머물렀으며, 세계 최대의 석조불상 낙산대불이 장대한 위용을 자랑하며 이곳에 서 있다. 도교의 발상지와 불교의 성지를 둘러볼 수 있고, 중국 최고의 청동기 유적 삼성퇴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판다들의 고향이기도 한데, 세계 최대의 판다 번식지가 여기 있다. 한마디로 중국 인문 기행의 보물창고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단원들을 이끌고 사천성의 중요한 문화의 현장들을 둘러보며 문학과 술, 차와 인생이 있는 여행기를 써냈다. 수준 높은 인문 소양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이 기행문은 여느 관광 기록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와 유익함으로 독자를 감동시킨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은 중국문화의 다채롭고 흥미로운 매력에 빠지는 동시에, 동아시아 문명의 기초가 된 고사와 시문들을 차분히 익히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사천성 고유의 술과 차를 따로 여럿 소개해두고 있어, 여행과 풍류를 함께 즐기는 독자에게 특히 안성맞춤이다. 책 표지를 장식한 낙산대불의 장대한 풍광을 떠올리며 저자가 맛보고 즐긴 중국문화의 품격 속으로 떠나보자.

문화수도 사천, 역사도시 성도
비할 데 없는 문화유산의 향연 속으로

사천성은 중국 서남부의 내륙에 위치한 지역으로, 상주인구 8,300만 명에 달하는 중국에서 두번째로 큰 성(省)이다. 1997년에 중경(重慶, 충칭)이 직할시로 분리되기 전에는 인구가 1억명이 훨씬 넘었다. 또한 “천하의 산수가 촉(蜀, 사천성)에 모여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려한 산수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구채구, 황룡, 대웅묘서식지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고, 아미산과 낙산대불이 세계문화유산 및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중국 국가급 풍경 명승구도 15곳이나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은 일찍부터 동부의 비옥한 사천 분지에서 생산되는 풍족한 물산을 자랑하며 ‘하늘의 곳간을 가진 나라〔天府之國〕’라고 불리기도 했다. 중국 문명의 핵심인 황하 유역의 중원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2,000여년간 중원과 상호작용하며 중국 문명의 또다른 중심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만큼 이 책에 담긴 사천성의 역사ㆍ문화 현장들은 중국은 어떤 지역과 견주어도 굵직하고 풍성하다.
이곳의 중심지 성도(成都, 청두) 시내의 대표적인 답사처로는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인 유비의 묘와 제갈량의 사당이 있는 무후사(한소열묘), 시성(詩聖) 두보가 만년에 머물렀다는 두보초당, 저명한 여성 시인 설도의 이야기가 전하는 망강루 공원, 중국 서남지역 최대의 도교 사원인 청양궁, 역시 이 지역이 자랑하는 선종사찰인 문수원, 5대 10국 전촉 황제 왕건의 능인 영릉 등이 있다. 시내를 조금 벗어나면 역시 대규모 선종사창인 보광사가 있고, 이곳이 중국 문명에 편입되기 전에 있었던 고촉(古蜀) 왕국의 임금들의 사당인 망총사가 있다. 그리고 특히 현대에 들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지역의 마스코트 판다의 서식지 대웅묘 번육연구기지도 성도 외곽에 위치해 있어 항상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성도를 벗어나 주변 지역으로 향하면 더욱 다채로운 문화유산들이 등장한다. 고촉 시대 청동기 문화가 발굴된 삼성퇴의 규모있는 박물관과 화려한 고대 유물들, 장강의 거대한 물줄기를 다스린 고대 과학기술의 기적 도강언, 도교의 발상지라고 불리는 청성산, 사천성의 문향(聞香)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숭주의 엄화지 역사문화지구, 중국 근대의 격동을 몸소 겪은 대지주 집안의 거대 저택인 유씨장원, 중국 고전적 낭만의 절정인 사마상여와 탁문군 이야기를 품은 문군정, 당송팔대가로 칭송받는 소씨 삼부자를 기리는 공간 삼소사, 보현보살의 성지이자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아미산, 중국 근현대 최고의 인문학자 곽말약의 옛집, 낙산시의 자랑 낙산대불까지, 사천성 기행은 끝이 없다.

차와 술, 시와 이야기가 있는 중국 탐방
여행의 길라잡이이자 대체물이 될 고품격의 기행문

한편 사천성은 중국의 명주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육타금화(六朶金花, 여섯 송이 금화)’ 백주가 사천성을 대표하는데, 타패주, 오량액, 노주노교특국, 검남춘, 전흥대국, 낭주가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검남춘을 제외한 5종과 문군주(文君酒)를 소개했다. 모두 중국 최상급의 술이다. 사천성의 차 중에서는 보이차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책에는 보이차의 ‘고수’ 김남훈의 소개글을 따로 실었다. 요컨대 중국의 대표적인 시인과 학자 들이 대개 이곳을 거쳐갔고, 중국 정신의 뿌리가 된 불교와 도교의 핵심 성지도 이곳에 있음을 고려한다면, 사천성은 책제목대로 ‘시와 술과 차가 있는’ 중국 기행에 가장 적합한 여행지가 아닐 수 없다.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특히 중국행에 나서기가 쉽지는 않은 시기다. 여러 개인적 염려도 있겠으며 각국의 여행 장벽도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움직이기를 멈추지 않는 부지런함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이 책은 독자들이 자리를 떨고 새로운 탐방에 나서게 될 만큼 흥미로운 중국문화 이야기로 가득하다. 여건이 안 된다면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눈길과 마음길을 밟아나가는 것만으로도 풍족한 문화 체험이 될 것이다. 사천성 여행은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에서 서성이다
박현택 저 / 19,500원 / 통나무
  
박물관 디자이너가 본 “살아있는 옛 것”,
“진화하는 디자인” 이야기!
이 책의 저자 박현택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디자이너로 30여 년간 일하고 정년퇴직했다. 이 책은 전통 문화유산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새롭게 다시보기”를 제안하고, 시대를 넘어 지켜야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설득력 있게 이야기 한다. 또 디자인의 이념과 표현이 어떻게 변해왔고, 어떻게 시대정신을 반영해왔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디자이너인 저자는 이 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예술과 디자인 사이에서 진화하는 바람직한 디자인은 어떤 것일까?”에 대해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한 것을 독자와 공유한다. 매 꼭지마다 시대적 배경과 소재는 달라도 책 전체에 디자인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스며있다. 이를 통해 잘 디자인된 것들만이 가치 있는 문화재로 남게 됨을 역설한다.

저자는 “박물관의 안과 밖에서 서성서성 배회했다”고 한다. 박물관에 간 디자이너가 박물관의 주역이 아닌 주변인이나 경계인이었음을 자처하고 있다. 스스로 객관적 시각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박물관’과 ‘디자인’을 넘어 객관적 관점을 유지하려는 저자의 이러한 글쓰기를 통해 이 책은 나열식 지식전달이 아닌, 감성과 직관의 도움을 통해 독자에게 사물과 예술을 느낄 수 있는 시각을 가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선생의 추천사〉
보통 우리가 하는 말에 “아는 만큼 본다.”라는 명언이 있다. 이 책은 ‘아는 것’과 ‘보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고품격의 담론이다.

박물관의 기운이 스며있는 저자!
이 책은 지식이 아닌 영감! 시각이 아닌 영각!

박현택 선생은 홍익대를 졸업하고 박물관 디자이너로 30여 년간 근무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와 출판, 문화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끊임없이 혁신적인 활동을 하였다. 오랜 세월 그가 박물관에 자신의 역량을 베푸는 동안 그에게도 박물관의 기운이 스며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의 디자인을 접하면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경지’가 그에게 확보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늘 나의 상상력보다 더 참신한 영역에 가 있다. 나의 통념적 루틴을 벗어나는 그의 재기는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독자들은 그 해답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지식의 모음이라든가 예술적 식견을 밝힌 저술이 아니다. 디자이너로 지내오면서 그가 느꼈던 그 모든 시각의 비밀을 노출시킨 책이다. 이 책은 지식이 아니라 영감이요, 시각視覺이 아닌 영각靈覺이다.


허당과 다석, 그리고 미니멀리즘!
비움으로써 시각을 완성하자!

그는 자신의 호를 ‘허당虛堂’이라고 지었다. 한자로 쓰게 되면 좀 그럴듯하게 보이는데 우리말로 들으면 좀 허망하게 들린다. “그거 허당이야”라고 말하면 리얼리티를 결여한다는 말이다. “나 허당이야”라고 말한다면 허당은 자기 인생의 모든 가치와 태도를 부정하는 꼴이 되고 만다. 생이불유生而不有, 집착을 버리려는 스스로의 다짐으로 생각되는데, 그 허당의 내포가 그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본색이다.

허당을 더듬다보니 다석 유영모 선생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20세기의 사상가 중에 매우 특이한 인물이다. 남강 이승훈 선생의 초빙으로 오산학교 교장선생을 지내셨는데, 이 분은 기독교를 노자사상 속에서 용해시켰다. 그런데 그 분의 말씀 중에 재미있고도 심오한 명제가 있다: “태양을 꺼라!” 기독교는 빛의 종교이다. 예수도 요한복음에서는 ‘어둠 속의 빛’으로 그려지고 있다. 서양의 이성주의도 중세의 어둠에 항거하는 빛으로 묘사되었다. ‘계몽’이 바로 그러한 뜻이다. 그 계몽정신이 서유럽 중심의 현대 문명을 일으켰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은 우주를 바라보기 위해 태양이 가려진 어둠을 선택한다. 태양으로 인해 어둠의 실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태양은 거대한 우주 속에서는 작은 호롱불에 불과하다. 태양을 꺼야 우주의 진실을 알 수 있다. 인간, 시간, 공간 모두 ‘간’이다. 간間이란 ‘사이’다. 사이는 빔이다. 즉 허당이다. 그 빔의 진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불교가 말하는 공空도 결국 허당이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비워야 한다. 비움으로써 시각을 완성하자는 게 허당의 주장인 것 같다.


문명을 다시 디자인하자!
모든 디자인을 어울림의 선(善)으로!

그의 시각으로 보는 예술품과 박물관, 그가 지향하는 세상의 모습을 통해 우리도 저마다의 시각을 새롭게 창조할 수 있다. 허당이 주는 메시지는 섬세하고 지혜롭지만, 동시에 매우 광막하다. 디자인은 문명의 소산이다. 그러나 문명이 그러하듯, 빛이 그러하듯, 내처 달리기만 하는 디자인은 많은 죄업을 쌓았다. 다시 어울림의 선善으로 돌아가기 위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자는 말한다. “길 옳단 길이 늘 길 아니고道可道, 非常道, 이를 만한 이름이 늘 이름이 아니라名可名, 非常名.”(유영모의 한글번역)

도올 김용옥의 “서序, 허당의 품격” 중







사랑海 만타

장재연 저 / 25,000원 / 나녹

환경박사 장재연이 800번 넘게, 전 세계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직접 찍은 아름다운 바다생물들의 모습을 담은『사랑海 만타』출간!

우리가 몰랐던 바다생물의 세계가 펼쳐진다. “바다생태계를 보호하려면, 먼저 바다생물들을 알아야죠.” 117컷 생생한 도판으로 만나는 22종 바다생물의 특별하고 진귀한 스토리

올 겨울 방학엔 환경박사 장재연과 바다생물을 만나러 가자
⟪사랑海 만타⟫는 환경박사 장재연이 10여 년간 800번 이상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본 바닷속 많은 바다생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바다생물이 얼마나 다양하고 아름답고 특별한지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사랑해’의 ‘해海’는 바다를 뜻한다.
만타는 책 표지에 등장하는 바닷속 여왕 ‘만타 레이(Manta Ray)’를 뜻하기도 하고,
‘많다’를 의미하기도 한다.

바다의 스타, 멋진 ‘만타 레이’
남녀 평등을 사랑하는 ‘해마’
바다를 지키는 ‘작은 영웅들’
매력적인 사진 모델 ‘누디 브랜치’ …
새로운 바다 친구들을 소개한다.

#환경박사장재연 #스쿠버다이빙 #바다생물 #수중사진 #바다보호 #환경

바다생태계를 보호하려면 바다생물들을 알아야죠!
- 800번 이상 스쿠버 다이빙을 한 환경박사 장재연의 바다생물 이야기 -

우리는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른이 되면 될수록 가까우면서도 너무 먼 당신으로 여긴다. 바다를 시적 감수성을 표현한 도구,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소쯤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정작 알고 보면 바다는 엄청난 자원의 보고이며 아끼면 아낄수록 보물단지다. 『사랑海 만타(부제: 환경박사 장재연의 바다생물 이야기)』는 이런 바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海 만타』는 장재연 작가가 10여 년간 800번 이상 스쿠버 다이빙하면서 본 바닷속 바다생물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바다생물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아름답고 특별한지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사랑해의 해는 바다를 뜻한다. 만타는 바닷속 여왕 ‘만타 레이’를 뜻하기도 하고 ‘많다’는 의미를 말하기도 한다.

■ 직접 스쿠버 다이빙하며 촬영한 생생한 바다생물 사진
장재연 작가는 10년 이상 전 세계 바닷속으로 800여 번의 다이빙 하면서 수중사진을 찍었다. 바닷속의 신비를 담은 사진들은 많다. 하지만 생물 하나하나의 생태에 주목하여 그 자체를 온전히 담은 사진은 이제껏 없다. 장재연 작가의 사진은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 친절하게 바다생태계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이번 『사랑海 만타』에서는 다이빙으로 알게 된 바다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주위에 알리고, 이로 말미암아 바다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를 바란다.

■ 숨겨져 있는 생생한 바다생물 이야기
『사랑海 만타』에서는 이런 생생한 바다사진뿐만 아니라 잘 몰랐던 바다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구의 70%가 물로 덮여있음에도, 그리고 우리나라의 삼면이 바다임에도 바다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다. 하지만 바다생물들을 알수록 배울 점도 더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흔히 바다의 말로 알고 있는 ‘해마’의 임신과 출산은 특별하다. 모든 생물은 암컷이 임신과 출산 역할을 전담하는데, 해마는 암수과 공정하게 역할을 나누고 있다. 평생 한 성별로 사는 사람들과 다르게 성별이 바뀌는 바다생물도 있다. 바로 영화로 흔히 알고 있는 ‘아네모네피시’와 움직임이 아름다운 ‘리본 일’이다.
바다의 스타들도 있다. 만타 레이는 다이버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바다생물이다. 만타의 등은 검은색과 배는 흰색이라 망토를 걸친 것 같다. 영화「죠스」로 유명한 상어는 무섭다고 생각하지만 바닷속에는 공포의 대상은 아니다. 작은 바다생물조차 상어를 피하진 않는다.
바닷속에만 있는 사진 모델도 있다. 바다는 빛이 들어오지 않아 촬영할 때는 모르지만, 촬영하고 사진을 보면 매력적인 색깔을 가진 생물이 있다. 바로 누디브랜치다. 오묘한 색상을 보면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 외에도 바다 세상의 주인 고비, 다이버들이 무서워하는 스콜피온, 우리도 모르던 문어와 오징어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흔히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고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한다. 이 책으로 바다생물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매력있는지 알고 더 나아가 보호하고 싶어하길 작가는 바라고 있다.

■ 올 겨울 동남아 여행간다면 주목! 10여 년 내공의 스쿠버 다이빙 노하우도 수록!
『사랑海 만타』의 사진들을 보면 바닷속을 직접 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 책 3장을 주목해야 한다. 3장에서는 장재연 작가만의 스쿠버 다이빙 노하우와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준다. 또 스쿠버 다이빙하면서 경험한 체험들도 같이 수록되어 있다.

■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바다, 바다생태계를 보호하는 방법도 소개
『사랑海 만타』는 단순히 바다생물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바다생물과 바다생태계를 알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보호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그래서 4장에서는 장재연 작가가 숲과나눔에서 지원하는 바다생태계를 보호하는 사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활동으로 바다보호 운동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사쓰마와 시마즈 히사미쓰: 메이지 유신의 선봉

손일 저 / 32,000원 / 푸른길

삿초 사관에서 벗어난,
사실적 메이지 유신 이야기 완결판
우리가 신문지상이나 그 밖에 매체에서 보고 전해 듣는 메이지 유신 이야기는 대체로 삿초 사관에 기반해 편찬된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일본사』에 실려 있는 수준으로, 현재 일본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이지 시대의 근대화 역사 그 자체이다. 물론 우리 고등학교 교과서인 『동아시아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본 문부성은 메이지 시대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메이지 유신에 대한 사료를 수집, 편찬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결과가 바로 1939년에서 1941년 사이에 발간된 『유신사』이다. 삿초 사관에 기반한 이 『유신사』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쓰마·조슈로 대표되는 서남웅번이 번의 군사력을 동원해 막부를 타도하는 데 성공하였고 그 이후 근대 천황제의 확립에 크게 공헌하였는데, 이 과정에 근왕지사들이 크게 이바지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막부의 개혁 실패와 대외 의존성도 빠짐없이 지적하고 있다. 근왕지사, 다시 말해 하급 무사들에 의해 이루어진 역성혁명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는데, 바로 이것이 현재 일본의 출발점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메이지 유신의 3걸로 사쓰마의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 조슈의 기도 다카요시 등이 거명되는 것도 모두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막부 말기에는 다양한 세력이 할거하였고, 또한 투쟁하였다. 따라서 어느 세력의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메이지 유신의 실체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승자인 사쓰마·조슈의 시선과 패자 막부의 그것은 극과 극일 수밖에 없다.
외국인에 의한 메이지 유신 연구의 백미라 평가되는 『사카모토 료마와 메이지 유신』(2014, 번역)에서 저자 마리우스 잰슨 교수가 사이고도, 오쿠보도, 기도도 아닌 도사 번 출신의 탈번 낭사 사카모토 료마를 주인공으로 끄집어낸 것은, 삿초 사관에서 한 걸음 물러나 메이지 유신을 보다 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보고자 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판단된다. 특히 메이지 신정부 초기 민권운동의 맹아를 료마를 비롯한 도사 번 출신 이타가키 다이스케나 고토 쇼지로에서 찾으려 하였다.『막말의 풍운아 에노모토 다케아키와 메이지 유신』(2017)에서 삿초 사관에서 한 걸음 더 물러나 막부의 해군 제독 에노모토 다케아키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승자가 아닌 패자의 관점에서 메이지 유신을 보고자 하였다면 이번 『사쓰마와 시마즈 히사미쓰』(2023)에서는 앞서 펴낸 두 책과는 달리 승자인 사쓰마의 입장에서 메이지 유신을 바라보고자 했다. 총체적인 힘으로서 사쓰마 번, 조금 더 나아간다면 사쓰마 번을 하나로 묶어 막말 교토 정국을 주도한 사쓰마의 국부 시마즈 히사미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다. 이것은 어느 개인의 영웅적 결단이 아니라 사쓰마 번이라는 집단의 매 순간 결정이 어떻게 막말의 대혼돈을 헤쳐 나오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나아가 메이지 신정부 탄생이라는 엄청난 결과에 도달하게 되었는가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막말 대혼돈기 사쓰마 번과
막부 붕괴의 결정타가 된 국부 시마즈 히사미쓰의 여정

메이지 유신을 시기적으로 정확히 규정한다면, 1867년 천황의 왕정복고 이후 일본이 성취한 근대화, 민주화, 산업화라는 급속한 변혁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관심을 보이는 기간은 대체로 1853년 페리의 내항 이후 왕정복고 기간까지로, 변혁이 실제 일어난 기간은 아니다. 외세에 대응해 새로운 국가를 만들겠다는, 다시 말해 자신들은 결코 식민지가 되지 않겠다며 막말 모든 계층의 일본인들이 대외내적 모순과 갈등에 대응한 방법과 그 과정에 주목하였다. 메이지 유신의 성공에 기여한 최대 세력은 사쓰마 번이고 그 주인공은 당연히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이다. 두 사람의 업적을 놓고 우열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지만, 이 책에서는 메이지 유신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사이고의 역할을 제한한다. 이것은 ‘사이고 다카모리’라는 소영웅주의에 매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종 교과서에서 제시되고 있는 번벌 사관 혹은 삿초 사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누어지는데, 제1부는 시마즈가가 성립된 12세기부터 1862년 히사미쓰의 솔병상경 직전까지를 다룬다. 제1장과 제2장은 주로 일본사를 바탕으로 규슈 나아가 사쓰마 지방사라는 관점에서 페리 내항 전까지의 기간을 그 대상으로 한다. 제3장은 막말 최고의 제후라 일컫는 나리아키라의 일생을 통해 페리 내항 직후 사쓰마와 막부의 실상을 엿보며, 제4장에서는 나리아키라 사망 후 성충조라는 하급 무사 결사체가 등장하고, 이것이 히사미쓰의 권력 기반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조망한다. 한편, 제2부는 주로 1862년 히사미쓰의 솔병상경부터 1867년 왕정복고 쿠데타까지를 다룬다. 제5장과 제6장은 솔병상경 준비 과정부터 교토와 에도에서 조정 개혁과 막정 개혁에 성공적으로 개입하면서 종횡무진하는 히사미쓰의 활약상을 살펴본다. 이후 제7장에서는 조정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사쓰마와 정적 조슈 사이 쟁투를 살펴본다. 제8장과 제9장에서는 금문의 변, 참예회의, 4후회의 등을 주도하면서 막정 참여의 길을 도모하였지만 쇼군 요시노부의 정치력에 밀려 좌절하고는, 결국 도막으로 방향을 전향해 막부를 무너뜨리고 천황 주도의 신정부를 여는 과정에서 보여 준 히사미쓰의 판단력과 실행력에 초점을 맞추었다.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샘 혼 저 / 이상원 역 / 17,000원 / 갈매나무

적을 단숨에 내 편으로 만드는 한마디 말,
누구에게도 만만히 보이지 않으면서
늘 사람이 따르게 하는 최고의 대화법
“우리 모두 현명한 대화법을 배워 일상의 삶이
좀 더 순하고 선해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평등한 관계, 평화로운 삶의 비결이 여기 있습니다.”
- 이해인 수녀 추천사 중에서 -

샘 혼은 “오래전 쓴 책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Tongue Fu!》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기에 놀랐다”면서 “한국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사회일수록
‘텅후Tongue Fu’로 방어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Weekly BIZ 샘 혼 인터뷰 중에서 -

까다로운 사람과 지혜롭게 대화하는 법, 늘 사람이 따르게 하는 대화법의 바이블로 오랫동안 선택받아온 스테디셀러,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이 국내 출간 15주년을 맞아 특별기념판으로 새롭게 독자를 찾는다.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은 2008년 출간 이후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화술/협상 분야에서 ‘최고의 책’으로 꼽히며 부동의 베스트셀러로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직장인’ 관련 도서로 선정(2018년)되는 등, 사회생활을 하는 많은 직장인에게 갈등을 협력으로 바꾸는 실용적인 해법을 제시해왔다.

어떠한 상황에도 속절없이 말려들지 않고 똑똑하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대화의 기술은 누구나 원하는 바다. 핵심은 당신 자신의 권리와 상대방의 권리를 동시에 지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죄책감 없이 ‘No’라고 말하는 법, 당당하게 거절하는 법, 남을 설득하여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법을 습득할 수 있다. 많은 독자가 이 책이 오랜 생명력을 지니는 비결로, “나 자신을 잃지 않고 관계를 지키는 당당한 대화법”이라는 점을 꼽는다. 저자 샘 혼 역시 한국어판 15주년 기념 축사에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독자들의 피드백으로 이 책의 ‘선한 영향력’을 벅차게 실감한다고 고백해왔다.

새 표지를 장식한 오요우 작가의 작품 〈The Gardeners〉처럼, 또 “평등한 관계, 평화로운 삶의 비결이 여기 있다”고 새로이 추천의 말을 보탠 이해인 수녀의 말씀처럼, 정원을 가꾸고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사람 사이 관계를 일구고 싶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지침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 전문가들의 추천의 말 ♥

대단한 책이다! 대화의 새로운 경지. 모두가 읽어봐야 한다!
존 그레이(《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저자)

더 나은 대화를 통해 더 큰 성취감을 느끼도록 이끌어주는 훌륭한 책!
토니 로빈스(《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저자)

잘 훈련된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태도를 순식간에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최원정(KBS 아나운서)

일상생활에서 바로 도움이 될 만한 실용적인 지혜들로 가득하다.
김학진(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저자)

월등히 효과적으로 내 삶을 바꿔놓은 책! 내가 널리 아낌없이 소개하는 이유다.
정흥수(흥버튼 대표, 《대화의 정석》 저자)


♥ 15년 동안 이 책을 사랑한 국내 독자들의 한 줄 평 ♥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어요”
“언어폭력에 마음의 상처를 심하게 받은 사람들을 위한 책”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면서도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두 번 구입,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일이 잘 안 풀리고 힘들 때마다 읽고 또 읽는 책!
“인간관계에 지칠 때마다 이 책으로 되돌아왔다”
“죄책감 없이 당당하게 NO라고 거절하는 방법”
“까다로운 사람을 설득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법”
“성격이 급해 말실수하고 후회하곤 했던 나를 바꿨다”

당신의 인간관계를 확실하게 개선해줄 대화 지침서!
“필요 이상으로 적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
“무례한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도 우아하게 이기는 기술”
“어떤 복잡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예의 바르게 대응할 수 있다”
“뛰어난 커뮤니케이터를 꿈꾸는 사람을 위한 성숙한 대화법”

▷▷ 이 책의 특징


어떻게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고
갈등을 협력으로 바꿀 수 있을까

상대를 적이 아닌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 사람을 얻는 대화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만만해 보이지 않으면서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저자 샘 혼은 말한다. “갈등 상황에서야말로 ‘강한 공격’이 아닌 ‘평화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까다로운 사람 앞에서는 물러서는 것도, 화내는 것도, 싸우는 것도 소용이 없다. 이 책이 언어적 공격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보여주면서도 ‘싸워서 상대를 때려눕혀라’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점은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샘 혼은 이 책에서 상대방의 모욕적인 언사에 여유롭게 대처하면서도 상대의 수를 읽고 대화의 흐름을 내 것으로 만드는, 말 그대로 ‘공격하지 않고 우아하게 이기는’ 기술을 알려준다. 일상생활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지혜로 가득한 이 책은 원하는 것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늘 사람이 따르게 하는 마법의 대화 기술을 아낌없이 전수할 것이다.

우아하게 이기는 방법

내 잘못이 아닌 일로 누군가 내게 무식하게 고함을 질러대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대체로 많은 사람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똑같은 방식으로 보복하거나 말없이 상처를 감수하거나 할 뿐이다. 물론 둘 다 도움이 되지 않는 대응책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군가 공격을 해왔다 해도 마음과 입을 잘 다스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 일도, 무력감에 빠지는 일도, 자기 자신에게 쓸데없는 혐오감을 느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목표도 바로 언어적으로 모욕을 당하지 않고 우아하게 이기는 방법, 얼굴 붉히며 상대를 공격하지 않고도 세련되게 이기는 방법, 즉 싸움이 아닌 조절의 기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자, 어떻게 스스로를 방어하고 승리할 것인가? 다시는 내게 얼씬도 하지 못하게 상대를 때려눕힐 것인가,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주어 기를 완전히 꺾어버릴 것인가. 물론 나를 괴롭히고 모욕을 준 이에게 그대로 갚아주는 것도 통쾌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언제든 내 등 뒤를 노리는 적이 되어 그 모든 것을 두 배로 되돌려줄 수도 있다. 상대의 부정적 전술을 밝혀 파멸시키는 것은 결코 궁극의 승리를 가져오는 전략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이 귀띔하는 ‘우아하게 이기는’ 비법은 무엇일까? 비법의 핵심은 적을 맞닥뜨릴 때마다 내 자신이 갈림길에 서 있다고 그려보는 것이다. 우리는 내리막길과 오르막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생각할 시간은 기껏해야 몇 초에 불과하다.
울컥하는 마음에 순간적으로 반응해 부정적인 말을 몇 마디 내뱉었다면 이미 내리막길에 발을 내디딘 셈이다. 이 길은 한번 들어서면 가속도가 붙는다. 그래서 선택하기가 더 쉬울지도 모른다. 경사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기는 걷잡을 수 없이 점점 커지고, 결국 영혼은 어둠에 빠지고 만다. 반면 이미 벌어진 상황에 대해 관대한 몇 마디를 중얼거릴 수 있다면 긍정적인 길이 열린다. 긍정적인 기가 우리를 위쪽으로 끌어올린다. 오르막길은 힘이 들지만, 꼭대기에 오르면 멋진 풍경이 펼쳐져 이내 고생을 잊게 만든다.
이상적으로는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의 노력이 결국 우리를 대하는 다른 사람들의 태도를 친절하게 만들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보면 늘 이렇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노력이 상대에게 비록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 해도 우리 자신에게 긍정적인 것만은 확실하다. 적어도 내 기분이 나빠지는 상황, 승자 없는 싸움에 휘말리는 상황을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바로 그 ‘오르막길’에 오르는 여러 가지 기법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승자 없는 논쟁에서 빠져나오는 법, 버럭 하는 마음을 빨리 가라앉히고 상대에 대해 공감하는 법, 힘에 맞서지 말고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 내가 옳은데도 협상해야 하는 이유,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를 때 해야 할 말 등이 그것이다.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는 대화의 기술

우리 인생은 협상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비즈니스 협상에서는 누가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원하는 것을 제때 말하지 못하고 돌아서서 후회한 적은 없는가. 노련한 상대에게 주도권을 뺏겨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는커녕 상대의 요구만 잔뜩 받아놓고 억울해한 적은? 누군가 교묘하게 나를 조종하려 들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샘 혼은 남의 부탁에 거절의 뜻을 단호하게 밝히지 못하는 이들에게 공손하면서도 당당하게 “No”라고 말하는 방법을 상세히 다루는가 하면 “지루함을 참는 사람은 지루한 사람보다 한층 더 형편없다”라는 인용문을 곁들이며 일방적인 수다에서 빠져나가는 기술에 관해 설명해주기도 한다. 말하자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권리’도 제대로 지켜내는 대화법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다.

행동치료 전문가 조셉 월피는 “인간관계에는 크게 세 가지 접근법이 있다. 첫 번째는 자기 자신의 이익과 입장만 생각해 그것을 앞세우는 것이다. 두 번째는 늘 남을 자기보다 앞세우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신을 처음에 두고 남들 또한 고려하는 것으로, 이것이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하였다. 인간관계가 원만하고 친절한 사람이 된다고 하여 꼭 남들에게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남의 부탁에 무조건 Yes라고 하며 끌려다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성공적인 관계를 이루고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이 균형을 맞추는 데 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 대화를 떠올리게 할 만큼 생생하면서도 실용적인 사례들이 돋보이는 이 책은 요령 있게 말 끊는 법, 마음 상하지 않게 대화를 거절하는 법, 상대의 거절을 뒤집는 법 등을 통해 나와 상대의 권리를 동시에 지켜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기술을 알려준다.

사람을 얻는 대화법은 따로 있다

SNS나 메신저 대화창을 통해 힘든 일을 털어놓는 친구가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당장 위로하려 드는가? “그것도 그렇게 나쁘기만 하지는 않아”라든지 “우리 밝은 면을 보자고”와 같은 대답은 힘든 상대를 북돋아 주기보다는 오히려 섭섭하게 만들기 쉽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내려 들면 안 되지” 혹은 “다음부터는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네”라는 식으로 이성적인 메시지를 남기는 것도 상대의 기분을 망칠 수 있다. 슬픔이나 고민에 빠진 사람은 해결책이 아닌 공감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자기 일만 잘 해낼 뿐 불협화음을 일으켜 생산성을 떨어드리는 사람보다는 팀워크를 중시하고 화합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인정받는 시대다. 나아가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 원만하고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할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라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적을 만들지 않고 주위에 늘 사람이 따르는 인간관계 고수들은 대화법도 분명 다르다. 물론 그들은 단순히 말하는 기술이 뛰어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솔직하고 분명한 메시지로 동의와 지원을 이끌어낸다. 대부분 사람은 남에게 이해받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일단 상대가 나를 알고 내 처지를 이해한다는 느낌이 들면 그 사람을 대하는 마음 자세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들은 바로 이 정서적인 교감을 통해 상대와 공감하고 상대의 마음을 울리고 설득한다. 한마디의 말보다 마음으로 대화하고, 가슴을 안아주는 느낌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논쟁에서 백전불패하는 놀라운 비법을 가르치지도, 단숨에 달변가로 만들어주는 테크닉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타인과 균형을 이루는 것이지, 타인의 부정적 전술을 밝혀 파멸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적을 친구로 만드는 법, 싸움이 아닌 조절의 기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시대에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을 얻는’ 대화법을 말이다.
촌철살인의 명언들 & 사례 중심의 글쓰기

사람들은 새롭고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듣게 되면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옳다고 여겼던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될 때에도 역시 귀를 기울이는 법이다. 적절한 인용은 바로 그런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을 읽는 재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유명한 작가, 정치인, 사상가, 학자, 예술가들이 쏟아놓은 촌철살인의 명언들을 풍부하게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의 오랜 강연 경험에서 길어 올린 생생한 사례들 역시 독자들에게 독특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군데군데 등장하는 실전 TIP들은 여러 가지 텅후 기법들을 실전에 바로 응용하여 쓸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다시 정리해두어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독자들은 이제 촌철살인의 명언들과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 있게 서술된 56가지의 텅후 기법이 조화를 이룬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케이션 지침서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우다영 저 / 16,000원 / 문학과지성사

“나는 나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SF어워드 우수상 수상작 「긴 예지」 수록
미지의 미래로 향하는 작가, 우다영 신작 소설집
깊은 밤 깨어나는 요람의 기억
경계 너머에서 밝아오는 아름답고 참혹한 진실

몽환과 영원의 세계로 독자를 데려가는 우다영의 세번째 소설집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첫 수록작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로 시작해 표제작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로 끝을 맺는 다섯 편의 작품은 그 관념을 서서히 확장하며 우다영이 직조한 세계의 타래를 조금씩 펼쳐놓는다. 2023 SF어워드 우수상 수상작 「긴 예지」, ‘이 계절의 소설’(2020년 가을) 선정작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 등 미지의 세계를 예고한 바 있는 수작을 함께 엮었다.
“당신과 내가 이토록 타자이며, 이토록 하나라는 사실”(‘작가의 말’)을 직시하며 씌어진 이번 소설집은 ‘나’와 ‘너’ 사이에서 탄생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선보인다. 두번째 소설집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문학과지성사, 2020)을 유심히 읽은 독자라면 이번 소설집의 제목이 낯익을지도 모른다. “영화에 빠진 너의 얼굴은 아무 표정 없는 얼굴 무방비한 얼굴 관찰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얼굴 그 얼굴에 천천히 미소가 떠올랐으면.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전작의 ‘작가의 말’에 남겼던 의미심장한 암시 끝에 도달한 얼굴이 여기에 있다. 제발트의 소설 속 그림에 담긴 글에서 따온 이 제목은 마치 더 어두운 밤처럼 끝없는 이야기의 미로로 우리를 초대한다.
우다영 세계를 따라 걷고 싶은 독자라면 ‘찢어진 책 이론’에 따라 이 소설집을 읽어보길 권한다. 수록작 「긴 예지」에 등장하는 이 개념에 의하면,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어내는 방법은 그 안의 활자를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책을 둘로 찢어 양쪽이 어떤 패턴으로 겹쳐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소설 속 무작위한 사건과 불확실한 우연이 모종의 질서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당신이 읽고 있는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인연을 반복하기 위해 생이 존재하는 것 같아”
끝없이 반복되는 무수한 생의 무수한 나

이번 소설집에는 나와 타자의 경계를 가시화하는 인물이 자주 등장한다.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의 ‘알파’와 ‘오메가’는 한 몸으로 태어나 트윈으로 분리된 후 18세 생일에 성인식을 치르며 다시 하나가 된다. 소설의 화자인 ‘나’(알파)는 오메가를 만나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고 미워하다가 끝내 어떤 이해에 이른다. “그 애에 대해 생각하는 건 곧 네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같잖니”라는 할머니의 말처럼 자신들이 결국 서로에게 속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은 이처럼 경계 없는 ‘나’들이 모인 거대한 세계를 다루는 작품이다. 남태평양의 사모아제도에서 ‘아즈깔’이라 이름 붙은 식물이 발견된다. 이 풀의 독성에 감염되거나 전염된 이들은 과거와 미래의 생을 기억하게 된다. 무수한 생의 무수한 인과를 경험한 각성자들은 자기 윤리와 타자 윤리가 뒤섞일 때 인류의 선의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보여준다.
작가의 첫 SF소설 「긴 예지」는 종말의 미래를 명백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막고자 하는 예지자들을 등장시킨다. 예지 인공지능 프로젝트의 책임자 ‘도경’은 불벼락과 물벼락을 피해 더 많은 볼을 터뜨려야 하는 증강현실 게임 〈볼볼볼〉을 통해 뛰어난 예지자들을 선별한다.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주인공 ‘효주’는 자신이 돌보던 쌍둥이 자매의 ‘솔이’와 함께 미래를 바꿀 만큼 강력한 예지를 만들기 위해 설계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그리고 예지 인공지능 ‘레마’의 시뮬레이션에 접속해 무수한 시공간을 관통하는 시선, 즉 신의 존재를 실감한다.

“세상을 구원하는 거창한 일과 저는 어울리지 않아요”
한 아이를 구하고 싶다는 놀라운 마음

“한 아이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 그런 강하고 놀라운 마음이 사람을 찾아올 확률은 몇 퍼센트일까요? 이 무질서한 세상에 그런 질서정연한 선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요.”
「긴 예지」

소설 속 인물들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나 지구의 종말처럼 크고 작은 위기를 맞이한다. 그때마다 이들을 구하는 것은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다. 「긴 예지」의 ‘효주’가 무기력하게 종말을 맞이하는 대신 위험을 무릅쓰고 예지 인공지능 ‘레마’에 접속한 것은 ‘솔이’와 ‘도경’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에서 ‘나’와 ‘원호’의 영혼은 ‘둘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패턴으로 엮여 있다. 수없이 반복되는 생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한 단 한 번의 순간은 그들을 곤경에 빠뜨리려는 아이를 구하겠다고 마음먹을 때 일어난다.
「기도는 기적의 일부」는 이러한 마음이 얼마나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말하는 작품이다. 메시아 ‘유리’는 어릴 적 수해 지역에서 구조된다. 집중호우로 인해 지하 주차장에 갇힌 이들은 아기인 유리를 위해 휴대폰 플래시 불빛을 비추며 서로를 독려한다. 유리의 신비한 능력은 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단숨에 해치운 사건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데서 출발했지만 점점 더 큰 기적을 필요로 하는 유리의 행보는 타인을 위하는 선량한 마음이 끝내 희망으로 남을 수 있는지 질문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의 ‘혁명가’ 또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존재다. 소설 속 ‘요람 인류’는 감마선 폭발로 인한 지구의 종말을 앞두고 새로운 위성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자생 가능한 캡슐 안에서 살아가는 세대이다. 이들은 시스템 매기 안에서 영화 매체를 활용해 허구의 집단의식을 유지한다. 시스템 매기 안에 살다가 바깥 세계로 나간 ‘승용’은 어릴 적 동경하던 영화감독 ‘혜경’에게 편지를 보내 시스템 매기가 감추고 있는 진실을 알린다. 승용과 같은 혁명가들은 ‘세계를 의심하고 세계를 부순 자’로 불리지만, 그들이 나아간 세계가 과연 진짜인지 소설은 알려주지 않는다.

“나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랑에 놀라움을 느꼈다”
겹겹이 쌓인 시선이 가닿을 단 하나의 미래

아아, 결국 바이러스였을까. 혜경은 장난스레 생각하며 자신을 둘러싼 개인 스페이스를 흐린 눈으로 훑었다. 네 개의 벽과 바닥과 천장. 평생 머물던 방이지만 어쩐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벽 너머의 세계가 존재함을 이미 상상해버렸기 때문이었다. 혜경은 차라리 눈을 감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억 속에 없는 까만 개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이 책은 혜경이 승용의 편지에 언급된 ‘까만 개’를 생각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혜경은 까만 개에 대한 어떠한 사실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승용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매혹된다. 승용에 의해 자신이 갖고 있지 않던 기억을 갖게 된 혜경은 더 이상 편지를 읽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기억은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에서 ‘알파’와 ‘오메가’의 성체에 온전하게 이전되는 유일한 요소다. 트윈의 경험, 생각, 지식은 성인식을 거치며 하나의 자아로 합쳐진다. 시작에서 끝으로, 끝에서 시작으로 연결되는 이 순환 세계는 나를 구성하는 요소가 오롯이 나에게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면 고유한 나 자신 또한 존재할 수 없음을 상기하며 개인에서 세계로 나아간다.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에서 ‘알파’와 ‘오메가’의 성인식은 잠든 사이에 이뤄진다. 알파와 오메가와 하나가 된 ‘나’는 여느 날처럼 할머니와 차를 마시며 친숙한 사랑을 느낀다.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에서 ‘나’가 각성하는 순간은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갑자기 찾아온다. ‘나’는 눈을 뜨고 원호를 마주한 후, “천천히 창가로 다가가 드리워진 커튼을 열고 오늘의 세상을 원호에게 보여준다”. 소설의 첫 장면에서 원호가 반대로 커튼을 걷어 아침이 밝아온 세상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는 ‘나’가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사랑의 방식이다. 밤사이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일어난 사건들은 어둠 속에서 더 선명해지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모두가 보고 싶은 것을 보나니”(「기도는 기적의 일부」). 우다영이 펼쳐 보인 신비하고 아름다운 우주에서 어떤 조각을 발견할지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토끼는 당근을 먹지 않는다
위고 클레망 저 / 박찬규 역 / 14,000원 / 구름서재

인간이 동물에게 감추고 있는 거짓과 진실
자연 속의 토끼는 당근을 먹지 않는다. 당분이 많은 당근은 토끼에게 비만, 위장장애, 충치 같은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사실이 밝혀진 지 오래되었는데도 우리는 잘못된 지식에 따라 토끼에게 당근 먹이기를 계속한다.
우리는 동물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살아간다. 양은 순종적이고, 돼지는 더럽고, 늑대는 비열하고, 닭과 물고기는 멍청하다 등등... 우리는 습관적으로 동물들을 우리보다 열등한 것으로 보고 무시하고, 학대하고, 착취하고, 이용하는 행동을 정당화한다.

이 책은 동물들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동물이 인간만큼 현명하고 인간과 같은 감각과 감정과 문화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육식을 반대했던 고대 그리스의 사상가들로부터 동물행동학의 과학적 성과에 이르기까지, 지은이는 수많은 과학적 근거와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현재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정당한지에 대해 반문한다.

또한 동물원과 서커스공연장, 도축장, 집약형 농장, 사냥터 등을 취재하며 인간들이 동물들에게 행하고 있는 끔찍한 행위들을 고발하고 그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파헤친다.
동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동물들을 존중하고 동물과 윤리적으로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책이다.
자연 속에서 토끼는 당근을 먹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당근은 토끼에게 당뇨 등의 치명적인 병을 유발한다. 토끼가 당근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애니메이션이 만들어낸 가짜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동물에 대한 당양한 편견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인다. “양은 온순하고 순종적이다. 돼지는 더럽다. 늑대는 비열하다. 닭과 물고기는 멍청하다 등등…” 이런 편견들은 인간 아닌 모든 동물들을 우리보다 ‘열등’하다고 여기게 만들며 그들에 대한 착취와 폭력과 학대를 정당화한다.
인간은 오랫 동안 동물적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들이 ‘다르고’, ‘특별하며’, ‘우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런 편견과 오만이 다른 생명체들에게 재앙에 가까운 고통을 주었다. 겨우 반세기 만에 지구상 야생동물의 절반 이상을 사라지게 했고, 대형 포유류의 94%를 잡아먹기 위한 가축으로 채워 넣었다.
현대과학은 인간도 동물의 한 종일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은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과연 정당한지 따져 묻고 있다. 저널리스트로서 동물원과 서커스공연장, 도축장, 집약형 농장, 사냥터 등 동물 착취와 생명 파괴의 현장을 탐사하고, 여기에 역사적, 과학적, 통계적 근거들을 통해 인간과 다른 동물들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폭로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가장 현명한 동물일까?
“인간만이 생각하는 동물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존재다.”(고생물학자 파스칼 피크)
지은이는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위해 제시해 왔던 근거들을 하나하나 해체한다. 인간은 대체 무슨 근거로 자신들의 우월성을 주장해 왔을까?
신체적 능력? -우리는 가장 빠르지도 강하지도 않다.
도구 사용 능력? -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지 않거나 인간만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은 도구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언어 능력? -언어도 인간만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니다. 모든 동물은 고유의 소통 방식을 가지고 있다. 꿀벌은 춤을 통하여 새로 발견한 꽃의 위치를 알려주며, 심지어 꽃이 제공할 먹이의 양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몸과 날개의 진동 주파수로 알려주기도 한다. 노래를 통해 소통하는 혹등고래는 지역 사투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사투리를 서로 모방하기도 한다. “동물이 우리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만큼 우리도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가 그러듯 동물도 인간에게 지능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철학자 미셸 몽테뉴)
인간이 동물보다 지능이 높다? -지은이는 묻는다. “예를 들어, 돈 많은 관광객 몇 명을 우주로 보내기 위해, 기록적인 속도로 숲을 밀어 버리기 위해, 전쟁으로 지역 전체를 쓸어 버리기 위해 엄청난 기계를 설계하는 것은 높은 지능의 증거일까?” 지능을 개인이나 종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일련의 행동이라고 본다면,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자기가 속한 생태계를 훼손한 우리는 진화적 관점에서 가장 똑똑하다기보다 가장 어리석은 존재에 가까울 것이다.”(동물행동학자 엠마뉘엘 푸이데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동물들
이 책은 인간이 동물에 행하는 폭력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축산 농장, 도살장, 동물원, 서커스장, 사냥터 등을 밀착 취재하며 동물에 대한 인간의 태도가 얼마나 부당하며 모순투성이인지를 밝힌다.
“우리는 초원에서 풀을 뜯는 소나 할머니 댁 마당에서 노니는 암탉처럼 행복해 보이는 동물들을 본다. 그러나 이런 행운을 누리는 동물은 사육 동물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대다수의 동물들은 우리가 볼 수 없다. 가끔, 고속도로에서 마주치는 트럭에 실려 도축장으로 갈 때를 제외하곤 절대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축산업에서 동물들의 모습은 철저히 가려진다. 왜냐하면 “차단된 벽 뒤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소비자가 직접 볼 수 없을 때만 축산 경제는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육식동물이 아니다
사람들은 인간이 고기를 먹는 것은 소가 풀을 먹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냐고 항변한다.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당위성은 지은이도 인정한다. 그러나 인류는 고작 반세기 만에 인간이 야생 척추동물의 개체수 중 60% 이상을 사라지게 했고, 대신 포유류의 94%를 가축으로 채워 넣었다. 따라서 “이 폭력이 우리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인지는 꼭 되물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인간은 육식동물이 아니라 잡식동물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이 동물을 먹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한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역사 속에서 많은 사상가들이 이 점을 지적했다. 피타고라스는 2천5백 년 전, 진화론이 발표되기도 훨씬 전에 “모든 생명체는 친족 관계에 있으며 동물을 죽이는 것은 형제를 죽이는 것과 같다”고 했다. 많은 고대의 사상가들이 ‘살인’을 떠오르게 한다는 이유로 육식을 거부했다. 영웅 전기로 유명한 플루타르코스는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해야 했던 선사시대의 인간과 달리 농업에 숙달한 당대의 인간들은 굳이 고기를 먹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인 테오프라스투스의 사상은 ‘동물권’을 주장하는 현대인들의 생각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다른 종보다 우월한 종은 없다고 주장하며 ‘인종차별주의’를 넘어 ‘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장 자크 루소, 레프 톨스토이 등 많은 선각자들이 육식에 반대하며 채식을 실천했다.
동물의 고통은 우리의 고통과도 연결된다. 동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인류의 식량문제와 환경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하며 이는 전 세계 자동차, 비행기, 선박에서 직접 배출되는 양과 맞먹는다.”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지구상 대다수 동물이 겪는 끔찍한 생존의 배후에는 ‘글로벌 동물 착취 시스템’이 있다. 우리 모두는 정도만 다를 뿐 이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다. 동물의 생존을 고통으로 만드는 시스템은 여기저기서 작동한다. 지은이는 사육장이나 도축장, 동물원, 동물쇼, 사냥장 등을 취재하며 이 동물 착취 시스템이 글로벌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세계의 서커스장에서 보는 코끼리는 어릴 때 아프리카에서 포획된 것들이다. 사냥꾼들은 어린 새끼를 얻기 위해 그 부모를 죽이거나 심지어 무리 전체를 죽이기도 한다. 부모와 동료들의 학살을 경험한 코끼리는 먼 나라로 건너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훈련을 받는다. 이 훈련 과정에는 ‘심리적 파괴’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쇠사슬에 묶여 앉지나 눕지도 못한 채 며칠이 지난 뒤부터 폭력이 시작된다. 조련사들은 때리고, 소리 지르고, 고의로 부상을 입힌다. 갈고리로 이마를 긁어 피가 나게 하는 식이다. 코끼리는 이런 도구가 조련사의 팔의 연장선이며 고통을 의미한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뒤에야 코끼리는 관광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동작들을 배우게 되며, 늙어 재주를 못 부리거나 관광객을 태울 수 없게 되면 동물원에 팔아넘긴다. 동물원은 관광객들에게 코끼리 씻기기, 관찰하기, 돌보기 등의 체험활동을 제공하며 다시 돈벌이에 이용한다. 이렇게 사람들은 코끼리 등에 올라타거나 셀카를 찍거나 돌보기 활동을 하며 ‘글로벌 착취 시스템’에 참여한다.

생명 파괴의 연쇄고리
지은이는 멕시코에서 제왕나비를 보호하려던 활동가가 살해당한 사건을 통해 자연의 파괴가 인간 삶의 파괴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건은 아보카도를 심기 위해 멕시코의 숲을 파괴하려는 카르텔이 연관되어 있다. 제왕나비를 보호해 줄 오야멜자작나무 숲을 베어내고 아보카도 농장을 만들기 위해 숲을 지키려던 활동가를 제거한 것이다.
“아보카도를 둘러싼 전쟁은 인간이 끝없이 야생의 공간을 침범한 결과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다른 종이 사는 터전을 마구 파괴하고 있다.”
지은이가 브라질의 아마존 밀림을 밀어내고 거대 농장을 일궈낸 인물을 만나 한 인터뷰는 생명과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기계와 불을 이용해 거의 모든 것을 정리했다. 그리고 농지 사막 한가운데에 작은 숲 한 조각을 남겨두었다. ‘이건 내 손녀를 위한 것입니다. 손녀에게 아마존 열대우림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아마존의 밀림을 파괴하고 심은 콩은 유럽으로 수출되어 가축의 먹이로 이용된다. 그리고 인간은 콩으로 대량 사육한 가축의 고기를 식탁에 올린다. 세계 농경지의 약 70%가 고기를 먹기 위한 축산업에 이용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 식량난의 주요 원인이다. 생명 파괴 행위가 자연 파괴로 이어지고 다시 인간 파괴로 이어지는 연쇄작용이 일어난다.
지은이는 동물권 보호 운동가로서 자신의 풍부한 활동 사례를 책에 담고다. 하지만 결코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거나 타인들을 도덕적으로 나무라지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거나 귀를 막지 않고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문제를 먼저 알고 각자의 위치에 맞는 실천 방법을 찾는 것이야말로 오랜 세월 익숙해진 거대 시스템을 바꾸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채식주의를 선택했다. 다른 이들은 육류나 생선 구매를 대폭 줄임으로써 실천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행동이라고 본다. 충분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도 긍정적인 시도 자체는 칭찬받고 고무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육류 생산량을 대폭 줄이는 일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로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게 행하고 있는 잔인한 행동을 끊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앞으로 수 세기가 뒤에도 인류가 존재한다면, 그때의 역사가들은 우리가 다른 동물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모질고 잔인할 수 있었는지 물을 것이며, 이 수치스러운 역사를 끝내기 위해 함께 일어선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할 것이다.”








다르게 보는 용기
강수환 저 / 25,000원 / 창비

세계를 새롭게 읽고 쓰는 단단한 시선으로
한국 아동청소년문학 비평의 새 지평을 열다
아동청소년문학, 정치철학, 문화학을 가로지르는 독보적인 시선과 성실한 독서를 바탕으로 한 예리한 비판의식으로 2017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수상 당시부터 주목받은 강수환의 첫 평론집 『다르게 보는 용기』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2010년대 이후 우리 사회를 덮친 사회적 참사, 페미니즘 리부트, 촛불혁명,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모든 것을 새롭게 다시 바라봐야 하는 지금, 아동청소년문학장(場)에 시의적절하게 당도한 젊은 평론가의 도전적 응답이다. 폭넓은 사유의 스펙트럼 안에서 동시대 동화, 청소년소설, 평론을 두루 톺아보는 한편 창작자의 재현 윤리, 문학의 의무와 평론가의 책임에 대해 진중하고도 섬세하게 접근하는 글들은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에 내재한 가능성을 비추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든든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폭넓은 사유, 탁월한 질문이 빚어내는 독보적인 시선
아동청소년문학 비평계에 활기를 몰고 올 강수환 첫 평론집

2017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을 수상하며 등단하고 현재 계간 『창비어린이』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인 강수환의 첫 번째 평론집 『다르게 보는 용기: 새로운 세기의 아동청소년문학』을 펴낸다.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 섬세하면서도 유려한 글로 신예 평론가로서 첫 걸음을 내디딜 때부터 주목받은 그의 첫 책을 관통하는 질문은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새로운 세기의 어린이·청소년 독자를, 그들을 향해 희망을 발신하려는 문학 작품을, 나아가 폭력적이고 모순된 오늘의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저자는 먼저 어린이·청소년이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없는 타자로 남겨 두”지 않기 위해 그들을 향해 “눈과 귀를 열어 두”고, “서로의 이야기를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쌓아”(「책머리에」) 갈 것을 다짐한다. 또 지금의 아동청소년문학을 전통적인 ‘문학’의 입장에서 평하기보다 미디어, 과학 기술 및 다양한 장르적 배경을 아우르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독해함으로써 독자에게 용기를 심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모색하고자 한다.(「반복과 대중성, 시리즈 아동문학의 출발점」) 아울러 그는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다르게’ 바라보려는 용기, 부조리한 세계의 ‘재현 불가능성’에 맞서려는 의지를 되새긴다. 독자, 작품, 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때 비로소 지금의 어린이·청소년이 현실을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언어를 쥐여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재현의 언어를 청소년에게」) 저자가 지난 6년간의 비평적 성찰을 단단히 응축한 결실로서 『다르게 보는 용기』가 기존의 아동청소년문학을 새롭게 읽어 내는 동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아동청소년문학 비평계에도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때로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대상 앞에서 말을 잃곤 한다. 이때 취할 수 있는 가장 윤리적인 태도란, 우리는 이것을 정확히 바라볼 수 없노라며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다르게 바라보며 이 사안을 향해 성큼 다가서는 일이다. 「책머리에」 중에서

새로운 세기의 아동청소년문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적실한 응답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아동청소년문학을 둘러싼 당대의 쟁점과 담론을 중심에 두고 쓴 글들을 모았다. 생성형 AI, 문학의 재현 윤리, 시리즈 아동문학, 동시와 매체, 21세기의 어린이관, 비평의 현재 등 문학 안팎의 다양한 주제를 다룬 글들이 아동청소년문학을 읽는 색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예컨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출현이 인간의 의식을 새롭게 구성하며 읽고 쓰는 방식을 완전히 뒤바꿀 것이라는 예견은 최근 아동청소년문학계에서도 자주 논의되는바, 저자는 이 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생성형 AI가 사용자와의 상호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생성한다는 ‘구비문학적’ 속성에 주목한다.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 가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쪽은 성인보다 어린이·청소년 독자일 것으로 예측하며, 새로운 기술 조건하에서 막연한 냉소나 두려움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세계를 새롭게 읽고 쓰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지금부터 로봇들과 대화해 보시지 그러세요?」) 미디어 문화에 대한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유튜브’ 같은 알고리즘 기반 플랫폼과 비평 활동의 관계를 숙고하거나(「디스/리스펙스 시대의 비평」), 인용 연결망 네크워크 모델을 활용해 한 해의 평론을 ‘메타 비평’한 평론(「은하계를 여행하는 아동청소년문학평론들」)과 더불어 저자만의 독창적이고도 진솔한 비평관(觀)이 잘 드러나는 글이다. 단요와 백온유의 청소년소설,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차분하게 짚으며 문학에서의 ‘정치적 올바름’과 재현 윤리를 고찰한 「재현의 언어를 청소년에게」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문학장(場) 참여자들이 맞닥뜨린 세계의 ‘재현 불가능성’을 환기하는 한편, “무책임한 권력의 언어가 퍼지는 동안 사태를 재현 불가능한 것으로 남기”기보다는 “괴물 같은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도록 재현하는 일이 특히 아동청소년문학을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윤리적 응답임을 역설하는 묵직한 진단이다. 이른바 ‘문학성’과 ‘정치성’에 대한 젊은 평론가의 정교한 사유이자 심지 굳은 자기 선언으로도 읽혀 더욱 미덥다.

“진실을 추구하는 데에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기존 세계의 질서에 틈을 내고 허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읽고 쓰며 감응하는 문학의 세 주체,
독자·작가·평론가가 공유하는 용기에의 믿음

2부의 청소년소설 평론들은 작가·작품을 비평적으로 경유하여 주체, 정체성, 노동, 사랑 등을 화두로 오늘날 청소년의 현실을 비춘다. 청소년소설을 동시대 청소년을 위한 언어를 발견하는 텍스트로 바라보는 비평가의 고심과 책임감이 엿보인다. 저자는 인재(人災)라 할 만한 사회적 참사의 청소년 희생자들,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청소년 노동자들을 문학이 진실로 기억하고 애도할 수 있음을 간곡히 전하며, “누군가의 죽음을 수취인 불명으로 남겨 두지” 않고 “그의 지난 생을 지금의 시제로 대신 이어” 쓰는 “정치적인 행위”로서 문학의 힘을 낙관한다. 이때 저자가 써 내려간 낙관의 문장은 관성적으로 호출되는 것이 아닌, 김민경·김해원·진형민의 작품을 능숙하게 넘나들며 문학과 시대를 적확히 읽어 낸 결과이기에 신뢰감을 준다. 이꽃님·최상희·현호정의 소설에서 거대한 폭력에 맞서는 여성 청소년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몸과 마음을 억압하는 구조를 지적하며 모두가 “이 구조의 공모자”(「어떻게든, 살기 위해, 달리는 소녀들」)임을 밝히는 대목에서도 저자는 함께 “기억-하기”를 요청한다. 독자·작가·평론가, 곧 “읽고 쓰며 감응하는” 세 주체가 진실을 ‘기억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죽음 혹은 투쟁은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해 헛되지 않게 되고 남은 이들은 “현재를 회복”하여 “지금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종요로운 문장은 지난한 시기를 견디는 이들에게 무력감에 휩쓸리는 대신 다시 한번 “희미하게나마 자신이 향해야 할 곳”을 똑바로 응시할 용기를 선사할 것이다.(「편지는 언제나 목적지에 도착한다」) 짧은 리뷰·서평을 엮은 3부 역시 자신만의 논지를 구성해 내는 도전 의식과 분석력이 빛난다. “좋은 문학은 독자들에게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끔”(「질문을 찾는 아이들」) 한다는 저자의 정의는 평론에도 적용될 것이다. 오늘날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아동청소년문학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려 애쓰는 모두에게 『다르게 보는 용기』가 믿음직하고 다정한 길잡이이자 생산적인 논의의 단초를 제공하는 하나의 ‘좋은 질문’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편지의 시대
장이지 저 / 10,000원 / 창비

“홀로라는 것은 언제나 둘을 부르는 것이어서
아주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당신’을 부름으로써
‘나’를 가능하게 하는 글쓰기, 편지
자신만의 고유한 페르소나를 창조하고 각종 문화적ㆍ철학적 레퍼런스를 적극적으로 시 안에 기입하는 독창적인 시세계로 오장환문학상, 김구용시문학상을 수상한 장이지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편지의 시대』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각인시킨 바 있는 시인은 이번에는 ‘편지’라는 그윽하고도 따스한 소재를 통해 한층 깊고 다채로워진 서정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편지의 시대’라는 제목에 값하듯 “모든 시를 편지로 읽어도 무방한” 이번 시집은 ‘편지’를 “장치가 아니라 아예 시의 형식으로”(장은영, 해설) 삼아, 편지에서 뻗어 나온 여러 갈래의 감상과 상상과 사유를 자유롭게 펼쳐 보인다. 불가능한 사랑과 상실감을 편지를 매개로 낭만적으로 노래하는 한편 ‘편지란 무엇인가’ ‘왜 편지를 쓰는가’와 같은 질문에 끈질기게 매달리며 편지를 인간의 존재 양식으로서 해석하려는 철학적 시도 또한 보여준다.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수놓아진 이번 시집은 뉴미디어를 통한 즉각적인 연결과 단절에 익숙해진 우리를 기다림과 그리움이 일상이고 수신을 확신할 수 없는 세계, 그래서 더욱 연결을 갈망하고 낭만이 우세한 세계, 즉 ‘편지의 시대’로 데려간다. 이 시집이 유난히 각박하고 쓸쓸한 이 겨울에 맞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집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편지가 가득 쌓인 비밀스런 서랍장을 열어젖힌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눈앞에 쏟아진 편지들에는 이제 도저히 닿을 길 없는 ‘당신’을 향한 안타깝고 쓸쓸한 마음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다. “우리가 하나였을 때 마음에 떠오르는 것은 모두 서로에게 전해졌”(「우주적」)지만, 더이상 함께일 수 없는 지금은 ‘당신’의 존재를 실감하고 ‘당신’의 마음을 가늠하기 위해서 편지라는 통로가 필요하다. 그래서 시인은 엽서에 “뒤늦은 사랑”(「먼 곳」)을 쓴다. “사랑을 쓸 수 없다면 저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에요”(「불타버린 편지」)라고 쓰라리게 말하며 쓴다. 하지만 편지 쓰기는 결국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감을 끊임없이 환기하기에 “수많은 통점으로 뒤덮인 글쓰기”(「사랑의 폐광」)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렇게 애타게 써 내려간 편지가 ‘당신’에게 제대로 도착할지도 알 수 없다. 엽서를 촘촘히 채운 문장들은 잠에서 깨고 나면 감쪽같이 사라져 언제나 “슬픈 백지”(「가장 불행한 사람」)만이 남기 때문이고, “우리 사이에는 집배원이 없고 길이 없”(「한산(寒山)」)기 때문이다. 홀로 ‘편지의 시대’에 남은 이처럼, 수신에 대한 희망 없이 절실하게 계속되는 시인의 편지 쓰기는 그 애절함과 강렬함으로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편지란 비어 있어서 우리가 거듭해 꿀 수 있는 꿈이에요”
백지 위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연결의 상상력

언뜻 열렬한 연문(戀文)으로 읽히는 시편들은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낭만이 짙게 드리운 언어 뒤편에서 시인은 ‘편지’라는 형식에 대해 존재론적으로 고찰한다. 시인에게 편지 쓰기란 ‘당신’과 가까워지거나 무언가를 주고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만 ‘당신’이 거기 있음을, ‘당신’의 “현전을 확인”(「고도를 기다리다보면」)하는 것으로 그 소임을 다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당신’을 부르며 언제 돌아올지 모를 응답을 기다리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의 존재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자신의 결여를 메우기 위해 타자의 심급이 필요하”(「죽지 않는 구멍」)기 때문이다. 시인은 ‘당신’으로 대표되는 “미지(未知)”(「롱 러브레터」)의 타자들을 엽서 위에 반복해 불러내어 자신의 “빈 곳”(「죽지 않는 구멍」)에 “또다른 얼굴이, 얼굴들이 솟아나”(「언덕 위 관음」)게 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를 완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인이 편지-시 안으로 불러들이는 타자는 연인 같은 구체적 대상을 넘어, 텍스트 안에서 재구성되는 영화, 웹드라마, 연극, 동화 속 장면과 목소리 들로 확장되고, 가차 없는 폭력과 끔찍한 야만으로 인해 “우리가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 있는 곳”(「책갈피」)으로까지 나아간다. 이때 편지는 이곳의 우리를 저곳의 부재 또는 상처와 매개하는 필수적인 통로로, 단절되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거듭난다. 우리의 존재는 타자를 경유하지 않고서 설명될 수도 가능할 수도 없다는 듯 멀리서나마 편지를 통하여 타자와 연결되어 있으려는 노력은 이 시집에서 장이지의 시를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된다. 이렇듯 “편지의 존재론”(해설)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시편들이 편지를 풍성하게 사유하는 바,『편지의 시대』를 읽는 일은 그 안에 스민 철학적 깊이와 집요함에 새삼 전율하고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곳에서 연결은 어떻게 성취되는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별 작가, 희스토리
성희승 글/그림 / 23,000원 / 학민사

빛의 신비를 찾아 걷는 사람,
화가 ‘성희승’의 에세이
『별 작가, 희스토리』 는 별과 꿈을 테마로 작품 활동을 하는 화가 성희승의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글과 그림이 작가에게는 소박하지만 가장 힘 있는 그릇이라고 말하며, 그것들을 통해 세상과 삶, 그리고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의 글과 그림에 담긴 메시지가 독자와 관람객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도록 표현했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인생의 순간들을 이어가겠다고 한다. 곧 끊임없는 창작활동으로 삶의 흔적을 쌓아가고, 거기에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가 바로 성희승 작가의 사유의 세계이자 예술정신이다.

▶ 작가는 우리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고 표현하는 작업을 반복한다는 내용으로 글을 열어간다. 작가는 별빛의 인도로서 우리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마음을 나누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고통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을 바라고 있다. 이는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어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연대의 힘’으로 구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작가는 약자에게 아름다운 날개가 되어 도와주는 존재인 ‘그린나래’가 되고자 한다. 우리 사회의 중층적 계급구조에서 강자가 약자에게 횡포를 부리지 않을 것과 ‘약자들의 연대’를 통한 정의사회, 평등사회의 꿈을 제시한다.
 
▶ 작가는 글을 쓰는 것과 그림 그리는 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를 띠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는 작가에게 있어 다락방과 같은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자신과 대화하고 고해하는 시간이라고 결론짓는다. 곧 작가는 혼자만의 시간을 혼자만의 공간에서 보내며 자신의 꿈의 방향을 잡아가는 존재이다.

별 작가 _ 성희승

도전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예술가 성희승 작가의 역경을 넘기 위한 노력은 어마어마하다. 처음에는 회화 전공으로 성장하여 30세에 서울에서 최연소 전임 교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 후, 갑자기 철밥통 자리에서 벗어나 영국 런던대학의 창의적 문화적 기업가정신 학과에서 문화 정책을 전공하는 박사 과정에 참여하며 미술의 다양한 영역을 탐험했다.

그는 화가로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 미술 공익 광고에 참여하거나 미술 멘토로 리얼리티 예능방송에 출연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도전적인 영역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기업과의 아트 콜라보, 백화점 및 면세점에서의 전시 등 다양한 장소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시와 글쓰기에도 열정을 쏟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학의 영역에도 진지하게 빠져들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08년에 이미 미술 온라인 대학 과정을 개설하였으며, 한국에서는 골드스미스 런던대학의 정식 허가를 받은 파운데이션 아트 코스를 개설하였다. 그는 늘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의 작품에 나타난 ‘세묘화’ 기법이나 그가 창시한 ‘하이퍼-추상미술’도 그런 새로움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성희승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 어려운 길을 택해왔다. 그는 2023년까지 뉴욕대학에서 비지팅 아티스트 토크와 미술 실기 수업을 맡아 후배들과 소통하였다. 미래를 위한 연구와 시도가 그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의 다음 행보가 어떠할지 궁금하다. 빛의 신비를 탐험하는 예술가 성희승의 크로스오버 창작활동이 기대된다.







판검사가 망친 대한민국
김문수 저 / 20,000원 / 생각하는갈대

작가 김문수는 국가의 근간인 가장 청렴해야 할 법조인들의 부패와 부조리가 가장 심한 대한민국을 바라보면서 이 책을 펴냈다.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횡행하는 추악한 범죄행위인 ‘전관예우’는 자유세계 어디에도 없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법조계 비리가 마치 칡덩굴처럼 얽혀있고,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활개치고 있다. 무엇보다 모든 집단 가운데 전과자가 많은 법조사회, 대한민국! ‘이게 나라인가’를 묻는다.

작가는 한국 법조사회의 영원한 스승인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과 또 판결오류를 참회하면서 지엄한 법복을 벗어던지고 엿장수로 살다 마침내 출가하여 새로운 인생길을 걸은 효봉스님을 추억하면서 현재 타락하고 부패한 우리 법조계를 향하여 일갈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인과 효봉은 법관으로서의 ‘소명(召命)’을 실천한 분이다. 삶의 행위에서 잘 나타나 있다. 제대로 된 법조인이라면 두 분을 추억할 때 열등감과 질투심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는 어떤 꿈을 가지고 법을 공부했으며, 무슨 이상을 실천하려고 이 자리에 섰는지를 항상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법에 대한 자신의 소명은 없고 죽어라고 법전만 달달 외워서 과분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면 그는 법전의 노예로 살게 된다고 말한다.

법률에는 강한 힘이 있다. 죄를 범한 인간은 반드시 법에 따라 그 죄과를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을 공부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이 단단하고 야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전의 무게를 견딜 수 없다. 법전에 쉽게 굴복 당한 법관은 법을 악용하는 비굴한 삶을 살게 된다. 법관은 이 중차대한 무게를 이겨내기 위해 자기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높은 차원의 시선으로 법전을 읽고 자기만의 법전을 쓰는 일을 시작할 때 비로소 법을 부리는 주인이 될 수 있다.

작가는 또 법관을 향하여 “내가 이 사회에 펼칠 꿈과 소명은 무엇인가?”라는 자기 질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냥 그 법전만 외운 법률가는 내가 펼칠 꿈이 무엇인가, 내가 가져야할 사명이 무엇인가를 발견하지 못하고 인생을 막살게 된다. 결국 권력을 빙자하여 돈과 명예를 좇는 천박한 부나비 인생으로 삶을 마감하게 된다. 그동안 부패한 법조인들이 살아온 모습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올바른 법관으로서 ‘소명’을 가진 사람은 대한민국 헌법이 위임한 법률을 모든 사람에게 ‘정의롭고 공정하고 평등하게’ 사용해야 한다.

작가는 그런데도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요? 그 총명하고 모범적인 청춘들이 ‘사법고시’라는 혹독한 강을 건너 ‘등용(登龍門)’문만 오르면 오만한 인간으로 둔갑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법조인이 자아를 초월하여 만인에게 더 큰 행복, 자유를 안겨줄 수 있는 ‘공적헌신(公的獻身)’ 그 알맹이 ‘정의, 공의, 평등’일랑 쏙 빼먹고 저토록 저열하고 천박하게 굴절되다니...안타깝기 그지없소.”라고 한탄한다.

그는 이어 “판사 판결문엔 고뇌에 찬 명상의 흔적 대신 레토릭 기교로 채워지고, 오만함만 짙게 묻어 있소. 30여 년 전 뛰어다닌 기자시절 그 잘난 판결문을 기자조차 읽고 또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웠소. 여기저기 지적하는 목소리 터지자 조금은 달라졌어도 여전히 판결문엔 지적 교만 가득하고 자유로운 영혼이 오직 양심 따라 내린 판결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우리 역사상 사법부가 초대 가인선생 제외하고 ‘삼권분립’ 제 역할을 한 적 있었나요. 주로 권력과 부(富)의 언저리에 맴돌면서 ‘법 앞에 만인평등’ 말로만 떠들면서 그 본분 기망하지 않았나요. 사법부는 ‘권력의 부역자’로, ‘정치의 시녀’로 전락한 게 아닌가요. 또 검찰은 어떤가요? 권력의 ‘충견노릇’ 마다하지 않았지요. 그리하여 부패한 판검사는 그 더러운 곳 핥아대며 돈과 명예 거머쥐고 떵떵거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타락하고 부조리한 법조계가 개혁되고 쇄신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무엇보다 곧 다가올 한반도의 자유통일을 바라보면서 통일이후도 여전히 법조사회가 타락해 있다면 북한 김일성 삼대 세습으로 악몽같은 삶을 산 북한 주민은 또 다시 타락한 법조인들의 노예로 살게 될 것을 우려한다.

법조인들아 ‘가인과 효봉을 추억하라!’

“법관法官은 털끝만큼도 의심받을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불의와 부조리에 저항하지 않는 판사는 영혼이 구속될 것이다. 사법부의 판결은 자유로운 영혼이 오직 양심에 따라 내리는 판결이어야 국민이 승복한다”

예나 지금이나 법조인은 한결같이 “가인 김병로(1887~1964년)는 한국 법 100년 역사에서 크고 위대하며 압도적인 영향을 주신 분”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가인 선생이 말씀하시기를~~’이라고 말문을 여는 법률가가 있다고 한다. 가인의 업적 대부분이 법률과 관련한 것이다. 그는 시대가 아파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진정한 법法철학자였다. 가인의 인생과 업적을 좇는 것은 법률가로서 너무도 당연하다.

가인은 대한민국 법률의 초석을 닦은 법조계의 큰 어른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사상변호사’로 활약했다. 안창호 선생과 여운형, 박헌영 등 좌우익 가리지 않고 독립운동가를 변론했다. 선생의 아호 ‘가인街人’은 나라를 되찾기 전에는 방황하는 ‘거리의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법法은 그 사회의 어둠과 정의를 밝히는 등불이요, 저울’이라고 외친 몽테스키외의 내면을 깊이 탐사라도 한 듯, 가인의 가르침에는 자기 삶과 사상이 빚어낸 결곡한 마음자리의 지형을 엿보게 하는 것 같아 옷깃을 여미게 된다. 법관으로서 그의 삶은 향기로웠다.

법관 가인의 삶에는 사생활이 아예 없었다. 공사 구분이 지극히 엄격했다. 이를테면 선생의 가족 중에 대법원장 관용차를 타본 사람이 없다. 손자 김종인(정치인)이 군 면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현역으로 복무했다. 수많은 이 나라 법조인 군軍미필자를 부끄럽게 하는 대목이자 가인의 참모습이 묻어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법관은 일반 직장인의 자세와 다른 더 높은 사명감, 신성한 법률가로서의 자각과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이는 전체 법률의 소비자인 온 국민에게 경원시하는 일반법 지식의 전수자가 아닌, 올바른 혜안과 지혜를 수양시키는 더 높은 인격과 도덕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법률가로서 가인의 업적은 무엇보다 우리의 기본법률을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단지 형법, 형사소송법, 민법 등의 초안을 잡은 것이 아니다. 가인이 모든 조항을 굉장히 꼼꼼하게 썼다. 선생이 몸소 민법 1조부터 1,000조까지 모두 그의 손끝으로 빚어낸 ‘명품名品’이다. 부산 피란 생활 중 병에 걸려 왼쪽 다리를 절단한 불편한 몸이었다.

가인이 평소 입버릇처럼 되뇐 것은 “판사는 가난해야 해, 판결문은 추운 방에서 손을 혹 혹 불어가며 써야 진짜 판결문이 나오는 거야…” 그런 가인은 당시 기름을 때는 대법원장 공관에서도 톱밥과 연탄으로 혹독한 겨울을 나며 언행일치를 몸소 실천한 분으로 누구보다 청렴결백한 생활로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받았다.

특히 1950년대 박봉에 시달리다 항의하는 판사에게 가인은 “나도 죽을 먹으면서 살고 있소. 조금만 더 참고 국민과 같이 고생해 봅시다”라고 일축한 적도 있었다. 그는 또 “집무실에 놔둔 잉크가 얼었습니다”라고 하소연하는 직원에게는 “하지만 영하 5도까지 내려가기 전에는 난방이 안 돼요. 나라 찾은 지 얼마 안 되니 우리가 청렴과 검소로 국가산업을 일으켜야만 합니다”라고 훈시한 그 시린 일화逸話는 지금도 회자된다.

1953년 어느 날 이승만 대통령이 대법원장 가인을 만났다. 현역 대위를 권총으로 살해한 민의원 서민호에게 1심 법원이 정당방위라며 무죄를 선고한 뒤였다. 대통령은 대뜸 ‘어떻게 그게 무죄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인은 ‘판사가 내린 판결은 대법원장인 나도 뭐라 못한다. 유죄라면 상소하라’라고 맞받았다.

그리고 같은 해 후배 대법원장에게 이런 가르침을 남겼다. “법관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된다. 만약 의심받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법관으로선 최대의 명예 손상이 될 것이다”

이렇게 법조인의 지조와 덕목을 계율戒律처럼 지켜온 선생은 1957년 “사법 종사자들은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굶어 죽는 것이 오히려 영광”이라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퇴장한다. 하지만 가인은 우리 법조 역사에서 영원한 스승이다.

‘엿장수 판사’ 효봉스님을 아는가!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 금강산 신계사는 법조인 불자에게 각별한 사찰寺刹이다. 조계종 초대 종정인 효봉스님(1888~1966년)은 이 절에서 출가했다. 당시 효봉의 나이는 38세, 상당한 늦깎이였다. 아픈 사연이 있다.

효봉의 고향은 평안남도 양덕군 쌍용면이다. 어려서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다. 5~6세 때에는 사서삼경을 줄줄이 암송했다고 한다. 평안감사가 개최한 과거 시험에서 당당히 장원급제했으니 가히 그의 총명함을 읽을 수 있다.

효봉은 일본 와세다 대학으로 유학하러 갔다. 그곳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졸업 이후 곧바로 법관이 되려면 당시 일본 고등고시에 합격해야 했다. 효봉은 1913년 일본에서 고등고시를 통과해 조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판사가 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을 위해 일하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대한해협을 건너 조선으로 돌아온다. 그는 돌아와 판사로서 10년간 서울과 평양, 함흥 등 요직에서 봉직했다.

법복을 입은 지 10년, 1923년 평양복심법원(현재 고등법원) 판사 시절 어느 날 조선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려야 하는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 일어난다. 법의 원칙대로 선고를 내린 효봉은 인간적 고뇌에 빠진다. ‘과연 사람이 사람의 생명을 끊는 판결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뇌리를 맴도는 자문자답으로 괴로워하던 효봉은 마침내 법복을 벗는다.

“이 세상은 내가 살 곳이 아니다. 내가 갈 길은 따로 있다”

비로소 세속의 ‘이찬형’은 판사 직함(1913~1923년)과 아내와 자식을 뒤로한 채 홀연히 집을 나선다. 그리고 입고 있던 양복을 팔아 그 돈으로 허름한 옷과 엿판을 산다. 엿판을 목에 걸고 엿장수로 팔도강산을 돌아다닌다. 전국을 떠돌며 엿장수로 3년간 자신의 잘못을 참회한 끝에 마침내 효봉은 머리를 깎으려고 금강산 신계사로 향한다.

그때도 목에는 엿판을 걸고 있었다. 신계사에서 효봉은 ‘엿장수 중’으로 불린다. 자신의 정체도 숨긴 채 그냥 엿을 팔다 출가한 중이었을 뿐이다. 나중에 법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일본인 판사가 관광차 금강산에 왔다가 신계사에 들러 효봉을 알아보면서 그의 정체가 비로소 절간에 알려진다. 그때부터 절집에서는 ‘엿장수 중’에서 ‘판사 중’으로 별명이 바뀐다.

한번 내린 사형판결로 고귀한 한 생명을 죽였다는 것에 대해 속죄贖罪하며 효봉은 일생을 처절한 구도자로서 몸부림쳤다. 그는 늦깎이로 출가했다. 하지만 구도심은 남달랐다. 좌선할 때 한번 앉으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엉덩이가 짓물러 터져 방석이 젖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또 하나 더해진 별명이 ‘절구통 수좌’였다.

1930년 효봉은 금강산 법기암 무문관 토굴에서 일일일식一日一食, 장좌불와長坐不臥로 가행정진加行精進했다. 토굴에 들어간 지 1년 6개월 만에 효봉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구도를 이루었다. 당시 효봉의 나이 44세였다. 이후 6년 뒤인 1937년 지천명의 나이에 금강산과 작별을 고한다.

그의 발길이 머문 곳은 전남 순천의 송광사였다. 효봉의 전설 같은 일화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효봉은 추상같은 이승만 대통령에게도 굴하지 않은 일화가 있다. 초燭 심지가 타서 내려앉기 전에는 새 초를 갈아 끼우지 못하게 했다. 수행자는 가난하게 사는 게 곧 부자 살림이라고 말했다.

또 한 번은 수행에 힘쓰느라 ‘울력(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일함)’을 소홀히 한 성철스님이 송광사에서 공부하기 위해 방부房付를 들일 때 일갈했다. “책 보따리만 메고 다니면 안 된다. 울력도 함께 해야지” 효봉은 구도에도 철저했지만, 자신에게는 더욱 엄격했다.

효봉은 1966년 10월 15일 새벽 3시 예불을 올릴 즈음에 제자들에게 말했다. “나 오늘 갈란다” 그날 오전 10시, 효봉이 늘 손바닥에 굴리던 호두알 소리가 멈춘다. 그때가 법납法臘 40세였다. 제자 법정은 스승의 열반을 ‘장엄한 낙조’라고 애도했다. 입적하는 날까지 효봉은 한 번 내린 사형판결을 참회하는 구도자로서 일생을 마감했다.

가인과 효봉은 법관으로서의 ‘소명召命’을 실천한 분이다. 삶의 행위에서 잘 나타나 있다. 제대로 된 법조인이라면 두 분을 추억할 때 열등감과 질투심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는 어떤 꿈을 가지고 법을 공부했으며, 무슨 이상을 실천하려고 이 자리에 섰는가를 항상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법에 대한 자신의 소명은 없고 죽어라고 법전만 달달 외워서 과분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면 그는 법전의 노예로 살게 된다.

법률에는 강한 힘이 있다. 죄를 범한 인간은 반드시 법에 따라 그 죗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을 공부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이 단단하고 야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전의 무게를 견딜 수 없다. 법전에 쉽게 굴복당한 법관은 법을 악용하는 비굴한 삶을 살게 된다. 법관은 이 중차대한 무게를 이겨내기 위해 자기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높은 차원의 시선으로 법전을 읽고 자기만의 법전을 쓰는 일을 시작할 때 비로소 법을 부리는 주인이 될 수 있다.

내가 이 사회에 펼칠 꿈과 소명은 무엇인가? 법관은 항상 이러한 자기 질문이 있어야 한다. 그냥 그 법전만 외운 법률가는 내가 펼칠 꿈이 무엇인가, 내가 가져야 할 사명이 무엇인가를 발견하지 못하고 인생을 막살게 된다. 결국 권력을 빙자하여 돈과 명예를 좇는 천박한 부나비 인생으로 삶을 마감하게 된다. 그동안 부패한 법조인들이 살아온 모습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올바른 법관으로서 ‘소명’을 가진 사람은 대한민국 헌법이 위임한 법률을 모든 사람에게 ‘정의롭고 공정하고 평등하게’ 사용해야 한다.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
명학수 저 / 16,800원 / 창비

“다시 한번 소설이라는 마법을 믿고 의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몰입감
세계의 단면을 포착하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들


“작은 흠이나 실수가 보이지 않”(신춘문예 심사평)도록 세밀하게 서사를 축조한다는 찬사를 받으며 한국문단에 등장한 ‘대형신인’ 명학수가 첫 소설집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을 펴냈다. 사실과 허구를 섬세하게 조합해 놀라운 몰입감을 만들어내는 특유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이번 소설집에는, ‘외형적으로 비슷한 작품만 창작되는 시기에 문장과 이야기 면에서 모두 독보적인 스타일과 완성도를 보여주었다’는 호평을 받은 화제의 등단작 「폴이라 불리는 명준」을 비롯한 여덟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특히 놀라운 것은 각 작품에 들어간 작가의 공력이 페이지를 넘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만큼 여실하다는 점이다. 명학수는 한 문장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듯, 마치 세밀화처럼 정교한 짜임새를 유지하며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첫 소설집이 나오기까지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기간 새로운 시도와 자기갱신을 게을리하지 않은 노력 덕분에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은 읽는 내내 단조로울 틈 없이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책으로 탄생했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독자들은 이야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는 것은 물론,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것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거나 세상을 향한 또다른 시선이 추가되는 놀라운 경험이 가능할 것이다.

“문학의 오래된 (…) 힘을 아는 작가의 출현이 반갑다.”(추천사, 이기호)


독자를 결말까지 단숨에 데려가는 흡인력
간단하지 않은 생각거리 끝에 깨닫는 이야기의 매력

「폴이라 불리는 명준」은 이민 가정에서 자란 한국계 미국인 ‘이명준’과 세계적인 미술가 앤디 워홀의 삶이 교차하는 이야기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앤디 워홀은 ‘최후의 만찬’ 미니어처를 사는데, 이 일은 나비효과처럼 이명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배우가 된 이명준은 이름있는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으나 중년이 되며 서서히 잊혀간다. 그러던 중 브로드웨이 극단의 앤디 워홀 역 모집 소식을 들은 이명준은 오디션에 지원하고, 외형적 차이를 극복하며 배역을 따낸다. 자신의 캐릭터에 사로잡히고 만 이명준의 삶은 달라지게 되는데…… 운명같이 이어지는 우연의 연쇄가 긴장감을 증폭시키며 읽는 이를 결말까지 단숨에 데려간다.

「미친개의 처분에 관한 보고서」는 ‘햇빛로 32단지’라는 가상의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거주민들은 미친개를 처분하라는 ‘국가관리국’의 통지문을 전달받는다. 그 통지문의 내용은 무척 기이한데, 미친개를 식별할 수 있는 건 십대 청소년들뿐이며 그들도 다른 집의 개만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자신의 개가 미쳤는지를 확인하고, 미친개로 판명되면 자신의 손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주민들의 일상은 서서히 파괴된다. 흡인력 높은 가상의 이야기가 현실의 상황을 순간순간 환기시키는 수준 높은 정치적 우화라 할 만하다.

「dmswl」는 연극처럼 이어지는 기이한 연출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현우’와 ‘윤희’의 고등학생 딸 ‘은지’의 자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자친구 ‘민수’와의 관계에서 생긴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은 그 죽음 이후 밝혀진다. 딸을 잃은 둘은 ‘dmswl’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출산에 이르는 여고생의 임신 일기를 사진과 함께 올린다. 학교에는 그 사진이 은지의 모습이라는 소문이 돌고 민수가 찾아와 계정을 삭제할 것을 부탁하지만 둘은 아랑곳 않는다. 이 기이한 계정의 전말이 서서히 밝혀지며 독자들은 기억과 재현에 관한 문제를 떠올리게 된다.

「은하」에 등장하는 ‘나’와 ‘미영’은 소설에 푹 빠진 대학생 커플이다. 취향은 극명하게 달랐지만, 그 다름에서조차 강한 끌림을 느끼며 둘은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그 둘의 사이를 갈라놓은 것은 『은하』라는 한권의 장편소설이다. 고등학생 부모의 실제 이야기를 각색한 이 소설을 놓고 둘은 언쟁을 벌이는데, 『은하』가 SNS의 사연과 문장을 도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일은 더 복잡해진다. ‘나’가 군대를 간 사이에 둘은 서서히 이별하고 시간이 흐른다. 그러다 ‘나’는 미영이 『은하』라는 소설집을 쓴 것을 발견하고 미영이 나타나는 장소를 찾아 뒤따라다니기에 이른다. 소설과 현실, 현실과 소설 사이의 인과관계를 교묘하게 비틀어가며 아슬하게 이어지는 감정선이 일품이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는 언어와 소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고등학교 동창들과의 모임 끝에 만취한 ‘수진’은 ‘기훈’의 집에서 일어난다. 마지막 술자리인 기훈의 집에 수진을 남겨놓고 친구들은 하나둘 각기 다른 이유로 귀가한다. 그 이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기훈과 수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두고 미묘하고 불쾌한 대화가 교차된다. 수진은 전화나 SNS로 자기가 잠들었던 순간에 대해 확인해가지만, 이는 수진의 불안과 서로의 의심을 키워나갈 뿐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진실은 어쩌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아닐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호수」에도 소문이 주된 소재로 등장한다. 다만 여기서 소문은 일상의 무료함을 뒤흔드는 역할을 한다. 중견작가인 ‘나’는 정부가 주최하는 문학 세미나에 참석하지만 행사에 금방 흥미를 잃고 자리를 뜬다.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지고, 우산 없이 서 있는 여성을 발견한 ‘나’는 우산을 함께 쓰기를 권한다. 대화 끝에 ‘나’는 이 지역에 있다는 호수를 보러 가자고 제안하지만, 둘의 여정은 이내 사라져버린 것들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로 뒤바뀐다. 호수는 의문스러운 살인사건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며, 세계관의 차이를 확인시켜주는 장치가 되기도 하며 반복해 등장한다. 결말에 이르러 ‘나’는 또다른 호수 이야기를 창작하기에 이르는데, 여기까지 이르는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쓰러질 듯 말 듯 도도하게」의 ‘나’는 어느 영화의 조감독인데, 우연히 본 고양이 이야기를 감독에게 꺼냈다가 곤경에 처한다. 주택가에서 한쪽 다리를 다쳐서 절룩거리는 고양이를 도와 동물병원까지 데려다준 이야기를 듣고 감독은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위해 그 고양이를 데려오라고 한 것이다. ‘나’는 딱 한번 만났을 뿐인 고양이를 찾아 이곳저곳을 다니지만 헛수고에 그친다. 그런 반면 시나리오에서 고양이의 비중은 점점 커져만 간다. 결국 후보로 선택된 고양이는 다리를 절지 않았고, 배역을 위해서는 다리를 다쳐야만 한다. 이 잔인한 상황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독자들은 이야기의 끝에서 ‘연출되고 꾸며지는 삶’의 의미를 되묻게 된다.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은 어느 커플의 즉흥적인 결정으로 시작한다. 빠듯한 경제 사정으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대학생 커플 ‘나’와 ‘영주’는 휴일 데이트를 위해 서울랜드로 향하다가 갑자기 경마공원으로 목적지를 바꾼다. 난생처음 와보는 경마공원, 그런데 기적이라 할 만큼 ‘영주’가 베팅하는 말은 매번 우승을 차지하고 둘은 큰돈을 거머쥔다. 이 기묘한 행운은 매주 이어지다가 ‘나’가 형의 결혼식 때문에 경마장을 가지 못하게 되며 돌연 끝나게 된다. 동시에 둘의 관계도 끝을 맺는다. 몇년 뒤 우연히 만난 ‘나’에게 영주는 한가지 비밀을 털어놓는데…… 사람에게 관계란 어떤 의미인지를 곱씹게 하는 작품이다.

이렇듯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은 각기 다른 일상에서 출발하며 모두의 경험을 조금씩 간지럽히지만, 어느 순간 일상을 아득히 초월하기도 한다. 독자들은 우연과 운명, 소통과 관계, 과거와 미래 등 간단하지 않은 생각거리를 제공받지만 이 과정은 이야기와 함께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오기에 조금도 고통스럽지 않다. 서사가 파생시키는 갖가지 상념이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독서경험 끝에 읽는 이는 자신의 자리와 자기를 주변에서 구성하는 ‘사회’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독자로 하여금 “잠시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볼 수 있게”(해설, 김요섭)해주는 동시에 읽는 시간을 재미로 채워주는 이야기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소설의 본령이 아닐까.

작가의 말

해경(海卿)이 눈을 떴다. 그를 깨운 건 어쩌면 어떤 향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몸을 일으켜 방 안을 두리번거리다 책상 위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것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며 생김새를 관찰하고 향을 음미하던 해경은 그것이 한자로 레몬 영(?)과 레몬 몽(?)을 사용하는 영몽의 껍질임을 깨닫는다. 입맛을 다시며 영몽의 물기 없는 노란 껍질만 바라보던 해경은 금홍(錦紅)이 그것의 과육을 모두 먹어치우고 껍질만 남긴 것이라 단정한다. 해경은 영몽을 찾아 거리로 나선다. 하지만 1930년대의 경성에서 영몽은 귀한 과일이었다. 일본인들이 운영하는 백화점과 과일가게와 시장, 심지어 식당과 주점과 찻집까지, 과일이 있을 만한 곳은 모두 찾아가 물었지만 영몽은 어디에도 없었다. 해경은 온종일 거리를 헤매다 실의에 잠겨 친구의 화실에 들른다. 그곳에서 해경은 마침내 친구의 정물화 속에 그려진 영몽과 조우한다. 허탈한 마음으로 그림을 바라보던 해경은 탄식한다. 저건 영몽(??)이 아니라 영몽(靈夢)이로구나.

해경은 우리에게 이상(李箱)이라고 알려진 작가의 본명이며 실존 인물이다. 하지만 위의 이야기는 실화가 아니다. 이상이 정말 영몽을 찾아 경성의 거리를 헤맸는지, 심지어 당시 경성에 영몽이라는 과일이 있기는 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니까, 저건 거짓말이다. 내가 오직 상상에 의존해서 지어낸 어설픈 픽션이며, 대략 십년 전, 종일 소설만 생각하며 습작에 몰두하던 시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머릿속에 던져진 작은 씨앗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이야기는 여전히 씨앗이다. 지금까지 대략 십년이 흘렀으니 저 씨앗이 나무가 되어 열매를 맺으려면 앞으로 십년, 아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지난 십년 동안 다행히 나는 저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저것도 나를 떠나지 않았다. 나는 저것이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지 수시로 확인한다. 저것이 있어서 든든하고 마음이 놓인다. 저것을 만지작거리며 꿈을 꾸는 시간이 나는 좋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 나의 여생이 되기를 바란다. 저것이 레몬 나무가 되지 않아도 좋다. 이대로 영원히 씨앗으로 남아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 어느새 나는 깨닫는다. 어쩌면 저 씨앗이 나의 영몽(靈夢)일지 모른다고.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1
오은영, 오은라이프사이언스 연구진 저 / 19,800원 / 오은라이프사이언스

아이와 ‘어떻게’ 놀아 줘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님들에게
오은영 박사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즐거운 놀이 100가지!
“아이들은요, 정말로 잘 놀아야 잘 자랍니다.
놀이에는 유아기 성장 발달에 중요한 모든 것이 담겨 있으니까요.”_오은영

“아이들은 틈만 나면 놀아 달라고 해요.”, “아이들은 하루 종일 놀고도 왜 또 놀고 싶어 할까요?” 아이들은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한참 놀고도 또 놀고 싶어 한다. 물론 어른도 공부나 일보다는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놀이의 의미는 본능 그 이상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유아기 성장 발달에 중요한 모든 것을 배운다.
“놀아 줄 시간이 없어요.”, “어떻게 놀아 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놀 때 무슨 말을 해 줘야 할까요?” 대부분의 부모님이 이런 고민을 하소연한다. 육아만으로도 힘든데 놀이 역시 만만치 않다. 게다가 놀이가 아이의 성장 발달에 중요하다고 하니 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모님들의 걱정과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줄 비책이 나왔다. 바로 오은영 박사의 신간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1』이다.
이 책에는 만 3~4세(36~59개월) 유아기 수준에 맞춘 즐거운 놀이 100가지가 수록되어 있다. 만 3~4세를 네 시기로 나누고, 시기마다 다시 신체·인지·관계·언어·정서 5가지 발달 놀이 영역으로 나눠 영역별로 도움이 되는 놀이를 소개했다. 100가지 놀이는 오은영 박사와 함께 오은라이프사이언스 연구진이 연구·개발하고 검증했다.
아이의 균형 잡힌 발달을 위해 발달 연령에 맞는 놀이를 영역별로 돌아가면서 함께해 보자. 어떻게 놀아 줘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님들을 위해 준비물과 놀이 방법, TIP과 보호자 가이드 등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소개해 놓았다. 아이와 함께 놀다 보면 아이도 즐겁고,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면서 부모도 행복해진다. 이 책은 부모와 아이의 즐겁고 행복한 여정에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아이와 무엇을 하고 놀아 줘야 할까요?
아이와 놀 때 어떤 말을 해 줘야 할까요?

육아도 힘든 일이지만, 아이와 함께 놀아 주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아이는 어디에서 힘이 계속 나오는지 하루 종일 놀고도 또 놀고 싶어 한다. 물론 성인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보다는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이미 성인이 된 부모는 아이가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어떻게 놀아 줘야 하는지, 놀 때는 무슨 말을 해 줘야 하는지 잘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
심지어 놀이가 유아기 성장 발달에 중요하다고 하니 마음의 부담이 더 커진다. 혹시 너무 편식하듯 아이와 놀아 준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된다. 하지만 너무 비장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예컨대, 우리는 살아가면서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한 가지만 먹지 않고 골고루 먹어 건강을 유지하려고 한다. 놀이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신체·인지·관계·언어·정서 발달 영역에 맞춰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함께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오은영 박사의 신간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1』은 놀이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의 걱정을 말끔히 해결해 줄 것이다.

아이의 균형 잡힌 발달을 돕는
‘놀이의 비책’이 드디어 나왔다!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1』은 아이와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지, 어떻게 놀아 줘야 할지 고민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님을 위한 놀이의 비책이다. 이 책에는 만 3~4세(36~59개월) 유아기 수준에 맞는 즐거운 놀이 100가지가 수록되어 있다. 참고로 만 5~6세(60~83개월) 편인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2』는 2024년 상반기에 출간될 예정이다.
이 책에서는 만 3~4세를 다시 개월 수에 따라 만 3세(36~41개월), 만 3세(42~47개월), 만 4세(48~53개월), 만 4세(54~59개월) 네 시기로 나누었다. 또 시기마다 신체·인지·관계·언어·정서 5가지 발달 영역 놀이를 나눠 영역별로 도움이 되는 놀이를 소개했다. 모든 영역의 놀이를 골고루 즐기되,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영역의 놀이는 더 자주 즐겨도 좋다.
이 책에 담긴 100가지 놀이는 오은영 박사와 함께 놀이치료사, 작업치료사, 임상심리사, 언어재활사, 인지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오은라이프사이언스 연구진이 연구·개발하고 검증해 무엇보다 효과적이고 믿을 만하다.

아이도 행복하고 부모도 행복해지는
즐거운 성장 여정의 든든한 길잡이

이제 책에 소개된 놀이를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놀아 보자. 발달 연령에 맞는 놀이를 영역별로 돌아가면서 해 보면 아이의 균형 잡힌 발달에도 좋다. 그래도 여전히 어떻게 놀아 줘야 할지 어려울 수 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직 아이들과 놀이를 하는 것이 서툰 부모님들을 위해 준비물과 놀이 방법, TIP과 보호자 가이드 등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수록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놀이 방법에 있는 문장을 그대로 읽어 줘도 괜찮다.
아이와 함께 놀다 보면 아이도 즐겁고,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면서 부모도 행복해진다. 더불어 아이와 놀이를 함께 즐기는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아이도 부모와의 애착이 더 좋아진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매일매일 성장하지만, 부모 역시 양육자로서 매일매일 변화하고 성장한다. 이 책은 부모와 아이의 즐겁고 행복한 성장 여정에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트리스탄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 저 / 차윤석 역 / 18,000원 / 문학과지성사

“사랑은 타고난 지배자였기에
그는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미와 에로스에 도취된 궁정서사시중세 독일 문학의 아방가르드 『트리스탄』 최초 완역

13세기의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평을 받는 독일 장편소설,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의 『트리스탄Tristan』이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86번으로 출간되었다. 『트리스탄』은 『파르치팔』과 더불어 독일의 2대 서사시로 꼽히며 중세 궁정 기사문학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기사문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웅적인 기사와 귀부인의 아름답고 고귀한 사랑이 아닌, 그리스도교 문화에서 비윤리적인 주제, 사기 결혼과 혼외정사를 다룬다. 고트프리트는 금기시되던 연인들의 사랑을 사회적 관심사로 만들고, 작품 곳곳에 작가의 사랑론 · 문학론 · 정신분석학적 주석 등을 가미해 ‘육체의 본성’과 ‘도덕으로서의 명예’에 대한 성찰로 승화시키며 중세 문학의 아방가르드 역할을 했다.
고트프리트의 트리스탄 에피소드는 중세 문인들을 매료했을 뿐만 아니라, 바그너의 오페라, 현대의 영화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되고 있다. 이 작품은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중세 문화를 살펴보고 현대 유럽 문화의 원형을 제대로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루친데
프리드리히 슐레겔 저 / 박상화 역 / 15,000원 / 문학과지성사

독일 낭만주의의 대표적 이론가이자 역사가,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슐레겔Friedrich Schlegel (1772~1829)이 남긴 유일한 소설 『루친데Lucinde』가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87번으로 출간되었다.
율리우스와 루친데의 사랑을 편지, 대화, 격언, 에세이 등 여러 형식으로 그려낸 『루친데』는 슐레겔이 자신의 낭만주의 이념을 체현한 장편소설이다. 낭만주의 문학은 모든 문학적 갈래를 통합하고, 다양한 구성 요소를 섞어 세계를 시화詩化하는 것인데, 기존의 문학 형식은 이러한 낭만 정신을 수용할 수 없기에 슐레겔은 장르의 한계를 초월한 새로운 문학 형식을 구현해냈다. 또한 당시의 관습에서 벗어나 본능에 충실한 사랑, 관능적인 쾌락을 진정한 사랑의 요소라고 주장하며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새로운 도덕관을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파격적이기에 당대에는 많은 비난을 받았으나, 20세기 이후, 아방가르드 · 메타픽션 · 포스트모더니즘 등 현대 문학의 특징을 선취하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지며 점차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슐레겔의 장편소설 『루친데』와 슐레겔이 사후에 남긴 방대한 양의 미발표 원고 중 이미 발표된 『루친데』에 덧붙이려고 쓴 듯 보이는 단편 다섯 편을 엮었다.

“미학적 혁명을 위한 시기가 성숙되었다”
소설 이론을 구현한 소설 『루친데』

낭만주의 문학은 점진적인 보편문학이다. 이러한 규정은 모든 문학적 갈래들을 일치시키고, [……]섞고 용해시켜 문학을 생기 있고 친근하게 만들어, 인생과 사회를 시화詩化하고 재치를 시화하며, 예술 형식들을 다양한 구성 요소로 가득 채워 충만케 하고, 유머의 힘으로 생기를 불어넣으려는 의도와 당위를 지니고 있다. (「아테네움 단장Athenäm Fragmente」 116번에서 )

슐레겔은 프랑스 혁명으로 시작된 변혁의 시기에 문학 역시 ‘미학적 혁명’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초기 낭만주의 문학운동을 이끌었다. 그러나 기존의 문학 형식으로는 이러한 낭만 정신을 수용할 수 없기에 새로운 문학 형식으로 장편소설roman을 택했다. ‘소설’은 이제 장르 개념으로서의 소설이 아니라 다양한 구성 요소를 섞고 용해시키는 것으로, ‘장르 국한’이 없는 것이다
낭만주의 문학은 철학, 수사학, 시, 산문, 비평 등 모든 장르를 융합할 뿐만 아니라 삶과 사회를 시화詩化하는, 그렇기에 결코 완료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생성 과정 중인 “점진적인 보편문학Progressive Universalpoesie”이다. 문학 이론가로서 활발히 활동하던 슐레겔이 남긴 유일한 소설 『루친데』는 이러한 초기 낭만주의 이념을 체화한 낭만주의 문학의 표본, 실례가 되었다.


“혼돈의 미야말로 최고의 아름다움이며 최고의 질서다 ”
형식적 파격-아라베스크와 알레고리

나의 삶을 담은 이 작은 소설이 그대에게는 너무 분방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것을 어린아이라고 생각하여 어머니와 같은 자애로운 마음으로 소설의 순진한 방종을 참아주시고 소설의 애무에 당신을 맡겨보십시오. (30쪽)

슐레겔에 따르면 모든 장르가 섞인, 기존의 형식에서 탈피한 “아라베스크는 고백과 더불어 우리 시대의 유일한 낭만적인 자연 산물”이며,『루친데』는 아라베스크를 통해 ‘혼돈의 미’를 보여준다. 일곱번째 장 「남성 수업 시대」는 미숙하고 파편적인 삶에 고민하는 한 젊은이가 사랑을 통해서 성숙하고 예술적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의 형식을 띠나, 전체 13개의 장은 시간적으로나 인과적으로 연결 고리가 미약하고 다양한 형식들이 혼재되어 전통적인 소설과 달리 비서사적 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구조는 혼돈을 야기하는데, 이것은 의도된 것으로 슐레겔은 ‘혼돈의 미’야말로 최고의 아름다움이며 최고의 질서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아라베스크가 ‘혼돈의 미’를 갖도록 만드는 미학적 장치가 바로 알레고리이다. 슐레겔은 자신의 문학 이론을 펼치기 위해 여러 개념을 의인화하며,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루친데’는 그 자체로 낭만적 문학의 알레고리이다. 이 작품에서 슐레겔은 수많은 알레고리와 철학적인 성찰로 자신의 미학을 맘껏 실험한다.


“오, 그렇게 부러울 정도로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다니! ”
낭만적 사랑의 탄생-혁신적인 사랑에 대한 성찰

사랑은 그 자체로 영원히 새롭고 영원히 젊으면 좋겠지만, 사랑의 언어는 예전의 고전적인 풍속대로 자유롭고 대담하기를 바랍니다. 로마의 비가나 가장 위대한 국가의 가장 고귀한 자들보다 덜 정숙하고, 위대한 플라톤과 성스러운 사포보다 덜 이성적이기를 바랍니다. (51쪽)

『루친데』는 발표 당시 실험적인 형식보다는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내용으로 더 많은 반발을 샀다. 율리우스와 루친데의 사랑이 회고적으로 묘사되는 이 작품에서 율리우스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낭만적인 사랑, 루친데와의 교제를 통해 얻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통찰을 공유하는데, 그것은 기존의 관념을 뒤엎는 것이었다. 합리적 사고의 전통과 계몽주의적 진보를 중시하던 사회에서 슐레겔은 노력과 진보, 근면과 유용성을 배척하며 식물적인 삶, 무위, 게으름을 찬양(「게으름에 대한 전원시」)하는가 하면, 정신과 육체를 분리하는 오랜 이원론적 전통을 깨고 본능에 충실한 사랑, 관능적인 쾌락을 진정한 사랑의 요소라고 주장한다.
사랑은 도덕과 관습의 규제를 벗어나 자연스러워야 하며, 연인들 사이에서 우선적으로 추방되어야 할 것은 “얌전한 척하는 것”이다. 슐레겔은 전통적인 도덕심 때문에 진정한 “사랑의 불꽃”인 관능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그릇된 수치심”을 비웃는다. 이성이 아니라 감성의 지배를 받으며, 수치심을 벗어던진 사랑은 자연 상태의 사랑이며 가장 자유로운 사랑이다.
『루친데』는 발표 당시 슐레겔과 이혼녀 도로테아의 관계와 연관되어 읽히며, 외설적인 작품이라고 비난받았으나, 유럽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담론에서 낭만적 사랑의 시초, 전형적 사례로 언급되는 작품이다. 낭만주의에 따르면 ‘예술’과 ‘올바른 방법의 헌신적 사랑’은 인간의 시적 측면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데, 소설 『루친데』도 이에 기여하고자 했다.


현대를 선취한, “문학 혁명”의 선구자

『루친데』는 18세기 말에 낭만주의의 이상적인 모델을 구현하려 쓴 작품이지만, 아방가르드 · 메타픽션 · 포스트모더니즘 등 여러 가지 현대 문학의 특징을 선취하고 있다. 작품이 작품 자체와 서술방식, 형식에 대해 관찰하고 성찰하는 모습은 20세기에 나타난 메타픽션의 전형적인 모습이며, 장르의 경계를 없애고 다양한 형식들을 혼합하는 모습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서술 형식이다.
또한 슐레겔의 성과 사랑, 결혼, 성별에 대한 시각은 당시에는 부도덕하게 여겨질 만큼 파격적이었다. 루친데는 독립적이고 섹슈얼리티에 자유로운 태도를 지닌 해방적인 존재다. 뿐만 아니라 슐레겔은 이 작품에서 성 역할의 역전까지 주장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젠더 관점에서 보면, 근본적으로 ‘여성-자연-수동성’ ‘남성-정신-적극성’의 전통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한계가 분명하지만, 남녀가 완전한 합일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동등함을 요구하고, 계몽주의적 사회에서 굳어진 남성성과 여성성을 전도시키는 등 시대의 틀을 벗어나 “문학(혹은 문학을 통한) 혁명”을 시도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우리가 우주에 가야 하는 이유
폴 윤(윤명현) 저 / 17,500원 /  EBS BOOKS

나사 태양계 홍보대사 폴 윤 교수가 들려주는 오늘의 우주 이야기
This is Space! This is Next!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지구인을 위한 우주 교양

나사 태양계 홍보대사 폴 윤 교수가 들려주는 오늘의 우주 이야기.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 우주 경제의 내일까지, 아직도 지구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우주 교양서로, 우주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경제, 학술, 교육, 정책 등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들이 추천하고 나섰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우주의 현재이며, 이것이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이다. 저 우주엔 별보다 많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저 우주엔 별보다 많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별빛 너머 핫플레이스, 우주 경제 이야기

책은 스페이스X를 비롯한 스페이스 비즈니스 분야의 퍼스트 무버들과 여러 글로벌 기업들의 현재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신약을 개발하고,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제조와 건설업, 재사용 로켓산업과 다양해지는 위성서비스까지 우주를 무대로 한 경제의 오늘을 안내한다. 폴 윤 교수는 이제 곧 일반인도 우주 관광을 떠날 것이고, 화성판 월드컵이 열릴 것이며, 우주 디즈니랜드가 어린이들을 초대할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우주경제가 지구경제를 앞설 날도 도래할 것이라 예측한다.

지구에선 맞고 우주에선 틀리다!
지구인을 위한 우주 교양

우주는 스페이스이기도 하지만, 코스모스이기도 하다. 즉 우주는 새로운 세계이자, 우주 시대의 우리에겐 새로운 세계관이 필요하다. 24시간의 하루, 12개월의 1년 같은 절대적인 시간 개념은 지구적 생각일 뿐이다. 뉴턴의 법칙도 지구에선 맞지만 우주에선 틀리다. 지구의 상수는 우주의 변수다. 우주는 곧 우리의 새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다. 책은 아직도 지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오늘의 우주를 들려주며, 우주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일깨운다.

This is Space! This is Next!
우주를 수놓은 꿈, 열정, 모험, 그리고 경이로움

인류가 우주로 나가야 할 당위성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과거의 상상이 현실이 된 ‘오늘의 우주’를 세세하게 담고 있으며, 인류 생활권에 포함될 ‘내일의 우주’를 구체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형 우주 이야기를 정리한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지금 현재, 그리고 10년, 20년 후 미래의 우주 탐사와 스페이스 비즈니스를 조망한 우주 교양서다. NASA 태양계 홍보대사로 매년 한국에서 청중과 호흡하며 나눈 얘기를 한 권에 담아냈다. 우주를 수놓은 꿈, 열정, 모험, 그리고 경이로움이 빼곡하다.

우주와 우리에 관한 유쾌한 상상과 통찰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화제작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안형준 박사는 “폴 윤 교수는 ‘오늘의 우주’를 담아 ‘내일의 우리’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왜 우주에 가야 하는지 모처럼 개운한 답을 제시한다”라고 리뷰했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 이상각 명예교수도 “우주에 대해 조금이라도 호기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책의 감수를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 임현상 차장은 “급변하는 우주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