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NEWS


북 뉴스

09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3-09-06
조회수
348
 

사물의 가부장제

레베카 엔들러 글 / 이기숙 역 / 20,000원 / 그러나

가부장제는 우리 환경의 창설자이자 설계자다.

레베카 엔들러는 제도적, 의식적으로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언어, 우리가 사용하는 사물들도 모두 가부장적 구조 속에 있다고 진단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그 구조 속에서 살아서, 너무 익숙해서 잘 눈치채지 못했던 언어와 여러 사물들의 가부장성을 보여준다. 이 책의 주된 사례는 독일과 서구이지만, 우리 사회도 이 책에 나오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관점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크다.
이 책은 페미니즘 이론서가 아니다.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삶과 실천과 일상을 다룬 연구서이다. 가부장적인 현재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실천적인 책인 것이다.

그러한 실천적 관점에서 남성 중심적으로 만들어진 사회가 얼마나 여성들을 위험하게 하는지 저자는 여러 사물들에 대한 통계와 조사를 통해서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그런 남성중심적 세계의 예를 무수히 들고 있다. 언어에서 용감하고 표준으로 삼는 것은 남자이며, 의학의 진단 절차와 의료기기, 약물 투여의 기준이 서구의 남자이며, 자동차 에어백, 안전벨트, 충돌시험의 마네킹도 역시 평균의 서구 남자를 모델로 하고 있다. 자전거의 안장이나 여성 프로축구 선수들의 축구화가 여성의 발에 맞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더 이상 놀라운 것은 아니다. 남자들은 잘 모르지만, 여성의 신체는 남자와 많이 다르다.
이 저자의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이 세상은 온통 가부장적 언어, 가부장적 사물들로 둘러싸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가부장적인 환경을 우리가 인식할 때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할 것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이러한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엔들러는 같은 방식으로 인종차별 문제, 장애인 차별 문제, 성 소수자 문제까지 시선을 돌려 살펴보고 있다.




   

Nuovo 표준 이탈리아어 문법: 품사론 1, 2

김미애 글 / 1편: 32,000원, 2편: 26,000원 / 한울아카데미

단테, 오페라, 바티칸 시국의 언어이자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학습된 언어!

2019년 2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경제 신문 IL Sole 24 ORE에서는  이탈리아어가 프랑스어를 제치고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학습되는 언어라는 기사를 내[에스놀로그(Ethnologue)의 2018년 조사 결과, 학생 수 기준], 이탈리어인들에게 과거 로마제국의 영광을 되찾은 듯한 놀라움을 선사했다.
단테, 오페라의 언어, 바티칸 시국의 공식 언어이기도 한 이탈리아어는 성악가, 화가, 건축가, 시인, 작가, 철학자, 종교인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언어이기도 하다.







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

정헌재 글/그림 / 20,000원 / 아워미디어


2002년《포엠툰》, 2003년《완두콩》을 기억하는가?
20년 전 베스트셀러를 기억한다면,
당신은 오래된 사람인가? 살아남은 독자인가?
이 책들을 모른다면,
혹시 얼굴 크고 머리카락 적은 ‘흰둥이’를 본 적 있는가?

단행본 · 다이어리 · 어린이 책 만들어서
100만 부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작가,
웹툰 연재하고 캐릭터 사업도 하는 멀티플레이어,
정헌재(페리테일)가 세상에 외치는 응축된 한마디

"아!! 계속하면 살아남는구나."

이 책은 20여 년 전, “그거(그림) 해서(그려서) 먹고살 수 있겠니?”라고 묻는 주변인들의 걱정에 응답하는 저자(페리테일)의 ‘well-being 생존기’ 같은 것이다. 그림 그리고 글 쓰고 노래 부르는 소위 ‘베짱이 라이프 패턴’으로 살아왔다는 페리테일의 말이 무색하게 결과물은 탄탄하다. 저자는 2002년 첫 책 《포엠툰》과 2003년 《완두콩》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림 그리고 글 쓰면서 살고 싶다는 열망’을 이루고 ‘귀여운’ 창작의 행보를 20여 년간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총 36권(단행본 14권, 어린이 책 5권, ‘시간기록장’이라는 이름으로 다이어리 17권)의 책 출간/캐릭터 사업/앱 개발/웹툰 연재/사진 찍기 등등 웹툰 작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20여 년간 그림 그리고, 글 쓰고, 노래 부르며 살아남은 작가 페리테일의 시간은 어떤 형태일까? 2022년 연말 망막 눈 수술 후 2주를 제외하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하루에 그림 한 장 이상은 그렸다’는 페리테일! 작가의 성실한 창작 루틴은 ‘롱런’의 보편적인 요소일지 모른다. 치트키는 바로 ‘잔잔한 새로움’ 연출에 있다. 극심한 아토피로 2년 동안 외출조차 어려운 최악의 상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전 투고한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만 당했던 낙담의 시간…들. 페리테일은 이러한 절망과 좌절 속에서 만난 ‘무지개’, ‘커피’, ‘음악’, ‘영화’, ‘걷기’, ‘수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과의 소중한 순간을 ‘귀여운 마음’으로 꾸준히 수집했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행복.zip’은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만화책을 보다가 고양이를 쓰다듬고 글 쓰고 그림을 그리는 루틴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디테일만 다를 뿐 인생의 시련은 누구나 겪을 터인데, 저자 페리테일이 뭉근하게 알려주는 ‘귀여운’ 루틴 수집법을 익히면, ‘나도, 당신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시 탐정 사무소

이락 글 / 16,500원 / 안녕로빈


1. 실마리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시에 있다!
『시 탐정 사무소』로 의뢰인들이 찾아온다. 이들은 아무런 말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시 한 편을 남기고 사라지거나, 어떤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마음을 잡지 못한 채 방황하는 사람들의 가족 혹은 주변인이다. 시 탐정이자 시 해독 전문가 설록과 그의 조수 완승 군은 시를 읽으며 시 속 화자의 심리를 알아낸다. 그와 동시에 그 시를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과 처해 있는 상황을 읽어 낸다. 의뢰인들은 시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던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과 진심을 알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2. 이성적인 시 읽기로 심리를 추리하다
시(詩)라고 하면 다분히 감성적인 장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만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장르도 없다. 시인은 행과 연이라는 간결한 형식 속에 우주보다 넓은 생각과 고뇌를 담아낸다. 철저한 계산 없이는 세상 모든 삶과 애환이 녹아든 시를 만들 수 없다. 그렇게 탄생한 시를 만나고, 그 속에 응축된 시어와 표현을 찬찬히 곱씹다 보면 어느새 시인에 닿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 투영된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한 편의 좋아하는 시가 생기는 순간이요, 우리가 시의 매력에 빠지는 찰나이다.

시 탐정 설록은 시의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좋아하는 시를 보면 그 사람의 심리를 알 수 있다!”라는 전제 아래 사건과 연결된 사람의 심리를 알아내는 매개로 시를 이용한다. 시 속에 담긴 화자의 마음을 냉철하게 파악하는 동시에 그 시를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과 사정을 추리한다. 논리적으로 쓰인 시를 이성적인 눈으로 읽어 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고, 의뢰인들의 마음을 울린다. 아울러 독자의 감성을 자극해 감동으로 이끌어 낸다. 우리가 시와 소설, 문학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만들어 주는 셈이다.

3. 현직 국어 선생님이 쓴 시와 소설의 컬레버레이션
이락 작가는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이다. 학생들에게 시를 소개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색다른 소설을 탄생시켰다. 소설 속에는 시 탐정의 이성적 시 읽기에서부터 시작해 의뢰인과 독자가 그 시를 감성적으로 온전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단순히 시를 해석하는 소설이었다면 흥미가 반감되었을 것이지만, 시를 작가의 시각으로 해석하면서 심리 추리의 형식으로 새롭게 엮어낸 것이 색다르고 흥미로운 점이다. 시로 심리를 추리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몰입도를 선사하는 한편, 찬찬히 시를 감상하는 시간까지 마련해 준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시를 읽고, 생각하고, 시구나 시적 표현에 감탄하고, 다시 생각하다가 마침내 시를 받아들이는 과정, 즉 시를 감상하는 일련의 과정을 형상화한 것이다. _작가의 말 중에서

4. 이런 독자에게 추천한다.
평소 시를 어렵게 생각했던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나 시를 재미있게 공부하고 싶은 청소년, 한때 시를 사랑했거나 지금도 시를 아끼는 일반인 독자에게 추천한다. 시를 어떤 방식으로 감상하며, 시와 소설의 문학적 만남이 어떤 매력을 주는지 『시 탐정 사무소』에서 알게 될 것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장미의 열쇠: 타로의 신화학

김융희 글 / 22,000원 / 루비박스

신비와 미신 사이에 갇힌 ‘타로’에 관한 인문학 책
〈예술, 세계와의 주술적 소통〉 〈동화가 들려주는 내 마음의 비밀언어〉 〈삶의 길목에서 만난, 신화〉 저자 김융희, 타로의 신화학, 철학, 심리학적 입문서 펴내.
‘운명과 마음을 다스리는 길’ 안내서.

이 책은 타로점을 위해 그림풀이해 주는 책이 아니다. 타로 안에 담겨있는 서양의 신화, 심리학, 철학, 예술을 인문학적으로 얘기한다. 요즘은 대학가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쉽게 타로 상담소를 찾을 수 있다. 운명론을 믿지 않는다면서 한두 번이라도 타로 앞에 앉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22장의 타로가 지닌 각각의 상징과 의미가 새삼 새로울 것이다.

예술과 주술의 연관성을 연구하다 처음 타로를 접한 저자는 그 깊이와 신비, 상징에 매료된다. 이 책은 그렇게 타로를 접해 연구해온 저자가 타로를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 정리한 것이다. 무엇보다 서양의 신화, 심리학, 철학, 예술을 넘나들며 타로에 관해 말하는 인문서이다. 서양의 신화와 사상을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는데 능숙한 저자답게, 미신으로 치부되거나 점술용 도구로만 인식되던 타로를 지금 여기 우리 삶의 길을 펼쳐갈 지도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타로의 배경과 각 이미지에 숨겨진 의미, 작가의 제작 의도, 심리학적 측면 등을 저자가 오랜 세월 타로를 연구한 바를 다루고 있다. 인문서라면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이라 짐작되지만, 책은 쉽고 친절하다. 읽다 보면 독자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듯한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저자는 타로를 그림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신화 책으로 보았다. 즉, 타로 이미지들이 신화학자 캠벨(Joseph Campbell)이 말한 ‘자아를 찾아가는 길’을 그려낸 이미지라는 것이다. 또한 타로를 존재의 비밀과 신비를 전하는 그림으로 보았다. 타로의 스토리도 신화의 주인공처럼 여정을 떠나 난관을 만나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정을 그려낸다. 그 과정을 입문(initiation)이라 하는데, 바로 이 책의 뼈대를 이룬다.

비어있는 존재인 ‘바보’가 여정을 떠난다. 피닉스의 어머니인 ‘여제’가 되었다가 다층적 진리를 아는 ‘교황’이 되기도 하고, 멈춰서 다시 보기 위한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추락도 한다. 또 내면의 동물을 길들이는 ‘힘’을 알게 되고 ‘매달린 사람’이 되어 거꾸로 세상을 보기도 하고 정신의 황금을 찾는 ‘태양’을 보고 ‘세계’ 영혼과 마주하여 입문한 자는 변신하여 기존과는 다른 존재가 된다. 이처럼 자아 탐색 여정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동안 독자 역시 자신의 여정을 떠나 스스로의 자아를 모색하고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타로에 내포된 스토리가 기존의 우리가 알던 지식이나 세상을 보던 방식과 완전히 다른 덕분에 심리적 위안을 얻게 되기도 된다. 동시에 독자는 상징, 철학 등의 갖가지 인문학적 지식과 함께 연금술, 점성학 등의 서양의 오컬티즘/비학의 지혜를 습득하게 된다.

이 책은 타로를 통해 그런 모든 과정을 도우며 이해하게 한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신화, 예술작품과 유사하게 은유와 상징의 언어로 존재의 신비와 비밀을 전하는 타로에 대해 어쩌면 누구보다 깊이 있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타로에게 답을 묻기보다는 타로가 건네는 질문에 귀를 기울여본다.’






세상의 다정스러운 무관심


페터 슈탐 글 / 임호일 역 / 15,000원 / 문학과지성사

“그러나 그가 문을 열었을 때
비로소 나는 문을 연 사람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다”

도플갱어인가, 운명인가, 우연인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의 진실 게임


알베르 카뮈가 오늘날 살아 있다면 아마도
페터 슈탐과 같은 소설을 쓸 것이다. _『뉴요커』

간결한 문장, 단 몇 개의 형용사로 일상의 풍경을 적확하게 그려내는 스타일리스트라 평가받는 스위스 작가 페터 슈탐Peter Stamm의 『세상의 다정스러운 무관심Die sanfte Gleichgultigkeit der Welt』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중년의 크리스토프는 젊은 배우 레나를 만나러 스톡홀름으로 간다. 그는 20년 전에 그녀와 닮은, 아니 똑같이 생긴 여자를 사랑했다고, 그녀의 남자친구가 자신의 삶을 뒤따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녀가 영위하는 삶을 알고 있으며, 그녀에게 닥칠 운명을 안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의 진실 게임이 시작되는데……

인간의 실존적 경험에 대한 탁월한 서술자인 페터 슈탐은 운명과 사랑, 정체성과 예술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색다른 방식으로 펼쳐놓고 독자를 끌어들인다. 





가난한 물감

권오숙 글 / 10,000원 / 우인북스

권오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신앙적 성찰을 담은 91편의 시가 실렸다. 뜨거운 여름을 발맘발맘 걸어서 봄에 도착한 시인은,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행복한 길이라고 고백한다. 힘들지만 힘들지 않게 이끄시는 그분을 따라왔노라고.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최태현 글 / 23,000원 / 창비
우리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요?
절망과 역설의 세계에서 공동체를 지키는 민주주의의 마음
우리 사회에 재해, 범죄, 사고, 질병, 가난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고통받는 약자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작고 힘이 없다. 더군다나 이런 문제를 우리의 제도로는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제도가 그런 비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 절망스럽기도 하다.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최태현 교수는 이 책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를 이런 절망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근저에 민주주의의 주체와 제도를 둘러싼 여러가지 역설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의회와 정부의 대표들은 정말 우리 모두를 대표하고 있을까?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 조직은 민주적으로 일하고 있나? 민주사회에 적합한 것은 민주적인 리더인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철인왕’인가? 우리는 어느 쪽을 원하는가? 이런 물음을 던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역설에 필연적으로 맞닥뜨린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고안한 제도들이 되레 민주적이지 않거나 공동체를 위협하기도 하면서 민주주의 자체에 회의적인 마음을 갖게 되는 또다른 역설이 벌어지기도 한다.




독방 40년: 저항과 희망의 기록


앨버트 우드폭스 글 / 송요한 역 / 18,000원 / 히스토리아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인 40여 년을 교도소 독방에 갇혀 있던 사람
‘정당한 절차’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국가폭력에 저항하며
세계 인권단체와 운동가들, 일반시민들의 주목과 지지를 받아온 인물


이 책은 저자 앨버트 우드폭스가 어떻게 무도하고 폭력적인 절망스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보여주는 저항과 희망의 기록이다. 우드폭스는 1947년 미국 뉴올리언스 빈민가에서 태어나 자랐다. 10대부터 소년원과 교도소를 들락거리다가, 1969년 흉악한 범죄에 가차 없이 중형을 부과하는 뉴올리언스의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에 의해 무장강도 혐의로 50년 형을 선고받았다. 미국의 악명 높은 앙골라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에 흑인 인권단체인 블랙팬서당(흑표당)의 당원들을 만나 일원이 되어서 폭력적인 교정제도와 관리들에 맞서 수감자 인권보호에 앞장섰다. 그로 인해 교도관을 살해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40여 년을 1,8*2.7미터 크기의 독방에서 살아야 했다. 이 책은 한 흑인의 굴곡진 인생을 통해 현대 미국의 사법제도와 검찰, 경찰, 교정제도의 폭력과 기만, 인종차별의 실상을 고발한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을 위한 뷔페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글 / 권도희 역 / 18,000원 / 엘릭시르 

“어쨌든 이 작품집의 제목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를.이 만찬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은 없으니까.”

범죄가 일어나고, 범죄를 숨기고, 범죄가 밝혀지는 크리스티아나 브랜드표 미스터리 만찬
세 명의 용의자 가운데, 결혼식 피로연 도중 신랑을 독살한 진짜 범인을 찾는 본격 추리 단편 「말벌집」. 경관과 독살범의 맞대결에서 오는 서스펜스를 가득 채운 「잔 속에 든 독」. 짜임새 있는 퍼즐 미스터리를 기막힌 반전으로 마무리한 「살인 게임」까지.
경쾌한 문장과 풍자로 가득한 전개, 독자를 교란시키는 반전으로 요리한 16가지 미스터리의 맛을 한데 선보인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나나랜드

김도희 글 / 17,000원 / 모놀로그
그토록 떠나고 싶던 나라에서 이토록 행복하게 사는 법

4개국 거주 36개국 여행, 길 위에서 방황하고 성장한 어느 ‘유교걸’의 자유인 진화기
“숨 쉬고, 배우고, 사랑하고, 성장했던 모든 곳이 결국 나만의 ‘나나랜드’였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나나랜드》는 너무나도 평범한 대한민국 ‘1990년생 김도희’의 10년간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록이자, 사회가 무조건 요구하는 대로 하지 않고자 싸워온 ‘반위정척사운동’의 기록이다. 한국 사회에서 당연히 여기는 모든 것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행복의 본질에 닿고자 노력했던 발자국 모음이기도 하다. 4개국에서 살아보고 36개국을 여행한 뒤 한국에 돌아온 저자가 내린 결론은, 계속 성장하고 질문하며 사랑하며 살아가는 그곳, 두 발을 딛고 서서 살아가는 현재의 어느 곳이든 자신만의 ‘나나랜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나나랜드》라는 제목에는 유토피아가 그러하듯 나나랜드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고 존재할 수 있으나, 어디에도 머물지 않으며 완전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았다. 환경이 바뀌면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과의 관계나 환경에 대해 수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 기록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이어령 읽기

김성곤 글 / 18,000원 / 민음사

이어령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말들에 대한 보고서
『이어령 읽기』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어령 읽기』는 문학평론가 김성곤이 문학, 문화, 문명, 예술, 인생이라는 주제를 놓고 이어령과 나눈 대화의 기록으로, 이어령 선생이 암 투병 중일 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한 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정리해 완성한 이어령론이다.
김성곤에게 멘토와도 같았던 이어령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의연한 태도로 성찰과 혜안이 깃든 비교문화론, 인류문명론, 동서문학론을 펼쳤다. 각 주제에 대한 이어령의 말과 그 말에 대한 김성곤의 의견이 더해지며 완성된 ‘이어령론’이자 ‘이어령이 남긴 말들에 대한 보고서’인 이 책은 넓은 의미의 대화를 지향한다. 이 책을 읽는 누구나가 저자의 자리에 서서 이어령의 말을 독해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길어올릴 수 있다.



그림 동화 1, 2권

야콥 그림 저 / 오토 우벨로데 그림,만화 / 전영애, 김남희 역 / 1권: 30,000원, 2권: 32,000원, 세트: 50,000원 / 민음사

이야기는 자라난다, 널리 퍼진다
눈처럼 하얀, 가시장미, 라푼첼, 푸른 수염 등 전 세계 동화의 원조.
그림 형제가 14년간 독일 전역을 다니며 모은
웃기고 슬프고 어리석고 지혜롭고 이상하고 잔혹한 200가지 이야기.
그림 형제의 생전 마지막 판본인 1857년 7판 정본 완역!
동양 여성 최초로 괴테 금메달을 받은 전영애 역자,
한국과 독일 문학의 가교로 활약하는 김남희 역자의 번역
스위스 민담, 동화 연구가 알프레드 메설리 교수 자문

하버드 클래식스 100선 선정, 오토 우벨로데 삽화 400여 개 수록
전영애 역자가 들려주는 34개의 구연 동화 큐알 영상

“행복은 종종 문 앞에 있어서 문을 열기만 하면 되거든.”
─ 『그림 동화』에서

“미소가 지켜지는 곳에서 동화들은 살고 있다.”
─ 그림 형제
 
 

지하촌
강경애 저 / 김양선 책임편집 / 13,000원 / 문학과지성사

한국 근대 여성주의 리얼리즘의 선구자
강경애의 대표 중단편소설 11편 수록

배제된 존재들을 마주하는 여성의 다양한 얼굴
올곧은 작가 의식과 예리한 포착력으로 근대의 풍경을 핍진하게 그려내 한국 여성문학사의 주요 작가로 자리매김한 강경애의 중단편선 『지하촌』이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마흔아홉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가 소설가로서 내디뎠던 첫걸음에 해당하는 「파금」부터 일제강점기 빈궁문학의 수작으로 회자되는 「지하촌」, 작품 활동 후기의 경향이 잘 드러나 있는 「어둠」과 「마약」까지, 엄선된 대표 작품 11편을 묶었다.
일찍이 한글을 깨치고 어릴 적부터 탁월한 작문 실력을 발휘했던 강경애는 1924년 「책 한 권」이라는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점차 평론과 수필, 소설 등으로 그 폭을 넓혀나갔으며, 장편소설 『인간 문제』를 비롯한 많은 걸작을 남겼다. 참담하고 곤궁했던 일제강점기 민중의 삶을 여성의 다양한 얼굴로 형상화한 그의 작품들은 한국 근대 여성문학을 논함에 있어 결코 제할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이다. 강경애는 일제 치하에서 성적ㆍ지리적ㆍ계급적ㆍ민족적으로 배제된 존재들을 때로는 공부한 신여성의 얼굴로, 때로는 처절한 어머니의 얼굴로, 또 때로는 미친 여자의 얼굴로 똑바르게 마주한다. 강경애가 빚어낸 얼굴들은 전부 당대를 실제로 살아낸 이들의 것이므로, 그들이 통과하는 작품 속 현실 또한 실로 ‘리얼’할 수밖에 없다.
‘강경애식 여성주의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번 중단편선의 책임 편집은 한국 근현대 여성문학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온 국문학자 김양선이 맡았다. 작품 발표 당시의 원본과 현대어 저본, 연구 자료 등을 꼼꼼하게 참고하고 작가 특유의 표현과 작품의 분위기를 최대한 고스란히 살림으로써 텍스트의 정확성을 기했다. 일상화된 이주 경험과 여성의 돌봄 노동, 약자와의 연대 등이 여전히 사회적 의제로 오르고 있는 요즘, 강경애가 평생토록 몰두했던 문제의식을 충실하게 담아낸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유의미한 물음표를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마음 약국
이현아 저 / 소복이 그림 / 17,000원 / 창비

“고민에 딱 맞춘 마음 약을 처방합니다!”
어린이 고민 해결엔 그림책이 특효약!

14년 차 초등 교사,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 대표 이현아가 어린이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그림책 처방전을 책으로 냈다. 그림책 처방이란, 어린이의 고민이나 사연을 듣고 문제 해결에 도움을 될 만한 마음 약 편지와 함께 그림책을 처방해 주는 것이다. 저자는 지난 7년 동안 교실 속 ‘마음 약사’로 활동하며, ‘교실 우체통’을 만들어 아이들의 고민과 사연을 들었다. 오후 4시, 수업이 마치면 우체통을 열어 반 아이들의 사연을 읽고, 때로는 상담을 하고 때로는 편지도 쓰며 어린이의 마음을 치유해 주었다. 그에 더해 증상별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그림책을 추천해 주었는데, 그림책은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오래가는 읽는 약이기 때문이다. 그림책의 효능에 대해 알리고, 마음이 아픈 전국의 어린이 독자를 치유하고자 ‘그림책 처방전’을 모아 책으로 냈다. 독자는 책 속의 문진표, 마음 약 편지, 처방전을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다그치며 즉각적인 대답을 요구하려 했던 부모라면, 먼저 아이에게 이 책을 건네 보길 바란다.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김진명 저 / 18,800원 / 이타북스

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쪽의 도시 부차. 미하일은 생일을 맞아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러시아군에 의해 칼에 찔려 의식을 잃고, 아내와 딸은 끔찍한 일을 당한 후 목숨을 잃는다. 미하일은 러시아군이 시체를 파묻어놓은 구덩이들을 돌아다니며 아내와 딸의 시신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그마저도 실패하자 그는 어느 날 마을에서 자취를 감춰버린다.

러시아의 핵 공격에 대비해 만들어진 극비 오퍼레이션 ‘네버어게인’.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이 작전 팀의 일원인 스토니는 러시아인 여성 구호 활동가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푸틴과의 대결에 온 신경을 쏟고 있던 바이든은 러시아 여성을 미국이 구출한다는 것의 정치적 효과를 노려 구출 명령을 내린다. 스토니는 작전에 도움을 줄 사람을 한 명 떠올린다. 미국 해군사관학교 시절 동기 케빈 한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에티오피아 아둘랄라에서 주민들을 도우며 살고 있던 케빈 한은 기상천외한 계책으로 스토니를 돕고, 스토니의 보고를 받은 ‘네버어게인’은 케빈 한을 영입한다.

부차에서 사라졌던 미하일은 의외에 곳에서 다시 등장한다. 가족을 두고 혼자 살아남는 비극을 겪은 그는 한시바삐 죽어 가족들 곁으로 가고자 바흐무트 공방전에서 목숨을 내놓고 싸운다. 하지만 죽기는커녕 전쟁영웅이 되어버린 그는 연이은 전투 끝에 세 발의 총상을 입고 통합병원으로 강제 후송된다. 몸과 마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한 그는 병원에 숨겨져있는 치료용 마약을 훔치려 하나 번번이 실패한다. 그때 그의 눈앞에 한 환자가 나타나 마약 훔치는 것을 돕는다. 그는 바로 케빈 한이다. 두 사람은 그 뒤로도 대화를 나누며 우정을 쌓는다. 케빈은 미하일에게 전쟁 통에 사리사욕을 챙기는 친러 무기 암거래상이 갖고 있는 전설의 다이아몬드를 훔쳐 그 돈으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작전을 위해 우크라이나인 범죄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한편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전쟁 속에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내건 그 어떤 휴전 조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고뇌하기 시작한다. 이대로 물러나며 휴전을 한다면 성난 러시아 국민은 겁쟁이에게 완벽히 속았다고 생각할 테고, 자신의 권력도 종말을 맞을 것이다. 푸틴은 전쟁에 실패한 지도자들이 맞는 비참한 최후를 떠올리며 절치부심한다.
푸틴은 비밀리에 만난 시진핑이 휴전을 종용하던 겉모습과 달리 은밀히 핵을 쓰도록 부추기는 것을 듣고 마음이 동하기 시작한다. 실은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핵을 써 미국의 월등한 재래식 전력을 무력화시킬 방법이 필요하다 판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푸틴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어떤 수단이든 가리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한다.


미국 잠수함사령부에서는 다량의 핵탄두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 로드아일랜드를 흑해에 잠항시킨다. 이 작전의 핵심은 러시아 해군의 앞마당인 흑해에 침투한 로드아일랜드의 사진을 찍어 공개하는 것만으로 응징 효과를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로드아일랜드는 러시아 측으로부터 추적을 받던 중 암초와 충돌하고야 마는데…….




고쳐쓰기, 좋은 글에서 더 나은 글로
윌리엄 제르마노 저 / 김미정 역 / 18,000원 / 지금이책

“위대한 글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위대한 고쳐쓰기’만이 존재할 뿐”
좋은 글은 고쳐쓰기에서 나온다!
오스카 와일드는 “쉼표 하나를 삭제했다가 다시 붙여넣느라 오전 시간을 전부 허비했다”고 한다.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의 마지막 문장을 서른아홉 번이나 고쳐썼고,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를 하도 많이 고쳐 초고의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중에도 ‘퇴고의 신’은 오노레 드 발자크다. 원고를 인쇄소에서 조판한 뒤에도 끊임없이 고쳤는데, 언론사나 출판사에서는 그를 위해 특별 교정지를 준비해야 했다고 한다. 한가운데에 활자를 찍고 위아래 양옆에 넓은 여백을 마련해 가필할 수 있도록 했다. 발자크는 여기에 고칠 문구와 더할 문장들을 빽빽하게 써넣었다. 여백이 모자라면 뒷면에 이어 쓰고, 그것도 부족하면 다른 종이에 따로 써서 풀로 붙였다. 위대한 작품은 이렇게 집요한 퇴고를 거쳐 탄생했다.
퇴고는 글쓰기의 마지막 단계다. 작가는 자신이 들일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고쳐쓰기에 다 쏟아붓는다. 아무리 대단한 작가가 쓴 글이라도 충분히 고치지 않았으면 ‘작품’이 아닌 ‘원고’에 불과하다. 그만큼 퇴고는 글쓰기의 본질이다. 《고쳐쓰기, 좋은 글에서 더 나은 글로》는 윌리엄 제르마노William Germano가 편집자이자 저자, 글쓰기 강사이자 학자로서 그간 쌓은 글쓰기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드시 알아야 할 ‘고쳐쓰기의 방법론’을 핵심만 추려 짚어주는 책이다. 현재 쿠퍼유니온대학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윌리엄 제르마노는 컬럼비아대학교 출판부와 영국 루트리지 출판사에서 일하며 주디스 버틀러, 벨 훅스, 가야트리 스피박, 폴 드 만 등을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린 저명한 출판인이기도 하다. 이 책의 목적은 리포트, 학위논문, 학술논문, 학술서 등 학술적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침서가 되는 데 있지만, 글쓰기의 기본을 다룬다는 점에서 인문, 사회, 과학 분야 교양서를 집필하는 작가와 편집자에게도 이 책이 유용한 조언이 될 것이다.

“다듬는 과정을 즐기자. 나는 글쓰기는 좋아하지 않지만 고쳐쓰기는 아주 좋아한다. 특히 잘라내기를 좋아한다. 삭제키를 눌러 불필요한 단어나 문구나 문장을 없애는 것이다. 따분한 표현을 더 정확하고 빛깔 있는 말로 바꾸는 것도 좋아한다. 문장과 문장의 연결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 단조로운 문장을 유쾌한 리듬과 우아한 선율이 있는 문장으로 고치는 것도 즐겁다. 작은 것을 하나하나 고쳐나가다 보면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곳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으며, 결국 그곳에 도달했을 때는 게임을 승리로 이끌어준 것이 글쓰기가 아니라 고쳐쓰기였음을 깨닫게 된다.”




당신을 영어고수로 만들어 줄 유튜브 영어쌤들
오재영 저 / 16,800원 / 혼공책들

유튜브에는 뛰어난 영어쌤이 많다. 영어공부를 7개 영역으로 세분화(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문법, 단어암기, 발음)하여 7개 영역 33개 유튜브 채널의 인기동영상에서 주요 장면들을 캡쳐한 책이다. 줄글은 줄이고 유튜브 영상 캡쳐화면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캡쳐화면 아래에 필요에 따라 영어를 15년간 가르쳐온 지은이의 의견, 생각, 느낌 등이 추가됐다.
 
 
 

내 사랑을 시작한다
이린아 저 / 12,000원 / 문학과지성사

“사랑이라 쓰고 꺼내 먹는 노래로 가요”

유연하게 경계 위를 흘러 넘어가
그 너머에 닿는 힘센 사랑의 노래
★ 이린아 첫 시집 출간 ★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린아의 첫 시집 『내 사랑을 시작한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시 「돌의 문서」로 “진실한 증언이 요구되는 이 시대의 이야기”라는 평을 들으며 데뷔한 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온 이린아는 뮤지컬 배우, 재즈 보컬리스트, 작곡가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여러 분야를 폭넓게 오가며 활약하는 시인을 닮아 다채로이 빛나는 69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한데 묶었다.

‘경계境界’라는 표현은 흔히 무언가를 구분 짓는 금이나 넘어서는 안 될 한계를 연상시키지만, 이린아의 시 세계에서 이는 면과 면이 맞닿아 생기는 따뜻하고 물렁한 선이다. 시인은 경계를 통해 ‘나’의 바깥에 ‘너’가 있음을, 나아가 ‘너’와 연결될 수 있음을 감각한다. 그리고 경계 너머의 그를 위해 손을 내미는 마음으로 “사랑이라 쓰고 꺼내 먹는 노래”(「불안의 사생활」)를 부른다. 바람을 타고 너울대는 노래에게는 경계도 소용이 없다. 이 힘센 사랑의 노래는 무대와 객석 간의 경계도, 기쁨과 슬픔 간의 경계도, 사람과 사람 간의 경계도 가뿐하게 흐리며 울려 퍼진다.
시를 쓰는 일과 사랑하는 일은 모두 경계를 무용하게 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그러므로 이린아는 “사랑하는 사람”이고, “당신이 어떻게 물어보아도” “그렇게 대답할 것”(「귀신같은, 귀신같은」)이다. ‘사랑을 시작하겠다’는 선언과도 같은 첫 시집을 품에 안고서,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사랑의 시인 이린아가 당신에게로 간다. 당신과 흔흔히 연결되기 위해.

정확히는 특정한 ‘상태’에 가까울 사랑은 ‘나’가 경계 너머 ‘너’에게로 건너가고 연결되는 감각을 뜻할 것이다. 이 에로스는 ‘나’와 타자, 종간의 경계도 넘어서는 힘이다. [……] 고통과 자기부정을 넘어서는 에로스는 이린아의 시 세계에서 더 많은 존재와 연결되는 힘으로 확장된다.
-김보경, 해설 「에로스의 시학」에서




비무장지대 연구 및 답사
서무송 저 / 24,000원 / 푸른길

통일을 바라던 노학자의 특별한 연구 성과물
평양종합대학 지리학부를 졸업하여 평생 지형학을 연구한 저자 서무송은 그가 전쟁 기간 누볐던 비무장지대에 오랫동안 관심이 있었다. 머지않은 시기에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게 될 것이라 믿으며 그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그리고 90이 넘어 그 바람을 실행했다. 수십 년간 폐쇄되었던 이 공간을 인생의 마지막 연구 대상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를 위해 어렵사리 답사도 했다. 이 책에는 비무장지대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고성군 현내면 대강리 강정마을과 초구마을, 송도진리의 통일전망대에서 서진하여 판문점을 거쳐 임진강과 한강의 합류점에 있는 오두산통일전망대까지 250여 km에 이르는, 그의 마지막 여정이 담겼다.
이번 연구와 답사의 목적은 개발 가능한 전적지 비무장지대의 진실한 역사와 가치를 최대한 발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918년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1:50,000 지형도, 1965년 북한과 소련이 공동 제작한 1:50,000 지형도, 미 극동사령부가 발행한 1:50,000 지형도, 2019년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한 1:50,000 지형도의 총 4종 지도를 연구 도구로 삼아 10개 지역의 도폭을 분석하였다.
도폭별로 지리적 위치와 지질 및 지형, 기후와 식생, 옛 도폭 속 비무장지대 거민의 흔적, 전사에 기록을 남긴 격전지 쟁탈전, 비무장지대 밖 연계 가능한 관광자원, 종합 관찰 결과에 따른 평화공원 조성 제안의 내용을 담아 하나의 장으로 총 11개의 장으로 구성하였다.
연구 방법은 각 지도상에 중앙분계선을 긋고 이 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km 거리에 남·북방한계선을 그은 다음 남·북방한계선 내에서 사라져 버린 비운의 마을, 면 소재지, 군청 소재지를 복원해 내는 것이다. 여러 종류의 지도를 겹쳐 비교하고 건물 하나하나 헤아려 가며 거민의 흔적을 찾아냈다. 동해선, 경원선, 경의선을 비롯한 단절된 철도와 도로의 복원 사진도 남겼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난날의 역사(驛舍), 기총소사로 벌집처럼 구멍 난 채 고철 덩어리로 남은 객차 잔해, 노동당 철원군당의 당사 건물 사진도 곁들였다. 전쟁통에 만난 농어촌 병사들에게 얻은 걸출한 지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학자로서의 서무송을 인정하고 지지해 준 상관과 상하 간의 신뢰, 최일선의 상황을 대비하여 351고지와 208고지를 교대로 지켰던 이야기 등 그 당시의 이야기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매우 자세하다.
옛 지도를 널어놓고 비교에 비교를 거듭해가며 과거를 되살리고, 기상청에서 내려받은 수치를 파란 모눈종이 위에 그려 클라이모그래프를 완성하고, 1920~1930년대의 사진 자료와 2000~2010년대에 새로 찍어 보여 주면서 눈앞에 드러난 지형을 설명하는 이 책은 솔직히 매우 감동적이다. 2019년에 이와 같은 연구 방법을 택하는 학자는 많지 않았을 테지만 전쟁과 분단 이후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된 것을 그 당시에 만든 지도는 보여 준다는 점에서 고전적이고도 정통적인 방법이 너무나도 적합한 연구가 무사히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 안의 거민 흔적을 찾아 선대가 대대로 지켜 온 고향의 참모습을 후손에게 전해주고, 비무장지대의 쌍방 배후 지역과 연계 가능한 자연 및 문화유산을 찾아내어 관광권 조성의 기초를 제공하고자 한 저자의 마지막 연구는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였다.



여자와 여자의 세상
스즈키 이즈미 저 / 최혜수 역 / 18,000원 / 문학과지성사

“이런 식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는 없다.
스즈키 이즈미는 개척자이지만 후계자는 없다.”
다카하시 겐이치로(소설가, 평론가)

마침내 우리에게 당도한 뜨거운 이름!
영원히 젊은, 여전히 발칙한
여성 SF의 전설 스즈키 이즈미 명작 컬렉션
일본 페미니즘 SF의 선구자 스즈키 이즈미鈴木いづみ의 『여자와 여자의 세상-스즈키 이즈미 프리미엄 컬렉션鈴木いづみプレミアムㆍコレクション』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스즈키 이즈미는 누드모델, 핑크영화 배우, 연극배우, 각본가 등 다채로운 활동을 하며 소설을 쓴 작가로, 1970년대에 신문, 잡지, 단행본, 영화, 무대, TV 등 거의 모든 미디어 등장, 그 존재 자체가 하나의 미디어가 되어 70년대를 구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동안은 특이한 개인사로 기억되었으나, 1990년대부터 그의 작품 세계와 문학성이 주목받게 되었고, 일본 분유사에서 그의 모든 작품들을 출간하며 그의 현대적 가치가 재발견되었다. 2021년과 2023년에는 미국에서도 SF 작품집이 출간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엑소시스트
윌리엄 피터 블래티 저 / 조영학 역 / 18,000원 / 문학동네
 
윌리엄 피터 블래티가 ‘메릴랜드 열네 살 소년의 악마 빙의 사건’을 소재로 쓴 첫 장편소설. 엑소시즘이라는 개념을 처음 대중적으로 알리며 북미 대륙에 충격을 몰고 온 이 작품은 1973년 영화로 제작되어 할리우드 최고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하며 사회적 열풍을 일으켰고, 그해 오스카상 각색상, 골든글로브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후 여러 편의 속편과 TV시리즈가 탄생했으며,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리부트 3부작이 2023년 <엑소시스트—믿는 자>를 시작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문학동네에서는 출간 40주년을 맞아 작가가 직접 가필 수정한 판본(2011)을 저본으로 삼은 공식 한국어판을 출간한다.
이라크 북부, 유물 발굴 현장에서 괴이한 악마 형상의 조각을 발견한 노신부 메린은 오랜 적 파주주가 다시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 열한 살 딸 리건과 살고 있는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맥닐의 집에 이상 현상이 일어난다. 알 수 없는 힘에 사방으로 요동치는 침대, 한겨울 바깥처럼 냉기가 감도는 방안, 얼굴을 흉측하게 일그러뜨리며 성인 남성의 목소리로 욕설을 퍼붓는 소녀. 의사들은 신경질환의 일종으로 진단하지만 각종 치료로도 딸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크리스는 의학 대신 종교의 도움을 구한다. 정신의학을 전공한 예수회 사제 데이미언 캐러스는 어머니의 죽음 후 믿음에 회의를 느끼던 차에 크리스의 청을 받고 고민하지만, 몇 번 소녀를 대면하는 사이 그 안에 또다른 존재, 사악한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고, 과거 엑소시즘 경험이 있는 메린과 함께 구마 의식을 실행하기로 결심한다. 





세레나데
쥴퓌 리바넬리 저 / 오진혁 역 / 22,000원 / 문학과지성사
 
“당신도 봤지 않소,
그 어떤 권력도 결백하지 않아.”

평생에 걸친 사랑, 정치 권력의 잔인함에 대한 초상
인류애와 용기의 예술가, 행동하는 거장 리바넬리의 대표작
튀르키예의 행동하는 양심 쥴퓌 리바넬리의 대표작, 장편소설 『세레나데Serenad』가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85번으로 출간되었다. 『세레나데』는 전쟁의 혼란 속에 국가와 정치 권력이 자행한 악행을 추적하면서 그간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13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독자들과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고 독일과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보스턴 글로브』 “독자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책”, 『팝매터스』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 중이다.
열네 살 아들을 혼자 키우며 대학에서 일하는 마야는 튀르키예를 찾은 독일계 미국인 노교수 막시밀리안 바그너를 수행하는 업무를 맡는다. 일정의 마지막 날, 바그너 교수는 혹한의 날씨에도 흑해 방문을 고집하고 두 사람은 해안가로 향한다. 차가운 파도 앞에서 바그너 교수는 돌연 바이올린으로 곡조가 반복되는 세레나데를 연주하기 시작하고 온몸이 얼어붙어 죽음의 위기에 놓인다.
마야는 바그너 교수와 동행하며 전쟁 중 자행된 박해와 학살, 그리고 이를 묵인하고 동조한 여러 국가의 과거를 듣고는 경악한다. 잔인한 인류 역사의 이면을 되짚고 국가 권력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간 속에서 마야는 잔혹한 가족사의 비밀까지 알게 된다. 마침내 진실을 마주한 마야는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세상에 저항하기로 결심하고 바그너 교수를 위한 마지막 선물을 준비한다.




마흔살 위로 사전
박성우 저 / 15,000원 / 창비
 
백석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뛰어난 문학성과 남다른 감수성을 두루 인정받아온 박성우 시인이 신작 에세이집 『마흔살 위로 사전』을 펴냈다. 70만부 베스트셀러 『아홉 살 마음 사전』 시리즈를 통해 수많은 어린이와 부모에게 다가가며 ‘마음 박사’로 등극한 저자는 이번에는 청장년층의 지친 일상을 보듬는 또 하나의 ‘사전’을 편찬했다.

‘가득하다’부터 ‘힘차다’까지, 순하고도 다채로운 100가지 단어로 이루어진 이 사전에는 직장이나 가정, 혹은 거리에서 실제로 마주할 법한 상황들이 가득 들어 있다. 빨래를 널다가 문득 볕 좋은 창가에 앉아 쉬는 마음은 ‘감미롭다’로, 원룸을 전전하다가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 전셋집이 생겼을 때의 마음은 ‘대견하다’로 표현하는 식이다. 단어와 상황의 조화가 절묘한데, 공감 가는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어렴풋할 뿐 정확하게 알 길 없었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정명혜 문학관
박선경 저 / 15,000원 / 아무책방

“앞날이 없으므로 나는 현재만 살아갔다. 내가 쓸 수 있는 것을 쓰자.”
〈그곳, 남애〉 〈푸른 개를 보았다〉 박선경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소설집 〈그곳, 남애〉와 3인 시집 〈푸른 개를 보았다〉 등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소설가이자 시인 박선경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정명혜 문학관〉은 26회 한겨레 문학상 본심에 오른 작품으로, 2023년 강원문화재단 예술 첫걸음 사업의 후원으로 발간되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후손으로 연암 박지원 가문의 후손인 박무영과 결혼하고 스물일곱에 요절한 정명혜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전국민에게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대표 시 ‘산수유’, ‘붉은밥’, ‘그 집’ 등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에 항상 꼽히며, 정명혜를 소재로 한 글짓기 대회가 열리는 등 가히 독립운동계의 아이돌로 불릴 만큼 그 인기를 자랑한다. 양장을 하고 모자를 쓴 독사진과 이화여전 졸업 사진이 교과서에 실려 있다.
한편, 국내 최고의 모형물 제작으로 유명한 전시기획 ‘달인’은 정명혜 사망 100주년에 즈음하여 동화시가 추진하는 〈정명혜 문학관〉 입찰을 따내며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해진의 부상으로 인해 ‘달인’에 대타로 투입된 유림은 자료를 정리하고 연구를 진행할수록 감춰져 있던 정명혜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우리가 아는 정명혜는 진짜 정명혜일까? 정명혜를 아는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양심적인 독서법
양해솔, 심예준, 박선경, 김은경 저 / 16,800원 / 로사의 책방
 
한 권 한 권 깊숙하게 읽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독서법
‘사춘기 가족이 함께하는 낭독 책모임’ 기록이 책으로 나왔다.
〈사춘기 자녀와 함께하는 가장 ‘양심’적인 독서법〉에서는 사춘기 자녀와 소통은 물론 책 한 권 한 권을 깊숙하게, 제대로 읽는 가장 따뜻한 방법을 할 수 있는 ‘사춘기 가족이 함께하는 낭독 책모임’을 소개한다. 책모임으로 사춘기 아이와 대화 나누기, 자존감 회복과 집중력 키우기, 독서력보다는 공감력을 강조한다. 많이 읽기보다 천천히 읽는 낭독이 어떻게 뇌를 자극하는지 살피고, 토론이 아닌 ‘이야기 나누기’를 하면서 소통 중심의 독서모임이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을 실질적으로 보여준다.

□ 책에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춘기 아이 중심 책모임의 7대 원칙이 담겨 있다. 첫째, 가족이 함께 한다. 둘째, 공평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셋째, 책은 아이가 선정한다. 넷째, 모두가 돌아가며 낭독한다. 다섯째, 끼어들지 않는다. 여섯째, 함께 윤독(輪讀)한 후 5분 안에 책 내용에 관한 질문을 만들어 공유한다. 일곱째, 정기적으로 만난다, 는 것이 그것이다.

□ ‘양심’적인 독서모임에서는 『돌멩이국』,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와 같은 고전부터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긴긴밤』,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처럼 최근에 발간된 책까지 골고루 아우른다. 모임 참가자들이 윤독을 한 후 올린 질문과 그중 함께 나누고 싶은 대표질문을 뽑아 한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양심’적인 독서모임의 특징이다. 내 주장을 앞세우고 관철시키는 토론이 아닌 궁금한 점을 풀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경청의 시간은 독서모임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최진영 저 / 12,000원 / 투명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모든 삶은 PK(Player Killing, Player Killer)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 시인.

PK는 게임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게임상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는 행위를 플레이어 킬링(Play Killing) 혹은 그 일을 행하는 플레이어 킬러(Play Killer)를 지칭하는 줄임말이다.

2021년에 발간된 이 시집이 2023년에도 적용된다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참 슬픈 일이다. 최근 묻지 마 범죄라는 이름으로 칼부림이 나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세상이 PK로 이루어져 있다는 시인의 말을 정말이지 웃어넘길 수가 없게 됐다.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PK나 현실에서 일어나는 PK나 사실 큰 차이가 없다. 다른 플레이어를 죽여서 아이템이나 경험치를 얻기 위해 또는 단순히 유흥이나 자신의 강함을 확인하고 표현하기 위해서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거나 죽인다.

거기엔 특별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하긴 어렵다. 이유가 없다.

삶에 의미가 없어진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휘두르는 무차별적인 PK에 언제 어디에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지만 그런 그들 역시 누군가를 죽이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은 없다고 꼬집는 최진영 시인.
이 시가 무척이나 깊게 느껴지는 건 시대라는 이름의 상처가 크게 벌어져 흘러내린 피 냄새 때문이 아닐까? 


흔치 않은 소재와 삶과 일이 시를 만났다

시인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미지의 현상들을 위로하고 소망함으로써 변화의 중심에 서서 끊임없는 시적 행보를 지속해야 할 이 땅의 거룩한 독행자로서 호명되어야 한다. 시인들의 행보가 건강해야만 비로소 시대가 다시 밝아질 수 있고 인문학 정신이 생동할 것이다. 이 시집을 내는 최진영 시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인을 옥죄고 놓아 주지 않던 모든 장애물이자 아픈 흔적들이 봄볕을 만나 만개한 꽃들처럼, 따가운 태양 볕 아래서도 의연하게 꽃을 피우는 여름꽃들이 아름다운 향기를 품어내듯 삶의 만개와 향기를 품었으면 좋겠다.

최진영 시인은 가장 아름다운 시인으로 시문학의 미래를 밝히 드러낼 시인의 삶을 향한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만큼 큰 기대를 거는 시인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말하듯이 “모든 문학은 결국 자전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운명을 고백하고 운명에 대해 어렴풋하게 추측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든 것이 시적이다. 서정시에서는 이러한 운명이 대개 변하지 않고 세심”하였다. 그의 시 세계의 중심을 간파하고 있는 서정성이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진영 시인은 결코 시인의 인생에만 천착하지 않고 그의 어른(조모를 포함하여 부모를 섬기며 사랑하는 마음)을 향한 인간의 기본기가 변색하지 않고 그의 삶을 리드하고 있다는 점과 그 인격을 기초로 하여 시작품들이 창작되어 온 삶만을 보아도 그의 시에서 시적 생명력의 왕성함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추호의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다. (이충재 평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