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NEWS


북 뉴스

6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6-05-27
조회수
20
 

노들섬과 세운상가

박경선 저 / 23,000원 / 돌고래


노들섬과 세운상가, 단절과 혼란을 견뎌온 두 공간 이야기
우리는 도시에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

우리가 묻지 않는 사이, 공간은 권력의 전시장이 되었다
건축과 도시공간 기획의 실무자였던 저자의 깊고 입체적인 이야기!

종묘와 세운4구역, 광화문 ‘감사의 정원’, 동대문디지털플라자……. 지금 이 순간에도 서울의 도시공간을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단체장의 임기에 맞추어 도시공간이 교체되는 현상은 낯설지 않다. 리더십의 교체에 따라 정책 방향이 급격히 전화되면서 전임 시정이 남긴 공간 유산은 재평가의 대상이 되고, 때로는 축소되거나 변형되며 폐기되기도 한다.”(13쪽)
도시공간이 크고 작은 변화를 겪을 때마다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쏟아진다. 왜 개발하는지, 왜 새로 짓는지, 세금은 얼마나 들었고, 공적 자원을 투입할 만한 가치는 있는지 등등에 대해 사람들은 질문을 던진다. 대체로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르는 건 세금이다. 예산이 얼마인지, 소요 비용은 적절한지를 따지는 목소리가 가장 크고 빠르다. 그런데 정작 더 근본적인 이야기는 쉽게 꺼내지 않는다.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원래 시장이 바뀌면 다 그런 거 아니냐’는 말을 가장 먼저 듣곤 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 변화를 너무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 왔을지도 모른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공간의 운명을 정치 리더가 결정한다는 사실을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말 당연한 일일까? 공간에 대한 권한이 오롯이 시장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일이 어쩔 도리 없이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일일까?
사람들은 도시공간에 “자신의 시간을 축적하며 장소적 애착과 의미”를 형성한다. 주어진 물리적 공간을 그저 이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어긋나게 쓰고 파괴함으로써” 그 공간에 자신만의 의미를 덧씌우고 관계를 맺어 나간다. 그러나 반복되는 철거와 건설은 그간 사람과 공간 사이에 쌓여온 관계를 완전히 흩뜨려 버린다. 결국 이는 도시공간이 누구를 향해 있느냐의 문제이다. 계획부터 설계, 건설, 운영과 관리까지 행정 주도로 이루어지는 구조 속에서 시민이 공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의미를 만들어갈 여지는 좁아진다.
“우리나라처럼 지자체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도시개발을 주도하는 환경에서는 도시의 리더인 시장이 도시공간의 의미를 좌우하는 기획 권한을 갖는다. [……] 공간은 일정한 방향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유도되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든다.”(31~32쪽)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건축과 도시 디자인을 공부한 저자는, 서울과 뉴욕 현지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2015년부터 서울시의 임기제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도시건축 분야에서 풍부한 이론적, 실무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지자체장의 리더십이 도시공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은 박사학위논문과 이 책으로 이어진다. 시장의 기획 권력이 공간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들섬과 세운상가의 변천을 정리하고, 방대한 양의 오세훈, 박원순 시장의 발언을 분석했다. 그리고 공무원, 설계 참여자, 운영 실무자 등 수십 명의 관련자를 만나 진행한 인터뷰도 상당수 포함하여 다채로운 목소리를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