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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뉴스

10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5-10-01
조회수
213
 

빛과 사랑의 언어


한기욱 엮음 / 전기화, 김유태, 백지연, 송종원, 유영주, 한영인, 양경언, 정홍수, 황정아, 백낙청 저 / 22,000원 / 창비


“노벨 문학상이 한강을 빛냈지만,
역으로 한강 문학이 노벨 문학상의 격을 높인 면도 있다.”
_한기욱 문학평론가

노벨 문학상 수상 1주년 기념
빛과 사랑을 향해 온 한강의 문학세계를 단 한권으로 망라하는
한강 평론의 결정판!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1주년을 맞아 한강의 문학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평론집 『빛과 사랑의 언어: 한강의 문학을 읽는다』(한기욱 엮음)가 출간되었다. 한강의 초기 단편소설부터 최근의 장편소설까지, 다양한 작품의 지평을 망라하는 여덟편의 평론과 백낙청·황정아 두 평론가의 대담, 노벨 문학상 수상 직후 공개되어 화제가 된 김유태 기자와의 인터뷰를 한권으로 만날 수 있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이 세계적인 지평에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입증하며 수많은 독자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사했다. 수상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그간 우리는 한강의 작품들을 어떻게 읽어왔으며, 그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어떤 질문이 필요한지 돌이켜볼 시점이다.
작가 한강은 1993년 시로, 1994년 소설로 등단하며 30여년에 걸쳐 밀도 높은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삶과 문학의 본질을 탐구하며 이어진 여정 속에서 그의 작품은 매번 도식과 상투를 거부하는 혁신을 선보였다. 각각의 작품과 발표 시기별로 조금씩 달라지는 지점이 있는가 하면, ‘빛’과 ‘사랑’이라는 화두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한강 문학의 중핵으로 자리했다. 한강의 여러 작품을 섬세하게 조명하는 『빛과 사랑의 언어』는 문학적 논의와 비평적 대화를 이어가는 한강 평론의 결정판으로, 한국문학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린 작가 한강의 문학을 한층 충실히 감상하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부동산 투자 전략과 세금 전략


이재국, 박정국 저 / 22,000원 / 예문아카이브


부동산 투자 × 세금 전략
두 가지를 모두 알아야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다!

올해 6월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서는 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의 주택 매입 계획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73.1퍼센트가 “1년 이내 주택을 매입할 계획이 있다”라고 답했다. 매입 사유로는 “전월세에서 자가로의 전환”, “거주 지역 이동”, “면적 확대나 축소”, “투자 목적” 등이 있었다. 부동산 가격을 조정하기 위한 여러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고, 전세 사기 등의 문제로 인해 전세나 월세보다는 매입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 한국인에게 ‘내 집 마련’은 평생의 목표가 아니라, 안정적인 생활의 주춧돌이자 노후를 위한 든든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는 처음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안다고 생각해도 그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아파트와 빌라 등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투자 목적의 상업용 부동산, 재건축·재개발까지 다루며, 변화무쌍한 부동산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전하고자 했다. 무분별한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믿을 만한 부동산 투자 전략과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한 세금 전략으로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의 길로 나아가자.

 






깡통 거지가 국회의원

원광호 저 / 22,000원 / 하움출판사


나는 찌들게 가난한 농촌에서 가장 살기 어려운 보릿고개를 겪던 시대에 태어났다. 얼마 안 가서 6.25 전쟁으로 보따리를 짊어진 지게 위에 올라타고 피난을 겪는가 하면 헐벗고 배고픔을 처절하게 맛보면서 병에 시달려 삶을 포기해야만 했었다.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을 쳐 목숨은 건졌으나 두 번씩이나 어른들의 거짓말로 상처를 입고 절간으로 들어가 동자승이 된다. 인내심 부족인지 세상 이치를 깨우치지 못한 채 다시 책가방을 들었으나 예기치 못한 고학 길에서 헤매며 토마토를 훔쳐 먹고 성당에서 나눠 주는 옥수수죽에, 아이스께끼 장사, 막노동으로 벌어서 밀가루를 사, 수제비도 아까워 풀을 쒀 먹으며 목숨을 연명해야 했다.
장마철 돈벌이를 못 해 하는 수 없이 깡통을 들고 밥을 구걸하는 깡통 거지에 낮에는 돈을 벌고 밤에는 야간 학생으로 발버둥을 치며 갖은 고생을 다 하면서도 오직 성공해야겠다는 각오만 다져 간다.
남대문시장 말단 수금원(원주임)의 터무니없는 국회의원 꿈은 계속된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정주영 회장의 기본 철학과 딱 맞아떨어져 210원 토큰(버스 승차표) 하나 달랑 들고 버스에 몸을 싣고 공천장을 받으러 간 첫날, 내 인생 처음으로 만져 보는 거금(삼천만 원)을 정주영 회장으로부터 받아 들고 선거에 뛰어들어 당당히 원주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이 영광은 정주영 회장님에게 돌리고 과거를 되돌아보았다.
초등학교 시절 월사금이 밀렸다고 대나무 잣대로 열두 대 볼을 때린 박성깔 선생님도 생각나고 고등학교 시절 월납금이 밀렸다고 “너는 오늘부터 우리 대성고등학교 학생이 아니야.” 하며 가슴에 단 명찰을 무참히도 잡아떼었던 조조다 선생님도 떠오른다. 당시는 이를 악물게 하고 복수심에 가득 차,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다짐이 오늘을 있게 해 주었으니 용서와 감사함으로 범벅이 되었다.
깡통 거지가 국회의원도 해 봤고 대한민국, 수많은 관중 앞에서 연설하는 꿈을 이뤄 십만여 명 인파 속에서 명연설로 박수도 받아 보았고 이제는 백여 개 나라를 대상으로 순방하며 강연하는 국제 강사가 되었으니 과거를 뒤적이며 울고 웃다가, 내 인생, 삶의 노정이 나약한 꿈 잃은 젊은이들에게 거울이 된다면 모든 것, 창피함도 숨김도 없이 세상에 드러내어 보이고 추억 속으로 묻으려 했다.
더욱이 국회의원 임기 때는 물론 대한민국헌정회 대변인과 감사 일을 보면서 내 평생 숨겨 온 깡통 거지 과거사가 드러남이 두려워 주저하다가 이제야 용기를 내 『깡통 거지가 국회의원』이란 이름으로 한 권의 책에 담아 밝히는바 더욱 따듯한 이해와 사랑으로 읽어 주기 바란다. 또한 사연마다 끊일 줄 모르는 눈물과 기쁨과 영광이 뒤엉켜 보는 이로 하여금 청양고추같이 맵기도 하고 깊은 산골짜기에서 흐르는 폭포수처럼 시원하기도 해 특히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다짐으로 일깨우는 활명수가 되기를 빈다.














알고리즘 포비아

앤서니 엘리엇 저 / 이정민 역 / 20,000원 / 한국경제신문


알고리즘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줄 혁신 과학일까, 아니면 자율성을 침해하는 통제의 기술일까.
일터와 가정, 관계와 감정 속까지 깊숙이 파고드는 알고리즘의 이면을 파헤친다.
AI에 모든 의사결정을 위탁하는 시대, 인간의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AI 알고리즘은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혁신 과학, 모든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 있는 유토피아와 같은 존재로 비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알고리즘이 개인을 향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개인의 주체성마저 침해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가 숨겨져 있다.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 사회학과 석좌교수 앤서니 엘리엇은 《알고리즘 포비아》에서 이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우버의 자동화 관리 시스템, 아마존의 노동 통제,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 등 현실의 기술 사례는 물론,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투영된 경쟁과 통제의 은유, 그리고 메타버스와 챗GPT로 대표되는 최신 인공지능 기술까지-엘리엇은 실제 현상과 문화적 상징을 함께 분석하며 알고리즘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재편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AI 기술이 약속하는 ‘편리함’과 ‘효율성’의 그늘에 인간이 점점 더 통제와 감시의 구조 속에 편입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알고리즘은 더 나은 선택을 돕는 듯하지만, 실상은 우리의 행동을 예측하고 조정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약화한다. 효율의 대가로 인간은 주체성을 내어주고, 감정과 욕망, 실수마저 제거된 삶 속에서 점점 ‘데이터화된 존재’로 변모한다. 이 책은 기술 찬양의 이면에서 우리가 잃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식당 칸은 없다

장철문 저 / 12,000원 / 창비


“통로에서 내딛는 걸음은 사라지고
다시 태어난다”

세속의 풍경을 수행처럼 건너며 길어 올린 구도적 서정
소멸과 생성이 맞닿는 자리, 순환하는 삶과 언어


슬프고 기쁜 세상사의 단면을 응시하며 이면에 놓인 삶의 질서와 인연의 흐름을 탐구해온 장철문 시인의 신작 시집 『식당 칸은 없다』가 창비시선 524번으로 출간되었다. “근래 한국시가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심사평)는 상찬을 받은 백석문학상 수상작 『비유의 바깥』(문학동네 2016) 이후 9년 만에 펴내는 다섯번째 시집이다. 이번 책에서 시인은 오래 벼린 단단한 시선으로 생성과 소멸이 교차하는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상실과 부재의 자리를 사유의 공간으로 바꾸어놓는다. 또한 평범한 삶의 장면과 마주하여 “만남과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구축하는 고통과 열락의 동시적 향연”(최현식, 해설)을 펼치는 시편들을 매개로 독자들에게 끊이지 않는 생의 허기와 결핍을 달래는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모든 날씨들아 쉬었다 가렴

지연 저 / 13,000원 / 창비


“그리하여 나는 비 오는 날에도
꽃에 물을 주고 싶고 풀을 뽑고 싶고”

굳은 땅에 불어넣는 생명의 숨결처럼
모든 날씨를 건너 비로소 피어나는 사랑의 시

2013년 『시산맥』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환상과 은유의 독자적인 시세계를 구축해온 지연 시인의 세번째 시집 『모든 날씨들아 쉬었다 가렴』이 창비시선 525번으로 출간되었다. 『내일은 어떻게 생겼을까』(실천문학사 2022)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는 2025년 구지가문학상 수상작 「마른 숨만 걷어 가세요」를 비롯해 특유의 단정하고 담백하면서도 울림이 깊은 서정시들이 수록되었다.
시인은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의인화하여 목소리와 생명력을 부여”함으로써 “말할 수 없던 존재들이 말하게 되는 시적 공간을 창조”(박형준, 추천사)해내며 생명과 존재,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동시에 사라진 존재들이 남긴 흔적을 성실히 기록하며 그들을 향한 그리움을 전라도 방언의 구성진 가락과 소박한 말맛이 곳곳에 배어 있는 질박한 언어로 담아내었다.













양의 실수

강지영 저 / 16,800원 / STORY.B


“살해된 순간, 비로소 진짜 삶이 시작됐다”
죽고 죽이는 두 여자의 그로테스크 로드무비
한국 장르문학의 자존심 『살인자의 쇼핑몰』 강지영 신작!

한국 장르문학계의 손꼽히는 스토리텔러로 국내를 넘어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강지영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 STORY.B에서 출간됐다.

웹디자이너 6년 차, 연봉 2천 8백만 원인 유양은 희망 없는 직장에 사직서를 던지고 나온 날, 돌연 킬러의 표적이 된다. 바닷가에서 마주친 낯선 여인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목을 겨눈다. 경동맥이 찔리고 피가 쏟아지는 순간, 유양은 분명히 죽었어야 했다. 그러나 다시 눈을 뜨고 살아 있는 자신의 몸을 발견한다. 호흡도 맥박도 사라졌지만, 여전히 걸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다.

『양의 실수』는 이 충격적인 첫 장면에서 시작해, 독자를 단숨에 낯선 세계로 끌어들인다. 유양은 자신을 죽인 킬러와 대치하면서, “왜 나를 죽였는지” 캐묻는다. 유양을 죽인 여인, 단화는 유양을 죽이고 그 신분을 얻으려 했다고 답한다. 누군가의 살인 의뢰로 자신이 표적이 됐고, 단화가 오랫동안 자신을 학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양은 단화에게 놀라운 제안을 한다. 누가 자신을 죽이라고 했는지 알아내면 확실하게 자신의 신분을 인수인계해주겠다고.

별 볼 일 없는 유양의 인생에 그나마 위협이 되었던 인물들을 찾아다니는 여정은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끔찍한 비명으로 얼룩져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양의 비밀도, 단화의 비밀도 한 꺼풀씩 드러난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은 정녕 존엄을 지키기 어려운 것일까.

결국 『양의 실수』는 장르 스릴러의 문법을 따라가면서도, 인간 존재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집요하게 던지는 작품이다. 독자는 진실을 알아내는 재미를 넘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답게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무지개 1, 2 [전 2권]

D. H. 로런스 저 / 강미숙 역 / 1권: 18,000원, 2권: 18,000원 / 창비


영국 모더니즘을 혁신한 걸작, 로런스 문학의 정점
인간의 운명을 다시 묻는 눈부신 투쟁과 새로운 세상의 약속
브랭귄 집안 3대의 남녀관계 변화로 포착한 근대문명의 본질

20세기 영국문학의 대표 작가 D. H. 로런스 문학의 정수 『무지개』(전2권)가 창비세계문학으로 출간되었다. 산업화 시기 영국 농촌의 브랭귄 집안 3대의 성과 사랑, 삶을 그려낸 이 장편소설은 영국 전통사회를 생생하게 기록하는 동시에 근대적 인간의 탄생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주어진 삶의 한계를 넘어 더 나은 존재가 되려는 열망을 품고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개인들의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인간에 대한 탐구는 세상과 더불어 변모하는 남녀관계로 표현되는데, 그 결실은 근대적 자아의 출현이다. 등장인물들이 근대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성장하려 노력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도 무너지지 않고 더 높은 지향에 가닿으려 분투하는 서사는 그대로 오늘 우리가 사는 세계의 원형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장인물이 죽음 같은 고난을 통과한 끝에 마침내 마주하는 무지개가 현실과 손쉽게 타협하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애쓰는 오늘의 독자들에게 여전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무지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시적인 리듬감, 인간의 심리와 모순됨을 꿰뚫는 묘사,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대담한 상상력, 삶의 실감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문장, 풍부한 상징과 비유 등 로런스 문학의 특징이 남김없이 드러나는 걸작이다. 또한 서구 근대문명의 초창기에 이미 근대문명의 한계를 직시하고 대안을 모색한 로런스의 사유는 동시대의 작가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선구적인 통찰이었다. 이 때문에 파격적인 묘사와 근대사회에 대한 비판적 논조를 담은 『무지개』는 1915년 출간 당시부터 고초를 겪었다. 국가주의와 전쟁을 비판한 대목들이 제국주의 영국 당국의 심기를 거슬렀고, 출간 직후 작품이 ‘음란물출판물법령’ 위반 판결을 받아 전량 압수 및 판매금지 조치를 당한 것이다. 그러나 1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당대의 금서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근대 세계의 본질을 포착해내고 당대 영국뿐 아니라 전지구적 인류의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제시한 『무지개』는 오늘날 꼭 읽어야 할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정추 평전

정철훈 저 / 55,000원 / 작가


시인이자 소설가, 탐사작가 정철훈의 필생의 역작!
카자흐스탄 망명음악가 ‘정추’의 삶과 예술 세계를 분단과 이산의 가족사를 넘어 민족사 전체의 차원으로 복원해내다.

남과 북, 그리고 카자흐스탄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선대 예술가, 3형제의 파란만장한 삶과 예술 세계를 조명한 정철훈 작가의 필생의 역작이 출간되었다. 『카자흐스탄 망명음악가 정추 평전』(작가 간)은 광주광역시 출신의 음악인 정추(1923~2013)의 90년 인생역정을 추적, 탐사한 평전으로 저자는 3년간 노고 끝에 원고지 3500매 분량의 평전을 완성했다. 2024년 ‘박인환상’ 수상자인 정철훈 시인은 그동안 다수의 시집과 소설집을 출간했으며, 탐사작가로서 『백석을 찾아서』, 『김알렉산드라 평전』, 『오빠 이상 누이 옥희』, 『내가 만난 손창섭』등을 펴낸 바 있다.

『카자흐스탄 망명음악가 정추 평전』은 2022년 6월과 7월에 각각 출간된『북한 영화의 대부 정준채 평전』(선인 간)과『정근 전집』(전3권, 작가 간)에 이어 분단과 이산의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민족사 차원으로 복원한 저작이기도 하다. 정준채는 저자의 부친 정근의 큰형이며, 정추는 둘째 형이다.

정근(1930∼2015)은 국민동요 〈텔레비전〉, 〈둥글게 둥글게〉, 〈구름〉, 〈우체부 아저씨〉 등을 작사 작곡했으며, KBS방송국 어린이합창단 지휘자, KBS 〈모이자 노래하자〉, 〈TV유치원 하나둘셋〉 프로그램의 방송작가로 활동한 우리 동요의 선구자였다.

정준채(1917∼1980 추정)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도쿄에 유학, 일영영화사 조감독으로 일하다가 해방 후인 1945년 11월 서울에서 결성된 〈조선프롤레타리아영화동맹〉의 서기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조선영화동맹〉 중앙집행위원으로 활동한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 〈민족전선〉을 제작하기 위해 월북했다. 그 후 평양의 ‘국립 영화촬영소’ 제작부장 겸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북한 영화의 선구자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북한 최초의 기록영화 〈우리의 건설〉, 〈민주선거〉, 〈국제여성절〉 등을 연출했고, 1950년 체코슬로바키아 ‘카를로비바라 국제영화축전’에 출품한 〈친선의 노래〉로 ‘최고기록영화상’을 수상했다. 또 1956년 무용가 최승희 주연의 북한 최초의 컬러 극영화 〈사도성의 이야기〉의 연출가로도 활동했다.

정추의 가계는 한국 최초의 근대적 희곡작가인 고모부 김우진과 광주 양림동 외조부인 양파 정낙교, 그리고 그의 세 아들인 병호, 상호, 석호로 확장된다. 이 가운데 정석호는 1920년대 독일 베를린 음악원에서 공부한 성악가로 소년 정추에게 음악적 영향을 준 인물이다.
정추는 광주고보 재학시절, 일본어 상용을 거부해 15번이나 정학 처분을 받았고, 교련교육 반대와 일본인 교련 교관을 무시한 언행으로 퇴학 처분을 당했다. 이에 정추는 손기정을 배출한 양정고보로 편입해 졸업한 후 일본대학 예술학부 작곡과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1945년 1월, 오사카로 징병되어 노동부대원으로 복무하다가 일제패망 후인 1945년 8월 31일, 현해탄을 건너 귀향할 수 있었다. 광주로 돌아온 정추는 광주고교 국어 선생으로 부임해 1946년 ‘국자신론(國子新論)’이라는 한글 가로쓰기 운동을 펼친 송필수 선생 등과 ‘국자개정동맹’을 결성해 간사로도 활동했다.
1946년 정추는 작곡가 나운영과 함께 경성에서 〈민족음악협회〉를 결성했으며, 월북 이후 평양국립영화촬영소 음악과장, 평양음대 교수로 활동하면서 월북음악인 김순남, 정율성 작곡가 등과 교류했다. 1952년 1월, 모스크바유학 7기생으로 선발되어 ‘차이코프스키 명칭 모스크바음악원’에 입학한 정추는 소련의 저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아나톨리 알렉산드로프’ 박사를 지도교수로 6년간 작곡을 공부했다.

정추는 1956년 작곡한 첫 오케스트라 교향곡 〈조선적 주제에 의한 교향조곡〉(1956)을 통해 소련음악계에 그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1956년 2월, 스탈린 사후 3년 만에 열린 소련공산당 제20차 전당대회에서 흐루쇼프 제1서기가 스탈린의 독재와 개인숭배 청산을 위한 비판 발언을 함으로써 큰 파장이 일어났다. 이른바 흐루쇼프에 의해 찾아온 ‘모스크바의 봄’을 계기로 정추는 1957년 10월, ‘모스크바광산대학’에서 열린 재소 북한유학생동향회에서 ‘김일성 우상화 반대’ 발언을 주도하고 소련으로 망명했다.

이 와중에서도 그는 1958년 8월 모스크바음악원의 졸업작품 발표회에서 하차투랸 등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만점을 받고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그해 9월 정추는 모스크바를 떠나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정치적 망명을 했다. 알마티에 정착한 1961년 4월, 그는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유리 가가린 쾌거 축하 공연〉에서 자작곡 〈뗏목의 노래〉를 피아노로 연주했고, 이 장면은 소연방 전역에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었다. 또 1959년부터 1968년까지 10년간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노동가요와 민요 1천여 곡을 직접 녹음기에 담아 채록했다. 이러한 업적으로 정추는 카자흐스탄공화국에서 ‘공훈예술인’ 칭호를,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과 KBS의 ‘해외동포상(예술부문)’을 받았다. 저자는 남한, 북한,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4개국에서 수집한 방대한 자료와 사진을 통해 정추의 삶과 예술 세계를 심도 있게 복원해냈다. 가히 필생의 역작이라고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