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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신간 도서 소개(아동,청소년)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5-01-22
조회수
34
 

카를슈타인 백작


필립 풀먼 글 / 이지원 역 / 황부용 그림/만화 / 15,000원 / 논장



판타지 문학의 거장,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 카네기상, 휘트브레드상, 스마티즈상 수상 작가
필립 풀먼의 낭만 소설!


긴장감, 박진감, 딱 적당할 만큼의 공포,
운명을 개척하는 영리하고 용감하고 진취적인 발걸음!


유럽 민담에 담긴 여러 주제를 화려하게 버무린,
흥미진진하게 무섭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경쾌한 고딕 스릴러.
초자연적 요소, 다양한 화자가 등장하는 연극성, 박력 있는 전개로
숨 가쁘게 독자를 빠져들게 한다.

카를슈타인 마을에서는 누구도 만성절 전날 밤에는 집을 나서지 않는다.
이날은 바로 사냥꾼의 악령 자미엘이 사냥감을 찾으러 오는 날이니까.
바로 그날, 카를슈타인 백작은 루시와 샬럿, 두 조카를 사냥 별장에 보내려 한다.
살을 에는 끔찍한 추위와 소름 끼치는 공포, 점점 옥죄어 오는 무서운 계략!
아이들의 유일한 희망은 하녀 힐디인데…….

 
◆ 한겨울, 음산한 카를슈타인성과 빽빽한 숲과 떠들썩한 마을 여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반전의 드라마

카를슈타인 마을의 여관 ‘즐거운 사냥꾼’ 집 힐디는 겨울밤, 파이프 연기와 가득 찬 술잔 앞에서 흘러나오는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당찬 소녀이다. 지금 즐거운 사냥꾼은 산림 감시대장이 은퇴할 때에만 열리는,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격 대회 때문에 멀리서 찾아온 장총을 든 사나이들로 가득하다. 이런저런 사기꾼, 협잡꾼까지 몰려들고 마을은 온통 들뜬 분위기다.

힐디는 카를슈타인성에서 하녀로 일하는데, 성에는 부모님이 난파선에서 돌아가신 뒤 유일한 친척인 백작과 함께 사는 루시와 샬럿 아가씨가 있다. 만성절을 며칠 앞둔 날, 백작이 루시와 샬럿을 사냥꾼의 악령 자미엘에게 제물로 바치려 하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힐디는 심장이 떨리는 공포 속에서 어떻게든 아가씨들을 도망시키려고 한다. 우선 산악 안내원의 오두막에 아가씨들을 숨기고 마을로 내려가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엄마는 아가씨들을 도로 데려다 놓으라고 화를 낸다. 밀렵 죄로 체포된 힐디의 오빠가 사격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감옥에서 도망쳐 지금 즐거운 사냥꾼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음식도 없이 산속에 남겨진 아가씨들, 미쳐 날뛰는 백작, 어떤 사악한 힘이 훼방이라도 놓는 것처럼 온갖 방해 속에 아가씨들의 예전 선생님 데븐포트 양과 이야기 나눌 기회조차 얻지 못한 힐디……. 게다가 샬럿마저 다시 잡혀 오고, 힐디는 그대로 성에서 쫓겨나고 만다.
한편 혼자 남은 루시는 즐거운 사냥꾼으로 내려왔다가 떠돌이 배우 카다베레치 박사를 만나고, 마술 환등과 수정 구슬, 마법 상자의 환상 세계 속에서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는데…….
드디어 데븐포트 선생님과 엘리자, 막스, 힐디 그리고 여러 번 엇갈린 루시와 샬럿까지, 모두 다시 만난다. 뜨거운 재회의 기쁨도 잠시, 데븐포트 선생님이 루시와 샬럿에게 기껏 도망쳐 나온 성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게 아닌가! 힐디와 오빠가 사냥 별장에 가서 아가씨들을 구하라고 하면서. 드디어 만성절 전날 밤, 오싹 피를 얼어붙게 하는 사냥 뿔피리 소리가 들려오고…….

필립 풀먼의 천재성을 설명하는 데는 어떤 서문도 필요치 않다. 이 책에서 그의 천재성은
처음부터 드러난다. 이 이야기를 읽는 어른 독자들은 아마 이 책의 포스트모던한 장치들을
알아채겠지만 어린이들은 순수하게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로 즐길 것이다.
절대 놓치지 말 것을 권한다. _인디펜던스 선데이



◆ 서로 다른 목소리, 실감 나는 연극적 전개

《카를슈타인 백작》은 《황금 나침반》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필립 풀먼이 쓴 첫 번째 어린이책으로, 풀먼이 중학교 선생님으로 일할 때 직접 각본을 써서 학생들과 무대에 올린 연극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나이도 성격도 신분도 가지가지인 수많은 등장인물에 초자연적인 존재인 사냥꾼의 악령까지 더해 급박하게 돌아가는 이야기로 풀먼의 천재성을 한껏 드러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막이 열리면 연극의 주인공들처럼, 각 인물들이 자신의 순서에 따라 등장해 말을 한다. 힐디는 야무지고 꼼꼼하게, 루시와 샬럿은 극적인 사건을 갈망하면서도 호기심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데븐포트 선생님은 진취적이고 냉철하게, 막스는 순박하면서도 약간은 덜렁대면서, 이렇게 각자 자신의 성격대로 서로 다른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그 분위기를 살리고자 원문 역시 인물에 따라 각기 다른 서체를 사용하고 있다.)
자기가 목격하고 경험한 사실만 말하는 인물들의 조각난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판단하고 추리하면서 짜맞추는 것은 고스란히 독자들의 몫이다. 주인공들과 함께 애태우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한 명 한 명의 숨 가쁜 달음박질이, 19세기 알프스산맥의 바위투성이 절벽과 깎아지른 낭떠러지와 빙판의 얼음 덩어리들 사이로 눈에 선하다.
더불어 꼬리를 무는 사건, 얽히고설킨 관계, 미스터리, 이 모든 이야기가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린 구조, 수많은 복선이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초자연적인 힘, 유령, 출생의 비밀 같은 요소들이 으스스한 카를슈타인성과 신비로운 숲과 맞물리면서 아주 강력한 힘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풀먼은 선과 악이 불분명한 다양한 대안적 세계를 소개하며
판타지 장르에 새로움을 가져오고, 스토리텔링과 가장 고고한 정신적 통찰력을
결합한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_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 심사평



◆ 초자연적인 존재, 권선징악, 악마와의 계약, 유럽 민담의 화려한 버무림

모든 사건은 만성절 전날 밤, 그러니까 할로윈 데이에 나타나는 사냥꾼의 악령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11월 1일 만성절은 크리스트교 교회에서 모든 성인을 기념하는 날로, 그 전날 밤은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되살아난다고 믿는 날인 할로윈 데이이다. 요즈음 할로윈 데이는 어린이들이 악의 없는 장난을 치는 축제일의 성격을 띠지만, 원래는 고대 켈트인에게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며 유령이나 마녀 같은 모든 종류의 귀신이 배회하는 불길한 날로 사람들은 바깥출입을 삼갔던 유럽의 오래된 전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날은 결혼, 행운, 죽음 같은 것은 것을 알아보기 위해 점을 치거나 악마에게 도움을 청하는 날이기도 하다.
여기에 풀먼은 자기가 원하는 여러 요소들을 함께 버무려 넣었다. 사냥꾼의 악령은, 피에 굶주린 사냥개들을 앞세우고 자신의 영토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사냥하여 취한다는 유럽의 민담을 바탕으로 했다. 사격 대회와 은 총알 이야기도 유럽 여러 곳에 전해 오며,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에도 나온다. 악마와 계약을 맺은 자들이 대신 바칠 영혼을 찾는 주제는 독일 낭만주의 소설인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등장한다.
유럽 민담에 담긴 여러 내용, 초자연적인 존재, 권선징악, 악마와의 계약과 영혼의 구원 같은 주제, 그렇지만 이 화려한 구성의 이야기를 즐기기 위해 모든 요소들의 문화적 배경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엎치락뒤치락 주인공들의 모험을 쫒아가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쫄깃쫄깃, 너무나 재미있으니까.


◆ 운명을 개척하는, 영리하고 용감하고 주체적인 주인공들

이 작품의 가장 뛰어난 점은 성적 역할에 대한 편견 없는 주체적이고 당찬 여주인공들의 등장이다. 19세기 초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당시의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이고 야무진 여주인공들이 등장해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간다. 세계 방방곡곡을 홀로 여행하고, 논리적 사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븐포트 선생님, 겨우 열네 살 소녀이지만 모든 사건의 중심에서 루시와 샬럿을 구해 내는 영리하고도 용감한 힐디, 아직 어리지만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그러면서도 어린이다운 긍정의 희망을 잃지 않는 루시와 샬럿, 주인공들은 모두 눈앞에 닥친 위기를 어떻게든 극복하려 도전하고 또 도전해 끝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 간다. 귀족 아가씨가 아닌 하녀 힐디가 이 모든 과정을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계급에 대한 고정 관념 역시 타파하는, 아주 현대적이고 세련된 작품이다.
긴긴 겨울밤, 깊은 침묵과 신비를 간직한 숲, 그 속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도전, 운명의 개척에 책 읽는 즐거움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