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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뉴스

1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4-12-26
조회수
113
 

늠름한 허름


양광모 저 / 12,000원 / 푸른길


막차나 놓치며 살아야겠다

『늠름한 허름』은 양광모 시인의 열아홉 번째 신작 시집이다. 그는 시인의 길로 입문한 후 속초, 양양, 목포, 순천, 사천을 거쳐 현재 포항에 머물고 있다. 고인 물이 아닌 흐르는 물의 삶을 살며 그 여정에서 깨달은 정서와 사유를 이번 시집에 담아냈다. ⌜막차나 놓치며 살아야겠다⌟를 통해 시인은 자신의 인생관을 드러낸다. 경적, 기적, 뱃고동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지는 세상이니 막차를 놓쳐도, 돌아갈 곳에 돌아가지 못해도,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해도, 살짝 섭섭한 웃음이나 지으며 초연히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또한 시인은 “내가 이 시를 쓰고 당신이 이 시집을 읽는 건 정말 우연에 불과한 일일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혹시 세상에는 필연과 우연만이 아닌 그 중간쯤의 사건들도 존재하는 건 아닐까”(⌜필우연⌟)라며 '필우연'이라는 시어를 통해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현상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그를 통해 자유 의지와 생의 의미 사이의 조화를 꾀한다.


경적과 기적과 뱃고동 소리,
끝없이 세상에 울려퍼지는데

막차나 놓치며 살아야겠다
돌아가야 할 곳에 돌아가지 못하고
만나야 할 사람 만나지 못하며
그것참, 그것참, 섭섭히 웃으며 살아야겠다 ⌜막차나 놓치며 살아야겠다⌟ 中

청빈淸貧: 성품이 깨끗하고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어 가난함.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시인은 삶의 무게에 대한 고뇌 끝에 “옷과 신발, 모자 등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에 이른다. “껍데기가 바뀌면 알맹이도 바뀌겠지”(⌜소나무여, 미안하네⌟)라는 믿음으로 허위와 욕망에서 벗어난 ‘청빈’과 ‘허름’을 생의 화두로 삼는다. 그렇지만 나약하고 수동적인 허름이 아니라 강인하고 능동적인 '늠름한 허름'이 그가 도달하고자 애쓰는 이상향이다. 아울러 시인은 ⌜지류支流⌟에서 개울, 강, 바다, 구름, 그리고 다시 개울에 이르는 순환론적 세계관을 제시하며 지류가 곧 주류主流임을 역설한다. 동일한 관점에서 해석하자면 '늠름한 허름'은 결국 '늠름한 풍요'로 치환될 수 있을 것이다. 양광모 시인의 독자라면 익숙해 있을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넘어 초월과 무욕의 세계에 대한 담담한 제언이 이번 시집을 관통하고 있다.


허름한 삶을 살아야지
풍요나 풍족은 멀리 두고
허름한 옷, 허름한 식사, 허름한 인정을 즐겨야지

ㆍㆍㆍ

마음의 허름은 벗어버리고
허름의 부유함을 즐겨야지
늠름한 허름을 살아야지 ⌜늠름한 허름⌟中













사유와 감성의 뜨락


문화란 저 / 17,000원 / 우인북스


 
삶과 예술이 만나는 에세이
가족에 대한 추억의 소환, 낯선 길에서의 감미로운 정서,
문화와 예술 전반에 대한 관조와 사유가 담겨있다.


문화란 수필가의 두번 째 수필집이다.
루카치의 언명과 같이 “좀처럼 붙잡기 힘든 인간 영혼의 은밀한 곳에 자리 잡은 미세한 풍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는 사물과 대상을 자기 나름의 프리즘에 의해 굴절시키고, 용해하여 자기화하고 있다. 이는 인생의 연륜에서 오는 혜안일 것이며, 철학적 바탕 위에서 구축된 자기만의 성채城砦일 것이다. 그 성의 탑은 아주 견고하여 함부로 무너뜨릴 수 없으며, 제멋대로 출입할 수도 없다. 그만의 미적 언어로 해석하고, 의미화하여, 문학적 형상화의 길을 가는 그의 수필적 행로는 탄탄하다.

문화란의 수필들은 작품의 행간에 담겨 있는 의미나 언어의 기의와 기표가 갖는 해석상의 깊이, 삶에 천착한 해석이 무진무궁하다. 그렇기에 그의 수필을 독해하는 독자들은 삶을 철학으로 무장하지 않고서는 작가의 수필세계로의 진입이 쉽지만은 않다. 이만한 깊이의 수필을 만난다는 것은 수필 읽기의 행운일지도 모른다.”
- 한상렬, 작품평설 중에서















가르치기의 결

카렌 프라이어 저 / 조은별, 김소희 역 / 18,000원 / 페티앙북스 


 
배우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기분 좋게 행동을 변화시키는 법
이 책은 동물부터 사람, 심지어 자기 자신에 이르기까지 “기분 좋게 행동을 가르치는 방법”을 알려준다. 부엌 조리대 위를 어슬렁대는 고양이를 내려보내는 법, 부모님의 성가신 잔소리를 멈추게 할 수 있는 법, 반려동물, 자녀, 학생, 친구, 직장 상사의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법, 테니스나 골프 자세를 더 세련되게 가다듬거나 수학 실력을 높이고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방법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즐거운 교육법의 비밀을 담고 있다.

이 모든 해답이 바로 ‘포지티브 강화’의 원리에 있다. 특히, 이 원리를 활용하면 영어 단어 암송, 스포츠 자세 교정, 기억력 향상 등 학습과 기술 향상을 빠르고 재미있게 이루는 것이 가능하다. 강화 법칙은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이며, 단 10분이면 기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카렌 프라이어는 강화 이론을 일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한 실용서를 내놓았다. 『가르치기의 결』은 1984년 첫 출간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온 행동 심리학 고전으로, 강압이나 처벌 없이 행동을 변화시키는 과학적이고도 인간적인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포지티브 강화는 행동을 원하는 결과로 연결시키는 보상을 통해 갈등 없이 변화와 성장을 이끄는 방법이다. 반려동물 교육에서 부모-자녀 관계 개선, 팀원 지도까지, 다양한 사례와 실천법을 통해 독자는 행동 변화를 위한 실질적인 도구를 얻게 될 것이다.

 
『가르치기의 결』은 교육자, 부모, 상관, 관리자 등 모든 이들에게 행동 변화의 혁신적인 지침서로,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힘을 전해 줄 것이다.


기분 좋은 결과로 행동을 바꾼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결의 교육법 및 코칭법, 인간관계론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온화하고, 기분좋고, 과학적이기까지한 결을 가진 이론은 무엇일까? 『가르치기의 결』은 행동 생물학자 카렌 프라이어가 제시하는 포지티브 강화 이론을 통해 처벌 없이도 즐겁게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동물 교육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적용 가능한 보상 중심의 행동 변화 원칙을 소개한다. 포지티브 강화는 원하는 행동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도록 해서 행동을 자유롭게 바꾸는 방식으로, 소리 지르기, 강압, 처벌하기 같은 거친 결이 아니라 격려, 칭찬, 기쁨을 통해 상대방의 행동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부드러운 결을 가진 교육법이다.

프라이어는 이 책에서 ‘강화의 법칙’, ‘행동 형성의 10가지 법칙’, ‘원치 않는 행동을 다루는 8가지 방법’을 제시하며, 네 살 아이 조용히 시키기, 반려동물 교육, 중독 극복, 변덕스러운 배우자와의 관계 개선 등 다양한 상황에서 포지티브 강화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사례를 제공한다. 독자는 이를 통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를 얻게 된다.

『가르치기의 결』은 행동 변화의 과학을 넘어,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존중하며 자연스럽게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탐구한다. 강압적이고 경직된 방식이 아닌 상호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행동을 변화시키는 부드러운 접근법은, 독자에게 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프라이어는 동물 교육에서 시작된 이 이론이 인간 관계에도 적용 가능함을 강조하며, 인간과 동물 모두 긍정적 결과가 주어질 때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본능에 주목한다. 이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과 달리 행동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식이다. 책은 부모-자녀, 교사-학생, 리더-직원 관계 등 다양한 상황에서 타인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기쁨 속에서 행동을 만들고, 바꾸고, 없애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가르치기의 결』은 상호 이해와 배려로 채워진 성장을 돕는 과정을 안내하며, 서로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나는 이병철이다

박상하 저 / 14,800원 / 일송북


 
시작부터 남달랐던 삼성을 키워낸 또 다른 재()의 세계 

100쇄를 넘긴 베스트셀러인 이기는 정주영, 지지 않는 이병철을 비롯해 이병철과의 대화, 삼성경영, 현대경영등으로 이병철, 정주영 회장에 대한 전문 연구가로 알려진 박상하 작가가, ‘한국 인물 500’에 선정된 이병철을 나는 이병철이다를 통해 독자들이 쉽고 선명하게 만날 수 있도록 소개했다.

이 책은, 큰 자본과 기술 없이 ‘100년 경영을 시작한 이병철의 남다른 점은 생각하는 힘이며, 생각하는 힘의 중심은 ‘1등 정신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병철로부터 시작된 삼성을 관통하는 정신의 코어는 다름 아닌 생각의 힘으로 사물을 통찰하라였고, 그 같은 뿌리 깊은 정신은 곧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경소단박형의 글로벌 첨단산업을 일으켰던 원동력이었다.

나는 이병철이다는 이병철의 역사의 근육을 찾아 호암의 시작부터 운명의 순간까지를 면밀하고도 짜임새 있게 소개하고 있다. 학습 능력이 뒤떨어진 부잣집 도련님이 자본과 경험도 없이 역사 앞에 설 수 있었던 계기와 시련들,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으로 다가가는 그의 집중력은 생각하는 힘과 근육으로 자라게 되었다. 결국 이런 장인 정신의 촛점은 인재 제일주의란 단어로 귀결되었고, 기술력이 기업을 이끄는 정신이 되도록 성장시켜 나갔다.

사업이란 자본의 크기로만 승패가 결정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일이며 자신과 주변의 철저한 노력에 의해 승패가 좌우됨을 호암 정신은 보여주고 있다. 인간 제일주의란 말로 요약되는 이병철의 인재에 대한 욕심과 인재 육성은 우리나라 기업사에 새로운 기업문화를 일구어낸 기업 1등 정신으로 이어져 삼성의 신화를 만들어 갔다.

호암은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만 열정을 품었던 분이 아니고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 자신의 옷매무새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엄격함을 자신에게 적용했다는 작가의 눈은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필사책


이가을 저 / 14,000원 / 책폴

 
플라톤, 토크빌, 링컨, 간디, 아인슈타인, 소로, 만델라,
김대중, 마틴 루터 킹, 케네디, 칼 세이건 등 다양한 분야 명사들의
민주주의와 시민 의식, 인권과 존엄에 관한 명언!

함께 쓰고 읽고 말하는 나의 첫 민주주의 노트
2024년 12월 3일. 평소와 다를 게 없었던 이 하루는, 한순간 대한민국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다. 태어나 처음 맞닥뜨린 ‘비상계엄’ 이후의 어지러운 세상을, 청소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혼란스러운 역사적 상황을 시시각각 마주하면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막연한 무서움을 갖고 있진 않을까. 사실 아이들만 느끼는 혼란이 아닐 것이다. 더는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라 여긴 것도 잠시, 실패는 여전히 반복되고 상처도 깊이 쌓여 간다.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필사책』은 절실하고 절박한 심정에서 시작된 책이다.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상황 앞에 일차원적인 무서움 대신 마땅한 다른 감정을 품을 수 있도록 힘을 주는 민주주의와 인권, 시민 의식에 관한 목소리를 한 권에 담아낸다. 두려움과 무력감에 지지 않고,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소중한 세상의 가치를 되새기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책에서는 먼 과거부터 가까운 현재까지, 전 세계 역사에서 민주주의 · 정치 · 인권 · 시민의식 · 주체적 삶의 가치를 다루었던 글귀와 명언을 만날 수 있다. 각각의 글귀에 나오는 기본 어휘를 익히고 자기만의 문장으로 직접 만들어 보도록 이끈다. 또한 책의 맨 마지막에 「대한민국헌법」 전문을 수록하여 생활에 밀접한 유익한 배움을 함께 얻도록 구성하였다.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필사책』을 쓰고, 읽고, 말하며 함께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를 마주하자. 다시 만난 우리의 세계는 분명 더 씩씩하고 멋지게 미래로 향하고 있으므로!

지금 우리,
민주주의를 함께 쓰고 읽고 말하는 시간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괄목할 만한 경제 발전을 이루어 냈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은 군사 독재의 비민주적 정치 체제에 저항하고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꿋꿋이 지켜 왔다. 하지만 2024년 12월, 대한민국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이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하루가 생겨났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되기까지 여섯 시간은 그야말로 ‘서울의 밤’이 되어,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회 현장이 생중계되는 텔레비전 뉴스 중계 화면을 얼어붙은 얼굴로 바라보는데, 저자 옆에 앉아 있던 딸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계엄이 뭐야? 무서워. 전쟁이라도 나는 거야?”

커다란 돌덩어리가 발밑에 떨어진 느낌이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바로 이 무섭다는 감정이야말로 ‘그들’이 바라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무서워할 필요 없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하고 말하는 건 아이에게 큰 힘이 되어 주질 못했다.

“누가 잘못한 거야?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데?” 이미 잔뜩 두려운 눈빛의 아이를 보며 저자는 결심이 섰다. 저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님을, 단어를 저렇게 잘못 쓰면 안 되는 것임을 아이에게 알려 줄 필요가 있겠구나.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필사책』은 이처럼 절실하고 절박한 심정에서 출발한 책이다. 일차원적인 무서움 대신 마땅한 다른 감정을, 뒤에 올 세대가 지니도록 돕고 싶어서. 민주주의를 바르게 말하고 쓰고 싶어서.

너의 민주주의를 지켜 주고 싶어서,
나는 그들의 ‘선량한’ 시민이기를 거부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깡패나 조폭, 학교 일진 같은 비열한 우두머리가 “까라면 까!” 하고 윽박지르며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보는데, 익숙한 그 장면들이 겹쳐져 보였다면 억측일까. 그런 일당들은 자기들의 겁박에 잔뜩 기죽은 사람들을 향해 타이르듯 말한다. “그래, 착하지. 말 잘 들으니 얼마나 좋아.”

2024년 12월 3일 밤의 상황은 눈앞에 일어난 실제 상황이었고, 진짜라고 믿고 싶지 않을 현실이었다. 앞서 말했던 “착하지.”라는 대사는 「포고령」 6항 ‘선량한 국민들’에 등장한 ‘선량함’의 의미와 다르지 않다. 굴복하라는 것이다. 착하고 선량하다는 단어는 그렇게 쓰일 수 없다.

저자는 그들의 ‘선량한’ 시민이 되는 것을 기꺼이 거부한다. 무지와 무경계의 태도로 세상의 비상식을 수락하지 않고, 마땅히 반항하는 건강한 시민이 되고자 재차 다짐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필사책』을 통해 함께 민주주의를 공부하길 청한다. 두려움과 무서움에 지지 않고,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소중한 세상의 가치를 되새기길 바란다.

다시 만난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씩씩하고 멋지게 미래로 향합니다


이 책에는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비추는 데 힘을 주는, 다양한 색채를 띤 민주주의와 인권, 시민 의식에 관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진보라 불리는 이도, 보수라 칭해지는 이도 등장한다. 한국, 유럽, 미국,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세계 각국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각기 다른 이들이다.

민주주의의 말을 선별한 기준은 명료하다. ‘주체성’을 갖고 있을 것. 불의를 ‘부정’할 수 있을 것. 법을 어기고 책임을 저버리거나, 나와 내 집단의 안위만을 살피거나, 비열하고 오만한 사람들에게는 지면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떠한 자격도 주지 않았다.

저자는 어떤 것도 다음 세대에게 더 나쁜 쪽으로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을 책 속에 꾹꾹 눌러 담는다. 항상 “어른들이 문제”이지만 너희는 ‘그런 어른’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간절한 진심을 전한다. 더 나은 미래는 언제나 가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 이곳의 모든 청소년이 세상을 긍정하며 꿈꿀 수 있기를.
혼란의 시기를 지나 다시 만날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 쓰고 읽고 말하며, 책을 활용하세요 ★

① 먼 과거부터 가까운 현재까지, 전 세계 역사에서 민주주의 · 정치 · 인권 · 시민의식 · 주체적 삶의 가치를 다루었던 글귀와 명언을 만납니다.

② 각각의 글귀에 나오는 기본 어휘를 알아 간다. 글귀에 등장하는 기본 어휘를 익히고, 어휘 하나 이상을 활용해 문장을 적어 보세요. 예문을 참고하되, 그보다 더 기발하고 좋은 나만의 문장을 만들어도 좋습니다.

③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처음엔 쓰면서 읽고, 그다음엔 쓰면서 뜻을 되뇌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쓰면서 나의 기록으로 남겨 봅니다. 이렇게 최소한 세 번 쓰기를 추천합니다.

④ 각 장이 끝나면 ‘생각의 힘 키우기’ 페이지를 통해 정치, 민주주의, 시민의식, 인권, 법에 관한 개념과 의미를 이해하게 됩니다. 초등 5~6학년, 중등 1학년으로 이어지는 사회 교과의 기본 내용을 부담 없이 살펴보세요. 이어지는 간단한 질문에 답하며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같이 자유롭게 생각과 의견을 나누어 봐요.

⑤ 책의 맨 마지막에는 「대한민국헌법」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법은 그 자체로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법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함께 헌법 제1조 1항부터 낭독하며 읽어 보면 어떨까요. 일상 속에서 틈틈이 펼쳐 보며 생활에 밀접한 유익한 배움을 얻어 가길 바랍니다.













서울 오아시스

김채원 저 / 16,000원 / 문학과지성사



“나는 매일 계속되는 꿈이야.
그러면 어떤 것도 더는 꿈이 아니게 돼”
좋은 일의 반대말은 나쁜 일뿐일까
무방비하게 쏟아진 상실의 나날이 가져다준 단단한 희망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양손으로 호주머니를 뒤집어 이거 봐, 아무것도 없지, 굴면서도 한편으로 남몰래 쥐고 있는 손바닥 안의 무엇 그러니까 뭐냐 하면 내가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는 것. 그것을 내가 지키고 있고 그것 또한 나를 지키고 있음을 알기. 그것을 믿기. 나는 이것들을 배우고 싶었지만 배우지는 못했고 어쩌다가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소설을 읽고 쓸 수 있다.

-2022 『경향신문』 신춘문예 수상 소감에서

예측할 수 없는 상실로 가득한 세계에서 무한한 희망의 가능성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김채원의 첫번째 소설집 『서울 오아시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할 당시 “역동적인 감각과 독보적인 매력”(이기호ㆍ전성태ㆍ최은미 소설가, 강동호ㆍ서영인 문학평론가)을 가졌다는 평과 함께 문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그의 본격적인 행보를 알리는 이번 책에는 등단작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를 비롯해 ‘이 계절의 소설’(2022년 겨울, 2024년 봄) 선정작인 「빛 가운데 걷기」 「럭키 클로버」 등 그간 발표한 단편소설 일곱 편과 미발표작 한 편을 실었다.
상실 후에 홀로 버텨야 하는 이의 마음은 어떤 모양일까.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이 질문의 답은 “나 혼자 도움 없이 살고 있는 것 아니고 여럿이 함께 살고” “그 한편에서 외따로 도움받지 못한 나의 소설을 계속 쓰겠다”(‘작가의 말’, p. 265)는 작가의 전언을 오롯이 반영하며 펼쳐진다. 상실에 대한 슬픔을 껴안고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화자들의 곁에는 떠나간 이를 기억하는 남은 자들 그리고 다시 돌아올 이를 함께 기다려주는 든든한 동행자들이 있다. 그들의 목적지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어쩌면 목적지를 굳이 정해두지 않고 이곳저곳을 배회하다 “숲은 밝고 나무는 어둠”(「서울 오아시스」, p. 99)이라는 사실을 자각한 채 견디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여덟 편의 소설 속 화자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발 닿는 곳마다 펼쳐 보이는 장면들은 우연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빈틈없는 세계로 완성되고, 허상처럼 보였던 서울 한복판의 오아시스로 우리를 기꺼이 데려다 놓는다.


“어떤 사람은 건강하지 않아도 오래 살 수 있다”
빈자리 주위를 거닐며 서로를 지키는 따뜻한 유대


살아 있다는 게 이렇게 가볍고, 고요하고, 죽은 듯이 맹렬할 수 있구나. 그 맹렬함이 여덟 갈래로 쪼개져 여덟 명의 클로버 병정이 되었다. 자영에게 필요한 자영의 친구들, 병정들에게 필요한 병정들의 자영이, 나에게 필요한 나의 소설이었다.
─‘작가의 말’에서(p. 263)

표제작 「서울 오아시스」에는 아프지 않는 법을 몰라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 홀연히 사라졌다가 죽음을 맞이한 삼촌 곁을 배회하는 화자가 있다. 슬플 법도 한데 울거나 무너질 기색도 없는 ‘나’는 “봄에는 딸기. 여름에는 복숭아. 장미의 행렬은 남색 대문”(p. 87)을 상상하고, “좋은 날이야” “하지만 계속될 수는 없는 좋음이야”(p. 99)라며 담담한 어조를 이어간다. 어쩌면 과거 삼촌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엄마와 비밀 암호를 만들어둔 것, 그것을 곱씹으며 걷고 또 걷는 행위가 무력감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되었을지 모른다. 이 선명한 기억과 작은 몸짓은 잃어버리거나 잃어버릴 모든 것, 나아가 이 소설집에 실린 모든 작품을 튼튼하게 연결해주며 김채원식 ‘좋은 날’들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서울 오아시스』를 펼치면 처음 등장하는 작품「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는 “친구를 떠올리지 않는 방식으로 애도하는 일에 대해”(『경향신문』 인터뷰) 씌어졌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유림의 부고를 들은 세 사람이 발길 닿는 대로 걸어다니며 만들어지는 에피소드에서 직접적으로 유림을 언급하거나 슬픔을 토로하고 어쭙잖게 애도하려는 인물은 없다. 오히려 누군가의 죽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식사와 시시콜콜한 대화를 주고받는데, 그 속에서 “산산조각 난 파편을 그러모아가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이”(김미정 해설, p. 253) 감지되고, 그들은 함께 유림의 빈자리 주변을 맴돈다.
친구들이 잃어버린 유림이 「쓸 수 있는 대답」의 주인공이다. “얼마 전에 자살하기를 그만”(p. 106)둔 그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도 필요한 만큼의 합의금만 제시한 뒤 더 이상의 연락을 거부하는가 하면 약국에서 계산도 하지 않은 약을 그대로 들고 나오기도 한다. 생(生)의 모든 전의를 상실한 유림은 “날씨가 이렇게 뜨겁고, 이렇게나 해가 오래 떠 있는데 어째서 어떤 사람들의 마음은 온통 어둠이기만 한 것인지”(p. 116) 알 수 없는 채로 자신이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들을 담담하게 보여주며, 그의 부재 주위를 배회하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이해하도록 이끈다.
「럭키 클로버」의 여덟 병정은 자영의 자두 농장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그들은 농장을 해치는 무언가가 없는지 순찰하고, 자영의 고민을 들어주거나 곁에서 잠들고, 자영이 일을 시키면 “우리가 하고 싶지 않을 때 하지 않게 냅”(p. 165)두라면서도 자영을 떠나지 않는다. 엄마가 일구고 돌보던 것을 홀로 떠맡고 돌아오지 않는 엄마의 빈자리를 바라만 보는 일을 언제까지 지속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무력해진 자영에게 “번성하는 여러 개의 생명력을”(p. 166) 가진 클로버 병정들은 꼭 필요한 존재이다. 「서울 오아시스」에 등장하는,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극과 동명인 이 소설은 “그에게 주어진 행운이라는 게 무엇인지”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알아볼 수 있을 거라”(pp. 98~99)고 믿는다. 그 믿음으로 자영은 클로버 병정들과 어두운 밤길을 걸어나간다.


“모든 원인들, 사실들.
기쁜 소식이 있어”
소진되어버린 오늘에서 발견한 내일의 오아시스


우리 일상의 생각지 못한 휴식 같은 풍경, 접힌 주름이 펴지면서 감춰졌던 비밀이 언뜻 모습을 드러낸 순간, 혹은 불현듯 나타나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지만 이내 노곤하게 만드는 순간. 지금 이 소설의 화자는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구원은 바깥에 있지 않다. 상실-부재의 장소는 오히려 오아시스일 수 있고, 형벌 같은 삶에도 한 조각의 윤슬은 감추어져 있다.
─김미정, 해설「공백과 무한」에서(p. 250)

상실과 부재라는 진원지에서 에너지가 완전히 방전된 상태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럼에도 남은 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임계점에서 내일의 문을 찾아 열고 나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김채원은 죽고 싶지만 죽을 수 없는 채로 살아가야 하는 모든 이를 응원하듯 그 실험을 용감하게 수행한다.
「빛 가운데 걷기」의 주인공은 이름 대신 노인으로 등장한다. 그는 세상을 떠난 딸을 그리워할 새도 없이 딸이 남기고 간 초등학생 손주를 돌봐야 한다. 과거 교사였던 그는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만 학교에선 아이를 문제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내 아이가 등교하지 않으려는 날이 많아짐에도 노인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p. 63)이라며 아이를 믿는다. 그저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실천하며 이따금씩 주기율표를 외우고, 볕이 좋은 날 “문이 열려 있는 건물을 찾아”(p. 59) 걸어간다.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은 “소설이 마치 하나의 덩어리로 존재했으면 하는 마음으로”(‘작가의 말’, p. 264) 씌어진 소설이다. 마침표를 생략한 채 연결되는 문장들은 마치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식의 흐름을 형상화한 듯하다. 주인공 ‘구아미’는 이 작품에서 오렌지를 먹으며 등장하고 상점에서 오렌지를 고르며 끝맺는다. 그는 “너 같은 놈이 죽어야지 얘가 왜 죽어”(p. 237)라거나 “할머니는 너무 늙었어요 할머니는 금방 죽을 거예요”(p. 213)라고 생각하는 등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 것 같이 화가 잔뜩 난 모양새다. 하지만 “작은 오렌지 씨앗에 싹이 나고 그 싹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이 눈에 보여 그것을 지켜보는 일은 좋다 좋고 또 기쁘다”(p. 215)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혼잣말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죽은 친구 ‘오아름’을 회상하는가 하면, 수영장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염소 냄새가 지독하다고 느낄 땐 “염소는 원자번호 17번, 비소보다 가벼운 17번 원소, 불소보다는 무겁다”(p. 228)며 주기율표를 외운다.
「외출」에는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한여름의 햇빛 냄새가 옮겨 가듯 글자는 가로 방향으로 적어야 마땅히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p. 180)는 문장이 초입에 등장한다. 이처럼 태어났으니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면 버티며 계속 걸어가는 것 또한 삶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나’는 한 번 보고 만진 것은 좀처럼 잊지 않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지만 말을 아주 길게 하는 것은 배우지 못해서 실천하지 못한다. 불면증을 앓으며 과거에 보고 들은 것을 회상하는 나날 속 노인과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던 기억을 통해 「빛 가운데 걷기」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상실과 결핍으로 얼룩진 하루를 견디기 위해 “기쁜 소식이 있어”(p. 190)라는 말과 함께 기쁜 일들을 적어 내려간다. 가끔은 기쁘지 않은 소식을 적지만 결국 그 또한 슬픔을 버티는 쪽으로 환원되며 반짝이는 문장으로 남는다.

기쁜 소식이 있어.
목이 말랐는데 식탁에 물이 있었어.
비가 내릴 거라고 했는데 정말로 비가 내려.
소포가 왔어.
베개에서 아직도 구운 과일 냄새가 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개를 따라다녔어.
큰 장화를 신고 비옷을 입은 꿈을 꿨어.
옆자리 애를 패버렸어. 몸에는 피가 많아.
잘 잤어.
같은 꿈을 오래 꿨어.
아빠를 실망시켰어.
웃었어.
물에 빠져서 심장 소리를 크게 들었어 (p. 191)

“억지로 꾸미지 아니하여 이상함이 없이 순리에 맞고 당연하게” (p. 189)견디는 날들. “즐거운 것을 생각하”려고 하다가 그것이 무엇인지 배우지 않아 모르겠으면 “생각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p. 199)는 나날. 그 우연한 일상이 촘촘히 쌓일 때 어둠은 점점 밀려나고 빛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소설 속 장면뿐 아니라 소설집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몽타주를 이루”(김미정 해설, p. 240)는 김채원의 유니버스는 잃어버린 모든 것을 기억하고 단단하게 연결되어 우리 곁에 무한한 이야기로 이어질 것이다.












진주

존 스타인벡 글 / 호세 오로스코 그림/만화 / 김승욱 역 / 12,000원 / 문예출판사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존 스타인벡이
인간 본성의 비밀, 악의 가장 어두운 심연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우화
“커다란 진주알. 달처럼 완벽했다.”
멕시코 민담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존 스타인벡의 짧지만 가장 빛나는 작품!


《진주》는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현대 미국 문학의 상징 존 스타인벡이 멕시코 민담을 소재로 집필한 작품이다. 아내 후아나와 어린 아들 코요티토를 둔 젊은 가장 키노는 아름답고 거대한 진주를 발견한다. 그는 가족을 위해 진주를 팔아 돈을 마련하려 하지만, 탐욕에 사로잡힌 장사꾼들은 키노를 속여 헐값에 진주를 사들이려 하고, 급기야 진주를 강탈하려는 이들까지 모여드는데…….

스타인벡이 ‘흑과 백이 뚜렷한 우화’라고 설명한 바와 같이 이 소설에서는 인간 욕망의 무상함이라는 주제가 단순하고도 무해한 자연의 삶과 탐욕적이고 구원이 없는 세속의 삶이라는 이분법적 구도 안에서 풍성한 상징과 함께 서정적으로 펼쳐진다.

주인공 키노가 어떻게 자연과 화합하는 세계에서 점차 멀어지고, 끊임없는 의심과 점증하는 폭력으로 가득 찬 세계로 진입하는지, 선과 악, 조화로운 자연과 공포로 가득 찬 자연, 친밀하고 안전한 관계와 위협과 폭력의 관계를 구분 짓는 경계가 어떻게 미묘하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보다 보면 어느덧 이 짧지만 강렬한 소설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문예출판사에서 한국어판 정식 출판 계약을 맺고 전문번역가 김승욱의 섬세하고 유려한 번역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진주》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현대 화가 호세 오로스코의 토속적 감각이 특징적인 삽화가 수록돼 독서의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또한 고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내는 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의혁 교수의 충실한 해설이 독자를 보다 풍성한 감상으로 이끌 것이다.










작은 브랜드는 행동경제학이 답이다

곽준식 저 / 19,500원 / 갈매나무



작은 브랜드는 ‘왜’ 행동경제학이 답인가?
브랜드 차별화, 스토리의 확산, 시장을 주도하는 리더십……
행동경제학에서 그 전략과 무기를 찾는다!
“핵심은 바로 소비자의 행동심리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제안하는 행동경제학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작은 브랜드는 적은 돈과 시간으로도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20여 년 동안 마케팅과 행동경제학이론을 연구해온 전문가인 저자 곽준식은 시작은 미약했으나 커다란 성공을 거둔 작은 브랜드를 연구하며, 그 과정에서 ‘행동경제학’을 활용한 전략적 요소를 다수 발견했다. 의도적으로 행동경제학을 적용한 것이 아니더라도 특히 남들과 다르게, 한발 빨리, 효율적으로 움직인 브랜드들에는 행동경제학적 성공 전략이 숨어 있던 것이다. 아직 미약한 단계이지만 시장을 선도하고 싶은 작은 브랜드가 참고하고 활용하면 분명 큰 힘이 될 터. 기업, 마케터, 일반 독자들에게 꾸준히 선택받아 온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 이후 저자가 《작은 브랜드는 행동경제학이 답이다》의 집필을 결심한 배경이다.

 
저자는 손실 회피, 프레이밍 효과, 휴리스틱 등 ‘행동경제학’을 통해 다소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인간의 선택과 결정을 들여다볼 때, 소비자의 감정과 무의식에서 실마리를 발견하고 가치와 경험을 설계하는 브랜딩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이고자 했다. 생존을 넘어 혁신을 일으킨 책 속 12개 국내 기업 사례는 작은 브랜드만의 방식으로 승부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스타트업부터 중견기업까지, 작은 기업이 큰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과정을 함께하고 인터뷰와 꼼꼼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쓴 책인 만큼 브랜드 성장 과정에 함께하는 듯한 생동과 박진감을 느낄 수 있다. 각 브랜드가 단발성 유행을 넘어 시장에 안착한 방법을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분석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으니, 자신의 브랜드에 적용할 만한 인사이트까지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시장 변화를 따라잡고 싶은 중견기업
대기업과도 경쟁력을 갖추고 싶은 중소기업
어디서부터 브랜딩할지 찾고 있는 스타트업
시장 위축에도 고객을 끌어모으고 싶은 작은 가게


모두가 브랜딩을 외치는 시대,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한 필독서!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변화하는 시장에서 일관되게 ‘브랜드 철학’을 밀고 나간 브랜드들의 전략을 소개한다. 강한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선 충성 고객, 즉 팬을 만드는 일을 빼놓을 수 없을 테니, ‘새로운 가치 제안’과 ‘고객 경험 설계’를 설명하는 2부와 3부가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 4부는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에 관한 이야기다. 눈앞의 상황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모든 작은 브랜드가 꿈꾸는 최종 단계가 아닐까. 이 모든 과정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소비자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작은 디테일, 심리적 이해, 따뜻한 공감이라는 것이다.

모든 기업은 첫 시작 단계에 작은 브랜드였다. 분야와 규모가 달라도, 주 고객층과 마케팅 수단이 달라도 그들의 성공 전략 기반에는 행동경제학이 있었다. 브랜딩에 관한 수많은 조언 속에서 오히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벽에 부딪힌 적 있다면, 이 책이야말로 실질적 답을 찾아줄 것이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브랜드 철학과 스토리다


저자가 발굴한 인사이트는 작은 브랜드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돈과 시간으로 승부하는 브랜드를 뛰어넘을 전략, 즉 마법의 가루 한 스푼이 되어줄 것이다. _주재우 󰠐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테크노디자인대학원 교수

▶ 로우로우는 어떻게 제품에 스토리를 담아냈을까? - 미닝아웃
▶ 퀸잇이 4050 여성을 정확히 타기팅(targeting)한 방법은 무엇일까? - 감정의 꼬리표
▶ 삼진어묵은 비싼 가격에도 어떻게 부산의 대표 음식이 되었을까? - 서브타이핑

화려한 제품과 비싼 마케팅으로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제품 구매와 소비 활동으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미닝아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어떤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고객과 소통할지가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책의 1부에서는 로우로우, 퀸잇 같은 신규 브랜드가 어떻게 고객들과 감정적 연결을 강화하고 자발적인 입소문을 탈 수 있었는지, 삼진어묵 같은 중견 기업이 어떻게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전할 수 있었는지, 그들의 전략을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로우로우와 퀸잇은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거나 막 시작한 작은 브랜드에게 시장에 곧은 뿌리를 내리고 핵심 고객층을 공략하는 법을 안내해준다. ‘본질의 반복’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내세운 로우로우의 사례는 브랜드 철학이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키는지까지 나아가기에 더욱 참고할 만하다. 벼룩시장에서 10만 원이 넘는 가방을 처음으로 구매해준 고객의 이름을 따서 만든 ‘민우가방’, 전통적인 잡지 광고 대신 판매원들의 조끼를 제작해서 기부한 ‘빅이슈’와의 협업은 로우로우의 제품이 단발성 구매로 끝나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들고 담고 보호하는 것’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경영 철학이 비즈니스 성공으로 이어진 탁월한 사례다.

잘 정립된 브랜드 철학은 소비자 행동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신뢰와 감정적 유대를 강화한다. (…) 브랜드 철학이 없는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감정적 연결이 약해진다. 가격이나 기능에만 의존하게 되니 소비자 충성도가 낮아지고 다른 브랜드로 쉽게 대체된다 ._본문 중에서

고객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도 행동경제학은 요긴하다. 퀸잇은 어떻게 2030이 주를 이루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정확히 4050 여성을 타기팅할 수 있었을까? 이는 일반 주민을 모델로 진행한 프로젝트가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이 타인의 행동을 기준 삼아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로 작용함과 동시에 김희선이라는 모델이 주는 신뢰성이 ‘감정의 꼬리표’를 자극해 브랜드에 긍정적인 인식을 더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문구나 이미지가 더해졌을 뿐이지만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감정의 꼬리표는 소비자에게 제품 자체의 질적 우수성을 뛰어넘는 감정적 경험을 제공한다.

브랜드 철학을 수립할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명확한 브랜드 철학과 더불어 변화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요구되는데, ‘어묵 베이커리’라는 독특한 경험으로 저렴한 시장 음식이던 어묵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재포지셔닝한 삼진어묵이 대표적 예다(서브타이핑 전략). 부산어묵이 대량 유통되던 시장에서 제품 가격이 4~5배가 넘는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고, 유사한 콘셉트의 어묵 베이커리가 등장한 후에도 독점보다 열린 경쟁으로 시장을 키우면서 오히려 브랜드 파워를 강화한 삼진어묵의 사례는 고착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객에게 제품을 넘어선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 중견 기업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브랜드 홍수에서 살아남는
새로운 가치 제안


▶ 세바시의 ‘15분’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었을까? - 프레이밍 효과
▶ 마이리얼트립은 어떻게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 타협효과
▶ 직방이 ‘선 직방 후 방문’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던 방법은? - 디폴트옵션

브랜드의 홍수라고 부를 만한 시대, 고객에게 선택받으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고객이 다른 곳보다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가 되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책의 2부와 3부는 바로 이런 브랜드들에 집중한다. 코로나 19 동안 여행업이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전년보다 큰 매출을 일으킨 마이리얼트립처럼 말이다. 여행사들이 가격이나 편의성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던 시장에서 독특하고 개인화된 여행 경험을 제공한 마이리얼트립의 전략은 ‘타협효과’의 반영이었다. 패키지 상품과 자유여행을 결합한 ‘가이드투어’ 상품은 김위찬과 르네 마보안의 이론으로 유명한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인 ‘가치혁신(value innovation)’을 일으켰다. 무엇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대안이 가진 장점을 흡수하여 기존 경쟁에서 벗어난 다른 차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타협효과는 위축된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발견하는 데까지 나아가기에 더욱 시의성 있다.

이와 같은 성과는 마이리얼트립이 단순히 위기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타협효과를 적절히 활용하여 시장을 확장하고 성장의 기회를 포착했음을 의미한다. (…)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언제나 위기는 다가온다. 중요한 건 위기 상황에서 단순히 무언가를 버리기보다는 타협대안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다. _본문 중에서

미국 디자인 컨설팅 기업 아이디오의 ‘디자인씽킹’도 주목해 볼 만하다. 디자인씽킹은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인간 중심적 문제 접근 방식으로, 사용자의 니즈와 욕구를 파악하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는 데 초점을 둔다. 공감, 문제 정의, 아이디어 발상, 프로토타입 제작, 테스트 총 다섯 단계로 진행되며, 프레임을 깨트리는 사고와 피드백을 통한 빠른 보완이 핵심이다.

차별화된 고객경험설계를 마쳤다면, 이를 고객의 기억에 각인시키는 과정이 뒤따라야 할 터, 여기서 ‘이용가능성 휴리스틱’이 개입한다. 미카엘라 웬키(1997)는 실험 결과 얼마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지(회상 용이성)와 내용의 양과 질이 얼마나 긍정적인지(내용에 근거한 판단)를 비교했을 때, 전자가 사람의 판단과 평가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혔다. 정비소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가시화하여 정보 제공과 문제 해결 용이성을 높인 카닥이 자동차 수리 견적 비교 업체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것처럼 말이다.
결과보다 과정을 궁금해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중시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고객경험설계다. 소비자라는 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의 욕구를 충족하는 일이 충성 고객을 만드는 브랜딩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관련하여 세바시(프레이밍 효과), 커피베이(공정성), 직방(디폴트 옵션), 한솥도시락(대표성 휴리스틱) 같은 브랜드들이 다채롭게 소개되니, 소비자와의 상호작용 강화를 고민하고 있다면 책의 2~3부를 펼쳐보자.


따라가지 않고 선두에 서는 브랜드가 되는 법
작은 브랜드는 어떻게 혁신하는가?


모든 위대한 브랜드도 시작은 작고 연약했다. 이 책은 작은 기업이 단단한 브랜드로 도약하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주며, 행동경제학적 통찰로 그 성공 비결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_김기훈 󰠐 밀당PT 부대표, 마케팅 총괄

▶ 수많은 콜라보 중에서 곰표가 MZ세대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거듭난 비결은? - 차이식역
▶ ‘밀폐용기 사야지’라는 말 대신 ‘락앤락 사야지’라고 말하게 된 배경은? - 대표성 휴리스틱

작은 브랜드일수록 혁신이 중요하다. 생존 문제에 매몰되다 보면 작은 브랜드는 종종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따라가는 데 치중하게 된다. 저자는 경쟁자의 움직임, 기술 발전, 고객 수요 변화 등 외부 요인에 대응하는 ‘이벤트페이싱’ 전략도 좋지만, 그보다는 먼저 변화를 주도하여 시장을 개척하는 ‘타임페이싱’ 전략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타임페이싱은 단순히 미래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간격으로 변화를 주도하여 리더십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소비자의 욕구가 급변하는 시대에 걸맞다.

타임페이싱 전략을 잘 구현해낸 브랜드로는 밀폐용기로 유명한 락앤락이 있다. 용기에서 환경 호르몬이 검출된다는 의문이 제기되며 위기에 부닥친 락앤락은 자사 제품의 무해함을 증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밀폐용기 = 락앤락’이라는 대표성(representativeness)이 형성되어 락앤락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향한 거부 반응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분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서의 소비자 인식은 브랜드에 큰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하기에 시장을 주도할 변화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된다. 락앤락은 세계 최초로 트라이탄 소재를 쓴 ‘비스프리’를 개발하고, 냉장고 문짝에 특화된 ‘인터락’을 출시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등 소비자의 니즈와 편의를 고려한 식품보관용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했고, 위기 극복을 넘어 브랜드 파워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기업 간 콜라보레이션의 유행 가운데, 곰표가 혁신적인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를 분석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2017년에는 ‘밀가루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에서 2030에게 20퍼센트밖에 선택받지 못한 곰표가 MZ세대의 열광을 받는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곰표가 고객이 원하는 재미와 반전을 차이식역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했기 때문이다. ‘차이식역’이란 지각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차이를 의미하는 말로, 기업 관점에서는 고객의 원하는 변화(기능, 디자인 혁신 등)는 차이식역을 넘을 정도의 변화를 주고, 고객이 원하지 않는 변화(가격 인상 등)는 그 폭을 차이식역 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차이식역은 콜라보레이션뿐만 아니라 브랜드 로고를 바꿀 때에도 유용하다.

저자는 이외에도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넓은 범위의 시장에 접근하는 ‘T자형 모델 전략’, 점점 더 늘어나는 1인가구를 공략할 ‘6S 마케팅’,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 인터페이스 디자인, 사용자에게 종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슈퍼앱’의 필요성 등 지속 가능한 혁신을 위해 고민해봐야 할 지점들을 곳곳에서 짚어준다.

이 모든 사례는 하나의 결론을 향한다. 작은 브랜드일수록 소비자를 이해하고 행동경제학의 힘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세상이 아무리 거대하고 복잡해도,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진심에 반응한다. 당신의 브랜드가 크든 작든, 이 책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브랜드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에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 _‘저자의 말’ 에서

행동경제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소비자 선택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다. 저자는 작은 브랜드는 더 큰 유연성과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행동경제학이 촉매제로서 작은 브랜드만의 특성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줄 것이라 자부한다. 이 책이 소비자가 브랜드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제품을 사용하고 공유하는 순간까지의 여정에 심리적 관점을 녹여내는 데 든든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대로 “행동경제학은 당신의 브랜드 운명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변화의 주인공이 되어보자.










상식 - 우리는 이러했다

도올 김용옥 저 / 15,000원 / 통나무



 
무도한 시대가 공동체의 상식을 요구한다!!
상식의 기반에 서있는 한국인의 저력을 이야기하는 책!!
현재 우리 주변에 순간순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세계현대사의 모든 의미를 압축시킨 역사적 사건이다. 이 사건은 찬반의 감정을 떠나 차분하게 우리민족 역사의 통시적 관점에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왜 이런 사건이 이 땅에서 일어날 수 있었는가? 윤석열의 행위는 그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그를 탄생시킨 역사와 관련시켜 그 배경 전체를 조망할 필요가 있다. 도올 김용옥은 이러한 작업을 감행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갖춘 사상가이다.

이 책에는 사상가 도올의 의식 속에서 살펴보는 한 달여의 긴박한 윤석열 쿠데타의 진행과 이를 저지시키는 상식으로 무장된 국민의 정의로운 행동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그리고 우리의 이 상식은 어디에서 왔는지, 과거 우리는 어떠했는지, 우리역사를 일관하는 상식의 심층구조를 자세하게 깨우쳐 주는 이야기가 새로운 정보와 관점으로 웅혼하게 설명된다.

문화강국 코리아의 재발견!!
세계적인 K컬쳐는 이미 고려시대에 있었다!!


고조선의 문화적 특성으로부터 시작하여 삼국시대의 탁월한 예술적 성취, 고려라는 황제제국문화의 실상을 알려주는 예술품들에 대한 이해, 그리고 해인사 8만대장경에 관한 물리적 사실로써 구성되는 그 제작과정의 실제 정황들, 그리고 세계최초의 금속활자의 발명, 그리고 세종의 한글창제, 세계 어느 문자도 따라올 수 없는 한글의 창의성과 보편성, 그 모든 문화적 성취가 오늘날의 K문화의 저력을 이미 함장한 세계역사의 아방가르드였음을 간결하고도 명료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젊은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한자를 적게 썼고, 쓰더라도 모두 한글독음을 달았다.

현재의 비상식적 정치현상을 탈피하자!!
이 책, 우리민족 고유의 상식을 일깨운다!!


이토록 위대한 상식의 나라가 어떻게 오늘날의 이러한 비상식적 정치현상을 보이고 있는가? 이 문제에 답하는 것이 이 책의 후반부를 차지한다. 조선왕조 순조시대 세도정치 이래의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하면서 상식의 회복을 타진한다. 이 책은 우리민족에게 상식의 고귀함을 일깨운다. 그리고 밝은 전망을 제시한다.










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

황인찬 외 저 / 20,000원 / 창비




 
읽으며 채워지는 마음, 필사로 치유되는 하루
시인들과 함께 떠나보는 감수성의 여정

따라 쓰며 높아지는 문장력과 표현력
당신의 마음과 마주하는 가장 특별한 순간들
어느 때보다 텍스트로 많은 메시지가 오가는 시대이지만 미디어가 다변화되며 사람들은 점점 글자와 멀어지고 있다. 점점 글쓰는 방법을 잊어가는 이들에게, 그리고 마음의 치유를 찾는 독자들에게 꼭 맞춤한 선물과도 같은 『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를 선보인다. 이 책의 본문은 지난 50여년간 한국시단을 이끌어온 창비시선의 명구절들을 시인들이 직접 엄선해 구성되었다. 썸네일, 카피라이트 등 짧은 문장 안에 핵심을 담아내는 것이 나날이 중요해지는 지금, 시는 더없이 좋은 글쓰기 연습 교재가 될 수 있다. 함축과 은유로 이뤄진 표현과 리듬감을 살린 문장이 시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는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데도 자기 마음을 바라보는 데도 유용하다. 시를 흔히 감수성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마음과 맞닿아 있는 시의 특성을 잘 표현한 말이다. 시를 따라 쓰다보면 자신의 마음과 한층 친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는 좋은 문장을 따라 써보는 귀중한 경험은 물론 마음의 치유와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놀라운 성취감까지 제공한다.

독자의 언어를 확장해주는 10부 구성
마음의 궤적을 따라가는 맞춤형 감성 가이드


『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는 그리움, 사랑, 휴식, 위로 등 다양한 감정에 맞춤한 100가지 시구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10부로 구성했다. 독자들은 처음부터 차근차근 따라 쓸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원하는 주제부터 필사해볼 수도 있다. 각 부는 테마를 순차적으로 나열하는 것을 넘어 감정과 경험이 누적되는 과정을 정리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맞춤형 가이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스스로 언어 세계가 확장해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본문에 나오는 문장에 이어 자신만의 글을 써보는 새로운 형식의 노트가 부록으로 덧붙어 있어 필사 전후를 비교해보거나, 다른 이들의 글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故신경림, 김용택,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나희덕, 진은영 등 한국시단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시와 이장욱, 이병률, 신용목, 안미옥, 안희연, 황인찬 등 요즘 독자들이 열렬하게 호응하는 시인들의 작품을 음미해볼 수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특장점이다. 한편 한편이 창비시선 500번 출간을 맞아 모은 ‘시인들이 즐겨 읽는 시’로 구성되어 있어 문장의 수준이 특출나다. 책장을 넘겨갈수록 잊고 지내던 감정의 파편이 깨어나는 특별한 독서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단순한 책읽기를 넘어 삶의 지혜가 되는 통찰까지 제공하는데 이는 모두 엄선된 텍스트 덕분에 가능하다.

장문의 문자 앞에서 고민한 적 있나요?
작은 실천으로 큰 변화를 느껴보세요


누구나 장문의 문자메시지에 답장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오랫동안 망설여본 적이 있다.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며 깜빡이는 커서만 들여다본 적이 있다. SNS에 어떤 문장을 써야 지금의 환희나 슬픔을 잘 표현할지, 혹은 요란하지 않게 관심을 끌 수 있을지 고민해본 적이 한번쯤은 있다.
그런 모두에게 『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는 작은 실천으로 큰 변화를 느끼게 하는 귀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또한 감수성을 함께 나누고 키워나가고 싶은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되기에도 충분하다. 다양한 필사 책이 출간되는 가운데도 나만의 글을 찾는 여정을 세심하게 제시하는 이 노트는 잊힌 감성을 일깨우고, 한 자 한 자가 모여 내면을 채워가는 따뜻한 경험으로 여러분을 이끌 것이다.











폴란드인


J. M. 쿳시 저 / 왕은철 역 / 17,800원 / 말하는나무




 
쇼팽의 음악처럼 우리 마음을 사로잡고 흔들어 놓는 소설
노벨문학상, 세계 최초 부커상 2회 수상 작가 쿳시의 압도적 예술세계
세련되고 애수 어린 러브 스토리, 정밀하고 선명하며 아름다운 산문. 『추락』의 묵직한 감동을 잇는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 쇼팽의 음악에 관한 잊을 수 없는 이야기.

“나는 당신의 이름을 입술에 머금고 죽을 겁니다.”
음악이 사람을 더 좋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바르셀로나의 음악 서클 여인 베아트리스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쇼팽 전문 폴란드 피아니스트.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은밀한 사랑 이야기가 간결하지만 팽팽하게 감긴 스프링 같은 산문으로 그려진다. 곧 마음 깊은 곳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소설은 원제 『The Pole(폴란드인)』이 상징하는 것처럼 폴란드 출신 작곡가 쇼팽의 사랑 이야기가 기저에 깔려 있다. 쇼팽과 그의 연인 상드가 도피 여행을 한 마요르카에서 남녀 주인공의 관계가 전환점을 갖는다.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이어서 음악 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 쇼팽 음악을 바흐 풍으로 담담하게 해석하는 폴란드 피아니스트, 그리고 그의 음악과 대비되는 여러 음악가들이 소설 속으로 유입된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이 소설은 또 단테의 『새로운 인생』과 『신곡』에 나오는 단테와 베아트리체 이야기가 하나의 원형으로 등장한다. 단테의 스토리는 남성의 시각에서 쓴 것이지만, 『폴란드인』은 뮤즈인 여성의 시각에서 쓴 것이어서 큰 차이가 있다.
J.M. 쿳시는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그리고 도발적인-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폴란드인』에서 특유의 통찰력과 날카로운 위트를 갖고 불가사의한 로맨스의 본질을 드러낸다. 최고의 소설에서 만나는 다양한 감동의 순간을 환기하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영어로 쓰였지만 스페인어로 먼저 출간

쿳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프리칸스어가 모국어이지만 영어로 글을 써와 영어권 소설가로 분류된다. 『폴란드인』도 원래 영어로 쓰였으나 2022년 스페인어로 번역되어 아르헨티나에서 영어권보다 1년 먼저 출간되었다. 그는 헤이문학축제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나는 영어가 세계를 점령하는 방식이 싫습니다. 나는 그것이 발을 딛는 곳마다 소수의 언어를 으스러뜨리는 방식이 싫습니다. 나는 그것이 세계적이라는 주장, 즉 세상이 영어로 정확하게 반영된다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싫습니다. 나는 이 상황이 영어 원어민들에게 조성하는 오만함이 싫습니다. 따라서 나는 영어의 주도권에 저항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을 하는 것입니다.”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연애 소설
바다 밑에서 아프로디테 여신상을 발견한 듯한 만남

진지하게 사유하는 작가 J.M.(존 맥스웰) 쿳시가 예외적인 연애 소설을 썼다. 『폴란드인』에서는 인간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의 진실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고, 사유의 깊이가 남다르다.
쿳시는 소설을 ‘사유의 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그 안에 심오한 깨달음을 담는다. 그는 59세 때 발표한 대작 『추락』에서 사유의 절정을 보여주었는데 이후 발표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 『예수의 죽음』 같은 작품을 통해서 더욱 다채롭고 깊이 있는 예술세계를 보여주었다. 여성의 시각으로 그려낸 경장편인 『폴란드인』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단테와 베아트리체, 쇼팽과 상드의 사랑 이야기가 바탕에 깔린 이 소설에서 쿳시는 중년 여성과 폴란드 피아니스트의 관계를 사유의 대상으로 정했다.
쇼팽의 곡을 연주하기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찾은 폴란드인 피아니스트가 연주회 주최자로서 자신을 맞이한 여성을 만난 뒤 일방적으로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섹시하지도 않고(젊어서는 그랬을 수 있지만) 중년이 됐으며, 단지 키가 크고 우아하며, 풍만한 입술이 두드러지는 낮은 콘트랄토 목소리에 편안한 매력이 있는 여성이다. 첫 만남 이후 비톨트는 서툰 영어로 자신의 마음을 베아트리스에게 전달하는데, 그것이 한계에 이르자 언어 대신 예술에 기대려 한다. 그는 자신이 직접 연주한 쇼팽의 b단조 소나타 오디오 파일을 베아트리스에게 보낸다. 또 브라질로 함께 도피 여행을 떠나자고 한다거나, 이메일로 구애하는 말들을 써서 보내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 낯선 상황을 거부하던 베아트리스는 연민의 감정으로 조금씩 마음의 자리를 내준다. 그녀는 가족의 별장이 있는 휴양섬 마요르카의 소예르로 그를 초대해 일주일을 같이 보내게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베아트리스는 현실적 판단으로 피아니스트에게 냉정하게 이별을 통고한다.
비톨트는 베아트리스의 영혼을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폴란드로 돌아가서 음악을 버리고 모국어인 폴란드어로 시를 쓰기 시작한다. 남자는 자신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시를 썼다. 그 시들을 통해 무덤 너머에서 그녀에게 구애해서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고 그녀의 가슴에 자신을 살아있게 하고 싶었다. 시에서 그는 잠수부가 바다 밑으로 잠수해 들어가 아프로디테 여신상을 우연히 발견하는 이야기로 베아트리스와의 만남을 묘사한다. 자신의 사적 인연을 인류사에 길이 남을 환상적 사건과 연결시키고 있다. 어떤 언어로도 비톨트의 진심은 통할 것 같지 않았지만, 번역가가 번역해준 폴란드어로 쓰인 시를 읽으며 베아트리스는 비로소 마음의 빗장을 푼다.

작가의 작법이 등장하는 독특한 소설

이 책의 서술 방식은 독특하다. 작가의 작법이 소설에 등장한다. 쿳시는 첫 문장부터 소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소설 자체를 탈신비화하며 이야기를 펼쳐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일종의 메타소설이자 포스트모던 소설 작법을 보여준다. 아래는 번역자인 왕은철 문학평론가의 해설이다.

독자는 번호가 붙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신이 읽고 있는 것이 전적으로 인위적인 구성물이라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첫 문장에는 1이라는 숫자 다음에 “여자가 먼저 그를 곤란하게 만들고, 이어서 곧 남자가 그렇게 한다.”라고 적혀 있다. 여기에 나오는 ‘그’는 작가이자 화자다. 소설을 구상하고 쓰기 시작하는 작가를 상상해보라. 작가는 여자를 먼저 떠올리고 이어서 남자를 떠올리는 모양이다. 소설은 이런 식으로 시작하여 거기에 살이 붙는다. 조금 더 건너뛰어 4번으로 가면 이렇게 되어 있다. “그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키가 큰 폴란드 피아니스트와 걸음걸이가 편안해 보이는 우아한 여자이면서 좋은 일을 하며 나날을 보내는 은행가의 아내. 그들은 안으로 들여보내거나 물리치거나 쉬게 해달라며 일 년 내내 문을 두드리고 있다. 마침내 그들의 시간이 온 것일까?”

*표지 그림은 동양화가 정지연의 작품이다.
풍경화 가운데 돌출된 골드바는 자연 속에 들어있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상징한다. 주인공 비톨트가 평생을 존재 이유로 바쳐온 피아노 건반을 상징하기도 한다.










정선 목민심서 (다산의 지혜 에디션)

정약용 저 / 다산연구회 편역 / 24,000원 / 창비


다산에게 배우는 리더의 덕목과 사람 됨의 기술
다산의 지혜 에디션 출간
조선 후기 실학의 대가이자 불멸의 지성으로 사랑받는 정약용의 『정선 목민심서』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와 함께 ‘다산의 지혜’ 에디션으로 새롭게 독자들을 찾아간다. 법, 문학, 지리, 의학, 생물학 등 수많은 분야를 섭렵하며 방대한 저술을 남긴 까닭에 그의 업적은 다산학이라는 학문으로 따로 분류될 정도이다. 이번 다산의 지혜 에디션은 그중 역작으로 손꼽을 수 있는 저서와 가장 사적인 기록을 함께 묶고 새 옷을 입혀, 안팎으로 나를 다스리는 법에 관한 다산의 가르침을 담았다. 『목민심서』가 지방 수령인 목민관이 따라야 할 지침을 담아 정치ㆍ사회ㆍ행정적으로 역할하는 공인(公人)의 자세를 고민케 한다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지식인이자 아버지로서 후대에게 긴히 남기는 말들이 담겨 있다. 오랜 시간 다산에 천착해 실학ㆍ다산학을 정립한 다산연구회와 다산 연구의 권위자인 박석무 단국대 석좌교수가 각각 편역한 두 책은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를 일깨우는 잠언으로 가득하다. 특히 어느 때보다 혼란한 시대를 리더로서, 한 인간으로서 현명하게 헤쳐나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곁에 두고 오래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생활고전으로 손색없다.

우리 역사에 빛나는 불후의 고전, 『정선 목민심서』
당대의 치열한 고뇌에서 길어올린 정약용 사상의 정수
『목민심서』는 강진의 유배지에서 집필한 다산의 대표적인 저작으로, 지방 수령이 백성을 다스리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원칙 및 지침과 세부 사항을 담은 책이다. 다산은 이 책에서 대단히 풍부한 사실과 논리를 바탕으로 당시의 실상과 관행에 속속들이 파고들어 병폐의 원인을 찾고 치유책을 고안하는 실학자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선 목민심서』에는 원서의 내용 중에서 시대를 바라보는 다산의 고심과 탁견이 담긴 대목을 가려 뽑았다.
『목민심서』에 담긴 다산의 혜안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빛나는 까닭은 그가 몰두한 목민관으로서의 고민이 현대에도 공인(公人)이 지녀야 할 자세와 상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엄밀히 말해 현대사회의 직업인은 어떤 형태든 공동체에서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은 자로서 모두 공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다산은 한 사람의 리더로서 목민관의 역할을 중요하게 논한다. 부임 시 지켜야 할 6조를 시작으로 관직을 내려놓은 뒤에 할 일까지 두루 다룬 그는, 첫 부임 때 의복과 안장을 새로 마련해서는 안 된다는 사소한 지침부터 벼슬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와 법, 백성들을 두려워하는 마음이라는 정치 철학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리더가 지녀야 할 고민과 실무적 지침을 펼쳐낸다. 근본적인 고민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의 우리에게도 더없이 실천적으로 다가오는 조항들이다.
『목민심서』는 조선시대의 행정조직을 짐작케 하는 흥미로운 사료가 되어줄 뿐 아니라 그 속에서 지속적으로 오늘의 질문을 던지게 한다. 시대가 흐르고 이제는 모두가 나라의 주인이 된 오늘날 『목민심서』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일화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내야 할까? 우리는 과연 정약용이 강조한 마음가짐으로 사회에서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을까? 『목민심서』가 이렇듯 시대를 초월해 살아 있는 지성과 사회의식을 일깨우는 한 우리가 읽어야 할 불멸의 고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다산학의 권위자, 다산연구회 편역
다산의 지혜로 여는 새로운 미래
『정선 목민심서』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각각 다산연구회와 박석무 교수의 편역으로 만나볼 수 있다. 다산연구회는 원전을 읽는 작은 모임에서 시작해 50여년간의 연구활동을 통해 한국실학사를 정립하는 데 거대한 영향을 끼쳤다. 유신과 신군부 독재 치하에서 회원들이 고초를 겪는 와중에도 강독을 멈추지 않았던 다산연구회는 그간의 업적을 『역주 목민심서』 발간(개정판 2018)으로 총망라할 수 있었고, 그중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선정해 한권으로 엮은 『정선 목민심서』는 현대적인 문체와 번역으로 그 어떤 판본의 『목민심서』보다 독자들의 신뢰를 받아왔다.
40년간 네차례의 개정을 거치면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끊임없이 가꿔온 박석무 교수는 1979년에 이 책을 엮어냄으로써 '다산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민주화운동에 투신하여 네차례나 옥고를 치렀던 그는 어둡고 불안한 감옥생활에서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손에서 다산으 놓지 않았다고 한다. 18년 유배생활 속에서 학문을 성숙시킨 다산처럼 그의 다산 연구도 감옥 안에서 영글었던 것이다. 200년이라는 시차를 사이에 두고 각각 시대의 고뇌와 민중의 아픔을 껴안고 고민해온 두 학자의 소통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산의 지혜’ 에디션은 단순히 과거의 저서를 재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실질적인 가르침과 영감을 제공한다. 다산의 통찰력과 인간적인 면모는 오늘날의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진정한 리더십과 바른 인간상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귀중한 길잡이가 되며, 사회 전체의 조화와 발전을 도모하는 데 필요한 근본적인 원칙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다산의 지혜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고 필요한 이유는, 그가 꿈꾸었던 이상향이 바로 지금의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이기 때문이다. 『정선 목민심서』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두 책을 통해 ‘나’를 가다듬고 공동체를 바로 세우는 데 필요한 것들에 대해 고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다산의 지혜 에디션)

정약용 저 / 박석무 편역 / 24,000원 / 창비


 
다산에게 배우는 리더의 덕목과 사람 됨의 기술
다산의 지혜 에디션 출간
조선 후기 실학의 대가이자 불멸의 지성으로 사랑받는 정약용의 『정선 목민심서』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와 함께 ‘다산의 지혜’ 에디션으로 새롭게 독자들을 찾아간다. 법, 문학, 지리, 의학, 생물학 등 수많은 분야를 섭렵하며 방대한 저술을 남긴 까닭에 그의 업적은 다산학이라는 학문으로 따로 분류될 정도이다. 이번 다산의 지혜 에디션은 그중 역작으로 손꼽을 수 있는 저서와 가장 사적인 기록을 함께 묶고 새 옷을 입혀, 안팎으로 나를 다스리는 법에 관한 다산의 가르침을 담았다. 『목민심서』가 지방 수령인 목민관이 따라야 할 지침을 담아 정치ㆍ사회ㆍ행정적으로 역할하는 공인(公人)의 자세를 고민케 한다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지식인이자 아버지로서 후대에게 긴히 남기는 말들이 담겨 있다. 오랜 시간 다산에 천착해 실학ㆍ다산학을 정립한 다산연구회와 다산 연구의 권위자인 박석무 단국대 석좌교수가 각각 편역한 두 책은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를 일깨우는 잠언으로 가득하다. 특히 어느 때보다 혼란한 시대를 리더로서, 한 인간으로서 현명하게 헤쳐나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곁에 두고 오래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생활고전으로 손색없다.

다산 정약용의 가장 인간적인 기록,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아버지이자 지식인으로서 다산이 후대에 전하는 가르침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초판 출간 이후 다산 정약용을 만나는 가장 친절한 통로 역할을 해왔다. 유배 시기 절절하고 따뜻한 마음을 담아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낸 서신들을 엮은 이 책은 대학자 이전의 인간적인 다산의 면모를 만날 수 있어 오늘날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불운한 환경 속에서도 생활인이자 소통하는 지식인으로서 애정과 당부의 말들을 남겼던 다산의 자취를 이 책 전체에서 읽을 수 있다.
200여년 전 척박한 남도 땅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한 외로운 학자의 편지가 이렇듯 오랜 기간 생명력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다산 정약용은 오늘날 조선 후기 최고의 사상가로 평가되지만 한 인간으로 볼 때 그는 관직과 명예를 잃고 오랜 기간 유배생활을 했을 뿐더러 유배 기간 중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한명의 아버지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이 편지들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인간 정약용의 고통, 그리고 역경을 견디며 극복하는 적극적인 자세, 가족과 제자들을 돌보는 진솔한 내면은 그 어떤 다산의 책보다 깊은 감동을 선사해준다.
뿐만 아니라 다산은 자식ㆍ형님ㆍ제자에게 남긴 82편의 편지글을 통해 효(孝)와 제(弟)를 강조하며 독특한 인간학을 전개했다. 그의 윤리의식의 기반이 된 효제 개념은 당시 만연한 유교적 가치와는 달리, 인간이 지닌, 인간이기 위한 윤리로 인간답게 살아가려는 인간의지의 성취를 중요하게 여겼다. 총체적으로 ‘바른’ 인간이 되기 위해 가족간의 도리. 이웃과의 관계, 친구 사귀는 법, 공부에 임하는 태도와 같이 일상의 모든 일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가 여전히 수많은 고민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물을 수밖에 없기에 ‘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그의 세심한 조언은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깊이 새길 만한 지침으로 다가온다.

다산학의 권위자, 박석무 교수 편역
다산의 지혜로 여는 새로운 미래
『정선 목민심서』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각각 다산연구회와 박석무 교수의 편역으로 만나볼 수 있다. 다산연구회는 원전을 읽는 작은 모임에서 시작해 50여년간의 연구활동을 통해 한국실학사를 정립하는 데 거대한 영향을 끼쳤다. 유신과 신군부 독재 치하에서 회원들이 고초를 겪는 와중에도 강독을 멈추지 않았던 다산연구회는 그간의 업적을 『역주 목민심서』 발간(개정판 2018)으로 총망라할 수 있었고, 그중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선정해 한권으로 엮은 『정선 목민심서』는 현대적인 문체와 번역으로 그 어떤 판본의 『목민심서』보다 독자들의 신뢰를 받아왔다.
40년간 네차례의 개정을 거치면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끊임없이 가꿔온 박석무 교수는 1979년에 이 책을 엮어냄으로써 '다산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민주화운동에 투신하여 네차례나 옥고를 치렀던 그는 어둡고 불안한 감옥생활에서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손에서 다산으 놓지 않았다고 한다. 18년 유배생활 속에서 학문을 성숙시킨 다산처럼 그의 다산 연구도 감옥 안에서 영글었던 것이다. 200년이라는 시차를 사이에 두고 각각 시대의 고뇌와 민중의 아픔을 껴안고 고민해온 두 학자의 소통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산의 지혜’ 에디션은 단순히 과거의 저서를 재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실질적인 가르침과 영감을 제공한다. 다산의 통찰력과 인간적인 면모는 오늘날의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진정한 리더십과 바른 인간상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귀중한 길잡이가 되며, 사회 전체의 조화와 발전을 도모하는 데 필요한 근본적인 원칙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다산의 지혜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고 필요한 이유는, 그가 꿈꾸었던 이상향이 바로 지금의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이기 때문이다. 『정선 목민심서』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두 책을 통해 ‘나’를 가다듬고 공동체를 바로 세우는 데 필요한 것들에 대해 고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사랑한 거짓말

장석남 저 / 12,000원 / 창비


 
“그는 분명한 혁명을 발명하려고
밤을 닦고 있다”

절정에 이른 감각적 사유와 날선 현실 인식의 견고한 조화
망명한 봄이 돌아오는 소리
탁월한 언어 감각과 섬세한 감수성으로 서정시의 지평을 넓혀온 장석남 시인의 신작 시집 『내가 사랑한 거짓말』이 출간되었다. 2025년 새해 창비시선의 출발을 알리는 첫번째 시집으로,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이다. 편운문학상․지훈상․우현예술상 수상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창비 2017)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오랜 정진을 통해 도달한 시경(詩境)을 활달하게 전개하는 원숙함”(최원식, 해설)과 깊고 투명한 철학적 사유가 빛나는 비범한 신서정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자연을 향한 진득한 응시가 자아와 본연의 인간에 대한 웅숭깊은 탐색으로 아득하게 이어진다. 여기에 더해 냉철한 현실 인식이 담긴 정치시도 선보인다. 작금의 현실을 예견한 듯한 풍자와 알레고리가 서정에 바탕을 둔 시인의 고유한 개성과 정교하게 맞물려 독자들에게 벼락같은 울림을 선사한다.

”물에 노래를 심다니요
그것도 지금 노래가 아니라 훗날
하지(夏至) 때의 그 노래를 심다니요”


자연과 교감하는 아름다운 서정의 풍경을 그려내는 장석남의 시는 이제 무심의 경지에 이른 듯하다. “삼월 마지막 날이 사월 첫날을 맞아들이는 듯한 순전한”(「느티」) 마음이 피어나고, 아침 해가 “굶주린 호랑이처럼 쏟아져 들어”(「대숲 아침 해」)오는 고즈넉한 풍경 속에는 생명의 신운(神韻)이 생동한다. 간결한 언어로 수놓인 세밀한 풍경 속에는 시를 쓰기 시작한 이래로 시인이 쉼 없이 이어온 자문자답의 자취가 선명하게 스며 있다. 시인의 시선에 담긴 풍경은 ‘물에 심은 노래’처럼 은은하고 아름답다. 시인은 삶과 시를 오가며 본연의 인간이 어떠한 모습인지를 진득하게 묻고 자연은 그런 시인의 질문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언덕」과 「느티」, 그리고 「노을」을 비롯한 1부의 시에는 오랜 사유 속에서 찬란하게 영글은 시인의 사유가 편편이 녹아 있다.
한편 시인은 또 “살아온 내력의 울음 섞인 이야기”(「느티」)를 담담하게 노래한다. 낡은 책상 서랍에서 “문턱처럼 닳아진 성과 이름”만 남은 아버지의 목도장을 발견한 시인은 “이 흐린 나라를 하나 물려주는 일에 이름이 다 닳”(「목도장」)도록 애쓴 아버지의 고된 삶 앞에서 문득 울컥하고, 중학생 시절 아버지의 옷을 입어보다가 “왼쪽 안주머니 앞에 수놓인 노란 아버지 한자(漢字) 이름이/심장에 닿아 따끔거렸”던 기억을 소환하여 지금-여기의 삶을 되돌아보며 “희미한 불씨 같은”(「아버지 옷」) 추억에 젖는다. 세대를 아우르는 기억과 해후하며 삶의 이력을 곰곰이 되짚는 이러한 시편들에서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포착해낸 시인의 미학적 성취가 눈부시다.

권력의 불합리로 얼룩진 폐허
그 틈에서 울려 퍼지는 통렬한 목소리


이번 시집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오늘날의 현실을 내다본듯한 날선 현실 인식과 예리한 풍자가 돋보이는 ‘정치시’다. “유골함을 받아 안듯/오는, 봄/이 언짢은 온기”로 시작하는 「서울, 2023, 봄」은 시참(詩讖)으로 전율이 일 만큼 오싹하다. 진실을 가려내는 법정을 거짓과 조작의 마술을 상연하는 극장에 비유한 ‘마술 극장’ 연작과 가전체를 새로운 시법으로 패러디한 「법의 자서전」은 풍자시의 절정을 보여주면서 “정치의 사법화가 골수에 든 오늘의 폐허를 재주껏 야유”(해설)하고 “이득과 기득을 좋아”하고 “양심 같은 건 우습”(「법의 자서전」)게 여기는 “법부의 허울 좋은 법”(「체중계에 대하여」)을 작심한 듯 신랄하게 비판한다. “산송장들을 만드느라/관청의 서류마다 죄가 난무하고”(「서울, 2023, 봄」), “거짓들이 끝도 없이 거짓들을 모”(「나는 풍류객」)으는 부조리한 현실을 직시하며 시인은 “파아란 입술을 달싹”이며 “김수영의 방 말고 혁명”을, “최제우의 개벽 자유 자유 자유 자유”(「대기실」)를 외친다.

“서정시를 쓰십니까?
아니요 ‘서정시’를 씁니다
벼락같은”


탁월한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아와 인간에 대한 질문을 거듭해온 시인은 이제 현실에 한걸음 더 다가선다. 시인은 “넋마저 가면”(「가면의 생」)인 시대에“살아 있다는 것은 아프다는 것”(「한파(寒波)」)을 절실히 깨닫고, “위선과 비열, 몰염치와 야비, 교활하기까지 한/그 가면들을 순간의 빛 속에 가두고/때리는” 시, “벼락 맞을 짓을 하는 인간들에 대해서/벼락에 고하는” ‘벼락같은 서정시’를 쓰겠노라 다짐한다. 폐허가 되어버린 현실에 대한 “의문과 숙제를/평생 풀지 못할까”(「숙제」) 두려워하면서도 “무섭도록 서러운 노래도 좀 부르면서” “사람 사는 땅”(「쾌청」)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사랑이 보이는 그 긴 언덕”(「언덕」)을 느릿하고 “희끗한 걸음”(「다시 언덕」)으로 넘어오는 한 사람, 시인의 모습이 숙연하다. 고유한 서정성과 더불어 ‘시’로써 더 나은 현실로 나아가겠다는 시인의 굳건한 믿음이 수놓인 이번 시집은, 현실에 발 디딘 굳건한 시의 소리에 목마른 독자들의 갈증을 단숨에 해소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