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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4-07-24
조회수
117
 
일곱채의 빈집

사만타 슈웨블린 저 / 엄지영 역 / 15,000원 / 창비


2022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수상작!

지금 전세계가 주목하는 작가 사만타 슈웨블린
환상적인 필치, 숨막히는 반전,
그리고 일상에 숨겨진 낯설고 기이한 삶의 모습


“기뻐하라! 사만타 슈웨블린이 가장 날카롭고 맹렬할 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뉴욕타임스』), “이번 소설집이 조성하는 긴장감은 그의 작품 중 단연 압권이다.”(『워싱턴포스트』) “공포와 서스펜스로 온몸의 털을 곤두세운다.”(『이코노미스트』) “천재적이다.”(『뉴요커』) 이번에 창비에서 출간된 『일곱채의 빈집』에 쏟아진 찬사들이다. 세계적인 이야기꾼으로 주목받는 사만타 슈웨블린은 이 소설집으로 스페인어권 최고 권위의 리베라 델 두에로 세계 단편소설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2015) 전미도서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2022). 4년간 세차례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평단은 물론 전세계의 독자를 사로잡은 슈웨블린이지만, 그의 저작 가운데서도 단연 주목할 만한 단 한권이라는 의미다. 후안 룰포 세계 단편문학상을 수상한 「운 없는 남자」를 포함해 일곱편의 작품을 묶었다.


한 차원 높은 미학, 땀을 쥐는 몰입감
이윽고 찾아오는 짜릿한 반전


『일곱채의 빈집』은 『소란의 핵심』(2002)과 『입속의 새』(2009, 한국어판 창비 2023)에 이은 사만타 슈웨블린의 세번째 소설집이다. 실재와 환상을 넘나들며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특유의 재미는 여전하지만 “우리는 실감나는 현실에 깊이 빠져든다. 그 현실은 손에 잡힐 듯한 공포다. 그래서 더 무섭다”(『파이낸셜 타임스』)라는 평처럼 이번 소설집은 한 차원 높은 미학을 선보인다. 수록작들은 모두 ‘집’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때로는 집을 구경하기 위해 떠돌아다니기도 하며(「그런 게 아니라니까」), 때로는 집 안에 갇혀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하고(「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숨소리」), 때로는 집을 잃고 떠돌기도 한다(「40제곱센티미터의 공간」). 소설집의 제목이 ‘일곱채의 빈집’인 데는 그러한 이유도 있다.
각각의 작품은 저마다 숨통을 조여 오는 긴박한 몰입감을 선사하는데, 어느 작품이든 짜릿한 결말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런 게 아니라니까」에 나오는 딸과 어머니는 매일 호화 주택을 구경하다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으면 마음대로 물건의 배치를 바꾸는 “미친 짓”을 한다. 그러고는 주인이 나오기 전에 도망치는데, 하루는 차가 진흙탕에 빠져 정원에서 집주인과 마주치고 만다. 집주인은 모든 게 궁금하다.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이걸 어떻게 배상할 건지. 엄마는 아픈 척을 하며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어떤 물건’을 훔쳐서 나올 결심을 한다. 이들은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걸까. 이 ‘미친 짓’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숨소리」의 주인공 롤라는 어느 날 자신이 지나치게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며 행동 지침이 될 만한 ‘목록’을 작성하기로 한다. ‘모든 것을 분류할 것’ ‘필요 없는 물건은 기부할 것’ ‘죽음에 집중할 것’ ‘그가 참견하면, 무시해버릴 것’. 롤라의 집 근처에는 “마약쟁이로 보이는” 아이들이 항상 시끄럽게 굴며 생활을 방해한다. 그중 한 아이는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아이로, 그는 롤라의 정원에 나타나기도 하고 또 롤라의 집 초인종을 누르기도 한다. 어느 날 아이는 롤라의 남편에게 공구를 빌리게 되고, 롤라는 그걸 돌려받으러 옆집에 들른다. 그리고 거기서 아이의 엄마를 만나는데 충격적이게도 아이는 이미 죽었다고 한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 끝에 롤라는 ‘목록’ 마지막에 이런 항목을 추가한다. ‘옆집 여자는 위험하다.’ 정말 위험한 것은 누구일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진행되는 이야기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밖에도 부모, 헤어진 아내, 그리고 아이들이 휴일을 보내고 있는 자리에 전처의 연인이 찾아오는 기묘한 자리에서 갑자기 아이들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사건을 다룬 「나의 부모와 아이들」, 실제 발생한 것은 이웃 웨이메르의 방문이라는 한가지 사건뿐이지만 상상과 환상의 이면에서 기억을 교차시키며 독자의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이 집에서는 항상 있는 일이다」, 부부싸움을 하고 길을 방황하다 ‘에스카피스타’(현실도피주의자, 배관 수리기사 혹은 탈출 곡예사의 뜻을 지닌 중의어)를 자처하는 기묘한 사람과 기묘한 동행을 나서는 「외출」 등 짧은 소설도 저마다 깊은 울림을 남긴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발행하며 공신력을 얻은 매거진 『오프라 데일리』는 “사만타 슈웨블린은 떠오르는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의 선두에 서 있다”라며 그의 대단한 작품성을 칭찬한 바 있다. 또한 『일곱채의 빈집』에 대해서는 “피와 욕망, 자아와 원초적 본능으로 맥박 친다”라는 평을 남겼다. 넷플릭스 영화로 제작되며 세계인의 환호를 얻은 베스트셀러 『피버 드림』이나, 타인이 조종하는 ‘반려 인형’을 집에 들인다는 탁월한 상상력으로 “인물 묘사의 장인”(『LA 타임스』)이라는 평을 얻게 해준 『리틀 아이즈』를 봤을 때 어쩌면 사만타 슈웨블린의 시대는 이미 도래해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대는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일곱채의 빈집』은 이를 다시 한번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시공간 압축


김창현 저 / 16,000원 / 푸른길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의 책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그의 인생과 사회적 분위기, 그에 따른 사상의 변화를 한 권으로 만나보자!
범접하기 어려운 데이비드 하비의 책들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가 『시공간 압축: 맑스주의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 입문』으로 출간되었다. 저명한 지리학자이며 마르크스 이론가인 데이비드 하비는 세계적인 명성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없는 편이다. 이에 대하여 저자는 ‘팬층이 없고, 매니악하다’ , ‘그의 스토리에 집중하는 사람이 적다’ 등 하비가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며 이 책의 서장을 연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사회적인 배경과 그 안에서 성장하고 발전해나가는 하비의 지리적 사상을 풀어낸다.

데이비드 하비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지리학을 전공하며 그의 학문적 여정을 시작했다. 그의 연구는 단순한 지리적 경계를 넘어 자본주의, 도시화,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비는 특히 '시공간 압축' 개념을 통해 자본주의의 확산과 기술 발전이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분석했다. 이 책은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 발간까지 하비의 생애와 그의 주요 이론을 다루며, 그가 어떻게 현대 지리학과 사회이론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한다.


저는 한국에서 하비 교수의 사상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하비의 ‘스토리’에 집중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전통 지역지리로 박사학위 논문까지 받았으면서도 브리스틀 대학교 강사로 일하면서 왜 『지리학에서의 설명(Explanation in Geography)』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미국으로 이주하자마자 막 폭동이 진화된 볼티모어의 기괴한 현실을 보면서 왜 마르크스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는지,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의 갑작스러운 성공으로 순식간에 전 세계적인 스타 학자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 이야기는 제법 흥미롭거든요.
_10쪽


하비는 왜 마르크스사상에 매료되었을까?

1960년대는 한편으로 평화와 번영의 시대였지만, 아이러니하게 세계 곳곳에 전쟁이 끊이지 않아 냉전(Cold War)이라 불리는 날 선 분위기의 시대였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무너진 삶의 터전을 재건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가 시작되고, 미국이 유럽에 복구 자금을 지원해주며 경제는 살아나는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긍정적이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인종차별 문제가 극에 달하고 프랑스에서는 혁명의 불씨가 여기저기서 큰 불꽃을 퍼트리고 있었다. 특히 1968년에 일어난 68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었고, 하비가 있던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틴 루터킹의 암살로 말미암아 벌어진 시위가 폭동으로 돌변하며 거리는 난장판이 되었다. 그중에 가장 심각했던 볼티모어는 연방군을 투입해야 할 정도였다. 존스홉킨스 대학에 임용된 하비는 폭동이 일어난 원인과 문제를 조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그는 ‘도시 내의 불평등’에 주목했다. 입찰지대곡선이 게토(ghetto)문제를 어떻게 설명해 낼 수 있는지 해석하고 이 이론을 가능케 하는 전제를 비판해야 한다고 마무리한다. 하비의 이론에 마르크스적인 사상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하비는 도시의 문제를 마르크스주의와 변증법적 사고를 가져와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학원생들에게 마르크스를 강독하면서 이론을 다져나갔다. 『국제도시 및 지역연구학회지』에 1978년 게재된 「자본주의적 도시 과정: 분석을 위한 틀(The Urban Process under Capitalism: A Framework for Analysis)」을 통해 지리학에 마르크스를 접목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고 하비 이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자본의 한계(The Limits to Capital)』를 발표했다. 『자본의 한계』는 『자본론』에 관한 책으로, 거의 마르크스에 대한 책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그의 이론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초의 데이비드 하비 입문서

데이비드 하비의 생각이 변화하게 된 중요한 기점에는 68혁명이라는 세계사적 변동이 존재했고, 이후 케인스의 처방이 먹히지 않기 시작한 1972년 석유파동부터 하비 교수의 마르크스이론이 무르익는 시기였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하비의 사상은 마르크스라는 큰 뿌리에 기대고 있으며, 마르크스의 사상은 사회, 정치, 경제, 철학, 문학, 예술 등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깊고 넓다. 그는 마르크스를 읽는 데 멈추지 않고, 지리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공간의 정치, 경제를 설명할 개념적 도구로 ‘시공간 압축’, ‘공간적 조정’ 등을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하비라는 인물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이 하비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녹색평론(2024년 가을호 통권 제187호)


녹색평론사 편집부 저 / 17,000원 / 녹색평론사


민주주의는 여전히 유일한 대안이다

올여름, 이상고온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지구 곳곳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구 생명이 일대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 세계 정치가 아는 유일한 방식, 즉 기술적 해결책이나 맹목적 경제성장은 오늘의 복합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민주주의가 관건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런 맥락이다. 지속가능성이 운위되는 오늘의 복합적 위기상황을 타개하려면 합리적으로 작동하는 정치가 필수적인데, 지구가 망할지언정 기득권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 지배층 엘리트, 1% 특권층이 장악하고 있는 대의정부 과두집권체제 아래에서는 도저히 탈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풀어나갈 하나의 수단으로서 제안되어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시민의회 제도를 소개하고,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타진해본다.
동시에, 후쿠시마 핵오염수, 남북 관계, 초고령사회 등 긴급성으로도 내용으로도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현안들을 점검하고, 마지막으로 현재 세계 어디에서나 주변부로 내몰려 있지만 바로 그래서 다른 사회, 다른 삶이 설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는 농촌, 농업, 농민의 방식을 살펴본다.



동아시아를 둘러싼 위기와 해법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가 시작된 지 1년,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한국 정부는 문제제기 자체를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와 관련한 여론도, 언론도 잠잠하다. 김해창(경성대 환경공학과)은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물질의 인체 영향, 우리 정부 대응의 문제점과 IAEA의 방조 등의 현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해 지금 우리와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일깨운다.
황인철(기후위기비상행동)은 8월 29일 최종선고가 난 기후헌법소원의 의의와 진행 과정을 소개했다. 기후재난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정부의 의무라는 사실이 전 세계에서 거듭 확인되고 있다.
이대근(우석대학교 국방정책대학원)은 최근 북한이 날려 보내는 ‘쓰레기 풍선’과, 탈북자 단체가 살포해온 대북전단의 내용과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지에 대해서 분석하고, 전례 없이 고양된 남북 간 혐오 감정에 대해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경고한다.
이재봉(원광대학교 명예교수)은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중립화를 제안한다. 중립화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불식하고, 남북이 여전히 대치하고 있고, 미중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결코 평화를 향한 길이 아니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역사학자)는 이른바 신냉전을 분석한다. 자신의 패권을 위협하는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압박이 오히려 강력한 반미 블록을 만들어내고, 다시 그로 인해 미국은 더욱 호전적인 대외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악순환을 지적하며, 필자는 기후위기를 마주한 인류사회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내다본다.
크리스 헤지스(독립 저널리스트)는 신자유주의라는 정치적, 경제적 이데올로기가 명분이 무엇이든 근 반세기 동안 실제로 가져온 결과가 무엇인지 돌아본다.

생태적 전환과 시민의회의 역할
김상준(경희대 공공대학원)은 아일랜드와 벨기에에서 소집된 시민의회들 등 10여 년 동안 진행된 국내외 시민의회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현재의 경색된 정치국면을 타개할 수단으로서 시민의회가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게리 가드너(CASSE)는 탈성장이라는 생태주의운동의 과제를 실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오늘날 민주주의로 오인되고 있는 대의제를 극복할 방편으로 고대 아테네에서 행했던 ‘추첨제’를 주장한다. 투표와 추첨의 본질적 차이와 각각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볼프강 크노어(기후과학자)는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한 기술주의적 해법, 대의제 정부들의 해결책들이라는 것이 전부 실효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근본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민주주의의 회복과 다른 것이 아님을 논증한다.

협동의 힘으로 일구는 다른 미래
연대의 힘으로 ‘다른 삶’을 추구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모두의 안녕을 위한 근본적 토대가 될 농촌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생각해보고자 했다.
김정섭(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현재 농촌, 농업, 농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고유하고 다층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인구 감소이다. 정부가 무능한 탓이든 의지가 없는 것이든 살농(殺農)정책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농촌 주민들의 협동과 연대에서 희망의 싹을 찾고자 한다.
농어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는 청년 농어민 19명을 선발, 36개월간 매월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청년농어민기본소득 사회실험’을 진행 중이다. 김찬휘(교육홍보위원장)는 실험 참가자들의 중간 평가를 소개하며, 농민기본소득은 다중 복합위기로부터 우리 농업과 우리 사회의 미래를 구해낼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초를 제공한다.
문영규(항꾸네협동조합)는 마을공동체를 통해서 다른 삶, 다른 미래를 엮어가는 전라남도 곡성의 ‘항꾸네협동조합’을 소개한다. 특히 자치적인 청년들의 귀농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지자체에서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안태호(한국문화정책연구소)는 경북 문경의 공동농사모임 ‘어울려짓기’를 소개한다. 도시민이 농사를 좀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들고, 수확한 농산물(쌀)을 뜻있는 사회운동, 투쟁 현장에 보내 지원하고, 농촌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모임이다.
김기흥(아시아농업농촌연구원)은 일본의 귀농⋅귀촌 정책을 소개한다. 눈에 띄는 것은 지역, 즉 농촌의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정책의 중심에서 귀농 지원 체계를 만들고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김다은(〈시사IN〉)은 인구 감소, 수입 농산물, 기후변화 등 역시 복합적 위기 속에 있는 유럽 농민들의 사정을 취재했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탁상공론, 상명하달식이 아니라 농민들 속에서 농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초고령사회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좌담(사회학자 김찬호, 시인 이문재, 문탁네트워크 이희경)에서는 노인 인구가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문턱에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년 진입, 노년의 계층화(양극화) 및 대상화의 문제, 의료와 사회적 돌봄이라는 의제 등을 살폈다. 노년 역시 공공의 관점이 아니라 사사로운 개인들의 문제로 치부함으로써 사안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정책과 문화의 오류를 짚었다.
소준철(사회학자)은 우리 사회가 노인과 노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분석했다. 노인이 되는 것이 두렵고 소외되고 외로운 경험이 아니라 더욱 성숙할 수 있는 기회, 풍요로운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문화와 정책이 필요한 것일까?

연재, 시와 서평
강수돌(고려대 명예교수)의 ‘자본주의 다시 보기’ 연재 네 번째 글에서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기술혁신이라는 문제를 자본의 상대적 잉여가치 추구의 논리로 분석하고, 잉여가치의 궁극적 원천은 인간노동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한편 부의 원천은 다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경제가치, 사회가치, 생명가치를 모두 포함하는 부는 상품이나 화폐로 표현되는 가치로 축소되었고, 그 결과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한 ‘약탈’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황대권(생명평화운동가)은 우리의 생명평화운동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생명평화 오디세이’ 연재 첫 번째 글에서는 생명과 평화가 합쳐져서 ‘생명평화’라는 개념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배경을 소개했다.
김지음(공유주택 키키)은 서울 용산 해방촌에서 시작하여 15년 넘게 공유주택 실험을 진행하면서 경험한 고충과 즐거움, 의미를 나누어준다. 현재에는 충남 홍성에 공유지를 마련하여 그 땅에 공유주택을 짓고 마을의 협동조합에서 일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필자의 경험은, 자본주의의 틀에 갇히지 않는 다른 방식의 삶을 일구는 일이 그렇게 불가능한 것도, 엄청난 용기를 내야 하는 일도 아니라는 것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단 함께할 친구들만 있다면 말이다.
김경미, 송경동 시인이 신작 시를 각각 두 편씩 발표했다. 자기 내면을 돌아보게 하면서도 현실을 명징한 눈으로 마주하고 있는 시들은 깊은 울림과 여운을 남긴다.
정형철(더불어가는배움터길)은 김누리 교수의《경쟁 교육은 야만이다》를 살펴보며 근본적인 교육혁명은 무엇을 지향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 그 길을 탐구한다.
부희령(작가)은 에릭 잠파 앤더슨의《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인간을 생명그물망의 한 일원이 아닌 특출난 존재로 여기는 인간중심주의를 다시 한번 짚으면서, 종교와 신화들에서 확인되는 인류사회의 풍부한 유산, 오늘날 대부분 잊혀 있는 생태적, 영성적 세계관을 소개한다.
이나미(경희사이버대)는 한신대 생태문명원에서 기획한《기후 돌봄》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를 돌파해낼 수 있는 중심적 가치로서 ‘돌봄’에 대해 역사적, 생태적으로 재고해본다.
황규관(시인)은 2022년 노회찬재단에서 제작, 상영했던 연극의 바탕인 희곡《산재일기》를 소개한다. 이 희곡은 산업재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버바텀 형식(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엮은 작품이다. 현실세계와 예술이 어떻게 서로를 반영하고 영향을 미치며 인간을 고양시킬 수 있는 것일까, 그 길을 고민하고 묻는다.
손우정(성공회대)은 더글러스 러미스의《래디컬 데모크라시》를 통해서 민주주의를 궁구한다. 민주주의는 엄밀히 말해 어떤 완성된 형식, 제도가 아니라 민주주의, 즉 민중의 자기통치를 추구하는 상태라는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다시 말해서 민주주의 그 자체로 인간답고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진정한 민주주의, 근원적 민주주의에 우리가 좀더 다가갈 수 있을 때 그런 사회가 도래할 가능성은 현저하게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