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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3-03-03
조회수
55
 


바람이 와서 몸이 되다

고형렬 저 / 13,000원 / 창비

“시는 삶보다 난해하고, 때론 슬픈 액체로 채워진다”

한국시의 거장 고형렬,
일천여편 가운데서 엄선한 첫 시선집
민중시와 서정시의 아름다움을 한데 모은 걸작


“고형렬 시 생애 전체를 한권의 시선집으로 압축하면서, 나는 그 모두를 풀이할 수 없다는 점을 가장 먼저 깨달았다.” -정과리 한국 문학평론가
“언어의 유전자를 새롭게 전달하는 시인” -린 장취안(林江泉) 중국 시인, 건축가
“명상적이고 예상치 못한 이미지가 풍부한 시” -피터 보일(Peter Boyle) 호주 시인
“친절의 빛, 숭고한 이타심, 깊은 슬픔과 유머로 가득 찬 시 세계” -마이 반 판(Mai V?n Ph?n) 베트남 시인, 문학평론가
“여기, 상상력의 최고봉이 있다” -시바타 산키치(柴田三吉) 일본 시인

1979년 등단 이후 ‘서정시’와 ‘민중시’의 경계를 불식하는 시적 갱신을 끊임없이 도모하며 한국 시단을 대표해온 고형렬의 첫번째 시선집 『바람이 와서 몸이 되다』가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 출간을 맞아 전세계 유명 시인들의 축전이 쏟아진바 국내를 넘어선 고형렬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전문은 책 뒤표지에 수록). 저자가 펴낸 열여섯권의 단독 시집과 두권의 장시집에 수록된 시편에다 잡지 등에 발표한 시편을 더하면 무려 일천여편에 이르는데, 이 방대한 작품 전체를 꼼꼼히 검토해 한권의 정수로 묶어낸 이는 문학평론가 정과리(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다. 두 거장이 협력해 빚어낸 이번 시선집은 독자에게는 저마다의 향수를 자극하며 감동을 선사하는 한권의 책인 동시에, 한국 시단에 선사하는 기념비적 성과다. 『바람이 와서 몸이 되다』에는 고형렬 시의 수많은 미덕 가운데도 특히 치우침 없는 중용(中庸)의 자세가 오롯이 드러난다. 특정한 시세계에 국한되지 않는 품 넓은 서정성을 가꾸고 발전시켰음은 물론, 심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도 노동·분단·평화·생태 등의 묵직한 주제의식을 날카롭게 펼쳐낸 시인의 일대기가 더없이 찬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이별에 앞서가라 - 독일 대표시선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저 / 임홍배 역 / 17,000원 / 창비

괴테, 니체, 릴케, 브레히트, 헤세 등
서울대 임홍배 교수의 깊이 있는 해설로 즐기는
독일 대표시의 맛과 멋


한 나라 혹은 언어권의 대표적인 시들을 친근한 해설과 함께 한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창비세계문학의 독보적 시선집 시리즈 독일어 편인 『모든 이별에 앞서가라―독일 대표시선』이 출간되었다. ‘모든 이별에 앞서가라’라는 제목은 릴케의 시 제목에서 따왔다. 우리나라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접해보았을 괴테, 니체, 릴케, 브레히트, 헤세를 비롯해 「보리수」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 「겨울 여행」(한국에선 「겨울 나그네」로 더 유명한) 등 슈베르트의 대표적 가곡들의 가사가 된 시를 쓴 빌헬름 뮐러, 19세기의 선구적 여성 시인 드로스테-휠스호프와 노벨상을 수상한 넬리 작스, 2022년 말에 작고한 전후 서독의 대표적 시인 엔첸스베르거까지 51명의 시 105편을 시대와 사조의 흐름에 따라 6부로 나누어 풍성하게 엮어냈다.

서울대 독문학과 임홍배 교수가 2년여간 심혈을 기울여 작가와 작품을 고르고, 모든 시에 전후 맥락을 설명하는 상세하고도 애정 넘치는 해설을 달았다. ‘옮긴이의 말’에서 임홍배 교수는 “시인의 개성과 세계관, 시대적 과제에 대한 치열한 성찰과 시적 상상력이 잘 드러나는 작품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 책은 관심은 있지만 외국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훌륭한 시작점이자 길잡이가 되어주고, 어릴 적 릴케의 시를 읽으며 감수성을 키워온 그 시절 문학소녀·소년들에게는 다시금 독일시의 매력에 빠질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프리즌 서클

사카가미 가오리 저 / 김영현 역 / 17,000원 / 다다서재

『프리즌 서클』은 일본 최초로 교도소 내부를 10년간 장기 취재한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사회운동가 사카가미 가오리의 르포르타주다. 일본 시마네현에 있는 민관 공동 교도소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귀촉진센터’. 그곳은 ‘새로운 교도소’를 표방하며 새로운 갱생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고, 그중에 수용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회복 공동체’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 소속된 수용자들은 원 모양으로 둘러앉아 대화하며 잊었던 지난 삶을 돌아보고 잃어버렸던 감정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면서 마침내 자신의 죄와 대면한다. 그들은 피해왔던 죄와 마주하고 피해자를 생각하며 비로소 진정한 반성에 이른다. 이 책은 진정한 사회의 안전을 위해서는 출소자를 단순히 격리하고 배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회에 나와 자리를 잡지 못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지원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진정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은 힘과 처벌이 아니라 대화와 연결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이동우 저 / 11,000원 / 창비

“울음이 되지 못한 울음을 하나하나 줍는 손길이 있다”

끝없이 소비하며 무너지는 존재들을 향한 뼈아픈 물음
구원과 해방을 꿈꾸는 투명한 연대의 목소리


진정성으로 돌파하는 꾸밈없는 언어와 정밀한 묘사로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고 삶을 위협하는 생명 파괴의 형상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온 이동우 시인이 첫 시집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를 출간했다. 2015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2021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로 선정되는 등 오랜 기간 시적 역량을 탄탄히 다져왔다. “기후, 동물, 노동이라는 주제를 통하여 생명에 대해, 타자에 대해, 계급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김영희, 해설)하는 시편들이 서늘하고 묵직한 울림으로 와닿는다. 인류가 저질러온 파괴와 훼손의 “역사의 통점을 환기하며 마침내 멸절 직전인 현재와 조우”하는 이 시집은 기후 재난, 생태계 붕괴, 코로나 팬데믹 등 인류와 지구가 당면한 비극적 현실에 대한 냉철한 문제의식이 깃든 “최초이자 최후의 진술서”(김해자, 추천사)이다.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이 되지 않는 대화의 기술

샘혼 저 / 이상원 역 / 16,000원 / 갈매나무

“무례한 사람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그들을 단호히 물리치고 싶다.
하지만 그들과 똑같이
막말하는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다.”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의 저자 샘 혼이 제안하는
무례한 괴물에 맞서 나를 지키는 단단한 대화법

·가족, 연인, 학교 친구, 직장 상사… 당신의 옆에도 ‘못된 사람’이 있는가
·함부로 말하는 못된 사람, ‘괴물’은 여전히, 어디에나 있다!
·불편한 진실: 당신은 괴물에게 친절하면 친절할수록 더 처참한 대접을 받을 것이다.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샘 혼이 제안하는 선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지혜
·나의 자존감과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무례한 사람들에 맞서는 대화의 기술!

최근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도 아닌데 크게 주목받은 인물이 있다. 문동은과 추선생의 소위 이‘넝담’ 씬에 모두가 사이다라고 갈채를 보내며 널리 회자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터. 그만큼 누구나 깊이 공감하고 대리만족할 만한 상황이어서가 아닐까? 이렇듯 말로 사람을 괴롭히는 못된 사람들은 빌런 총량의 법칙처럼 어디든 꼭 있다. 이들은 장난과 모욕의 경계를 넘나들며 교묘히 약을 올리기도 하고, 말로 사람을 통제하고 조종하려 들기도 하며, 때로는 폭언을 일삼기도 한다.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에서는 이렇게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고 괴롭히는 사람들, 즉 ‘괴물’을 상대하면서 나의 자존감을 지키는 대화의 기술을 제안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의 저자 샘 혼은 자신이 겪은 진솔한 경험과 꼼꼼히 수집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 주변의 못된 사람을 구별하는 법, 그리고 그러한 못된 사람에 맞설 수 있는 유용한 대화법을 제시한다. 관계의 규칙 설정하기, 공격을 유머로 받아치기, ‘당신’을 주어로 삼아 말하기 등 효과적인 대화의 기술을 구체적인 실천 계획과 함께 제시해 누구나 실생활에서 쉽게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다.

함부로 말하는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고 나 자신 또한 상대와 다를 바 없는 무례한 사람이 될까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참고 기다리고 용서하는 건 결코 해답이 아니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무례한 사람을 당당히 상대하면서도 나 자신의 품위를 지키는 길은 분명 있다. 마치 이 책을 읽은 듯 드라마 속 주인공이 시전한 방법들 말이다. 나아가 책은 무례한 사람에 맞서 내 삶의 통제권을 되찾는 실질적인 방법과 함께,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안내한다.




두고 온 여름

성해나 저 / 14,000원 / 창비

독자와 평단이 주목하는 신예 성해나의 첫 장편소설
우리가 두고 온 모든 인연과 마음을 위하여
한 시절의 여운 속에서 전하는 애틋한 안부 인사

첫번째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문학동네 2022)에서 나와 타인을 가르는 여러 층위의 경계와 그 경계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진중하고 미더운 시선으로 탐사했던 작가 성해나가 신작 소설 『두고 온 여름』을 펴냈다. 젊은 감각으로 사랑받는 창비의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여섯번째 작품이다. 왜 타인을 헤아리고 받아들이는 일은 언제나 낯설고 어렵기만 한지, 이제는 함께할 수 없는 인연과 슬픔도 후회도 없이 작별할 수 있는지, 실패한 이해와 닿지 못한 진심은 어떻게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고 희미하게나마 빛나는 기억으로 남게 되는지 한층 깊어진 응시와 서정으로 풀어냈다.

부모의 재혼으로 잠시 형제로 지냈지만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영영 남이 되어버린 기하와 재하. 두 사람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들려주는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되며 이어지는 이 소설은 뜻대로 되지 않는 관계와 좀처럼 따라주지 않는 마음을 경험한 모두에게 따스하면서도 묵직한 위로로 다가선다. 아울러 “정확하면서 예민하고, 명확하면서 깊고, 단정하면서 힘이 센”(윤성희, 추천사) 성해나의 문장은 한국문학 독자라면 누구나 기꺼이 반길 만하다.




마지막 눈사람

최승호 저 / 이지희 그림 / 15,000원 / 상상

모두가 사라진 빙하기,
눈사람은 얼어붙은 대도시의 적막과 어둠, 절망과 고독에 직면한다.


『눈사람 자살 사건』의 시인 최승호의 『마지막 눈사람』은 공허와 비애, 우울과 불안, 고독과 절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엄습해 오는 고통과 좌절을 고독으로 버틴 시인을 만난다. 그는 어둡고 깊은 슬픔과 절망을 견디면서 무심하게, 때로는 조소하며, 그러나 정직하게 고독을 마주하려 안간힘을 쓴다. 시인의 노력은 어떤 순간에도 경쟁과 불안의 도가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우리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어린 시절을 까맣게 잊어버린, 바늘 하나 들어올 틈도 없는 단단한 에고를 가진 우리. 어린 아이 같이 순수하고, 때로는 냉정한 시인의 상상 덕분에 광막한 우주 속에 놓인 우리의 고독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우리가 어느 아득한 먼 별로부터 와서
다시 어느 별로 돌아가는지 모를 때
별들은 더 빛나는 듯하다.
이 책은 우리 은하계의 한구석에 있는
어느 별의 죽음에 관한 짧은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눈사람이다.




제주의 무덤

김종범,조용훈 저 / 18,000원 / 몽트

『제주의 무덤』은 사진가 김종범이 제주도의 무덤을 소재로 사진을 찍고, 문학평론가 조용훈은 그 무덤을 지상에 새긴 별이라는 소재로 글을 썼다. 제주는 육지와 달리 묘지 문화도 다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도 손색없는 제주의 무덤을 김종범 사진가는 지난 4년간 제주도를 수시로 드나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드론 촬영으로 작업을 진행해 왔다. 무덤을 에워싼 기하학적인 자연색의 패턴과 억새 숲을 헤집고 다닌 동물들의 흔적, 그리고 후손들이 일구는 농작물은 자연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생명 그 자체이다. 제주의 무덤만 촬영한 약 4천여 장에서 조용훈 평론가의 에세이를 곁들여 낸 포토에세이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