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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뉴스

04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2-04-08
조회수
1128
 

가족이 아닌 사람

샤오훙 저 / 이현정 역 / 15,000원 / 문학과지성사

“그 눈은 끈질긴 집념으로
그녀의 만족되지 않을 소망을 좇고 있었다”
시대가 품지 못한 비운의 여성 작가
루쉰이 인정한 천재 작가 샤오훙의 단편 19편


중국 문학의 안타까운 별, 시대를 앞서간 여성, 샤오훙(蕭紅, 1911~1942)의 단편소설 19편을 엮은 작품집 『가족이 아닌 사람』이 [대산세계문학총서] 172권으로 출간되었다. 샤오훙은 탕웨이 주연의 영화 [황금시대]를 통해 소개되긴 했으나, 국내에서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그러나 많은 해외 문학사가나 비평가는 샤오훙을 가장 중요한 중국 작가 중 하나로 꼽으며 독특한 작품세계에 주목해왔다.

20세기 초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벗어나고자 뛰쳐나왔으나, 남성 위주의 세상에서 자신을 불사르고 스러져간 작가 샤오훙. 그러나 그녀는 소멸하지 않고 작품으로 남았다. 약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남긴, 작가의 천재적인 감각이 드러나는 작품들은 기존의 문학 해석틀을 무력화시키는 특유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가난과 질병 속에 만주국의 통치와 중일전쟁을 겪으며 곳곳을 유랑해야 했던 짧은 생애 동안 이만한 수준과 분량의 작품을 창작해내었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샤오훙은 가정과 사회경제적인 권력 관계 속에서 억울함을 겪는 여성과 고용인들, 위선적인 지식인, 고독한 이방인, 중일전쟁 전란 속 서민과 군인 등, 다양한 인물들이 겪는 역사의 여파를 세심하게 다층적으로 재현해낸다. 여성, 청년, 계급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길은 따뜻하지만 다른 어떤 작가의 작품보다도 사실적이고 입체적이다.




블루리본서베이 전국의 맛집 2022

블루리본서베이 저 / 19,000원 / 비알미디어

우리나라 최초의 맛집 안내서 『블루리본서베이』가 올해도 『전국의 맛집』 2022년 판을 선보인다. 2005년부터 발행된 블루리본서베이는 올해로 17번째 되는 해를 맞는다. 3만 명이 넘는 독자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수준 있는 맛집을 지역별로 소개하고 있다. 2022년 판에 수록된 맛집의 수는 3,556개(2021년 판 기준)에서 184개 줄어든 총 3,372개로 집계되었다.

2022년도 전국의 맛집은 2019년부터 새롭게 바뀐 평가 방식에 따라 선정되었다. 기존에는 독자들의 1차 평가에서 선정된 리본 두 개 맛집 중에서 전문가 평가단인 블루리본 기사단의 평가를 통해 리본 세 개 맛집을 선정했지만, 2019년 판부터 전문가 평가 대신 독자들의 평가로만 이루어진다. 2005년부터 축적된 독자들의 평가가 해를 거듭할수록 전문가 평가단과 같은 결과로 수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리본 두 개 맛집은 145개로 2021년 판에 비해 1곳이 줄었으며, 리본 1개 맛집은 1,268곳으로 42개가 늘어났다.




그저 그리워할 뿐이다

전명원 저 / 15,000원 / 풍백미디어

『그저 그리워할 뿐이다』는 지나간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끊임없이 그리움이 쌓이는 이야기이다. 또한 그리움을 오래 잊지 않고자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총 4부 44편의 수필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지나온 추억과 그 그리움에 대해서, 2부는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의 소소한 감상을 담았다. 그리고 3부는 변함없이 꿈꾸는 것들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4부는 인생을 살아가며 기억할 마음가짐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별세계

김유림 저 / 11,000원 / 창비

정교한 언어로 그려낸 시의 건축 도면
첨단의 감각, 김유림이 쌓아올리는 우리의 또 다른 세계


동시대 단연 돋보이는 세련된 어법으로 시를 능숙하게 구성한다는 평을 받으며 주목받아온 김유림의 세번째 시집 『별세계』가 [창비시선] 494로 출간됐다. 시인은 2016년 현대시학 신인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두권의 시집과 소시집, 단편소설 등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성실하고 활발히 넓혀왔다. 김유림은 이번 시집에서 그만의 능청스럽고 사랑스러운 어법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전혀 다른 세상인 것처럼, 마치 ‘별세계’인 것처럼 흥미롭게 그려낸다. 독자는 시인이 ‘다시’ 써내는 세계의 모습을 좇으며 그 생경함에 놀라고, 순수함에 웃음 짓게 된다. 또한 일반적인 해설이나 발문 대신 소설가 박솔뫼가 시와 이어지는 짧은 소설 「문 열기」를 실어 시집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물론 ‘별세계’의 건축물들을 보다 또렷하게, 동시에 더욱 신비롭게 보여준다.




우리의 제철은 지금

섬멍 글그림 / 14,000원 / 창비

‘나중에’는 없다. 우리의 제철은 지금이다!
여성 2인 가족의 단짠단짠 일상 개그 요리 만화

우리 주변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한다. 하지만 혈연이나 혼인 관계로 맺어지지 않은 가족들의 삶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정상가족이 아닌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만화 『우리의 제철은 지금』은 제철음식이라는 테마를 활용해 여성 2인 가족의 삶을 조명한다.

『우리의 제철은 지금』은 매주 마감에 쫓기면서도 파트너인 망토와 맛있는 요리를 해 먹고 살아가는 만화가 섬멍 자신의 이야기다. 원가족의 인정도, 법과 제도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가족을 이룬 탓에 ‘나의 제철은 언제인가’ 싶은 회의감은 쉽게 찾아온다. 하지만 바로 오늘을 제철로 만들고자 생활에 열중하는 작가 섬멍의 태도는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 어린 공감을 호소한다.

작가 섬멍은 국내 퀴어만화의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청아와 휘민」을 비롯해 미스터리 스릴러 GL만화인 「타원을 그리는 법」으로 웹툰 독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만화가다. 『우리의 제철은 지금』에서는 여성 2인 가족의 서사를 지극히 일상적인 어조로 다루면서도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남다른 가족의 삶을 세심히 살피기를 권한다. 찰진 유머와 깨소금맛 나는 위트로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가족의 형태를 꿋꿋하게 꾸려나가는 두 여성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다양성을 억압하는 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며 자신만의 제철을 찾고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풍성한 식욕과 살아갈 의욕을 동시에 북돋아줄 작품이다.




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전소현 이선우 저 / 15,000원 / 현대지성

세상에 발 딛고 선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바다와 저마다의 항해가 있는 거니까


중학생 시절 자기 이름보다 ‘전교 1등’으로 불린 소현. ‘수재 집합소’라는 상산고에 들어가 이제 내 인생도 찬란하게 빛날 것이라고, 의사가 되어 보란 듯이 살겠다고 꿈꿨다. 하지만 결과는 첫 시험부터 전교 꼴찌에 가까운 성적. 3년 동안 약까지 먹어가며 공부했지만, 의대는커녕 수능에서도 처절히 실패했다. 그때 아빠가 내민 카드가 ‘한국해양대학교’였다.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 나와서 뭘 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버텨야 했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하지만 떠밀리듯 시작한 일이라고 해서 계속 좌절하고 싶지는 않았다. 남이 인정해주는 길, 의사 같은 직업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좋은 삶도 있다”라는 걸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한 선우도 우등생이었다. 자연스럽게 명문대를 졸업하고, 취직하고, 남들 다 하는 결혼도 했는데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그냥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이게 뭐지? 원래 인생이 이렇게 시시하게 끝나는 건가? 그때 소현을 만났다. 인생이 고꾸라지는 절망의 터널을 지나 바다 위에서 제 길을 찾아가는 소현을 보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됐다. 이 글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좌절과 아픔 속에서도 자기를 믿고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인생의 막다른 길에 있는 독자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갈 것이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박서련 저 / 14,000원 / 창비

“흔한 얘기인걸요, 세계를 구하고 본인은 망하는 거.”
한겨레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박서련
당신의 세계를 구원해줄 사랑스러운 마법 소설의 등장


독특하고 다채로운 서사, 반짝이는 문장으로 많은 독자들의 호응과 함께 한겨레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박서련의 신작소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가 출간되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세번째 작품이다. 선보이는 작품마다 강하고 아름다운 여성 인물을 내세워 작품세계의 지평을 넓혀가던 박서련이 이번에는 ‘마법소녀’의 손을 잡고 돌아왔다.

소설의 마법소녀들은 사전적 의미의 ‘소녀’에 갇히지 않는다. 나이가 많아도 혹은 나이가 아주 어려도 혹은 여성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마법소녀로 여기는 데에 불편을 느끼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작가 노트). 기후 재난이 가속화되어 멸망을 앞둔 지구, 마법과도 같은 특별한 능력으로 세상을 지킬 든든하고 강인한 소녀들이 등장하는 이번 소설은 도입부터 엄청난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자기만의 마법 도구와 주문을”(최진영 추천사) 떠올리며 소설을 읽어나갈 독자들은 “박서련의 마법에 걸려”(천선란 추천사) 이 사랑스러운 마법의 세계에서 좀처럼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삶이 그곳에 있었다

강성욱 저 / 15,000원 / 생각의창

몽골살이, 진짜 삶이 되다!
마음에 쉼표 하나 던지면
그제야 보이는 것들을 찾아서


“은퇴는 죽을 때나 하는 것!”이란 말을 술자리에서 호기롭게 말하던 사람이 30여 년의 교직 생활이 끝나고 찾아온 현실의 위기 앞에서 처참히 무너졌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이 나라에서 도망쳐야 했다. ‘나’를 찾아 다시 시작하기 위해선 현실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도망칠 곳을 찾아 헤맨 끝에 그 사람이 찾은 곳은 몽골의 고비사막이었다. 코이카KOICA 봉사단원이 돼 몽골로 떠났던 것이다. 그리고 몽골의 고비사막에서 거의 현지인처럼 생활했다.

이 책은 그 사람의 몽골살이 이야기이다. 그 사람의 몽골살이를 통해 우리는 몽골의 생활 풍습, 몽골의 4계절, 몽골의 비경, 몽골의 문화, 몽골의 음식, 몽골의 전통 등 몽골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만나게 된다. 이 책에는 ‘나’를 찾아 도망친 그 사람이 몽골살이를 하며 겪게 되는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날, 그때, 그곳’에서 만난 그 사람의 설렘이 수줍은 첫사랑처럼 녹아 있다.




환락이 집 1,2

이디스 워터 저 / 전승희 역 / 각권 13,000원 / 민음사

여성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 작가 이디스 워튼의 첫 베스트셀러
결혼과 사랑, 세속과 이상 사이의 방황과 비극을 겪는 한 여성의 자아 찾기


20세기 초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디스 워튼의 첫 베스트셀러인 『환락의 집』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1, 402로 출간되었다. 『환락의 집』은 작가 워튼의 삶에서 하나의 전기가 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905년 11월 출간되어 그해 말까지 무려 14만 부가 판매되며 워튼에게 부와 명성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던 것이다. 워튼은 문단에 나온 지 십여 년 만에 『환락의 집』을 통해 일약 유명 작가가 되어 이후 독자들에게 한결같은 인기를 누렸다.

이 책은 이른바 ‘도금(鍍金) 시대’, 즉 2차 산업 혁명 시기 뉴욕에서 새로운 사회 지배 세력으로 떠오른 신흥 부유층의 소비 지향적이고 향략적인 세태, 그리고 자본과 권력, 성적 불평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억압당하는 여성의 욕망과 좌절을 긴 서사에 담아냈다. 부유한 남자와의 결혼을 통해서가 아니면 상류층에 진입할 수 없는 수동적 존재인 주인공이 여성으로서 자아를 성찰하고 사회의식을 고양할수록 경박한 상류 사회로부터 배척당하고 무너져 가는 모습을 그린 워튼은 이른바 “과시적 소비”에 찌든 뉴욕 벼락부자들의 추잡한 스캔들과 후안무치를 폭로하고 여성이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는 과정을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성찰한다.




발언 3

김종철 저 / 11,000원 / 녹색평론사

이 책은 근년에 작고한 김종철 전 《녹색평론》 발행인이 〈한겨레〉, 〈경향신문〉 그리고 〈민중의소리〉에 썼던 글들을 모아서 엮은 것이다. 역시 〈한겨레〉와 〈경향신문〉, 〈시사IN〉 등의 지면에 2008~2015년 사이에 칼럼 형식으로 발표했던 글들을 묶어서 펴내었던 것이 《발언Ⅰ·Ⅱ》인데, 이 책은 이후(2016년부터 2020년 봄까지) 발표된 원고들을 담은 그 후속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의 선구적 생태주의 인문지로 평가받는 《녹색평론》을 창간하여 이끌어온 저자는, 오늘날 전 인류사회가 공통으로 빠져 있는 나락의 정체를 명철한 눈으로 직시하고 그것에 대해 용기 있게 발언하면서, 그와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소개하는 데 근 30년의 세월을 헌신했다. 출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총체적인 위기, 정치적, 경제적, 생태적 혼란 속에서 지표를 잃고 비틀거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적지 않은 위안과 돌파구를 제공해줄 것으로 확신한다.




스마일

김중혁 저 / 14,000원 / 문학과지성사

“마지막 대사가 떠오르지 않는 사람은
웃음을 터뜨리게 되고, 그것으로 놀이는 끝이 난다”
죽음의 목전에서 삶을 되돌아보며 안간힘을 다해 짓는 최후의 표정


개성 넘치는 인물과 재치 있는 서사로 고유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온 김중혁의 다섯번째 소설집 『스마일』이 출간되었다. 국내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저력을 다져온 작가가 지난 소설집 『가짜 팔로 하는 포옹』으로 동인문학상까지 수상한 뒤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표제작 「스마일」과 심훈문학상 대상을 받은 「휴가 중인 시체」를 포함하여 그동안 신중하게 쓰고 다듬은 다섯 편의 작품을 한데 묶었다.

“두려워하는 것을 마주한 채 한참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고, 소설을 쓰는 동안 그런 용기를 얻기 위해 노력”(「창작노트」, 『휴가 중인 시체』)했다는 김중혁은 이번 소설집에서 예외적인 존재들의 삶과 더불어 죽음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진중하게 다룬다. 작가 특유의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문체를 잃지 않으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숙명으로서의 죽음과 거기서 비롯되는 새로운 가능성을 포착한다. 그러므로 『스마일』은 김중혁이 2000년 [문학과사회]에 「펭귄뉴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보여준 다채로운 재능과 지적 호기심이 한층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불가해한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향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과 깊이 있는 통찰이 오롯이 담겼다.




도시가스
이수명 저 / 9,000원 / 문학과지성사

한국 시의 급진적 전위를 개척해온 이수명 신작 시집
“우리에게는 가스가 있다…… 도시가스 보급이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전위의 최전선에서 현실 언어의 질서를 허무는 시인 이수명의 여덟번째 시집 『도시가스』가 출간되었다. “도시가스”라는 이름의 시는 총 여섯 편이 일련번호 없이 수록되었는데, 이는 연작시가 으레 가질 법한 특징인 연속성이 부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특히 시인은 전작 『물류창고』에서도 “물류창고”라는 동명의 시 열 편을 수록해 명확한 고유성을 부여하기 어려운 행동들이 무한히 반복되는 공간으로서의 세계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인간마저도 사물처럼 배치되어 있는 평면적인 세계 속 가능성이 근본적으로 차단된 상태의 ‘소진된 인간’이 등장한다. 내면의 감정을 빼앗기거나 기회를 부정당한 것이 아니라 행위의 목적을 잃은 존재, 행위의 이유 자체를 상실해버린 존재로 그에겐 돌아갈 과거도 앞으로의 미래도 부재한다.




AnA Axt & ARKO vol 02. : 우리는 서로를 보살피며

구혜경,김건영,김지연,김홍,박강산 저 외3명 /  15,000원 / 은행나무

시작하는 작가들의 목소리, 지금의 한국문학에 대한 가장 젊은 답변들!
구혜경 김건영 김지연 김홍 박강산 서호준 육호수 정은우


문화예술위원회(ARKO)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선정 차세대 예술가 8인의 작품집 『AnA Axt & ARKO vol.02 : 우리는 서로를 보살피며』가 출간되었다. 문학잡지 [Axt]와 연계하여 작가의 시와 소설뿐 아니라 인터뷰와 수필, 일러스트와 대중문화 평론, 리뷰 등 다양한 산문을 함께 기획하여 소개하는 ‘AnA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올해의 주인공들은 소설가 구혜경 김지연 김홍 박강산 정은우, 시인 김건영 서호준 육호수 8인이다. 작가로서의 삶에 막 발을 디딘 그들이 ‘생계’, 그러니까 그들의 삶과 삶의 방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학으로 생을 유지하기로 한 사람들이 그 삶으로 만난 것들의 모양, 그리고 살아냄으로써 써낸 아름다운 작품들이 실렸다. 560쪽에 달하는 어딘가 발화되고 싶었을 이야기들이 마침내 독자들을 찾아간다.




어느 투자자의 회상 : 추세매매 대가 제시 리버모어 이야기

에드윈 르페블 저 / 신가을 역 / 14,800원 / 탑픽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투자 서적
윌리엄 오닐, 켄 피셔가 꼽은 최고의 책
추세매매의 아버지, 월스트리트의 큰곰 제시 리버모어
위대한 투자자에 대한 찬란한 기록을 만난다

거의 모든 성공한 투자자들의 레퍼런스에 등장하는 책이 있다. 바로 《어느 투자자의 회상》이다.

이 책은 제시 리버모어의 삶을 바탕으로 한 가상의 자서전이다. 제시 리버모어는 14세에 주식투자를 시작해 평생을 전업투자자로 활동했으며 ‘추세매매의 대가’ ‘월스트리트의 황제’로 불리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이 책의 저자인 에드윈 르페브르는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리버모어를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래리 리빙스턴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그의 전 생애에 걸쳐 트레이딩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투자의 거장들과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9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투자의 바이블로 칭송받고 있는 이 책은, 제시 리버모어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는 물론 시장을 읽어내는 예리한 투자 기법과 트레이딩에 대한 탁월한 조언까지 오롯이 담고 있다.

시장에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 고전이 써내려간 거래와 투기에 관한 예술적?심리적 통찰력은 지금 이 시대에도 놀랍도록 빛을 발한다. 트레이더를 꿈꾼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당신의 삶과 포트폴리오를 풍요롭게 할 것이다.




동시를 읽는 마음 : 새로운 동시를 위한 탈중심의 상상력

김제곤 저 / 22,000원 / 창비

새로운 모습으로 날아오르는
오늘의 동시를 마주하다!


성실한 텍스트 읽기, 균형 있는 비평 감각으로 동시 평단의 논의를 주도해 온 김제곤의 두 번째 평론집 『동시를 읽는 마음 : 새로운 동시를 위한 탈중심의 상상력』이 출간되었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 동시 현장의 변모 과정을 지켜보며 흥미로운 비평적 상상력을 펼쳐 보인 동시평론집이다. 그동안 동시 ‘평론’과 ‘연구’에 집중해 온 저자답게 지난 10년간 동시단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동시의 기원 및 윤석중과 이원수에 대한 비교 고찰, 해방기 동요시인 권태응 연구 등 동시문학사의 중요한 주제까지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모색과 변모 양상이 뚜렷하지만 논의가 활발하지 못했던 동시단 내부에 열띤 대화를 촉구하는 저자의 열의는 우리 동시단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지국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김혜순 저 / 9,000원 / 문학과지성사

“모래의 시간은 늘 이별이야”

지배적 언어에 맞서는 몸의 언어로 한국 현대시의 미학을 갱신해온 ‘시인들의 시인’, 김혜순의 열네번째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567으로 출간되었다.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에서 김혜순은 세상의 죽음을 탄식한다. 1부는 시인의 ‘엄마’가 아플 때와 돌아가신 후에 죽음을 맴돌며 적은 비탄의 시들이다. 2부에는 코로나19라는 전 인류적 재난을 맞이한 시대적 절망이, 3부에는 죽음의 바깥에서 텅 빈 사막을 헤맨 기록이 담겼다. 시인은 사적으로 경험한 병과 죽음을 투과하여 세상의 죽음을, 그 낱낱의 죽음에 숨겨진 비탄 하나하나를 바라본다. 비탄의 연대를 도모하면서 모래처럼 부서진 생명의 조각들이 죽음 그 자체인 망각의 사막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온 힘을 다해 지켜본다. 그렇게 죽음이란 ‘삶 속에서 무한히 겪어나가야 하며 무한히 물리쳐야 하는 것, 살면서 앓는 것’임을 김혜순의 시를 통해 우리는 마침내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겨를의 미들

황혜경 저 / 9,000원 / 문학과지성사

다시 마주하고 싶은 순간을 향해
마음속 아름다운 겨를을 향해
눈 감고 한 걸음 더 걸어 들어가는 시


깊이 파고들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는 시인 황혜경의 세번째 시집 『겨를의 미들』이 출간되었다. 『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 이후 4년 만의 시집으로 3부로 나뉜 62편의 시가 담겼다.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할 때 “나는 언제나 늦되는 아이였다”(신인상 당선 소감)라던 시인은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시를 쓰며 시집 3권을 출간해왔다. 이 시집들에는 “소통이 아닌 독백에, 맥락이 아닌 오차에, 단 하나의 언어가 아닌 모두가 주인공인 나의 몸들, 그 불완전하고 가변적인 언어들 위에 위태롭게 서 있”(박혜경)는 독자적인 문법으로 씌어진 시가 페이지 가득 들어차 있다.

첫 시집에서 “고요하고도 부드럽게” 스스로를 격리하길 선택했고 두번째 시집에서 내적 깊이를 더하는 동시에 바깥으로 손을 내밀며 소통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시적 진폭을 넓혔던 황혜경은 이번 시집에서도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마음의 궤적을 되새기면서 기억 하나하나를 봄의 새순처럼 현재의 시로 피워 올린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배지영 저 / 14,500원 / 사계절

막연함과 두려움 앞에 선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쓰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중에는 다양한 글쓰기 책들이 내일의 슈퍼스타를 약속하고 있다. 다양한 스킬과 기획의 노하우, 심지어 출판사를 상대하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런 책만 골라 읽으면 글이 술술 써질 것 같은데, 쓰고자 하는 사람들 앞에는 거대한 장막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나에게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라는 막연함, 그리고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두려움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핫한 에세이 작가로 떠오른 배지영 작가가 글쓰기 욕망에 불을 지피는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을 출간했다. 작가는 먼저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자기 나름의 동기를 분명히 할 것을 주문한다. 그런 다음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자신의 경험과 지금껏 이끌고 있는 글쓰기 수업을 바탕으로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글쓰기의 기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을 바라보다는 시선이라고 강조한다.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

이경란 저 / 14,000원 / 은행나무

분노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보듬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

“서로의 관계를 바라본다. 각자의 처지와 시간은 다 다르지만,
그 안에서 공통된 질료와 마음을 응시한다.”_이기호(소설가)

201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경란의 첫 장편소설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이 출간되었다. 소설은 몰래 길고양이를 키우다 고시원에서 쫓겨난 민용이 연후와 저커, 이안과 함께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강남 오로라 아파트에 입주, 월세를 4분의 1로 ‘N빵’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강남 한복판. 화려하고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만 빼고 다 성공한 것 같고, 나만 빼고 다 잘살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럴 때마다 초라함을 느끼는 네 사람이지만 그럴수록 그들은 서로에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어준다. 피곤하고 지친 하루 끝에도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이런 게 한집에 산다는 것일까? 이렇게 살면 우리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아닐까?

소설가 이기호의 말처럼, “그들에게 주어진 당위는 언제나 ‘노오력’이고, 일정한 ‘진폭’의 움직임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대신 서로를 격려하고 관계를 다지며 함께 나아가기를 택한다. ‘오로라 아파트’가 집 없는 그들에게 지붕이 되어주었다면, 한잔 기울이며 속내를 털어놓는 ‘오로라 상회’는 그들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열게 하는 터닝포인트가 된다.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은 청년세대와 기성세대가 한집에 살게 되며 발생하는 갈등과 화해를 현실적으로 그려내어 날 선 지금의 현대사회에서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끝내 우리가 서로의 손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