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신간 도서 소개 (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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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릿길을 셔벗셔벗 : 싱고 한뼘일기 신미나 저 / 15,000원 / 창비 “하늘 한장 떼다가 감으로 눌러놓고 거울 닦듯이 들여다보자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이 계절 가장 반짝이는 순간이 내 마음의 첫 문장이 될 때, 한뼘의 일기로 간직하는 계절의 선물 순박한 언어로 짙은 서정의 시세계를 다져내 독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신미나 시인의 한뼘일기 『서릿길을 셔벗셔벗』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은 시와 웹툰을 접목한 ‘시툰’으로 많은 호응을 얻은 데 이어 이번엔 계절의 정취를 듬뿍 담은 그림일기를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사계절을 지나는 동안 쓰고 그린 사랑스러운 그림일기를 통해, 자연을 가까이 느끼고 존재의 작은 기척을 보살피는 자세를 다정하고 친근하게 전한다. 겨울 일기부터 가을 일기까지 총 4부로 나뉜 일기장을 펼치면 시인 자신의 캐릭터 ‘싱고’와 그의 반려묘 ‘이응옹’이 아기자기한 그림 속에서 우리를 반긴다. 그림 곁에는 사계의 다채로운 색과 소리, 맛과 향을 선명히 노래한 한뼘의 글이 나란히 실려 있다. 한편의 시 같기도 한 이 글들은 그림 속 풍경에 깊이를 만들고 한뼘보다 긴 여운을 남긴다. 그림과 글이 정답게 기대어 부르는 계절의 노래는 오늘을 완성하는 사소하지만 특별한 순간을 포착한다. 아울러 우리를 감싼 시간의 섬세한 움직임과 자연의 생생한 힘을 실감케 한다. “자연의 생기와 신비를 구체적으로 실감하는 일이야말로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하려는 노력과 같다”(들어가는 말, 6면)는 믿음으로 꾹꾹 눌러쓴 싱고의 일기는 사계와 이십사절기의 풍광을 색색이 스케치하여 시간과 자연에 무디어진 우리의 감각을 부드럽게 일깨운다. 무감하게 매일을 보내는 데 지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반갑고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마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임솔아 저 / 14,000원 / 문학과지성사 『최선의 삶』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임솔아 두번째 소설집 문지문학상 수상작 수록 일상 속 모순을 응시하는 작가 임솔아의 두번째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임솔아는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한 소설 『최선의 삶』과 2017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첫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등을 출간하며 소설과 시를 써왔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에는 제10회 문지문학상 수상작인 「희고 둥근 부분」이 수록돼 있다. 작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고 있는 임솔아 소설 속 사람들.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중반까지의 이야기였던 첫번째 소설집에 이어 두번째 소설집에서는 이십대 중반부터 삼십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점상 역순으로 배치되어 있는 소설들을 함께 읽으며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우리 각자의 어제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비폭력 대화로 마음을 위로하고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치유 수업: 초등 학년별 인성교육 5학년 치유 이보경 외 / 16,000원 / 우리교육 이 책은 5학년 아이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통하는 과정에서 겪는 감정을 인지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건강하게 풀어낼 방법을 게임과 독서토론 수업을 통해 안내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그 감정을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잘 전달하는 방법을 배운 다음, 서로 화해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 자작나무 수첩 신장련 저 / 9,000원 / 우인북스 사유하며 걸어가는 구도의 걸망에 묵묵히 서 있어 위로가 되는 흰빛 자작무늬, 담백한 시 한 모금 신장련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자작나무 수첩>에는 <품앗이>,<나무 섬>,<까치 눈이 푸르다>를 비롯해 96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그윽한 심혼의 가락을 들을 수 있다. 갯메꽃 한 송이 최영희 저 / 9,000원 / 우인북스 '애너벨 리'를 좋아했던 소녀의 그리움 같은 시집, 시인의 갯메꽃은 오늘도 내일도 또 내일도 변함없이 피어난다 최영희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연작시 <갯메꽃>,<시 아니면 안 쓰기>,<연꽃이 피기 시작했다는>,<한라산>을 비롯해 총 92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이야기 : 전쟁,협력,산업의 키워드로 본 조민재 저 / 17,000원 / 통독원 유네스코, 결국에는 ‘사람’ 이야기이다. 현재 많은 세계유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되면서, 유네스코라는 국제기구에 대한 인식은 전 세계인들의 의식 속에 계속 확장되고, 더욱 친숙히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유네스코에 대해 보다 더 포괄적이고 자세히 이해하고 알아간다면 온 세계가 소중하게 보호하고 있는 세계유산에 대해 더욱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고, 유산을 지켜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많은 유네스코에 대한 자료를 한곳에 모아 이야기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더 나아가 ‘세계유산’은 사람들의 상황과 결정에 따라 변화되는 ‘트렌드’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문화유산 전문가로서 문화유산을 보호,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어떻게, 그리고 왜 생기게 되었는지, 더 나아가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해 살펴보며, 이를 ‘전쟁, 협력, 그리고 산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풀어나간다. 저자가 유네스코 이야기를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가는 이유는 유네스코의 설립 배경이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곧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은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기구들의 형성과 협력을 불가피하게 했다. 이에 유네스코 또한 무엇보다 세계인들의 ‘협력’이 필요했다. 이 협력은 유네스코 창립의 키워드요, 초기 목적이 되었다. 그리고 유네스코는 많은 국제 협약 가운데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세계유산협약을 통해 세계유산 보호 활동을 이끌어왔다. 결과적으로 유네스코를 통해 지정된 세계유산은 오늘날 국제적으로 중요한 큰 ‘산업’이 되었다. 저자는 익숙하면서도 설명하기 어려웠던 유네스코 세계유산 이야기가 ‘세계 7대 불가사의’와 어떻게 다른지 그 비교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나간다. 그리고, 유네스코의 설립 배경이 된 두 번의 세계대전과 세계의 관심을 끌어당긴 ‘누비아 캠페인’ 이야기, 어떻게 유산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지, 등재를 위해 꼭 알아야 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적절한 사례를 통해 다룬다.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형태들은 무엇인지, 가장 먼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유산은 무엇인지,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무엇이 있는지 함께 설명한다. 이토록 찬란한 어둠 ;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첫 번째 에세이 김문정 저 / 15,000원 / 흐름출판 대한민국 최정상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의 모든 것! 건반 연주자로 시작해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까지 김문정 음악감독이 들려주는 뮤지컬 무대, 음악 그리고 사람들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의 첫 번째 에세이. 『이토록 찬란한 어둠』에는 저자가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음악, 무대, 사람에 대한 그의 시선과 애정, 열정을 담았다. 저자는 어린 시절 취미였던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된 이유, 건반 연주자로 시작해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 위해 애쓰던 날들, 음악감독이 된 이후 맡아온 다양한 작품들과 해외 공연 경험, 그 과정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시간과 배운 것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무대 위의 배우들과 무대 밖에서 땀 흘리는 스태프들까지, 하나의 공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에 대한 신뢰와 존경, 애정을 이 책에 담아냈다.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PIT의 지휘자이기도 한 김문정 음악감독은 화려한 무대 아래, 좁고 어두운 ‘피트(pit)’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삶을 이야기하며, 뮤지컬 업계에서 선례를 만들어가는 선배로서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 꿈꾸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풀어놓는다. 저자의 첫 번째 에세이인 『이토록 찬란한 어둠』은 독자들에게 낯설지만 매력적인 뮤지컬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뮤지컬 음악감독 혹은 뮤지컬 관련한 일을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20여 년간 음악감독으로서 쉼 없이 달려온 저자의 이야기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힘, 버티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며, ‘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1부는 저자가 음악감독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았고, 2부는 실제로 뮤지컬 감독이 되어 참여한 여러 작품들과 그 작품들을 통해 만난 사람들, 그 과정 속에서 배운 것들을 이야기한다. 3부는 음악감독이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이야기이자 그녀가 지휘자로 있는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PIT와 무대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자기 업에 열과 성을 다하는 연주자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건 내 숨구멍 JUUT 저 / 10,000원 / 인디언북 『이건 내 숨구멍』은 소설의 흐름을 가진 시집으로, 「시작점」, 「보석 혹은 가공」, 「들킨다는 것」, 「인형놀이」, 「곱씹기」, 「지독함」, 「비워냄」, 「+느린 고백」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한 사람을 겪는 시작부터 이별 후의 끝맺음까지 풀어냈다. 사랑과 증오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수 있으며 감정의 단면이 아닌 양면을 담아냈기에 미처 포장하지 못한, 철저히 이기적인 입장까지 훔쳐볼 수 있는 기회이다. 다소 거친 마음으로 속을 비워낸, 어떤 인연을 위한 연서 또는 반성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온전히 한 사람을 배우며 느낀 것들을 고백했다. 함께한 시간은 찰나이고, 이후 홀로 앓는 시간은 꽤나 길었으나 이 모든 건 그 사람의 깊이를 사랑하여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이 여정의 끝은 진실된 애정 혹은 미화된 거짓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은 독자의 해석에 맡긴다. 흔히 연상되는 따스함으로 가득 채운 시집을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작가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만을 생각하며, 솔직함으로 무장한 글은 쉽게도 공감할 수 있고 반전의 흥미를 자아낸다. 문학의 열린 길 : 사유,정동,리얼리즘 한기욱 저 / 20,000원 / 창비 난해하지 않게 핵심을 짚어내는 최상의 평론집 섬세한 독해, 열린 생각, 당당한 마음 문학의 생생함을 구하는 창작과 비평의 자세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주간으로서 묵직한 문학비평을 활발히 이어온 한기욱 교수(인제대 영문과)의 두번째 평론집 『문학의 열린 길』이 출간되었다. 특유의 균형감 있는 섬세한 독해는 오래전부터 평단에 정평이 난바, 문학을 통해 사회를 읽어내는 시대감각 또 한번 날카롭게 갱신함으로써 최상의 완성도를 갖춘 평론집을 선보이게 되었다. 영문학자로서 외국문학에 대한 폭넓은 식견을 담아낸 점도 뜻깊은데, 그것이 서구중심으로 쏠리지 않고 유력한 이론과 비평에 맞서는 당당한 모습도 본보기가 될 만하다. 이번 평론집에는 한편의 글을 쓸 때도 모든 것을 쏟아붓는 저자의 정성스러움이 여실히 담겨 있다. 발표한 글들을 추리고 추려 이 책을 내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도 그 때문이다. 문학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작품에 대한 분별력, 대중문화 영역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저자의 방대한 관심사가 집약된 이번 평론집은 지금의 문학 독자들이 주목할 만한 귀감이라 할 수 있다. 스토리의 기술 : 감정 전달 게임에서 승리하는 법 피터 거버 저 / 김동규 역 / 17,000원 / 라이팅하우스 《디즈니만이 하는 것》 로버트 아이거 강력 추천! UCLA 필름스쿨 30년 강의 노트 스토리텔링의 대가들로부터 배운, 이야기의 숨겨진 힘 사람들을 사로잡는 이야기의 비밀, 고객의 감정을 움직이는 법 《스토리의 기술》은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최정상에서 40년 이상을 보낸 만달레이 엔터테인먼트 회장 피터 거버가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이야말로 최고의 성공 수단’임을 수많은 사례와 이론적 해설로 밝혀 놓은 책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2008년 TV 쇼 [슛아웃]에 출연해서 ‘피터 거버에게 영화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밝혔을 정도로, 그는 뛰어난 비즈니스맨이자 타고난 스토리텔러였다. 피터 거버는 자신이 제작한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컬러 퍼플], [배트맨], [레인맨] 등 여러 수상작들의 탄생 비화와 함께, UCLA 필름스쿨에서 30년 동안 가르쳤던 ‘스토리를 통해 사람들을 서로 뭉치고 움직이게 만드는 비법’을 《스토리의 기술》에 아낌없이 공개했다. 이 책에는 컬럼비아 픽처스와 트라이스타를 인수한 소니가 피터 거버의 리더십 아래 소니 픽처스로 성공적으로 통합하기까지의 과정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고 들려주는 구체적인 노하우까지, 콘텐츠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독자들이 참고하고 배울 만한 풍부한 사례들이 가득 담겨 있다. 오만과 선량 치즈무라 미즈키 저 / 이정민 역 / 16,000원 / 냉수 연애도 결혼도 힘든 시대, 무엇이 우리의 결혼을 방해하는가? 나오키상, 서점 대상 수상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가 선사하는 현실적인 연애소설 제7회 북로그 대상 소설 부문 수상작 가케루는 오랜 시간 만난 연인과 결혼이라는 결론에 다다르지 못하고 헤어졌다. 오랜 결혼 활동 끝에 결혼 정보 앱에서 착하고 성실한 마미를 만난다. 가케루는 마미와 결혼해야겠다는 확신은 없지만 결국 2년 동안의 연애 끝에 결혼을 약속한다. 다니던 회사의 송별회 다음날, 마미는 약혼 반지를 비롯해 많은 것을 그대로 남겨둔 채 홀연히 사라진다. 단서는 마미가 줄곧 말해 왔던 스토커의 존재. 가케루는 스토커가 있다는 마미의 고향 군마로 향해 마미를 둘러싼 사람들을 만나며 마미의 과거를 파헤친다. 한국과 일본에 두터운 팬층을 갖고 있는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가 데뷔 15주년 기념작 『오만과 선량』이 번역 출간되었다. 츠지무라 미즈키는 『아침이 온다』, 『파란 하늘로 도망치다』 등의 작품을 통해 일본 소설 특유의 미스터리적 전개를 놓치지 않으면서 가족이라는 소재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 온 작가이다. 이 연애소설 역시 가족 이야기가 아닐 수 없는데, 사랑과 결혼을 통해 형성되는 가족의 시작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새 가족이 생기기 전의 개인을 형성해 온 원가족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제목 『오만과 선량』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가져왔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가지고 있던 편견, 즉 다아시가 매우 오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두 사람을 가까워지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동한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에서 드러나는 오만이란 자신의 잣대로 남을 평가하는 태도이며, 선량은 자신의 의지 없이 다른 사람이 또는 사회가 정한 대로 살아왔다는 것에 안도하는 태도다. 오만한 심성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 방해되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마음 역시 서로 가까워지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가 됨을 새롭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속에서 가케루와 마미는 사건 발생 이후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 안에 있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오만함과, 마냥 좋은 것인 줄로만 알았던 선량함의 이면을 깨달으며 서로를 보듬을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일본의 노예 : 한국인이 꼭 알아야 할 역사의 진실 박태석 저 / 18,000원 / 월드헤리티지 우리의 역사 속에는 우리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두운 과거가 많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도 역사 속에서 영원히 감추고 싶은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이를 새삼 들추어내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슬픈 과거가 재발하지 않도록 기억하고 대비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위안부와 강제징용 제도는 거시적으로 볼 때 중세 시대 일본의 인취와 난취, 왜구의 조선인과 중국인 납치, 임진왜란 당시의 조선인 연행, 포르투갈 상인의 해외 노예 매매, 유럽 상인과 군인들에 대한 가라유키상 제도 등과 연결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즉,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이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고, 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관행적 행위로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피해자들을 모두 비자발적 노예상태에 있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반복된 이러한 형태의 노예상태는 미래에도 새롭게 진화한 형태로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슬픈 과거들을 그냥 흘러 보내지 말고 기억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들이 국수주의나 배타주의, 혐오주의로 발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책은 우리의 슬픈 역사를 다루면서도 이 점에 대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위안부나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는 기본적으로 인권 문제다. 그리고 이들이 위법한 국가권력에 의하여 자신의 자유와 생명, 재산에 피해를 입었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가해자인 국가나 기업이 이들의 피해를 보상하고, 미래에 이와 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인권 문제 해결의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단순한 인권 문제의 차원을 넘어서 한국과 일본의 국가적 문제가 되었다. 한국과 일본의 정부와 국민 사이에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엄청난 이해의 간격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에도 어느 국가의 정부도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이나 협의가 없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작은 밀알이 되고 싶은 것이 바로 이 책의 탄생 배경이다. 그리고 이 책은 단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 박태석은 말한다. “이번에는 ‘일본의 노예’라는 제목으로 위안부와 강제징용의 실상, 그리고 이와 역사적 연관성을 가진 일본의 유녀와 가라유키상, 임진왜란의 인취와 약탈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먼저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이어서 세계 각국의 인권침해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서,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노력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 :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두려워지는 당신에게 이근후 저 / 15,000원 / 가디언 ‘여든일곱의 현역’ 이근후, 그는 오늘도, 오늘보다 재미있는 내일이 기대된다 몇 년 전, 세상은 100세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우리는 새로운 역사에 처음 발을 내디딘 최초의 인류다. 이는 장수가 미덕인 나라에서 당연히 환영받을 만한 일인데, 어쩐지 사람들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삶에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건만 점점 더 불안해지고 그 오랜 세월 뭐 해 먹고 살아야 하나 막막하기만 하다. 굳이 불안의 원인을 찾자면, 아마도 그곳이 아직 가 보지 못한 먼 미래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했다고 해서 알지 못하는 건 아니다. 이 책의 저자이자 곧 아흔을 바라보는 이근후의 삶과 철학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의 인생은 아직도 40대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싱그럽고 찬란하다. 바야흐로 아흔, 곧 여든일곱에 접어드는 이 책의 저자 이근후는 20여 종의 책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이화여대 명예교수이며 인기 유튜버로 활약하는 이 시대 인생 멘토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남은 생을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사람들에게 ‘인생을 앞서 겪어본’ 100세를 가까이 둔 사람의 이야기는 아마도 귀감을 넘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중요한 삶의 지침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쓰는 법, 쓰는 생활 정지우 저 / 15,000원 / 문예출판사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고전에 기대는 시간』 『분노사회』 『청춘인문학』 등, 에세이스트와 문화평론가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해온 작가 정지우가 첫 번째 글쓰기 에세이집을 내어놓는다. 20여 년간 소설, 인문서, 에세이, 칼럼, 서평, 평론, 동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쉼 없이 글을 써온 작가는, 문학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넓은 스펙트럼에서 언제나 혐오와 차별을 경계하는 균형 잡히고 따뜻한 글쓰기로 많은 이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대리사회』의 김민섭 작가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답고 단단한 글쓰기를 하는 작가”로 정지우를 꼽았으며, 에세이스트 김혼비, 소설가 김사과, 사회비평가 홍세화, 시인 장석주, 방송인 오상진, 사회학자 노명우, 뮤지션 오지은 등이 정지우의 책들에 호평을 보낸 바 있다. 집필 작업 이외에도 수년 전부터 페이스북에 매일 한 편씩 글을 올리고 있으며, 일정한 완성도를 유지하는 꾸준한 글쓰기는 독자는 물론이고 글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커다란 자극이 되고 있다. 글쓰기를 통한 연대를 꾀하며 동시대 여러 젊은 작가들과 함께 에세이 구독 서비스 ‘책장 위 고양이’,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 등을 기획해 참여하고 있으며, 글을 쓰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크고 작은 글쓰기 모임과 강연 등을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가 그렇게 20여 년 동안 작가로 활동하며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했던 것들을 오롯이 담아낸 “글쓰기에 관한 증언”들이다. 이 책은 그리하여 어느 한 작가의 성장의 기록이자, '글쟁이'로서의 정지우의 모든 것을 담은 자서전이라 불려도 좋다. 숨 쉬듯 글을 쓰고, 글쓰기가 곧 삶이 된 작가 정지우가 펼쳐놓는 내밀한 생각들은, 글을 쓰고자 하고, 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다정한 안내이자 섬세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미라클 크리크 앤지 김 저 / 이동교 역 / 16,500원 / 문학동네 단 한 권의 책으로 미국을 뒤흔든 한국계 작가 앤지 김, 그녀가 전하는 인간의 선의에 대한 기적 같은 드라마 한국계 작가 앤지 김의 데뷔소설 『미라클 크리크』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운영하는 고압산소 치료 시설에 불이 나고 사망자가 발생하며 열린 나흘간의 살인 재판을 따라가는 소설로, 2019년 미국에서 출간된 후 커다란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은 『미라클 크리크』는 전 세계 20개국에 수출되어 번역·출간되었지만, 작가는 그 무엇보다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다는 사실이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고 한다. 열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볼티모어로 이민을 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 적응하고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가 된 뒤 결국은 꿈꾸던 작가가 되어 영어로 쓴 소설을 출간했지만, 작가의 근본에는 여전히 한국어가 남아 있고 그 리듬이 지금도 말하고 읽고 쓰는 방식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나의 유년 시절 고향을 그리며 살아온 사십여 년의 세월을 지나서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는 꿈”이 실현된 기분이라며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방화와 살인 같은 비극적인 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음에도 이 소설 『미라클 크리크』는 더없이 따듯하고 감동적이며 무엇보다 인간적이다. 어머니로 산다는 것의 기쁨과 고통, 특수아동을 키우는 부모의 고뇌, 이민자로서의 정체성, 대체의학과 같은 민감한 주제를 날카롭게 파고들면서도 등장인물 모두를 향해 너그럽고 이해심 많은 시선을 보낸다. 결말에 이르면 미라클 서브마린에 불이 난 날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말이 다 밝혀지지만, 모든 일이 완벽하게 괜찮아지는 ‘기적’이 일어나진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선의를 담고 있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떠올리면 등장인물들의 삶에, 또 우리의 삶에 작은 기적을 불러올 만한 희망이 늘 흐르고 있는 것만 같다. 책장을 덮고 나면 작가가 전하는 ‘미라클 크리크’, 즉 ‘기적의 물결’이 독자에게도 흘러들어 마음의 온도를 조금쯤 높여줄 것이다. 모래 사나이 E.T.A 호프만 저 / 신동화 역 / 12,000원 / 민음사 인간 심리의 비밀스럽고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독일 낭만주의 작가 호프만 환상 문학, 공포 소설의 선구자 호프만의 정수가 담긴 신비로운 단편 소설집 몽환과 현실을 넘나드는 낯설고 기이한 이야기, 매혹적이고 섬뜩한 환상의 세계 환상 소설과 공포 소설의 선구자이자 독일 낭만주의 대표 작가,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기괴함과 섬뜩함, 유머와 풍자로 독자를 매혹하는 E.T.A. 호프만의 단편 소설집 『모래 사나이』가 [민음사세계문학전집] 396번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호프만이 남긴 수많은 단편 소설 중 총 세 작품을 선정하여 수록했다. 「모래 사나이(Der Sandmann)」는 호프만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편이며, 뒤를 잇는 「이그나츠 데너(Ignaz Denner)」는 한국어로 처음 번역하여 소개하는 으스스한 소설이다. 마지막으로 「팔룬의 광산(Die Bergwerke zu Falun)」은 오래전에 한 차례 번역된 적이 있으나 국내 독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작품이다. 독일 낭만주의의 대표 작가인 호프만은 환상과 광기와 불안을 소재로 삼아 작품 속에서 환영과 유령과 도플갱어와 악마를 소환한다. 낯설고 섬뜩하고 기이한 소설들은 이성적이고 무미건조한 현실의 법칙을 뒤흔들고, 꿈과 현실 사이를 곡예하듯 오가며 환상적인 마법의 왕국이 우리 삶의 일부임을 매혹적으로 증명해 낸다. 어느 날 불길한 청우계 장수 코폴라를 만나며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고 점차 광기에 빠져드는 나타나엘의 이야기를 그린 「모래 사나이」. 선과 악의 사투와 뒤엉킴을 숨 막히게 보여 주는 「이그나츠 데너」. 외딴 숲에서 사냥터지기로 아내와 가난하게 살아가는 안드레스네 집 문을 두드리는 낯선 남자 이그나츠 데너, 아내의 병을 고쳐 주고 돈과 보물을 건네는 그는 선인인가 악인인가. 스웨덴 팔룬의 광산에서 있었던 실화를 모티프로 한 애절하고 환상적인 사랑 이야기 「팔룬의 광산」. 어머니를 잃고 세상에 환멸을 느끼는 젊은 선원 엘리스 앞에 나타난 한 늙은 광부. 엘리스는 늙은 광부의 조언에 따라 팔룬의 광산으로 가 광부가 되고 신비로운 땅속 세계에 완전히 매혹되고 마는데……. 과거는 어째서 자꾸 돌아오는가 백민석 저 / 13,000원 / 문학과지성사 소설가, 여행자, 독서가 백민석의 에세이 툭툭거리는 독설 같지만 끝내 자신을 향하는 성찰의 화살 백민석의 『과거는 어째서 자꾸 돌아오는가』(문학과지성사, 2021)가 출간되었다. 이미 다섯 권의 산문집을 낸 바 있지만, 여행이나 예술과 같은 특별한 주제 없이 에세이를 모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여 년간 쓴 산문을 모았지만 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흐리지는 않다. 창작자의 진솔한 고민과 입장을 담아내는 [문지 에크리〉]의 취지에 부합하는, 소설가 백민석의 삶-세계 분석을 한눈에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긴 시간을 아우르며 그의 사유가 연결되고 확장되어온 기록이라 작가의 내면 성장기로 읽어볼 수도 있다. 백민석은 「잘린 시야」에서 “모르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느는 것은 뱃살과 모르겠다는 말뿐”이라고 익살스럽게 너스레를 떨면서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에 대해 계속 쓸 것이다. ‘멀리 내다보면서 들여다보는 행위’ 즉, 성찰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을 맺는다. 글 곳곳에서 마르크스와 프로이트 등 고전을 탐닉하며 오래된 기록으로 현재를 읽어내는 독서가이자, 낯선 땅의 표정에서 역사의 흔적을 추적하는 여행가의 통찰이 드러난다. 통념을 의심하고 익숙함에 머무르기를 단호하게 거절하며 지난날의 자신을 통렬하게 반성하는 백민석의 일신일신우일신기日新日新又日新記는 어제를 닮은 완고한 세계를 뼈아프게 울린다. 이 책은 1부 ‘정치적인 것’과 2부 ‘미학적인 것’으로 구성되어 총 18편의 산문이 담겼는데,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정치적이고 미학적인 것은 하나의 사건, 현상, 작품이 해석되는 두 가지 측면”이기에 이를 기준 삼아 분류하였음을 밝혔다. 하지만 정치와 미학을 기계적으로 나누기보다는 그 둘이 조우하는 지점에 더 주목하였다. 국정 농단, 인종 차별, 젠더 불평등, 기후 위기, 문단 권력 등의 문제가 서로 공유하는 근원적 모순들을 입체적으로 조망해간다. 백민석의 시각으로 경험하는 세계의 총체가 여기 준비되어 있다. 창밖을 본다 : 신해욱 산문 신해욱 저 / 13,000원 / 문학과지성사 “읽음에 의해 비로소 이 책은 씌어진다. 읽은 자리에 백색의 글자가 드러날 것이다” 텅 빈 프레임 속에 펼쳐지는 무한히 아름다운 풍경들 신해욱 시인의 산문집 『창밖을 본다』가 [문지 에크리]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신해욱은 자신만의 섬세하고 견고한 시 세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비성년열전』 『일인용 책』 등 일상 속 미세한 파문을 포착해내는 산문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최근에는 아름다운 꿈의 이미지를 다룬 소설 『해몽전파사』로 신비로운 감각의 공유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한 작가가 이번 산문집에서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공책(空冊)을 읽어내는 방식으로 글쓰기를 시도한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 공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노트로서의 공책이 아닌. 책으로서의 빈 책인 듯이. 포화 상태의 백색소음을 해독하겠다는 듯이. [……] 읽은 후에야 읽힐 것이 따라온다. (「空冊」, pp. 13~14) 『창밖을 본다』는 친구 재옥으로부터 한 권의 공책을 선물 받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잘 써라. 어떻게 썼는지 나중에 보고해”라는 주문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어떤 문장도 기입할 수 없는 나날의 풍경을 작가 특유의 세심한 관찰력과 시적 사유로 담아낸다. 결국 신해욱은 쓸 수 없음을 읽기라는 형식으로 돌파한다. 페이지의 공백을 마치 백색의 문장을 따라 읽듯이 응시함으로써 선후 관계를 초월한 글쓰기의 영역에 이르고자 한다. 나는 앞장서 글을 끌어가기보다는 글에 끌려가는 축에 속한다. 글 속의 공책에 끌려가면서야 흩어져 있던 문장들을 모을 수 있었고 글 속의 재옥을 흉내 내는 방식으로 공책을 만들 수 있었다. 따라 하기 위해. 뒤를 밟기 위해. 썼다. (「작가의 말」, p. 188) 이러한 작법은 책 속에서 작가가 무시로 건너다보는 창문이 텅 비어 있는 동시에 매 순간 변화하는 이미지로 충만하다는 역설적 상황과도 맥락을 함께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여간해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는, “무한한 찰나” 속에서 언뜻 스치고 휘발되는 언어들을 붙잡아두려는 문학적 모험을 연상케 한다. 그 과정에서만 포착해낼 수 있는 생경한 아름다움이 “어딘가에서 창밖을 보고 있는 당신의 마음”과 연결되기를 염원하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소설 보다 : 겨울 2021 김멜라,남현정,이미상 저 / 3,500원 / 문학과지성사 새로운 세대가 그려내는 겨울의 소설적 풍경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소설 보다 : 겨울 2021』에는 2021년 가을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김멜라의 「저녁놀」, 남현정의 「부용에서」, 이미상의 「이중 작가 초롱」 총 3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해당 작품은 제12회 문지문학상 후보가 된다. 선정위원(강동호, 김보경, 김형중, 양순모, 이수형, 조연정, 조효원, 홍성희)은 매번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작품을 선정한다.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찻집 라오서 저 / 오수경 역 / 9,000원 / 민음사 북경 서민의 삶을 경쾌하고 해학적인 일상의 언어로 그려 낸 중국 3대 문호 라오서 격동의 중국 근대, 북경의 한 찻집을 무대로 펼쳐지는 민초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 루쉰(魯迅), 바진(巴金)과 함께 중국 3대 문호로 불리는 라오서(老舍)의 걸작 희곡 『찻집』(1957)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0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찻집』은 1958년 북경인민예술극원의 초연 이래 2021년 현재까지 무려 700회 넘게 무대에 오른 명실상부 현대 중국을 대표하는 희곡이다. 공연이 열릴 때마다 매진을 거듭하여 “「찻집」 현상”이라는 말이 생겼을 만큼 북경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찻집』에는 혼돈의 중국 근대를 살아간 북경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세파에 시달리면서도 대를 이어 가며 꿋꿋이 제자리를 지켜 온 북경의 한 유서 깊은 찻집이 역사의 격랑 속에 쇠락해 가는 씁쓸한 풍경에는 민초들의 신산한 삶이 서려 있다. 라오서는 중일 전쟁, 군벌의 혼전, 국민당의 부패 통치, 신중국 수립이라는 역사의 흐름을 배경으로 찻집을 드나드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변화하는 인정세태를 통해 오십여 년 중국 근대의 시대상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프라하 여행길의 모차르트 / 슈투트가르트의 도깨비 애두아르트 뫼리케 저 / 윤도중 역 / 14,000원 / 문학과지성사 섬세한 시각과 애정으로 천재 음악가의 삶과 예술의 환희를 그린 위대한 예술가 소설 19세기 독일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에두아르트 프리드리히 뫼리케(Eduard Friedrich Morike, 1804~1875)의 문학적 정체성이 드러나는 산문 2편(노벨레와 동화)을 엮은 『프라하 여행길의 모차르트/슈투트가르트의 도깨비』가 대산세계문학총서 170권으로 출간되었다. 「프라하 여행길의 모차르트」는 모차르트와 그의 아내가 신작 오페라 「돈 조반니」 초연을 위해 프라하로 가는 길에 보낸 하루를 그린다. 뫼리케는 수많은 이야기 속 이야기를 넣어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모차르트의 생애를 드러내고, 그의 인간성, 생활방식, 예술적 기질과 음악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한다. 「슈투트가르트의 도깨비」는 도깨비로부터 먹은 만큼 다시 생겨나는 빵 덩어리와, 행운의 구두 두 켤레를 받은 젊은 구두장이 제페가 자신의 진로와 신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동화이다. 자연은 신적이고 마법적인 존재, 요정, 도깨비로 가득하다고 생각한 뫼리케는 그의 방대한 상상력을 동화에 쏟아부었다. 뫼리케의 독창성은 한창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고전적 미학의 요구와 근대의 경험을 중재하려고 했다는 데에 있다. 그는 시민의 삶과 동떨어진 예술지상주의와 정치 · 사회적으로 급격히 변했던 근대적 가치를 미학적으로 화해시킨다. 르코르뷔지에 미워 요시다 켄스케 저 / 이와나베 카오르 그림 / 강영조 역 / 12,000원 / 집 ‘현대건축에 이론적 연구의 숨결을 불어 넣은 선구자이자 도시 거주자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스위스 출생 프랑스 건축가.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온라인 사전에 있는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설명을 추렸다. 2016년 르코르뷔지에의 건축물 17곳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한 건축가의 작업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첫 번째 경우여서 당시 큰 화제가 되었다. 같은 해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코르뷔지에”라는 제목으로 대규모 전시회가 열려 많은 사람이 르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을 간접 경험했다. 사후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건축가의 스승이자 건축 작업의 교과서처럼 꼽히는 르코르뷔지에가 ‘싫다’고 이야기하는 한 일본 건축가가 있다. 바로 요시다 켄스케이다. 일본에서 르코르뷔지에는 ‘신성불가침한 존재’처럼 여겨진다고 하는데 그런 분의 뒷담화를 하고 있으니 요시다 켄스케 역시 보통 건축가는 아닌 듯하다. 요시다 켄스케는 건축 실무를 하면서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쳤으며 건축 교과서, 건축평론 등 다방면에서 책을 출간하고 건축 실무자이자 연구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나이 80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을 르코르뷔지에 건축론에 빗대 미주알 고주알 씹어댄다. 특히 르코르뷔지에의 오만한 자세와 태도에 혀를 내두르며 ‘똥배짱’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또한 건축가, 건축 연구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맹목적으로 르코르뷔지에를 예찬하는 것에 대해 ‘르코르뷔지에 브랜드를 날조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책을 번역한 강영조(동아대) 교수는 “쉬운 글로 저명한 건축을 소개하는 책이 많지만 이 책처럼 건축가의 이면을 경쾌하게 서술한 것은 보기 어려웠다. 특히 르코르뷔지에 전문 연구자가 아니면 쉽게 접하기 힘든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서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이론이나 르코르뷔지에를 이해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될 것”(7쪽)이라고 책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남편을 기증해도 되나요 김재균 저 / 16,500원 / 다락방 이 책은 저자가 농업박물관장으로 재직하면서 평소 관심을 지니고 있던,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농업 이야기를 정리한 일종의 농업박물지이다. 저자는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면서, 농민도 줄고,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농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박물관 업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물수집, 전시, 관람객 관련 이야기와 농기구, 농산물 이야기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으며, 국내 다양한 박물관들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며 분류한 얘기도 관심을 끈다. 어딘가에 숨겨 있거나 흩어져 있는 농업을 새롭게 기록하거나, 해산물과 휴양지로만 인식돼온 섬을 농사의 섬으로 재조명한 것도 유익하고 이채롭다. 박물관과 농업이라는 다소 흥미 없는 주제를 유익하고 재미있게 다루려고 노력하였으며, 농업도 흥미 있는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호모 씨피엔스 : 신인류의 바다 인문학 윤학배 저 / 16,500원 / 생각의 창 이 책은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바다에 대해서 다루었다. 해양학적·수산학적인 바다가 아닌 인문학적인 바다 이야기다. 한마디로 이 책은 바다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다룬 바다 관련 인문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을 지배하는 용어나 지식 중에는 바다에서 나왔거나 바다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그만큼 바다 인문서인 이 책은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일반 상식적인 이야기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딱 한 걸음의 힘 : 소소한 루틴을 단단한 멘탈로 만드는 미리암 융게 저 / 장혜경 역 / 14,500원 / 갈마나무 이제부터 갓생을 살고 싶다면? 나쁜 습관을 버릴 용기가 필요하다! “왜 나는 안 되는 거지?” “또 실패야. 도저히 못 끊겠어.” 도전은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데서 시작된다. 어떤 작은 변화가 일상에서 큰 변화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자면 작은 성공의 가치를 알아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과하면서 많은 사람이 ‘내일을 위해 오늘을 견디기’보다 ‘오늘을 잘 살아내기’에 더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MZ세대는 ‘잘 사는 삶=알찬 일상=좋은 습관’이라는 ‘갓생(God生)’ 공식을 실행하고 공유하면서 즐거움을 찾는다. 시니어 리더들도 모닝 루틴 등 규칙적인 생활을 건강의 비결로 추천하며 활력을 과시한다. 작은 습관으로 삶을 가꾸는 만족감, 곧 ‘소확성’(소소하지만.확실한.성취감)에서 ‘일상력’을 얻는 ‘리추얼 라이프’(규칙적 습관으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기)가 대세다. 《딱 한 걸음의 힘》은 이렇게 루틴으로 지켜내는 일상을 응원하면서, 이에 ‘변화’와 ‘마음챙김’의 아이디어를 더하는 책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마이크로 해빗’의 목표는 단순하다. 최소 변화로 최대 만족을 얻는 것.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것은 병증”이라는 말이 회자되곤 한다. 사실 우리가 루틴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조로운 오늘을 반복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자신과 일상을 온전히 지키면서도 지난날과는 또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새롭고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리틀 아이즈 사만타 슈웨블린 저 / 엄지영 역 / 16,000원 / 창비 동시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가장 빛나는 별 사만타 슈웨블린의 화제작! 올겨울에 어울리는 고요하고 스산한 SF·공포소설 내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동물 인형 로봇의 형태를 하고 내 집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나와 직접 교류한다면 어떨까? 내가 팔로하는 사람의 일상을 내 집에서 모니터로 들여다볼 수 있다면? ‘초연결’ 시대에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한 관계 맺기의 본질을 서늘하고 섬뜩한 상상으로 통찰한 소설 『리틀 아이즈』가 나왔다. 2020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오르고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 100권’에 꼽힌 아르헨티나 작가 사만타 슈웨블린의 최근작이다. 사만타 슈웨블린은 『리틀 아이즈』와 『피버 드림』 외에도 초기작인 소설집 『입속의 새』까지 영어로 번역된 주요 작품이 모두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젊은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대표 작가이다.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오분 뒤”(NPR)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스마트폰 보급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전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하게 연결되고 팬데믹으로 인한 이동 및 대면 모임 제한 등으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급격하게 증대된 오늘의 현실에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것이다. 피아노로 가는 눈밭 임선기 저 / 9,000원 / 창비 관습과 상투를 하얗게 지우는 눈의 언어 의미가 새로이 도래할 자리를 비워두는 여백의 시 1994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뒤 줄곧 언어의 본질을 탐구하는 독자적인 시세계를 일궈온 임선기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피아노로 가는 눈밭』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특유의 정갈함과 간결함으로 언어의 원형을 복원하는 광경을 우리의 눈앞에 선연히 펼쳐 보인다. 화려한 수사를 배제한 “언어의 극한”(장철환, 해설)에서, 관습과 상투로 얼룩진 인식을 한겹씩 벗기는 문체를 연마하는 시편들은 기어이 언어, 인간, 세계의 본모습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순수를 향한 낭만과 향수로 구축한 시적 공간에 들어서면 그간 구별하고 경계 짓느라 손상된 우리의 가청범위로 감지할 수 없었던 ‘울림들이 여기저기 메아리치는 것’(정현종, 추천사)을 들을 수 있다. 그 낯설고도 매혹적인 울림은 굳어진 의미가 탈각되고 새로운 의미가 도래할 여백으로 독자를 깊숙이 데려간다. 문학의 숲으로 성민엽 저 / 25,000원 / 문학과지성사 문학의 숲을 향한 지극한 응시 시대적 고뇌와 반성적 사유가 빚어낸 17년 만의 성민엽 다섯번째 평론집 『문학과사회』 동인이자 문학평론가 성민엽(서울대학교 중문과 교수)의 새 비평집 『문학의 숲으로』가 출간되었다. 17년 만에 새로 묶은 이번 비평집에서는 전작에서 주제의 통일성을 위해 제외한 시론과 소설론부터 이후 새로 쓴 글까지 함께 엮었다. “문학의 숲으로”라는 제목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눈 오는 어느 날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문학의 숲으로 가고자 하는 의지와 실천은 그곳에 도달하리란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숲으로 형상화된 초월적 자연 앞에서 지극한 고양과 황홀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황혼이 내린 후 날개를 펴는 올빼미(부엉이)를 마주해야 한다. 미네르바에게 밤에 깨어 있는 올빼미는 지혜의 상징이었으며, 헤겔은 올빼미를 세상이 어둠에 휩싸일 때 필요해지는 철학에 비유했다. 저자는 이를 다시 문학의 숲으로 가져온다. 그에게 어두운 숲속에 나타난 올빼미는 창작이 이뤄진 자리를 재차 살피고 다지는 비평이며, 루쉰의 부엉이가 그랬듯이 어둠의 세계에 저항하는 악성(惡聲)의 주인이다. 문학비평에 주어진 몫은 헤겔의 올빼미, 루쉰의 부엉이, 그리고 미네르바 본래의 올빼미가 문학의 숲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금 이른 은퇴를 했습니다. 민현 저 / 15,000원 / 크레파스북 “어쩌면 당신도 꿈꿔온 일일지도 몰라.” 불확실한 미래와 실패가 두려운 당신께 전하는 공감 에세이 일상에 회의감을 느끼는 우리를 위로하는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일상 개발자로 20년 가까이 일을 해 온 저자의 마지막 직장은 카카오다.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말할 필요도 없는,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회사에 다녔지만 저자의 직장 생활은 매일을 버텨낸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위로와 격려는 힘이 되지 않았고, 평가는 언제나 냉정했다. “나의 비교 대상은 앞서 있던 동료들이었다. 그들을 앞설 수는 없었다. 평가의 온기가 나에게까지 오기엔 서 있는 자리가 너무 멀었다. 평가 결과를 볼 때마다 난 얼어붙었다.” 시간이 지나도 업무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노력한 만큼 내 것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자는 긴 시간 동안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반성하며 능력이 따라주지 못함을 자책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기가 버거워지면서 점자 지쳐갔고, 일에 흥미를 잃었다. “밑 빠진 독에 노력을 쏟아부어봤자 채워질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되는 걸 계속 붙들고 있어 봤자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었다. 그때부터 퇴사라는 선택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 저자는 사내 연애로 결혼까지 골인한 아내와 ‘함께’ 은퇴를 결심하게 된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아서 10년을 버티고, 이후에는 개인 연금과 퇴직 연금으로 소박하지만 궁핍하지는 않은 미니멀 라이프를 살기로 계획한다. 은퇴 이후 살아갈 모습을 그렸다가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저자는 전에 없던 행복을 느낀다. “분명 앞으로 우리가 예상 못했던 어려움에 수없이 부딪히겠지만, 별걱정은 없다. 어차피 산다는 건 원래 그래 왔으니까.” 걷다가 보이는 풍경들에 충분히 시간을 내어주고, 전깃줄에 앉은 새 한 마리를 보고 멈춰 서는 여유로운 일상. 동네 개들한테 인사도 하고, 지나가던 길고양이와 눈싸움도 하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삶.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아닌 지금의 행복을 이야기는 하는 저자의 모습은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잊어버린, 우리가 꿈꾸던 일이 무엇인지 떠올리게 해준다. 내게 왔던 그 모든 당신 안도현 저 / 14,000원 / 창비 “그래도 살아갑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으로.” 가슴을 울리는 문장으로 돌아온 안도현 신작 산문집 ‘사람의 마을’을 더 따듯하게 일구는 ‘당신’들에 대한 이야기 지난해 8년 만에 선보였던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창비 2020)로 한층 무르익은 통찰과 시적 갱신을 보여주었던 안도현 시인이, 단독 산문집으로는 『그런 일』 이후 5년 만에 신작 산문집을 펴냈다. 2015년부터 2021년 최근까지 써온 글들을 묶은 이번 산문집은, 시를 쓰지 않았던 시기에 만난 사람들에 대한 곡진한 사연, 집을 지어 경북 예천으로 귀향한 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 사랑하는 시와 책에 대한 이야기 등을 차분하고도 살뜰한 문장에 담아 우리의 바쁜 매일을 돌아보게 하며 이 책을 읽게 될 수많은 독자의 가슴을 또 한번 울릴 것이다. 코로나19로 더욱더 비틀려가는 우리 삶을 섬세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인은 더 작고 느린 것의 가치를 통찰력 있는 언어로 풀어놓는다. 자연 속에서 만난 새와 식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며 시인은 바쁘게 살았기 때문에 지난날 잊어버린 것들을 되찾아가는 회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잊어버리고 또 잃어버린 것은 지난날 만났던 아름다운 사람이자 자연이고 그들과의 관계이며 세월에 잊힌 시 한편, 노래 한소절이기도 하다. 시인이 만난 ‘그 모든 당신’들은 이렇게 우리에게 다시 찾아와 ‘사람의 마을’을 한층 더 따듯하게 일궈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