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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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별에서 왔다지요 노신임 저 / 22,000원 / 밀알속기북스 삶에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 주는
노신임 작가의 신작 힐링 에세이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속기(녹취)사무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곳을 찾아오는 고객들은 주로 법적 분쟁을 위한 녹취물을 의뢰한다. 그만큼 사연도 깊고 간절하다. 이곳에선 증거 자료를 만들기 위한 녹음 원본들이 다루어지는데, 그 원본들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적나라한 내용들이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끝’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어떤 이는 인생의 끝을 맛보기도 하고, 어떤 이는 관계의 끝을 맛보기도 한다. 속기사무소 대표인 저자는 하루에도 수차례 이러한 ‘끝 인생’들을 대한다. 그리고 저자를 마주하는 사람들은 ‘끝’에서 돌이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된다.
이제 4차원 외계인의 감성을 지닌 저자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역대급 매력적인 그녀의 시원시원한 입담의 향연에 빠져보자. 일단 책을 펼치고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편에 서서 악당들과 싸우고, 진상들과 대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느끼게 된다. ‘나도 이렇게 강해질 수 있구나!’하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힐링 에세이’라고 부른다.이렇듯 이곳은 수많은 독특한 삶들이 펼쳐지는 곳이다. 그래서 그녀의 사무실은 작은 지구이고 또 하나의 우주다. 저자의 사무실을 찾아온 지구인들은 그녀에게 속내를 털어 놓는다. 그리고 그녀는 특유의 안드로메다급 4차원적 기지로 그들과 공감한다. 저자의 사고는 너무나 독특해서, 지인들로부터 '별나라에서 온 외계인'이란 말을 자주 들을 정도다. 그런데 그 기지 앞에서 사람들은 놀라운 치유를 경험한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삶의 의욕을 얻게 되고, 자식의 학대로 매일같이 고통 속에 살던 어머니가 그 고통에서 해방된다. 보험범죄의 표적이 되어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여성은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를 얻으며, 아동학대를 당해 불행한 유년기를 보낼 뻔한 꼬마는 꿈과 희망을 찾게 된다. 하나하나의 사연들이 너무나 극적으로 반전되어서 모든 에피소드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서른 개의 통쾌한 영화들, 그 영화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할 것이다. 때로는 배꼽을 잡기도 할 것이고, 때로는 얼굴을 붉히기도 할 것이다. 비슷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는 실제적인 도움의 방법론도 제시될 것이다. 그림책 클래식 365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저 / 22,000원 / 케렌시아 매일 그림책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현직 사서 교사들이 엄선한
아이들의 빛나는 성장을 위한 보석 같은 그림책들 ‘아이들에게 좋은 그림책을 누가 알려주면 좋겠다.’
아이는 그림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책 속으로 빠져든다. 이야기 속의 다양한 사건과 문제를 접하면서 아이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겪을 수도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운다. 자기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도 자연히 커지게 된다. 여기에 소개하는 그림책으로 재미와 함께 마음과 생각의 크기를 키우는 기회를 얻어보면 좋겠다. 그림책을 아직 잘 모르는 부모와 일반 사람에게도 그림책의 매력과 가치를 전하며, 아이들의 성장과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한다.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그림책사랑교사모임’은 말 그대로 그림책을 사랑하는 교사들의 모임으로 그림책을 활용하여 수업을 할 뿐만 아니라, 교육의 다양한 측면에서 그림책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이 책은 그림책사랑교사모임에 소속된 18명의 사서 교사들이 ‘아이들이 꼭 한 번은 만나길 바라는 그림책’ 365권을 소개한다. 사서 교사는 매일 학교에서 책을 통해 아이들을 만난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그런 책에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런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과 정신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그림책을 엄선했다. 수많은 그림책 가운데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와 교사에게 ‘클래식’ 같은 그림책의 명작들을 안내한다. 아이들이 꼭 한 번은 만나길 바라는 365권의 그림책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그림책을 읽히고 싶어 한다. 몇 해 전부터는 그림책에 관한 관심이 더욱 커져,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에서도 그림책을 활용한 교육이 많이 늘어났다. 게다가 그림책에 관심이 있는 어른도 많아졌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의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인다. 그에 따라 수없이 많은 즉각적이고 자극과 빠른 정보 전달에 노출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좋은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어 하는 바람은 더욱 커진다. 좋은 그림책은 시대를 초월하여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 그런 작품들은 좋은 주제와 가치관을 담고 있어 아이들의 성장과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언어와 상상력이 향상하며, 문학적인 표현과 예술적인 감성을 계발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그림책이 너무 많아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수많은 그림책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될 때, 오랫동안 자녀교육을 위한 지침서처럼 읽히고 있거나 전문가의 추천이 있는 그림책을 고른다면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그림책 클래식 365』에서 소개하는 그림책들은 현직에서 오랜 경력이 있는 사서 교사들이 보편타당한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만 엄선하였기 때문에 믿고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클래식’ 같은 그림책의 명작들 이 책에 수록된 그림책은 아동 문학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작품들이다. 혁신적인 스토리텔링 방식, 창의적인 일러스트레이션 기법, 아이들의 상상력과 교육적인 가치를 고려하여 선정했다. 공신력 있는 국내외 기관이나 언론사의 추천 도서와 칼데콧, 볼로냐 라가치, 케이트 그린어웨이 등 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상을 받은 작품이 다수 실려 있다. 시대를 관통하여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변함없는 가치를 간직한 그림책은 수상 여부와 별개로 선정했다. 최신간 혹은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림책은 베스트셀러라고 하더라도 가급적 제외했다. 하지만 객관적 근거가 있는, 주목할 가치가 인정된 작품은 빼지 않고 넣어 소개하고자 했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의 유명 그림책을 골고루 선정했다. 좋은 작품이 여러 개인 작가도 있지만, 한 작가의 그림책은 5권 미만으로 하여 여러 작가의 다양한 그림책을 독자에게 소개하고자 했다. 소개하는 각 그림책에는 그 그림책을 읽고 나서 아이와 나눌 수 있는 질문을 담았다. 단순히 책의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이 아니라 아이의 사고를 확장하고 주제에 좀 더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질문들로 구성했다. 질문은 아이의 사고를 확장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질문을 통해 아이의 솔직한 생각이나 느낌을 들어주고 또 부모의 생각도 들려주다 보면, 아이와 부모가 소통하고 교감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데드미트 패러독스 강착원반 저 / 사토 그림/만화 / 13,000원 / 놀 “좀비는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좀비와 인간이 공생하는 사회, 역사를 뒤바꿀 재판이 펼쳐진다!
일본에서 먼저 알아본 K작가!
변호사 골드는 좀비인 동생 실버와 함께 변호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사는 올랜드 제국에서는 사후 30일 이내에 갑자기 부활하는 원인 불명의 상태를 좀비라고 부르며, 이들을 싼 노동력으로 취급하고 차별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친좀비파 귀족이었던 아르테미아 가문의 마지막 자손 릴리는 좀비가 되어 골드에게 재판을 의뢰한다.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말에 골드는 의뢰를 수락하는데…. 좀비의 사망 진단과 마지막 재판까지, 골드는 재판에서 이길 수 있을까?일본 3대 만화 출판사 고단샤 공모전 대상! SNS 화제의 만화 『데드미트 패러독스』 미공개 단편 「시간 죽이기」 수록! 크리스천의 그림책 공부 박제민 저 / 18,000원 / 생애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절묘한 조화로 표현된 예술이다. 종이책이라는 한계지점이 빚어내는 정지된 장면과 장면,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페이지 넘김의 순간에는 필연적으로 생각의 여백이 자리하게 된다. 이 여백의 자리에 독자의 해석이 들어가며 그림책은 개인의 삶에 다양한 의미로 피어난다. 신학을 공부한 저자는 이 여백의 자리에서 크리스천이 깨달아야 할 삶과 하나님의 원리를 보았다. 작가는 말한다.
“예술은 다양한 사상과 종교, 가치관, 그리고 삶의 생생한 모습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실제 인생보다 더 ‘심오한 유사성’을 지닌다. 그래서 예술은 그리스도인이 사랑해야 할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림책도 그렇다. 우리는 그림책을 통해 삶과 신앙에 관하여 낯설지만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크리스천의 그림책 공부』는 작가가 이끄는 ‘라브리 그림책 독서 모임’에서 많은 시간, 많은 사람들과 나누었던 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함께 나누었던 그림책에 관한 해석은 물론 서로에게 깨달음을 주었던 질문들도 담았다. 더불어 부록으로 남긴 ‘라브리 독서 모임 이야기’는 주제별 그림책 목록과 질문들을 제시해 그림책 모임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잘 단련해 뽑아낸 정금같은 선물이 될 것이다.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 고구레 다이치 저 / 황미숙 역 / 16,000원 / 갈매나무 한마디면 충분하다, 한 줄로도 거뜬하다.
어떤 이야기든 알기 쉽게 정리하는
심플한 설명의 공식 그다지 어렵지 않은 내용을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설명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저 내용을 굳이 저렇게 설명해야 하나?’ 하는 의문, 학교나 직장에서 뭔가를 배울 때 한 번쯤은 가져본 적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이 하는 설명만 답답한 건 아니다. 기껏 공들여 설명했더니 상대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고 물어와서 당황해본 이들도,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다”와 같은 혹평을 날린 상사 때문에 자괴감을 느껴본 이들도 상당수일 터다.
일본에서 실시한 한 조사에서 “당신은 설명을 잘하는 편입니까, 그렇지 않은 편입니까?”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은 편”이라고 답한 사람이 81.4퍼센트에 달했다고 한다. 사실 일본까지 갈 필요도 없다. 주위만 둘러봐도 설명 잘하는 재주를 갖춘 이는 생각보다 드물다. 설명이 필요한 시점에 거침없이 입을 여는 사람보다는 설명할 일이 있으면 일단 빼고 보는 사람이 훨씬 많다. 이렇게 설명이 필요한 일은 많아도, 정작 설명쯤은 별일 아닌 듯 수월하게 해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 책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의 저자이자 강연가로 활동하는 고구레 다이치는 사실 설명이 그렇게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설명을 잘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센스를 타고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성격이 밝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말주변, 목소리 크기나 태도, 유머 감각도 설명 능력과 상관없다. 저자는 ‘난 설명을 잘 못해’라는 생각부터 버리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알기 쉬운 설명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일종의 ‘공식’을 익히면 알기 쉬운 설명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간결 설명법 어떻게 말하든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는 사람을 두고 흔히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라는 표현을 쓴다. 분명 칭찬이다. 주어와 술어가 불분명한 문장으로 말해도 의도를 신통하게 이해해주는 팀원들, 업계 사람 소수만 알아듣는 전문용어를 써도 이해해주는 고객, 그저 뭉뚱그려 ‘많이’라고 했을 뿐인데 내가 원한 수만큼 회의용 출력물을 준비해주는 후배 직원 등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지 않은가. 그렇게 내 맘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내 말뜻을 단번에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업무도, 인간관계도 한결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내가 어떤 식으로 설명하건 간에 상대가 척척 알아듣길 원하는 것은 사실 과욕이다. 요즘같이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시대에는 더구나 어려운 말을 해석하느라 눈치와 시간을 동원하기란 점점 버거운 일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말은 일단 제대로 해야 제대로 전해지는 법. 즉 찰떡같이 말해야 찰떡같이 알아듣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설명을 해줬는데도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 답답하다’라고 느낀다면 상대방의 말귀를 탓하기 전에 일단은 내 말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과연 쉽고 분명하게 설명해줬는지, 그래서 상대방이 알아듣게끔 전달했는지를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사실 상대가 알아듣도록 간단하고 확실하게 설명하는 일이 그렇게 까다로운 것만은 아니다. 공식에 가까운 몇 가지 요소만 염두에 두면 훨씬 쉬운 설명을 할 수 있다. 그 방법을 저자는 이 책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에서 풀어놓는다. 우선 ‘Part 1: 당신이 설명을 잘 못하는 데는 사소한 이유가 있다’에서는 어떤 식으로 설명할 때 알아듣기 어려워지는지, 그리고 우리가 설명할 때 흔히 간과하는 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길게 늘어지는 설명, 듣는 사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불분명한 설명의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독자들은 ‘어쩌면 나도 이런 설명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라고 자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 없는 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Part 2: 사람들은 자기와 관련 있는 것에만 관심을 보인다’에서 더욱 본격적으로 살펴본다. 설명을 듣는 상대방이 경청하게 만드는 한마디, 한 문장을 어떻게 말하는지 짚어보는 파트다. 이어지는 ‘Part 3: 횡설수설하지 않고 설명 잘하는 비법’에서는 어떤 이야기든 알기 쉽게 설명하는 공식, ‘텐프렙(TNPREP)의 법칙’을 해부한다. ‘주제, 수, 요점 및 결론, 이유, 구체적 예, 요점 및 결론 반복’이라는 간단한 설명 공식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어렵거나 애매한 표현을 습관적으로 쓰는 독자들이라면 특히 ‘Part 4: 설명은 무조건 쉬워야 한다’라는 파트에 주목할 만하다. 또한 ‘Part 5: 가장 짧은 시간에 최소한의 설명으로 상대방을 움직여라’는 부하 직원에게 지시하거나 주의를 줄 때와 같이 특별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가 직접 직장생활에서 경험한 사례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실무에 적용하기 좋다. 마지막으로 ‘Part 6: 길어지면 지는 것이다’에서는 긴 설명이 아닌, ‘오해를 낳지 않는 설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비즈니스 메일을 짧고 쉽게 쓰는 법에 대해 지면을 할애함으로써, 말뿐만 아니라 글 또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야 함을 보여준다. 당신이 설명을 못하는 데는 사소한 이유가 있다 부모로서 아이가 어려워하는 학습 내용을 이해시켜보려고 이 방법 저 방법 동원해서 설명해본 경험이 있다면 잘 알 것이다. 알기 쉬운 설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이다. 연세 지긋한 부모를 상대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설명해본 적 있는 이들 역시 생각해봤을 것이다. ‘내 설명이 어렵나? 대체 왜 못 알아듣지?’ 사실 뭔가를 가르쳐야 하는 특별한 상황에 처했을 때만 ‘어떻게 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게 되는 건 아니다. 직장에서도 일상적으로 해내야 하는 과제 중 하나가 설명이다. 직종과 직위를 불문하고 전달, 보고, 지시,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행하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다름 아닌 설명이기 때문이다. “그 건은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라고 물어오는 상사, “새로 나온 모델은 디자인 외에 어떤 부분이 달라진 거예요?”라며 문의하는 고객, 실수를 반복해서 한 번쯤 주의를 들어야 하는 후배에게 공통으로 필요한 것도 바로 ‘알아듣기 쉬운 설명’이다. 그런데 설명하는 재주가 부족한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쉬운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정리하지 못하며, 듣는 상대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 바로 이러한 사소한 특징이 설명을 어렵고 지루하게 만드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는 곧 상대방이 ‘나와 관계있는 이야기’라고 느끼게 만들고, 정확한 문장으로 쉬운 단어를 골라 전달하기만 해도 훨씬 쉬운 설명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많은 사람이 설명할 때 자기 위주의 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상대방에게 가장 절실한 부분을 포착해서 설명하는 것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예컨대 영업사원이 고객에게 설득할 때도 내세우고 싶은 상품의 장점보다 고객에게 득이 될 사항을 더 설명해주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저자는 ‘15초밖에 없다면 무엇부터 설명해야 할까’를 생각하고 결론에 해당하는 한 문장을 정해볼 것, ‘제대로’나 ‘잘’ 같은 말보다 구체적 숫자로 설명하기, 전문용어를 쓰지 않는 연습 등을 권하기도 한다. 이 같은 ‘사소한’ 팁에 따라 상대를 고려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독자는 설명의 기술을 더 쉽게 터득할 뿐만 아니라, 상대가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납득해주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설명할 일을 앞두고도 긴장하지 않는 배짱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같은 말을 듣고 자존감에 흠집을 입을 가능성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사회생활에서의 성공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달려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짧고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길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는 사람은 위로 올라가기 어렵다. 그래서 난 늘 결론부터 얘기할 것, 세 가지로 압축해서 설명할 것, 그리고 상대가 궁금해하면 그때 설명할 것, 심플하고 명확하게 얘기할 것, 어려운 말은 쓰지 말고 꼭 써야 한다면 풀어서 설명할 것, 상대의 수준에 맞춰 말할 것을 중요하게 여겨 왔다. 그런데 나와 비슷하게 주장하는 책을 만났다. 보고에 애로를 느끼는 사람, 바쁜 고객을 설득하고 싶은 사람, 장황한 말로 상대방을 하품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 책이다. - 한근태(한스컨설팅 대표,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 저자) 설명은 센스가 아니다, 과학이다 쓸데없는 말을 횡설수설하는 사람, 주의를 환기시키는 말도 없이 결론부터 불쑥 꺼내놓는 사람, 설명할 때 괜히 어려운 단어를 쓰는 사람, 심지어 틀린 단어를 쓰는 사람 등등 설명에 서툰 유형도 가지가지다. 그런데 어떤 유형이든 설명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흔히 ‘설명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일목요연한 설명은 특유의 센스로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설명 잘하는 센스는 타고나는 것일까? 다행히도 설명 잘하는 감각을 타고나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 저자에 따르면 설명을 잘하기 위해서는 태도, 목소리, 성격, 유머 감각 같은 것도 별로 신경 쓸 필요 없다. 제대로 된 설명을 하는 데는 센스보다는 공식이 더 유용하기 때문이다. 즉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고 알기 쉬운 설명을 만드는 데에는 공식이 있다. 그 공식을 저자는 ‘텐프렙의 법칙’으로 정리한다. 이 법칙은 말하자면 ‘정보를 정리할 때 상대방이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순서’이다. ‘텐프렙(TNPREP)’이라는 이름은 주제(Theme), 수(Number), 요점 및 결론(Point), 이유(Reason), 구체적 예(Example), 요점 및 결론(Point)의 재확인이라는 각 요소의 알파벳 머리글자를 나타낸 것이다. 이 법칙은 프레젠테이션이나 영업 미팅을 할 때, 회의석상에서 의견을 말할 때 등 여러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두루 활용할 수 있다. 요컨대 ‘주제부터 서두에 먼저 전하기, 설명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몇 가지인지 짚어주기, 결론부터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기, 그 결론이 옳은 이유를 밝히기, 결론을 보충할 수 있는 구체적 예를 들기, 요점 및 결론을 반복해 끝맺기’라는 과정을 통하면 어떤 설명도 더 쉽고 탄탄해진다. 설명은 말뿐만 아니라 글로도 종종 이루어지는데, 설명글을 잘 쓰는 사람 역시 보기 드물다. 텐프렙의 법칙은 글로 설명할 때도 유용하다. 보고서나 메일을 쓸 때도 저자가 알려주는 대로 텐프렙의 법칙에 따라 구성하는 과정을 거치면 훨씬 구체적이고 정확한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메일은 일단 길수록 좋은 줄 아는지 인사말부터 길게 쓰는 사람, 뭘 해달라는 것인지 부탁하거나 지시할 사항을 메일에 명확하게 적지 않는 사람, 답장을 필요로 하면서도 정작 언급하는 내용이 얼마나 중요하거나 긴급한지 밝히지 않는 사람들에겐 특히 더 저자의 팁을 활용하길 권한다. 말을 잘하거나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 자신의 생각, 취향, 의견 등을 분명하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도록 만든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를 알고 상대방을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소통의 시작이다. 이 책에 실린 ‘설명 잘하는 방법’을 통해 그러한 진짜 소통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 정은길(첫눈스피치 대표) 직장에서는 무조건 설명을 잘할수록 유리하다 설명을 잘하는 사람이 프레젠테이션이나 영업 활동을 할 때만 인정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오산이다. 설명을 담당하는 부서를 따로 두는 직장은 없다. ‘잘 설명하기’가 특별한 몇몇 전문가의 임무인 것도 아니다. 직종이나 직책과 상관없이 누구든지 직장에서는 설명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설명하는 힘을 갖추면 직장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방면에서 편해진다. 부서를 불문하고 상사에게 진행 상황을 보고할 때도, 회의에서 발언할 때도, 부하 직원을 교육하고 지도할 때도 설명 잘하는 사람은 업무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다. 했던 말 또 할 필요도 없으니 업무 스트레스까지 줄일 수 있다. 마케팅, 광고, 언론 홍보 등의 담당자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소통 능력이 필수적인 분야이므로 당연히 설명을 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가 크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설명 공식을 익혀두는 편이 좋다. 개발 담당자가 아무리 기능이 좋은 상품이나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고 최선을 다해 원가를 낮춰본들 고객에게 장점을 설명하지 않으면 판매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 말할 일이 별로 없는 직종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계약서나 사내 문서, 취급 설명서 등을 작성하거나 이해시킬 필요가 있을 때, 하다못해 통상적인 비즈니스 메일을 쓸 때도 설명을 잘할수록 유리하다. 길게 늘어지거나 복잡하게 꼬인 문장, 호응이 어색한 비문으로 채워진 메일이 명확하게 전달되는 일은 거의 없다. 줄임말을 과하게 쓰거나 상대방이 정확히 알지 못하는 단어를 섞은 메일은 오해를 낳기 쉬울 뿐 아니라 심지어 평판까지 헤칠 수 있다. 그러므로 말로든 글로든 전달하거나 보고하거나 지시할 일이 있다면 이 책이 알려주는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을 참고할 만하다. 저자는 텐프렙의 법칙과 더불어 ‘쉽게 풀어주기’ 전략도 다양하게 제안한다. 특히 ‘습득’처럼 딱딱한 명사는 ‘익히는 것’과 같은 동사적 표현으로 바꾸라거나, ‘적(的)’, ‘화(化)’ 같은 말도 다른 말로 쉽게 풀어 표현하는 것이 낫다는 등의 조언은 기억해둘 가치가 있고 실천에 옮기기도 쉽다. 또 우리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말 대신 ‘프로젝트’, ‘셰어하다’와 같은 외국어로 말하는 습관 또한 쉬운 설명에 방해가 되는 요소임을 지적한다. 각 파트가 끝나는 부분마다 실려 있는 연습 페이지는 독자가 직접 자신의 업무나 습관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사례 연구’라는 이름의 페이지를 통해서는 ‘회의에서 제안을 할 때’, ‘예산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달할 때’, ‘부서에 배치된 신입사원이 자기소개를 할 때’ 등 특별한 설명이 필요한 순간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룬다. 직장에서는 눈치 없는 사람들, 말귀 잘 못 알아듣는 사람들과도 함께 일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무엇인가를 설명해야 하는 일도 겪어야 한다. 그래서 ‘잘 알아듣는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잘 알아듣게 말하는 능력’이다. 바로 이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요한 내용을 단번에 정리해 한마디, 한 문장으로 끝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구체적이고도 속 시원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푸른색 누비처네
박정분 저 / 16,000원 / 우인북스 딸이자 엄마,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 자전적 에세이. 쪼아대는 수탉이 무서워 쥐걸음을 치던 빨간스웨터 소녀가 엄마가 되고, 이윽고 허리디스크를 걱정하는 중년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쓸쓸하고, 또 따뜻하다. 지나간 시간에서 그리움이 자라나다. 박정분 작가는 서산 갯마을, 배단이에서 태어난다. 연화산에서 나물을 캐고, 바다에서는 호롱불 들고 낙지를 잡으며 어린시절을 보낸다. 눈덮인 산을 헤매며 솔방울을 주워 팔고 그 돈으로 달팽이빵을 사 먹는다. 좋아하는 머루를 정신없이 따 먹다가 그만 옻이 올라 여러 달 앓아눕기도 한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며 쉬지않고 움직이는 그녀의 삶이, 지나간 시대의 부모의 삶이, 또한 변화해 가는 농촌의 모습이 『푸른색 누비처네』에 녹아 있다.
괜찮은 장난은 없다
양이림 저 / 18,000원 / 쑬딴스북 학교폭력전문변호사가 집필한 이 책은 딱딱한 법률 용어를 통해서가 아니라 실제 빈번하게 발생하는 생생한 사례를 통해 그 일상적 행동들이, 의도하지 않은 행동들이, 친구와 갈등의 과정에서 비롯된 행동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타인과의 사소한 다툼들이 어떻게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지, 왜 그것이 학교폭력인지 실제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알려준다. 학교폭력전문변호사가 쓴 학폭 이야기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되어 학교폭력의 문제를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 단위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담당하게 된 2020년 초기부터 저자는 몇 년간 두 곳의 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전담변호사로 근무하며 현장에서 학교폭력의 실제를 생생하게 경험했다. 500여 건의 학교폭력 사안을 살폈고, 200여 건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에 직접 참여했으며, 50여 건에 이르는 행점심판 및 10여 건에 이르는 행정소송을 수행했다. 때로는 학교 현장에 직접 방문해 학교폭력과 관련한 현장의 고충을 직접 전해 듣고 법률 자문을 했다. 이 책은 그런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학교폭력전문변호사로서 저자가 현장에서 겪고, 배우고, 고민한 학교폭력의 실제와 해결의 실마리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고민을 함께 나눈다. 장난이었을 뿐이라는 변명 뒤에 숨은 학폭 하지만 결코 괜찮은 장난은 없다 모든 학교폭력이 악의 화신 같은 가해 학생에 의해 저질러질까?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악랄한 학교폭력이 학교를 지배하고 학생들을 위협하고 있을까? 극악무도한 범죄자와 같은 가해 학생을 엄하게 처벌하면, 학교와 사회로부터 쫓아내기만 하면 학교는 평화로워지고 안전할까? 저자가 경험한 교육현장, 학교폭력의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학교폭력은 대부분 평범한 아이들끼리의 갈등과 다툼이고, 관계 맺음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이며,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 채 또래 사이에서 장난처럼, 놀이처럼, 문화처럼 이루어지는 행동들이다. 내가 누군가를 때리면, 집요하게 괴롭히면 학교폭력이라는 점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내가 장난으로 한 행동이, 습관처럼 뱉은 욕설이, 별명을 부르는 것이, 뒷담화를 한 것이 왜 학교폭력이 되는지는 알지 못한다. 친구와 조금 다투었을 뿐인데, 조금 놀린 것뿐인데, 사귀던 과정에서 스킨십을 했을 뿐인데, 유행하는 놀이를 했을 뿐인데, 호기심으로 했을 뿐인데, 친구를 도와주었을 뿐인데, 그 아이가 먼저 잘못했는데, 전통과 문화에 따른 것뿐인데 왜 학교폭력인지는 알지 못한다. 왜 학교폭력인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변화가 없다. 학생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어른이 함께 길을 찾아야 할 학교폭력 이 책은 딱딱한 법률 용어를 통해서가 아니라 실제 빈번하게 발생하는 생생한 사례를 통해 그 일상적 행동들이, 의도하지 않은 행동들이, 친구와 갈등의 과정에서 비롯된 행동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타인과의 사소한 다툼들이 어떻게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지, 왜 그것이 학교폭력인지 이야기한다. 학교폭력의 정의가 무엇인지, 어떤 유형이 있는지, 그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가해 학생에게 어떤 조치가 이루어지는지 등에 관한 법률적 설명이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그라면 어떤 마음일까, 우리 아이가 저런 상황이라면, 내가 상대 아이의 보호자라면 하는 감정이입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보호자가 자기만의 관점에서 자신의 행동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관점에서 자신의, 우리 아이 행동의 의미를 살펴보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학생들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기를 바란다. 친구들과의 다양한 갈등 상황에 지혜롭고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타인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과 가치를 고민하기를 바란다.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강우근 시 / 11,000원 / 창비 “너의 신비, 그것은 세계의 신비” 고요함의 가치를 아는 자에게만 찾아오는 아름다운 속삭임
나는 네가 되고 너는 세계가 되는 곳에서 마음의 비밀을 기록하는 시 “돌발적이고, 바뀌고 달라지며, 충돌하고 흩어지는 일상, 그것이 곧 우리 존재의 본모습이라는 것을 뚜렷하게 말한다”는 심사평을 받으며 202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강우근 시인의 첫 시집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이 2024년 ‘창비시선’의 첫 책으로 출간되었다.등단 이듬해 대산창작기금 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평단의 주목을 받은 시인은 첫 시집에서 다변하는 세계의 풍경을 과장이나 비약 없이 냉철하게 응시하며 존재의 비밀과 사물의 본질을 탐색하는 다채로운 사유를 맘껏 펼쳐 보인다. 섬세한 감각으로 “최선을 다해 대상을 받아들이고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인의 “순하고 선한 마음”이 깃든 시들은 분리와 갈등이 가득한 세계를 “맑음과 환함”(김언, 추천사)이 충만한 곳으로 바꿔낸다.
일상의 풍경을 정밀하게 포착하고, 유려하고 감각적인 진술로 문장을 끌고 나가는 힘이 단연 돋보이는 강우근의 시는 말의 조건과 제약에 갇히지 않는 구체적인 ‘사물 세계’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그의 시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모두 영혼이 깃든 사물로 화(化)”하게 하며 “사물에 깃든 영혼을 세심하게 발견하고 형상화한다”(추천사). 시인은 “우리를 지그시 쳐다”(「그 돌을 함부로 주워 오지 말아줘」)보며 말을 걸어오고 “대화를 요구하는 사물”(「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의 목소리에 집중하면서 “세계 속에서 생겨나는 마음의 체험”(김미정, 해설)을 정성스럽게 그려낸다. 그렇게 써 내려간 강우근의 시는 알 수 없었던 세계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밝혀내고, 자연스레 인간과 자연과 사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삶에 대한 지향에 가서 닿는다.
너를 그것과 바꿔 부를 수 있을 것이다”“네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작고 여린 존재들에게 건네는 촘촘하고 따뜻한 눈길 이 시집에는 ‘바보 같은 마음’, ‘일렁일 때까지 일렁이고 싶은 마음’, ‘단순하지 않은 마음’처럼 제목에서부터 ‘마음’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시가 많다. 복잡한 감정들은 제쳐두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일상의 순간마다 밀려드는 다양한 마음들은 우리를 계속해서 멈춰 세운다. 이를테면 시집 곳곳에서 너울지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흔들리는 마음”(「태풍 같은 사람이 온다면」), “슬픈 감정을 슬픈 노래로 무마하려는 마음”(「말차의 숲」), “알 수 없는 마음”이나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거미줄 같은 마음”(「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괜찮지만, 그 마음만은 가지지 말아줘」) 같은 것들이다. 시인은 이러한 마음들을 단지 일상의 풍경으로 재현하고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마음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를 따라가면서 “서정의 진원지”(해설)를 다시 묻는다. “보이지 않는 거리의 조약돌처럼 우리를 넘어트릴 수 있”(「단순하지 않은 마음」)는 위험이 도처에 가득한 세계에서 밝은 미래를 꿈꾸기란 쉽지 않다. 언제 어디서 슬픔과 고통이 터져 나올지 모르는 불안은 낯설지 않고, 함께 걸어가야 할 미래는 아득하고 막막한 쪽에 서 있는 듯하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을 쌓아 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지난 몇년은 ‘너’와 ‘나’로 나뉘지 않은 ‘마음의 근원’을 묻는 이와 같은 작업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시인은 “멀리 있는 빛이/가까워지고 있다는 믿음”(「단 하나뿐인 손」)과 “내가 지나온 모든 것이 아직 살아 있다는 믿음”(「단순하지 않은 마음」)을 잃지 않는다. 혼란하고 어두운 지금을 명확히 인지하면서도 공허와 불안을 견뎌내며 담담하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말한다. “하늘은 미래의 새들로 가득하고//날이 좋은 공원의 벤치에는/언제나 가능성이 있다”(「희망」)고 단단히 붙잡으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미래’와 ‘가능성’이라는 말로 새롭게 쓴다. 시인은 ‘시’가 “우리가 누군지 투명하게 깨닫게” 하는 “조용한 꿈”을 “받아 적는 동안 일어난 일”(시인의 말)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또다른 행성에서/나의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보내는 신호”(「또다른 행성에서 나의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살고 있다」)를 진실한 마음으로 마주하고 이에 응답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시인은 한걸음 더 나아가 때로는 “가려던 곳보다 더 먼 거리를 산책”(「우리의 바보 같은 마음들」)하며 어떻게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곳 너머의 아득하고 “불가능한 꿈을 이어가려고”(「설이가 먹은 것들」) 애쓴다. 그렇게 가까이 다가가 사랑하는 것들의 곁을 묵묵히 지켜내는 시, 그리고 작은 존재들이 반짝이는 순간을 멈추지 않고 써나가고자 하는 단단한 마음이 시인이 앞으로 펼쳐갈 또다른 서정의 새로운 세계를 기대하게 한다.
한국단편소설 다시 읽기 김형준 저 / 16,000원 / 해오름
운수 좋은 날, 동백꽃, 치숙, 난쏘공, 무진기행, 오발탄, 사랑 손님과 어머니…친숙한 우리 소설들, 낯설게 다시 만난다
좋은 문학작품은 시대와 삶이 변화할 때마다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다. 그럼에도 널리 알려진 고전일수록 그 의미가 박제화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국민문학’이라 불리는 한국 대표 단편소설들일 것이다. 이 책은 한국 근현대 단편소설들을 오늘의 눈으로 새롭게 읽어내고자 하는 이들, 우리 대표소설들을 수업에서 다루고자 하는 교사들, 그리고 교과서 속 해설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 소설들을 치열하게 읽어내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의미 있는 깨달음과 구체적 생각거리를 전하는 인문 교양서이다.
문학은 정답이 없기에 문학이 되고, 고전은 거듭 새로워지기에 고전이 된다. 그런 까닭에 좋은 작품은 시대와 삶이 변화할 때마다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 된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작품일수록 그 의미가 박제화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우리는 자주 접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20년 전, 50년 전, 나아가 100년 전 소설 작품을 바라볼 때 필요한 것은 구체성의 껍질 속에 놓여 있는 보편성을 찾아내는 일이다. 일례로 〈운수 좋은 날〉이라는 작품을 ‘식민지 시대 하층민의 비참한 삶’이라는 구체성에만 가두어 버린다면 그것은 시대를 넘어갈 문학의 힘을 빼앗고 문학을 역사의 보조기록으로 전락시키며, 읽는 이에게 성찰과 감동의 기회를 빼앗는 일이 될 것이다.어제의 소설, 오늘의 눈으로 다시 읽는다 참고서 지문으로 스쳐 지나기엔 너무나 소중한 우리 소설의 특별한 페이지들 이 책은 한국 근현대 단편소설들을 현대적으로 읽어내고자 하는 이들, 한국 대표 소설들을 수업에서 다루고자 하는 교사들, 그리고 교과서 속 해설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 소설들을 치열하게 읽어내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의미 있는 깨달음과 구체적 생각거리를 전하는 인문 교양서이다.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청소년·교사·성인 대상 인문학 수업을 진행하며 많은 독서·토론·논술 교사들을 양성해 온 저자는 타인의 고통과 기쁨을 이해하는 공부, 나와 다른 시선을 통해 삶의 지평을 넓히는 공부가 왜 우리 시대에 절실하게 요구되는지를 우리 문학 이야기로 생생하게 풀어낸다. 4가지 키워드로 떠나는 21편의 우리 소설 여행 먼저 1장 〈소설, 또 하나의 눈〉은 소설을 읽는 의미와 이유에 대해 탐색하는 장이다. 현진건 〈운수 좋은 날〉 읽기에서 저자는 ‘식민지 시대 하층민’과 ‘반어법’을 기계적으로 떠올리는 교과서적 독서에 익숙한 우리 눈에 새로운 렌즈를 가져다 댄다. 김첨지는 왜 ‘운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는가? 만약 김첨지가 전통적인 농촌 사회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왜 아내를 사랑한다면서 욕을 하고 뺨을 후려갈기는 걸까? 오늘 번 돈을 오늘의 즐거움을 위해 술집에서 써버리는 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하여 병든 사회가 어떻게 병든 개인을 만들어 내는지, ‘운’과 ‘운명’을 벗어나려 하는 시도의 인류학적 의미는 무엇인지, 또 그런 시도가 인간을 더 행복하게 했는지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글을 읽는 이들은 평소 어떤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우연과 운명을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그것은 우리 삶의 형태를 결정짓는 근본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1920년대 대표작인 〈운수 좋은 날〉은 식민지 시대를 넘어서는 치열한 오늘의 이야기이자 그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다시 읽힐 수 있다. 〈2장 ‘나’와 다른 ‘너’〉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소설 〈동백꽃〉, 〈사랑 손님과 어머니〉 읽기로 시작하여 절대적 빈곤이 생생하게 묘사된 강경애의 〈지하촌〉을 섬세하게 읽어나간다. 개성과 경험이 다른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러나 그것은 또 얼마나 우리에게 필요하며 현대 사회에서 매일 새롭게 요구되는 것인지 역설하는 장이다. 우리가 모르는 고통을, 우리가 보지 못했던 기쁨을 타인의 눈을 통해 상상하며 삶을 점점 넓혀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질문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3장 소설이란 거울에 비친 우리 시대〉는,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 특유의 현상들과 소설 속 갈등을 겹쳐 보면서 현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삶의 태도들에 대해 성찰하는 장이다. 〈B사감과 러브레터〉 읽기에서 저자는 인류 역사 속에서 ‘풍자’가 수행해 온 긍정적 역할에 주목하며, 권력을 의심하고 풍자할 수 있는 권리가 민주주의의 기본적 권리 중 하나임을 말한다. 그러나 풍자의 형식을 빌렸지만 만만한 개인, 특히 약자나 집단에 대한 조롱에 그친다면 그것은 혐오에 지나지 않는다고 경계하는 부분은 매일매일 유튜브와 SNS를 접하며 통쾌함과 불편함 사이를 오가는 우리에게 날카로운 지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또 잘 알려진 소설 〈꺼삐딴 리〉를 다루면서, 저자는 그간 교육 현장에서 만나 온 많은 이들, 특히 어린 학생들이 주인공 이인국 박사를 ‘능력은 좋으나 인성이 나쁘다’고 평하고, 주인공이 가진 능력을 내심 부러워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현상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한 편협성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질문한다. 전문적인 기술, 어학 능력, 그리고 처세술은 ‘능력’으로 여겨지지만,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공동체에 대한 책임, 굳건한 신념은 ‘능력’으로 여겨지지 않는 현상. 그러니 이인국 박사의 ‘능력’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목표는 과연 무엇인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채만식 〈치숙〉 읽기에서는 무지를 인정하지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자기 입장만을 강요하는 주인공의 편협한 태도가, 입맛에 맞고 짧고 쉬운 콘텐츠만을 찾아 헤매는 우리 사회의 반지성주의와 닮아있음을 지적한다. 〈4장 지켜야 할 ‘무엇’들〉에서는 때로 어리석고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외면받을지라도 우리 사회를 분명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 온 가치들과, 그 가치가 형상화된 문학 속 인물들에 주목한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황만근, 〈유자소전〉의 유재필, 〈아우를 위하여〉의 수남이, 〈바비도〉의 주인공 바비도…… 이들은 각각 타인을 위해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인물, 다른 사람과의 관계라는 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성공’한 인물, 공포를 이겨낸 경험과 용기를 후대에 전하는 인물, ‘날이 밝기 전 가장 춥고 어두운 밤에 홀로 눈을 뜨고’ 끝끝내 자신의 존엄을 지켜낸 인물로 해석된다. 제대로 읽으면, 잊혀진 메시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소설을 읽을 때, 내가 없는 세계에 대해, 내가 아닌 타인의 삶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때 우리는 ‘백만 년 후의 세계’로 첫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그리고 그 걸음걸음의 여정에서 우리는 소설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타인의 삶과 나의 삶이 이어진 고리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본문 〈뫼비우스의 띠 읽기〉 중에서) 문학을 읽는 이가 현 시대와 사회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있을 때 좋은 문학이 피워내는 향기도 나날이 새로워질 수 있다. 존경하는 사람은 없이 부러운 사람만 많아지고, 노력하면 된다고 믿으면서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나날이 팽배해져만 가는 우리 시대 문제들의 해결책을 함께 읽고 고민하고 모색해 가기를 뜨겁게 권하는 책이다.
한밤의 트램펄린 남길순 저 / 10,000원 / 창비
“영원이 시작되는 지점처럼
환하게 뚫려 있는”
삶과 사랑이 흐르는 언어의 은하수 별처럼 많은 ‘너’를 잇는 ‘나’의 이야기들 2012년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남길순 시인의 두번째 시집 『한밤의 트램펄린』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굴곡진 동시에 생명력으로 가득한 “여성의 역사를 환기”(이경수)하며 삶과 존재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첫 시집 『분홍의 시작』(파란 2018)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가족과 이웃, 과거와 현재, 개인과 역사, 설화적 세계와 현대적 일상, 기억의 삶과 망각의 삶”(김수이, 해설) 등 시공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지금-여기’의 세상을 성찰한다. 웅숭깊은 사유와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과거와 현재, 타자와 자아의 교감 속에서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역사의 진실을 찾아가는 수많은 ‘나’들의 ‘몸-삶’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하기도 한다. 섬세한 감수성과 함축적인 언어들이 문장과 문장 사이의 풍부한 여백 속에서 극대화되며, 선명한 묘사와 세련된 은유와 상징 등이 어우러진 시편들이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첫 시집에서 “뭇 생명들의 실상”을 탐색하며 탄생과 성장의 서사를 전개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는 성장 이면의 세상으로 서사를 확장시키며 “몸-삶의 흐름이 끊기고 성장이 정지된 세계”의 실상과 “고통스러운 죽음과 소멸”(해설)에 직면한 현대인의 삶을 다양한 측면에서 포착한다. 지난 시절의 “모든/기억은 와르르” “잊어버리는 게 생존의 기술”(「웨이터의 나라」)이 되어버린 냉혹한 자본사회의 인간을 시인은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홀로,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트램펄린을 뛰는 사람들”(「한밤의 트램펄린」)에 비유한다. 그러나 비상과 추락을 반복하며 도달하는 곳은 결국 제자리일 뿐, 시인은 이러한 제자리걸음을 “어느 날 불편한 자세로 물을 먹다가 사자에게 심장을 바치”고 난 후 “숨을 멈추고 보이지 않는 곳을 바라보는 버릇”(「이번 생(生)은 기린입니다」)이 생긴 ‘기린’의 생(生)과 다름없음을 직시하고,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게”(「조용한 가족」) 된 소통 부재의 현실과 불화하는 존재들의 고통을 정밀하게 투시한다.생사가 명멸하는 깊고 아득한 시적 세계 시인은 뭇 생명들이 서로에게 고통 혹은 죽음으로 전이되는 비애의 순간을 감각적인 이미지와 직설적인 표현으로 그려낸다. “갯벌 위 생명들 온데간데없이 사라”(「물의 때」)지고, “돼지가 멀쩡하던 돼지를/소가/젖을 문 송아지와 뿔이 솟은 성난 소를 끌고 가//산 채로/구덩이를 파고 묻어버”리고, 급기야 “사람이 사람을/자동차가 자동차를”(「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덮치고 짓이기는 참혹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연이 붕괴되고 죽음과 소멸로 황폐화된 세계에서 “죽음은 죽음이 덮쳐오는 줄도 모른다”(「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럼에도 시인은 “죽음을 무릅쓰고/누가 나를 낳고 있는”(「처서」) 죽음과 탄생의 역설적 전이, 서로 “다른 시간을 반짝이며/태어나고 사라지기를 멈추지 않는”(「그리운 눈사람」) 존재들의 생멸(生滅)의 시간을 차분히 응시한다. “수년째 아이가 태어나지 않은 마을”에서 두돌을 맞은 아기가 “꽃을 가리키며 꽃나무 속으로 빨려 들어”(「살구」)가는 장면에서는 생과 사의 절묘한 공존이 뿜어내는 그윽한 꽃 내음에 흠뻑 취하게 되기도 한다. 상처의 시간을 통과해 다다른 삶의 경이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에 대한 통찰과 냉철한 역사 인식 또한 시집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순천 출신인 시인에게 ‘여순사건’에 관한 시편들은 각별하다. 시인은 “온 천지에 사람이 울고 개구리가 울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초파일에 비」)던 그날, “포승에 엮인/청년 여섯이/총부리 앞에 서 있”(「흰 까마귀가 있는 죽음의 시퀀스」)던 현장을 좀처럼 떠나지 못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곧잘 “묵직한 어떤 사건”이 떠오르고 “어디서 스무발이나 서른발쯤/총소리가 들려”(「구례」)오는 환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때 시인은 과거의 ‘몸’에 자신을 대입해 상황을 적확하게 묘사하는 한편, 동시에 현실의 ‘몸’으로 각성해 상처를 보듬어 안는 독특한 문법을 구사한다. 예컨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역사의 비극적 현장을 돌아보면서 “아버지 가슴에 총알이 파고드는 것을 보고 있”는 소년이 되어 “한마디 변명도/자비를 바라는 중얼거림도 없는 침묵” 속에서 스러져간 무고한 죽음들의 넋을 기리는 해원의 노래를 부르고, “시신 무더기를 뒤집으며 아들을 찾고 있”(「평화로운 천국」)는 어미가 되어 “죽다가 살아난 사람”(「사라오름」)들의 고통과 함께하는 치유의 노래를 부른다. 시인은 삶의 고통과 불안 속에서도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 수 있는 세계를 궁리”(「보아뱀과 오후」)하며 “여전히 나는 기다리는 것이 있”(「그리운 눈사람」)다고 말한다. 시인은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아마 뭇 생명들이 공존하는 상생의 나라, “생명과 사랑이 흐르는, 흘러야 하는”(해설) 세상 아닐까. “세상의 모든 말이/잘 익은 복숭아 속으로 들어가/옹알옹알/꿀물처럼 미끄러”(「처음의 아이」)지는 영원한 세상 아닐까.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는 세상은//죽은 세상”(「오늘의 갈대」)과 다를 바 없기에 시인은 앞으로도 팽팽한 침묵과 생명의 언어를 벼려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 ‘사랑’의 “품을 더 늘려야겠다”(시인의 말)는 시인의 순정한 마음이 오래도록 가슴속에 여울진다.
황색예수 2 김정환 저 / 18,000원 / 문학과지성사
“40여 년 전 『황색예수』는 신약 위주이고 아무래도 시간적이었다”면, “『황색예수 2』는 무척 공간적이면서 구약까지 품”(‘시인의 말’)음으로써 그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예컨대 시집을 이루고 있는 세 개의 부 중 2부 ‘현대ㆍ구약ㆍ도해’을 살펴보면 아담과 이브, 카인과 아벨, 노아, 삼손과 델릴라, 욥 등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집, 상가, 병원, 지하철, 식당 등의 생활공간에 가로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오랜 세월 동안 해석과 합의를 거쳐 보편화된 성서 텍스트와 개인적 경험으로 구성되는 현실의 삶을 십자로 교차해가며 촘촘하게 짜낸 그의 작품들은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부제 속 ‘디자인’이라는 표현을 상기시킨다. 내가 나의 총체를 찾아 돌아다니는 미로가 나의 총체이다. 즐겨 찾는 미로이다. 괴팍하고 서투른 스웨덴 터치쯤의 피터 팬이 출몰하는 재탄생, 나의 미로에 미혹되는 방식으로 내가 그 미로를 빠져나오는 나의 총체이다. 흐린 음악이 그리 영롱했던 까닭과 거꾸로인 까닭 겹침이 나아가는 미로이다. [……] 오늘 미로의 사정이 저마다 있고 동일은 너무 무지막지해서 동일한 무작위지. 나 홀로, 나 홀로가 이리 듬직하고 장하다. -「미로 활성과 동그라미 등식等式」 부분 생과 사, 성과 속, 미와 추, 애와 증 등이 어지러이 공존하는 세상은 마치 복잡한 미로와도 같다. 심지어 이 미로는 영영 완공을 기약하지 못한 채 거듭 무너지고 거듭 세워지기를 반복한다. 기존의 경로와 굽이가 사라졌다가 새로운 형태로 생겨나는, 즉 끊임없이 디자인‘되어가는’ 이 미완의 미로를, 김정환은 충실하게 헤맨다. 이때 시인의 목적은 지름길이나 탈출구를 찾는 일이 아니다. 미로 속 통로를 전부 걸어보는 것, 미로의 벽면을 하나하나 쓸어보는 것, “거듭 살고 거듭 죽는 보편적 특수자”(정한아)인 예수가 그리했듯 길마다 녹아 있는 삶들을 모조리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어떤 디테일도 빠뜨리거나 생략하지 않으려 몸소 움직이는 이 의도적인 ‘요령 없음’은 “몸으로 하는 모든 장르에서/서툰 몸이 한 수 위일 수 있”(「아가雅歌-불륜」)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의 포용력은 아무리 비참하더라도 끝끝내 현실의 편이다. 치밀어 오르는 울음과 눈에 아로새겨지는 화려한 패배를 함께 다 삼켜버리고 이전과 같은 속도로 다가오는 모든 길을 밟는 것. 보아라. 진짜로 현실주의자가 되기가 이렇게 어렵다. -정한아, 해설 「뱀의 혀」에서 여전한 희망의 이름으로 돌아온 지금 여기의 황색예수 “‘신’이라는 말을 비유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오늘날, “김정환은 왜 아직도 예수를 시에 겹쳐놓는다는 말인가?”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시인 정한아가 던지는 물음은 독자로 하여금 1980년대 민중 현실과 예수 수난사를 겹텍스트화하는 과정에서 호명되었던 김정환의 ‘황색예수’가 지금 여기로 다시 소환된 까닭을 고민하도록 한다. 그리고 답은 간단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폭력과 상처가 현실 곳곳에 여전하기 때문이다. 세기를 달리하며 많은 것이 달라진 듯하지만 시대의 균열과 멍울은 완전히 극복되지 못했고, 이를 자각할 때면 마치 오늘이 옛날과도 같다는 기시감이 야기된다. 그러나 “오늘이 이리 옛날이었던가 아니라,/옛날이 이리도 생생하게 매일매일 되살아나 왔던가이다”(「실낙원, 그 후의 그러나-박현수&노원희 부부께」). 봉합되지 않은 상흔의 틈으로 거칠고 지리멸렬한 옛날이 계속해서 되살아나는 이상 황색예수 또한 소멸과 부활을 멈출 수 없다. 대책 없는 위로와도 성급한 매듭과도 “개과천선 없는 미래 전망”(「고전적-선배, Who’s Who」)과도 거리가 먼 황색예수의 단단함은 여전히, 희망이다. 처음의 크기가 늘 지금 처음의 크기다. 돌아볼 때만 옛날이 야만이다. 돌아보기 때문이지. 결코 부드러울 수 없다. 그건 늘 지금 처음의 크기에 우리를 맞춰나가는 일이거든. 돌아보면 나아가는 일에 반복이 용납되는 것처럼 보인다. 반복 또한 결코 부드러울 수 없다. 영혼을 팔았다는 말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희망을 팔아먹은 것 아닌지 자문하면서 시작되는 부드러움이 분명 있을 것이다. -「용납」 부분 과거의 디자인을 통과하며 가까워지는 오늘과 내일의 거리距離 걸작 그림이 자신의 주거를 강요한다. 굳이 찾아서 보지 않아도 여러 차례 여러 기회와 경우와 용도로 눈에 띄는 그것이 한 번도 홀로 존재하지 않고 전시장 풍경을 상품 광고를 삽화 쪽과 세부도 전체를 출토지와 성당 제단과 명승지 사찰 등산복과 최소한 액자를 거느린다. 홀로 있는 경치와 달리 각각 숱한 실내디자인들을 뗄 수 없게 거느리고 그 디자인들도 좀체 잊히지 않는다, 어떤 때는 걸작보다 더 그렇고 그런 사실이 걸작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의 합으로도 자본주의가 극복될 수 없는지 두고 볼 일이다. -「불과」 부분 예술 전반을 향한 시선이 두드러지는 이번 시집에서 특히 강조되어 있는 것은 ‘디자인’에 대한 각별한 관심으로, 그의 작품들은 ‘만년필’(「근조謹弔가 날씬한 고대」), ‘선풍기’와 ‘흑백텔레비전’(「국산 1호」), ‘책’(「Viking Portable Library Dante Design」) 등 일상적인 사물의 모양새를 세밀하게 포착하고 있다. 소소한 시설부터 높다란 건물까지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이 곧 디자인의 산물이라는 점을 고려하건대 김정환 시의 이러한 경향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현재가 단순히 “겹겹이 쌓인 시간의 체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할 때, 즉 “현실의 주체가 당연하게 지나온 과거의 ‘디자인’과 마주쳐”(정한아, 해설 「뱀의 혀」) ‘생경함’을 느낄 때 기억은 재규정된다. 이렇게 재규정된 기억을 “예민한 나침반”(「계보와 겨울밤, 그리고 강의와 미완」) 삼아 시인은 거리를 걸으며 꾸준하게 나아간다. “지식도 지식의, 추억도 추억의/전성기로 돌아가고 싶지만”, 거리는 구불구불할지언정 앞을 향해 뻗어 있기 마련이므로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게 오늘을 딛고 선 발은 내일을 향해 딛는 발과의 거리를 좁혀간다. 결국 “동서남북 걸음을 멈추지 않는 한/메꿔지며 물러서는 과거보다 더 복잡하게/열리며 다가오는/미래가 과거의 디자인이다./계속 걷는 디자인이 꽉 차오는 전망이다”(「관광의 전망」).
깊은 밤의 파수꾼
정수현 저 / 18,000원 / 돛과닻
카드사에서 15년째 일해온 현직 심야 상담사가 한국사회 노동 현실에 가장 밀접한 상담 현장의 이야기를 꼼꼼히 써내려갔다. 스물아홉 개의 에피소드가 야간업무와 감정노동이라는 이중의 고난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최소한의 노동 조건을 성찰한다. 그러면서도 일의 기쁨과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는 이 기록은, 도처에서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노동의 의미에 반딧불처럼 작고 환한 불을 밝힌다. 카드사 콜센터를 거쳐 사고예방센터 카드 부정사용 모니터링 부서까지 도합 15년차 심야 상담사로 일해온 저자가 노동 안팎에서 겪은 일들을 기록했다. 상담사의 일상은 악성 민원 고객뿐 아니라 고마움을 진심으로 되갚는 고객, 상담사보다 사기범을 더 믿는 피해자, 저마다의 현실에서 안정과 탈출을 꿈꾸는 동료 등 다채로운 현대인의 군상을 만나는 과정이다. 어린 시절 이웃의 사정에 귀 기울이는 법을 가르쳐준 어머니, 군사문화의 잔재로 주입식 친절 교육을 받았던 학창시절 등 개인적인 기억의 술회와 더불어, 저자는 감정노동 종사자로서 자신이 체득해온 친절의 기술을 한발 물러나 바라본다.상담 노동에 대한 사유를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그 배경인 사회로 시야를 확장하게 된다. ‘고객만족’이라는 미덕에 저당잡힌 서비스 노동자의 삶은 ‘친절, 정확, 신속’이 국민적 모토가 되어온 한국의 성장 과정과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갑과 을로 쉽게 이분화되는 사회의 토대를 들여다보고 원청도급 구조와 같은 노동 전반의 문제를 함께 짚는다. 또 어떤 에피소드들은 기술 발달에 따른 금융 범죄의 진화와 인간관계의 변모 등 지난 십여 년간 변화해온 한국사회의 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상담이란 서로 낯모르는 고객과 상담사가 하는 것이기에, 상담에 대한 성찰은 결국 타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혐오와 폭력의 언어가 난무하는 환경에서도 대화의 가치와 타인의 의미를 긍정하는 시선을 통해, 이 책은 열악한 근무 조건을 고발하는 노동 르포의 전형에서 한발 나아간다. 도시의 밤을 지키는 수많은 파수꾼 중 하나가 된 저자는 얼굴 없는 노동이 이 사회의 빈틈을 조용히 메꾸고 있음을 증언하며, 각박한 현실에도 인간과 노동에 대한 존중과 신뢰의 태도를 잃지 않는 법을 들려준다.
연설의 정석 김대중 강연 / 김학민 주해 / 18,000원 / 돛과닻
김대중 대통령 탄신 100년, 60년 전 40세 김대중 의원의 5시간 19분 필리버스터 전문 최초 공개!
올해로 탄신 100년을 맞은 김대중 대통령은 그의 70년 정치 인생에서 언론매체와의 회견과 대담, 국회·정당 등 각종 회의석상의 발언, 유세장이나 대중 집회의 연설 등에서 엄청난 ‘말’을 쏟아냈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은 ‘말을 잘하고 많이 했던 정치인’으로 국민에게 각인되어 있다. ‘말’은 ‘글’로 변환되지 않으면 바람처럼 흘러가, 주장하고자 하는 본질은 잊히고 현장의 이미지만 남는다. ‘정치인 김대중의 말’도 마찬가지다. 그의 모든 ‘말’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와 이미지가 아니라, 숱한 노력과 숙고의 결정체가 들어있다. 곧 그의 ‘말’ 속에는 정치 인생 수십 년 동안 고뇌해온 국가 운영의 철학과 원칙, 제반 사회정책 및 그 아이디어 등의 귀중한 알갱이들이 차곡차곡 챙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말’을 ‘글’로 읽는 작업은 ‘김대중 바로 알기, 김대중 깊이 읽기’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다. 연설은 ‘주장’을 펴서 다중을 ‘설득’하는 것이 요체다. 김대중 대통령은 ‘훌륭한 연설자’로서 가져야 할 조건과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는 강렬하게 자기주장을 펴서 청중을 부드럽게 설득한다. 첫째로 폭넓은 지식이다. 이는 청중에게 깊은 믿음과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이는 각계각층의 청중에게 맞춤형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 둘째로 통찰력이다. 그는 연설 시점의 정치·사회적 정황, 청중이 갈구하는 포인트를 정확히 통찰하고는 확신에 찬, 그리고 당당한 어조로 그 대안과 해결책을 논리적으로 제시하여 공감을 유도한다. 셋째로 언어의 소구력(訴求力)이다. 그는 고전 명저의 명구(名句)와 속담·고사를 인용, 비유하고, 서민의 언어와 유머를 적절하게 구사하여 자연스럽게 청중과 소통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를 ‘훌륭한 연설자’로 만든 것은 ‘행동하는 양심’으로 표현되는 그의 언행일치(言行一致)의 삶이다. 말만 앞세우고 행동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의 연설에 박수를 보낼 사람은 없다. 1964년 4월 20일, 정부는 회기 만료 하루를 앞두고 ‘국회의원(김준연) 체포 동의 요구의 건’을 국회에 제출하고 당일 이를 가결하려고 시도하였다. 민정당과 삼민회, 두 야권 교섭단체는 합동 의원총회를 열어 본회의에서 의사 진행 변경 발언으로 시간을 끌어 김준연 의원의 회기 중 구속을 면케 하자고 결의하고, 김대중 의원에게 대한민국 국회 최초의 필리버스터 임무를 맡겼다. 오후 2시 37분에 시작하여 저녁 7시 56분에 끝난, 장장 5시간 19분에 걸친 김대중 의원의 이 필리버스터는 그야말로 ‘연설의 전설(Legend of Speech)이자 연설의 정석(Art of Speech)’이었다. 첫째, 김대중 의원은 사건의 근원적 발생 원인을 정확히 짚었다. 당시 한·일 국교 정상화 교섭이 밀실에서 이뤄져 국민은 물론 야당 국회의원조차 그 교섭 내용이나 과정을 알지 못해 이런저런 풍설이 흘러나오게 될 수밖에 없음을 질타하고, 이는 집권 정부 여당의 책임임을 분명히 했다. 둘째, 김대중 의원은 발언 내내 의회민주주의자임을 견지했다. 국회의원 하나하나는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을 대변하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존중되어야 하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 정신에 따라 의회와 관련해서는 1차 의회가 조사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김대중 의원은 어떠한 경우라도 인권이 보호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구속 동의 대상자인 김준연 의원에 대해 일본 제국주의 하의 독립운동 투신과 투옥, 정부 수립 시의 공헌, 민주주의 확립에 대한 기여 등을 들어 수차례 구속의 부당함을 주장하였다. 넷째, 김대중 의원은 역지사지의 사례를 들어 집권세력을 이해하고 다독이면서 대승적으로 결단하도록 유도했다. 장면 정권하의 소급입법을 반성하면서 군사정부의 정치정화법을 비판하며, 모든 사안을 역지사지의 시각으로 협의하여 국가발전을 이뤄 나가자고 주장했다. 다섯째, 김대중 의원은 행정부와 의회, 여당과 야당이 국가발전의 공동운명체임을 설득하는 한편, 정부 여당의 독선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지적했다. 당시 학생시위가 격화하는 상황에서 야당을 배려하지 않고 집권세력이 독선으로 치닫는다면 파국이 올 것을 엄중하게 경고했다. 김대중 의원의 이 필리버스터 국회 발언을 책으로 기획·편집하고 주석과 해제를 붙인 김학민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은 야권 지도자 시절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문집을 여러 권 엮어낸 바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 윤단우 저 / 18,500원 / 로제타
여자 그리고 죽음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는 고전 작품 속 파괴적인 사랑을 파헤친다! 시선 총서는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아내는 허사이트의 여성주의 기획이다. 그 세 번째 기획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는 공연 현장에서 취재와 비평을 병행해온 저자가 주로 공연 무대에서 활발하게 재해석되고 있는 고전 작품들을 여성주의 시각으로 다시 읽은 책이다.
여성은 사랑을 불멸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존재인가? 사랑은 여성의 죽음을 통해서만 그 영원성과 절대성을 획득할 수 있는가? 결국 이 책에서 내가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사랑은 왜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이 질문은 필연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질문과 이어지는데, “여성은 사랑을 불멸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존재인가?”와 “여성의 죽음을 통해서만 그 영원성과 절대성을 획득할 수 있다면 사랑이 그토록 칭송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중략) 나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 열다섯 편을 ‘여성’, ‘죽음’, ‘사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어보았다. 고전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앞서도 언급한 책 《여성, 신체, 공간, 폭력》에서 영화 〈별들의 고향〉을 ‘(대중문화에서) 죽는 여자의 시대’를 알리는 서막이 된 작품이라고 쓰며 생략한 질문인 “‘죽은 여자의 시대’는 어디서 기원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한편 이 고전 속 죽음들은 영화와 연극, 오페라와 발레 등으로 현대의 창작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창작되며 재현되는 ‘죽음의 무한순환’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보고자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감정의 불평등은 사랑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현대사회의 새로운 종교가 된 사랑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저서 《사랑은 왜 아픈가》에서 개인의 자율성이 중시되는 현대의 사랑에 있어서도 여성과 남성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현대 문화에서 남성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심리적 자율성이나 경제적 성공과 같은 지위 혹은 위치와 관련이 있다면 여성에게는 남성과 달리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의 과업이 가임기의 시한이라는 제한된 신체성과 결부되어 시간적 압박으로 가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별에 따라 다른 형태로 가해지는 문화적 압박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지위에 놓여 있다고 간주되는 애정 관계에 있어서도 기회의 불균등을 낳는다. 나이가 제약으로 작동하지 않는 남성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큰 차이 없이 유지되거나 혹은 나이가 들수록 기회가 많아지는 반면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선택의 기회가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난다. 그리하여 이렇듯 시간에 쫓기는 여성의 감정 세계는 남성의 감정 세계에 지배당하게 된다. 이 같은 감정의 불평등은 사랑을 불평등한 것으로 만든다. 이 같은 에바 일루즈의 분석은 사실 그리 새로운 게 아니다. 사랑이 발명되고 나서 가족제도 속 개인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낭만적 사랑은 신화화되었다. 사회 변화에 따라 개인의 성장이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되었고 사랑은 개인의 선택 가운데 최상위의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부부 사회학자 울리히 벡과 엘리자베트 벡은 공저 《사랑은 지독한 혼란》에서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과거 수백 년 동안 신에 대해 얘기하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현대사회에서 사랑이 신흥종교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달라진 것은 종교의 반열에 오른 사랑의 지위이지 사랑 안에서 여성과 남성의 지위가 아니다. 사랑 안에서도 여성은 가부장제 안에서와 마찬가지로 불평등한 지위에 있다. 사랑 역시 가부장제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고전 속 사랑이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별 위화감 없이 폭 넓은 공감을 얻는 것은 자유와 평등이 보편적 가치가 된 현대사회에서도 사랑의 당사자들인 여성과 남성의 지위가 여전히 불평등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성의 죽음으로 사랑을 다시 읽는다 햄릿, 오셀로, 지젤, 카르멘, 춘희, 안나 카레니나, 보바리 부인, 살로메, 메데이아……. 시대도 나라도 작가도 모두 다른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사랑을 다룬 고전이라는 점이다. 이들 고전은 세계 문학사에서 정전(正傳)의 지위를 누리는 것은 물론 사랑이 종교가 된 시대에 사랑을 다룬 바이블로서도 새로운 권위를 가지며 오늘날까지 충성심 높은 독자들의 애정 속에 계속해서 다시 읽히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들은 후대의 창작자들에 의해 영화와 공연 등으로도 재창작되며 끊임없이 새 생명을 얻고 있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작품들의 또 다른 중요한 공통점은 여성이 사랑의 희생자로서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 열다섯 편을 ‘여성’, ‘죽음’, ‘사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어낸다. 이들 작품 속 여성들의 죽음은 매우 다양하다. 안나 카레니나처럼 사랑에 희망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카르멘처럼 사랑하는 남자에게 살해당하는 경우도, 마르그리트 고티에처럼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고 병들어 쓸쓸하게 죽는 경우도 있다. 책에서는 이 죽음들을 유형별로 나누어 1부에서는 〈햄릿〉의 오필리어, 〈지젤〉의 주인공 지젤, 《마농 레스코》의 마농, 《춘희》의 마르그리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작품의 동일 인물인 《제인 에어》의 버사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앙투아네트를 ‘미치거나 병들어 죽는 여자들’이라는 주제를 부여해 함께 다루었다. 2부에서는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 《보바리 부인》의 엠마,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을 스스로를 살해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로 한데 모으고, 3부에서는 그 반대로 남자의 손에 살해되는 여자들의 이야기로 《오셀로》의 데스데모나, 《카르멘》의 카르멘, 《크로이체르 소나타》의 아내를 다루었다. 3부 마지막 장에서 다뤄진 마타하리는 실존 인물이지만 그의 생애가 예술 작품으로 활발하게 재창작되고 있는 데다, 남성 집단에 의한 여성 개인의 죽음의 의미를 다시금 살펴보고자 작품 속 인물들과 나란히 놓았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남자를 죽이는 여자들’로 《물의 요정 운디네》의 운디네, 《살로메》의 살로메, 역시 다른 작품의 동일 인물인 《메데이아》와 《메데이아, 악녀를 위한 변명》 속 메데이아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4부의 이 ‘죽이는’ 여자들은 ‘죽임을 당하는’ 여자들에 비해 관심도는 현저히 떨어지지만 이 서로 다른 방향의 죽음들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적잖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여성과 남성에게 사랑의 파국은 서로 다른 형태로 도달한다. 사랑이 파국에 이르렀을 때 왜 여성은 그 자신을 죽이고 남성은 여성을 죽이는가. 저자는 전작 《여성, 신체, 공간, 폭력》에서 무용 작품과 대중문화 속에서 특정 전형을 만들어낸 ‘죽는 여자’의 상을 현실 속 여자들의 죽음과 연결 지으며 죽음이 하나의 문화가 된 사회상을 파헤친 바 있다. 후속작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에서는 고전 작품 속에서 이 죽음들의 원형을 찾는다. 저자는 이들 고전을 다시 읽기 위해 ‘여성’, ‘죽음’, ‘사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며 여성의 죽음으로 완결성을 갖는 이 이야기들에서 사랑의 다른 한 축인 남성의 부재를 묻는다. 저자는 《카르멘》, 《춘희》, 《마농 레스코》 등이 여성이 죽은 뒤 살아남은 남성의 목소리로 전해지고 있음에 주목하는데, 작가 뒤마의 자전적 이야기로 알려진 《춘희》에서 작중 모델이 된 실제 인물 마리 뒤플레시의 생애가 왜곡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제인 에어》를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와 겹쳐 읽으며 작중 버사 메이슨의 목소리가 어떻게 지워졌는지를 따라간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여태까지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음을, 이 이야기들이 남성에 의해 교묘히 편집된 이야기였음을 밝혀낸다. 여성들이 사랑이 파국에 이르러 죽음으로 대가를 치르는 것과 달리 편집된 이야기에서 남성의 역할은 빠져 있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던 《마농 레스코》의 데 그리외가 둘에게 닥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마농이 코르티잔이 되는 걸 무력하게 지켜보고, 《카르멘》의 호세가 자신이 아니라 카르멘의 목숨을 취한다. 《보바리 부인》에서도 불륜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다 파산에 이른 엠마는 죽음을 선택하지만 불륜 상대인 레옹에게는 그 피해가 닿지 않는다. 미치거나 병든 여자들인 오필리어나 지젤, 마르그리트, 버사 등은 남성에게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는 ‘무해한’ 죽음을 맞이한다. 여자들의 죽음이 매우 생생한 반면 그 죽음 이후 남자들의 삶은 더없이 흐릿하다. 한편 저자는 이별살인 가해자임에도 ‘나쁜 여성의 유혹에 넘어가 창창한 미래를 잃은 청년’으로 프레이밍되는 호세나 아내를 살해하고도 질투하는 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자로 자신의 비극을 완성한 오셀로에게 더 감정이입하는 독해를 지적한다. 이는 남성이 성폭력을 저지르거나 여성혐오적 행위를 했을 때 오히려 여성 피해자보다 공감과 연민을 받는 힘패시(himpathy) 현상과도 연결된다. 저자는 또한 에필로그에서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검은 꽃》에서 묘사하고 있는 여성의 아름다운 죽음과 그악스러운 삶을 대비시키며 유독 여성들의 죽음에만 미학적인 포커스를 두고 있는 창작의 태도에도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사랑은 왜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결국 이 질문을 통해 묻고자 하는 것은 여성과 남성에게 다른 형태로 도달하는 파국을 언제까지 사랑의 속성이나 본질이라 기만하며 외면할 것인지다. 혹시 남성의 존재를 가부장제의 주인이자 이성애 연애의 중심축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처럼 받아들이는 시각을 비판 없이 수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여성이라는 렌즈로 고전을 다시 들여다본 이 책을 통해 원작이 말해주지 않는 ‘다른 면’을 발견해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말한다.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무수히 죽은 여자들을 만나온 우리에게는 이제 살아남은 여자들이 필요하다. 아주 많이.”
여행드롭 에쿠니 가오리 저 / 김난주 역 / 17,800원 / 소담출판사
『냉정과 열정 사이』, 『도쿄 타워』 등 수많은 작품으로 국내 480만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에쿠니 가오리가 신작 여행 에세이집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여행했던 장소와 공기, 음식, 만났던 사람과 동물이 생생하게 우리의 곁으로 다가온다. 발 닿는 대로 떠났던 아프리카행 기차에서 일어난 일, 낭독회에 갔다가 들른 놀이공원에서 겪었던 에피소드 등 귀여운 캔 안에 든 드롭스 캔디처럼 통통 튀는 다채로운 일화가 수록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담담하고 섬세한 문체는 여행지에서 겪은 일뿐 아니라 일상 속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가감 없이 그려낸다.
지금 다시 만나 원래대로 돌아간 듯한『여행 드롭』에는 여행과 관련된 시 세 편과 단편 36편, 번외 편 한 편이 실려 있다. 여행지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느낄 법한 긴장과 낯섦 또한 에세이의 주제이다. 익숙한 거리가 생소하게 느껴질 때, 익숙지 않은 곳에 온 것처럼 낯설 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친숙한 기억과 낯선 호기심이 섞이는 순간. 에쿠니 가오리가 그 모든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해 그려낸 작고 올망졸망한 이 이야기 모음집은, 담담하면서도 꾸밈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다른 내가 줄곧 여기 있다가 아주 자유로운 느낌이다. 게다가 이번 여행은 지금 막 시작되었다. _본문 중에서
낯선 타향에서 느끼는
호기심과 두려움 그 사이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긴장하기 마련이다. 늦잠을 자서 예약한 버스 시간에 지각하지는 않을지, 이 비행기가 내가 탈 비행기가 맞는지. 혼자라 그런가 싶지만, 친구와 함께라도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다. 막상 여행지에서 돌아오면 느꼈던 긴장감조차도 추억과 설렘으로 바뀐다. 힘들었던 기억도 지나고 보면 추억으로 변하니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과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기념품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기념품을 꺼내 볼 때 우리는 그곳에서의 추억을 떠올린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면 뒤로는 호기심, 긴장감, 두려움, 즐거움, 기쁨 등 당시 느꼈던 감정과 생각이 함께 흘러넘친다. 어쩌면 우리가 가져온 가장 큰 기념품은 추억과 감정인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여행 드롭』은 에쿠니 가오리가 기념품처럼 가져온 추억을 독자와 함께 감상하는 듯한 소소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남편이 회사에서 받아오는 여행 기념품을 볼 때면 그녀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여행을 떠올리며 낯선 백화점에 가서 익숙지 못한 구조와 사람들에게 긴장할 때면 여행지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며 기시감을 느끼기도 한다. 격렬한 감정 변화와 묘사는 없지만,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맑고도 감성적인 문체가 친숙하게 다가온다. 여행을 떠날 때면 ‘언제나 꼬맹이로 돌아가는 기분이다’라던 그녀. 세상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낯설면서도 두려운, 그러나 호기심에 가득 찼던 아이 시절로 돌아가 떠나는 여행. 여행은 어떤 어른도 꼬맹이로 만든다.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품 너머 한 발 물러나 있던 인물이 친숙하고도 새롭게 다가와 말한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만나 지난 여행과 이번 여행이 이어지며, 여행도 일상도 이어져 간다고.
청년, 티슈?
이부형 저 / 15,000원 / 글통
“마치 뽑아 쓰고 버려지는 티슈 같다.” 한국의 청년정치가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자조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선거 때만 잠깐 호출되어 각 당의 참신한 이미지 보강에 활용된 다음, 선거가 끝나는 동시에 무참히 버려지는 청년정치의 현실을 ‘티슈’에 비유한 것이다. 가슴 아프게도 이는 너무나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엄밀히 말해 한국정치는 청년 리더를 정치적으로 키워낼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가 없다. -서문중에서 내가 청년 정치를 사랑한 이유 내가 청년과 정치라는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천착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나 자신이 청운의 꿈을 안고 정치에 도전했던, 청년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2015년 9월, 전국 새누리당 청년당원의 직접선거를 통해 57%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제4대 중앙청년위원장에 당선된 바 있었다. 당시 당내 선거구도는 유권자 구조상 비수도권 출신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나는 그 어려운 구도를 ‘청년의 희망’을 복원하자는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극복해냈다. -15p 정치권에서 청년의 패기를 보기 힘들고, 능력있는 청년정치인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인재육성에 인색한 한국 정치의 현실 때문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청년정치인’을 조직적으로 육성하는 문제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 일본의 경우만해도 ‘마쓰시타정경숙’ 같은곳에서 체계적으로 청년 정치인을 육성한다. 마쓰시타정경숙은 1979년에 파나소닉 창업자인 마쓰시타가 70억엔을 들여 설립한 일종의 청년 정치인 배출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35세 이전의 청년을 대상으로 후보자를 뽑는데 합격자는 매년 10명 수준으로 매우 소수에 그친다. 합격생에게는 기숙사가 제공되고, 정치·경제에 대한 폭넓은 교양은 물론 자위대 체험까지 이뤄진다. -32p 결국 청년 세대의 정치 참여는 미래를 책임지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있어 매우 필수적이다. 청년의 참여를 통해 정치는 스스로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고 혁신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것은 한 국가가 보다 내실있게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좋은 전략이 된다. -4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