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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신간 도서 소개(아동,청소년)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3-10-25
조회수
723


여우 오는 날

천옌링 저 / 박지민 역 / 16,000원 / 리틀브레인

“언젠가 내가 너처럼 붉고 하얗게 바뀐다면, 우리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대만 '신이아동문학상', '금정상' 수상 작가 천옌링 신작!

외딴 언덕, 커다란 나무 앞을 여우가 지나갔어요. 나무는 말을 걸어 봤지만, 어린 여우는 곧장 가 버렸지요. 몇 달 뒤, 그 여우가 또 지나갈 때 나무가 말했어요.
“우리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한자리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무가 여우는 우스웠지요. 나무가 물었어요.
“내가 만약 너처럼 붉고 하얗게 바뀌는 날이 온다면, 그땐 나랑 친구가 되어 줄래?”
만약 그런 날이 오면, 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한 채 여우는 떠나 버렸어요.
그 겨울, 큰 눈을 피해 여우는 나무둥치 구멍에 와서 곤히 잠들었어요. 잠을 깨고 나와 보니, 붉은 나무에 눈이 하얗게 앉은 모습이 자기와 똑같아 보였어요. 둘은 친구가 되었지요.
“날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그냥 네가 눈을 피하고 싶을 때, 여기 와서 쉬었으면 좋겠어.”
“알았어. 해마다 네가 나와 같은 모습이 될 때, 이곳에 올게.”
해마다 겨울이면 머물다가 으레 떠나는 여우한테 나무가 물었어요.
“내가 노랗고 초록으로 물들 때, 넌 어디로 가?”
“내가 너처럼 노랗고 초록이 되면, 그때 말해 줄게.”
어느 여름날, 뜻밖에도 나무 곁으로 여우가 오지 않았겠어요? 아! 나무뿌리에 닿자마자 쓰러져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여우를 보고 나무는 몹시 괴로워했어요. 비바람이 지나가자, 여우는 나뭇잎에 덮여 노랗고 초록이 되고…그 자리에 새싹이 돋아났어요. 이 싹은 과연 무엇일까요……?

“내가 너처럼 노랗고 초록이 되면…그때 말해 줄게.”

『여우 오는 날』은 생물의 종이 완전히 다른 여우와 커다란 나무가 주인공이에요. 서로를 지키려고 온몸을 다 내주는 마음이 붉은 단풍보다 더 뜨겁게 빛나는 작품이지요. 누가 봐도 닮은 구석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동물계 여우와 식물계 나무! 같이 뛰어놀 수도 없는데, 여우 몸 색깔처럼 붉고 하얗게 똑같아지면 친구가 되겠답니다. 오, 맙소사! 단풍에 눈이 내려 나무 모습이 붉고 하얗게 바뀌어 둘은 극적으로 친구가 되었지요. 해마다 겨울이 오면 여우가 곁에 와서 나무는 외롭지 않았어요. 여우는 나무둥치 구멍에서 새끼도 낳아 기르면서 따뜻이 우정을 나누었지요.

계절이 바뀌고, 나무가 노랗고 초록일 때 여우는 어디로 떠나갈까요? 나무가 묻자, 여우는 ‘내가 너처럼 노랗고 초록’일 때 말해 주겠답니다. 이 아리송한 물음과 대답! 이 대목이 여우와 나무가 ‘아주 남다른 친구 관계’라는 걸 말해 줘요. 붉은 여우가 노랗고 초록일 때가 언제 올까요? 한자리에 오래 사는 나무와 달리 여우는 옮겨 다니며 짧은 일생을 살아요. 혹시 여우는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알고 있었을까요? 슬퍼하는 나무 곁에서 비로소 노랗고 초록 모습이 되리란 걸. 그 순간이 곧 나무와 긴 이별이라는 걸 말이에요.

나무에 남긴 여우 마음은 씨앗, 그 놀라운 선물 앞에서 가슴이 쿵 내려앉아요. 나무 홀로 외로울까 봐 새로운 나무 씨앗을 물어 와 곁에서 온몸으로 싹 틔울 줄이야! 여우 마음이 하도 애틋해서 나무는 되뇝니다.

“내가 말했잖아, 날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우 오는 날』은 ‘우리의 모든 시간이 귀하고 소중한 삶’이라는 진실을 두 친구 이야기로 일깨워 줘요. 아낌없이 제 몸을 내주는 나무의 사랑, 친구의 외로움을 온몸으로 끌어안는 여우의 약속! 누군가의 친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감동인지 새롭게 깨닫게 돼요.

지금 나에게 소중한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색깔이 물드는 계절은 달라도 벚나무와 단풍나무처럼 곁에 누군가 있다면 참 행복한 사람이에요. 참된 친구는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가리지 않아요. 변함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기다려 주고, 따뜻이 안아준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여우와 나무처럼 말이에요.

“마음으로 읽어야 더 잘 보이는 그림책”

이 책 『여우 오는 날』은 가만히 마음으로 느끼며 읽어야 더 잘 보여요. 이야기가 전하는 뜻을 찬찬히 곱씹다 보면 따뜻한 울림이 오롯이 스며들지요. 작가는 강렬하면서도 단순한 여백을 한껏 살린 그림 배치로 누구나 이야기에 공감하도록 만들었어요. 섬세한 캐릭터 표현도 돋보여요. 시간이 갈수록 바뀌는 여우 표정, 걸음걸이까지도 실제 같아서 어루만지고픈 충동이 들어요. 쓰러진 여우를 향해 가지를 뻗어보려는 나무의 떨림은 극한의 슬픔을 나타냈어요. 아, 눈물방울처럼 검은 잎을 뚝뚝 떨구는 단풍나무여!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빨강, 노랑, 초록, 하양을 교차하여 단순하게 보여주는 방식도 아주 자연스러워 시간 흐름이 잘 느껴져요. 그래서 『여우 오는 날』 작품에서 전하는 시간의 소중함, 계절 변화, 만남과 이별, 생명과 죽음 같은 여러 메시지를 우리는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 모두가 읽어도 두고두고 깊은 울림이 있는 책으로 자신 있게 추천해요.








동시 유령의 비밀 수업

김제곤 엮음 / 이주희 그림 / 12,000원 / 창비

정답보다 중요한 건 알록달록한 상상력
기발한 놀이로 새롭게 만나는 동시 세계

수많은 어린이에게 ‘동시는 즐겁다’라는 공식을 선사할 책이 탄생했다. 『동시 유령의 비밀 수업』은 오랜 시간 동시를 탐구하고 알리는 데 힘써 온 문학평론가 김제곤이 박성우, 문현식, 유강희 등 어린이 독자의 큰 사랑을 받아 온 시인들의 대표 동시 42편을 고른 뒤, 해당 동시들을 다양한 놀이활동에 접목시켜 창의적으로 동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점 잇기, 초성 퀴즈, 스무고개 등으로 동시 속 단어를 맞히고, 어울리는 문장을 고르거나 이어지는 문장을 자유롭게 씀으로써 동시의 행과 연을 색다르게 바꿔 보고,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동시로 써 보는 단계별 활동은 동시에 대한 허들을 낮추고 흥미를 높인다. 어린이와 어떤 동시 활동을 해야 할지 막막했던 교육자와 양육자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동시를 이렇게 재미나게 감상할 수 있다고?
동시의 매력에 풍덩 빠지는 특급 비법서

어린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기초적인 한글 공부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글을 감상하기 시작할 때 처음 만나는 작품은 다름 아닌 동시이다. 그만큼 동시는 어린이가 세상의 일면을 흥미롭게 포착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단어와 감정을 배우며, 이를 자신의 경험에 대입하여 사고와 감성을 확장하는 데 유용한 장르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물론 교육자와 양육자 입장에서는 한 편의 동시를 두고 단순한 읽기 활동 외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몰라 막막해하는 것이 사실이다. 『동시 유령의 비밀 수업』은 동시를 한층 다채롭게 즐기는 여러 놀이를 제시함으로써, 동시 감상의 어려움을 시원하게 해소해 줄 책이다. 이 책은 박성우, 문현식, 유강희 등 오랜 시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 온 시인들의 대표 동시부터 근래 어린이들의 생활이 생생하게 담긴 동시까지 알차게 수록했으며, 비어 있는 단어 맞히기, 내 맘대로 문장 채우기, 만화로 동시 표현해 보기 등 각 시에 어울리는 활동이 세트처럼 꼼꼼하게 구성되어 있다. 동시 유령이 제시하는 도전 과제를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누구나 동시의 매력에 풍덩 빠지게 된다.

시와 함께 놓인 그림을 보면서 비밀을 캐는 탐정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시를 차근차근 읽어 봅시다.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을 마음껏 표현해 보도록 해요. 빈칸 안에 무슨 답을 써넣든 모두 칭찬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시에서는 정답 찾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답을 궁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니까요. 여러분 스스로 생각해 낸 낱말과 문장을 골라 넣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이미 훌륭한 시의 독자요 시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_엮은이의 말

초성 퀴즈, 수수께끼, 스무고개, 숨은그림찾기
42편의 동시와 함께 쉴 틈 없이 팡팡 터지는 즐거움

『동시 유령의 비밀 수업』은 총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비어 있는 단어를 맞히는 1단계는 여러 가지 놀이를 접목하여 동시와 친해질 기회를 선사한다. 동시 유령은 점 잇기, 그림 퀴즈, 초성 퀴즈, 수수께끼, 스무고개, 숨은그림찾기 등 다채로운 놀이를 통해 빈칸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직관적인 재미를 주는 시들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한편, 단어를 추리하며 시의 제목을 맞히는 카타르시스까지 만끽할 수 있어 재미는 배가 된다. ‘동시가 즐겁다’라는 인식은 향후 만날 동시들 역시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들 것이다.
이어지는 2단계는 단어에서 한 발 나아가 비어 있는 문장을 고민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2단계부터는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도록 이끈다. 시에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문장을 고르는 것에서 시작해 새롭게 다시 써 보는 활동은 그 자체로 동시를 향유하는 참뜻과 맞닿아 있다. 정해진 답을 찾는 것에서 벗어나 ‘나만의’ 답을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동시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동시 유령의 비밀 수업』과 함께 신나게 뛰어놀며 자연스레 자신만의 답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답보다 중요한 건 알록달록한 상상력
정해진 답이 아닌 나만의 답을 찾는 과정

3, 4단계에서는 본격적으로 동시를 씹고 뜯고 맛본다. 그림, 만화 등으로 동시를 재해석하는 활동은 다채로운 감각을 환기한다. 이후 시를 읽고 질문에 답하며 어린이들은 시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쓰이게 되는지 알게 된다. 울적한 기분, 조마조마한 마음과 같은 감정과 더불어 책상 위의 연필이나 지우개 등 세상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음을 깨달으며 익숙한 일상과 사물을 달리 보는 시각을 갖는다. 이어 빛나는 재치로 발견한 소재를 하나의 시로 완성해 내면서는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체득한다. 단계를 차근차근 밟으며 체화된 능력은 문학적 감수성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표와 토론 등 의견을 말하는 자리에 놓일 때마다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는 데 든든한 주춧돌이 되어 줄 것이다. 『동시 유령의 비밀 수업』을 통해 자유로운 동시 세계에서 어린이의 마음과 입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한다.






냥 작가의 동시 상담소

즐비 글 / 김준식 그림 / 13,000원 / 파란정원

 
 
동시 걱정, 내가 해결해 주겠다냥!

시는 자기 경험이나 생각, 느낌,
인상 깊게 본 장면 등을 짧게 쓴 글이다냥.
소리 내어 읽으면 노래처럼 리듬감이 느껴진다옹.
하지만 짧게 쓴다고 다 시는 아니다냥.
읽는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어야 그게 진짜 시다옹.
자, 동시에 내 마음을 그려 보자냥~.
동시 고민, 냥 작가가 해결해 드립니다
마음이 뭉클해져야 진짜 동시라고?

시라고 하면 자주 접하지 않아서인지 어린이들은 무조건 어렵고, 재미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막상 어린이를 위한 동시를 읽어 보면 ‘어, 재미있는데!’ 하고 깜짝 놀라곤 합니다. 동시는 어린이를 독자로 쓴 것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일반 시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또한, 의성어와 의태어처럼 반복되는 말로 리듬감을 담아 읽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시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내가 좋아하는 과자 이름은 너무 유치해서 글감으로 쓰면 안 되는 것일까요? 대부분의 동시는 짧던데, 그럼 길게 쓴 것은 동시가 아닌가요? 막상 동시를 쓰려니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동시 쓰기가 궁금한가요? 그렇다면 우리 같이 냥 작가를 불러 봐요.
“냥 작가, 동시 알려 줘~.”
시인 냥이 냥 작가에게 재미있게 동시를 배워요. 우리도 시인이 될 수 있답니다!

냥 작가의 상담소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 《냥 작가의 동시 상담소》에서는 나영이의 최애 아이돌이 주최하는 ‘핑크우주단 동시 가사 공모전’ 도전기가 펼쳐집니다. 시는 무조건 어렵고 재미없다며 거부하던 나영이는 꼬꼬쌤의 또오옹시라는 말에 정말 똥 시를 쓰게 됩니다. 그리고 핑크우주단에게 전해진 이 똥 시 때문에 나영이는 그만 ‘똥 테러범’이 되어 버리지요. 똥 테러범을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바로 멋진 시를 써서 다시 보내는 것뿐. 하지만 나영이의 부탁에도 자신의 시가 무시당했다며 냥 작가는 동시 쓰기를 가르쳐 주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과연 나영이는 냥 작가의 마음을 돌려 똥 테러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달팽이의 장례식

델핀 발레트 글 / 피에르 에마뉘엘 리예 그림 / 이세진 역 / 12,000원 / 푸른숲주니어

서로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알리스는 공원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실수로 달팽이를 밟아 버리고 말았어요.
아이들은 달팽이의 장례를 치러 주려고 머리를 맞댔지요.
그런데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일까요?
세 아이 모두 서로 종교가 다르지 뭐예요?
초등 교과 연계
2학년 2학기 국어-나 9. 주요 내용을 찾아요
3학년 1학기 국어-나 8. 의견이 있어요
3학년 1학기 국어-나 10. 문학의 향기
3학년 2학기 국어-나 9. 작품 속 인물이 되어

 선정 및 수상내역
2020 뮐루즈 시립 도서관 올해의 책
2021 프랑스 소시에르상 아동 문학 부문 수상작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서로 다른 문화권

세 어린이가 건네는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
푸른숲 작은 나무 27번째 도서인 《달팽이의 장례식》은 공원에서 놀던 친구들이 서로의 종교를 절충한 방식으로 달팽이의 장례를 치러 준다는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 문학이다. 작가는 작은 실수로 인해 처음으로 동물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 알리스에게 엄마의 목소리로 “살다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다정한 위로를 전하며, ‘달팽이 장례식’을 제안한다.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로 종교와 문화가 다른 세 아이가 달팽이를 두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도를 드리며 갈등과 오해를 풀어 가는 과정이 순수하면서도 평화로워서 슬며시 미소 짓게 된다. 그렇게 이 책은 셋만의 비밀을 간직하게 된 어느 오후를 눈부시게 그려 낸다.
《달팽이의 장례식》은 “다른 신념을 가진 이들에 대한 관용을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책”이라는 평을 받으며 2020년 뮐루즈(Mulhouse) 시립 도서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2021년 프랑스 소시에르상 아동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여기에 프랑스 애니메이션 영화감독 피에르 에마뉘엘 리예가 다채로운 색감과 감각적인 터치로 아름다운 그림을 더했다.

“우리가 서로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종교, 문화, 성별을 뛰어넘은 어린이들의 순수한 우정
이야기는 어느 토요일, 알리스가 공원에서 친구 라셸을 기다리면서 시작된다. 기다리는 동안 아민과 어울려 놀면 어떻겠냐는 엄마의 제안에 “어떻게 남자아이와 놀 수 있냐”고 난처해할 정도로 알리스는 쑥스러움이 많은 아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빅뉴스’를 가지고 라셸이 도착한다.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오갈 법한 재잘거림이 이어지던 가운데, 갑자기 라셸이 아민에게 다가간다. “안녕. 우리랑 놀래?”
그렇게 피부색도, 종교도, 성별도 다른 알리스, 라셸, 아민은 처음으로 셋이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공통의 관심사가 없는 세 아이는 함께할 수 있는 놀이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아민의 주도 아래 비밀 작전 놀이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아민이 흙바닥에 낙서하는 순간 흙 속에서 달팽이가 튀어나오고, 순식간에 아이들의 관심사는 달팽이로 옮겨 간다. 달팽이에게 예쁜 집도 지어 주고, 맛있는 음식도 주겠다는 야무진 계획은 알리스가 실수로 달팽이를 밟으며 끝이 난다. 하지만 알리스, 라셸, 아민은 아이답게 빠르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대화하고 조율하면서 달팽이의 장례식을 준비한다. 아이들은 무사히 달팽이를 묻어 주고, 서로의 차이를 넘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전쟁이 끊이지 않아 인도주의가 필요한 시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게 된 어린이들의 성장기

가톨릭인 알리스, 유대교도인 라셸, 이슬람교도인 아민은 달팽이의 종교가 무엇인지 알아내려 애쓴다. 장례식은 엄숙한 의식이기 때문에 달팽이의 종교에 따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작고, 소중하기만 하다. 각자 자신이 보고 들었던 방식으로 달팽이의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성장이 엿보인다. 마침내 아이들은 세 종교의 장례 문화를 약간씩 반영하고 절충한 방식으로 달팽이를 묻어 주게 된다. 《달팽이의 장례식》에서 돋보이는 것은 이렇듯 어른들의 눈에는 보잘 것 없는 대상에도 마음을 쏟고, 어떻게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편견 없는 아이들의 맑은 마음이다.
지금도 지구 저편에서는 전쟁으로 민간인과 어린아이들이 희생되는 가슴 아픈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까지 야기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케케묵은 감정은 서로 물러서지 않는 신념 때문이라고 한다. 증오와 혐오로 서로 양극단으로 치달아 가는 이 시점에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씩 양보하는 어린이들의 대화에 귀 기울일 수는 없을까. “이 책에서 작가는 독자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저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아이들을 보여 준다.”는 어느 프랑스 언론 기사에 공감이 되는 이유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셋만의 비밀을 간직하게 된 세 아이의 앞으로의 우정을 응원하고 싶어질 것이다.





도서관을 꿀꺽한 마녀
파스칼 뤼테르 글 / 프랑수아 라바르 그림 / 김영신 역 / 13,500원 / 그린애플

“도서관을 지키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사악한 마녀들과 맞서 싸우는 어린이들의 흥미진진한 모험담


스마트폰과 영상 매체의 발달로 어린이는 물론이고 성인들도 책을 잘 보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어느 방송에서는 책 읽지 않는 요즘 사람들을 ‘책맹인류’라고까지 표현한다. 책을 읽지 않으니 도서관에 가는 일도 드물다. 도서관이 딱딱하고 지루한 학습 공간으로 여겨지는 것도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데 한몫한다. 미국 텍사스대학 도서관 학자 데이비드 랭크스 교수는 아이들이 자꾸만 가고 싶어 하는 시끌벅적한 도서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도서관을 재미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독서를 재미있는 놀이로 생각하면 『도서관을 꿀꺽한 마녀』의 주인공 에르네처럼 독서광이 될지 모른다.

책을 좋아해서 별난 아이 취급당하는 열한 살 소년, 에르네가 주인공인 『도서관을 꿀꺽한 마녀』는 독서와 도서관의 의미를 깨우쳐 준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오늘날, 어째서 독서를 해야 하는 걸까? 책 속에 우정의 애틋함 같은 삶의 교훈뿐 아니라 인생의 아름다움이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깨우침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권의 책은 모두 하나의 세계다. 그 세계 속에 흠뻑 빠져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독서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에르네와 친구들이 저주 때문에 동물로 변했음에도 결코 낙담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용감하게 마녀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이유 역시 책으로 접하는 세계를 사랑하는 덕이다. 이 책을 통해 독서의 소중함은 물론 즐거움까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출간 의의 및 특징

■ 독서는 재미없고, 도서관은 지루하다는 편견 깨부수기

신경학자 로버트 윌슨의 연구에 따르면, 독서가 알츠하이머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독서 과정에서 뇌가 다양한 지적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독서하는 사람들은 신경 퇴행성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적다고 한다. 독서를 통해 뇌 단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독서의 장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재미없고, 지루하며, 하기 싫은 일을 꾸준히 하기는 어렵다. 이에 이 책은 아이들에게 독서의 ‘쫄깃한 재미’를 알려 주는 데 집중한다.

“도서관에서는 말하는 일 빼고, 할 수 있는 게 많아. 꼭 책을 읽을 필요도 없어.
펼쳐 놓고 심심할 때만 가끔 한 쪽씩 넘겨도 괜찮아.
책장 앞에서 이 책, 저 책 뽑아도 돼. 재미있으면 같은 책을 수십 번 읽어도 상관없지.”

주인공 에르네가 독서를 얼마나 재미있는 놀이로 여기는지 알려 주는 대목이다. 독서가 놀이가 되면, 도서관은 훌륭한 놀이터가 된다. 에르네에게 도서관은 호기심이 생기는 곳, 흥미진진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곳이다. 『도서관을 꿀꺽한 마녀』는 도서관에서 펼쳐지는, 어린이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스릴 넘치는 모험 이야기를 통해 독서에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방식 고민하기

마녀들은 자신들이 볼품없고, 형편없는 존재로 묘사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독서가들을 저주한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오해를 살 수 있다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의 오해대로 행동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꼬마 마녀와 해거름 우유단처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싫어하던 것도 좋아질 수 있다. 에르네와 토토, 데데처럼 말이다. 셋은 저주 때문에 제일 싫어하는 동물로 변하지만, 그 동물로 살면서 습성을 이해하자 결국 좋아하게 된다.

“우리는 이전에 싫어하던 동물들이 더 이상 역겹지 않아.
아니, 이제는 그 동물들을 좋아해.”

마녀들처럼 사악해질 것인가, 아니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며 친구가 될 것인가? 이 이야기는 그것이 전적으로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깨우쳐 준다.

■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통해 쌓은 우정으로 세상 구하기

우정이 깊어지려면 공통점이 필요하다. 사서인 블랑샤르 선생님이 운영하는 ‘열혈 독자 클럽’의 회원인 에르네와 토토, 데데 역시 ‘독서’라는 취미로 묶여 있다. 셋은 같은 문학 작품을 보고 받은 감동을 나누면서 우정을 키워 왔다. 마녀들과의 싸움에서 발휘한 기지도 모두 책에서 익힌 것이다. 만약 책을 읽지 않았다면? 삼총사는 사악한 마녀들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언제라도 우리들을 위협할 준비가 된 마녀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매부리코에 낡은 지팡이, 뾰족한 모자를 쓰지는 않았더라도 말이다. 이 책은 마녀처럼 사악한 존재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서가 필수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험난한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오늘부터 하루 한 번 책을 펼쳐 보자.

교과연계
3학년 2학기 국어 8. 글의 흐름을 생각해요
4학년 1학기 사회 3. 지역의 공공 기관과 주민 참여
4학년 2학기 국어 9. 감동을 나누며 읽어요
5학년 1학기 국어 10. 주인공이 되어
6학년 1학기 국어 6. 내용을 추론해요
6학년 2학기 국어 1. 작품 속 인물과 나







잉크와 별의 소녀


키란 밀우드 하그레이브 저 / 조경실 역 / 15,000원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2016년 출간된 이후 50만부 가까이 팔린 ‘키란 밀우드 하그레이브’의 첫 소설
브리티시 북 어워드 2017 올해의 어린이 책 선정!

2017년 워터스톤즈 아동서 수상 WINNER of the Waterstones Children’s Book Prize 2017
2017년 올해의 영국 아동서 수상 WINNER of the British Book Awards Children’s Book of the Year 2017
Jhalak Prize for Book of the Year by a Writer of Colour 최종후보
Branford Boase Award 2017 최종후보
CILIP Carnegie Medal 2017 노미네이트

‘생생하게 읽히며 어느 면에서는 필립 풀먼이나 닐 게이먼과 같은 판타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밀우드 하그레이브는 앞으로 우리가 더 자주 듣게 될 이름이다. 작가는 독창적인 생각을 그려내며 풍부한 상상력과 표현력을 지니고 있다.’ - 타임즈

‘달콤함과 어두움 사이에 절묘하게 위치한 소설로, 신화와 스토리텔링의 힘을 드러내는 소설이다.’
- 파이낸셜 타임즈

비밀스러운 섬에 내린 무시무시한 저주
그러나 무엇도 무너뜨릴 수 없었던 두 소녀의 우정

조야 섬에 총독이 부임해 온 이후, 섬은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주민들은 더 이상 숲으로도, 바다로도 나갈 수 없게 되었고 동물들은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그러다 남은 동물들마저 영문도 모른 채 바다로 뛰어들어 죽기 시작합니다.
이사벨라는 섬에 남은 유일한 지도 제작자의 딸입니다. 어느 날 같은 반 친구 캐타가 죽은 채 발견되는데, 이사벨라는 캐타의 죽음이 절친인 루페와 관련되었다는 생각에 루페에게 비난의 말을 쏘아붙입니다. 총독의 딸이자 이사벨라의 친구인 루페는 캐타를 살해한 자를 찾아내겠다며 숲으로 떠나지만 실종되고 맙니다. 이사벨라는 딸을 찾기 위해 꾸린 총독의 원정대에 숨어들어 함께 숲으로 향합니다. 그 과정에서 원정대는 괴력을 가진 어떤 존재로부터 습격을 받게 됩니다. 이사벨라는 총독의 도움으로 루페와 함께 극적으로 도망치지만, 그들은 출구를 알 수 없는 지하 동굴로 추락합니다. 그곳에서 이사벨라는 아빠에게 들었던, 조야 섬의 아린타 신화를 떠올립니다. 불의 정령 요테로부터 섬을 구했던 소녀 전사 아린타처럼, 이사벨라는 섬을 구하기 위해 까마득한 섬의 밑바닥으로 뛰어듭니다.

이 책에서 이사벨라와 루페는 뜨거운 용기와 단단한 우정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섬이나 섬 바깥에 대해 알지 못하게 막는 총독과, 섬과 섬 바깥을 모두 지도로 그리기를 바라는 지도 제작자는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 딸들인 루페와 이사벨라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서로의 배경을 신경 쓰지 않고 끈끈하게 우정을 쌓아갑니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두 소녀의 간절함, 그리고 놀라우리만치 용감한 선택들, 그 끝에 밝혀지는 놀라운 반전까지. 어린이, 청소년 모두를 사로잡을 신비롭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모험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입니다. 그것이 집 앞 놀이터로의 모험이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 세계로의 모험이든 말입니다. 그러한 모험을 통해 사람들은 겪어 보지 못한 것을 상상하고 마음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살며 맞닥뜨려야 할 고난, 아주 소중한 사람을 잃어야만 얻게 되는 상실의 경험 같은 것들을요.
이 책의 주인공인 ‘이사벨라’는 조야 섬에 사는 지도 제작자의 딸로, 어릴 적 형제인 ‘가보’와 하나뿐인 엄마를 잃은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조야 섬을 불의 정령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모험 속에서 이사벨라는 고군분투하지만, 정작 그 끝에서 이사벨라가 얻게 된 것은 명예나 성공이 아니라 ‘용기’입니다. 불의와 싸우고 어려운 시련에도 포기하지 않으며 희생을 값지게 여기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극복해 나갈 수 있게 만드는 용기와 의지였습니다.
물질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그런 용기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 모릅니다.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

알비다스 슐레피카스 저 / 서진석 역 / 15,000원 / 양철북출판사

이 소설은 ‘기억’이다.
사라져 간 사람들 그리고 참혹한 시간을 견뎌 낸 사람들에 대한 지극한 기억이다.

“늑대의 아이들”을 아는가?
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세상은 안전하지 못했다.
승리한 러시아 군대가 동프로이센을 휩쓸면서, 나라가 없어진 아이들은 기댈 곳 하나 없이 새로운 전쟁을 맞아야 했다. 추위와 굶주림, 죽음의 공포.
열 살이 갓 넘은 아이들이 어린 동생들과 식구들을 먹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네무나스강을 건너고 국경을 넘어 리투아니아로 떠나야 했고, 맨몸으로 혹독한 겨울 추위와 숲속의 어둠을 견뎌야 했다. 남은 여인들과 아이들은 야만적인 점령군으로부터 참혹한 시간을 견뎌 내야 했다. 오로지 살아남는 것이 전부였던 시간들.
국경을 넘은 아이는 살기 위해 독일 이름을 버리고 리투아니아 이름을 지어야 했다. 소녀 ‘레나테’도 자기 이름을 지우고 ‘마리톄’라는 이름의 리투아니아 아이가 되어야 했다.
리투아니아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알비다스 슐레피카스는 전쟁에서 사라져 간 사람들과 살아남기 위해 참혹한 시간을 견뎌 낸 사람들에 대한 생생한 실화를 문학으로 담아냈다.
이 책은 리투아니아에서 처음 출간되었고 2019년 영어판이 나온 뒤, 전 세계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기억의 연대 때문일 것이다.

내 이름은 마리톄

동프로이센은 1차대전이 끝나고 독일 본토와 떨어진 섬 같은 월경지였다가 2차대전이 끝나고는 사라졌다. 승전국 러시아는 동프로이센을 점령하고 그곳에 살던 독일인을 추방하거나 죽음으로 내몰았다.
피아노와 난로가 있던 따뜻한 집은 러시아 사람들이 들어왔고, 가족들은 땔감 창고로 쫒겨났다. 추운 겨울이 닥쳤고 먹을 것이라곤 러시아 군인들이 버리는 음식 쓰레기와 감자 껍질이 전부였다.
아빠는 전쟁터에 끌려갔고, 할아버지는 빼앗긴 집을 되찾기 위해 군인을 만나러 간 뒤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집에는 여자와 아이들만 남았다. 기댈 곳은 아무 데도 없다. 마르타 아줌마는 군인들에게 당해서 죽었다. 오빠 헤인트는 먹을 것을 구하러 리투아니아로 떠났고,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언니들도 집을 나갔다. 레나테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엄마도 고모도 동생들도 모두 없어졌다.
레나테는 혼자가 되었다. 살기 위해 걷고 또 걸으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밤은 춥다. 길을 잃은 이가 숨을 곳을 찾았다 하더라도, 어린아이의 몸은 시리고 다리는 나무처럼 얼어붙는다.
어린 소녀가, 그것도 혼자서 견디기엔 너무나 참혹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살아야 했다. 살아남는 것이 전부였다. 독일 아이들은 눈에 띄면 무조건 잡아가고, 독일인을 도와준 사람도 유형지로 보내 버리는 엄혹한 시절이었다. 레나테는 자기의 독일 이름을 버리고 리투아니아 소녀가 되어야 했다.
“내 이름은 마리톄예요.”

〈더 타임스〉가 뽑은 최고의 새로운 역사 소설

“역사 속에서 잊힌 비극을 흔들림 없이 묘사하는 이 소설을 잊을 수가 없다.”

2019년 〈더 타임스〉는 그해 최고의 역사 소설로 이 책을 꼽았다.

역사 속에서 잊혀 지금은 독일 사람들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는 ‘늑대의 아이들’은 어떻게 책으로 나와 전 세계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게 되었을까.
책을 쓰고 나서 알비다스 슐레피카스는 “이 책 스스로가 나를 선택한 것 같다”고 했다.
홀린 듯이 책을 쓰게 한 그 힘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지구 반대편의 참혹하고 슬픈 역사를 우리가 읽고 기억하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는 것은, 기억하는 것은 힘이 세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묻는다. 전쟁 속에서 우리가 인간일 수 있는지.
어떠한 전쟁에서든 정치나 권력이 아니라, 인간이 승자였던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는지.
그 기억의 연대야말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는, 전쟁을 멈추게 하는 힘이지 않을까.

작가는 1996년 처음 ‘늑대의 아이들’ 이야기를 들은 뒤 수많은 레나테들을 만나고, 역사적 자료를 조사했다 한다. 그리고 2011년 책이 나왔다. 15년의 세월을 익혀 태어난 소설이다.
작가가 시인이어서 그런지, 소설은 시처럼 읽힌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생생하고 깊다.
참혹함 때문에 외면하고 싶었던 그 일을 마주할 수 있게 한 문학의 힘이 느껴진다.

알비다스 슐레피카스는 직접적이면서도 시적인 언어로 지금까지 거의 완전히 묻혀 있던 역사의 한 시기를 써냈다. 간결한 산문으로 상황의 비극을 전달하고 당대와 장소를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표현한다.
리투아니아 문학지 〈샤우레스 아테나이〉

흥미롭고 중요하며 혁신적인 소설-알비다스 슐레피카스는 현재와 과거를 대면시키고 잔인함과 고통을 사랑과 희생과 나란히 놓는다. 그는 어린 독자들이 전쟁의 참상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
올해의 책 선정에서

이 소설은 서술 방식이나 섬세하고 시적인 문체에서 다른 작품들과 차별된다. 알비다스 슐레피카스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동화와 꿈의 도움을 받아 혹독한 현실과 전적으로 대조되는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 냈다.
리투아니아 인터넷 사이트 〈베르나르디나이〉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삶을 매우 현실적이며 암울하게 그려 낸다. 전쟁 후 독일인과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독특한 스토리로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삶의 용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리투아니아 인터넷 사이트 〈15min〉

알비다스 슐레피카스는 죽음, 폭력, 굶주림과 혹독한 추위가 가득했던 시대로 우리를 데려가는 섬세한 소설을 썼다. 리투아니아에서 침묵의 금기를 깨뜨린 소설이다.
에카르트 셸트, 라이프치히 도서전

알비다스 슐레피카스는 간결한 언어와 속도감 있는 장면으로 아이들의 생존 의지,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함, 일부 아이들이 받은 도움 등을 그려 낸다. 강력 추천.
도서관 EKZ 서비스

알비다스 슐레피카스는 간결하고 함축적인 시적 언어로 어린 영웅과 희생자들을 위한 정의를 이루어 낸다. 독자는 술에 취한 병사들을 마주친 여자들이 흘린 식은땀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지경이다. 또 깊숙이 스며드는 굶주림과 매서운 겨울 추위, 음식 한 조각을 얻으려고 아이들이 싸우며 주고받는 주먹을 느끼며 그들의 절망과 강력한 생존 의지에 공감할 것이다.
〈한센 & 뭉크〉

복잡한 이야기. 동프로이센의 '늑대 아이들'의 실제 삶을 극적으로 그린 작품.
스펙트럼 매거진, 〈시드니 모닝 헤럴드〉







오로라를 기다려

최양선 저 / 13,000원 / 창비

“기다려 주고 싶었다. 충분히 슬픔을 쏟아 낼 수 있도록.”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
상처를 다독일 시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이야기
『너의 세계』 『별과 고양이와 우리』 등 섬세하고 깊이 있는 청소년문학을 선보여 온 최양선의 신작 장편소설 『오로라를 기다려』(창비청소년문학 124)가 출간되었다. 『오로라를 기다려』는 죽은 이를 가상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사회를 배경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고 아파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펼쳐 보인다. 비극적인 사건 이후 남겨진 이들의 애도 과정이 진솔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묘사되고, 서로를 끌어안고 보듬으며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서사는 새로운 희망을 드러낸다. 안타까운 참사들을 마주하며 고통스럽고 숨 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힘찬 위로와 응원으로 다가갈 작품이다.

예고 없이 찾아온 비극적인 사건
참사가 만들어 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주인공 채원은 한 달에 한 번 ‘라이프비욘드’로 기록을 하러 간다. 라이프비욘드는 사후 가상 현실(VR) 회사로, 생전에 기록을 남기면 죽은 뒤에도 유족들과 친구들이 고인을 만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채원은 친구 윤슬과 함께 라이프비욘드의 기록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윤슬은 1년 전 비극적인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기록 날이 되어 무거운 마음으로 라이프비욘드 건물에 도착한 채원은 우연히 윤슬의 언니 현조를 만난다. 윤슬이 세상을 떠난 뒤 두 사람은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되었지만, 이날 현조는 사뭇 낯선 모습으로 채원에게 말을 건넨다. “언제 편할 때 연락 한번 줄래?”(본문 12면)
한편 채원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우주와 우연한 계기로 친해진다. 윤슬이 좋아하던 커피우유부터 가고 싶어 했던 여행지, 길고양이에게 붙인 ‘공기’라는 이름까지, 우주에게서는 왠지 윤슬과 관련이 있는 듯한,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채원은 윤슬과의 공동 계정을 떠올렸다. 낯선 이로부터 받은 편지. 그 사람도 구엘 공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채원은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고양이 공기, 커피우유, 오로라,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
모두 윤슬과 관련된 것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채원은 우주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다. 묻고 싶었다. ‘너, 윤슬이를 알아?’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말이었다.(본문 126면)

우주와 윤슬은 어떤 사이인 걸까? 우주는 채원과 윤슬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을까? 참사가 있던 날로 돌아간다면 윤슬을 살리기 위해 채원이 되돌리고 싶은 선택까지도, 우주는 알까?
『오로라를 기다려』는 안타까운 참사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의 사연을 담담히 풀어놓는다. 느닷없이 마주하게 된 죽음 앞에서 누군가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누군가는 지극한 슬픔에 잠긴다. 저마다 느끼는 감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참사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는 점은 같다. 소설은 참사 이후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차분하고 사려 깊은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함부로 규정될 수 없는 낱낱의 슬픔을 충실히 드러내야 한다는 문학의 과제를, 서정적이면서도 섬세한 문장으로 이루어 낸다.


충분히 아파하고 충분히 슬퍼하며
기억하고 애도하는 일

비극적인 참사를 겪은 이후 어떤 이들은 빨리 슬픔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재촉하거나, 참사를 정치적ㆍ사회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사실상의 침묵을 강요하곤 한다. 하지만 충분히 아파하고 충분히 슬퍼하며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애도’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현조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우주는 현조의 흔들리는 어깨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마냥 기다려 주고 싶었다. 현조가 충분히 슬픔을 쏟아 낼 수 있도록.(본문 163면)

우주는 참사의 유족인 현조의 슬픔을 묵묵히 기다려 주는 것으로 윤슬의 죽음을 진실하게 애도한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참사의 인연으로 만난 둘이지만, 우주와 현조는 서로를 다독이고 위로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힘을 얻는다. 한편 채원은 윤슬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며 윤슬을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한다. 채원은 결국 윤슬을 그리워하며 보고 싶어 하는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게 된다.

이제야 알았다. 윤슬을 많이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한다는 걸. 그 마음을 밀어낸 건 채원 자신이었다는 걸. (본문 174면)

『오로라를 기다려』 속 인물들은 참사의 생존자, 유족, 혹은 누군가의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던 사람으로서 서로 다른 처지에 놓여 있고, 그래서 서로에 대한 오해와 갈등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떠나간 이를 기억하며 애도하는 마음으로 이어져 있음을 끝내 깨닫는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애도의 과정에 청소년이 배제되는 일이 잦다. 어려서 모를 거라고, 혹은 하루빨리 마음을 다잡아 학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여전하다. 슬픔을 쉽게 단정 짓고 덮어 버리려는 억압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청소년소설을 통해 작가가 전하는, 오롯이 슬픔을 껴안으려는 태도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더 이상의 참사가 없기를 기원하며,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새로운 시작을 향한 응원

바람은 지구를 벗어나지 않는다. 잠잠해졌다 거세지기를 반복할 뿐이다. 여행자들처럼 세상을 돌고 돌 뿐이다. 지난날 윤슬과 함께했던 바람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윤슬과 나눈 시간과 바람은 영원할 것이라 믿으며 채원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본문 214면)

『오로라를 기다려』에는 새롭게 삶을 시작하려는 희망과 의지도 담겨 있다. 현조는 가상 현실 속 윤슬과 만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라’는 응원을 듣고, 채원은 윤슬이 자신에게 남긴 이야기를 들으며 용기를 내 지금의 삶을 살아가 보겠다고 다짐한다. 윤슬의 진심 어린 메시지는 비단 소설 속 인물들만 아니라 오늘의 독자들에게도 감동적으로 와닿는다. 『오로라가 기다려』는 참사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애도와 공감의 힘을 새롭게 일깨울 작품이다.

채원 아바타는 냉동실 문을 열고 투명한 얼음에 감싸인 하얀 꽃을 꺼냈다. 채원과 우주의 아바타는 그 꽃을 들고 섬을 둘러싼 물가에 다가섰다. 꽃잎을 한 장 한 장 따서 흐르는 물에 띄웠다. 꽃잎은 빛처럼 반짝이며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흘러내렸다.(본문 229면)


▶ 줄거리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채원은 사후 가상 현실 회사 ‘라이프비욘드’로 기록을 하러 간다. 이곳에 올 때마다 채원은 1년 전 세상을 떠난 친구 윤슬을 생각하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한편 채원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우주와 우연한 계기로 친해진다. 윤슬이 좋아하던 커피우유부터 가고 싶어 했던 여행지, 길고양이에게 붙인 ‘공기’라는 이름까지, 우주에게서는 왠지 윤슬과 관련이 있는 듯한,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는데……. 우주와 윤슬은 어떤 사이인 걸까? 우주는 채원과 윤슬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까?






마음도 백업이 되나요

오정연 저 / 13,000원 / 씨드북

최고의 플라이보드 파트너 하율과 반려로봇 꼬리
꼭 붙잡아 두고 싶은 진짜 마음을 찾아, 활강!
소녀, 내일이 되다! 청소년을 위한 SF 시리즈, ‘내일의 숲’ 여섯 번째 책 『마음도 백업이 되나요』는 「마지막 로그」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을 수상한 오정연 작가의 첫 청소년 장편소설이다. 책은 반려로봇의 마인드 백업이라는 소재를 통해 마음이 부쩍부쩍 자라는 시기에 특히 빈번한, ‘관계 맺음’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다룬다. 그러면서도 개체와 개체 사이에 존재하는 마음을 자상하고 찬찬하게 짚어 관계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단짝 친구 재희와 보드 영상 스트리밍 채널 ‘플라잉테일’을 운영하는 하율. 영상 속에서 하율은 자기력을 이용해 공중에 뜨는 플라이보드를 타고 반려로봇 꼬리와 함께 달리며 최고의 호흡을 맞춘다. 그런데 어느 날 플라잉테일에 광고 제안이 들어온다. 수명이 다해 가는 꼬리에게 ‘마인드 백업’ 서비스를 제공할 테니 후기를 언급해 달라는 것. 혹시 모를 부작용으로 13년간 쌓여 온 꼬리의 마음이 날아가 버리지는 않을지 불안하지만, 하율은 한참의 고민 끝에 제안을 수락한다. 그런데 역시나, 백업 서비스 이후 꼬리는 더 이상 예전의 그 꼬리가 아닌 것만 같은데……. 하율과 꼬리는 다시 최고의 보딩 파트너로 활약할 수 있을까?

진본과 사본, 원본과 백업본, 그리고…… 진짜 마음과 가짜 마음?

역사 속에서 인류는 ‘백업’을 통해 중요한 데이터를 기록해 왔다. 원본만이 ‘오라(aura)’라는 고유한 가치를 가진다고 여겨지는 예술품과는 달리, 데이터는 그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원본과 사본을 구분하는 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하지만 그 데이터가, 내 소중한 존재에게 쌓인 일종의 기억이고 마음이라면? 아마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이것이 『마음도 백업이 되나요』의 주인공 하율이 맞닥뜨린 고민이다.
인공 지능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생물체의 외형을 닮아 간다. 로봇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현실로 다가오는 때다. 책은 로봇이 ‘반려동물’의 형태로 지금보다 더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시점의 이야기를 그렸다. 하율이 기르는 반려로봇 꼬리는 실제 강아지를 모델로 해서 만든 로봇이다. 하율은 13년 동안 꼬리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며 ‘키우고’, 습관이나 예절을 가르치며 ‘자라도록’ 도왔다. 꼬리는 하율의 친동생이나 마찬가지고, 꼬리에게 쌓인 13년간의 데이터는 하율에게 꼬리의 마음 그 자체다. 그렇게 꼬리에게 오라를 부여한 하율은, 백업된 마인드 데이터, 즉 사본 데이터를 예전의 꼬리와 완전히 같은 존재로 볼 수 있을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마음도 백업이 될까? 하율은 자신에게 더없이 고유한 존재인 꼬리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 로봇과 마음을 나누는 시대, 인공 지능에 쌓인 기억들을 그저 ‘데이터’로 치부할 수 있을지, 하율과 꼬리의 마음을 따라 찬찬히 고민해 보자.

마음이란 우리가 함께한 시간 속에 들어 있는 것

하율은 마인드 백업 이후 꼬리의 마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보기 위해 계속해서 꼬리를 시험한다. ‘진짜’와 ‘가짜’를 가르려는 하율의 집착에는 이유가 있다. 자신이 어릴 때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하율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아니라 다른 아이가 있었다면 그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되어도 상관없었던 것인지, 나는 ‘하율’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었을 수도 있었던 것인지, 혹은 ‘진짜 하율’은 어딘가에 따로 있고 난 단지 그 백업인 것은 아닌지.”(84쪽)
하율의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던 이 의심은 여러 가지 골칫거리와 맞물려 몸집을 키운다. 하율의 비밀을 폭로했던 옛 친구 서연이 나타나고, 단짝인 재희는 하율에게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하다. 곧 고등학생이 되는데 보드와 스트리밍 채널 운영을 계속해도 될지, 별말 없는 부모님이 자신을 포기한 건 아닌지도 걱정이다. 채널의 영상을 보고 생모와 생부가 자신을 알아봐 주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며 동시에 그들에게 다시 내쳐지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는 자신의 모습도 싫다. 이런 때, 언제나 자기편이었던 꼬리까지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하율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초조해진다.
충동적으로 서연과 약속을 잡고, 엄마에게 화를 내고, 꼬리를 유기하기까지 하며 여러 갈등을 겪던 하율은 점차 깨닫는다. 마음이란 시간과 함께 몸에 새겨진 버릇이고, 마음을 공유한다는 것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의미라는 걸. 그리고 마음이 커질 때는 낯설고 불안한 것이 당연하다는 걸. 마인드 백업을 거쳤어도 꼬리는 예전의 꼬리와 다르지 않다. 그 사실을 확신하
게 된 하율은 더 단단하면서도 유연해진 마음을 장착하고 다시 보드에 올라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칠 준비를 한다.

‘내일의 숲’ 시리즈 소개

‘내일의 숲’은 여성 청소년이 주인공인 SF 시리즈다.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를 통해 꿈을 이룬 여성들로부터 희망의 목소리를 빌려 어린이에게 전해 온 씨드북이, 이제는 SF라는 장르를 빌려 청소년과 함께 미래를 도모하고자 한다. 새로운 세상에서 활약하는 소설 속 소녀들처럼, 독자 여러분도 내일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 줄거리
단짝 친구 재희와 보드 영상 스트리밍 채널 ‘플라잉테일’을 운영하는 하율. 영상 속에서 하율은 자기력을 이용해 공중에 뜨는 플라이보드를 타고 반려로봇 꼬리와 함께 달리며 최고의 호흡을 맞춘다. 그런데 어느 날 플라잉테일에 광고 제안이 들어온다. 수명이 다해 가는 꼬리에게 ‘마인드 백업’ 서비스를 제공할 테니 후기를 언급해 달라는 것. 혹시 모를 부작용으로 13년간 쌓여 온 꼬리의 마음이 날아가 버리지는 않을지 불안하지만, 하율은 한참의 고민 끝에 제안을 수락한다. 그런데 역시나, 백업 서비스 이후 꼬리는 더 이상 예전의 그 꼬리가 아닌 것만 같은데…….







무스키

전수경 저 / 우주 그림 / 12,000원 / 창비

 
어느 날, 신비로운 외계 생명체가 나에게 날아왔다
“나, 무스키는 지구를 구하러 왔어. 네가 나를 도와줘야 해.”
『우주로 가는 계단』 『별빛 전사 소은하』를 잇는 감동,
전수경의 한층 깊어진 SF 유니버스!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제60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하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전수경 작가가 놀라운 SF 동화로 돌아왔다. 어느 날, 수호 앞에 수상한 생명체가 나타난다. 그것은 은빛 날개가 눈부시게 신비로운, 모기! 모기 알레르기인 스키터 증후군을 앓는 수호는 외계에서 온 존재 ‘무스키’를 통해 이 세계의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되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무스키를 돕기로 한다. 수호와 무스키가 임무를 수행하며 만나는 위기들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한편, 모두가 싫어하는 모기의 삶을 이해하고 진솔한 우정을 나누는 수호의 모습이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편견과 차별 없이 마음을 나누는 두 주인공은 독자들의 마음속에 진한 여운을 남길 것이다. 
종족을 초월한 따뜻한 우정
빛의 속도로 빠져드는 이야기


『우주로 가는 계단』 『별빛 전사 소은하』로 SF 동화의 판도를 바꿔 놓은 전수경 작가가 또 한 번 놀라운 서사를 선보인다. 『무스키』는 주인공 수호와 외계에서 날아온 모기 ‘무스키’의 잊지 못할 만남과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수호가 특별한 존재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이야기의 시작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봤을 순간을 떠올리게 해 몰입감을 높인다. 또한 현실에 탄탄하게 발붙인 전수경 작가 특유의 SF 세계관은 『무스키』에서도 어김없이 빛난다. 무스키는 우주 생물의 DNA를 저장하는 창고인 ‘아카’ 행성에서 지구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DNA 전달자다. 아카 행성은 실제 식물의 씨앗을 보관하는 시드 볼트를 연상시켜 설득력 있게 느껴지고, 모기의 침이 DNA를 옮기는 데 사용된다는 상상력은 모기에게 주어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순식간에 전복한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임무를 수행하는 무스키와 위기에 빠진 무스키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호의 모습은 생생한 긴장감과 짜릿한 쾌감을 선사해 우리를 거침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너와 나는 연결되어 있어."
마음을 나누지 못할 존재는 없다


수호는 타인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다.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 것도,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수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수호가 무스키를 만나며 감춰 왔던 속마음을 털어놓고 상대를 이해하게 되는 장면은 우리에게 진정한 교감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처음 무스키와 수호는 몸짓으로 소통한다. 무스키는 동그라미를 그리거나 지그재그로 날며 의사를 전하고, 수호는 그런 무스키를 세심히 관찰해 그 의미를 깨닫는다. 그렇게 상대에 대한 배려란 눈을 맞추고 기다려 주는 것임을 배운다. 이후 특수신경전달물질을 통해 텔레파시로 대화하게 되면서는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의 방법임을 알게 된다. 무스키의 신비한 힘으로 나무의 고통을 공유하며 슬픔을 느끼는 수호의 모습은 우리가 종을 뛰어넘어 세상의 모든 존재와 연대할 수 있다는 희망 또한 보여 준다. 독자들은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존재들까지도 우정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깊고 다정한 감수성을 갖게 될 것이다.

“함께하지 않는 생명체는 사라지게 될 거야.”
지구의 모든 생명을 환대하는 동화


『무스키』는 혐오가 팽배한 현 시대를 바라보는 전수경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이 빛나는 작품이다. 모기는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의 상징이다. 특히나 심한 모기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수호에게 모기란 불필요한 생물일 뿐이다. 그렇기에 무스키의 목소리를 듣는 수호의 경험은 더더욱 특별하다. 무스키를 통해 우리는 저마다의 존재 이유가 있고, 각자의 자리에서 소중하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무스키와 함께 숲을 모험하며 자연을 ‘여러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는 세계’로 긍정하는 수호의 모습은 우리에게 공존의 의미를 묻는다.

“진딧물은 식물에 해로운 거 아닌가? 진딧물 때문에 베란다에서 키우던 토마토가 죽은 적이 있어.”
“어떤 생명이 유익한지 해로운지는 함부로 말할 수 없어. 진딧물이 토마토에게는 해롭지만 무당벌레나 꽃등에, 풀잠자리에게는 꼭 필요한 식량이니까." (82면)

모기는 우리에게 해충이지만 카카오꽃에게는 가루받이를 담당하는 중요한 생명체이다. 모기 역시 세계를 구성하는 데 꼭 필요한 생물인 셈이다. 더 이상 이 지구가 인간만의 것이 아님을 자각해야 하는 오늘날, 이처럼 생태계 전체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은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 아닐 수 없다. 『무스키』를 통해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이 무거운 걱정 대신 열린 마음과 따뜻한 온기의 필요성을 배울 수 있길 바란다.


작품 줄거리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설상가상 비까지 내리며 몸도 마음도 우중충한 날. 수상한 생명체가 수호 앞에 나타난다. 그것은 은빛 날개가 눈부시게 신비로운…… 모기! 모기는 자신을 외계에서 온 존재 ‘무스키’라 소개하며 이 세계의 놀라운 비밀을 들려준다. 무스키의 정체는 무엇일까? 모기 알레르기인 스키터 증후군을 앓는 수호는 과연 무스키와 한 팀이 될 수 있을까?






천하무적 개냥이수사대

이승민 글 / 윤태규 그림 / 13,500원 / 위즈덤하우스

화제의 수사 동화 〈천하무적 개냥이 수사대 시즌2〉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위조지폐 소탕 작전》

뭉치와 까미 형사는 꽃사슴네 도넛 가게로 출근한다. 꽃사슴네 도넛이 기막히게 맛있기 때문이다. 두 형사는 오래오래 도넛을 맛보고 싶은 나머지, 가게 사장 사로 씨에게 개냥이 수사대를 찾아오는 일이 없기를 당부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로 씨가 울먹이며 일련번호가 같은 두 장의 지폐를 들고 수사대를 찾아온다. 개냥이 수사대는 두 지폐 중 가짜 지폐를 밝혀내야만 한다. 하지만 다섯 개의 보안 장치를 모두 통과하는데……. 과연 개냥이 수사대는 위조지폐를 찾을 수 있을까?

동물 나라의 모든 사건을 해결한다!
반전 매력 넘치는 ‘천하무적 개냥이 수사대’


천하무적 개냥이 수사대의 두 형사는 지극히 평범하다. 평소에는 잠만 자는 온순한 반려동물 뭉치와 길 고양이 까미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그러나 개냥이 수사대로만 들어서면 동물 나라의 모든 사건을 처리하는 비범한 콤비 형사로 맹활약한다. 개냥이 수사대에는 콤비 형사만 있는 게 아니다. 엉부와 SQ 연구원은 두 형사의 현장 수사와 범인 검거가 원활할 수 있게 두뇌와 손재주를 활용해 수사를 돕는 조력자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렇게 뭉친 천방지축 네 명의 수사대원은 뛰어난 지혜와 엄청난 기지를 발휘해 《슈퍼 꿀맛 복숭아 도난 사건》 (시즌2, 1권)을 무사히 해결하고, 꽃사슴네 도넛 가게에서 발견된 위조지폐의 진위를 밝히는 《위조지폐 소탕 작전》 (시즌2, 2권)을 펼친다. 이번에는 어떤 기발한 방법으로 범인들을 잡을까? 동물 나라의 반전 매력 넘치는 해결사 개냥이 수사대의 행보를 기대하시라!

발명가 엉부 연구원의 눈부신 활약!

《위조지폐 소탕 작전》에서는 엉부 연구원이 빛을 발한다. 엉부 연구원은 주로 개냥이 연구소에서 일하지만, 형사들만큼이나 현장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바로 알아채고, 수사에 필요한 물품들을 발명하는 데 힘쓴다. 1권에 나온 엉부 연구원의 발명품은 드론과 레이더 앱, 특수 매듭 수갑이다. 드론을 띄워 개냥이 수사대로 증거물품을 보내고, 레이더 앱을 스마트워치에 업데이트해 블랙 사냥단의 은신처를 찾아내고, 특수 매듭 수갑을 만들어 범인을 손쉽게 검거할 수 있게 돕는다. 2권에는 특별 제작한 슈퍼 현미경을 통해 위조지폐를 밝혀내고, 만능열쇠 해킹 앱을 활용해 형사들이 위조지폐 공장에 은밀히 들어가고, 스마트워치에 ‘카멜레온’ 수사 전용 특수 옷과 장비를 추가하여 범인을 제압하는 데 사용한다. 엉부 연구원은 수사대원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자랑하는 물품을 개발해 개냥이 수사대에 꼭 필요한 일원으로 입지를 굳힌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는” 수사 원칙!
개냥이 수사대의 원칙을 따르면 수사가 즐겁다!


개냥이 수사대의 실패 없는 수사에는 특급 비결이 있다. 바로 개냥이 수사대만의 수사 원칙을 지키는 것! 개냥이 수사대원은 준비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빠른 두뇌 회전을 위해 업무 시작 전에 든든히 아침식사를 하며, 사건을 해결하면 달콤한 음식을 먹고 푹 쉰다. 기본적인 세 가지 수사 원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대의 기량을 발휘해 사건을 풀어낼 수 있다. 사건별로 수사 원칙들이 추가되는데, 2권에서는 수사 원칙 3번 “증거가 가리키는 곳에 범인이 있다!”는 걸 숙지하며, 범인을 마주하고도 알아채지 못해 재수사를 진행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도, 네 명의 수사대원이 지혜를 모아 돌 다리도 두드려 가며 수사한 끝에 범인을 검거하는 데 성공한다. 무엇보다 이번 편에서는 기존의 수사 방식 외에도, 잠입 수사가 동원되어 한층 더 긴박하고 흥미롭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개냥이 수사대를 지켜볼 수 있다. 엉뚱하고 황당해 보이지만, 기본을 충실하게 지키며 수사에 임하는 개냥이 수사대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줄거리

"어서 오세요! 꽃사슴네 도넛 가게예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달콤한 맛! 두 형사는 아침마다 도넛 가게로 출근하죠. 그런데 앞으로는 이 도넛을 못 먹을지도 몰라요. 도넛 가게에서 위조지폐가 나왔거든요. 천하무적 개냥이 수사대는 위조지폐의 비밀을 밝혀내고 다시 도넛을 먹을 수 있을까요?








엄마를 주문하세요

박경임 시 / 민지은 그림 / 13,000원 / 상상

 
거꾸로 바라보는 시선
그림자에 부여하는 색색의 의미

『엄마를 주문하세요』는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그 기발한 관점은 아이들을 동시의 세계로, 즐거운 여정으로 데려간다. 엄마를 주문하는 아기(「엄마를 주문하세요」)와 “고라니는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경고(「출입 금지 구역」)처럼, 시인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본다. 동시를 읽으며 따라가면, 시인의 상상력과 섬세한 언어 감각이 우리에게 물든다.

박경임 시인의 동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어느새 포근하고 깊이 있는 세계가 아이들을 반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것에 존재 가치를 부여하고, 서로서로 안아 주는 세상을 그린다. 동시를 따라가다 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따뜻한 사랑을 배울 수 있다.

즐겁게 시작하는 동시 여행

박경임 시인은 일상을 거꾸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하여,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들에게 더 넓고 깊은 세계를 보여 준다. 남겨진 감씨는 “감씨 삼 형제”로(「홍시」), “터진 공”은 “날개가 나오는 문”으로(「축구공의 날개돋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다. 사물을 다르게 인식하는 것은 사물 너머의 가능성을 포착하는 것이다. 인식의 세계를 확장하는 만큼, 우리의 세계도 넓어진다. 그렇게 넓어진 세상에서 책장을 하나씩 넘기다 보면, 어느새 동시 여행에 흠뻑 빠져들고 생각이 깊어지는 만큼 성장한다.

숨은 것을 발견해 내는 따스함

박경임 시인의 동시는 처음부터 낮은 곳에 있는 아주 작은 것의 가치를, 그 찬란한 빛을 발견한다. 시인의 시선은 비일상적이면서도 따스하고 포근하다. 자수 뒷면의 무늬는 가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앞 꽃잎 스르르 풀어질까 봐” 단단히 “쥐고” 있는 “색깔 있는 그림자”다(「숨어 사는 그림자」). 그림자는 나의 부산물이 아니라 “짐을 함께 지고 가는 사람”이다(「그림자」). 숨어 있는 존재를 찾아내고, 그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시인은 따뜻한 세상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3부 ‘나의 유리 사람’에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그 사이에 숨겨진 할머니의 모습을 발견하며,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과 할머니에게 주는 사랑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시인은 숨은 것을 발견해 내어 시에 담았다. 숨은 곳을, 그리고 낮은 곳을 향하는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눈을 돌려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숨어 있는 것을 수면 위로 끌고 와서 새롭게 명명하고 가치를 찾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시인은 그 행위를 기꺼이 해낸다. 숨은 것의 가치를 찾는 것은 우리 사회를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때문에 시인은 우리에게 말한다. “작아도/ 숨어 있어도” “빛이 난다”고(「작은 별」). 그 다정한 마음에 기대어, 빛이 들지 않을 때에도 걸어 나갈 힘을 얻는다.

상상력을 자극하며 열리는 세계

박경임 시인은 정답을 정해 놓지 않은 동시를 제시한다. 때로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어른의 것보다 풍부하다. 그렇기에 제약 없는 동시 여행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 주는 촉진제가 된다.

사물의 다양한 역할을 상상해 보고(「보자기」), 드러나지 않은 정체를 추측해 보면서(「이게 뭐지?」, 「나는 누구일까?」) 동시집을 읽다 보면, 책장을 모두 넘기고 나서도 그 앞에 동시의 세계가 열려 있다. 『엄마를 주문하세요』를 읽으며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면, 각자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갖게 될 것이다.

[추천사]

「작은 별」로 출발하는 박경임 시인의 동시는 ‘당연히’를 말하면서 ‘오히려’의 세계에 접속하게끔 독자를 이끈다. 이런 말하기를 통해 모순 형용에 가깝게 존재하는 진리의 역설적 실상이 드러나고, “밤하늘” 빛이 “풀밭”에서 반짝거리는 기적이 일상의 시공간에서 실현되고 있음이 보고된다. 시인은 “개똥벌레 꽁무니에 들어간/ 아주 작은 별”의 목격자라서, 지상의 존재들에 두루 스미고 깃든 천상의 빛을 찾아내 동시 속에 담아 두어야 하는 기록자/보고자로서의 소명을 진다. 이 책은 지상에 숨어든 천상의 빛을 찾아 떠난 한 사람의 동시 여행록이다.
_이안(시인, 《동시마중》 편집위원)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박하익 장편동화 / 신슬기 그림 / 12,000원 / 창비
 
인기를 얻고 싶다면 지금 당장 도깨비폰을 개통하라!
★초등 ‘한 학기 한 권 읽기’ 베스트셀러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후속작★
 
최신형 스마트폰과 도깨비 세상을 연결한 기발한 판타지 동화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가 출간되었다. 2018년 출간된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의 후속작으로, 우연히 도깨비 세상에 발을 들인 주인공이 도깨비 밴드의 가수로 활약하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유튜브’가 연상되는 도깨비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실감 나게 그리며 어린이가 가상 세계에만 몰두하지 않고 현실과 균형감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고민하게 한다. 어린이에게 재미나고 유익한 세상을 열어 주지만 한편으로는 고민을 안겨 주기도 하는 가상 세계의 양면성을 날카로운 통찰로 파고들며 다양한 토론 거리를 남기는 작품이다.

가상과 현실을 능청스럽게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
‘도깨비폰’ 판타지가 돌아왔다!
2018년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는 ‘도깨비’라는 판타지의 본질을 통찰하고 현대적으로 훌륭하게 변용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출간 즉시 어린이 분야 베스트셀러, 초등 ‘한 학기 한 권 읽기’ 주요 도서로 자리매김했다. 박하익 작가가 약 6년 만에 선보인 후속작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에는 그간 강연에서 수많은 독자들을 만나며 어린이의 일상과 가상 세계에 대해 더한층 깊이 파고든 작가의 숙고와 통찰이 담겼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현실과 연동되는 촘촘한 도깨비 세계관과 통통 튀는 캐릭터들이 책 읽는 재미를 선사하는 동시에, 도깨비 세상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만리경’에서 이용자들의 영상 조회 수에 따라 창작자가 ‘기운’을 벌어들여 화폐로 사용하고, 그렇게 부를 축적하는 이의 몸과 마음의 건강이 부지불식간에 나빠진다는 설정은 다양한 SNS, 유튜브 등 어린이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콘텐츠 공유 플랫폼의 명암을 탁월하게 보여 주며 독자 스스로 가상 세계의 양면성에 대해 돌아보도록 한다.

인기, 자신감, 돈…… 무엇이든 다 주는 도깨비폰을 손에 넣었다!
“단, 당신의 남은 수명은 한 달입니다.”
우연히 도깨비 세상에 발을 들인 주인공 ‘수범’은 도깨비들의 제안에 넘어가 가수로 활동하게 되고, 단숨에 스타로 발돋움한다. 최신형 도깨비폰까지 갖게 된 수범은 예전과 달리 일상에서도 자신감이 넘치고 교우 관계도 원만해진 것이 도깨비폰 덕분이라고 여기며 현실의 삶보다 도깨비 세상의 생활에 더 충실히 임한다. 수범의 같은 반 친구로 등장하는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의 주인공 ‘지우’는 수범에게 도깨비폰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충고하지만 수범은 새겨듣지 않는다. 그러던 중 수범의 도깨비폰에 수명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알림 창이 뜬다. 인간의 기운보다 도깨비의 기운이 더 많아져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작품의 특별한 지점은 도깨비 세상, 즉 가상 세계에 빠져 허우적대는 수범과 수범에게 공감할 어린이 독자들을 무작정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삶의 동력과 즐거움을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에서 얻는 게 더 쉬운 오늘날 어린이의 사정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한편, 가상의 ‘나’를 누리면서도 현실의 ‘나’를 긍정하고 두 세계 사이를 균형감 있게 오갈 수 있는 방법을 독자 스스로 찾도록 독려한다. 책을 읽으며 어린이들은 자신이 스마트폰, SNS, 영상 공유 플랫폼을 사용하는 방식을 환기하며 한정된 시간과 주의력을 뺏는 과학 기술의 양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될 것이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유쾌하고 흡인력 강한 이야기 속 날카로운 문제의식
현대 어린이의 생활을 판타지 세계로 옮겨 와 새롭게 보여 주는 박하익 작가의 탁월한 이야기꾼 면모와 재미난 서사에 담긴 날카로운 통찰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평범한 초등학생이 겪게 되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유머러스하고 속도감 넘치게 전개되어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정교하고도 발랄한 도깨비 세계관을 음미하며 독자는 자연스럽게 문제의식을 발견하게 된다.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의 화두는 ‘인간다움’으로, 수범은 목숨을 잃을 뻔하고서야 비로소 도깨비 세상에 매몰될수록 줄어드는 인간다움에 대해 골똘하게 생각하고, 결국 자신의 노력과 좋은 친구들, 선하고 책임감 있는 어른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현실에서 자신에게 기운을 주는 일들을 꾸준히 찾아 즐기는 것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삶의 기쁨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 독자들에게도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남기는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가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는 작품으로서 오늘의 어린이를 위한 문제작으로 널리 사랑받기를 기대한다.
작품 줄거리

우연히 도깨비 세상에 발을 들인 수범이는 도깨비 밴드의 가수로 활약하며 스타가 됩니다. 인기를 얻는 만큼 기운이 펄펄 나고, 최신형 도깨비폰을 손에 넣은 뒤에는 자신감도 넘칩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수범이의 눈에 다른 사람의 영혼에 붙은 기생충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는 하루하루 기운이 빠져 갑니다. 결국 수범이의 도깨비폰에는 수명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알림 창이 뜨지요. 하지만 이대로 떠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법, 진정한 꿈의 의미를 찾는 법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과연 수범이는 위기를 극복하고 진짜 ‘나’를 마주할 수 있을까요?



 

요리의 탄생

김효 저 / 클로이 그림/만화 / 12,000원 / 풀빛미디어
 
친구들과 만든 창의적인 레시피
고민하며 찾아낸 당당한 정체성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세나는 튀르키예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남다른 외모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관심이 쏟아지지만 괜찮습니다. 유명인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거든요. 얼마 전부터 세나는 친구들과 간식 만들기 유튜브 채널 「요리콩조리콩TV」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늘어가는 구독자 수에 행복하지만, 영상마다 악성 댓글을 다는 악플러 ‘숨바꼭질’ 탓에 마음에 상처를 입습니다.
“네 나라로 돌아가!”
한 번도 세나는 자신이 외국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의문이 듭니다. 나는 정말 한국인이 아닌가? 대체 한국인이란 뭘까? 그리고 영상을 촬영할 때 자꾸 사라지는 친구 재우도 마음에 걸립니다.
『요리의 탄생』은 세나가 「요리콩조리콩TV」 채워 나가면 겪는 여러 사건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아가는 성장 동화입니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선정작

초등 교과 연계 or 누리 과정 연계
ㆍ 초등 6학년 > 국어 > 1학기 > 2. 이야기를 간추려요
ㆍ 초등 6학년 > 도덕 > 공통 > 6.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
ㆍ 초등 6학년 > 사회 > 2학기 > 1. 세계 여러 나라의 자연과 문화
ㆍ 중등 1학년 > 사회 > 4단원 > 4. 다양한 세계, 다양한 문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선정작인 이 동화는 다양한 교육적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1. 우정과 협력 그리고 성실함 중요성
이 동화에서는 세나, 유이, 재우 세 어린이가 독특한 간식을 만들어 올리는 ‘동영상 요리 채널 요리콩조리콩TV’(이하 요리 채널)를 함께 운영합니다. 방송 나오는 것을 좋아하는 세나, 촬영과 편집을 좋아하는 유이, 새로운 음식 아이디어를 낼 때 신나는 재우. 세나와 친구들은 자란 환경이 다르고, 취향이 다륿니다. 하지만 세 어린이는 친구를 설득하기도 하고, 친구의 의견에 따라 자기의 의견을 굽히기도 하면서 꾸준히 요리 채널을 운영합니다.
특히 세나는 친구와 싸워 마음이 아픈 상태에서도 구독자와 한 약속을 지키려고 성실히 영상을 올립니다. 세나와 친구들의 노력으로 요리 채널은 점점 더 성장합니다.
이를 통해 이 동화는 우정과 협력의 가치를 강조하며, 다양한 사람이 함께 노력하고 협력할 때 어떤 멋진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줍니다.

2. 다양성과 정체성에 대한 이해
세나는 한국과 튀르키예의 혼혈로, 외모가 독특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습니다. 원래 세나는 그런 관심이 싫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의 바탕을 차별이 아닌 차이로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리 채널에 지속적으로 악성 댓글(이하 악플)을 다는 나쁜 사림 ‘숨바꼭질’이 나타납니다. 처음엔 무시했던 악플에 동조하는 악플이 달리자 세나는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습니다.
“나는 한국 사람이 아닌 걸까?”
마치 알을 깨고 나오는 고통처럼 세나는 답을 찾는 시기를 지나게 됩니다. 이때 세나는 아빠의 주선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살아 본 언니를 만납니다. 그 언니는 세나에게 ‘자신은 지금 내가 사는 곳의 사람’이라고 말해 줍니다. 그제야 세나는 한국인으로도, 튀르키예인으로도 행복하다는 아빠의 말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 동화는 글로벌 가족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가 자아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나아가 다른 문화에 대한 포용력을 키워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게 합니다.

3. 사이버 괴롭힘과 대처 방법
이 동화에서는 악플러 ‘숨바꼭질’이 주도하는 사이버 괴롭힘이 세나와 친구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줍니다.
세나와 친구들은 자신의 개발한 독특한 간식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많은 구독자에게 호응받습니다. 세나와 친구들은 높은 성취를 이루지만, 몇몇 악플러 때문에 무척이나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특히 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리터니 재우는 같은 반 아이 몇 명에게도 사이버 괴롭힘을 당합니다. 못된 아이들은 카톡 감옥을 만들어 놓고 재우를 계속 불러 원치 않는 상황에 놓이게 합니다.
무시로 일관하던 세나, 유이, 재우는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고, 부모들을 경찰에 악플러를 신고합니다. 경찰에 잡힌 ‘숨바꼭질’을 합당한 벌을 받고 세나와 친구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합니다.
세나와 친구들은 요리 채널의 성장으로 행복해야 할 순간에 악플로 상처받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어린 독자에게 사이버 괴롭힘이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 주고, 사이버 괴롭힘을 당했을 때 적절한 대처 방법을 알려줍니다.

이 동화는 독자에게 노력과 성취의 기쁨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과정에 동무가 되어 주며, 또한 튀르키예와 여러 나라의 문화와 음식을 소개해 이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양서입니다.






씨앗을 심고 걱정을 키운다

김금순 글/그림/ 13,000원 / 좋은꿈
 
우리나라 동시인의 신작 동시 시리즈 〈동시향기〉 09번이다.

책의 특징-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
본문 각부(1∼6부)에 QR코드를 스캔하면 음악과 그림을 듣고 볼 수 있다. 음악에 맞추어 동시를 낭송하면 더욱 재미있다.

책 내용-어린이 생활의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나타낸 60편 동시
≪동화향기동시향기≫ 아침신인문학상을 수상한 김금순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어린이 세상과 눈높이를 맞추어 다양한 소재로 주제를 표현한 동시 60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는 천천히 걸으며 바라보는 세상은 동심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어른보다 바쁜 어린이에게 동시를 통해서 ‘어린이면서 어린이 생활’을 잃어버린 어린이들에게 행복한 시간이 무엇인가를 전달한다.
초등 교과 연계
국어 2-1 (가) 1. 시를 즐겨요|4. 말놀이를 해요
국어 3-1 (가) 독서단원·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어요
3-1 (가) 1. 재미가 톡톡|3-1 (나) 10. 문학의 향기
3-2 (가) 4. 감동을 나타내요
국어 4-1 (가) 독서단원·책을 읽고 생각을 넓혀요
4-1 (가) 1. 생각과 느낌을 나누어요|4-2 (나) 9. 감동을 나누며 읽어요
국어 5-1 (가) 독서단원·책을 읽고 생각을 넓혀요
5-1 (가) 1. 대화와 공감|2. 작품을 감상해요
5-2 (가) 1. 마음을 나누며 대화해요
국어 6-1 (가) 독서단원·책을 읽고 생각을 넓혀요|6-1 (가) 1. 비유하는 표현
6-2 (가) 1. 작품 속 인물과 나|6-2 (나) 8. 작품으로 경험하기






숨은 초능력 찾기

이진, 탁경은, 하유지, 단요 저 / 14,000원 / 책폴
 
나는 이상한 걸까, 비상한 걸까?
남다른 능력을 ‘나만의 능력’으로 지켜 가는 10대들의 이야기
『숨은 초능력 찾기』는 자기만의 비밀스러운 초능력을 꺼내 보이며 세상 속으로 발을 내디디기 시작하는 10대들의 이야기를 담은 앤솔러지 소설집이다. 이진, 탁경은, 하유지, 단요 네 명의 작가가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이야기를 지으며 탄탄히 쌓아 올린 ‘초능력의 세계’는 각각 고유한 서사를 이루면서도 작은 고리를 통해 서로 맞닿아 있다.

다른 동물들과 소통하는 능력,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 다른 이의 아픔을 치유하는 능력, 상상이 현실이 되어 버리는 능력 등 각기 다른 초능력을 지닌 네 편의 이야기는 초능력의 매력을 다채롭게 선보이면서 그와 동시에, 위대하지만 결코 위대할 수 없는 초능력자의 ‘비애’까지 탁월하게 버무린다. 한 끗의 차이가 ‘차별’로 낙인찍히기 쉬운 이 세상에서, 남다른 능력을 갖고 살아가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테니 말이다.

이야기를 이끄는 각각의 주인공들은 초능력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때로 도움을 얻으며, 한편으로 초능력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일로 원치 않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이를 거부하거나 뿌리치지 않고 정직히 돌파해 나가는 용기의 태도가 작품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달라진 삶에 적응하고자 노력하고, 타인에게 귀 기울이고자 한 번 더 눈을 맞추고, 무시하기보다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하고, 세상의 규칙에 따르고자 애쓰는 이들의 모습은 읽는 이에게 ‘진정한 초능력’으로 다가오기 충분하다. 서로 다르면서도 조금씩 비슷한 삶의 장면들 속에서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초능력을 기르는 중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누구나 품고 있을 ‘나다움’을 의심 없이 마주할 수 있기를.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이진, 탁경은, 하유지, 단요-
네 명의 작가가 담아낸 이상하고 재미있는 ‘초능력의 세계’

한 끗의 차이가 ‘차별’로 낙인찍히기 쉬운 요즘 세상에서, 남다른 능력을 갖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너는 특별한 아이야.”라고 발화한 사랑의 언어는 한 해 한 해 커 가면서 “뭐가 그리 유별나서.”라는 걱정과 한탄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어른들에게 ‘이래도 혼나고, 저래도 혼난다’는 상황은 그러므로 아이들 때문만은 아닐 테다. 특별함과 평범함 사이에서 흔들리고 불안해하다 저마다의 아이가 지닌 고유한 능력을 놓쳐 버린 우리 모두에게 그 원인이 있지는 않을까. 남다름을 치켜세우다 어느 순간 ‘너무 튈까 봐’ ‘괜히 미움 살까 봐’ 적당히 둥글게 둥글게, 그러면서도 성적에 있어서는 남보다 ‘특별해지기’를 권하는 분위기니, 나다움을 가꿔 나가기란 누구든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상상 이상의 초능력을 지닌 아이라면? 슈퍼히어로 영화라면 눈을 떼지 못할 만큼 다이내믹한 장면이 연출될 것이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현실을 미루어 보면 이만저만 고생이 아닐지도 모른다. 『숨은 초능력 찾기』는 서로 다른 초능력을 지닌 네 편의 이야기를 통해 그야말로 “대환장 초능력 버라이어티”를 흥미롭게 펼쳐 보이지만 평범한 일상에 끼어든 ‘비일상의 이질감’ 또한 무척 설득력 있게 그려 낸다.
이를테면, 이진 작가의「동물어 듣기 평가」 속 ‘나’는 “내 문제가 어른들 손에 넘어가기 전에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야 삶이 조금이나마 평화로워진다는 진리를 일찌감치 깨우쳤다.”고 고백하고 탁경은 작가의 「알고 싶다, 알고 싶지 않다」의 ‘아름’은 “누가 초능력 좀 가져가면 딱 좋겠다.”고 토로한다. 초능력이 ‘선물’이라기보다 ‘문제’로 인식된 지 오래인 것. 하유지 작가의 「치유자 심도담과 호랑이 메시아」 속 ‘도담’은 자신의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왜일까? 나는 왜 이런 능력이 있을까?’ 고뇌에 빠지고 단요 작가의 「상상하는 일」의 ‘가을’은 남들의 믿음이 그대로 자신의 힘이 되는 초능력 앞에서 이 세계의 변하지 않는 욕망과 위선의 패턴을 읽어 내려간다. 따라서 『숨은 초능력 찾기』는 초능력의 매력을 다채롭게 선보이면서 그와 동시에, 위대하지만 결코 위대할 수 없는 초능력자의 ‘비애’까지 탁월하게 버무려 낸 작품집이라 볼 수 있다.

이야기를 이끄는 각각의 주인공들은 초능력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때로 도움을 얻으며, 한편으로 초능력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일로 원치 않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이를 거부하거나 뿌리치지 않고 정직히 돌파해 나가는 용기의 태도가 작품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달라진 삶에 적응하고자 노력하고, 타인에게 귀 기울이고자 한 번 더 눈을 맞추고, 무시하기보다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하고, 세상의 규칙에 따르고자 애쓰는 이들의 모습은 읽는 이에게 ‘진정한 초능력’으로 다가오기 충분하다. 또한 소설 간 연결을 찾는 재미는 이 책에서 누리는 특별한 경험이다. 책을 읽으면서, 서로 맞닿아 있는 작품 속 작은 고리를 발견해 주시기를 바란다.

“어쩌면 초능력은, 나랑은 너무 다른 너라도, 나를 불편하게만 하는 너라도, 그럼에도 손잡을 수 있는 용기.” (이진)
“진정한 초능력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공감하는 일 아닐까?” (탁경은)
“따뜻한 말 한마디와 손길, 그것이야말로 누군가를 살리는 초능력!” (하유지)
“자신만의 초능력을 기대할 수 있는 매일이 되기를.” (단요)

‘마음의 연결’을 통해 감정의 주파수를 맞추는 네 편의 이야기
웰컴 투 초능력 월드!

첫 번째 작품, 이진 작가의「동물어 듣기 평가」는 동물어를 들을 수 있는 주인공 ‘나’의 이야기다. 동물과 말할 수 있는 초능력으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귀찮은 일에 시달렸던 주인공은 어디에서든 튀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능력이라기보다 ‘문제’로 늘 인식되었던 탓이다.
이런 나에게 하나뿐인 사람 친구, ‘진주’가 어느 날 말도 없이 사라진다. 며칠이 지나도록 진주가 학교에 나오지 않고 어떤 연락도 받지 않자 나는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동원한다. 까치, 고양이, 강아지, 비둘기 등 길에서 마주치는 동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진주를 찾아보기로 한 것. 동네 고양이 ‘양말이’와 함께 길을 나선 나는 진주의 SNS 비밀 계정을 발견하고, 그간의 힘든 상황을 알아차린다. SNS를 통해 결정적 단서를 얻은 나는 서둘러 진주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언어를 넘어, 오해를 넘어, 상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과정의 모험을 그린 매력 만점 흥미로운 소설.

두 번째 작품, 탁경은 작가의 「알고 싶다, 알고 싶지 않다」는 주인공 ‘아름’이 초능력을 얻게 되는 극적인 장면에서 시작한다. 평소 자주 들르는 단골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은 아름은 접촉하는 상대의 미래를 보는 능력을 얻는다. 편의점 도시락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이 “대환장 초능력 버라이어티”에 학교와 동네 일대, 유튜브까지 시끌벅적하다. 심지어 ‘귓불이 두 개로 갈라지는’ 표식까지 생기니, 초능력을 감출 수도 숨길 수도 없는 ‘빼박’인 상황.
그러나 아름은 미래를 볼 수 있는 초능력이 탐탁지 않다. 살아 보지도 않은 앞날을 미리 안다면 일상이 지루해질 것 같아서다. 다행히 타인의 미래만 볼 수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려나. 반면 아름의 중학교 동창인 범석은 미래가 궁금해 미칠 것만 같다. 철저한 계획주의자인 범석은 일찍부터 미래를 설계하고 싶은데, 정작 하고 싶은 것이 없어 절망스럽다. 그런 범석이 아름의 초능력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점점 꼬여 가는데……! 소설은 미래를 향한 입장이 정반대인 아름과 범석을 교차해 보여 주면서 ‘지금 서 있는 위치’를 선명히 발견하도록 유쾌하고 따스하게 이끈다.

세 번째 작품, 하유지 작가의 「치유자 심도담과 호랑이 메시아」에도 접촉은 중요한 초능력의 수단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심도담’은 다른 이의 신체에 ‘초록색’으로 빛나는 부위에 손을 얹으면 통증이나 증상을 완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도담은 몸 일부가 초록색으로 빛나는 아픈 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저 사람을 맘대로 고쳐도 되는 걸까?’ 갈등하게 된다. 상처를 치유해 주려다 오히려 상처받고 말았던 일들이 쌓였기 때문. 그 후 도담은 모르는 이들 말고 가족에게만 능력을 사용하기로 결심했지만 사실 가장 치유해 주고 싶은 상대는 SNS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호랑이 ‘메시아’다. 메시아의 초록은 도담이 가까이 가닿을 수 없기에 더욱 간절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자신이 가진 초능력의 적절치를 고민하던 도담은 길에서 우연히 만난 아주머니, 천식을 앓는 친구 등 타인을 위해 어떻게 치유 능력을 사용하면 좋을지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한편 호랑이 메시아의 초록이 파랑으로 조금씩 변해 감과 동시에 ‘미운 털’ 곽윤철이 심각한 상황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 도담은 다시 자신의 능력을 실험하기로 마음먹는데……! 단순한 효능이 아닌, 마음을 다하는 진정한 치유를 고민하고 배워 가는 다정하고 멋진 친구를 만나게 되는 소설이다.

마지막 네 번째 작품, 단요 작가의 「상상하는 일」은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초능력에 둘러싸인 한 공간을 배경 삼는다. 주인공 ‘가을’은 “우리 형편에 400이면 큰돈이야. 열심히 해.”라는 엄마의 말을 뒤로하고 세강기숙학원 윈터스쿨에 들어간다. 이곳에서 한 달 동안 빼곡한 커리큘럼에 맞춰 치열하게 입시 공부를 할 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만난 서민하, 중학교를 자퇴하고 수능 준비하는 열일곱 살 황윤채, 서민하와 붙어 다니는 황은지 등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을 하나둘 알아 가며 가을은 친밀함 대신 본능적 경계심으로 둘러싸인 기숙사의 면면을 말없이, 감정 없이, 들여다본다. 그저 공부만 하기. 상위권을 놓치지 않기. 공감도, 우정도, 마음도 나누지 않기. 그러니까, 성적 말고 쓸모없는 일에 애쓰지 않기.
얼핏 보면 이야기는 의대 입학을 준비하는 상위권의 입시 생활을 그려 내면서 ‘같은 목표를 갖고 한곳에 모인’ 이들이 각자의 불안과 두려움 속에 어떻게 버텨 내고 끝내 무너지고 마는지 보여 주는 것 같다. 모의고사 등수 표인 ‘빌보드’ 최상위권 가을은 자리를 지키고자 노력할 뿐이니까.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 속 ‘황윤채’ 얼굴에만 이상한 선이 나타나고, 축구공 안에 비둘기 사체가 들어 있거나 강의 중 참새가 창문에 부딪혀 죽는 등 기괴스러운 일이 잇따르면서 온갖 사건과 괴소문의 중심에 ‘황윤채’가 놓인다. 이것은 단지 우연일까? 황윤채의 상상이 현실로 변하고, 실제 일어난 일은 억지스러운 시기와 질투로 둔갑된다면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생각하게 되면서 가을은 소용돌이에 휩싸인 자신의 상황을 맞닥뜨리고 만다. 초능력 자체에 의문을 던지며 상상과 현실 중 사람들이 ‘무엇을 믿느냐’에 따라 진실이 뒤바뀔 수 있는 고도의 심리전을 제안하는 듯한 입체적 소설이다.






빨강 머리 연맹

아서 코난 도일 저 / 이다우 역 / 김형준 일러스트 / 13,000원 / 좋은꿈

동화로 읽는 셜록 홈즈-첫 권 〈빨강 머리 연맹〉
추리소설의 고전 〈셜록 홈즈〉를 어린이가 읽기 쉽게 동화로 엮었다.
130여 년 동안 읽히고 있는 〈셜록 홈즈〉 단편 중 첫 번째로 가장 많이 읽히는 것이 〈빨강 머리 연맹〉이다. 불타는 듯 빨강 머리를 한 빈세트 스폴딩. 그는 평범한 전당포 점원으로 가장하여 런던 은행 지하에 보관한 사상 최대의 금화 탈취를 계획하고 실행한다. ‘빨강 머리 연맹’ 사건을 의뢰받은 홈즈는 ‘기묘하고 진귀하고 신비한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범인 스폴딩은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한 수재로 명문가 출신의 천재 악당인 존 클레이었다. 홈즈는 냉철하고 과학적인 추리로 범인을 쫓는다.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 음악을 좋아하는 부드러움과 섬세함, 강철 같은 체력, 매의 눈을 가진 관찰력과 판단력, 끈질긴 추적으로 불가사의한 사건을 해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