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NEWS


웹진

새로 나온 책(성인)
11월 신간 소개 (소설, 시, 에세이) - 매주 업데이트됩니다!
등록일
2015-11-19
조회수
4130



반짝이는 박수 소리

이길보라 지음 / 13000원 / 한겨레출판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세상의 편견과 아무 상관없이 그저 ‘나’이길 바라는 코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의 상처와 고민 속에서 우리는 형태를 달리한 우리의 상처와 고민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모습 속에서 순수한 반짝거림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의 특별한 이야기, 손으로 전하기에 더욱 반짝거리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세상에 없는 나의 집

금희 소설집 / 12000원 / 창비

중국 장춘에 머물며 한국과 중국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조선족 작가 금희(본명 김금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 현실을 뚫고 나가는 박력있는 서사와 섬세한 심리묘사로 조선족 사회에서 바라보는 탈북자 문제, 중국의 소수민족으로서 체감하는 정체성의 갈등 과정 등을 핍진하게 그려낸 일곱편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지중해의 피

강기원 시집 / 9000원 / 민음사

1997년 《작가세계》로 등단하여 제26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시작 활동을 보여 준 강기원 시인의 네 번재 시집 『지중해의 피』. 시인은 적색과 청색이 혼재되는 시집 제목처럼 각각의 색이 살아 있되, 서로 길항하고 간섭하여 하나의 시적 세계를 구성하고자 한다. 피의 색(붉은색)이 지닌 죽음에 대한 욕망과 뜨거움, 바다의 색(파란색)이 지닌 생명에 대한 진취와 호방함이 흑색과 백색의 배경과 어우러져 강기원 특유의 미적 세계관을 이룬다.



십이국기 6부 - 도남의 날개

오노 후유미 지음 / 추지나 옮김 / 13800원 / 엘릭시르

오노 후유미의 소설 『십이국기』 제6권 《도남의 날개》. 고대 중국 사상 기반의 이세계(異世界)를 무대로 한 판타지로 1992년 처음 소개된 이래 일본의 판타지 분야 정상에 우뚝 서 있는 경이적인 작품이다. 세계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봉산을 중심으로 열두 나라가 배치되어 있고 물로 이루어진 바다와 모래로 이루어진 바다가 주위를 둘러싼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다른 또 하나의 세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처럼 치밀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 깊이 있는 이야기로 오랫동안 사랑 받고 있다.
제6권 《도남의 날개》는 오랜 시간 비워져 있던 왕좌 때문에 치안이 어지럽고 피폐해진 나라를 위해 봉산에 오르는 열두 살 소녀 슈쇼가 훌륭한 왕이 될 때까지의 성장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거상의 딸로 남부럽지 않을 만큼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는, 오만하게 느껴질 정도로 고집 센 열두 살 소녀, 슈쇼. 오랫동안 왕좌가 공석인 탓에 나라는 황폐해지고 마을에는 요마가 출몰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주위 어른들은 승산하여 왕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시험하려 들지 않는다. 슈쇼는 불평만 늘어놓을 뿐 현실을 바꾸려 들지 않는 무능한 어른들에게 화가 나 봉산에 오르지 않는 어른들 대신 스스로 봉산에 오르기 위해 여행길에 나서는데…….



도착의 수수께끼

V. S 나이폴 지음 / 최인자 옮김 / 16000원 / 문학과 지성사

2001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V. S. 나이폴의 자전적 소설 『도착의 수수께끼』. 영국령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인도 이민자 3세로 태어난 나이폴이 평생 따라다녔던 정체성과 삶에 대한 고뇌와 성찰을 담아낸, 문학적 완결판 같은 작품이다. 마침내 모든 가능성이 막힌 식민지 트리니다드를 떠나 국가 장학금을 받고 옥스퍼드로 유학을 가는 순간부터 작가가 된 이후까지의 이야기를 소설화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를 떠나 역시 또 다른 식민지인 트리니다드 섬으로 이주해온 이민자의 후손이었던 저자는 자신이 어떻게 바로 그 제국주의자들의 땅에 힘겹게 뿌리를 내리고 두번째 인생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두 개의 자아가 어떻게 오랜 글쓰기의 여정 끝에 통합을 이루었는지, 그리하여 마침내 평생 처음으로 ‘집’이라고 할 만한 곳에 어떻게 ‘도착’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이 작품의 출발은 정체성을 찾는 여정이었으나, 단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러 죽음을 바라보며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 저자는 트리니다드와 영국,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을 오고 가는 30여 년의 긴 여정 끝에 비로소 식민지인도 영국인도 아닌 인간의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처럼 이방인의 긴 여정을 거친 뒤, 중년에 마주한 삶의 진실을 이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암자로 가는 길 3

정찬주 지음 / 백종하 사진 / 15000원 / 열림원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명상적 산문과 소설을 발표해온 정찬주의 『암자로 가는 길』 제3권. 1권은 52개의 암자를, 2권은 32개의 암자를, 3권은 34군데의 암자를 소개함으로써 총 118개의 전국 암자들에 대한 방대한 순례기이자 한국 불교의 정신문화사를 총괄하는 역사자료, 귀중한 사진자료로서 한국 출판에 또 하나의 방점을 찍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 반딧불이처럼 지혜의 등불을 이어오고 있는 암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와 위치 정보 및 풍부한 서지자료, 수행자들의 일상과 고승들의 일화들, 작품사진들을 담아 작가 정찬주 특유의 성찰적인 글로 녹여낸 이 책은 작가의 몇 십 년에 걸친 순례의 발자취를 그대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표적인 수행처들의 생생한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생각하기 / 분류하기

조르주 페렉 지음 / 이충훈 옮김 / 15000원 / 문학동네

『생각하기/분류하기』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의 산문집이자, 1982년 3월 3일 조르주 페렉이 죽고 난 후에 묶어 펴낸 첫 산문집이다. 1976년부터 1982년까지 여러 신문과 잡지에 발표한 글 열세 편을 묶었는데, 책 제목으로 삼은 가장 마지막 장의 「생각하기/분류하기」는 그가 죽기 몇 주 전에 출판한 마지막 글이었다. 울리포(OuLiPo, 잠재문학작업실)로 활동하며 누구보다 활발히 실험문학에 앞장섰던 작가의 자전적 경험과 작가론, 문학관, 작품세계의 일면이 산문 곳곳에 내밀히 담겨 있어 작가노트를 훔쳐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조선마술사

이원태,김탁환 장편소설 / 14000원 / 민음사

영화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영화로 이야기의 변화무쌍을 지향하는 시리즈 「무블 시리즈」 제2권 『조선 마술사』. 이 책은 소설가 김탁환과 기획자 이원태가 결성한 창작 집단 ‘원탁’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김대승 감독 연출, 유승호, 고아라, 곽도원 주연의 영화 《조선 마술사》의 원작소설로, 기획 단계부터 영화, 웹소설, 책 출간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다. 9월 30일부터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서 공개되어 한 달 동안 7만 뷰를 달성하며 모바일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중국 열하에서 어깨 너머 배운 마술로 조선 최고의 마술사가 된 환희. 우연한 기회에 환희의 마술쇼를 찾게 된 왕의 딸 청명은 처음 경험하는 마술쇼에 당황한 나머지 즐기기는커녕 필요 이상으로 시큰둥해하며 마술판의 흥을 깬다. 난생 처음 자신의 마술을 거부당한 환희 역시 지지 않고 기어이 청명을 무안하게 만든다.

마술판 위에서의 굴욕을 만회하고자 청명에게 재방문을 요청한 환희는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녀에게 빠져들고, 청명 역시 왕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환희를 만나러 궁궐 밖을 나서는 일이 잦아진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불시의 습격을 당해 간신히 목숨을 건지지만 환희는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한편 조선을 찾은 청나라 사신단은 청명을 청나라 세자의 후궁으로 지목하는데…….



사는 게 참 좋다

오한숙희 글 / 13000원 / 나무를 심는 사람들

『사는 게 참 좋다』의 저자 오한숙희는 삶의 무게를 1g이라도 줄이고 싶었다. 그래서 불현 듯 생각나는 사람들을 찾아 풍선처럼 전국을 떠돌았다. 서울, 경기, 전라, 충청, 강원, 경상도를 지나 대한민국 맨 끄트머리 제주까지. 그 길에서 만난 인생 고수들에게 한 수 제대로 배웠다. 이 책은 오한숙희의 방랑의 기록이며, 그 길에서 자신을 회복하게 된 힐링의 기록이다. 방랑길에서 만나 인생을 가르쳐 준 사람들의 신의 한 수에 대한 기록이다.



지금은 영시를 읽어야 할 때

노진희 지음 / 12800원 / 알투스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에게도 영시는 가까이 하기 쉽지 않은 새침한 ‘요조숙녀’ 같았다. 그런 영시가 어느 순간, 멋진 노래이자 좋은 문장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예이츠, 엘리엇, 바이런, 키이츠 같은 좋은 친구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 시인들은 장난꾸러기, 바람둥이, 수다쟁이, 철학자, 예언자 같은 친구가 되어 길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위로를 주기도 했다. 『지금은 영시를 읽어야 할 때』는 영시에서 길을 찾고, 위로를 받은 저자가 한 사람 한 사람 붙들고 영시를 읽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쓴 책이다.



네가 누구인지 말해

신중선 지음 / 13000원 / 문이당

신중선의 장편소설 『네가 누구인지 말해』. 폭넓은 일상의 세계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 신중선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야 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고립과 상실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부단히도 행복하게 살기를 소망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살아가도록 허락하지 않아 일상에 편입되지 못한 채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하기만 하는 소년이 자신이 만들어 낸 허황된 망상 속에 빠져들며 세상과 동떨어진 세계관을 갖고 살아가는 소년과 만화가 페이, 탐정 B, 이 세 사람이 펼쳐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보육원에서 자라지만, 평범치 않은 성격 탓에 원생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소년은 스스로를 '몽상가물고기'라 이름 짓고 살아간다. 서른여덟 살의 만화가 페이는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소년을 만나게 되고 소년에게 호감을 느낀다. 진짜 탐정이 되는 게 평생의 소원인 탐정 B는 세 들어 살고 있는 연립의 수돗물에 누수 현상이 일어나자 그것이 메시지임을 간파하고 수돗물을 모스 부호로 환원하기 시작한다. 그 메시지는 어떤 소년에 관한 내용이다. 모스 신호는 날이 갈수록 더 절박한 내용을 담게 되고, 탐정 B는 마침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데…….



안녕 요정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 권영주 옮김 / 14000원 / 엘릭시르

「고전부 시리즈」를 모태로 하여 탄생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또 다른 역작 『안녕 요정』. 「고전부 시리즈」와는 다른 결로, 비슷한 테마에서 전혀 다른 그림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청춘소설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요소들을 모아놓은 이 소설은 주로 일상의 사건들을 다룬 초기작과 맥을 같이하면서도 무거운 소재와 짙은 여운이 남기는 결말로 다채로운 저자의 작품들 중에서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청춘 미스터리이다.

고등학생인 나는 우연히 유고슬라비아인 소녀 ‘마야’를 만난다. 불가피하게 일본에 단기 체류하게 된 소녀와의 교류는 나에게 설레는 일상과 수수께끼를 선사한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소녀는 유고슬라비아에 돌아가게 되고, 유고슬라비아 내전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나는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는데……. ‘마야’라는 요정을 통해 꿈꾸는 ‘나’의 이상향과 그것이 좌절됨에 따른 상실감 등을 유고슬라비아 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매개로 눈부시고도 아련하게 그리고 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시집 / 8000원 / 창비

최영미 시인의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개정판이다. 시대를 응시하는 처절하고도 뜨거운 언어로 한국 문단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이 시집은 지금껏 50만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시인은 세편의 시「지하철에서 6」 「마포 뒷골목에서」 「귀거래사(1992)」를 덜어내고 과도한 수식어를 쳐내는 등 손톱을 다듬는 마음으로 젊은 날의 시편들을 일일이 손보았다.



박성우 시인의 창문 엽서

박성우 산문집 / 14000원 / 창비

박성우 시인은 ‘자두나무 정류장’이 있는 마을에 작업실을 얻어 마당에 빨강 우체통 하나 세워 ‘이팝나무 우체국’을 낸 ‘착해빠진’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작업실 창가에 앉아 일년 남짓한 시간 동안 ‘시인의 순정’을 담은 사진엽서를 보내왔다.(이 엽서들은 2014년 4월부터 일년여간 창비문학블로그에 연재되었다.) 엽서에는 작업실이 있는 전북 정읍시 산내면 수침동(종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담겨 있다. 시인은 순박한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일궈 살아가는지, 그 안에 쿡쿡 웃음이 나고 가슴이 저릿한 사연들이 얼마나 많고 또 소중한지를 과장되지 않은 진솔한 언어들로 꾹꾹 눌러 썼다. 그사이 시인은 대학교수 일을 스스로 그만두고 더 열심히 동네 마실을 다니며 아랫녘의 아름다운 사계와 숨어 있는 들꽃, 사람들의 꾸밈없는 표정과 주름진 할매들의 손길을 소중하게 담아냈다.



오늘의 남자 - 김형경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14000원 / 창비

『남자를 위하여』 이후 2년 만에 김형경만의 날카로운 통찰과 유쾌하고 진솔한 언어로 들려주는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는 여전히 유용하면서 더욱 명쾌해졌다. 직장, 학교, 가정 등에서 남녀간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김형경표 남녀관계 심리 연구서를 읽다보면 서로에게 가지고 있던 환상이 현실감을 되찾으면서 서로의 간극이 메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마음을 놓는 그곳에 꽃이 핀다 - 삶이 아프다고 말하는 스무살에게

오하라 게이코 지음 / 여선미 옮김 / 15000원

『마음을 놓는 그곳에 꽃이 핀다』는 삶이 아프다고 말하는 스무 살 여성들을 위한 에세이로, 온전한 자신으로 서는 데 힘이 되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마음 놓일 곳 없고 상처가 아물지 않지만 그래도 스무 살이기에 누구보다 특별하고 아름다워야 하는 이들을 위한 글들을 담았다.



안녕, 내일 또 만나

윌리엄 맥스웰 지음 / 최용준 옮김 / 12500원 / 한겨레출판

현대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꼽는 윌리엄 맥스웰의 장편소설 『안녕, 내일 또 만나』. 1918년 유행한 스페인 독감으로 어머니를 잃은 저자에게 그 경험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고, 저자의 작품에서 이러한 유년 시절, 어머니의 죽음, 그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삶의 변화가 반복적인 소재로 등장했다.
저자의 이번 작품에도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가족이 파괴되는 이야기, 남은 가족들이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거의 무작위적으로 상처 입는 이야기, 그리고 삶을 계속 꾸려나가기 위해 각기 쏟는 노력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열 살의 ‘나’는 1918년에 유행한 독감으로 어머니를 잃고 ‘모든 것이 빛을 잃은 듯한’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다. 평생 혼자 지낼 줄 알았던 아버지가 재혼하고, 그 누구에게서도 위안을 얻을 수 없던 나는 이사한 마을에서 클레터스 스미스를 만난다. 내가 무엇을 하자고 해도 받아들이고 같이 해주는 클레터스는 나에게 ‘상상 속 놀이친구’와 비슷한 존재이다.
하지만 클레터스의 아버지가 저지른 사건 때문에 짧은 우정은 곧 끝이 나고, 나는 친구 클레터스를 볼 수 없게 된다. 몇 년 뒤 우연히 고등학교 복도에서 마주치지만 둘은 아무 말 없이 지나쳐버린다. 50여 년이 흐른 뒤, 나는 클레투스를 떠올리고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며 과거의 조각을 맞춰나가기 시작하는데…….



불안한 낙원

헤닝 만켈 장편소설 / 김재성 옮김 / 14800원 / 뮤진트리

스릴러 문학의 전통을 세우고 글로써 아프리카인의 고통을 세계에 알리며 분투한 스웨덴 문학의 거장 헤닝 만켈의 소설 『불안한 낙원』. 평생 동안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았던 아프리카 모잠비크를 배경으로, 한 여인의 삶을 통해 백 년 전 그곳에서 벌어진 문명의 야만과 위선의 역사를 추적한다.
1904년, 스웨덴의 가난한 처녀 한나는 먼 바다를 건너 아프리카로 흘러든다. 삶을 지배하는 추위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멀리 떨어진 해안도시를 향해 집을 떠난 한나는 그곳에서 우연히 호주로 가는 증기선에 요리사로 취직을 하게 되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난 여정에서 동료 선원과 결혼을 하지만 예기치 않은 남편의 죽음으로 남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잠깐 정박한 아프리카의 어느 항구에서 아무도 모르게 배를 떠나고 만다.
그녀가 발을 디딘 곳은 포르투갈 령 동아프리카의 로우렌소 마르케스라는 항구 도시. 무심코 투숙하게 된 호텔에서 이름 모를 병에 감염되어 사경을 헤매다 간신히 기력을 회복하고 보니 그곳은 이름만 호텔일 뿐 실제로는 유명한 매음굴이다. 그곳에 계속 머물러야 할 이유도 떠나야 할 이유도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던 한나는 포르투갈인 매음굴 주인으로부터 청혼을 받게 된다. 불안한 낙원에서 더 이상 혼자 살아 갈 자신이 없던 한나는 매음굴 주인과 애정 없는 결혼을 하지만 몇 달 만에 다시 미망인이 되고 만다.
이방인 한나가 보기에 그곳은 흑인과 백인 모두 서로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 채 인간의 얼굴을 잃어가는 사회다. 인종과 문화적 편견, 탐욕은 증오와 폭력으로 이어지고 두려움이 서로를 지배하는 그곳에서 한나는 백인과 남성이 지배하는 폭력적 세계의 부조리에 눈을 뜨게 되는데……. 그녀는 진정한 자아와 사랑을 찾아 두려움 없는 낙원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성장할 수 있을까.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김엄지 소설집 / 12000원 / 문학과 지성사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소설가 김엄지의 첫 번째 소설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단번에 써내려간 듯한 거친 언어와 술술 읽히는 가독성, 동시대를 그려내는 예리한 감각의 작품을 통해 20대 대표 작가로 문단의 큰 주목을 받아온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서 연애, 취직, 여행, 결혼 생활 뭐든 제대로 해내는 것이 하나도 없는 인물들의 삶을 그려 보인다. 단순히 3포 세대 (혹은 5포 세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라고 한정하기에 인물들이 가진 생각과 욕망의 지형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남기는 9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의인법

오한기 소설집 / 13000원 / 현대문학

오한기 소설집『의인법』. 저자는 등단작 「파라솔이 접힌 오후」 등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아홉 편의 단편은 장르적이고 하위 문화적 요소들과 메타소설적 장치들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이야기에 이야기를 더하는 내러티브의 풍부한 구성력과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해줄 다채로운 문화적 경험을 더해 이야기로서의 보편성을 확보하고 있다. 



국수 삶는 저녁

박시우 시집 / 9000원 / 도서출판 애지

박시우 시인 첫 시집『국수 삶는 저녁』. 삶의 애환과 비극, 모든 생의 비밀을 환유를 통해 인유하는 시 쓰기로 새로운 서정의 진앙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시편들은 상상력의 경계를 뛰어넘어 섬세하고 그윽한 감성의 세계로, 음악의 질감을 시의 질료로 체감하도록 이끌며 독자들에게 독특하고 즐거운 시선을 선사한다. 



미스김라일락

나혜경 시집 / 9000원 / 도서출판 애지

1992년 《문예한국》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시집 『무궁화, 너는 좋겠다』, 『담쟁이덩굴의 독법』을 펴낸 나혜경 시인의 신작 시집 『미스김라일락』. 이번 시집은 《작은詩앗·채송화》 동인으로 활동하며 쓴 짧은 시 20여 편을 실었다. 언어를 비우고 비운, 10행도 길다는 짧은 시 속엔 시의 진면목에 다가서는데 게을리 하지 않고 있는 시인의 행보를 읽을 수 있다



남자의 고향 - 통영 바다에서 길어 올린 인생 이야기

김장주 지음 / 13000원 / 더난출판


지난 시절과 고향을 추억하는 이들을 위한 소박하고 따뜻한 이야기『남자의 고향』. 저자는 고향 바다와 그 바다를 닮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즐겨 먹던 고향의 먹거리에 대한 글을 쓰던 중, “나와 같은 사람들이 어딘가에 많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홈페이지 ‘김장주의 통영여행’은 힘겹게 발품을 팔아 구한 자료로 채워졌고, 통영을 찾는 이들을 위한 홍보처와 안내자 역할을 자처했다.
그 덕분에 통영을 대표하는 사이트 중 하나가 되었으며, [월간조선]에서 5대 포털에 의뢰해 선정한 100대 개인홈페이지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홈페이지 운영을 중단하고, 주요한 글들은 블로그로 옮겨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실렸던 글을 다시 다듬고 정리한 것으로, 저자의 개인적 소회가 담겨 있지만 고향을 추억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내 삶의 의미

로맹 가리 지음 / 백선희 옮김 / 10000원 / 문학과 지성사

『내 삶의 의미』는 로맹 가리의 구술 회고록으로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몇 달 전, 라디오방송에서 자신의 삶을 회고했던 것을 녹취한 책이다. 어쩌면 이미 죽음을 생각했을 노(老) 작가의 평생에 걸친 자신의 삶과 작품에 대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화려하고 곡절 많았던 삶. 그야말로 한 편의 소설이 되어버린 그의 삶만 담아내기에도 짧은 이 글은 그가 하지 못한 말들의 무게로 무겁다.
술을 전혀 못하는 로맹 가리의 수프에 동료들이 위스키를 넣어 취한 로맹 가리가 전투기를 몰고 나가 연습용 폭탄으로 폭격했던 사건, 2차대전 당시 눈먼 조종사를 말로 설명하며 인도해 안전하게 착륙한 사건, 드골 장군과의 인상적인 첫 만남 등 로맹 가리는 한 인간의 삶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기상천외한 모험소설보다 더 파란만장한 자신의 삶과 철학을 특유의 독설과 재치, 냉소적인 유머와 함께 들려준다.  



작가가 사랑한 여행

한은형, 조경란, 이신조, 박후기, 백용억, 황희연, 김경주, 심윤경, 김민정, 함정임 지음 / 12000원 / 열림원 

시인, 소설가, 칼럼니스트 등 각양각색의 국내 작가 열 명이 저마다 다른 이유로 외국의 특정 지역을 방문한 사적인 기록을 한데 묶은 산문집 『작가가 사랑한 여행』. 한은형, 함정임, 백영옥, 조경란, 심윤경, 이신조 여섯 명의 소설가와 김경주, 박후기, 김민정 세 명의 시인, 황희연 영화 칼럼니스트의 산문이 그것이다. 이 책은 작가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사바나 초원부터 일본 홋카이도의 구름 위를 걷는 운카이 테라스까지 세계 구석구석 방방곡곡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녀온 기록이다. 일반적인 여행기라기보다는 작가의 기행문다운 낯선 이국에 대한 깊이 있는 감성과 개인적 추억, 작가의 문학적 고민이나 성찰과 같은 편린을 엿볼 수 있는 산문집이다. 



블루 플라크, 스무세 번의 노크 - 어느 예술가 부부의아주 특별한 런던 산책

송정임, 김종관 지음 / 송정임 그림 / 15000원 / 뿌리와이파리


런던의 거리거리를 찾아 헤매며, 또는 기적처럼 발견한 문학가, 예술가, 사상가 들의 흔적을 통해 그들의 삶과 교차하며 불러낸 인생에 대한 감성과 기억, 이미지들을 한 예술가 부부의 시선으로 진솔하게 담아낸다. 이 책은 블루 플라크를 찾으며 보고, 느끼고, 그린 예술 기행 에세이다. 세월을 견뎌내고 전통이 된 문화적 정수를 런던 구석구석을 찾으며 온전하게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드래곤의 위험한 관계 1,2

G. A 에이켄 지음 / 박은서 옮김 / 각 권 12000원 / 파란썸 

G. A. 에이켄 소설 『드래곤의 위험한 관계』세트. 이 책은 8월 출간하였던 《드래곤 조련하기》의 후속 작품으로 번개 드래곤에게 잡혔던 공주 케이타와 ‘교활한 자’ 라그나의 이야기이다. 언제 어디서나 ‘남심’을 저격하는 케이타는 자신을 볼모로 잡고 있는 번개 드래곤 라그나와 궁으로 가기 위한 여정을 함께 하며 그를 유혹하기 위한 내기를 한다. 케이타에게 뭔가 속셈이 있을 거라 생각한 라그나는 그녀의 진심을 알기 위해 그녀 곁을 맴돌며 위험천만한 사건들을 풀어간다. 



오늘의 남자 - 다시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14000원 / 창비

『남자를 위하여』 이후 2년 만에 김형경만의 날카로운 통찰과 유쾌하고 진솔한 언어로 들려주는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는 여전히 유용하면서 더욱 명쾌해졌다. 직장, 학교, 가정 등에서 남녀간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김형경표 남녀관계 심리 연구서를 읽다보면 서로에게 가지고 있던 환상이 현실감을 되찾으면서 서로의 간극이 메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어리석은 철학자 

로랑 구넬 우화 소설 / 김주경 옮김 / 13000원 / 열림원

『어리석은 철학자』는 뉴욕대학교 철학 교수와 아마존 원주민, 누가 더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을 찾아나선다. “이 모든 것이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들인가?”라는 질문 아래 당연하고 평범한,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온 현대사회의 불합리한 모순을 지적한다. 작가 스스로 소설의 주인공을 우리라고 표현했듯, 철학자 빅터를 비롯한 이야기 속 모든 등장인물을 통해 로랑 구넬은 ‘나’와 내가 사는 ‘사회’를 돌아보게 만든다. 



첫숨

배명훈 장편소설 / 13000원 / 문학과지성사

배명훈의 장편소설『첫숨』. 2015년 6월부터 11월 초까지 총 43회에 걸쳐 문지블로그에 연재되며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작품이다. 달과 화성에서의 삶이 가능해지고, 많은 스페이스콜로니들이 우주에 떠 있는 시기, 인구 6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 우주 정착지 ‘첫숨’에서 비밀 무기 추격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 마치 물속에서 헤엄치던 고래가 튀어오르듯, 이야기를 관통해 다가오는 우주 시민 공동체의 생명중심주의를 통해 우리는 한 번도 그려보지 못한 낯선 연대감을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날로 돌아가고 싶어

이누이 루카 소설 / 김은모 옮김 / 13800원 / 문학동네 

인생의 분기점으로 돌아간 이들의 시공을 초월한 재회가 담긴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는 시간의 잔혹함과 덧없음을 그린 수작으로, 부조리한 운명에 조금이나마 저항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눈물을 자아내는 감동부터 격렬한 고통이 남는 비극까지 다채로운 색깔을 두루 갖춘 이번 작품집은 제143회 나오키 상 후보에 올라 심사위원들의 호평 속에 소설적 가치 또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