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NEWS


북 뉴스

11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2-11-02
조회수
882
 


이상훈의 마을숲 이야기

이상훈 저 / 20,000원 / 푸른길

전국의 마을숲을 돌아보며 저자가 건져 올린
인간과 자연이 이루어 낸 연대의 순간들!


예로부터 사람들은 마을 어귀나 강과 산이 있는 방향에 숲을 가꾸어 왔다. 계절풍 바람을 막고 홍수에 대비하여 마을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 마을들은 대체로 배산임수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마을 앞이 텅 비어 있었다. 때문에 강이 범람하거나 겨울철 바람이 들이닥치면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 내야 했다. 어떻게 하면 마을을 지키고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당시 눈앞의 자연 외에 의지할 곳이 없었던 사람들이 떠올린 방법은 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었다. 땅의 형상과 변화를 해석하여 땅의 불안정한 지점을 메꾸고자 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을 주위에 숲을 조성하고 돌탑과 선돌을 세웠다. 그러면 땅은 화답이라도 하듯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였다. 마을에 원인 모를 전염병이 돌거나 나라가 전쟁으로 어수선할 때도 땅은 숲으로 마을을 감싸 사람들을 보호했다. 사람들은 마을을 감싸고 있는 그 숲을 ‘마을숲’이라고 불렀고, 그때부터 인간과 자연 간의 연대가 시작되었다.




타인들의 나라

레일라 슬리마니 저 / 황선진 역 / 18,000원 / 문학과지성사

"여기서는 다 그렇게 해"
이 말을 그녀는 앞으로 자주 듣게 된다

이국에서,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타인들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과 욕망


공쿠르상 수상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의 장편 소설 『타인들의 나라』가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79번으로 출간되었다. 2014년 데뷔 이후 단 두 편의 소설만으로 큰 주목을 받아온 레일라 슬리마니는 프랑스어 진흥 대통령 특별 대사로 임명되는 등 완벽하고 매력적인 프랑스어 문장을 인정받은 작가이다. 슬리마니의 세번째 소설 『타인들의 나라』는 주인공 마틸드와 같이 프랑스 출신으로 모로코로 이주한 작가의 조모와 모로코 최초의 여성 전문의인 어머니 등 자신의 가족사를 바탕으로 한 대서사시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프랑스 군인으로 입대한 모로코 남성 아민과 프랑스 알자스 출신 여성 마틸드는 전쟁이라는 혼돈 속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프랑스와 모로코, 식민-피식민이라는 서로 다른 배경 속에서도 사랑을 키운 두 사람은 결혼 후 모로코로 이주하고, 모로코에서 마틸드는 자신이 외국인·여성·아내, 타인의 뜻에 좌지우지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레일라 슬리마니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를 배경으로 남편의 나라에 살게 된 마틸드와 그의 가족, 각기 다른 이유로 이주한 모로코의 외국인들, 바뀌는 시대에도 여전히 억압적인 삶이 요구되는 모로코 여성들의 절망을 강렬하게 그려낸다. 모로코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작가 본인의 가족사를 모티프로 한 이 소설에서 작가는 주권 없는 식민지, 남성들의 나라인 타인들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세밀한 묘사와 힘 있는 필치로 생생하게 독자에게 전달한다
.



비대면 : 현실과 가상의 얽힘

주기화 저 / 9,900원 / 은행나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에서 비대면 사회라는 가능성으로,
현실과 가상, 낙관과 비관의 얽힘 속에서 재발명되는 삶을 탐구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는 갑작스럽게 타인을 만나지 않으면서 연결되는 삶을 마주했다. 회사나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일하고 공부했고, 모임이나 강연 등도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금에도 화상회의 플랫폼 ‘Zoom’과 같은 비대면 기술은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다. 비대면 교류가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으로 자리매김한 비대면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염병이라는 위기에 급히 대응하기 위해 비대면 사회가 초래할 변화를 제대로 고민하기도 전에 삶의 양식을 극적으로 바꾸어 버렸다.

비대면 사회는 이전의 세상과 어떻게 다른가? 준비할 새도 없이 마주한 급격한 변화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배반인문학 열다섯 번째 책 《비대면, 현실과 가상의 얽힘》은 비대면 사회를 현실과 가상, 물리적인 것과 디지털적인 것이 뒤섞인 사회라고 분석하며, 새롭게 부상하는 사회적 관계 방식과 친밀성을 탐구한다.

저자는 비대면 사회를 실현할 수 있는 인터넷, 가상현실, 스마트폰과 같은 기술이 이미 갖추어져 있어 사회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전염병이라는 생존의 위협 때문에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 시기에 변화를 겪어야 했고, 물리적 거리두기가 기존의 직접 대면 중심의 관계 방식을 뒤엎으면서 비관론과 낙관론이 생겨났음을 지적한다. 타인과 접촉하지 못해 우울감에 빠지거나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해 삶이 위태로워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행복을 느끼거나 비대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삶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저자는 비관론과 낙관론은 비대면 사회가 지닌 동전의 양면이며,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미 도래한 비대면 사회는 거스를 수 없는 ‘뉴노멀’이 되었고, 변화의 면면을 인문학의 렌즈로 들여다보며 삶을 재발명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한다.




동물 : 관계적 타자

임지연 저 / 9,900원 / 은행나무

동물과 인간의 사랑, 차이에 기초한 새로운 사랑을 꿈꾸다
보호와 해방의 윤리를 넘어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의 인문학


1500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나만 고양이 없어’라는 말이 유행하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동물을 사랑하는 데 진심인 시대이지만, 역사상 가장 많은 육류를 소비하고 실험실에서 동물이 죽어 나가는 시대이기도 하다. 동물을 아끼면서 희생시키고, 보호하면서 이용하는 우리는 과연 동물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고, 앞으로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배반인문학 열여섯 번째 책 『동물, 관계적 타자』는 동물을 바라보는 기존의 철학적·윤리적 관점들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새로운 사랑 방식과 관계 맺음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먼저 동물의 권리와 존엄을 위한 철학인 동물해방론과 동물권리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인간의 억압적 지배로부터 동물을 해방시키고 인간과 함께 문명을 이룩해온 동물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동물의 삶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인간의 능력을 우위에 두고 동물을 보호받는 자리에 위치시키는 인간중심적인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동물이 인간에게 지배당하거나 보호받거나 해방되는 존재가 아닌, 지구라는 삶의 터전을 공유하는 공동생활자임을 강조한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 그 사이의 사랑이 왜곡된 것은 동물에 대한 인간의 무지 탓임을 지적하며, 동물과 인간의 관계 맺음을 인문학적 성찰과 비판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다.




시 보다 2022

신이인,안태운,윤은성,윤혜지,임유영,임지은,조용우 저 / 7,000원 / 문학과지성사

“시인은 동시대가 소유한 이름이 아니라
동시대의 감각을 발명하는 존재다”

2022년 한국 시의 빛나는 현재와 미래를 보다


한국 현대 시의 흐름을 전하는 특별 기획, 『시 보다 2022』가 출간되었다. 문학과지성사는 새로운 감각으로 시적 언어의 현재성을 가늠하고 젊은 시인들의 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기 위해, 2021년 문지문학상 시 부문을 신설했다. 〈시 보다〉는 문지문학상[시] 후보작을 묶어 해마다 한 권씩 출간하는 시리즈이다.

시인(김언, 김행숙, 이원)과 문학평론가(강동호, 이광호, 조연정)로 이루어진 심사위원은 2021년 5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발표된 시들을 면밀히 검토해 데뷔 10년 이하 일곱 시인의 작품을 가려 뽑았다. 올해 후보작은 신이인, 안태운, 윤은성, 윤혜지, 임유영, 임지은, 조용우(가나다순)의 작품들이다. 『시 보다 2022』에는 기발표작 4편과 더불어, 신작 시 2편과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일상’ ‘일탈’ ‘취향’ ‘부캐’를 소재로 한 산문은, 시 세계 이면에 존재하는 시인들의 솔직하고 낯선 얼굴을 조심스레 드러낸다.

독자와 시인 사이를 잇기 위한 여러 노력을 모은 이 책은 “한낮의 언어와 한밤의 언어가 충돌하는 격전장”(김언)인 동시에 한국 시를 둘러싼 환대와 우정의 자리이기도 하다. “그들의 시가 더 자세히, 더 세심하게, 더 깊게 읽히기를. 그래서 이 세계가 더 가깝게, 더 멀리, 더 깊게, 더 새롭게 읽히기를”(김행숙) 바라는 마음으로, 시인마다 다르게 빛나는 시적 에너지를 기쁘게 만나보길 바란다.



  
그리움의 햇살 언어 세트 1,2 : 빛 한점의 빅뱅이 띄운 사계절 그림편지

/ 이다혜 그림 / 각 22,000원 / 일송북

이다혜의 성장과정과 그림 바탕에 깔린 신화 요소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신이 인간과 동물의 교착점인 반인반수가 되거나 자연의 매개체가 되어, 인간 세상과의 접근을 시도하는 내용이다. 신화의 내용이 인간 중심으로 구체화 되면, 역사의 출발 선상이 되기도 한다. 이다혜의 그림에는 이러한 신화의 매개체인 용, 호랑이, 뱀, 인어, 소, 여우. 퍼리, 까마귀, 원숭이, 토끼, 염소, 거미 등이 번갈아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우주와 자연의 매개체인 바람과 비, 눈, 폭풍, 하늘, 해와 달, 별, 강과 바다, 산과 들판, 나무와 우주목(우주의 나무), 꽃이 쉴새없이 매개체로 등장한다. 신과 인간, 그리고 자연의 매개체들은 반인반수가 되거나 새로운 형태로 의인화되어 그리움과 고독, 고통, 갈등과 눈물, 희망과 기쁨, 편안함, 따뜻함과 차가움, 인간관계에서 단절과 절망, 심지어 죽음으로까지 몰고가는 감정들을 호소하고 있다. 반인반수나 자연의 매개체, 그리고 감정의 중심은 바로 이다혜 자신이 된다. 이다혜는 자신에게 적용한 반인반수와 자연 매개체, 그리고 감정의 표현들을 바탕으로 어린 8~23세의 청년기까지 계속적인 질문과 표현으로 그림을 그려 왔다.

햇살 언어 1, 2권의 그림은 MZ세대 작가 이다혜가 8세에서 23세까지 그렸던 자신의 세계관이다. 어린 소녀가 갈망하는 포근한 안식에서부터, 잃어버리거나 잊혀가려고 하는 그리움에 대한 안달을 어린 소녀에서 하이틴, 그리고 청년의 치열한 고민으로 표현했다.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의 역할을 모두 감당했던 엄마와의 밀착 관계, 열악한 생활 환경 속에서도 어린 딸에 대한 교육을 포기하지 않고 하늘의 별자리와 한국과 세계 신화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어머니의 치열한 삶, 초등생 어린 나이에 떠난 캐나다에서 느낀 그리움과 애니메이션에 대한 접근, 이 모든 게 어린 이다혜가 그림을 그리게 된 강렬한 동기부여와 바탕이 된다. 8살 난 딸이 그리는 심상치 않은 그림을 본 엄마는 가까운 지인인 전공 교수에게 부탁하여 딸이 만화와 캐리커처, 한민족 역사의 가르침을 받도록 하였다. 중학생이 된 이다혜는 한민족의 까마귀와 신물 등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이 즈음부터 세계 신화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활발한 고교생 시절과 폭넓은 대학 생활을 거치는 동안 이다혜의 신화 바탕 이야기는 더 굳건해진다. 고등학교 때 학교 수업 외에 따로 철학 수업을 받게 한 어머니의 비상한 노력은, 이 작가가 자신의 그림 바탕을 만드는 데 큰 자양분이 되었다. 이다혜가 거쳐온 청소년과 청년 문화의 상징인 게임 문화 하나하나는 거의 신화 세계의 용어와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그런 점에서 이다혜에게 게임과 메타버스 활동은, 그림을 그리는 아이디어 현장이며 새로운 신화 창작의 재표현들로 쏟아내는 보고(寶庫)가 된다.

홍익대 대학원을 석사과정을 거쳐 부산에서 애니메이션 박사 과정까지 마친 31세 이다혜 작가는 8세에서 23세까지 그린 그림의 연속성을 가지고 성장기 2차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것도 더 완숙하고 분명한 철학이 있는 세계 신화를 넘나드는 청년 작가의 표현으로 자신의 분명한 캐릭터를 정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다혜가 준비하는 다음 2차 그림책 속에는 24세부터 31세까지 그려온 그녀만의 바탕색이 MZ를 상징하는 무한한 가능성과 성장의 모습으로 성큼 다가와줄 것이라고 기대된다.




비즈니스 전략을 위한 AI 인사이트

이호수 저 / 27,000원 / 한빛비즈

AI 분야 국가 경쟁력에 대해 영국의 데이터 분석기관 ‘토터스인텔리전스Tortois Intelligence’ 가 전 세계 62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글로벌 AI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AI 종합평가는 세계 7위에 랭크되었다. 그러나 디테일을 보면 씁쓸하다. 연구개발 수준은 세계 3위에 랭크되었지만 AI 기반 창업활동, 투자 및 비즈니스 이니셔티브를 포함하는 ‘상용화’는 15위에, AI 솔루션 제공을 위한 AI 엔지니어의 가용성 지표인 ‘인력’은 더 열악해서 28위에 랭크되었다. AI를 제대로 사용하는지 알아보는 데 중요한 지표인 운영 환경은 32위에 그치고 있다. 국내에서 AI를 활용하는 기업의 비율은 불과 2.5퍼센트에 불과하다. 모두가 AI 시대를 외치고 있지만 AI 연구로부터 상용화, 사업화에 이르는 연결은 겨우 걸음마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초반의 많은 분량을 AI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살펴보는 데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그 연결점은 AI가 기업과 산업 현장에서 어떤 형태로 쓰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온갖 찬사와 장밋빛 기대에도 불구하고 AI가 밟아온 역사는 대부분 실망과 실패의 역사였다. AI에 대한 과대포장과 오해가 넘쳐났고 기술적 성공과 사업적 성공은 그 의미가 완전히 다름에도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 탓이다. IBM, 삼성전자, SK 텔레콤 등에서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비즈니스와의 시너지를 고민해온 저자는 지난 70여 년 AI 역사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현장에서 체험한 좌절과 성공의 사례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대안들을 정리했다.




아니면 마자린 블루룰 입은 - 정오를?

에밀리 디킨슨 저 / 박혜란 역 / 13,000원 / 파시클

파시클의 다섯 번째 에밀리 디킨슨 번역시선 『아니면 마자린 블루를 입은― 정오를?』이 출간됐다. 총 59편의 에밀리 디킨슨 시가 8장에 담겼다. 그간 앞서 나온 시집에서는 정원에서 발견한 작은 벌레와 꽃, 그늘과 태양을, 평범하지 않은 존재의 고독과 담담함을 읊조리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슬픔, 친구와 나누는 소소한 기쁨을 시에 담았다면, 그와 함께 내내 다루었던 고통과 죽음이 이번 시집의 본격적 주제가 되었다.

본문에는 번역과 함께 원문이 된 영문 시를 함께 실었는데 원문 텍스트는 에밀리 디킨슨 아카이브에 올라와 있는 시인의 필사 원고를 바탕으로, 번역문학가이자 파시클 대표 박혜란이 직접 기획하고 선택하여 편집, 번역했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들은 제목이 없어서 차례에는 각시의 첫 행을 두었다. 가급적 시인의 단어 선택, 시행 구분, 연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여 원문 텍스트를 구성, 그를 바탕으로 번역했고 디킨슨의 필사 원고를 텍스트로 번역하였기에 20세기에 출간된 디킨슨 전집들에 기반한 기존 번역들과는 시의 구성과 내용이 다소 달라 이전에 볼 수 없던, 신선하면서도 고전적인 디킨슨의 시 세계를 소개한다.




커튼몰은 사양할게요

김유담 저 / 16,000원 / 창비

찬란한 박수는 없어도 인생의 커튼콜은 우리의 것!
신동엽문학상 김유정작가상 수상작가 김유담의 단짠 청춘 소설


이 시대 청춘들의 삶을 고유의 활력과 리듬으로 풀어내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물론, 2020년과 2021년 연달아 신동엽문학상과 김유정작가상을 수상하며 평단에서도 찬사를 받은 작가 김유담의 신작 장편소설 『커튼콜은 사양할게요』가 출간되었다.

창비의 연재 플랫폼 ‘스위치’에서 높은 조회수로 사랑받았던 이번 작품은, 오랜 꿈은 잠시 미뤄두고 회사에 취직해 고군분투하는 신입사원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늘 피곤한 얼굴로 반쯤 잠에 취한 채 사무실과 월세방을 오가는 주인공 ‘연희’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깊은 공감을 불러오며, 이른바 ‘현실 고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회사 생활의 장면들은 풍성한 재미를 더한다. 맛깔나게 읽히는 김유담의 입담으로 지어진,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나의 이야기인 것만 같은 이 소설을 읽다보면 깔깔 웃다가도 어느새 눈물짓게 된다. 전작 『탬버린』(창비 2020) 『이완의 자세』(창비 2021)에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그려내며 재미와 위로를 전했던 김유담의 ‘청춘 삼부작’ 완결편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 : 되찾은 시간1

마르셀 프루스트 저 / 김희영 역 / 15,000원 / 민음사

14년간(1909~1922) ‘잃시찾’을 써 나간 마르셀 프루스트,
10년간(2013~2022) ‘잃시찾’을 번역해 온 불문학자 김희영의 결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지막 7편 「되찾은 시간」으로 드디어 완간!


마르셀 프루스트 서거 100주년이 되는 올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지막 7편 「되찾은 시간」(민음사판 12, 13권)이 민음사에서 출간됨으로써 총 13권이 완간되었다. 1편 「스완네 집 쪽으로」, 2편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3편 「게르망트 쪽」, 4편 「소돔과 고모라」, 5편 「갇힌 여인」, 6편 「사라진 알베르틴」에 이어 10년 만의 결실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총 7편에 이르는 연작 소설로서, 그 분량을 합하면 수천 쪽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이다. 2013년 첫 책인 1편 「스완네 집 쪽으로」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출간 100주년을 맞아 펴낸 이래, 민음사에서는 7편 「되찾은 시간」을 끝으로 2022년에 완역을 성취했다. 이로써 김희영 역자의 ‘프루스트 번역 10년 프로젝트’가 완료되었으며, 이는 세기를 교차하는 문학사의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원서 1편 「스완네 집 쪽으로」는 1913년에 출간되었으며, 원서 7편 「되찾은 시간」은 프루스트 사후 오 년 만인 1927년에 출간되었다. 민음사에서는 1편 출간 100주년 기념이 되는 해인 2013년부터 완역을 목표로 『스완네 집 쪽으로 1, 2』(1권, 2권)를 출간하였으며,(1판 1쇄일은 2012년 8월 25일) 마지막 7편 『되찾은 시간 1, 2』(12, 13권, 1판 1쇄일은 2022년 11월 18일)을 프루스트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에 출간함으로써 완간의 순간을 맞이했다.)

1909년부터 1922년 11월 18일 죽는 날까지, 마르셀 프루스트는 작가의 내적 고향은 동일하며 따라서 작가는 엄밀한 의미에서 한 권의 책밖에 쓰지 못한다고 외치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쓰고 또 썼다. 프루스트가 1909년에 계획했던 책은 ‘마음의 간헐’이라는 제목 아래 ‘잃어버린 시간’과 ‘되찾은 시간’의 이분법적인 구성이었다. 그러나 그가 출판사 찾기에 실패하면서 1913년 신생 출판사인 그라세 출판사(현 갈리마르 출판사)가 자비 출판을 조건으로 예고한 작품은 처음의 두 권에서 세 권으로 늘어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제목 아래 「스완네 집 쪽으로」, 「게르망트 쪽」, 「되찾은 시간」의 세 권이었으며, 이것이 1차 세계 대전의 발발로 수많은 교정 작업 덕분에 일곱 권으로 늘어난다. 그러므로 「되찾은 시간」의 여정은, 일찍부터 문학적인 소명을 꿈꾸어 온 한 문학청년이 무엇을 쓸 것인가와 어떻게 쓸 것인가에 관한 답을 발견하고, 드디어는 작가의 꿈을 실현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 : 되찾은 시간2

마르셀 프루스트 글 / 김희영 역 / 16,000원 / 민음사

14년간(1909~1922) ‘잃시찾’을 써 나간 마르셀 프루스트,
10년간(2013~2022) ‘잃시찾’을 번역해 온 불문학자 김희영의 결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지막 7편 「되찾은 시간」으로 드디어 완간!


마르셀 프루스트 서거 100주년이 되는 올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지막 7편 「되찾은 시간」(민음사판 12, 13권)이 민음사에서 출간됨으로써 총 13권이 완간되었다. 1편 「스완네 집 쪽으로」, 2편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3편 「게르망트 쪽」, 4편 「소돔과 고모라」, 5편 「갇힌 여인」, 6편 「사라진 알베르틴」에 이어 10년 만의 결실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총 7편에 이르는 연작 소설로서, 그 분량을 합하면 수천 쪽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이다. 2013년 첫 책인 1편 「스완네 집 쪽으로」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출간 100주년을 맞아 펴낸 이래, 민음사에서는 7편 「되찾은 시간」을 끝으로 2022년에 완역을 성취했다. 이로써 김희영 역자의 ‘프루스트 번역 10년 프로젝트’가 완료되었으며, 이는 세기를 교차하는 문학사의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원서 1편 「스완네 집 쪽으로」는 1913년에 출간되었으며, 원서 7편 「되찾은 시간」은 프루스트 사후 오 년 만인 1927년에 출간되었다. 민음사에서는 1편 출간 100주년 기념이 되는 해인 2013년부터 완역을 목표로 『스완네 집 쪽으로 1, 2』(1권, 2권)를 출간하였으며,(1판 1쇄일은 2012년 8월 25일) 마지막 7편 『되찾은 시간 1, 2』(12, 13권, 1판 1쇄일은 2022년 11월 18일)을 프루스트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에 출간함으로써 완간의 순간을 맞이했다.)

1909년부터 1922년 11월 18일 죽는 날까지, 마르셀 프루스트는 작가의 내적 고향은 동일하며 따라서 작가는 엄밀한 의미에서 한 권의 책밖에 쓰지 못한다고 외치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쓰고 또 썼다. 프루스트가 1909년에 계획했던 책은 ‘마음의 간헐’이라는 제목 아래 ‘잃어버린 시간’과 ‘되찾은 시간’의 이분법적인 구성이었다. 그러나 그가 출판사 찾기에 실패하면서 1913년 신생 출판사인 그라세 출판사(현 갈리마르 출판사)가 자비 출판을 조건으로 예고한 작품은 처음의 두 권에서 세 권으로 늘어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제목 아래 「스완네 집 쪽으로」, 「게르망트 쪽」, 「되찾은 시간」의 세 권이었으며, 이것이 1차 세계 대전의 발발로 수많은 교정 작업 덕분에 일곱 권으로 늘어난다. 그러므로 「되찾은 시간」의 여정은, 일찍부터 문학적인 소명을 꿈꾸어 온 한 문학청년이 무엇을 쓸 것인가와 어떻게 쓸 것인가에 관한 답을 발견하고, 드디어는 작가의 꿈을 실현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프루스트 그래픽 : 마르셀 프루스트 사후 100주년 기념

니콜라 라고뉴 저 /  니콜라 보주앙 그림 / 정재곤 역 / 25,000원 / 민음사

100여 가지 인포그래픽으로 마르셀 프루스트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모든 것을 한눈에 읽고 ‘볼’ 수 있는 『프루스트그래픽』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프루스트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책으로, 리드미컬한 서체와 금색과 먹과 백이 조화로운 그래픽 이미지로 연출한 ‘프루스트 백과사전’이다. 시각적으로도 몹시 흥미롭지만, 주목할 점은 이 책이 지닌 자료와 정보의 방대함을 압축하는 간결함이다.

『프루스트그래픽』은 문학적 탐구, 그리고 인문학에 속하든 속하지 않든 프루스트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관한 모든 지식을 망라하며, 그 다채로운 지식이 인포그래픽으로 구현되어 책 속에 담겨 있다. 자연인 프루스트와 그의 기념비적인 작품은 100여 년 이상 무수히 많은 언어와 다양한 매체에 걸쳐 수많은 관련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우리는 마르셀 프루스트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디서 정보를 찾아야 할지 알지 못한다. 이 책은 그러한 궁금증을 가진 독자들을 위한 프루스트 입문서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 줄 것이다.




너에게 전화가 왔다

원태연 저 / 12,000원 / 은행나무

“시가 되고 싶어, 어떤 설명도 필요 없는”
원태연 감성의 정수를 담은, 20년 만의 신작 시집

1992년 첫 시집 『넌 가끔다가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을 펴낸 뒤 출간하는 시집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국내 시집 판매량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운 시인, 원태연. 한동안 작사, 영화, 에세이 등으로 활동해오던 그가 20년 만에 시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써낸 신작 시집으로 찾아왔다. 한 페이지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은 이번 시집에는 군더더기 없는 솔직함으로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시인 특유의 감성이 한층 섬세해진 언어로 담겨 있다.

『너에게 전화가 왔다』는 사랑과 이별을 통과하며 겪는 슬픔과 기쁨, 그 과정에서 성숙해가는 마음을 담아낸 85편의 시를 엮은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오롯하게 시어와 시의 형태에 집중하여 여러 언어적·형태적 실험을 보여준다. 20년 전, 그리고 오늘까지도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있는 시인의 진솔한 시어들이 시인의 직관에 따라 낯설게 배열되면서 새로운 감동을 전해주며, 시인의 마음을 눌러 담은 친필 시구가 여운을 더하고 있다.




77편 이 시들은

김명수 저 / 13,000원 / 녹색평론사

197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온 이후 꾸준하게 시작(詩作) 활동을 이어온 김명수 시인이 77편의 신작 시를 엮어 11번째 시집을 내놓았다.

올해 희수를 맞은 시인에게 있어서 시는 무엇인가, 시를 왜 쓰는가, 라는 화두는 여전히 그의 문학활동의 중심에 있는 듯하다. 김명수 시인은 “시는 세계를 파악하는 한 방법”이라고 본다. 그리하여 오직 진실 속에서 살아가면서 시대와 현실에 대응하고자 하는 시인의 문학적 실천이 1970~1980년대 동안에는 김창완, 김명인, 정호승 등과 함께 반시(反詩)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사회의 권력구조, 거대담론에 근원적 의문을 제기하며 “무엇이 인간을 구속하고 무엇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가”를 사색하는 데 초점을 좀더 맞추고 있었다면, 근년에는 더욱 확장된 시야와 원숙한 기량이 드러나는 조어를 통해 “더 근원적으로 병들어가는 지구”로 표상되는 인간성 및 인류문명의 실존적 위기를 깊이 아파하면서 “사라지는 벌들과 절멸되는 고래들, 먼 우주를 밝히는 별들의 고독과 바위들의 적막”에 대해서, “꽃들과 열매들의 한없는 헌신”을 그려내는 쪽으로 나아가게 된 것같이 보인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시인의 산문과 자전적인 시 등이 실려 있어서 김명수 시인의 시 세계와 철학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인간과 인간의 단절을 요구하는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 우리는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문학적 실천을 실행해야 할 것인가.” 산업기술문명은 우리 삶의 기초적 구조, 일상생활의 영역, 우리들의 내면까지 착실히 식민화해왔다. 그럼에도 자연과 우주적 연관에서의 인간 존재의 의미를 의식화하고 가시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시인들이 있어서 우리는 여전히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만질 수 있는 것, 만질 수 없는 것 … 이 산, 이 돌, 이 길에 있는 무형의 것들에 대한 화평을 꿈꿀”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시는 뒷냇물이 하는 말을 받아 적는 거란다. 그리고 살구꽃이 피어 있을 때의 마음을 받아 적는 거란다. 또 보리밭 위로 날아오르는 종달새를 오랫동안 바라보는 거란다. 그때 뒷냇물이 살구꽃이 보리밭이 종달새가 너희들에게 무슨 말을 걸어올 거야. 그걸 받아 적는 게 시라고 한단다. 모든 사물들은 다 말을 하고 있단다. 그 말을 우리가 듣지 못할 뿐이지.”(「강6」 중에서)





땅에서 빛나는 달 

김산옥 저 / 13,000원 / 우인북스

있는 그 자리에서 빛나기

이 책은 2021년 청암문학상 본상, 일신수필 문학상을 수상한 김산옥 작가의 여섯 번째 에세이집이다. "땅에서 빛나는 달"을 비롯해, 각종 무예지에 수록되었던 작품 45점을 묶었다. 2005년 '들린집'을 시작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산옥 작가는, 작가로서는 물론 며느리, 아내,엄마의 자리를 따뜨하게 지켜내고 있다. 그를 위한 끊임없는 각성과 배려, 꾸준한 사랑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 




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저 / 15,000원 / 창비

열심히 사랑하고 이별한 모든 이들을 위한 소설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작가 김금희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이야기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 김금희가 데뷔 13년 만에 첫번째 연작소설을 선보인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명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반짝이는 일곱편의 소설 속에 담아냈다. 조금씩 연결되어 있는 인물들의 각기 다른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담은 이 연작소설에는 쿠바에서 보낸 크리스마스에 작은 기적을 만난 방송작가 은하, 사랑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 밤들이 모두 특별했음을 깨닫는 영화학도 한가을, 아홉살의 크리스마스에 처음 만난 남자애와 스무살까지 이어온 인연을 떠올리는 진희, 오랜 세월 함께한 반려견을 잃고 그 상실을 치유하고자 오래된 인연들을 다시 찾은 세미, 맛집 사진만 보고 상호를 맞힌다는 인플루언서 현우와 그를 촬영하는 방송국의 피디 지민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그려내는 따스한 크리스마스 풍경으로 가득하다.

서로의 아픔을 감싸는 다정한 목소리와 따뜻한 유머로 위로를 주는 김금희 작가의 이야기는 또 한번 우리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창비 온라인플랫폼 ‘스위치’에서 일부를 연재할 당시 이 작품들을 읽으며 위안을 받았다는 독자들에게 일일이 답글을 달며 소통했던 김금희 작가는 이번 책에 또한 독자에게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를 담았다. 작가의 친필이 인쇄된 크리스마스카드를 초판에 한하여 만나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타일』은 크리스마스에 내리는 눈처럼 기적 같은 풍경을 선사하며 독자들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너와 나의 야자 시간 : 그 오랜 밤의 이야기

김달님,조으리, 전성배, 최지혜,서윤후,장한라,장도수, 황혜지 저 / 13,000원 / 책폴

“나는 아름답게 기억한다.
어두움 중에 가장 어둡지 않은 색으로 드리워 있는 그 저녁의 하늘을.”

소란스러운 고독의 밤을 건너 지금 이곳에서 다시 마주한,
애틋하게 빛나는 여덟 가지 밤의 풍경들!


밤은 우리를 자라게 하고, 멈추게도 만드는 그야말로 마법 같은 시간이다. 짧고도 길고, 무한하고도 유한한 밤의 시간은 그 끝에 새로운 시작이 다가오듯 우리의 일상, 궁극의 삶을 명료히 비춘다. 한없이 짙고도 투명한 어둠의 테두리를 한 겹씩 떼어 내다 보면 무엇이 보일까. 누구에게는 ‘처음’이라 부를 설레는 마음이, 누구에게는 ‘그리움’이라 부를 떠나간 이들이, 누구에게는 ‘일탈’ 혹은 ‘안도’라 부를 위안의 증표가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우리 각자가 밤의 시간을 건너 마주하는 풍경은 자기만의 반짝임을 품고 고유하게 빛나기에 충분하다.

『너와 나의 야자 시간』은 그 고유한 밤의 풍경들을 차곡이 담아낸 앤솔러지 에세이다. 에세이스트 김달님, 청소년소설 작가 조우리, 농산물 MD 전성배, 국어교사 최지혜, 시인 서윤후, 번역가 장한라, 라디오PD 장도수, 공간기획자 황혜지, 여덟 명의 작가가 청소년 시절 ‘야자(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한밤의 어둠보다 더 어둡기도 했고 한낮의 햇볕보다 더 반짝이기도 했던 그 오랜 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각각의 이야기에 담은 그림 작가 임나운의 일러스트레이션은 저녁에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어둠의 온도를 다채로운 색채로 포근하고도 멋스럽게 풀어낸다. 어둠이 짙어져 가는 계절에 만나게 될 아주 특별한 밤의 이야기를, 지금 이곳의 독자 여러분에게 다정히 건넨다.




코끼리가 쏟아진다

이대흠 저 / 10,000원 / 창비

“차가운 당신의 외딴 방에 봄을 켜겠습니다”
담박한 온기를 전하는 이대흠 서정의 새로운 출발
다정한 외로움으로 모진 삶을 보듬어 안는 사랑의 언어


삶의 구체적인 감각에서 길어올린 토속적인 언어와 구성진 가락으로 남도의 서정을 노래해온 이대흠 시인이 여섯번째 시집 『코끼리가 쏟아진다』를 창비시선으로 펴냈다. 2019년 제1회 조태일문학상 수상작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창비 2018)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는 그간 생생한 사투리의 사용과 질박한 시적 서사로 남다른 문학적 성취를 이뤄온 시인의 시적 세계관이 한층 깊어져, 특유의 은은하고 아름다운 서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묵직한 통찰로 내면을 어루만지는 새로운 경향의 시편들을 선보인다. 시인은 “공기의 명랑함”을 사유하고 “별들이 뛰어노는 하늘 언덕”(「미래를 추억하는 방법」)을 그리는 한없이 자유로운 상상력 속에서 영원한 사랑과 그리움의 대상인 ‘당신’을 찾아가는 ‘사랑의 여정’을 펼쳐 보인다. ‘당신’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과 삶의 비의마저 담박하게 감싸 안는 “다정한 외로움”으로 가득한 이 시집을 읽으며 우리는 상실의 감정을 환대하고 긍정하는 넉넉한 마음을 배우게 될 뿐 아니라 “문학이란 그 무엇보다 사랑의 일임을 실감하게”(황인찬, 추천사) 된다. “마음을 다루고, 정서를 손질하고, 감정을 만져서” 빚어낸 따뜻한 언어와 “순한 온기로 지은 향기”(시인의 말)를 머금은 시편들이 자아내는 서정적 울림 또한 깊디깊다.




호수일지

문서진 저 / 12,000원 / 돛과닻

『호수 일지』는 문서진 미술작가가 미국 메인 주의 작은 마을에 한 달간 머무르면서 진행한 작업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작가는 꽁꽁 얼어붙은 겨울 호수 위에 매일 삽으로 눈을 쌓아올려, 봄이면 사라질 일시적 섬을 만들기 시작한다. 영하의 기온 속에 섬의 면적이 점점 불어날수록 그 무게로 인해 호수의 표면이 깨져 물에 빠질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커진다. 하지만 작가는 삽질을 계속한다. 자신이 이 작업을 왜 수행하는지 모르는 채로, 호수가 들려줄 대답을 기다리면서. 그 느리고 고요한 시간이 쌓여 무용하고도 아름다운 삽질의 기록이 되었다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

이우성 저 / 12,000원 / 문학과지성사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랑의 자세’
미남의 나라에서 돌아온 이우성 신작 시집 출간

‘너’를 알기 위해 씌어지는 시
사랑하는 이들에게 달려간 10년의 기록


사랑하는 이들에게 달려간 기록
-시인의 말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우성의 두번째 시집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첫 시집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에서 ‘소년의 나르시시즘과 아이의 미니멀리즘’으로 어른의 세계를 들여다본 이후 꼭 10년 만의 신작이다.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하던 시인은 이제 “내가 이유인 것 같”다고 말한다.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은 주변의 타인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이 불가해한 세계를 껴안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짧지 않은 10년의 시간 동안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통해 길어 올린 예순한 편의 시가 3부로 나뉘어 이번 시집에 오롯이 묶였다.

첫 시집의 부족하고 결핍된 ‘왜소-자아’는 여전히 희미하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거듭 발명되는 존재로서 이 세계의 일부를 구성한다. “나를 알기 위해 시를 썼”(첫 시집 뒤표지 글)던 시인은 이제 ‘너’를 알고 싶어 글자를 적는다. 그러므로, 이번 시집에 도저한 ‘나’의 흔적을 더듬는 과정은 곧 “사랑하는 이들에게 달려간 기록”을 돌아보는 일이 될 것이다.

비가 멈추었다
내가 그 모습을 그렸기 때문에
-「가능하면 구름은 지워지려 하고」 전문

이번 시집 서시의 자리에 놓인 시는 이우성의 시적 지향점을 보여준다. 시의 화자인 ‘나’는 마치 전지전능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그가 그린 것이 ‘비가 내리는 모습’인지 ‘비가 멈추는 모습’인지 명확하지 않다.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김나영은 이 시집의 ‘나’가 “현재에 없는 많은 것을 그리워하며 ‘그것’들을 그리거나 적고 있”지만, 그것을 “하나의 이미지나 의미로 고정하려는 순간에 그것은 더 이상 ‘그것’이 아니게 된다”고 설명한다. 1부의 제목이 “움직이는 그림 그리기”라는 점은, ‘나’를 둘러싼 세계를 기록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상을 포착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음을, 따라서 근원적인 불완전함을 내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오지라퍼 선생님의 초등 학부모 수업 : 내 아이 입학 전 정리한 초등생활의 정석

김현경 저 / 16,000원  / 책소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있는 예비 학부모, 이미 초등학생 아이가 있는데 “내가 학부모로서 아이를 잘 교육하고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학부모들을 위한 초등 자녀교육 지침서. 좋은 게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 나누지 않고는 못 배기는 오지라퍼이자, 곧 아이의 초등 입학을 앞두고 있는 14년차 초등교사 엄마가 쓴 책이다.

자녀교육은 초등 저학년이 다가 아니라 긴 마라톤임을 강조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홀로 서기’라는 최종 목표를 두고 아이가 흔들리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자녀교육법을 담았다. 초등 6년은, 그 이후 삶의 결정을 스스로 해나가고, 직면하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시기다. 따라서 상위 1%, 경시대회 수상 등 단기적인 관점보다는, 더 먼 미래를 위한 기본 토대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저자는 잘 자란 아이들의 비밀은 현명한 학부모에 있었다며, 그들이 ‘학습, 태도, 관계’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초등 자녀들을 어떻게 이끌어왔는지를 분석했다. 그러고 나서, 내 아이를 위해 꼭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지점들을 추려 이 책에 담았다.

특히, 교사와 부모의 시각차를 비교하면서 학부모들이 초등생활 전반을 조망할 수 있게 했다. 반장 선거, 급식 지도, 선생님과 반 배정, 학부모 민원 넣기 등 학교 현장에 대해 학부모가 알아두면 약이 될 뒷이야기들까지 살뜰히 담았다.




이야기들 :  닐 게이먼과 26인 작가들의 앤솔러지

닐 게이먼. 알 사란토니오 편 / 장호연 역 / 21,000원 / 문학동네

『멋진 징조들』 『샌드맨』의 원작자
닐 게이먼이 기획한
최고의 판타지-호러-SF 앤솔러지


한 해에 100만 부 이상 팔리는 그래픽노블 『샌드맨』 시리즈와 『멋진 징조들』 『네버웨어』 『신들의 전쟁』 등의 히트작으로 탄탄한 팬덤을 지니고 있는 판타지문학계의 슈퍼스타 닐 게이먼. 2009년 그는 뛰어난 작가이자 편집자 알 사란토니오와 손을 잡고 영미권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앤솔러지를 기획했다. 『블론드』의 조이스 캐럴 오츠, 『파이트 클럽』의 척 팔라닉, 『마이 시스터즈 키퍼』의 조디 피코 등 내로라하는 작가진이 참여했으며, 판타지, 호러, SF 등의 장르색 뚜렷한 작품뿐 아니라 범죄 스릴러, 심리 서스펜스, 휴먼드라마 등 각양각색의 특색을 지닌 스물일곱 편이 『이야기들』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해, 그해 최고의 장르문학 앤솔러지라는 평과 함께 2010년 셜리 잭슨 상 앤솔러지 부문과 단편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여덟 개의 빛 

권혜영.박진경,성해나,송재영, 이선진 저 외3명 / 10,000원 / 은행나무

한국문학에 스미는 여덟 개의 빛!
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차세대 예술가 8인
권혜영, 박진경, 성해나, 송재영, 이선진, 장진영, 정대건, 조온윤


문화예술위원회(ARKO)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선정 차세대 예술가 8인의 작품집 『여덟 개의 빛』이 출간된다. 문학잡지 『Axt』와 연계하여 작가의 시와 소설뿐 아니라 인터뷰와 수필, 대중문화 평론, 리뷰 등 다양한 산문을 함께 기획하여 해마다 한 권으로 소개하는 ‘AnA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올해의 주인공은 소설가 권혜영, 성해나, 송재영, 이선진, 장진영, 정대건, 시인 박진경, 조온윤 8인이다. 가장 낮은 곳까지 스미는 다정한 온기처럼, 여덟 명의 작가가 그려낸 여섯 편의 소설과 스무 편의 시에는 그들이 감각하는 작지만 분명한 빛이 담겨 있다.

커버스토리 인터뷰에는 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함께 실려 그들의 글에 무게를 더한다. 한편 『여덟 개의 빛』에 실린 다종다양한 산문에는 작가들이 눈길 주는 사회의 여러 모양이 담겼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온전하게 다가올 이야기들이 독자를 기다린다.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글을 만나볼 수 있는 AnA의 세 번째 시리즈, 『여덟 개의 빛』에 실린 이 다양하고 따스한 글들이 그들의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부활 1,2 (전2권)

레프 톨스토이 저 / 박형규역 /  각14,000원 / 문학동네

사회의 추악과 허위를 직관하는 거장의 예술적 리얼리즘
사랑이 파괴하고 사랑이 다시 지은 진정한 인간 부활의 시


톨스토이가 십 년에 걸친 집필 끝에 71세이던 189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자, 불멸의 문학적 성취인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에 이어 3대 장편의 대미를 이루는 역작 『부활』이 톨스토이 번역의 최고 권위자 박형규 교수의 완역에 섬세한 개정을 거쳐 새롭게 출간되었다. 혁명의 뇌우가 예감되던 제정러시아 말기의 불합리한 사회구조와 종교적 모순을 폭로하면서 영혼의 부활을 통한 인간성 회복을 역설한 이 작품에서 톨스토이는 부활의 원동력을 그리스도의 ‘산상수훈’에서 찾았다.

정부와 사회, 종교, 특히 재판제도와 교정시설에 대한 날선 고발로 가득한 이 앙가주망 소설은 쾌락에 굴복한 삶을 살았고 그로 인해 처절한 환멸과 자괴감으로 고뇌했던 톨스토이의 젊은 날이 투영되어 더욱 신랄하며, 민중의 삶, 죄수들의 삶, 정치범들의 삶, 상류층과 관료들의 삶을 날것 그대로 옮겨놓아 “실제 진실에 대한 허구적 확증”이라 상찬되었고, 로맹 롤랑은 “예술적 성서”라 평했다. 중년에 이르러 깊은 실존적 우울에 빠진 톨스토이는 죽음 앞에서 인간의 모든 활동은 무의미하다 생각했으나 민중의 신앙에 감명받아 러시아정교에 몰두했다. 그러나 교회가 부패한 종교기관일 뿐임을 자각하고 이후 그리스도 산상설교의 가르침을 통해 그동안 자신을 마비시켰던 죽음의 공포를 극복했다. 노년에 접어든 그를 다시 삶과 예술의 세계로 되돌린 깨달음의 마지막 언명과도 같은 소설 『부활』로 인해 톨스토이는 출간 이 년 후인 1901년 러시아정교회로부터 영구 파문당했다.




창피하지만, 일단 해봅니다. : 지금 창피한 마음은 미래가 보내는 성공의 신호

나카가와 료 저 / 김나정 역 / 15,500원 / 갈매나무

“혹시 아나요? 일단 해본 뒤에 어떤 멋진 인생이 펼쳐질지!”
- 성현규, 유튜버 감성대디

생각만 많고 실천은 못 하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묻고 따지지도 않고 일단 해보길 권함!

무난하고 안전한 길만 택한다면 제자리걸음뿐,
대담하게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한
단계별 창피함 극복 솔루션 50

수업이나 강의를 들을 때 맨 앞자리에 앉기를 피하는가? 모르거나 궁금한 게 있어도 바로 물어보기가 망설여지는가? 서툴고 부족한 나를 내보이기 싫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포기하거나 배울 기회를 지나친다면 지금 당장 더 나은 내가 될 가능성을 놓친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은 ‘창피함’이라는 감정이다.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는 것과 나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며 부끄러워하는 것 모두 창피함이라는 감정에서 비롯된다. 어떤 일을 앞두고 창피함에 머뭇거리고 주저하며 망설일 때, 무조건 ‘일단 해보기’를 선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기에 ‘창피할 땐 일단 해보기’를 실천한 사람이 있다. 이른 나이에 카피라이터 겸 광고기획자로 성공하여 세계 유수의 창작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나카가와 료는 자신의 독창적인 창작력과 일련의 성공들이 모두 ‘창피한 순간에서 일단 해보는 선택’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창피함이란 우리의 변화와 성공을 방해하는 걸림돌이지만, 일단 넘어서기만 하면 오히려 창피함을 성공의 길로 가는 나침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만의 경험으로 창피함이란 감정을 분석하며, 상황별로 적용할 수 있는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제시한다,

창피함은 이제 갓 일을 시작한 신입 사원이든, 나이와 경력을 쌓은 베테랑 팀장이든 상관없이 누구나 겪는 감정이다. 늘어나는 정년과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며 적응해야 한다. 계속해서 용기 있게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는 태도를 갖춘 사람만이 무한 경쟁의 시대에 살아남는다. 창피해서 이래저래 미루었던 일들이 있다면, 더 이상의 고민 걱정은 멈추자. 창피함은 짧고, 인생은 길다. 이 책을 읽고 창피해도 일단 해보는 사람이 된다면, 앞으로 나아갈 길이 극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 인간은 왜 취하고 상처 내고 고립되는가

마쓰모토 도시히코 저 / 김영현 역 / 15,000원 / 다다서재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은 약물 의존증 최고 권위자인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 마쓰모토 도시히코가 쓴 에세이다. 처음 약물 의존증과 마주한 중학생 시절부터 아웃사이더 의대생을 거쳐, 본의 아니게 의존증 전문병원에 발령받으며 시작한 약물 의존증 임상과 소년교정, 법정신의학, 자살 예방 연구 등 의사로서 25년간 경험한 일을 담았다. 저자는 약물 의존증은 범죄가 아닌 병이며, 약물 의존증 환자는 ‘사람에게 의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처벌이 아니라 치료와 연결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모르던 신출내기 시절 환자에게 혼이 났던 일, 의사로서 미숙해 환자를 돕지 못하고 잃었던 일, 의존증 환자를 도우면서 스스로도 힘든 일상을 이겨내기 위해 게임에 의존했던 일 등 저자가 들려주는 소탈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감동을 전한다. 일본에서 출간 즉시 화제를 모으며 ‘제70회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상’을 수상하고 ‘기노쿠니야 인문대상 2022 인문서 베스트 4’에 선정되었다.




수면제를 하나씩 모았습니다. : 장현주의 마음 치유 이야기

정현주 저 / 13,800원 / 담다

“더는 착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시간이 흘러도 상처는 상처다. ‘상처가 있는 것’과 ‘처음부터 없는 것’은 다르다. 그렇지만 과거에 얽매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날, 아직 오지 않은 순간이다. 그것을 위해 과거를 들여다보고 정리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저자가 자신의 과거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자신의 고통, 아픔, 두려움의 근원을 소개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으며, 어떤 생각에 둘러싸였는지, 그리고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는지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저자의 고백이 꾹꾹 눌러놓은 마음, 숨기고 싶었던 기억, 수치심과 분노, 두려움과 좌절을 포함해 외면했던 순간을 직시하게 만든다. ‘더는 착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라는 저자의 짧은 외침 속에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고통과 생명력이 소통을 시도한다. 독자를 어디로 데려가고 싶은지 방향이 명확해 보인다.




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저 / 오진혁 역 / 16,000원 / 호밀밭

권위주의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어떻게 공동체를 파괴하는가
장강명 소설가 추천, 우리 시대의 탁월한 정치적 우화!


잣나무로 가득한 숲, 천연 수족관 같은 새파랗고 투명한 바다,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협만, 그리고 순백의 유령처럼 쉬지 않고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그곳은 사계절 내내 온화하고, 밤이 되면 사람의 넋을 빼놓는 재스민 향기에 뒤덮이는 외딴섬이었다. 숲속에 자리한 낡고 오래된 집과 함께 세월에 내맡겨진, 자급자족이 가능한 독립된 세상이었다. 그곳은 마지막 섬이자 마지막 은신처, 마지막 남은 인간적인 자투리땅이었다.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평화로운 섬에 탐욕스러운 외부인이 들어온다. 그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대통령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었다. 그는 대통령 시절 공식 연설마다, 국론분열과 벼랑 끝까지 내몰린 국내 상황을 외부세력과 적성 국가의 공작 탓으로 돌리곤 했다. 그는 이를 통해 자신이 일으킨 쿠데타가 국민의 단합과 단결을 확보하고, 국가를 통합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주장을 펼치곤 했다. 그는 장기집권을 마친 후 어쩔 수 없이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남은 노후를 보내기 위해 섬에 정착한 것이다.

전 대통령이 섬에 정착한 후, 여러 사건이 발생하며 섬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섬 주민들에게 시원한 그늘막을 만들어주던 커다란 나무들이 잘려 나간다. 무질서와 혼돈, 혼란에서 벗어나 문명 생활을 지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나무가 사라진 후 전 대통령의 손녀는 과자를 먹다가 갈매기의 공격을 받고 팔을 크게 다친다. 이후 전 대통령은 갈매기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많은 주민이 그의 계획에 적극 동조한다. 그렇게 평화로웠던 마을은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악이 그 모습을 드러낼 때 그에 맞서 대항하지 않는 모두는 그 악행에 일정 부분 동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서서히’ 독재자의 자리를 차지한 자들에게 처음부터 ‘아니’라고 해야 합니다. 저항하는 것은 고귀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갈매기들은 저항했기에 승리했지만, 갈매기들의 희생도 적은 건 아니었습니다. 이 작품은 사회와 자연은 스스로 균형을 잡아간다는 것,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균형을 잡아야만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균형을 깨트리려 한다면, 그 결과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자연도 인간도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학살은 어떤 경우에는 대놓고 독재의 방식으로, 또 어떤 경우에는 ‘민주주의’라는 속임수 뒤에 숨어서 자행됩니다.” - 작가와의 질의응답 中

전 대통령이 갈매기와 전쟁을 벌인다는 이야기는 권위주의가 공동체 내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민주주의라는 가면 뒤에 숨은 독재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뼈 때리는 부동산

이희재 저 / 18,000원 / 크레파스북

“시대가 변해도 결코 바뀌지 않는 부동산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깟 부동산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네이버 인기 부동산 블로거 뽀사장의 ‘뼈 때리는’ 입담과 통찰

# ‘빼 때리는’ 입담, 흡입력 있는 문체

네이버 인기 블로거 뽀사장(본명 이희재)의 첫 부동산 지침서 『뼈 때리는 부동산』이 출간되었다. 제목인 ‘뼈 때리는 부동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부동산에 관심이 없었거나 내 집 마련을 주저했던 사람들에게 ‘뼈 때리는’ 현실을 전달하는 것이 첫 번째요,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뼈 때리는’ 분석과 평가가 두 번째다. 책에서는 대한민국 부동산에 대한 저자의 ‘뼈 때리는’ 입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흥미롭게 전개된다. 다양한 근거와 데이터를 통해 부동산의 본질을 짚어내는 통찰, 그리고 독특한 호흡으로 풀어내는 문체가 예사롭지 않다. 끊어질 듯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문장은 언뜻 길게 느껴지지만, 막상 읽어보면 마치 옆에서 얘기해주듯 술술 읽히는 묘한 흡입력이 있다. 저자는 그동안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부동산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을 통쾌하게 풀어내면서 많은 방문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번 『뼈 때리는 부동산』은 그동안 블로그에 소개했던 글을 정리·보완하면서 보다 완성도를 높인 첫 결과물이다.

# 장르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부동산 에세이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사유, 사실과 데이터를 근거로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부동산의 본질이 무엇인지 드러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도시, 지하철, GTX, 아파트 등 부동산을 둘러싼 여러 담론들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부동산과 주식이 어떻게 다른지, 일반 사람들이 주식과 코인으로 돈을 벌기 어려운 이유도 소개한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조언도 빼놓지 않았으며, ‘땅의 온기’라는 독특한 관점에서 살펴보는 서울/수도권 임장기도 수록했다. 특히 ‘남서울, 영동 Ⅰ~Ⅲ’으로 이어지는 강남 개발의 역사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주제이자 서울 부동산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뼈 때리는 부동산』은 그야말로 하이브리드 부동산 에세이로서 지난 몇 년의 폭등기를 거치며 집을 사지 못한 무주택자, 이동의 자유를 잃어버린 1주택자와 다주택자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불편한 듯 통쾌한 느낌을 전달할 것이다.




사이언스 허스토리 : 여성과학자 대백과 사전

애나 리저, 레일라 맥닐 저 / 구정은, 이지선 역 / 20,000원 / 학고재

어느 유적의 작은 그림에서,
개인 서재의 한 모퉁이에서
역사가, 제도가, 남성이 감추어 둔
여성 과학자들을 찾아내어
그들의 매혹적인 이야기를
세세하고 풍성하게 되살려내다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여성은 과학이 발전하는 데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런데 역사 속에서 여성 과학자에 대한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녀들의 이야기는커녕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왜일까? 오랜 세월 과학계의 편협한 속성과 남성 중심의 편견이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를 외면하고, 왜곡하고, 억압하고, 감추었기 때문이다. 『사이언스 허스토리』는 어느 유적의 작은 그림에서, 개인 서재의 한 모퉁이에서 역사가, 제도가, 남성이 감추어 둔 여성 과학자들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들의 매혹적인 이야기를 세세하고 풍성하게 되살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