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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뉴스

06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2-06-03
조회수
976
 

검색어 : 삶의 의미

박상우 저 / 12,000원 / 스토리코스모스

21세기, 낡고 오래된 가르침을 버려라
당신에게 주어지는 인생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전업작가 33년 차의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박상우가 제시하는 21세기 인생 지침을 수록한 에세이집이다. 디지털 문명과 과학 문명의 진보로 인간과 인생, 우주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도 낡고 오래된 가르침들의 마취와 세뇌로부터 깨어나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25편의 편편에서 새로운 현실, 새로운 현실 자각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세상은 그저 밤 아니면 낮이고

구효서 저 / 13,000원 / 스토리코스모스

두 명의 이상문학상 수상작가들이 만들어낸 30년 절친 컬래버레이션

구효서의 소설집 『세상은 그저 밤 아니면 낮이고』는 동료 절친 소설가 박상우가 기획하고 발문까지 자청하여 쓴 컬래버레이션 소설집이다. 박상우는 2021년 인터넷 시대의 문학환경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본격문학의 새로운 생태우주’를 표방한 웹북 전문 플랫폼 ‘스토리코스모스(www.storycosmos.com)’를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작가들의 소설을 웹북으로 만들기 위해 작품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구효서의 소설 여섯 편에 각별한 애정을 느껴 이 소설집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여섯 편의 소설을 통해 박상우는 30년 넘게 구효서를 친구로 만나온 세월보다 더 깊고 핍진하게 ‘인간 구효서’를 이해하고 ‘작가 구효서’를 이해하고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이 모두 사랑을 다루고 그것의 어긋남을 다룬 것들이라 구효서 소설의 빼어난 절창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랑을 통해 인생을 말하는 구효서 대표작 선집의 탄생, 두 작가의 30년 교감이 만들어낸 소중한 결실이다.




발 없는 새

정찬 저 / 14,000원 / 창비

역사의 심연을 파고드는 강렬한 미학
한국문학의 독보적인 시선, 정찬 소설의 정수


권력과 폭력의 문제, 그리고 고통 아래에서도 빛을 발하는 인간의 존엄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해온 작가 정찬의 열번째 장편소설 『발 없는 새』가 출간됐다. 소설은 난징학살, 히로시마 원폭, 일본군성노예제, 문화대혁명 등 20세기 전반에 걸친 폭력의 역사를 새롭게 성찰하며 독자로 하여금 인간에게 진정한 구원이란 무엇인지 되묻도록 만든다. 역사의 큰 줄기 아래에서 사실과 허구가 뒤섞이며 가공의 인물 워이커씽을 중심으로 장국영, 첸카이거, 아이리스 장, 최승희 등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더없이 세밀한 재현으로, 때로는 흐릿하고 몽롱한 꿈의 장면과 같이 펼쳐진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각자의 질문을 쥐고 “스스로 그림자가 되고 꿈속의 사람이 됨으로써” 저마다 스러져가는 인물들의 “아름다운 무너짐”(추천사 김연수)은 역설적으로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역사의 폐허를 일으켜 세워 보인다. 등단 이후 40년에 가까운 시간, 늘 새로운 물음을 던지며 부조리한 고통의 실체와 숨겨진 진실을 찾아 밝혀온 정찬의 집요한 문제의식이 응축된 역작이다.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

배성식 저 / 19,500원 / 포트레이

매번 주말이면 어디서 뭐하고 놀아야 할지 고민인 부모들을 위한 본격 놀거리, 먹을거리 프로젝트

바쁜 일상으로 미처 주말을 준비하지 못하는 아빠들을 위해 작가가 고민했던 것, 좋았던 것, 아쉬웠던 점, 특히 기억에 남았던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시간과 비용은 물론, 필요 없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이 책에는 증강현실(AR) 앱을 이용하여 책에 소개된 특정 이미지를 비추면 관련 동영상이나 홈페이지로 연결되도록 했습니다. 이 영상을 참고하면 부모가 자녀의 눈높이에 맞는 쉽게 설명할 수 있고, 여행지나 체험 일정을 계획하는데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또한 아이들은 장거리 여행이나 체험 과정에서 다소 지루해할 수 있습니다. 증강현실 앱을 이용하여 책 본문에 소개된 여행지나 장소를 방문한 후, 주변의 특정 이미지를 비추면 뜻밖의 보물도 찾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소 지루하고 딱딱할 수 있는 체험이나 여행이 아니라,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는 기다려지는 주말 프로젝트입니다.



세상에서 인간으로 살아보니

고영미 글 / 14,000원 / 작품미디어

새로운 생명이 세상과 만나는 곳에서 무수한 관계를 깨닫는 의사 시인,
아프고 슬프면서도 행복한 순간들이 있는 게 인생이라 여겨…


아픔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머물고, 자라고, 상처를 남기고, 그리고 힘들게 승화해간다. 삶의 현장, 새로운 생명이 세상을 만나는 곳에서 무수한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인도 인간관계가 어렵다고 실토한다. 그런 관계 속에서 ‘초심’을 생각하는 시인은(「관계」), 황혼 속에서 부모의 죽음을 인지하고, ‘죽는 법과 다시 사는 법’을 배운다(「황혼」). 그림 그리며 글 쓰는 의사 시인 고영미의 작품들은 이렇듯, 처음에는 낯익게 다가왔다가 결국에는 어떤 묵직한 깨달음 한 토막을 던져놓고 간다.

이 시집의 또 다른 매력이자 반전은 시와 함께 수록된 시인의 ‘그림’들이다. 시인이 그림을 그리고 글까지 얹게 된 계기는 뜻밖에도 남편과의 이별. 병을 얻은 남편이 어릴 적 꿈이던 그림을 그리고자 사두었지만 끝내 그리지 못했던 스케치북과 미술도구를 시인이 대신한 것이다. 연필과 파스텔로 그려낸 그림들이 하나하나 시와 나란히 대응을 이루고 있다. 시를 읽던 눈이 그림에 가 닿으면 그곳에는 또 다른 예인(藝人)의 숨결이 들린다. 서툰 듯 그려간 터치가 오히려 더 담백함을 북돋아준다. 아들의 어릴 적 모습은 그렸지만 끝내 시인의 모습은 남기지 못하고 떠나간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그림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중입니다. : 상처에 숨어버린 진짜 마음을 찾는 법

다나카 요시코 저 / 전경아 역 / 13,000원 / 현대지성

자존감, 일, 시간관리, 돈, 인간관계, 연애까지
일상에서 계속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부정적인 감정 패턴의 원인과 해결책

“그땐 왜 그랬을까?”
“그 말은 하지 말걸.”
“저 사람도 결국 날 떠나겠지.”

내 감정을 제대로 모른 채 “짜증 나 죽겠어”만 반복하는 건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상태와 똑같다!

* 갑자기 찾아오는 바닥 모를 우울감의 늪
*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 견딜 수 없는 늪
* SNS를 보고 우울해하는 늪
*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늪
* 버림받을 것 같은 두려움에 빠지는 늪
* 비슷한 연애를 반복하는 늪

7,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인생을 바꾼 상담가가 알려주는
마음을 갉아먹는 거짓말에서 벗어나 감정의 주인이 되는 확실한 방법




일본 중소기업 진화생존기 : 100년 기업의 지혜, DEEP경영

오태현 저 / 16,000원 / 삼성글로벌리서치

“기업으로 태어났으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영속을 기업의 진수라 여기는, 작지만 강인한 일본의 기업들.
그들은 여전히 일본의 미래다!

* 테이크아웃 전성시대에 정반대의 ‘옛날식 다방’을 추구함으로써 사라져가는 것들을 아쉬워하는 소비자를 공략한 ‘고메다커피’
* “제품은 일류이지만 매뉴얼은 조크”라는 평을 받아온 일본에서 산업용 기계 매뉴얼 제작이라는 ‘세상에 없던 사업’을 성공시켰을 뿐 아니라 30년간이나 지속성장해온 ‘그레이스 테크놀로지’
* 대기업이 모방할 만한 제품을 내놓아 시장을 키우는 전략을 구사하며 5대를 이어 식초만을 만들어온 ‘이이오양조’
* 마이크로파를 활용해 대량생산에 성공함으로써 지난 100년간 기술의 진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화학 제조 분야에서 큰 한 걸음을 내디딘 ‘마이크로파화학’
* ‘물 없는 인쇄’를 도입해 대표적 사양산업으로 꼽히는 인쇄업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낸 ‘닛세이PR’
* 세계 제일이 아니면 과감히 포기한다는 원칙을 지켜 의료기 시장의 독보적 존재로 인정받게 된 ‘마니’
* 퇴직한 직원들을 다시 불러 모아 젊은 직원들과 팀을 이루게 함으로써 인기가 하락한 과거의 히트상품을 새로운 완구로 탄생시키는 데 성공한 ‘타카라토미’
* 봉제선 없이 니트를 짤 수 있는 편물기를 개발해 세상에 없어선 안 되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실천하고 있는 ‘시마세이키제작소’
* 분업화로 목공 분야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다능공(多能工) 장인들을 사내 도제 시스템으로 길러냄으로써 명문대학 졸업생들이 스스로 찾아가는 기업이 된 ‘헤이세이건설’
* 빵을 캔에 넣어보자는 놀라운 발상으로 세계 최초의 빵통조림을 개발해 갑작스러운 재난에 대비하고 희망을 비축할 수 있게 된 ‘빵 아키모토’
* 하나의 기업이 도산하는 것은 단순히 기업이 무너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좋은 제품, 좋은 기술이 사장되는 것임을 알았기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회사를 재건할 수 있었던 ‘엠다이아’
* 액체로 냉동시키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해 맛과 영양의 파괴를 최소화하고 신시장을 개척한 ‘테크니칸’
* 평범한 브로콜리 대신 암 예방 효과가 있는 성분을 함유한 브로콜리 등 기능성 채소를 재배해 업계의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무라카미농원’

모두 일본의 작고 오래된 기업들 이야기이다. 이들은 긴 시간 불황에 시달리며 되살아날 듯 말 듯 저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는 일본 경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 추월당하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 모든 역량을 오롯이 한 분야에 쏟아붓는 ‘깊은 경영’, 즉 ‘딥(DEEP)경영’을 추구하는 일본의 강소기업 28개 이야기를 통해 일본 경제를 지탱해온 힘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시험능력주의 : 한국형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가

김동춘 저 / 20,000원 / 창비

명문대 졸업, 고시 합격… ‘시험형 인간’이 지배하는 한국사회!
지배질서를 재생산하는 시험능력주의를 분석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회학자이자 시민운동가로 활동해온 실천적 지식인 김동춘이 한국형 능력주의 실상을 구조적이고 성찰적인 시선으로 해부한 사회비평서 『시험능력주의: 한국형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가』가 출간되었다.

김동춘은 ‘전쟁정치’ ‘기업사회’ ‘가족 개인’ 등의 독자적 개념으로 한국사회의 모순과 문제를 해명해왔는데, 이번 저작에서는 일평생 학생, 교사, 교수로 살아오면서 체득한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능력주의의 이름으로 불평등이 정당화되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조목조목 해체하고 그 해법을 절실한 마음으로 모색한다. 재능이 있는 능력자가 우대받는 것이 당연할뿐더러 정치와 사회를 지배해야 한다는 ‘능력주의’는 한국에서만 유행하는 현상이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 미국에서 시작해 전세계로 확산된 이데올로기다.

하지만 시험 합격의 이력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것이 공정함은 물론 정의롭기까지 하다는 생각은 특히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에서 일반화된 사고방식임을 김동춘은 지적한다. 학력·학벌주의, 그리고 능력주의와 관련된 여러 병리적인 사회현상은 단순히 교육과 관련된 현상이 아니라 지위 배분과 권력 재생산, 노동시장이 작동한 결과의 일부이며,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단단하게 굳어진 구조적 현실임을 설득력 있게 짚어낸다. ‘입시지옥’으로 묘사되는 한국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한국의 사회적 정의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 나를 지키는 사랑은 어떻게 가능한가

정아은 글 / 16,000원 / 마름모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정아은이
소설가의 눈으로 섬세하게 살펴본 사랑의 실체
“나를 지키는 사랑은 어떻게 가능한가”


소설가를 인간 삶을 관찰하는 사람이라 정의할 수 있다면, 그는 반드시 ‘사랑’에 대해 연구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이야말로 인간 본질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장편소설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맨얼굴의 사랑》 《모던하트》 등의 작품에서 사랑을 테마로 동시대 한국인의 내면을 낱낱이 들여다본 작가 정아은이 본격적으로 ‘사랑’을 탐구한 에세이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을 내놓았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늘 새롭기만 한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우리는 흔들리고 나약해지고 때론 무너진다. 나를 지키는 사랑은 어떻게 가능한가.

책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과 레트 버틀러, 프랑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레즈비언 커플 아델과 엠마, 동시대를 살았지만 전혀 다른 사랑을 했던 가수 서태지와 신해철, 전통적 사랑에서 수평적 사랑까지 다양한 사랑의 방식을 보여준 육영수, 이희호, 시몬 드 보부아르 등 여러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들을 통해 작가는 짝사랑, 실연, 금기와 사랑, 전통적 혹은 수평적 사랑, 자기애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다채로운 유형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사랑할 때 우리가 어떤 모습이었는가를 제삼자의 눈으로 냉철하게 바라보게 하며, 무엇이 내 의지로 할 수 있었던 일이고 없었던 일인지를 분류해내고, 그럼으로써 필요 이상으로 죄책감을 느끼거나 열등감에 빠져드는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일수록 내가 나를 존중하는 감정, 즉 자존감은 탄탄히 쌓이게 된다. 작가는 말한다. 나를 지키는 사랑은 사랑에 대한 ‘앎’에서 시작한다고.




각별한 당신 : 오랫동안 자기답게 살아온 사람들

김종철 저 / 18,000원 / 사이드웨이

세상의 압력과 관성에 맞서 나답게 살아가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신을 단단하게 믿고, 오랫동안 뚝심 있게 살아왔던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3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했던 김종철은 2016년부터 여섯 해 동안 그처럼 ‘나답게 살아왔던’ 백여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중에서도 지금 우리에게 가장 울림을 줄 수 있는 스무 사람의 기록이 『각별한 당신: 오랫동안 자기답게 살아온 사람들』이란 한 권의 책에 담겼다.

이 책의 ‘각별한 당신’들은 세상의 기준이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에게 충실하면서도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가꿔왔다. 고(故) 변희수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군의 차별과 맞서 싸웠고, 강수돌은 6년이나 빨리 대학 교수직을 그만두고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생태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 최말자는 50여 년 만에 자신이 당했던 성폭행 피해를 국가에 따져 묻는 중이고, 김수억과 송경동, 신순애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이 사회의 약자들을 위해 단식을 하거나 감옥에 다녀왔다. 임현정은 “음악은 경쟁이 아니라 자유”라고 외치면서 정말로 그렇게 사는 피아니스트가 되었고, 정재민은 인생은 수학 문제 같은 것이 아니라면서 판사 일을 그만두었으며, 이준원은 8년간 학교 앞에서 홀로 자취하며 ‘좋은 교육’을 실천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는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 ‘각별한 당신’들은 내로남불과 거리가 멀다. 그들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신이 믿고 따르는 가치를 자기 삶 속에 앞장서서 옮겨왔다. 그들은 세상과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가파른 언어를 구사하는 대신, 자신의 자리에서 ‘나부터’ 바뀌고, ‘나부터’ 실천하려 노력했던 사람들이다. 김종철의 말처럼, 비록 눈에 잘 띄지 않을지 몰라도 우리 주위에는 분명 타인의 눈보다 자신의 잣대에 더 엄격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만이 우리에게 더불어 사는 세계의 새로운 전망을 보여줄 수 있다. 『각별한 당신』은 그러한 전망으로 꽉 채워진 ‘사람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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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은밀한 감정

디디에 반 코뷜라르트 저 / 백선희 역 / 19,500원 / 연금술사

공쿠르 수상 작가가 전하는 식물의 놀라운 발견과 모험
책상과 거실의 식물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에 담긴 새로운 발견들은 과학적 관찰과 실험의 결과이다. 『편도승차권』으로 공쿠르상을 수상하며 대중과학서로도 수상 경력이 있는 저자는 우리가 몰랐던 식물의 놀라운 지능과 감각, 상상력, 생존본능, 인식 능력에 대하여 세계 최고의 식물학자, 인류학자들과 나눈 호기심 가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

이종산 저 / 14,500원 / 은행나무

“여성주의 공포소설이라는 장르가 존재한다면 이 작품이 바로 그 대표작일 것이다”
『붉은 칼』 『저주토끼』 작가 정보라 추천
서늘하고 날카롭게 벼려진,
우리 도처에 스며 있는 진정한 ‘공포’에 대하여


‘전혀 새로운 감각의 출현’이라는 찬사로 제1회 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이종산이 이번엔 우리 주변에 산재한 ‘공포’의 순간에 주목한다. 『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에 실린 소설들은 모두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불시에 마주할 법한 공포의 순간들이 유독 서늘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러한 일들이 결코 우리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어쩌면 흔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일견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공포라는 감정은 삶을 둘러싼 폭력이 어디에서 오는지, 우리가 목격하고 경험한 것을 의심하게 하는 사회 메커니즘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비이성적인 두려움과 공포가 세계적으로 만연한 시기. 공포를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내딛을 수 있는 ‘반걸음’은 무엇일까? 폭력으로부터, 시스템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비롯된 공포를 그린 일곱 편의 소설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글 / 김춘미 역 / 14,000원 / 민음사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인간 실격』 100쇄 기념 특별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대표적 스테디셀러 가운데 하나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2004년 5월 처음 출간된 이후 독자들의 끊임없는 관심에 힘입어 2022년 5월 100쇄를 돌파했다. 이번에 출간된 『인간 실격』은 이를 기념한 특별판 양장본이다. 현재까지 일본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더불어 가장 많이 판매된 소설인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 도저한 비관주의와 자기 파멸적 정서로 2차 세계 대전 패배 후 우울과 절망에 빠진 일본의 수많은 젊은이를 사로잡았으며, 마치 청춘 시절의 통과 의례와도 같은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인간 존재 자체와 인간들이 서로 맺는 관계에 대한 근원적 공포와 회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순수한 젊은이가 겪는 지독한 방황과 타락의 과정을 그린 『인간 실격』은 기만적이고 폭력적인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청년들에게 특히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딸은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저 / 공경희 역 / 16,000원 / 포레

애거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을 벗어나 도전한 본격 심리소설

자기연민에 빠진 엄마와 모정 그 자체를 의심하게 된 딸
미움으로 얼룩진 고약하고도 위태로운 모녀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영원히 딸 혹은 영원히 엄마일 수밖에 없는 여자의 내면을 심도 있게 그린 수작

“아들은 아내를 얻을 때까지만 아들이지만, 딸은 영원히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1952년에 발표한 『딸은 딸이다』는 엄마와 딸 사이의 특별한 유대와 복잡한 내면세계를 통찰한 소설이다. 애거사는 1930년부터 1956년까지 ‘여자의 삶’과 ‘사랑의 잔인함’을 주제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썼고, 추리소설 독자들의 혼동을 우려해 오십 년 가까이 비밀에 부쳤다. 새로운 글에 대한 열망으로 써내려간 메리 웨스트매콧 필명의 작품들이 의미심장한 것은 애거사가 추리소설을 벗어나 평범한 인간의 이야기에 주목했다는 데 있다.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애거사의 펜은 삶에서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익숙한 절망과 고비 앞에서 더욱 예리하게 벼려진다. 이 이야기들 속에는 사회와 가족의 초상, 변치 않는 인간의 본성이 있고 그동안 우리가 만나지 못했던 애거사라는 ‘여자’가 있다. 『딸은 딸이다』 개정판은 새로운 표지에 양장본으로 제작되었고, 깊이 있는 분석으로 소설의 의미를 되짚게 하는 심화 해설이 추가되었다.




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저 / 공경희 역 / 15,000원 / 포레

인간의 자기기만을 거침없이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
애거사 크리스티의 진가를 증명하는 심리서스펜스 걸작

“내가 완벽하게 만족하는 소설이자,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다.
나는 이 소설을 수년 동안 구상했지만 삼일 만에 완성했고,
단어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출간했다.” _애거사 크리스티

『봄에 나는 없었다』는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Mary Westmacott)’이라는 필명으로 1944년에 발표한 심리서스펜스 장편이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출간 직후 애거사는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과 믿었던 남편의 외도에 큰 충격을 받고 스스로 실종사건을 일으키는 등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지만, 이때의 사유를 바탕으로 1930년부터 1956년까지 ‘인간’, 특히 ‘여성’의 삶을 주제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쓴다. 추리작가로서 이미 명망이 높았던 그녀는 독자들의 혼동을 우려해 필명으로 출판했고, 본인의 뜻에 따라 수십 년간 비밀에 부쳐졌다.

영국의 작은 타운에서 안락한 삶을 살아가던 여인이 황량하고 낯선 여행지에서 지금까지의 삶이 자기기만으로 쌓은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너져내리는 과정을 그린 『봄에 나는 없었다』는 “고전으로 받아들여야 할 역작” “인간 내면의 초상을 그린 보석 같은 작품”이란 극찬을 받았고, 애거사 크리스티가 누구보다 인간의 관계와 심리를 꿰뚫어보는 작가임을 재삼 각인시키며 큰 사랑을 받았다. 『봄에 나는 없었다』 개정판은 새로운 표지에 양장본으로 제작되었고, 깊이 있는 분석으로 소설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하는 심화 해설이 추가되었다.




루카치를 읽는 밤 : 마법의 가마솥에서 길어 올린 몸과 마음의 기억들

조현 저 / 17,000원 / 폭스코너

창조적 영감과 통찰을 불어넣는,
삶을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글들!

“영원을 이해하며 순간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정세랑
정세랑, 정혜윤, 김겨울, 윤단비 강력 추천!

소설가 조현의 첫 번째 산문집 《루카치를 읽는 밤》이 폭스코너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조현 작가가 금언으로 여기고 있는, “가장 멋지게 인생을 사는 방법은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생텍쥐페리의 말을 충실하게 실현한 방법을 담은 산문집이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흔을 진득하게 끓여내는 행위인지도 모른다”는 고백처럼 작가는 자신이 사랑해온 책, 음악, 영화, 만화, 꿈 그리고 추억 등 삶을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 약재들을 마법의 가마솥에 가득 집어넣고 오랜 시간 끓여냈다. 그렇게 끓여서 길어 올린 섬세하고 다정한 글들을 이 책 속에 담아냈다.

“한 사람을 이루는 내밀한 지층은 활짝 열린 채로도 무너지지 않고 빛을 발한다고 말해주는 책”(정세랑), “처음부터 끝까지 다정하고 부드럽다. 어느 고요한 밤 작은 별의 은은한 빛처럼”(정혜윤), “책장의 문을 열면 그는 내게 그랬듯 기꺼이 독자에게도 뱃속을 데워줄 수프를 건네줄 것”(윤단비), “착실히 세상을 들여다보고 기록해온 ‘읽는 사람’의 모습이 여기에 있다”(김겨울)와 같은 추천의 말들처럼, 한 편 한 편의 에세이들이 마법과도 같은 온기와 빛을 발하며 독자들에게 창조적인 영감과 통찰을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 부유한 친구 집에서 처음 본 ‘서재’, 친구들과 함께 동네 놀이터의 놀이기구에 붙인 생경한 이름 ‘를르’, 이제는 어디에서도 먹을 수 없는 어머니의 ‘팥칼국수’, 친구들과 함께 보물을 찾아 나선 어린 시절의 ‘가출’, 1만 킬로미터도 더 떨어진 모잠비크에 살고 있는 ‘딸’, 학창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신문사에서 만난 ‘말들의 정류소’, 군복무 시절 만난 광기의 ‘선임’,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건져 올린 ‘기억의 지층’, 그리고 맨 손가락으로 더듬는 ‘달의 지도’…. 작가의 삶에서 직접 꺼내온 기억들과, 섬세하고 내밀한 낱말들은 작가의 상상력과 결합해 무한한 우주로 확장된다. 마치 먼 우주 행성에서 우리에게 보내온 전갈인 것처럼 신비롭고 깊다.

작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준 루카치의 책들, 우연히 발견한 노란색 시집, 스티븐 킹의 소설들, 남산도서관에서 만난 샐린저의 단편집, 분리수거장에서 찾아낸 정음사 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부터 언제 완결될지 알 수 없는 만화들과 신지학 서적 《에메랄드 타블릿》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분야를 넘나드는 왕성한 독서의 경험을 한껏 우려낸 글들이 또 다른 호기심과 지적 욕구를 자극한다. 여기에 파블로 카잘스와 킹 크림슨과 하탸투랸의 음악들과 고흐와 카유보트의 그림들, 우주로 뻗어 나가는 상상의 나래까지, 작가의 호기심이 닿은 모든 곳에서 끌어온 약재들을 넣고 끓여낸 마법처럼 아름답고 섬세한 글들을 만날 수 있다. 소박하지만 깊고 아름다운 이야기와 문장들을 음미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창조적인 영감과 삶과 세상을 읽는 색다른 통찰이 뒤따른다. 어떤 측면을 보더라도 만족스러운 독서 경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별들이 빛을 발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게오르크 루카치의 책을 읽고, 파블로 카잘스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스쳐 가는 거장의 손길을 느끼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 안에 오래 담아두었던 소중한 기억들을 꺼내 자신만의 마법 단지에 넣고 진득하게 끓여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리송, 내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 일상을 기적으로 바꾸는 73세 시니어 모델 리송의 선택

리송 저 / 16,000원 / 범비범그루브

나이 73세에 톱 시니어 모델이 된 리송의 건강한 몸과 마음 만들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국모델협회(KMA) 시니어 모델 분과위원장 리송이 말하는
나이 듦의 행복 철학
성공하는 남편과 자녀 만드는 주부의 프로페셔널 ‘집안 경영’ 비법 일화

이 책 『리송, 내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는 결혼 후 50년 동안 가족 뒷바라지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온 주부가 나이 70이 되어서 평생 간직해온 패셔니스트의 꿈에 도전해 기적처럼 대한민국 톱 시니어 모델 자리에 오른 ‘화려한 재탄생’의 대명사 리송의 자전적 에세이다.




리송 LISONG(월간) ; 6월[2022] : 73세 대한민국 톱 시니어 모델 리송이 만든 라이프 스타일 제안

리송 기획 / 20,000원 / 범비범그루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국모델협회(KMA) 시니어 모델 분과위원장 리송이 기획하고
연출한 퍼스널 매거진
나이 73세에 톱 시니어 모델이 된 리송의 라이프 스타일과 사람들 이야기
시니어 모델 리송의 라이프 스타일을 패션 화보, 뷰티, 요리, 인터뷰로 다채롭게 소개

이 책 ‘LISONG’은 나이 70이 되어서 평생 간직해온 패셔니스트의 꿈에 도전해 기적처럼 대한민국 톱 시니어 모델 자리에 오른 리송이 자신의 활력 넘치는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매거진 형식의 MOOK(부정기 간행물)다. 무크 ‘LISONG’에는 리송의 라이프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리송과 진심으로 교감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맛집, 빈티지샵 등을 사진과 기사로 한 책에 담아 리송의 생각과 생활의 가치를 알기 쉽고 보기 쉽게 전해준다.

‘LISONG’에는 리송의 인터뷰, 패션과 소품, 친구들과의 쇼핑과 코디법이 사진 화보로 꾸며져 있다. 이와 함께 자신에게 에너지를 주고, 자존감을 주는 사람들의 면면과 자주 찾는 명소들을 소개했다. 그동안 한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준 셀프 사진 화보집은 있었으나 한 사람의 패션과 소품, 뷰티, 요리, 인터뷰, 작품 등을 다양하게 종합적으로 다룬 퍼스널 매거진은 없었다. 퍼스널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는 요즘 시니어 모델 리송이 기획한 [퍼스널 매거진]은 룩북, 자서전, 사진 화보 등과 같은 ‘기록 문화’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안하는 매체로 평가받고 있다.




같은 하루 다른 행복 : 원빈 스님과 함께 가는 '행복의 길'

원빈 저 / 15,000원 / 이층버스

"행복해지고 싶으세요?"

행복한 삶은 누구나 공통된 소망이다. 그러면 행복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
행복뭉화연구원장 원빈 스님이 제안한 행복을 찾는 방법서 <같은 하루 다른 행복> 책이 2022년, 새로운 디자인과 함께 재출간되었다.
원빈스님은 행복의 길로 가려면 꼭 필요한 "반드시 가겠다고 다짐하는 서원과 행복을 향해 직접 움직이는 행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 "세상의 모든 존재는 행복해지고 싶어한다"면서 "마음, 저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당신을 부르고, 본성이 콜링이며, 행복의 부름"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여 인연을 바꾸고, 나를 사랑하게 되는 길을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거친 삶 속에서도 어둠이 아닌 빛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내밀어주는  안식처를 발견하고 같은 하루 속에서 나만의 행복을 찾게 될 것이다.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

진연주 저 / 14,000원 / 문학과지성사

2021년 김승옥문학상 수상작 포함!
예정된 수많은 상실을 지연시키며
뒤늦게 도착한 말들로 채우는 수다스러운 일상의 기록


2008년 “결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는 평을 받으며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진연주가 소설집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했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 『코케인』은 ‘코케인’이라는 카페로 찾아드는 여러 사람들의 내면 풍경을 인상적으로 그려내며 ‘문학동네작가상’ 최종심에 오른 바 있다. 특히 이번 소설집의 표제작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은 2021년 ‘김승옥문학상’에 이름을 올리며, “이른바 ‘정상 경로’로 진행될 수 없는 감정과 생각들이 그 나름으로 길을 찾으려는 절실함”을 갖췄다는 호평으로 독자들에게 존재감을 알렸다. 이번 소설집에서 진연주는 세상의 모든 사랑하는 것에 푹 빠져버린 인물들을 앞세워 그들이 마주한 찰나의 빛나는 순간들, 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간의 기록자를 자처한다. 하지만 기록은 사후적으로 오는 것이기에 이 책에서 섬광의 순간은 마치 생과 사, 젊음과 늙음처럼 스러져가는 시간과의 대비 속에서 드러난다. 어떠한 형태로든 상실은 삶 속에 무수히 널려 있기에 예정된 상실을 애써 뒤로 미루며 견딜 수 없는 마음으로 이 책의 인물들은 수다스러워진다.




문학과 사회 (계간) : 138호 여름[2022]

문학과지성사 편집동인 / 15,000원 / 문학과지성사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돌로 쳐라. 2천 년 전, 나사렛 출신의 사내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이스라엘 땅의 사람들은 이 낮은 말의 위력 앞에 굴복했고, 그래서 모두 말없이 물러났다. 아마도 이런 상상이 가능할 듯하다. 2년 뒤, 만약 이 땅의 사람들이 벽지 출신의 어느 사내에게 똑같은 말을 듣는다면, 필경 그들은 즉각 합심하여 가장 먼저 그에게 돌을 던질 것이다. 과연 누가 모를까? 모를 수 있을까? 지금 이 땅이 실로 ‘죄 없는 사람들의 천국’이라는 사실을. 어느 누가 이 사실을 부인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말이다. 분명 모두가 부인할 것이다. 제각기 다른 이유로, 하지만 한결같이, 극구 전면 부정할 것이다. 베드로처럼, 유다처럼, 베드로-유다처럼. 왜냐하면 이제는 누구도 ‘죄 없는 사람’의 존재를 믿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더, 더, 끝없이 더, 정확하게 말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이제는 누구도 ‘없는 죄’의 가능성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죄의 충만, 죄의 포만, 죄의 미만. 이것은 각종 ‘당신들’의 천국이고, 모든 ‘나’의 지옥이다. 그러니 사실상 천국도 지옥도 더는 없다. 있을 수 없다. ‘나’와 ‘당신’은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 ‘당신’ 사이에 ‘우리’는 없다. 천국에서 웃는 ‘당신들’과 지옥에서 신음하는 ‘나’들 사이에서 어떻게 ‘우리’가 성립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되지 못한 채로, 아마 결코 될 수 없는 채로 , ‘당신’과 ‘나’는 이미 하나다. ‘당신’과 ‘나’의 표정이 오롯이 겹치고 , ‘나’와 ‘당신’의 생각이 또렷이 닮았기 때문이다. 도무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둘이라는 사실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결정적인 공통점은 이것이다. ‘나’와 ‘당신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백을 주장하며 탄원하거나 탄식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언제나 어김없이 ‘당신들’이 ‘나’의 알리바이가 되어주고, 거꾸로 ‘나’ 또한 번번이 ‘당신들’의 변명거리로 소환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고기

이성기 저 / 26,000원 / 학민사

40년 식육 연구자가 들려주는 고기의 모든 것

이 책은, 40여 년간 대학과 연구소에서 식육학 강의와 육가공연구를 해온 이성기 교수의 ‘고기 탐구서’이다. 그러나 이 책은, 고기 및 세계의 육가공 제품에 대한 집대성으로서의 이론서이기도 하면서, ‘인간과 고기’가 세계의 문화와 종교에서 어떻게 상징화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인문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인간은 태초부터 고기를 먹어 왔기 때문에 수만 년이 지난 지금도 육식에 대한 원초적 본능을 갖고 있다고 전제한 후, 고기란 타자를 살생하여 얻는 먹거리이기 때문에 인간은 ‘육식 본능’과 타자의 생명을 취하는 ‘측은지심’ 사이에서 고민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 갈등과 고민을 넘어 고기는 모든 먹거리 중에서 가장 맛있고 영양가가 높으며, 고기의 단백질은 사람의 뇌와 근육을 발달시키는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고기의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닥터 바이올린 : INFP 의사의 하이퍼리얼리즘 음대도전기

김민섭 저 / 17,000원 / 북크루

“뭐 이런 의사가 다 있나”
사람도 살리고 음악도 살린다


경주의 병원장 김민섭 씨는 신기한 사람이다. 그는 의사이며, 문학상을 받은 작가이며, 100회의 헌혈을 한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바이올린 연주에 도전했다. 취미 삼아 10여 년 바이올린을 배우더니 대구가톨릭대학교 관현악과 바이올린 전공에 편입해 학사 졸업장을 받은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음대 진학을 꿈꾸었다고 한다.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었으나 오히려 자신에게 진정한 위안과 기쁨을 준 시간은 음대에서 보낸 2년이었다고.

그는 이제 바이올리니스트와 협주를 할 수 있을 만큼, 악보를 보지 않고 수십 곡을 연주할 수 있을 만큼, 어디에서든 바이올린만 있으면 주변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이 단지 의술로만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어쩌면 바이올린을 배우며 사람을 살리는 새로운 방법을, 그리고 자신을 살리는 방법을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꿈을 이루게 하는 삶의 공식 : 슈퍼 어게인

최원교 저 / 17,000원 / 공감

누구에게나 오는 ‘위기’를 더 크게 성장하는 ‘기회’로 잡는 방법!
100세 라이프디자이너가 말하는 행복한 창조자의 삶!

『1시간 만에 배우는 딱따라 책쓰기 비법』의 저자 최원교 대표의 신간이다. 20대 때부터 성공가도를 달리던 저자는 60대에 이르러 세 가지 위기를 경험한다. 첫 번째는 베스트셀러 작가로부터 받은 소송으로 인간재해, 두 번째는 남편의 위암 수술로 건강재해, 세 번째는 자연재해로 누구나 경험했으며 여전히 진행 중인 COVID-19이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던 저자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위기로 갑자기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1년 만에 다시 딛고 일어나 행복한 새 길을 가고 있다. COVID-19로 직장을 잃은 사람, 강연장이 없어진 사람, 실직한 사람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사람들과 자신의 오픈채팅방에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함께하고 있다. 성과를 낸 ‘100세 친구’들과 함께 온택트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이 책은 그 내용을 담았다.




가랑잎에도 깔깔 : 모든 것이 눈부셨던 그때,거기, 우리들의 이야기

김송은 저 / 14,000원 / 꽃피는책

가랑잎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는다는 학창 시절
울고, 웃고, 싸우고, 아파하고, 미안해하고, 사랑했던,
그래서 더 그리운, 빛나는 시간으로의 초대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변화하는 과도기’라거나 ‘거친 바람과 성난 파도 같은 성장기’라고 불리는 시절로부터 길어 올린 유쾌하고, 아프고, 슬프고,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이 책 속에는 가득하다. 작가가 정성스레 소환해낸, 독자를 자연스레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세밀한 기억은 눈부셨던 순간들에 대한 헌사다.

이를테면 ‘뉘리끼리’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총각 선생님을 짝사랑하고, 신체검사에서 최대 몸무게가 공개되는 바람에 교실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고, 도시락 반찬 하나에 자존감이 땅에 떨어지던 때, 다 함께 모여 과산화수소로 머리를 탈색하고, 2교시가 끝나는 동시에 대개의 아이들이 도시락을 다 비워버리는, 처음으로 선생님한테 뺨을 맞고 억울해서 죽을 것 같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그 순간,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은 아는, 지나갔기에 비로소 보이는 찬란하게 빛났던 순간, 우리는 오늘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

신동호 저 / 10,000원 / 창비

“뒤를 돌아보게 하는 건 그림자 때문이다”
반대쪽에 드리워진 삶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
서사적 상상력과 서정시의 눈부신 결합


감시와 처벌의 시대를 온몸으로 통과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모색해온 신동호 시인이 네번째 시집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를 펴냈다. 장장 18년 만에 선보인 세번째 시집 『장촌냉면집 아저씨는 어디 갔을까?』 이후 다시 8년의 벼림 끝에 내놓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서정적 감수성과 서사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시세계를 펼치며 “사소한 일상의 자리”에서 “가족사와 성장사를 거대한 역사적 시간대에 비끄러맨”(손택수, 추천사) 시편들을 선보인다. 지나온 세월을 반추하며 현재의 삶을 성찰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시편마다 힘겹게 세상을 건너온 고투의 흔적이 역력하다. 또한 일생 남북문제에 헌신해온 그는 지난 문재인정부에서 연설비서관으로 일하며 딱딱한 현실 정치를 서정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대통령의 필사’로 불리기도 한바, 이번 시집에서 그만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양광보 대표시 101 :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양광모 저 / 18,000원 / 푸른길

“나는 몰랐다. 삶은 동사가 아니라 감탄사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열다섯 권의 시집에서 시인이 그러모은 101편


일상의 언어로 삶을 그려내는 시인 양광모의 대표작을 모았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자그마치 십 년 동안 그는 시인의 자리에서 시를 써 왔다. 시인은 “누구라도 한때는 시인이었”(「한 번은 詩처럼 살아야 한다」)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평생을 시인으로 살 수는 없지만, 누구에게나 시인이 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순간일까. “식은 커피를 마시거나/ 딱딱하게 굳은 찬밥을 먹을 때/ 살아온 일이 초라하거나/ 살아갈 일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 진부한 사랑에 빠졌거나/ 그보다 더 진부한 이별이 찾아왔을 때”(「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그럴수록 가슴 뭉클한 순간을 찾아내려는 과정이 우리를 시인의 자리로 이끈다. 시는 ‘발견’에서 오는 것이다. 시인은 일상의 발견에서, ‘나’의 발견에서, 어제와 오늘의 발견에서 ‘삶’으로, ‘당신’으로, ‘내일’로 시적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 그 여정에서 시인이 발견한 인생의 비밀이란 바로 이런 것. 어쩌면 삶이라는 건 “종이비행기”처럼 “날아다니는 시간”보다 “접는 시간”이 긴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내 몸의 설계자, 호르몬 이야기

박승준 저 / 16,000원 / 청아출판사

우리의 몸과 마음을 조절하는 화학물질, 호르몬!
우리가 웃고 울고, 먹고 자고, 아프고 건강한 것은
모두 호르몬 작용에 달려 있다!
알면 알수록 놀랍고 신비한 호르몬의 세계

우리 몸의 내분비 기관에서 합성, 분비되어 몸속을 이동하며 여러 기관의 작용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핵심 물질, 호르몬! 호르몬은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를 때까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을 자는 동안에도 쉴 새 없이 일하며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을 지휘한다. 식욕과 성욕, 생식, 수면 패턴, 신진대사, 감정 변화, 성장과 노화, 모성과 부성, 면역력과 혈당 조절 등등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기능은 바로 호르몬 작용에 달려 있다.

하루에 우리 몸이 생성하는 호르몬은 기껏해야 몇 밀리그램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적은 양으로 우리 몸에서 강력한 작용을 한다. 호르몬이 조금만 덜 분비되거나 조금만 많이 분비되어도 호르몬 균형에 균열이 생겨 건강에 이상 신호가 발생한다. 따라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호르몬 관리’가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다양한 호르몬의 역할을 소개하고,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전한다.






유럽도시기행 2 ?;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편

유시민 저 / 17,500원 / 생각의 길

낯선 도시가 들려주는 이야기
문명, 인간, 나와의 만남, 유럽도시기행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내가 거기서 본 것은 좌절과 도피가 아니었다.
질긴 희망과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이었다.”

“나는 도시의 건축물·박물관·미술관·길·광장·공원을 ‘텍스트(text)’로 간주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콘텍스트(context)’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도시는 콘텍스트를 아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주며, 그 말을 알아듣는 여행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깊고 풍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3년 만에 돌아온 신작, 『유럽도시기행 2』는 시대의 격랑을 이겨내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빛내는 네 도시,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의 이야기를 담았다.

빈, 가장 화려하고 완벽한 도시
부다페스트,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는 도시
프라하, 뭘 해도 괜찮을 듯한 보헤미안의 도시
드레스덴, 부활의 기적을 이룬 도시

이 책은 힘들게 마음먹은 유럽 도시를 알차고 풍성하게 여행하거나 미디어를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는 유럽의 도시를 제대로 알고 싶을 때, 누군가 콕콕 찍어서 알려 줬으면 하는 내용이 빼곡히 들어있다.

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핫플레이스부터, 각 도시의 건축물, 길과 광장, 박물관과 예술품 등 그 무엇을 만나도 당황하지 않을 탄탄한 배경 지식, 도시의 존재감을 만들어낸 세계사적 사건과 인물들, 유럽의 역사와 도시의 역사가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며 생긴 도시의 서사와 상흔들까지, 우리가 도시를 만끽할 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친다. 여기에 도시와 인간,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지적 통찰력이 더해져 도시가 품은 가치와 맥락, 의미 있는 서사들이 우리의 현재와 어떻게 교감하는지를 보여준다.




어느 병사의 전선 일기 ; 1차 세계대전의 기록 914

바루 저 / 이성엽 역 / 15,000원 / 지양사

어느 병사의 전선 일기―1914년 8월 3일에서 1914년 9월 5일까지

어느 겨울날 이 그림책의 지은이 바루는 프랑스 지방을 도보 여행하던 중,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낡은 노트 한 권을 발견한다. 이 노트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어느 프랑스 병사가 쓴 일기장이었다. 일기는 프랑스군에 총동원령이 내려진 후, 병사가 처음 소집되었던 날인 1914년 8월 3일을 기점으로 전쟁터에서 부상당해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던 9월 5일까지의 일을 기록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되고 약 한 달 동안 일어난 일을 적어 놓은 이 일기에는 전황에 따라 부대가 이동하는 과정과 가족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심경, 대포 소리를 들으면서 느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전장에서 겪는 소소한 일상들이 적혀 있다.

이름 모르는 병사가 쓴 이 일기는 짧은 참전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는 매일매일 치르는 크고 작은 전투 속에서도 짧게는 한 문장, 길게는 네댓 문장으로 그 상황을 기록함으로써 전쟁의 긴박함과 공포감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하룻밤에 40킬로미터를 걸어서 다른 전투 지역으로 이동하는 부대,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며 순한 양떼처럼 묵묵히 행군하는 병사들, 허허벌판에서도 열심히 참호를 파고, 짚단 뒤에 몸을 숨긴 채 쏟아지는 적의 포탄을 피하는 소대원, 떨어져 나간 병사의 다리 한쪽이 매달려 있는 나뭇가지, 적의 공격으로 무참히 파괴된 텅 빈 마을들, 끝없이 이어지는 피난 행렬, 차라리 죽여 달라고 울부짖는 부상병......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장거리 대포나 전차, 기관총, 수류탄, 전투기, 잠수함과 같은 다양한 첨단 무기들이 개발되어 사용되었는데, 이에 대응하는 전술로 최전선에서는 수많은 참호와 요새가 만들어졌다. 부대가 이동하면 병사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폭격을 피하기 위해 참호를 파는 일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이 병사의 일기에서도 확인할 수가 있다.




근무일지

이용훈 저 / 11,000원 / 창비

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밀려드는 치열한 세상살이
노동의 현장에서 피어난 삶의 정수, 이용훈 첫 시집


생생한 감각과 날카롭고 위트 있는 시어의 사용으로 주목받는 신예 이용훈 시인의 첫 시집 『근무일지』가 창비시선 479로 출간되었다. 등단 4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에서 시인은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노동현장의 실상과 노동하는 삶의 “뼈아픈 아름다움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그리면서 “삶과 시가 하나인 세계”(이영주, 추천사)를 펼쳐 보인다. 일용직 노동자, 외장 목수, 모텔 청소부, 수화물 터미널 막일꾼, 정신병원 폐쇄병동 보호사, 환경미화원, 택배 기사 등 온갖 일터를 전전해온 시인의 구체적 경험에서 길어 올린 삶의 처절한 기록이다. 삶과 노동의 서사 속에 특유의 유머와 언어유희를 곁들여가며 직설적인 어법으로 거침없이 써내려간 시편들이 기존의 노동시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작법을 보여준다. 등단작 「대림성 나마스테」를 포함하여 67편의 시를 부 가름 없이 실었다.

시집에 담긴 삶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이용훈 시인은 영락없는 ‘노동자’다. 시인은 ‘쓰레기 인생’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노동의 현실을 때론 참혹할 정도로 생생하게, 그러나 무심히 툭 던지는 농담처럼 담담하게 그려낸다. 먹고살기 위한 일의 고단함을 노래하지만 두루뭉술하게 노동현실을 비판하지도, 비극적 인식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시집에는 무언가를 주장하는 구호 또한 없다. “깰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바닥”(「밀가루 시멘트」)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근무일지」) “하루떼기”(「잡역부」)의 아슬아슬한 삶과 “땀으로 온몸을 간”(「건너 건너 아는 사람」)하며 노역과 다름없는 혹독한 노동과 착취에 시달리는 “항거불능”(「사냥철」)의 노동현실을 “시멘트 가래”(「당신의 외국어」)가 끓는 목소리로 그저 들려줄 뿐이다.




소설 보다 : 여름 2022

김지연,이미상,함윤이 저 / 3,500원 / 문학과지성사

새로운 세대가 그려내는 여름의 소설적 풍경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여름 2022』가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지난 4년간 꾸준히 출간된 〈소설 보다〉 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도 매 계절 간행되는 〈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여름 2022』에는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김지연의 「포기」, 이미상의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함윤이의 「강가/Ganga」 총 3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선정위원(강동호, 선우은실, 이소, 이희우, 조연정, 조효원, 홍성희)은 문지문학상 심사와 동일한 구성원이며 매번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작품을 선정한다.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세 세트

미셀 드 모테뉴 저 / 심민화,최권행 역 / 65,000원  / 민음사

10년의 번역, 5년의 검수, 국내 초역 후 반세기 만에 탄생한 완역본!
시시각각 변하는 ‘나, 미셸’을 드러내고 증언하는 초상화 같은 글

“이것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종류의 책으로, 외골수의 황당무계한 구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1571년 법관직을 사직한 뒤 몽테뉴 성으로 은퇴한 몽테뉴는 1592년 죽을 때까지 이십여 년간 107편의 짧고 긴 에세들을 집필했으며, 글쓰기를 시작한 지 칠 년째 되던 해에 그간에 쓴 글들을 묶어 ‘에세(Les Essais, 에세들)’라는 제목으로 초판을 출간하며 새로운 글쓰기 형식의 탄생을 알렸다. 에세(essai)는 ‘시험하다’, ‘경험하다’, ‘처음 해 보다’ 등을 뜻하는 동사 ‘에세이예(essayer)’에서 몽테뉴가 만들어 낸 명사로, 이 특별한 글쓰기 형식인 에세에서 영어로 통용되는 글쓰기 형식인 ‘에세이’가 탄생했다.

사건이 아니라 생각을 기술하는 몽테뉴의 에세들은 107가지의 다양한 제목 아래 인간사를 만드는 온갖 정념과 인간 세상의 오만 양상을 펜 끝에 소환하여, 마치 법정에서처럼 그의 정신과 마음, 영혼 안에서 서로 반박하거나 거들며 ‘나, 미셸’을 드러내고 증언하고 만들어 간다. 조상들이 정성을 쏟은 몽테뉴 성을 개축하고 고대인과 인문주의자들이 선망하던 ‘사색적 삶’을 살아보고자 은퇴한 몽테뉴는 ‘자기만의 방’에서 정신적 위기를 맞았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 정신의 움직임을 글로 기록하기로 한다. 그의 글쓰기는 자기 정신을 관찰하고 제어하여, 자신의 본래 성정과 반대되는 우울에서 벗어나고, 그리하여 스스로 자기 정신의 고삐를 쥔 자가 되기 위한 ‘자기 탐구’의 방편이었다. 몽테뉴는 의문을 자극하거나 마음을 사로잡는 주제가 떠오르면 서적에서건 풍문에서건, 역사적 사실이나 일상 이야기에서건 그 에피소드와 관련한 예화들을 나열하고 대비하며, 서로 상충하고 모순되는 사례들이 만들어 내는 불확실성 속에서 자기 마음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가 처음 자기 안에서 발견한 것은 그 혼란스런 정신 이외에는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자기 탐구의 과정을 통해 몽테뉴는 자기 안에서 인간 정신의 잡다함과 유동성을, 인간 감각과 이성의 허술함과 편파성을 발견하고, 그 한계를 보편적 인간 조건으로 인식한다. 그러고 나서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내가 무엇을 아는가?(Que sais j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