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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뉴스

11월 신간 도서 소개(종합) - 매주 업데이트 됩니다
등록일
2021-11-10
조회수
1461
 

시 보다 2021

강보원,강혜빈,김리윤,류진,박세미 저 외4명 / 7,000원 / 문학과지성사

2021년 한국 시의 빛나는 현재와 미래를 보다

문학과지성사는 새로운 감각으로 시적 언어의 현재성을 가늠하고 젊은 시인들의 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기 위해, 올해 11년째를 맞는 문지문학상에 시 부문을 신설했다. 『시 보다』는 문지문학상[시] 후보작을 묶은 단행본 시리즈로, 해마다 한 권씩 출간될 예정이다.

시인(김언, 김행숙, 이원)과 문학평론가(강동호, 이광호, 조연정)로 이루어진 심사위원은 지난 한 해 발표된 시들을 면밀히 검토해 데뷔 10년 이하 아홉 시인의 작품을 가려 뽑았다. 올해 후보작은 강보원, 강혜빈, 김리윤, 류진, 박세미, 박지일, 백은선, 안태운, 임유영(가나다순)의 작품들이다. 『시 보다 2021』에는 시인별 후보작(기발표작) 4편을 포함, 신작 시 2편과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시 세계를 짐작게 하는 단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산문은, 시인이 어떤 방식으로 시적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지와 왜 시를 쓰는지에 대한 작은 단서가 되어줄 것이다.

 


오늘도 유난 떨며 삽니다. : 소심한 사람이 세상에 던지는 유쾌한 저항

박현선 저 / 14,800원 / 헤이북스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저항하는 삶을 위한 47가지 매뉴얼!

우리는 다른 것이 아름답다는 가치에 동의하면서도 남들과 다른 말과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혹시 분란을 일으킬까,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내가 상처받을까 두려워 온전한 내 생각을 드러내는 걸 꺼린다. 남들과 다른 시도를 하는 것이 잘못된 선택이 아님에도 “별종이다”, “유난 떤다”, “괜히 일을 어렵게 만든다” 같은 눈총을 받을까봐 두렵다. 하지만 저항이 있어야 마찰이 생기고, 그럼으로써 변화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오늘도 유난 떨며 삽니다』는 큰소리로 고함치면서 저항하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저항하는 사람들,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며 자기 삶을 유쾌하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힘껏 응원하는 책이다.
 



나의 시드볼트 춘양

천현철 저 / 16,000원 / 푸른길

지구 종말을 대비한 특별한 씨앗 저장고가 있는 마을
우리나라 오지 봉화 ‘춘양’을 그리다


몇 달 전, TV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가 소개되었다. 시드볼트는 기후변화, 전쟁, 자연재해 등 대재앙으로 인한 식물자원의 멸종을 대비하여 만들어진 종자 영구보존시설로, 전 세계에 단 두 곳뿐이다. 한 곳은 북극해에 있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 있고, 다른 한 곳이 바로 우리나라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에 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 불릴 만큼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시설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시드볼트가 위치한 곳이 우리나라에서 다소 알려지지 않은 지역 춘양이라는 사실도 새로운 호기심을 끈다. 왜 하필 춘양이었을까? 춘양은 어떤 곳이길래.

서울 금융가의 중심으로 출퇴근 도장을 찍으며, 회식마다 신해철의 [도시인]을 호소력 짙게 부르는 이 남자의 고향은 춘양이다. 디지털화된 숫자를 다루며 하루를 보내는 게 익숙하고, 누가 봐도 도시 남자의 일상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그이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는 늘 춘양이 자리한다. 백두대간 고산 협곡의 지형적 특색으로 기온이 낮고 봄이 짧아, 봄을 그리워한다는 뜻을 지닌 춘양(春陽)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무공해 청정오지에 속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아름다운 자연이 온전히 보존된 곳이 많기에 답답한 도시 생활에 괜스레 응어리진 마음을 달래기 제격인 곳이다. 『나의 시드볼트 춘양』은 춘양의 지리, 역사 이야기를 사람들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오지에서의 삶의 추억과 함께 엮은 에세이이다. 오래전부터 피난과 보관의 역사로 채워진 춘양에 어떻게 시드볼트가 들어서고, 자신에게도 춘양이 왜 ‘시드볼트’로 자리하게 되었는지를 차근히 풀어 나갔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운 요즘, 우리나라에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곳이 있었음을 새삼 발견하게 해 주는 고마운 책이다




비상

양광모 저 / 박수현 그림 / 12,000원 / 후른길

잘 살기 위해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초보 인생 딱지를 떼 주는 400여 개의 귀띔

“위로란 ‘힘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지?’라고 묻는 것이다.”
TV를 보다가 문득 깨달음을 주는 글귀를 봤다.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이 공감을 표했고 위로를 받았던 양광모 시인의 격언집 『비상』에서 인용한 글귀였다.

『비상』의 저자 양광모는 대표시 선집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 필사 시집 『가슴에 강물처럼 흐르는 것들이 있다』, 사랑시 선집 『네가 보고 싶어 눈송이처럼 나는 울었다』, 커피 시집 『삶이 내게 뜨거운 커피 한 잔 내놓으라 한다』, 술 시집 『반은 슬픔이 마셨다』 등 모두 열여섯 권의 시집으로 독자와 만났다. 주로 시집으로 독자 앞에 섰던 그, 이번에는 8년여 전에 이미 많은 사랑을 받았던 『비상』을 통해 다시 독자와 만난다. 이전과는 다르게 저자의 인생에 대한 깨달음이 금속공예 칠보 계승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박수현의 산뜻한 그림과 만나 한껏 생기가 돋아났다.

아무도 자신에게 인생이 무엇인지, 청춘의 시기는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죽고 싶을 만큼 절망적인 순간에도 어떻게 하면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을 수 있는지 등을 귀띔해 주지 않았다는 저자, 인생에 비싼 수업료를 치러 가며 깨달은 귀중한 삶의 지혜를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원래는 자녀에게 전해 주기 위한 인생 나침반격으로 쓰기 시작했으니 책에 담긴 진심과 메시지의 유익함은 굉장히 순도 높다. 희망, 용기, 운명, 성공, 도전 등 22개의 구체적인 주제에 알맞은 400여 개의 귀띔은 인생을 처음 살아 보는 우리의 피와 살이 될 것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지혜가 있다. 인생이 제때제때 알려 주는 것들, 인생이 뒤늦게 알려 주는 것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인생이 뒤늦게 알려 주는 것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배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심장으로 쓴 책이니 부디 심장으로 읽어 주기를 바란다는 저자, 『비상』을 읽고 분주하게 걸음을 옮기던 사람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인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가격 경제학 : 가격을 알면 경제가 보인다

도쿠다 겐지 저 / 이정미 역 / 11,000원 / 한국물가정보

가격표로 배우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경제 수업!

이 책은 경제라는 복잡한 세계의 입구에서 갈팡질팡하는 분들을 위해 쓰인 책입니다.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정치와 행정 등 모든 사회적 현상의 기초에는 경제 문제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제학 입문서나 교과서에는 추상적인 개념만 가득할 뿐, 우리의 실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 책은 ‘가격’이라는, 경제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쓰인 책입니다. 가격이 상품과 함께 태어나서 자라나는 험난한 여정을 따라가며, 가격이 수행하는 사회적 역할의 크기를 살펴보고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가격을 만들고 키워내는지, 그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며 확인할 것입니다. 또 사회 속에 존재하는, 가격을 중심으로 한 전반적인 경제 시스템을 탐구해 나갈 것입니다.

가격은 ‘우리의 생활’ 그 자체입니다. 이 책의 의도는 가격 결정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경제가 사회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생생한 시스템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약속하건대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든 경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실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글 쓰는 딸들 ; 뒤라스,보부아르,콜레트와, 그들의 어머니

소피 카르갱 저 / 임미경 역 / 16,000원 / 창비

“내겐 어머니라는 낙원이 있었어요.
그 낙원은 불행, 사랑, 부당함, 증오, 이 모든 것이었죠.”
_마르그리트 뒤라스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
우리가 사랑하는 ‘글 쓰는 딸들’의 삶과 작품 속 어머니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학·지성계의 아이콘이자 시대를 앞서갔던 여성 작가들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시몬 드 보부아르,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삶과 작품을 그들의 어머니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본 의미 있는 저작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이 세 사람은 최근 몇년 사이 페미니즘 리부트 열풍과 더불어 국내 독자들 사이에서도 다시금 주목받으면서 기존 작품들이 재번역·재출간되고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이 끊임없이 번역되어 나오는 등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작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1871년에서 1914년 사이, 세기의 전환기에 태어난 세 사람은 시대에 맞선 저항자라는 점 외에도 덜 알려진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삶은 물론 작품에까지 강력한 영향을 미친 어머니, 사실상 최초에 이들이 글을 쓰도록 만들었던 ‘빅 마더’를 두었다는 것. 뒤라스의 어머니 마리 도나디외, 보부아르의 어머니 프랑수아즈, 콜레트의 어머니 시도. 이 어머니들은 군림하거나, 지나쳐서 넘치거나, 모든 것을 감싸서 끌어안으려 했다. 그들은 딸을 사랑했다. 무척 사랑하거나, 과도하게 사랑하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세 딸은 그 사랑에 대해, 대개는 견딜 수 없는 사랑인 터라, 각자 글을 썼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그런 세 딸과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나로 이어붙인, 거창하게 말해 3부작 전기이다.

지금까지 정신분석학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바탕으로 남성 작가와 그 아버지와의 관계를 분석한 시도는 여럿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여성 작가의 삶과 작품에서 어머니의 영향을 추적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글 쓰는 딸들』은 더욱 뜻깊은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기자이자 작가인 이 책의 저자 소피 카르캥은 그들이 살던 시대가 “아직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만능열쇠로 여기기 전이어서, 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자리를 내어줄’ 필요는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소피 카르캥은 이 책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뒤집어놓으려는 야심을 부리기보다, 자신이 기존 저작들에서 천착해온 심리학을 토대로 의미 있는 하나의 관점을 제시해 보인다. 세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와 편지, 생전의 다양한 인터뷰, 세 작가를 다룬 전기와 평론 등을 총망라해 그 사이에서 어머니와 관련된 내용들을 추출해낸 뒤, 사실의 빈자리들은 가능할 법한 소설적 상상력으로 메워 독자들이 마치 이들의 삶에 들어갔다 나온 듯 느낄 수 있도록 생생히 엮어냈다. 카르캥이 펼쳐놓은 무대는 뒤라스가 살았던 1910~30년대 인도차이나의 메콩삼각주, 보부아르가 자란 20세기 초 파리의 부르주아 사회, 콜레트가 자연에 대한 사랑을 키운 19세기 말 부르고뉴 들판과 생소뵈르 마을이다. 이렇게 세 딸과 세 어머니, 여섯 사람의 삶과 한 시대를 엮어낸 한권의 매력적인 책이 우리 앞에 놓였다.
 



맞얽힘 : 맞선 둘은 하나다

이철 저 / 21,000원 / 움직이는 책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동양 고전에 대한 해석과는 다르다.
동양 고전에 대한 새롭고 탁월한 해석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밝힐 통찰과 지혜를 제시한다.


주역에서 음양과 괘효는 맞얽힘의 상징 기호이다. 주역에서 발원한 ‘맞선 둘이 얽힌 하나다’라는 ‘맞얽힘’ 원리로 동양의 주요한 사상적 물줄기인 노자, 공자, 손자, 장자, 중용, 대학의 핵심 맥락을 새롭게 해독한 책이다.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동양 고전에 대한 다른 해석을 통하여 인류의 미래를 밝힐 통찰과 지혜를 제시한다.

이 책의 표제인 맞얽힘은 ‘맞선 둘이 얽힌 하나’라는 뜻으로, 주희의 스승이라 일컬어지는 정이천은 이 원리를 ‘대대對待’라고 하였고, 명말청초의 사상가 왕부지는 ‘상반상성相反相成’이라 지칭하였다. ‘대대對待’는 ‘대립하는 것이 서로 의지한다’는 뜻이고, ‘상반상성相反相成’은 ‘대립물이 서로를 이루어준다’는 뜻이다. 저자는 ‘맞얽힘’이라는 말을 통하여 ‘대대對待’, ‘상반상성相反相成’을 포괄하면서도 더 정확하게 이 세계의 운행 원리를 우리말로 표현하였다.

 


뿌리주의자

김수우 저 / 9,000원 / 창비

“누군가의 가난, 누군가의 혁명이 네 거름이었다면
그래 거기를 아침이라고 부르자”


삶의 모순을 치열하게 사유하며 특유의 서정적인 언어로 가난과 고통의 풍경을 그려온 김수우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뿌리주의자』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2017년 최계락문학상 수상작 『몰락경전』(실천문학사 2016)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현재와 과거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치며 인간 존재의 근원과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통찰의 세계를 보여준다. “비약과 역설의 미학”(장은영, 해설)이 담긴 은유와 상징의 언어가 선명하게 빛나는 시편들이 매혹적이면서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표제작 「뿌리주의자」를 포함하여 “살아 부풀어오르는 적막”과 “끝끝내 향을 피우는 꽉 찬 공허”(이정록, 추천사)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삶의 철학이 오롯이 녹아든 52편의 시를 묶어냈다.




한 폭의 빛

김수온 저 / 14,000원 / 문학과지성사

테두리만 남은 과거의 흔적을 감각하는 김수온의 첫 소설집!
현재와 과거 사이 불안한 시차를 살아내는 사람들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수온의 첫 소설집 『한 폭의 빛』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김수온의 등단작 「( )」는 동생이 실종된 뒤 가족들의 눈앞에 계속해서 비어 있는 괄호가 등장한다는 상상력을 전제로 한 소설이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소설가 은희경과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환상적인 이미지와 소설을 지배하는 아득한 슬픔의 정조”가 “투명한 감각을 선사”한다고 평하며, 애도의 정서를 마치 수채화와 같이 스며들고 퍼져나가는 이미지로 구현해낸 김수온의 작품에 기대를 표했다.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는 등단작을 포함해 총 9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

 


아름답습니까

권박 저 / 9,000원 / 문학과지성사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 권박 두번째 시집

2012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통해 데뷔하고 2019년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권박의 두번째 시집 『아름답습니까』가 출간되었다. 수상작이자 첫 시집이 된 『이해할 차례이다』에서 소설 같기도 하고 논문이나 기사 같기도 한 다수의 실험시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치열하게 파고들었던 권박을 두고 시인 김행숙은 “페미니즘과 초현실주의가 만나 폭죽을 터뜨리고 정치적인 것과 시적인 것이 새로운 포옹법을 실험한다”라고 평하기도 하였다.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지워지고 ‘괴물freak’로 여겨지던 여성 서사를 복원하며 “(당신들이 우리를) 이해할 차례이다”라고 선언했던 권박이, 이번에는 보편의 미(美)나 정상으로 간주되어온 규범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정말 이게) 아름답습니까?”라고 질문한다.

이번 시집은 첫 시집의 확장 업그레이드판이라고 설명해도 무방하다. 특유의 날카로움과 자유로움은 유지되면서도 섬세한 기획을 기반으로 여러 주제어가 다양하게 변주된다. 지적이고 전위적인 시들이지만 시원하게 잘 읽힌다. 하고 싶던 말에 대해 더하고 싶던 설명이 각주 타래로, 부기와 병기로 촘촘하게 부연된다. 절제된 감정 속에서 담담하게 한 행씩 읽어가다 보면 정수리가 저릴 만큼 현실적인 이야기에 문득 폭발력 있는 분노를 마주하게 된다.
 



만화로 읽는 조현병

나카무라 유키 글그림 / 김성우 역 / 16,000원 / 뿌리와이파리

“34년 동안 조현병을 앓아온 우리 엄마도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조현병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100명에 1명꼴로 나타나는 질환, 조현병.
환자도, 가족도, 우리 사회도 조현병을 정확히 알고 제대로 마주하게 해주는
수많은 당사자와 세계적 권위자의 감수로 엮은 만화 가이드북!

조현병 환자와 가족의 눈높이에서, 가장 믿음직하고 가장 친절한 책을!
조현병은 결코 희소한 병이 아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100명에 1명꼴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한국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 수는 12만 명(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2019년 기준)이지만 실제로는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조현병이 무엇인지,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를 환자와 가족의 눈높이에서 ‘쉽게’ 알려주는 책은 거의 없다. 조현병이란 ‘현악기의 줄을 적절히 조율해서 정확한 음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고, 약을 먹으면서 일상생활에 주의를 기울여 증상을 제어해가면 되는 병이다. 하지만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 급성기와 휴식기를 오가는 환자 자신은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는 집중력을 갖추기 어렵고, 가족은 가족대로 혼돈과 시행착오 속에서 기진맥진하기 십상. 우리 사회 또한, 어쩌다 일어나는 정신질환자 관련 사건사고들에 대한 무지하고 무책임하며 선정적인 언론보도 탓에 무지와 공포와 차별과 혐오의 악순환에 빠져들 우려가 없지 않다.

이 책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34년째 조현병을 앓아온 엄마를 둔 작가, 연인이 조현병을 앓게 되면서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된 책들을 뒤지고 뒤졌던 번역자,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환자와 가족, 모임과 단체들, 의료 및 복지행정 현장의 당사자와 전문가들이 뜻과 힘을 합쳐 가장 친절한 조현병 가이드북을 만들고자 애썼다는 것. 거기에 더해, 영어 schizophrenia의 번역어 ‘정신분열병’ 탓에 정신이나 인격이 여러 조각으로 쪼개진 것 같은 잘못된 이미지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서 2011년 ‘조현병’으로 병명을 바꾸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조현병의 세계적인 권위자 권준수 교수가 감수를 맡았다.




장면들 ;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

손석희 저 / 18,500원 / 창비

“뉴스가 나가는 동안,
세상은 이미 폭발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 언론인 손석희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건들의 중심에서 그가 직접 하고 싶었던 말들


손석희가 드디어 독자를 만난다. JTBC 「뉴스룸」 앵커석에서 내려온 지 1년 10개월 만에 저널리즘 에세이로 찾아왔다. 손석희 앵커는 그동안 「뉴스룸」 「100분토론」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 대표적인 뉴스·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10년 이상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손꼽혀왔다. 특히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2013년 이후 「뉴스룸」을 중심으로 세월호참사와 국정농단 등 한국사회를 뒤흔든 사건의 핵심 보도를 주도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우리 사회가 더 큰 변화를 꿈꾸었던 그 시간, TV 화면에는 어김없이 손석희가 있었다.

이 책에는 그 변화의 시간을 되짚으며 손석희만이 남길 수 있는 기록이 담겨 있다. 200일 넘게 세월호참사 현장을 지키며 유족들과 함께한 이야기, 세상을 뒤집어놓았던 ‘태블릿PC’ 보도 과정, 대통령 선거, 미투운동, 남·북·미 대화의 현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등 하나하나 흥미로운 기록들로 채워져 있다. 어느덧 국정농단 사건 이후 5년이 흐른 지금, 우리가 그간 걸어온 길이 어떤 과정이었는지 성찰하게 만드는 힘이 이 기록 속에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이런 묵직한 고민뿐 아니라, 저자 특유의 ‘음성지원’ 어조가 담긴 개인적인 에피소드와 소회까지 담겨 있어 에세이다운 재미 역시 충분하다. 고심 끝에 많은 관심과 평가를 받으며 JTBC로 적을 옮긴 과정에 대한 뒷이야기, 자주 화제가 되었던 명사들과의 인터뷰, 함께 보도를 만들어간 사람들과의 소통 과정, 방송 중에 있었던 돌발상황 등이 다채롭고 때론 강렬하게 녹아 있다.




유튜브 브렌드 2022 : 압축된 세계, 유튜브 경제 시대의 탄생

김경달,씨로켓리서치랩 저 / 18,000원 / 이은북

유튜브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이다!
유튜브를 통해 우리는 더 빠르고, 더 긴밀하게 압축된 세계를 맞이했다. 이제 유튜브가 대도시의 역할을 대신하는 중이다!
그러자 유튜브 경제 시대가 열렸다.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부터 경제생활까지 중심이 된 유튜브!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이끌어 나갈 유튜브와 미디어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 책

디지털 미디어 전문가 강정수 박사와의 유튜브 인사이트 대담 및 기업과 개인의 유튜브 운영 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 전문가 대담 수록

2022년 유튜브 트렌드 7대 키워드와 우리가 주목해야 할 77개의 채널 추천!

“아침에 눈뜨면 TV를 틀고 유튜브 홈트 채널 보며 운동을 따라 하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죠. 증권 채널 스트리밍은 출근길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잠자기 전 음악 플레이리스트 채널까지 하루 종일 수시로 유튜브를 보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 1인 가구로 사는 30대의 이야기다.
이렇듯 유튜브는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그만큼 강력한 서비스이자 플랫폼이다. 그래서 유튜브를 들여다보노라면 우리 생활과 사회의 변화상을 포착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유튜브 트렌드 2022」는 2022년의 유튜브와 미디어 트렌드를 짚어가는 책이다. 소셜 미디어의 선봉에 선 유튜브는 너무나 익숙해서 숨쉬는 공기 같아진, 이제 최고의 전성기를 맞기 시작하는 매체가 되었다.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

강성은 저 / 14,000원 / 창비

시인 강성은의 낯설고도 아름다운 첫 소설
위안과 안심과 단잠의 세계로 이끄는 매혹적인 이야기들


네권의 시집을 출간한 데 이어 2018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시인으로서의 입지와 독자층을 단단히 다져온 작가 강성은이 놀랍고도 반가운 첫 소설 『나의 잠과는 무관하게』를 펴냈다. 창비의 젊은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두번째 작품이다.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과 몽환적 분위기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인이 그려낸 열네편의 이야기들은 긴 시처럼 동시에 짧은 소설처럼 이어진다. 소설은 현실과 꿈의 경계가 혼재한 시공간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린다. 인물들은 오지 않는 버스를 한없이 기다리거나, 목적지를 잃고 계속해서 잠에 빠지고, 어느 날 불현듯 사라지는가 하면 출구를 찾을 수 없는 건물에서 헤매거나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랑하는 존재의 목소리를 듣는다. 소설은 단지 꿈속에 머물지 않고 자꾸만 현실로 되돌아오며 또한 다시금 비현실로 향하는데, 이 모든 꿈결 같은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저 나아가는 삶”(발문 김나영)에 대한 은유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번 소설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선명히 펼쳐내, 마치 누군가의 꿈과 잠의 세계로 들어가 걷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대한민국 탄소중립 2050

한국환경연구원 편 / 19,000원 / 크레파스북

탄소중립 시대,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하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의 판이 바뀌는 변곡점에 서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지금껏 살아온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이란 탄소배출량과 탄소흡수량의 균형을 의미한다. 즉,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제로)’로 만드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기존의 모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2020년 10월 28일,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에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도 공개되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0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 기간 안에 짧게는 산업혁명 이후, 길게는 인류문명의 역사와 함께한 화석연료와 완전히 작별해야 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문제다. 그래서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도 많지만 기후변화가 극심해진 상황에서 탄소중립은 갈지 말지가 아니라 어떻게 갈지 가능한 방법을 찾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 탄소중립 2050』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교과서이자 교양서다. 책에서는 탄소중립의 배경과 전략을 비롯해 에너지·산업·수송·건물 등 각 분야별 탄소배출의 특성과 쟁점, 그리고 정부·기업·시민 등 각 경제주체가 해야 할 역할을 함께 제시한다.

아울러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 탄소국경세, 탄소 포집 및 저장·활용 기술 등을 소개하면서 대한민국이 다가올 미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특히 대한민국 환경 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에서 직접 기획·감수한 책으로, 우리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할 탄소중립 지식들을 빠짐없이 담고자 했다.
 



낀 세대 생존법 ; 40대 여성 직장인의 솔직 담백한 인생 이야기

서서히, 변한다 저 / 14,800원 / 헤이북스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은 40대 여성들의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

여기 1978년생과 1981년생 두 여성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낀 세대’라 부른다. 이념을 위해 싸웠던 운동권 386세대와 사회적 이슈의 한가운데 있는 MZ세대 사이에 있는 낀 세대. 위로는 기성세대를, 아래로는 MZ세대를 이해해야 하는 세대. 두 저자의 교집합은 ‘40대’ ‘여성’ ‘직장인’이다. 그리하여 『낀 세대 생존법』은 ‘낀 세대’로 살아가는 ‘40대 여성 직장인’의 피, 땀, 눈물, 그리고 웃음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예의 바른 후배 노릇 하랴, 깨어 있는 선배 노릇 하랴, 오늘도 눈물을 삼켜야 하는 40대. 윗세대에 혼나고 아랫세대에 치이는 40대. ‘누가 내 마음을 알아주나?’ 하는 40대 여성 직장인을 위해 이 책이 탄생했다.
 



우타강의 시간 1

요시다 아키미 글그림 / 김진희 역 / 8,500원 / 문학동네

온천 마을을 고요히 감싸는 우타강,
그 강을 타고 흐르는 삶의 의미와 감정들.

야마가타현 북부에 위치한 작은 온천 마을. 마을을 감싸 흐르는 우타강의 강물소리와 기생개구리의 정취 있는 울음소리가 오랜 시간 마을을 고요히 울리고 있다. 마을의 터줏대감과도 같은 여관 ‘아즈마야’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 고요한 울림이 만들어낸 따스한 파동이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네 자매 중 막내, ‘아사노 스즈’의 배다른 남동생 '이다 가즈키'가 이야기의 주인공. 조금은 서툰 모습으로 아즈마야의 온천수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가즈키 또한 배다른 남동생 ‘마모루’를 위해 열심히 견습 생활을 보내고 있다.

'마을 제일의 미인'이라 불리며 아즈마야의 접객을 담당하는 '오가와 다에'가 이야기의 두 번째 주인공. 아즈마야 큰여사장님의 손녀이기도 한 다에는 똑 부러진 성격으로 가즈키를 지적할 때도 있지만 누구보다 절친한 그의 소꿉친구다. 그렇게 평화로운 온천 마을에서 서로를 놀리고 웃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두 사람에게는 이 작은 마을에 살게 된, 살 수밖에 없었던 속깊은 사연이 있다.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엽기인물 세계사

호리에 히로키 저 / 이가훈 그림 / 서수지 역 / 17,500원 / 사람과나무사이

마하트마 간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엘리자베스 1세, 청 황제 건륭제…….

인류가 영웅으로 칭송하고 위인으로 존경하던
인물들의 음흉하고 어리석고 위험천만한 속살을 들추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크림전쟁의 ‘천사’였다. 충격적이게도 그가 ‘백의의 천사’보다 ‘죽음의 천사’에 가까웠다는 사실이 문제이긴 하지만. 나이팅게일은 왜 ‘죽음의 천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을까? 그가 목숨을 구한 환자 수보다 사망으로 이끈 환자 수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죽은 환자 중에는 제때 적절한 치료만 받았다면 충분히 생명을 구했을 사람도 적지 않았다(나이팅게일이 간호 책임자로 근무한 이스탄불 근교 스쿠타리의 한 병원에서는 환자 2만 5,000명 중 사망자가 1만 8,000명에 달했다). 전기 작가 휴 스몰은 그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환자 중 한 명이다.”

이 책에는 힌두교 성인이 되고자 애썼으나 성욕의 포로가 되어 지지자와 친척의 아내, 심지어 조카의 아내와도 동침한 간디, 밤에는 연인에게 애교를 부리고 낮에는 연인의 뺨을 때린 무서운 여자 엘리자베스 1세, 한편으로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풍습 전족을 엄격히 금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병적으로 즐긴 청 황제 건륭제 등 은밀하고도 위험천만한 욕망에 사로잡힌 30여 명 역사적 인물들의 충격적이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찐초보 걸음마 전기

전병철 저 / 18,000원 / 길벗

30만 구독자 유튜버, 전병칠이 알려주는
찐초보 걸음마 전기

전기를 공부하고 싶은데, 전기가 어려워 보인다고요?
걱정마세요! “찐초보 걸음마 전기”가 여러분의 첫걸음을 도와드립니다.


전기의 ‘전’ 자도 모르던 사람이 이 책을 마스터 하면 일어나는 기적! 내 일상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지만 왠지 두렵고 잘 알지 못하는 전기의 기초 개념부터 수험 자격시험 안내까지. 눈에 쏙쏙 들어오는 쉬운 비유와 설명으로 생활 전기의 고수는 물론 인생 이모작의 첫 길을 열 수 있는 마법이 일어난다.

전기를 배운 사람들의 기억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공학 원론부터 배운 사람은 지겨운 전기를 만난 것으로, 실무 기술부터 배운 사람은 실용적이나 보다 근본적인 물음에 접근하지 못한 한계를 가진 것으로, 자격증 공부로 시작한 사람은 암기하고 반복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전기를 기억한다. 하지만 이 책은 아래와 같은 특징으로, 전기에 첫발을 내딛는 여러분께 전기를 알아가는 즐거운 과정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첫째, 전기와 친근해지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용어가 편하게 다가간다. 함께 여정을 떠날 전기는 사용하는 용어가 다양하다. 그 용어나 의미의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하였으며 충분한 예시와 간결한 표현을 사용하였다. 예를 들어 전압, 전류, 주파수와 같이 한자어나 딱딱한 용어들을 우리 일상의 물이나 놀이터의 그네로 비유하며 초보자도 쉽게 단어의 뜻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둘째, 전기의 실무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을 충분히 담고 있다. 전기를 만드는 발전부터 보내고 받는 송·수전까지 실무적인 내용의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였다. 게다가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스위치, 차단기, 무선충전기까지 다양한 전기 기기의 원리와 역할을 기술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내용을 담았다. 필요에 따라서는 예시 사진과 최신 법령들을 보여드리며 더 높은 이해를 위해 QR코드로 동영상 설명까지 곁들였다.
 



백년가업 : 내가 생각하는 백년가게의 조건

송치영 저 / 20,000원 / 작품미디어

현재 대한민국 장수기업 중 한 곳의 현역 경영인이기도 한 저자가 누구나 꿈꾸는 ‘백년가게’의 조건에 대해 나름 알아보고, 궁극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백년가업’의 성공경영에 관해 이야기한다. 시민단체인 [백년가게국민운동본부]의 위원장이기도 한 저자는 회사 일도 그렇고 시민단체 일도 그렇고 결국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순간순간 깨닫는다.

우리의 경제생활에서 흔히 거론되는 ‘명품’이나 ‘전설’, ‘국민가게’ 등의 별칭과 함께 따라오는 ‘백년가게’는 자신의 천직(天職)이자 본업이 시간을 극복한 구체적 모습이고, 백년가게가 지속 가능한 경영으로 계승되어 대대로 이어지는 게 바로 ‘백년가업’이 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지속 가능한 미래가 보장되는 누구나의 ‘백년가게’, ‘백년가업’을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기울어진 무대 위 여성들 : 여성의 시선 혹은 시선에 포착된 여성 '여성'이라는 렌즈로 바라본 무대 이야기

윤단우 저 / 17,000원 / 허사이트

여성의 시선 혹은 시선에 포착된 여성
‘여성’이라는 렌즈로 바라본 무대 이야기


시선 총서는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아내는 허사이트의 여성주의 기획이다. 그 첫 번째 책인 『기울어진 무대 위 여성들』은 무용전문지 기자로, 무용칼럼니스트로 현장에서 취재와 비평 활동을 병행해온 저자가 여성주의 시각으로 비평을 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체에 기고한 공연 리뷰와 칼럼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발표 순이 아닌 주제에 따라 함께 읽을 만한 글을 묶어 챕터를 나누고 해당 챕터 안에서 다른 작품과 겹쳐 읽으면 좋을 작품들에 대한 미발표 리뷰를 추가해 깊이 있는 독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여성,신체,공간,,폭력 ; 4개의 키워드로 무용 현장을 읽는다

윤단우 저 / 16,000원 / 허사이트

여성, 신체, 공간, 폭력.
네 가지 키워드로 무용 현장을 읽는다!


시선 총서는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아내는 허사이트의 여성주의 기획이다. 그 두 번째 책인 『여성, 신체, 공간, 폭력』은 무용전문지 기자로, 무용칼럼니스트로 현장에서 취재와 비평 활동을 병행해온 저자가 제목의 네 가지 키워드로 현장을 읽어낸 에세이다.

무용 현장에서 신체는 움직임 언어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 마련인데, 이 과정에서 교육자와 학생, 안무가와 무용수처럼 위계가 성립되는 관계에서 교육이나 창작이라는 명목하에 신체주권을 후자로부터 전자로 이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저자는 인류학자 김현경의 ‘사회적 성원권’ 개념을 무용 현장에 적용해 예비무용인들이 무용계 성원으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행사되는 승인의 권력이 이 같은 신체주권의 이관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무용을 전공으로 선택한 청소년 시절부터 이루어지는 도제식 교육은 스승과 제자 관계를 유사가족으로 묶어놓으며 신체주권 이관의 문제를 흐려지게 만든다.

저자는 이처럼 도구화되는 신체의 문제가 무용계 내의 뿌리 깊은 성별 고정관념과 상호작용하며 차별과 폭력을 재생산하는 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음을 지적하는 한편 무용계 내부에서 차별과 폭력을 용인케 한 장르의 문법이라는 인식에 균열을 냄으로써 무대 위와 아래, 무용계 안과 밖을 연결하고 있다.




삶에 진심인 편입니다. 

김태호 ,해강,정현,최해나 저 / 14,000원 / 담다

그냥그냥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누구보다 삶에 진심인 네 사람이 만났다. 자신을 찾아온 삶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자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각기 다른 위치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온 그들이다. 그런 네 사람이 정성을 다해 지나온 시간을 한 글자씩 종이로 옮겨 담았다. 인생에 대해 감히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권을 넘겨주는 일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라는 작은 속삭임과 함께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김현 저 / 14,000원 / 창비

“나란히 숨을 고르는 일. 사랑은 모쪼록 그런 일”

독보적 에세이스트 김현,
다정할 수만 없는 세상을 쓰다듬는 다정한 마음


우리 시대 가장 돋보이는 감수성으로 신동엽문학상과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한 김현 시인의 신작 에세이집이 출간되었다. 혐오와 차별을 뚫어내는 소수자의 사랑을 서정적으로 풀어내 독자의 너른 사랑을 얻어온 김현은 이미 여섯권의 에세이집을 발간해 호평을 받은 검증된 에세이스트다. 이번 에세이집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는 김현이 쓴 어느 책보다 내밀한 사랑의 언어로 가득해 겨울철 스산해지는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붙든다. 곳곳에 스며 있는 위트와 유머도 정다운 웃음을 머금게 한다. 수록된 스물다섯편의 글은 연인과의 사랑, 가족 간의 소통, 직장인의 애환, 소중한 기억 등 삶의 다양한 면모를 다루지만 전부 읽었을 때 각각이 퍼즐처럼 맞춰져 하나의 그림이 그려지는 놀라운 독서경험을 선사한다.




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이 세계의 작은 경이

전탁수 저 / 김영현 역 / 15,000원 / 다다서제

『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는 이론물리학자 전탁수가 쓴 과학에세이다. 저자는 어렵게 느껴지고 접근하기 어려운 과학의 참된 매력을 때로는 시적이고 때로는 흥미진진한 22편의 이야기들로 들려준다. 과학이라고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우주, 물리학, 원자, 생명부터 과학과 무관할 듯한 여론, 민주주의, 언어, 윤리까지 분야를 넘나드는 이 책은 우리 세계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질서들을 과학의 관점으로 밝혀낸다.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되어 제3회 야에스책 대상, 제40회 데라다 도라히코 기념상을 수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나와 평등한 말

김보미 글 / 구정인 그림 / 15,000원 / 너머학교

불평이 아니라 권리! 새롭고 평등한 말을 만들다

『나와 평등한 말』은 일상과 몸, 관계와 호칭, 폭력 등 여러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담은 말 대신 평등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말을 제안하며 그 말을 만들고 널리 알리기 위해 싸워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여러 해 동안 기자로 일하며 여성 서사 아카이빙 플랫폼 ‘플랫(@flatflat38)’을 만들고 운영해 온 저자는 풍부한 사례와 간결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구정인 작가의 직관적이고 풍자적인 만화 일러스트는 책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준다.

최근 등장하는 새로운 말이 종류와 의미,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너무나 다를뿐더러, 서로 혐오라며 공격하는 일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전환기에 있음이 깊이 실감 된다. 그나마 소통의 가능성은 서로의 말을 배워 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 『나와 평등한 말』은 특히 여성과 젠더에 대한 불평등과 차별을 드러낸 말들을 새롭게 바꾸자는 움직임이 ‘정조’를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호적’을 ‘가족관계등록부’로,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 등을 ‘불법 촬영’과 ‘디지털 성범죄’로 바꾸는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여전히, 안경 쓴 여성 아나운서를 별나게 본다거나, 여배우가 아니라 배우라고 불러 달라고 하면 조롱하거나 짧은 머리라는 이유로 ‘페미’라고 공격하기도 하는 현상의 배경을 차근차근 생각해 보며, ‘미소 거부’, ‘정혈’, ‘재생산권’ 등 더 바뀌어야 할 새로운 말들을 제안하기도 한다. 또 ‘Q&A’ 코너를 두어, 미소지니(여성혐오), 미러링, 탈코르셋, 성소수자, 백래시, 페미사이드, 미투 운동의 개념을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기억의 연금술

최원식 저 / 20,000원 / 창비

한국 지성계를 이끌어온 평론가 최원식,
우리 근대문학의 축을 바로 세우는 큰 기획


민족문학론, 동아시아론 등 우리 문학·지성계에 큰 영향을 끼친 담론의 생산자 중 한 사람으로 활약해온 최원식의 근대문학 연구서 『기억의 연금술 : 한국 근대문학의 새 구상』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근대문학의 축을 이해조-염상섭에 두는 큰 구상, 새로운 한국문학사를 향한 20여년간의 밑작업을 묶어냈다. 탄생 몇주년, 작고 몇주년으로 뭉뚱그려 기념되곤 하는 계몽기 이래 식민지 시기 문인들의 삶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작품 속에 역사의 격랑이 투영된 방식을 정밀하게 조명한 이 책은 작품에 즉한 실감, 역사의 부채를 돌파하는 통찰이 해석의 유연함으로 이어지며 기존의 통설을 뒤집고 지워진 한국문학사를 복원해가는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다. 식민과 근대화라는 전대미문의 현실과 격투를 벌인 이 시기 문학의 면면을 깊은 경의로 섬세하게 분석하는 편편이 아름답기까지 하며, 문학 연구와 현실 참여를 한 몸으로 감당해온 내공이 치열한 학문적 연마에서 비롯했음을 입증하는 대작이다.




립싱크 하이웨이

박지일 저 / 9,000원 / 문학과지성사

다시 쓰는 이름들로 수없이 선언되고 부정되는 ‘나’
밤을 헤매며 읊조리는 희미한 기록의 탄생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지일의 첫 시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데뷔 당시 “정물적으로 보이면서도 또한 움직이는 시 세계”를 “고유한 호흡”으로 드러낸다는 평을 받은 박지일이 시 63편을 『립싱크 하이웨이』에 담았다. 수록 작품 가운데 「휴일」 외 3편은 올해 신설된 문지문학상 시 부문 후보작으로 선정되며 “기존의 서사를, 문법을, 이름을 언어로 해체하겠다는 패기”와 “모국의 오래된 곳과 먼 곳의 말을 찾아 나서는” “종횡무진”함에 신뢰가 간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박지일의 시에서 기이한 꿈속 같은 어딘가를 다양한 몸짓으로 배회하는 ‘나’와 이름들은, 끝없는 파도처럼 그 모든 행동과 시간과 장소로부터 지속적으로 밀려나면서도 또다시 태어난다. 총 4부로 나뉜 이 시집의 시들은 처음에 뚜렷한 기준으로 분류되었다가 원고를 다듬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재배치되었다. 명료함에서 스스로 멀어지면서, 규정될 수 없다는 규정조차 거부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시적 고민들 안에서 기꺼이 뒤섞이기를 자처하는 영원한 나선, 그것이 “지나가버린 분명함에서 불분명함을”(「립싱크 하이웨이」) 추출해낸 박지일의 시를 상징하는 형상일 것이다.




상아의 문으로

구병모 저 / 14,000원 / 문학과지성사

“이제는 뒤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니 일상을 지속하라.”
꿈과 현실, 너와 나의 구분을 지우며 내달리는 구병모의 문장들!


2009년 첫 책을 출간함과 동시에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팬층을 단번에 확보한 작가 구병모의 새 장편소설 『상아의 문으로』가 출간됐다. 등단 이후 꾸준히 신작을 발표해온 그가 2021년 연말을 앞두고, 계간 『문학과사회』(2020년 가을호~2021년 여름호)에 연재했던 소설을 묶어낸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등에 등장하는 ‘상아로 만든 문’과 ‘뿔로 만든 문’이라는 아이디어에서 빌려왔다. 이들 서사시에서 말하길, 상아의 문으로 흘러든 꿈들은 거짓된 것이고, 뿔의 문으로는 진실된 것들만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두 가지 문 중 ‘상아의 문’으로 향해 갈 것이다. 이 문을 지나면 그 뒤에 등장하는 감각, 눈에 보이는 모든 것, 심지어 ‘나’ 자신의 존재까지도 의심하게 될 것이다. 명확한 논리, 의지할 만한 확실한 근거가 사라진 문장들 사이에는 오로지 지금 명멸하는 사태만이 있다.

때문에 『상아의 문으로』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으려는 의지를 담보한 채 매 순간 등장하는 새로운 문장들을 맞이할 때에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의 첫 장을 펼쳐 들었다면 문장을 가로질러 섣불리 결말을 찾고자 하는 시도보다는 하나의 문장을 읽을 때 살짝 켜졌다 다시 사그라드는 눈앞의 사태에 집중하는 것이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할 것이다.




게르니카의 황소

한이리 저 / 15,000원 / 은행나무

“미칠 것 같은 기분. 그래, 바로 그것.”
폭력으로 분열된 심리의 표면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웰메이드 심리스릴러
1억 원 상금 제9회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대상 수상작


제9회 대한민국콘텐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이리의 『게르니카의 황소』가 4년의 개고를 거쳐 마침내 출간되었다. 더 날카롭고 생생해진 문장, 더 탄탄해진 스토리와 현실과 대결하는 묵직한 질문으로 무장한 웰메이드 심리스릴러를 독자에게 선보인다.

어린 시절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매료되어 화가가 되기로 한 한국계 미국인 화가 케이트. 그녀는 [게르니카]에서 ‘황소’가 튀어나와 자신을 공격하는 환영을 보기 시작한 후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더 이상 영감을 얻을 수 없게 되자 자발적으로 투약을 중단한다. 그러자 서서히 꿈과 현실의 구분이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어느 날 케이트는 꿈속에서 에린이라는 여자의 걸작을 보게 되고 에린의 그림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꿈속의 에린과 거래를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린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치고, 케이트는 그동안 꿈인 줄 알았던 일들이 사실은 모두 현실이었을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으며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독자들을 단숨에 뉴욕의 한복판에 데려다 놓는 정밀한 묘사, 읽는 동시에 목소리가 들릴 듯이 생생하고 매력적인 대사를 통해 꿈과 현실, 욕망과 트라우마 사이를 오가는 한 여성의 심리를 세련되게 감각하고 그려내면서 『게르니카의 황소』는 스타일리시한 심리스릴러의 전범을 보인다. 한편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가 그러했듯, 폭력으로 찢긴 한 여성의 삶을 폭로하는 『게르니카의 황소』는 단순히 폭로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끝내는 가상적 방식으로 현실과 대결하면서 현실보다 강렬한 에너지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하룻낮의 행복

파스칼 키냐르 저 / 송의경 역 / 14,000원 / 문학과지성사

“어둠이 내리기 전에
네 몫의 햇빛을 뜯도록 하라”

공쿠르상 수상 작가, 『은밀한 생』의 작가 파스칼 키냐르
그가 전하는 ‘카르페 디엠’에 대한 성찰


인간과 우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글쓰기로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하룻낮의 행복Une Journee de Bonheur』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Carpe Diem’에 관한 파스칼 키냐르의 성찰을 담고 있다. 이 라틴어 문장의 의미는 흔히 ‘이날을 베어라/따라’ 혹은 ‘오늘을/현재를 즐겨라’로 알려져 있다.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한 이 말은 끊임없이 회자되다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를 계기로 급속하게 퍼졌고,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의 뇌리에 뿌리를 내렸다.

그런데 키냐르가 새삼 진지하게 질문한다. “왜 이날을 따려고 하는지요? 지나가는 순간을 더 충실하게 사는 것이 잇따르는 시간들 내부에서 그 순간을 잡아채기보다 낫지 않을까요?”(12쪽) 키냐르는 이 문장의 정확한 의미를 찾기 위해 꽃을 따는 행위에서 시작해 일본의 전통 꽃꽂이 방식인 이케바나, 단어의 기원, 각종 신화와 예술 작품, 주기도문을 넘나들며 사유의 여정을 이어간다. 이 사유의 종착역은 ‘하루의 빛diem을 뜯도록 하라’이다. 키냐르는 ‘하룻낮diem을 베기’보다는, 혹은 ‘다음 날이 없는 듯이 시간의 흐름에서 이날을 잡아채기’보다는, ‘낮의 매 순간을 조금씩 풀을 뜯듯이 천천히 뜯고 잘게 빻아 씹어라’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곧 ‘하룻낮의 행복’이므로.





무서운 극장 : 산만한 관객 K의 사유하며 영화 보기

김형중 저 / 14,000원 / 문학과지성사

“나는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영화,
관객이 원하는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말하자면 ‘불편한’ 영화들을 선호한다.”

아우슈비츠, 5·18, 계급, 죽음, 사회정의…
영화에서 세계로, 세계에서 영화로
그 낯익은 새로움을 탐사하는 평론가 김형중의 뷰와 리-뷰


5·18과 세월호 등 한국 사회의 트라우마와 그에 따르는 문학의 역할에 대해 심도 깊은 비평을 수행해온 문학평론가 김형중의 영화 산문집 『무서운 극장』이 출간되었다. [지옥의 묵시록]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같은 고전영화에서 [기생충] [어스] [로마] 등 최근의 화제작에 이르기까지, 총 17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깊이 읽어나간다. 저자는 관객의 욕구를 쉬이 충족시키는 영화보다는, 관객의 기대를 벗어나 생각을 자극하고 토론을 유도하는 영화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이 책에서 선별된 영화들은 아우슈비츠와 5·18, 계급과 불평등, 가부장제 같은 역사적, 사회구조적 문제를 주목하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저자는 영화들 속 다양한 문제의식을 포착해 ‘악인이란 누구인가’ ‘속죄는 가능한가’ ‘계급을 초월한 연대는 가능한가’와 같은 물음을 제기하고 하나씩 고찰해나간다. 정신분석, 철학, 문학, 역사 등 다양한 분석의 도구를 활용하여 영화 속 풍부하고 다양한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끄는 저자의 능력은 매우 탁월하다. 게다가 영화 속 인물들과 사건에 때로는 깊숙이 공감하며, 때로는 냉철하게 조망하면서 균형감 있는 시각으로 생동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써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작품의 디테일에 대한 반짝이는 포착과 주제의 복합성에 대한 치열한 존중을 이렇게 별일 아니라는 듯 겸비한 글은 드물다”(신형철의 추천사 중). 이 책은 영화를 계기로 삼아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해, 또 인간 본성에 대해 좀더 예민하게 재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푸른 고도

모리사와 아키오 저 / 민경욱 역 / 15,800원 / 서울문화사

아름다운 낙도에서 만나는 화합과 용서의 이야기
약간의 용기만 내면 누구나 히어로가 될 수 있다!
안식처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로하는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작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따스하게 묘사하는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작 『푸른 고도』가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본문 속에 등장하는 용기의 모티브가 BTS의 [매직 숍]이라 더욱 반가운 소설이다. 회사와 업무에 치이며 매너리즘, 번아웃에 빠지게 되고, 이곳이 정말 자신이 있을 곳인지 고민하게 되는 고달픈 직장인의 삶. 『푸른 고도』는 그런 7년 차 직장인 고지마 다스쿠가 좌천성 인사를 당해 외딴섬에 온 뒤, 개성 넘치는 섬 주민들과 만나며 벌어지는 화합과 용서, 위로의 이야기다.

실제로 섬 여행을 온 것 같은 생생한 풍경 묘사가 주는 상쾌함, 순박한 사람들의 다정함, 작은 용기가 쌓여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클라이맥스의 엉뚱함은 읽는 이에게 즐거움과 감동, 위로를 동시에 준다. 오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사랑스러운 소설 『푸른 고도』와 함께 푸른 섬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대지 

에밀 졸라 저 / 조성애 역 / 18,000원 / 문학동네

땅에 사로잡힌 인간들의 애착과 잔혹한 욕망
모럴을 해체하는 노골적이고 야수적인 서사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에밀 졸라의 문제작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총서 제15작 『대지』(1887)가 국내 최초로 번역되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대지』는 발자크의 『농민』과 더불어 19세기 프랑스 농촌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땅을 부의 형태로 인식하기 시작한 농부들이 집요한 소유욕으로 난폭한 살인자로 변해가는 모습과 함께, 인간이 태어나고 살아가고 다시 돌아가는 양육자 땅, 관대하고 평화로운 위대한 어머니 땅에 대한 사랑을 그린” 대작이다. 인간을 지배하는 환경으로서의 땅, 그 피지배자 인간의 유기적인 삶을 반목가적 관점에서 그린 『대지』는 발표 직후 반도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이후 작가가 생물학자의 시선으로 자연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자연의 순환리듬에 따라 살아가는 자연적 존재인 농부들을 관찰하면서도 고유의 상상력으로 인간 삶의 조건을 진실하게 성찰한 작품으로 재평가되었고, 프랑스 북부 탄광촌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총서 제13작 『제르미날』과 쌍을 이루는 걸작으로 널리 사랑받게 되었다.

『대지』는 농촌 사람들의 성격과 욕망, 관습, 삶의 조건과 실제 생활, 농부와 도시 노동자의 상충되는 이해관계나 농산물 무역정책 등의 광범위한 사회적 문제에 섬세한 자연 묘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것들의 모태인 땅에 대한 신앙을 지닌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역동적인 소설이다. 농촌 르포르타주와도 같은 이 힘찬 소설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농민들의 욕망과 야심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에게 가하는 가혹한 노동으로 흘리는 그들의 땀이다. 풍요로운 은혜의 기쁨을 주는 동시에, 일군 열매를 한순간에 앗아가는 슬픔을 주는 땅, 욕망과 열정을 빨아들이는 악녀처럼 변덕스러운 땅에 영혼을 사로잡힌 농부들은 아무리 작은 땅뙈기라도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한번 손에 넣은 이상 조금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악다구니를 쓴다. 영혼을 깎는 듯한 가혹한 노동 끝에 손에 넣은 땅은 그들에게 생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땅은 이러한 인간의 애달프고 처절한 구애와 집착에 무관심하고, 모든 생명을 틔워내면서도 그 생명의 피와 땀과 뼈를 삼키며 더 젊고 비옥해진다.

소설이 파종 장면에서 시작해 파종 장면으로 끝나고, 푸앙 영감의 시신이 담긴 관이 씨앗에 비유되는 것처럼, 『대지』의 이야기는 자연의 질서가 삶과 죽음의 순환이듯, 죽음 또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한 것이라는 삶과 죽음의 영원한 순환 신화를 그려내면서 인간 조건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대지』는 생생한 성과 탐욕의 숨결이 가득한 소설이지만, 원대한 구상과 단단한 주제의식으로 끝까지 옹골차게 달려가는 빼어난 농촌문학이자 소설가 졸라의 매력이 응축된 걸작이다.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저 / 정회성 역 / 14,000원 / 민음사

삶의 본질을 찾아 숲으로 간 사상가, 우리 시대 고전 중의 고전
시인, 에세이스트, 자연주의자 소로가 안내하는 ‘월든’이란 세계
정회성 역자의 번역 인생을 건 결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월든』 출간!


시인, 에세이스트, 자연주의자, 생태 연구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숲에서 실천한 위대한 실험. 마하트마 간디, 로버트 프로스트, 마르셀 프루스트 등 전 세계 수많은 사상가와 문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불멸의 고전 『월든』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5번으로 출간되었다. 소로가 이 년 이 개월 이 일 동안 월든 호숫가에서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열여덟 편의 에세이로 쓴 『월든』은 1854년 8월 9일 ‘월든 또는 숲속의 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출간 당시에는 화제를 얻지 못했으나 20세기 들어 자연의 법칙과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깊은 사색을 통해 진리를 추구한 미국 문학의 최고 걸작이라는 평을 얻으며 독자를 끌어 모았고, 이내 각국 언어로 번역되어 21세기인 지금은 전 세계인이 꼽는 고전으로 읽히고 있다.

삶과 사상에 대해 자연 외에 다른 방식을 택할 여지가 없다고 느낀 소로는 1845년 월든 호숫가의 숲속으로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손수 밭을 일구고 자급자족하며 문명에서 벗어난 생활을 실천한다. 월든 호숫가에서도 그랬지만 소로는 실제 생활에서도 검소하게 살았다. 소로는 소박한 삶을 강조하며 지금까지 어떤 실패를 했든 괴로워하지 말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독립적인 인생을 살라고 충고한다. 『월든』은 소로의 일상을 기록한 일기이자 농사 일지이며, 사상가이자 자유인으로서 느낀 성찰의 에세이다. 소로는 가장 최소한의 비용과 간소한 세간으로 숲에서 살아갈 때 인간이 과연 무엇을 느끼고 얻는지를 몸소 실험한 사색가이며, 숲속 생물을 면밀히 관찰한 생태학자이자 자연과학자이기도 하다.




캐치-22  1,2

조지프 헬러 저 / 안정효 역 / 각14,000원, 15,000원 / 민음사

‘캐치-22’라는 고유어 탄생시킨, 반전 다룬 20세기 최고의 미국 소설
유쾌하고 신랄한 블랙 유머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실존의 부조리
50주년 기념판에 수록된 헬러 서문, ‘역사와 배경과 비평’ 수록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작이자 반전 소설의 걸작인 조지프 헬러의 『캐치-22』가 2008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6, 187번으로 출간된 이후 십삼 년 만에 50주년 기념판본으로 개정, 출간되었다. 이번 50주년 기념판에는 『캐치-22』 출간 50주년을 기념하여 2011년 새로 펴낸 특별판에 실린 조지프 헬러의 서문과 출간 당시 에피소드, 파격적인 광고 문구 도판 이미지가 삽입되었고, 노먼 메일러, 필립 토인비, 앤서니 버지스 등의 비평 에세이와 리뷰가 수록되었다. 50주년 기념판의 부록인 ‘역사와 배경과 비평’ 역시 원작의 미묘한 뉘앙스를 살려 생동감 넘치는 우리말을 구사하는 안정효 역자가 번역해 완결미를 더했다.

2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지중해 연안 피아노사섬에 주둔 중인 256 비행 중대의 대위 요사리안은 무의미한 전쟁에 넌더리를 내고 제대하기 위해 온갖 수를 쓰지만 언제나 ‘캐치-22’에 발목이 잡힌다. ‘캐치-22’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절대적인 위력을 행사하는 조항이다. ‘자기가 미쳤다는 것을 아는 미치광이는 진짜 미치광이가 아니니 제대할 수 없다.’라는 내용처럼 ‘캐치-22’는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율배반의 덫이 되어 요사리안과 동료들을 옭아맨다.

조지프 헬러가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캐치-22』는 이전까지의 모더니즘 형식을 전복한 파격적인 구성과 냉전 시기의 현실을 비틀어 반영한 독특한 풍자 어법으로 “소설의 형태를 바꾸었다.”라는 평을 받았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계속되는 전쟁의 비극성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풍자하며 20세기 최고의 반전 소설로 ‘헬러 열풍’을 일으킨 『캐치-22』는 미국에서만 1000만 부 이상 팔리고, [타임]이 선정한 현대 100대 영문 소설의 하나로 꼽히며 고전의 반열에 올랐고, ‘딜레마’나 ‘진퇴양난’을 의미하는 단어 ‘캐치-22(Catch-22)’는 보통명사가 되어 사전에 등재되었다. 또 2차 세계 대전이라는 배경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계속될 전쟁의 부조리와 광증을 고발함으로써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종의 구호가 되었다.




안에 있는 모든 것

에드위지 당티카 저 / 이윤실 역 / 14,800원 / 문학동네

“내 이야기의 공통분모는 사랑.”
여리지만 단단한 여덟 가지 사랑과 이별 이야기


아이티계 미국인 소설가이자 단편소설의 대가 에드위지 당티카의 단편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출간되었다.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오른 당티카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로 꼽힐 아름다운 단편집”이자 “품질 보증 마크” 같은 책이다. 당티카는 스물다섯 살에 발표한 데뷔작 『숨결, 눈길, 기억』이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 선정되어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그랜타] ‘미국의 젊은 작가 20인’ [뉴욕 타임스] ‘30세 이하 최고의 소설가 30인’에 꼽히기도 했다. 『안에 있는 모든 것』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2019)과 스토리상(2019)을 동시 수상해, 당해 출간된 최고의 단편집에 수여하는 스토리상을 2회 수상한 최초 사례가 되었다.

『안에 있는 모든 것』에는 다양한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등장한다. 속절없는 기다림뿐인 사랑, 한 번도 닿지 못했고 영영 닿지 못할 사랑, 너무 끔찍이도 사랑해서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은 사랑…… 등장인물들은 온 마음을 내어주고 사랑한 사람이 준 상처에 눈물 흘리고 좌절하지만 슬픔 속에서 사랑은 더욱 찬란히 빛난다. 사랑하는 이가 떠난 자리에 여전히 남아 살아 숨쉬는 사랑, 이별의 상처를 지나 만난 뜻밖의 새로운 사랑이 이들을 또다시 살아가게 한다. 작가가 진심어린 애정으로 빚어낸 여리지만 단단한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색채로 맑게 빛을 발하며 결국 “우리에게는 사랑이 전부고 전부가 사랑”임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이사 간다

김성달 저 / 13,000원 / 도서출판 도화

『이사 간다』는 김성달 작가의 신작 소설집으로 2021우수출판콘텐츠 선장작이기도 하다. 7편의 단편과 2편의 짧은 소설을 묶은 이 소설집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공장 현장실습생의 사망 사고, 정화조 작업자 질식 사고, 그리고 현실의 사회·경제적 격랑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여러 사건·사고들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형상들은 독자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평정을 깨뜨리고 다시금 독자에게 심적 동요를 일으킨다. 그로 인한 마음의 파장은 독자의 생각을 오랫동안 붙잡아둔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소설 대부분은 우리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 경계하고, 그래서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종용하고 있다.

김성달 작가의 소설은 현실을 담담하게 담아내는데 집중한다. 섣불리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의 사연을 기록하고. 그 상처의 깊이를 보여주기에 전력을 다한다. 그러한 담담함이 오히려 독자들의 마음을 서서히 끓어오르게 하고, 오랫동안 벗어나기 어려운 묵직한 울림을 전해준다. 비록 질척하고 미끄러운 눈길이 당분간 펼쳐져 있더라도 소설의 인물들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독자들은 인간적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현실에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음을 소설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될 때, 그러한 어둠을 잠시 잊고 있거나 혹은 외면하고 있던 독자들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