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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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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도

대한민국 대표 문인 11인이 마음의 지도를 따라 찾아간 그곳..

저자
박완서,법정,신경림,이해인,문인수,강석경,나희덕,동명,박형준,김선우,이재훈
출판사
책읽는섬
발행일
20181130
정가
15,000 원
ISBN
9791188047666|
판형
135x195
면수
224 쪽
도서상태
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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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는 누구나 나그네가 된다.
오래도록 빌려 쓴 이 몸과 삶의 배경들이
하나의 여행 가방이었음을 알게 한다.  

그곳에 다녀온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내내 그리워하는 사람, 다시는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 무엇을 보고 듣고 만나고 느꼈느냐에 따라 확연히 갈린다. 강가에서 일을 보는 사람 곁에서 그 강물로 태연히 몸을 씻고 이를 닦는 곳, 중앙선과 신호등도 없는 도로 위에서 각기 다른 속도의 교통수단들이 어지럽게 엇갈리는 곳, 그런데 신기하게도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곳, 불과 몇 킬로미터 사이를 두고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 그래서 문득 문명의 속도가 멈추고 마는 곳, 여행이 고행이 되고 다시 순례가 되는 곳… 그곳은 바로 인도다. 『나의 인도』는 박완서, 법정, 신경림, 이해인 등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들이 생의 마지막 나들이 같았던 인도에서의 체험을 담은 여행기를 묶은 에세이집이다. 그들에게 인도는 내내 그리운 곳이 되었다. 온갖 신들이 머물다 가고 가난한 영혼들이 다음 생을 위해 삶의 담금질을 하는 그곳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듣고 만나고 느꼈던가? 마음의 지도를 따라 인도로 향했던 11명의 문인과 함께 마음의 여행을 떠나 보기를 권한다.  

인도를 여행하는 일은 어딘가 아파지는 일  

시작은 분명 여행이었다. 한 달을 주기로 먹고살아야 하는 버거운 일상, 플래너를 꽉 채운 약속들을 피해서 좀 쉬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는 순례자들, 떠돌이 개들이 어슬렁거리고 소들이 태연하게 주저앉아 있는 길, 그것을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 그곳에 가면 하루가 아주 느리게 흘러갈 것 같았고, 문명과 약간 거리를 둔 채 잠시만이라도 자연에 스며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공항에 내리는 순간, 알게 된다. 인도는 결코 여행객에게 우호적인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특히 기본적인 생리 문제에 조금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문명국가의 사람들에게 대단히 불친절한 곳이라는 것을. 반듯하게 잘 갖추어진 체계에 익숙한 이들에게 인도는 혼란스럽고 비위생적이며 지루하다. 이때부터 여행은 고행이 된다. 시인 김선우의 말대로 “인도를 여행하는 일은 어딘가 아파지는 일이다.” 인도 여행 에세이집 『나의 인도』에 작품을 실은 11명의 작가는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인도를 바라본다. 그러니 인도에 대한 기억 역시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인도 여인의 검은 눈동자로 기억하고(문인수), 어떤 이는 릭샤의 페달을 밟던 소년의 종아리에 불거진 힘줄로(나희덕), 또 어떤 이는 버닝 카트(갠지스강가의 화장터)에서 타오르던 불꽃으로 떠올리며(동명), 마더 데레사와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손길을 통해 인도를 추억한다(이해인). 자신의 마음 풍경에 따라 인도는 모습을 달리한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아프면서도 아픈 줄 몰랐던, 병들었으면서도 병든 줄 몰랐던 시간을. 그들이 아픈 이유는 인도 때문이 아니다. 병인(病因)은 인도 이전의 삶에 있었다.  

인도는 나에게 참으로 고마운 스승  

시인 나희덕은 각종 가축과 릭샤와 자동차와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서로 다른 속도로 내달리는 인도의 도로 위에서 불안함을 느낀다. 더군다나 도심을 벗어난 대부분의 도로에는 차선도 없고 신호등도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라면 출퇴근길에 일상적으로 접하던 교통사고를 단 한 번도 목격하지 않았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각종 교통 체계와 안전장치 안에서 위험이 통제되고 관리되고 있다는 착각 속의 ‘은폐된 위험’이 사실은 더 위험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도는 투박하고 거칠고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가르침을 준다. 달리던 기차가 들판 위에서 갑자기 멈추면, 교행해서 지나가던 기차도 멈추어 선다. 그러면 느닷없이 두 기차 사이로 긴 골목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몰려나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장사꾼들은 물건을 판다. 시계에 삶을 맡겨 버린 이들에게는 이 즉흥적인 사건이 당혹스럽기 그지없지만, 인도에서는 그게 일상이다. 때때로 모든 것이 일시에 정지해 버리고 계획표대로 움직이는 삶을 포기하게 만든다. 작가들은 그 뜻하지 않은 멈춤 표지 앞에서 먼 들판을 바라보고 낯선 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뜻깊은 생의 한순간을 지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을 효율과 능률로 가치를 매기는 문명 속의 시간을 향해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나의 인도』에 담긴 14편의 에세이가 여느 여행 에세이와 갈라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낭만’은 눈을 씻고 찾으려야 찾을 수 없다. 작품 속 풍경들은 가난하고 더럽고 무질서하다. 그리고 아프다. 오래 간직했다가는 계속 가슴이 시릴 것 같아서 두고 올 수밖에 없었던 그 무언가를 자꾸만 끄집어낸다.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피하고 싶었던 어떤 것을 건드린다. 그것은 결코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무엇’이다. 바쁘고 각박하게 사는 것이 이 시대의 미덕이라고 치부하며 감추어 온 바로 ‘그것’이다. 작가들은 인도를 여행하면서 스스로 아파지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그 선택이 14편의 글로 남았다.  

오랫동안 잊었던 또 하나의 내가 비로소 숨 쉬기 시작하는 느낌

  인도는 땅덩어리가 넓은 만큼 각 지방마다 풍토가 달라진다. 우연찮게도 『나의 인도』에 참여한 작가들의 여행지는 북쪽의 라다크로부터 남부의 첸나이, 동쪽의 바라나시와 서쪽의 뭄바이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적 다양성은 이 책에서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왜냐하면 작가들이 여행한 인도는 그냥 인도가 아니라 ‘나의 인도’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인도 여행에 동행한 이는 다름 아닌 그들 자신이었다. 지치고 아프고 조금씩 속물이 되어 가는 그들을 가이드한 존재는 보다 시원(始原)에 가까운 오래전의 ‘나’ 또는 먼 훗날의 ‘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뱀이 허물을 벗듯 인도에서 자신이라는 시체를 태우고 다시 태어난다. 법정 스님의 표현대로 “우리는 순간순간 죽어 가면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인도 여행은 죽음과 소멸을 통해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시간이었다. 모든 것이 정지한 듯한 공간 속에서 오롯이 멈추고 내려놓는 순간, “오랫동안 잊었던 또 하나의 내가 비로소 숨 쉬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여행이었다. 그들에게 인도가 특별했던 이유이고, 이 책 『나의 인도』가 특별한 이유다.  

 박완서
소설가. 1970년 《여성동아》 장편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장편소설로 『휘청거리는 오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 등과 여러 권의 소설집을 펴냈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1년 작고했다.  

법정
승려, 수필가. 1956년 고승 효봉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았고 1959년 비구계를 수계했다. 펴낸 책으로 『무소유』 『오두막 편지』 『물소리 바람소리』 『홀로 사는 즐거움』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등이 있다. 2010년 78세(법랍 55세)를 일기로 입적했다.  

신경림
시인. 1956년 《문학예술》에 시가 추천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농무』 『가난한 사랑 노래』 『길』 『사진관집 이층』 등과 산문집 『시인을 찾아서 1・2』 등이 있다. 대산문학상, 시카다상, 만해대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다.  

이해인
수녀, 시인.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 소속으로 1968년에 첫서원을, 1976년에 종신서원을 했다. 1970년 《소년》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민들레 영토』 『시간의 얼굴』 『작은 위로』 등의 시집과 여러 권의 산문집을 펴냈다. 여성동아대상, 새싹문학상, 천상병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문인수
시인. 1985년 《심상》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뿔』 『홰치는 산』 『적막 소리』 등이 있다. 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강석경
소설가. 《문학사상》 제1회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숲속의 방』 『밤과 요람』 등을, 장편소설 『가까운 골짜기』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 『미불』 등과 다수의 산문집 을 펴냈다. 오늘의작가상, 녹원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나희덕
인.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어두워진다는 것』 『그곳이 멀지 않다』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등을 펴냈고, 시론집, 산문집 등을 출간했다.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동명
승려, 시인.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로,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나무 물고기』 『벼랑 위의 사랑』 등과 산문집을 펴냈다. 속명은 차창룡이다.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박형준
시인.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빵 냄새를 풍기는 거울』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불탄 집』 등이 있고, 산문집과 평론집을 펴냈다. 소월시문학상, 육사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선우
시인, 소설가. 1996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녹턴』 등과 다수의 장편소설, 산문집을 출간했다. 현대문학상, 천상병시상 등을 수상했다.  

이재훈
시인. 1998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명왕성 되다』 『벌레 신화』 외에 시론집과 대담집을 펴냈다.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현대시작품상, 한국서정시문학상을 수상했다.  

 내 마음의 지도 _ 김선우 11
그 외발 소년은, 무사히 집에 잘 돌아갔을까 _ 박형준 29
시성(詩聖)의 숨결 밴 땅에서 자연과 교감하는 삶을 만나다: 샨티니케탄에서 콜카타까지 _ 박형준 41
잃어버린 여행 가방 _ 박완서 5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소 타지마할 _ 법정 63
날마다 죽으면서 다시 태어난다 _ 법정 75
나의 시체를 미리 태운 바라나시 _ 동명 87
별을 찾아서 _ 신경림 107
인도 소풍, 나는 아직 수염을 깎지 않았다 _ 문인수 117
소중한 만남 _ 이해인 139
속도, 그 수레바퀴 밑에서 _ 나희덕 151
고독한 원시의 시간, 라다크 _ 이재훈 169
바람의 계곡 라다크 투르툭에서의 이틀 _ 이재훈 187
갠지스강에서의 이별 _ 강석경 199